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신] 이 여전히 순항 중이다.


탄탄한 원작을 기본으로 배우들의 열연과 제작진의 노력 덕택에 [공부의 신] 은 꽤나 재밌는 드라마로 탄생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러한 인기에도 불구하고 [공부의 신] 에 관한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간접광고 논란부터 잘못된 교육을 설파한다는 것까지 하나부터 열까지가 모두 논란거리다.


그런데 이 드라마, 논란의 대상이 되기에는 너무 아깝다.





물론 [공부의 신] 이 보여주는 '교육의 실체' 는 얼핏 봐서 매우 위험하기 짝이 없다. 천하대를 가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일류대를 가서 세상을 바꾸라는 김수로의 말은 철저한 현실 논리에 기반을 둔, 정확히 말하자면 사회에서 통용되는 진정한 교육과는 거리가 먼 발언임에 분명하기 때문이다. [공부의 신] 에 알게 모르게 거부감을 느끼는 것도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게다가 [공부의 신] 에 등장하는 병문고라는 고등학교의 현실은 대한민국 교육계의 현실을 완전히 바닥까지 추락시켜 표현한 상징적 공간이다. 기존의 교사들은 모두 무능력자이며, 그저 돈만 밝히는 속물로 설정해 놓은 극단성은 [공부의 신] 논란을 더더욱 가열시켰다. 공교육의 현실을 '엉망' 으로 표현하면서, 동시에 일류대를 가야만 한다는 사교육의 현실을 '이상' 으로 설정하는 것이 과연 진정한 "공부의 신" 이 맞느냐는 지적은 분명 타당하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이러한 수많은 논란 속에서도 욕먹기 참 아까운 드라마다. 표현하는 방법이 너무 직설적이어서 거부감이 들기는 하지만 그 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면의 가치는 결코 가볍거나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공교육에 대한 무조건적 비판과 일류대 제일주의에 불과한 것 같지만 진정으로 [공부의 신] 이 보여주고 있는 것은 '인간' 그 자체다.


[공부의 신] 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삶에 지쳐 있는 인물들이었다. 가난에 지치고, 부모에 지치고, 성적에 지치고, 일에 지치고, 욕망에 지치고, 이기심에 지치면서 제대로 된 자존감 하나 없이 그저 눈 앞에 있는 이익만을 좇는 '못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이들 앞에 '천하대' 라는 목표가 생기면서 이들의 인생이 달라졌다. [공부의 신] 의 천하대는 일류대가 아니라 그들이 살아가는 목표, 그 자체가 됐다.


무능력하고 말썽꾸러기였던 아이들은 처음으로 스스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깨닫게 됐다. 19살이라는 어리지 않은 나이에 이리저리 휘둘리며 철부지 노릇만 했던 특별반 아이들이 이제는 어떤 고난에도 굴복하지 않는 끈기와 은근을 갖추고 아주 멋있게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는 모습은 [공부의 신] 이 보여주고자 하는 진짜 가치다.


그들은 천하대라는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 속에서 좌절하는 법을 배우고, 극복하는 법을 배우며, 용서하는 법을 알고, 서로를 이해하는 법을 깨닫게 됐다. 아이들을 사랑하기는 했지만 다소 무능력했던 배두나는 아이들과 함께 목표를 향해 달려가면서 유능하면서도 가슴 따듯한 교사로 거듭나고 있고, 돈 밖에 모르던 오윤아는 그들이 달려가는 모습을 보며 진짜 교사로 성장하고 있다. 이건 정말 놀라운 변화다.


[공부의 신] 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중요시 하는 것은 그들이 추구하는 '일류대' 라는 결과지만 진정 이 드라마가 주목하는 것은 그것을 추구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 속에서 어른이 되기 직전의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어떻게 서로를 보다듬으며 앞으로 나아가는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공부 요법만 보여주는 쓸데 없는 드라마" 라는 어떤 이의 혹평은 너무 가혹해 보인다.


[공부의 신] 은 서서히 '변화' 하는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아주 괜찮은 드라마다. 특별반 아이들의 열정과 변화를 바라보며 한수정이 변했고, 장마리가 변하고 있으며, 병문고 선생님들이 변하고 있다. 착하고 온기 어린 마음가짐을 찾아가며 자신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 인지 알아가고 있는 이들은 그래서 특별하고 멋있다.


오늘 장마리는 특별반 아이들의 열정에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마음으로 응원하게 됐다. 강석호에 대한 분노 때문에 어리광을 부리기는 했지만 그녀는 역시 진정한 교육자였다. [공부의 신] 이 보여주고 싶은 것은 바로 이러한 찰나의 '인간미' 아닐까. 우리, 이제 [공부의 신] 의 '천하대' 말고 '인간' 을 보자. 아주 아주 아름다운 인간이 보일테니까.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