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이 6억원대 소송에 휘말렸다.


2009년 사업 론칭을 위해 정모씨에게 빌린 6억원을 하루 빨리 채무 변상하라는 소송인데, 액수도 액수지만 구설에 시달리는 모습때문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이번 사건을 통해 신동엽은 하루도 편할 날 없는 '신동엽 수난시대'가 계속되고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명예도 잃고, 사람도 잃는 잔인하고 혹독한 '신동엽 수난시대' 말이다.


2005년 유-강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기 전까지 대한민국 TOP MC는 누가 뭐래도 '신동엽'이었다. 나오는 프로그램마다 30%대의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했고, 하는 말마다 족족 이슈가 될 정도로 MC로서 신동엽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은 대단히 독보적이었다. 그의 대표작인 [신장개업][러브하우스][해피투게더][두남자쇼][헤이헤이헤이][맨투맨] 등은 신동엽이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신동엽의, 신동엽에 의한, 신동엽을 위한 프로그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는 익살맞은 표정과 타고난 재치, 번뜩이는 순발력과 센스, 본능적으로 몸에 배어있는 유머러스함을 무기로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프로그램 전반적인 완급조절과 게스트를 리드하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거의 원맨쇼와 같은 프로그램 장악력은 어디에 갔다놔도 빛을 발했다. 당시 신동엽은 방송사 PD가 함부로 대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인기와 흥행력을 자랑하던 대한민국 예능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랬던 그가 흔들리고 있다. 아니, 흔들리다 못해 무너지고 있다. 철옹성 같이 느껴지던 '신동엽 신화'는 굴욕적인 '신동엽 수난시대'로 변질된지 오래고, 국민적인 인기를 구가하던 대중성도 유-강은커녕 이경규의 뒷꽁무니도 못 따라갈 정도로 쇠락했다. 2006년 서서히 균열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5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재기의 발판조차 마련하고 있지 못하는 것이다.


신동엽의 가혹한 수난시대는 'DY 엔터테인먼트'부터 시작됐다. 신동엽은 서울예전 동기인 유재석, 김용만 등을 영입해 연예기획사인 DY 엔터테인먼트를 출범시켰다. 당시 방송가에서 막강한 파워를 휘두르고 있었던 그는 본격적인 연예사업에 뛰어들면서 "대한민국 예능계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야심찬 포부까지 밝혔다. DY 엔터의 주축 멤버만해도 유재석, 김용만을 위시해 노홍철, 이혁재, 송은이, 강수정 등 당대 최고의 기라성 같은 MC들이 모두 밀집해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야심차게 시작한 이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팬텀과의 인수합병, 디초콜릿(구 팬텀) 주식 확보, 회사 경영권 분쟁, 회계 비리 사건 등으로 상처를 입으면서 신동엽을 둘러싼 안 좋은 소문과 구설들이 하나 둘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런 소문들이 '익살맞고 귀여웠던' 신동엽의 기본 이미지와는 너무 어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경영권 문제를 두고 디초콜릿 측과 벌였던 치열한 진흙탕 싸움은 아무리 좋은 명분을 내세운다해도 그의 이미지에 먹칠을 한 사건은 분명했다.


게다가 이 시기 디초콜릿은 무리한 사업확장과 회계 비리를 통해 유재석, 김용만 등에게 6억에 가까운 출연료를 미지급하고 있는 상태였다. 신동엽만 믿고 소속사를 결정했던 유재석, 김용만은 그 한 순간의 선택 때문에 소속사의 제대로 된 지원조차 받지 못한 채 골머리를 썩어야 했고 신동엽과 소속사 측이 벌인 진흙탕 싸움의 최고 피해자가 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절친한 관계를 유지했던 신동엽과 유재석은 관계가 크게 악화되어 "오해를 풀어야" 될 정도의 소원한 사이가 됐다.


신동엽의 입장에서 보자면 사업도 제대로 못 해본데다가 유재석, 김용만 등 서울예대 인맥들도 대거 잃어버린 뼈아픈 실책이었던 셈이다.


