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홍철이 그동안 함께했던 [놀러와]에서 하차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동안 하차한다는 말은 있어 왔지만 이번에야 말로 노홍철이 공식적으로 [놀러와]에서의 하차를 결정한 것이다. 현재 노홍철은 가장 바쁜 예능인 중 하나지만 [놀러와]는 노홍철을 공중파로 이끌어 준 상징적인 프로그램이기에 이번 하차로 인한 노홍철의 감회는 새로울 것이다.


 노홍철은 하차를 결정하며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말을 남겼다. 이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노홍철이 [놀러와]로 주목 받았던 처음의 그 느낌을 더 이상 재현해 낼 수 없다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 많은 프로그램 중에서 [놀러와]에서의 하차 결정은 어쩌면 노홍철에게 필연적인 것일 것이다.  노홍철은 [놀러와]에서 하차할 수 밖에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린 것이다. [놀러와]는 노홍철을 만들었으나 노홍철은 더 이상 [놀러와]에서 이전같은 활약을 할 수 없게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노홍철, [놀러와]하차 결정 필연적이다.


사실 노홍철과 [놀러와] 는 각별한 인연을 자랑하는 사이다. 케이블 TV에서 이름을 알리던 노홍철을 전격적으로 공중파에 데뷔시킨 프로그램이 바로 [놀러와] 이며, 노홍철의 가공할만한 입담을 전국적으로 알린 것 또한 [놀러와] 이기 때문이다. 이 또한 유재석과 김원희의 편안한 배려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일이었겠지만 어찌되었든 [놀러와] 에서 보여줬던 노홍철의 특이한 캐릭터는 그대로 한국 예능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노홍철이 아니었다면 찰스, LJ, 김나영 같은 비호감 캐릭터의 등장은 아마 5~6년은 늦춰졌을 것이다.


[무한도전] 으로 스타덤에 오르고 이리저리 바쁘게 활약하는 와중에서도 노홍철은 [놀러와] 와 꾸준히 호흡했다. 박명수, 조혜련 등 난다긴다 하는 패널들이 왔다갔다 하는 사이에도 노홍철은 굳건히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이는 [놀러와] 에 출연한 패널들 중 노홍철이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보여줬음을 증명하는 방증이다. 실상 역대 [놀러와] 에서 노홍철만큼 유재석-김원희와 대등한 입담을 과시한 패널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그러나 '퀵마우스' 로 입담을 과시하던 [놀러와] 의 노홍철이 어느순간 입을 닫아버렸다. [놀러와] 가 아무리 게스트 위주로 진행된다고 해도 몇 번 웃는 리액션으로 한 회 방송분을 날려버리는 노홍철의 모습은 대단히 낯설다. 유재석-김원희 같은 메인 MC가 여전히 건재한 상황에서 언제든지 게스트의 토크 사이사이에 끼어들만한 여력이 충분히 남아있는데도 노홍철은 대부분 '꿔다 놓은 보릿자루' 처럼 앉아있다. 패널의 본분을 지키면서도 게스트와 끊임없이 대립하고 부딪히며 토크 분위기를 고조시켰던 과거의 노홍철은 지금 [놀러와] 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12월 4일 <헤럴드 경제> 에서는 "집단 MC체제 붕괴할까?" 라는 제목에서 '[놀러와]의 노홍철 같은 존재감이 떨어지는 MC들도 방송사의 구조조정 대상일 것.' 이라며 노홍철의 부진을 꼬집었다. 실제로 노홍철이 개편 칼바람을 맞지는 않았지만 [놀러와] 에서 펼쳐지는 예상 외의 행보는 다소 이해하기 힘들었다. [놀러와] 에서 노홍철이 과묵해 진 원인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노홍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캐릭터' 다. 그는 캐릭터로 움직이는 MC이며, 캐릭터로 상징되는 MC다. 과거 [놀러와] 에서 노홍철이 빛났던 것도 그 요상스러운 캐릭터 때문이었으며, 쉴틈 없이 대립구도를 이뤘던 박명수와의 앙숙 관계가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무한도전] 이래로 돌아이 캐릭터가 완성된 이후에 그는 [놀러와] 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캐릭터를 확대 재생산하며 패널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캐릭터와 그 캐릭터와 부딪히는 구도가 있는 한 노홍철은 언제 어디서든 웃음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굉장한 플레이어였던 것이다.


