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계상은 가수였다. 그것도 그저 그런 가수가 아니라 'g.o.d' 였다.


지금의 윤계상은 배우다. 그것도 그저 그런 배우가 아니라 '진짜' 배우다.


가수와 배우 사이, 윤계상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들 가운데 당당하게 외친다.


윤계상을 과소평가 하지 말라고.





가수 윤계상이 배우로 변신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왜 그가 배우로 전향하는지에 대해 많이 의아해 했다. '국민그룹' 소리까지 들었던 god의 인기 멤버였고 [육아일기] 시절부터 줄곧 정상의 자리에 위치했던 윤계상의 배우 변신은 한 마디로 평하자면 '파격' 이었다. 그러나 내가 그러했듯이 아무도 '배우' 윤계상의 가능성에 대해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 때만 해도 그는 가수 시절의 인기를 등에 업고 쉽게 연기를 할 수 있는 그저 그런 배우 중 몇몇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윤계상은 거창한 드라마 타이틀의 남자주인공이 아니라 [발레 교습소] 라는 영화 한 편으로 대중에게 다가왔다. 19살,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넘어가기 시작하는 그 방황의 시기에 청춘의 허무함과 희망이 공존하는 눈빛으로 '배우' 윤계상은 관객들에게 다가왔다. 과장되지 않은 표현력과 과잉된 자의식조차 거부하는 듯한 해맑음을 통해 관객들은 '배우' 윤계상의 가능성을 엿봤다. [발레 교습소] 에서 윤계상이 펼친 연기력은 일반 대중의 기대를 뛰어 넘어버리는 호연 이상이었던 셈이다.


[발레교습소] 를 연기할 당시 윤계상의 나이는 20대 후반에 치닫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10여년의 시간을 완전히 뛰어넘어 19살의 '강민재' 역을 무리 없이 소화해냈다. 윤계상이 표현한 19살의 민재에게는 젊음의 쾌활과 삶이 주는 평범을 뛰어 넘어 온전히 19살만이 표현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존재했다. 청춘의 첫 자락에서 갑자기 부딪혀 버리는 현실과의 파열음은 윤계상이 포착해 낸 '청춘' 의 낭만과 애틋함, 그리고 후회스러움이 공존하는 '감동' 이었다.


여타 가수 출신 연기자와 달리 윤계상은 정직하고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영화 [발레교습소][6년째 연애중] 이나, 드라마 [형수님은 열아홉][사랑에 미치다][누구세요] 등은 흥행 면에서 크게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윤계상의 가능성을 표현하기에는 충분한 작품이었다. 특히 김하늘과 공연한 [6년째 연애중] 에서 본연의 색깔로 돌아온 윤계상의 변신은 [발레교습소] 의 민재가 주는 감동과는 또 다른 차원의 이해와 표현이었다.


그는 김민정, 김하늘, 이미연 등 경력과 연기면에서 자신을 월등히 뛰어넘는 여배우들과 호흡을 맞췄음에도 불구하고 위축되거나 기죽지 않는 '깡' 도 있었다. 감정선을 디테일하게 포착해 폭발적으로 터뜨려 버리는 여배우 이미연에 대적할 수 있는 남자배우는 우리 나라에서 손을 꼽을 정도지만 윤계상은 오히려 그런 이미연의 감정선을 자신의 캐릭터와 동일시하는 것으로 이미연과 대등한 위치에서 놀라운 감정연기를 펼쳐냈다. 이미연을 상대로 '감히' 이 정도의 멜로 연기를 펼칠 수 있는 배우라면 윤계상은 더 이상 '가수 출신 연기자' 정도로 폄하되서는 안된다.


지금 윤계상의 약점은 오로지 '시청률' 과 '흥행성적' 이다.


비록 윤계상이 출연한 작품이 대중의 외면을 받은 것들이 대부분이라고 해도 평가의 잣대는 정확해야 한다. 윤계상의 작품은 '실패' 했을지언정, 배우 윤계상은 실패하지 않았다. 그는 [발레 교습소] 부터 [누구세요] 에 이르는 시간까지 꾸준하고 성실하게 배우로서 자신의 입지를 다져왔다. 관객 몇 명, 시청률 몇 퍼센트라는 알량한 숫자로 평하기에는 안타까울 정도로 윤계상의 연기는 최근 주목 받고 있는 남자배우들의 그것보다 훨씬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기획사에서 상품처럼 가공해서 만들어 내는 듯한 젊은 연기자들의 민망한 '계산된 연기' 에 비한다면 윤계상의 연기에는 진정성과 기품이 느껴진다. 진정한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그가 고작 시청률과 흥행성적으로 '과소평가' 당하는 것이 안타깝다. 물론 배우에겐 흥행 성적 역시 아주 중요한 '평가 사항' 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배우의 연기를 보고, 깊어가는 눈빛을 보자. 영화 [집행자]를 보며 꽤 괜찮은 젊은 배우가 우리에게 있음을 깨달아보자.


적어도 내가 보기엔 윤계상은 지금껏 나무랄데 없을 정도로, 딱 윤계상만큼의 해맑음과 진중함으로 '배우' 윤계상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그의 건투를 빈다.

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