더 불행한 일은 그의 수난시대가 사업 쪽에서만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05년부터 서서히 내리막을 걷기 시작하던 그의 인기는 2006년을 기점으로 전격적인 하락세를 기록하며 맡는 프로그램마다 족족 폐지시키는 '흥행부도수표'로 전락했다. [경제비타민][인체탐험대][대결 8대1][퀴즈프린스][오빠밴드][우리 아버지][샴페인][야행성] 등 그가 맡은 프로그램은 약속이나 한 듯 시청자들의 차가운 외면을 받았고 그 중에는 시청률 1%라는 굴욕적인 기록을 세운 프로그램도 있을 정도였다.


그의 패인은 트렌드를 제대로 캐치하지 못했다는데 있었다. 유-강의 시대가 도래한 뒤 대한민국 예능 트렌드는 급격히 '리얼 버라이어티' 쪽으로 흘러가게 됐는데 신동엽은 사업 쪽에 너무 많은 신경을 쓰다가 그만 트렌드의 흐름을 놓쳐 버리고 만 것이다. 프로그램의 정중앙에서 꼿꼿이 MC를 보는 '1인체제'에 익숙해져 있는 그에게 집단으로 움직이며 깨알같은 상황들을 끊임없이 펼쳐내는 리얼 버라이어티의 세계는 너무나 버거운 것이었고, 이는 곧 그의 추락으로 이어졌다.
 

유-강의 시대에서 그의 코미디가 '낡은 것' '올드한 것' '진부한 것' '지겨운 것'으로 인식된 데에는 트렌드를 읽어내 제때 변화하지 못한 신동엽의 치명적 실수가 가장 큰 이유를 차지하고 있다.


유-강이 주도하고 이경규가 날아다니는 현재의 예능판도에서 신동엽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한 때는 대한민국 예능 라인업을 좌지우지 했고 프로그램의 존폐를 결정할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자랑했지만, 이제는 끊임없이 변하는 예능 트렌드를 멍하니 바라보며 수동적으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것이 신동엽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는 직설적으로 말해서 그가 더 이상 매력적인 아이콘이 아니라는 것, 그의 코드가 대중에게 제대로 먹혀들어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추락하는 인기와 더불어 꼬여버린 사업들, 그리고 계속적으로 이어지는 끝없는 억대 소송은 신동엽을 바라보는 대중을 점점 지치게 만들고 있다. 대중의 사랑을 받는 연예인으로서 지금 그가 보여주는 작금의 현실은 치졸하고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특히 사람들에게 웃음을 전해줘야 하는 코미디언이라면 더더욱 이래서는 안 되는거다. 이는 20년 넘게 그를 사랑해준 대중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안타깝게도 신동엽은 사업을 시작하면서 친구도 잃고, 명예도 잃고, 그가 그토록 자랑하던 신동엽만의 개성 넘치는 코미디와 캐릭터도 모두 잃어버렸다. 돈은 조금 벌었을지 몰라도 그 돈을 벌기 위해 그가 치뤄야 했던 것들은 돈으로 차마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한 것들이었다. 차라리 그가 욕심을 버리고 방송에만 매진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치달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30년 동안 줄곧 정상의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MC 이경규는 롱런하는 비결을 "그 어떤 일을 하더라도 방송이 내 본업이고 천직임을 잊지 않는 것"을 제 1순위로 꼽았다. 신동엽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 딴 데 한눈 팔지 않고 과거 "안녕하시렵니까~"를 천진하게 외치며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걸 제일로 여겼던 개그맨 '신동엽'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 이것만큼 그에게 중요한게 과연 있을까.


그는 지난 20년 동안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다. 앞만 보고 달리다보니 주위의 친구들, 그를 지지하던 대중들, 스스로의 정체성을 모두 잃어버리는 우를 범했다. 지금이라도 멈춰서야 한다. 멈춰서서 주위를 정리하고 다시 한 번 전열을 가다듬는 '쉬어가는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어쩌면 그는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상실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그는 얼마나 더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얼마나 더 많은 것을 손해봐야만 이 '수난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을 생각을 할까. 하루라도 빨리 신동엽이 지긋지긋한 '신동엽 수난시대'를 끝내고 다시금 언제나 방송만을 생각하는 멋진 MC로 돌아올 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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