노홍철이 패널로서 가장 눈부신 활약을 보였던 때에 그의 곁에는 '박명수' 라는 또 다른 캐릭터 MC가 존재했었다. 박명수는 끊임없이 노홍철에게 "근본 없는 놈" "길바닥에서 주워 왔더니..." "야! 노랑머리!" 등의 멘트로 노홍철의 캐릭터를 서포트했고 노홍철은 그런 박명수에게 "저 형이 늙어서 저래." 라는 대꾸를 하며 확실한 대립각을 세웠다. 양 극단의 캐릭터가 불꽃 튀게 싸우는 상황에서 노홍철이 눈에 띄는 패널로 자리매김 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노홍철 자신만의 전형적인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최근 [놀러와] 가 고수하고 있는 양분 된 집단 MC 체제는 노홍철의 이러한 장기를 원천 봉쇄 해버린 컨셉트다. 컨셉트가 서로 다른 구조 속에서 캐릭터를 움직이는 것은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며, 패널이 계속 바뀌는 도중에 대립구도를 만들어 내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다. 


 노홍철이 '과묵' 해진 이유는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시스템 자체가 그를 뒷받침 해주지 못하는 측면이 크다. 그러나 노홍철 본인 역시 이제는 캐릭터 MC에서 벗어나 보다 상황을 관망할 수 있는 연륜있는 방송인으로 또 한 번 성장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무한도전][골미다] 같은 '캐릭터 쇼' 야 상관이 없지만 [놀러와] 와 같은 토크쇼에서 캐릭터를 지나치게 활용하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노홍철은 앞만 보고 달려 온 재능있는 방송인이지만 그 반대로 이미지가 다소 고착화 되어 빼도 박도 못하는 '노홍철' 본연의 캐릭터에 갇힌 측면도 있다. [놀러와] 에서의 부진이야 시스템 자체가 변모하면 금방 벗어날 수 있는 슬럼프겠지만 남아 있는 방송인생을 살펴 볼 때 조금씩 이미지와 컨셉트를 유연하게 만드는 노력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게 했던 것이다. 


 노홍철은 결국, [놀러와]에서 존재감 없는 캐릭터로 변모하면서 더 이상 노홍철 다울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어떤 의미에서는 노홍철이 그만큼 성장했다는 뜻일지도 모르나, 다른 의미로는 노홍철의 장점이 제대로 발현되지 못하고 묻혀버림으로써 노홍철의 '열정'에 대한 의문마져 들게 했다. 


 지금 노홍철의 하차 결정은 오히려 반갑다. 부디, 초심을 잃지 않고 다시 처음 TV에 등장했던 그 자유분방함과 명랑함으로 자신만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 날을 기다려 본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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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anianiani.net BlogIcon 아무 2010.01.07 09: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노홍철 파이팅! 입니다그려.. ㅎㅎ

  2. S 2010.01.07 13: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거 혹시 전에 쓰셨던 글 아닌지? 하차결정에 관한 몇 코멘트 외에는 예전에 읽었던 그대로인데....

  3. Favicon of http://www.itavema.com.br/agile.url.aspx BlogIcon chevrolet agile 2012.07.03 04: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이것은 정말 좋은 게시물되었습니다. 생각에서 나는 또한 이렇게 서면으로 보관하고 싶은데요 - 시간과 좋은 기사를 만들기 위해 실제 노력을 복용하지만 무엇을 말할 수 .. 많이 procrastinate없이 수단으로 뭔가를 끝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