일요일 저녁, 월요일 아침이면 으레 일기처럼 올라오는 기사들이 있다.


바로 [패밀리가 떴다] 와 [1박 2일] 에 관한 기사다. 혹평과 찬사가 난무하는 가운데 볼 만한 비평도 있고, 다소 성의없는 기사도 눈에 띈다. 그러나 여전히 수많은 기사들은 이 두 코너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시골로 떠난다." 는 공통된 대명제 속에서 파생 된 [1박 2일] 과 [패밀리가 떴다] 는 [무한도전] 이 개척한 리얼 버라이어티 쇼 영역을 새롭게 창조했다는 점에서 매우 비슷한 점이 많은 프로그램들이지만, 그만큼 다른 점도 많은 프로그램들이기도 하다.


[패떴] 에는 없고, [1박 2일] 에는 있는 결정적인 차이점. 이 차이점이 바로 [패떴] 과 [1박 2일] 을 만들었다.





[패밀리가 떴다] 의 기본적인 컨셉트는 [X맨] 의 확장판이다. 장소를 시골로 옮기고, 무대를 야외로 옮겼을 뿐이다. [X맨] 을 보다 확장시키고 변주한 것이 [패떴] 의 베이스 컨셉트라는 점은 [패떴] 과 [1박 2일] 을 구분짓는 결정적인 요소로 자리잡았다. [패떴] 은 기본적으로 캐릭터 쇼로 진행되고 있으며, 리얼 버라이어티를 가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정교하고 세밀하게 만들어진 캐릭터 게임쇼다.


그렇기에 [패떴] 에서 게임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는 [1박 2일] 의 복불복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성질이다. [1박 2일] 은 복불복에서 패하면 야외취침과 같은 불이익이 반드시 뒤따르지만, [패떴] 의 게임은 진다고 해서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패떴] 에서의 게임은 무엇인가를 쟁취하기 위한 싸움이라기 보다는 재미를 위한 극적인 장치일 뿐이다. 게임을 통해서 웃음을 유발하고, 캐릭터를 형성하며, 에피소드를 만들어 가는 [패떴] 의 전체적인 짜임새는 [X맨] 의 그것과 매우 닮아있다.


그렇기에 [패떴] 은 매주 장소와 집을 바꿔가며 촬영하지만 매주 비슷한 장면이 포착된다. 그들은 일을 하는 때를 제외하고는 집 밖으로 거의 벗어나지 않으며 일을 할 때에도 철저히 출연자 중심으로 진행된다. 마치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것처럼 움직이는 [패떴] 의 기본 패턴은 다소 단조롭기는 하지만 언제나 평균 이상의 재미를 뽑아내는데는 성공한다. 그들은 장소와 상관없이 게임과 캐릭터로 모든 것을 승부를 본다.


[패떴] 의 이러한 전략은 한 번 치고 올라가면 큰 기복 없이 승부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장점이 있다. 유재석 같은 거물급 MC가 있고, 이효리-윤종신 같은 베테랑들이 존재하는 한 [패떴] 의 웃음 포인트는 언제든지 의도한데서 정확하게 만들어 질 수 있다. 그것이 바로 [패떴] 의 최대 강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사실 게임과 캐릭터가 무너지기 시작할 때 하락세도 걷잡을 수 없다는 단점을 함께 가지고 있다. 구성이 식상해진다는 것은 [패떴] 에게는 사망선고와 다름이 없다. '게임-일-요리-게임" 으로 일관되게 진행되는 스토리 라인에 일대 균열이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1박 2일] 에서 중요한 것은 '복불복' 이 아니다. 복불복은 그저 재미를 주기 위한 요소 중 하나일 뿐, [패떴] 과 같이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을 움직이는 주요 요소는 아니다. [1박 2일] 에서 중요한 것은 그들이 뛰어노는 공간이다. 그 공간이 바다냐, 산이냐, 섬이냐, 내륙이냐에 따라서 [1박 2일] 의 구조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움직인다. '여행' 이라는 베이스 컨셉트에 '공간' 과 '사람' 을 버무려 놓은 것이 바로 [1박 2일] 의 전체적 짜임새기 때문이다. 이는 공간과 사람이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아니 전혀 필요치 않아 없어도 되는 [패떴] 의 짜임새와는 결정적인 차이를 보인다.


