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면 구제불능이라고 봐야 한다.


일본이 우리나라가 독도에 설치하고 있는 종합해양과학기지 설치를 중단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고 한다.


우리 땅에 우리가 건물을 짓겠다는데 웬 간섭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조용한 외교도 외교지만 '따끔한 한 마디'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최근 김장훈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반대하며 독도에서 콘서트를 열겠다는 발표를 해 큰 화제를 모았다. 과거 독도 문제에 큰 관심을 보이며 여러가지 캠페인을 진행했던 그는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지진은 지진이고, 독도는 독도다." 라며 단호한 입장 표명을 서슴지 않았다. 일본 우익에게 협박까지 당할 정도로 열정적인 그의 '독도사랑'은 수많은 후배 연예인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그러나 사실 연예인이 김장훈처럼 독도 문제와 같은 민감한 문제에 대해 '소신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일본에서 인기를 모으는 한류스타나, 일본 활동을 진행해야 하는 연예인들 같은 경우는 더더욱 이런 이슈를 피해가려 하는 경향이 강하다. 자칫 말을 잘못 했다가 일본에서의 연예 활동에 역풍을 맞을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렇듯 스타가 '입'을 여는 건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고 용기가 필요하다. 뱉은 말에 책임을 져야 하고, 행동 하나하나의 후폭풍을 온 몸으로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2005년, 일본 기자회견에서 예고 없이 벌어진 허준호의 '독도 사건'은 굉장히 신선하고 의외의 것으로 느껴진다.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을 가감없이 표출한 행동과 말에 통쾌하기까지 한 느낌까지 든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2005년 5월, 배우 허준호가 뮤지컬 [갬블러] 홍보 차 일본으로 건너갔을 때의 일이다. 허준호는 드라마 [올인]이 막 일본에서 방영되면서 얼굴이 꽤 알려졌을 뿐 아니라, 일본 내 팬층도 꽤나 형성된 상태였다. 배용준, 이병헌 만한 한류스타 급은 아니지만 당시 일본 언론은 허준호의 방일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올인]의 그가 온다" 는 표현을 쓸 정도였다.


허준호 스스로 "한류열풍이라는 말이 뭔지를 제대로 실감했다"고 말했을만큼 일본 언론의 분위기는 과열되어 있었다. 뮤지컬 [갬블러]가 일본에서 한일 공동 기자회견을 연 것만 봐도 허준호의 방일이 얼마나 큰 이슈거리였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그런데 재밌는 사건 하나가 [갬블러] 홍보 기자회견장에서 일어난다. 이른바 허준호 '독도발언' 사건이 터진 것이다.


한창 허준호를 비롯한 뮤지컬 출연 배우들이 화기애애한 홍보 기자회견을 하고 있을 때쯤, 한 일본 기자가 벌떡 일어나 이런 질문을 던진다.


"허준호씨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최근 한일간에 독도 문제가 큰 이슈가 되고 있는데요, 거기에 대해 대한민국의 스타로서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으신지 궁금하네요."


일본 기자의 쌩뚱맞은 질문에 장내는 쥐죽은 듯 조용해졌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도 썰렁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뮤지컬 홍보 기자회견에서 독도 문제와 같이 정치사회적인 질문을 하는 것은 상식상 예의에도 어긋날 뿐더러 그럴싸한 답변을 기대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허준호의 입장에서는 바른 말을 해도 손해, 얼렁뚱땅 넘어가도 손해인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아마 이 일본 기자의 의도 역시 이런데 있을 것이다. 일부러 대답하기 힘든 질문을 의도적으로 던짐으로써 가십거리를 만들고 꼬투리를 잡아 일을 부풀리는 것이 일본 황색 언론의 특징 아닌가. 애당초 그 기자는 독도에 대한 허준호의 생각이 궁금한 것이 아니라, 허준호의 당황하는 말과 표정을 포착해 기삿거리를 만드는데 그 목적이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 바로 여기서 일어난다. 질문을 받은 허준호가 갑자기 의자에서 일어나 질문을 던진 일본 기자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간 것이다. 출연진과 제작진, 한일 기자들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일본 기자 앞에 다가간 허준호는 다짜고짜 그 기자의 볼펜을 확 뺏어버렸다. 얼떨결에 자기 볼펜을 뺏긴 기자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멍해져 있는 순간, 허준호가 이런 말을 한다.


"기분이 어떠세요?"


볼펜을 빼앗긴 기자가 느끼는 감정이 곧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에 대한 대한민국의 감정임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허준호는 독도는 우리땅이다라는 말을 하지 않으면서도 일본 기자에게 '통쾌한 한 방'을 날림으로써 기자회견장 분위기를 한 번에 반전시켰고, 질문을 던진 일본 기자는 얼굴이 홍당무가 된 채 "미안합니다. 볼펜을 돌려주세요." 라며 연신 사과했다고 한다.


이를 지켜본 한국 기자들은 당시 상황을 "말 그대로 폭풍전야였는데 허준호가 너무 멋있게 일을 처리했다. 진짜 멋있었다." 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허준호는 말 한마디로 독도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그 누구보다 멋지게 표현한 것이다.


6년 전, 한 기자회견장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여전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은 6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독도에 대한 야욕을 숨기지 않고 있고 더 나아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교과서를 편찬하는 등 본격적인 '독도 분쟁'에 나서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차분하고 냉정한 태도 뿐 아니라 허준호가 보여준 것과 같은 단호하고도 확실한 태도다.


예전부터 정부는 일본과의 관계를 의식해 독도 문제에서만큼은 '조용한 외교'를 고집해 왔다. 물론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조용하고 소란스럽지 않게 이 사건을 처리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 '조용함' 속에 체계적인 외교, 단호하고 곧은 의지, 흔들리지 않는 소신, 모든 것을 포기하더라도 독도를 반드시 지키겠다는 신념이 반드시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이것이 보이지 않는 조용함은 그저 나약하고 무능력한 대응에 지나지 않는다.


허준호는 요란하게 자신의 의지를 설명하거나, 독도에 대한 신념을 피력하는 것이 아닌 절제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을 통해 일본 기자에게 제대로 된 '한 방'을 먹였다. 우리에게도 지금 허준호가 보여준 그런 자세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의 자존심이 걸린 이 문제에 대해 조용함 속에 숨겨진 '단호한 한 방'을 일본에게 보여줄 차례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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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redtop.tistory.com BlogIcon 더공 2011.04.07 00: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몰랐던 내용인데..
    읽는 순간 속이 확 풀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2. Favicon of http://blog.naver.com/hangonioi BlogIcon 잇콩콩v 2011.04.16 19: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속이다 시원하네요^^짱짱장

  3. 속이 다 후련해지네요 2011.04.20 23: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루한 글솜씨라 코멘트를 다는 것도 무척 고민됩니다만
    글 쓰신분도, 허준호씨도 정말 멋지십니다.
    오랜만에 통쾌해지네요

  4. 멋지다 말이필요없다 2011.08.13 13: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지다 말이필요없다

  5. 굳~ 2011.09.28 23: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고 갑니다~

  6. 메아리 2012.02.02 17: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도 오늘 처음 알았네요 허준호 다시 보입니다.하는 모두 다 잘 되길 바람니다 멋지세요 굿~~~

  7. 나나나난 2012.02.02 19: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처음 알았던 사실. 허준호씨 멋진 구석이 있으십니다. 아휴 이런 재기발랄함 왜 이런 것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 갸우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