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민이 솔로 앨범을 발매하면서 여러 인터뷰를 동시에 소화하고 있다.
김종민의 인터뷰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1박 2일]에 관한 내용일 것이다.
그는 "아직도 [1박 2일]에서는 슬럼프" 라면서도 "엄태웅 합류로 부담감이 많이 줄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강호동이 많이 조언해 준다. 그에게서 많이 배운다."는 말도 덧붙였는데 실상 최근 [1박 2일]을 보고 있노라면 강호동과 김종민의 관계는 다소 '의미심장'하다.
강호동이 김종민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은 물론이요, 아예 '버린' 느낌까지 들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민이 과거 [1박 2일]의 주축 멤버로 활약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1박 2일]이 초기에 자리를 잡을 때, 김종민의 활약은 거의 독보적인 것이었다. 그는 [1박 2일]의 실질적 '에이스'로서 프로그램 전반을 종횡무진 한 유일한 캐릭터였다. 특히 김종민은 강호동과 함께 '톰과 제리'의 관계를 설정해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 내는데 천부적 소질을 가지고 있었다. 강호동이 분위기가 잘 안 풀릴 때마다 김종민을 전면에 내세운 건 그가 언제 어디서든 양질의 웃음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강한 믿음 때문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김종민이 입대를 한다고 했을 때 누구보다 아쉬워 했던 것은 다름 아닌 강호동이었다. '에이스' 김종민의 부재로 인해 자칫 프로그램의 전열이 흔들릴까 걱정했던 것이다. 그만큼 김종민은 [1박 2일]의 실질적 권력자이자 핵심인 강호동의 무한한 신뢰를 받고 있었다. 그가 제대하자마자 [1박 2일] 뿐 아니라 [스타킹] 등에 합류하며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손쉽게 예능 프로그램에 안착할 수 있었던 것도 김종민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강호동 파워에 힘입은 바 컸다.
그러나 예능 트렌드는 바뀌기 나름이고, 대중의 기호는 변하기 나름이다.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최고'였던 김종민의 예능감은 제대 무렵에 거의 바닥으로 떨어져 있는 상태였고, 특유의 어리바리 캐릭터도 식상하고 올드한 것으로 대중에게 받아들여졌다. 강호동의 전폭적 지지에 힘입어 비교적 쉽게 예능에 복귀한 그였지만 강호동의 기대와 달리 김종민은 예전의 김종민이 아니었다. 김종민이 활약하기엔 예능 판세가 그리 녹록치 않았다.
사실 강호동은 김종민이 [1박 2일]에 복귀할 때, "종민이 같은 경우는 예능감이 있으니까 3주면 완벽하게 프로그램에 적응할 것" 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강호동의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고 김종민의 방황은 1년이 넘도록 계속됐다. 매사에 소극적이고 주춤거리는 모습은 프로그램 내에서 김종민의 존재감을 더욱 미약하게 만들었고, 이런 악순환이 반복될수록 그는 프로그램에 융화되지 못하고 겉도는 캐릭터로 전락했다.
김종민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자, 강호동은 나름 많은 '시도'를 통해 김종민의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무진 노력했다. 처음에는 [무한도전] 정형돈 캐릭터처럼 "웃기지 못하는 캐릭터"를 부여하고자 했고, 이 캐릭터가 제대로 먹혀 들지 않자 여러가지 상황극을 만들어 그의 예능감을 끌어내 보려 했다. 허나 한 번 자신감을 잃은 김종민은 강호동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강호동의 기대에 부응하기엔 김종민의 캐릭터가 너무 많이 올드해지고, 예측 가능해져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강호동은 포기하지 않았다. 근 1년이 넘는 시간동안 틈만 나면 김종민을 위한 무대를 만들어줬다. 그에게 끊임없이 말을 시키고, 그의 캐릭터를 명확히 하고자 여러 에피소드를 부여했다. 이 때 터진 것이 바로 [1박 2일] '겨울산장여행' 편이었다. 강호동은 김종민과 손을 잡고 그의 분량을 확실히 뽑아내주는 한편, 과거 김종민을 독보적으로 돋보이게 했던 '톰과 제리' 캐릭터를 그대로 차용해 김종민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창출해냈다.