[1박 2일] 의 주인공은 강호동을 중심으로 한 여섯 남자지만 실상 [1박 2일] 을 움직이는 것은 여섯 남자 외의 것들이다. 넓게는 거친 바람과 풍랑, 잔잔한 바다와 아름다운 일출일 수 있고, 좁게는 끊임없이 멤버들과 신경전을 버리는 제작진일 수도 있다. [1박 2일] 은 일을 할 때도 [패떴] 과 같이 멤버들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다. 고기를 잡든, 두부를 만들든 그 작업의 과정 속에는 항상 마을 사람들과 멤버가 함께 호흡한다.


촌부의 소박한 웃음과 후덕한 인심, 도시 사람들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시골 사람들만의 순수함, 잠깐의 만남으로도 정이 함빡 들어 눈물을 닦는 노인들의 모습 속에서 [1박 2일] 은 감동과 웃음을 함께 만들어 낸다. 마을 청년들과의 족구에서도, 해병대 군인들과의 모내기 작업에서도, 바다에 나가 생선을 잡는 일에서도 [1박 2일] 의 중심은 그 공간에서 살아숨쉬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여섯 멤버들에게 주어진 역할은 그 사람들과 대면하고 호흡하는 일이며, 그것이 [1박 2일] 의 자기 정체성을 확립시켰다.


[패떴] 과 달리 게임이나 캐릭터가 아닌 공간과 사람들에 의해 움직이는 [1박 2일] 은, 그래서 항상 돌발적인 상황과 의외성을 동반한다. 여섯 멤버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지만 그곳에 공간과 사람들이 끼어들면 이야기는 훨씬 다양해지고 리얼해지며, 풍성한 웃음이 살아난다. 적어도 [1박 2일] 은 시골 사람들의 투박하지만 소박한 삶의 이야기를 가장 재밌게 그려낼 수 있는 프로그램인 것이다. [1박 2일] 이 부산과 같은 대도시가 아니라 외연도 같은 외딴 섬에 들어갔을 때 훨씬 재밌어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대신 [1박 2일] 은 [패떴] 과 달리 공간과 사람에 따라 기복이 굉장히 심하다. 끊임없이 마을의 사람들을 상황 안에 끌어들여야 하고 쉴틈없이 공간의 역동성을 활용해야 하는 것이 [1박 2일] 의 베이스 컨셉트라고 한다면, [1박 2일] 이 사서 하는 '고생'은 사실 그들의 '숙명' 인 셈이다.






[패떴] 과 [1박 2일] 의 결정적 차이는 '소통' 이다. 그리고 이 소통의 차이가 [패밀리가 떴다] 와 [1박 2일] 의 강점과 약점을 모두 만들어냈다. [패떴]은 주위와의 소통을 포기한 대신 확실한 구성과 시트콤적 요소의 재미를 캐치했고, [1박 2일]은 의도된 웃음 포인트를 만들지는 못하는 대신 주위와의 소통을 강화하며 리얼함을 살리고 일상의 결을 포착해냈다. 그러니 소통을 하든, 하지 않든 그것은 그들이 웃음을 만들어 내는 방식일 뿐 비판하거나 꼬집을 것은 아니다.


[패떴] 은 근래 보기 드문 잘 짜여진 캐릭터 게임쇼이며, [1박 2일] 은 촌로의 소박함에서 웃음을 이끌어내는데 능통한 리얼 버라이어티 쇼다. 비슷한 컨셉트에서 시작했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패떴] 과 [1박 2일] 은 그래서 여전히 불꽃 튀는 '라이벌' 이며, 함께 하는 '협력자' 이고,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재간둥이' 들이다. 일요일 밤을 즐겁게 하다못해 배꼽을 쥐고 웃게 만드는 두 프로그램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며, 그들의 선의의 경쟁이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두 프로그램 모두 넘치는 생명력으로 항상 새로운 모습을 창조하는 장수 프로그램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Posted by 비회원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09.11.16 12: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소통이 있어 더 좋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잘 보고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