강호동은 노골적으로 김종민이 '배신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줌으로써 그가 상황극 속에서 자연스럽게 빛날 수 있도록 도와줬다. 프로그램의 밸런스 측면에서 보자면 강호동의 노골적 '김종민 밀어주기'는 그리 바람직한 것은 아니었으나 이 에피소드를 통해 김종민은 슬럼프를 벗고 예능감을 회복했다는 오랜만의 호평을 만끽할 수 있었다. 강호동이 치밀하게 짜 놓은 판세에 김종민이 신나게 논 셈이다.
문제는 이 다음부터다. '겨울산장여행'을 끝으로 강호동은 김종민에게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했다고 생각했다. "김종민씨가 드디어 부활했습니다!"라며 공개적으로 김종민의 재기를 선포한 강호동은 이제 김종민이 자신의 도움 없이도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으리라 판단하고 있었다. 허나 이는 강호동의 판단 미스였다. 김종민은 여전히 강호동의 푸쉬 없이는 주춤거리거나 소극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었고, 제대로 된 웃음 포인트를 잡아내지도 못했다. 강호동이 판을 짜주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것이 김종민 캐릭터의 비참한 운명이었다.
바로 이 무렵 김종민에 대한 강호동의 태도는 거의 '180도' 뒤바뀌게 된다. 과거 그는 김종민을 상황극의 가운데에 놓고 에피소드의 판도를 짜려고 노력했다. 허나 '겨울산장' 에피소드 이 후, 강호동은 '못 웃기는' 김종민을 웃음거리의 수단으로 만드는 한편 그런 분위기에 동조하는 다른 멤버들의 활약에 더욱 힘을 실어줬다. 가령 이수근이 김종민을 놀린다든지, 이승기가 김종민의 썰렁한 유머에 핀잔을 준다든지 하는 상황에 강호동이 더 주목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이건 김종민에게 있어서 '청천벽력'과 같은 상황이었다. 강호동과 같은 든든한 우군을 잃어버린다는 건 프로그램 내 적응이 더욱 쉽지 않음을 예고하는 것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호동은 '김종민 살리기'의 명분을 포기할만큼 한계상황에 도달해 있었다. 프로그램의 밸런스까지 망치면서 김종민 살리기에 나섰던 그였지만 1년여가 넘는 시간동안 지루하게 이어지는 '슬럼프' 탓에 메인 MC로서 일종의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내몰린 것이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격으로 [1박 2일] 새멤버로 엄태웅이 합류하면서 김종민에 대한 강호동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더욱 약화됐다. 엄태웅이 신선한 캐릭터와 개성을 바탕으로 예상 외의 활약을 보이면서 최근 강호동은 엄태웅 캐릭터 살리기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종민은 엄태웅 때문에 부담감이 덜해졌다고 안도했지만, 실상을 살펴보면 그는 엄태웅으로 인해 더더욱 주변부로 밀려나고 있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 강호동은 스스로 말하는 것처럼 '선택'과 '집중'에 강한 MC다. 잘하는 사람을 더욱 북돋아 줘서 그 사람으로 하여금 프로그램 전체의 분위기를 업그레이드 시키는게 강호동 진행의 특기이자 매력이다. 그런 그가 '못하는' 김종민을 1년 넘는 시간동안 굳이 어렵사리 끌고 가려 노력한 것은 누가봐도 파격적 은전이었다. 이런 측면에서 강호동이 짜놓은 판에서 실컷 뛰어놀지 못하고, 강호동이 억지로 주어준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것은 김종민이 저지른 실책 중 가장 큰 실책이었다.
이제 모든 것은 김종민의 노력에 달려있다. 강호동의 그늘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신만의 예능감을 찾아야 할 때가 도래했다는 이야기다. 아직도 슬럼프라고 '뻔뻔하게' 얘기하는 건 곤란하다. 이건 그를 믿어 준 강호동에게나, 시청자들게나 예의가 아니다. 시청률 격전지라고 불리는 주말 황금 예능타임에 제 값 받고 제 몫을 다하는 건 연예인으로서 최소한 지켜야 하는 도리다. 강호동만큼이나 시청자들도 김종민을 봐주는 것에 대해 한계점에 도달해있다.
과연 김종민은 언제나 이 지루한 방황을 끝낼 수 있을까. 이제 양단 간의 결단을 내릴 차례다. 정말 미친 듯이 몸 바쳐서 열심히 하든지, 그럴 자신이 없으면 쿨하게 그만 두든지. 강호동에게 버림받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이 시청자들에게 외면받는 것이라는 걸 김종민 스스로 반드시 깨달았으면 좋겠다.
TAG 1박2일, 강호동, 강호동 1박 2일, 강호동 김종민, 김종민, 김종민 1박 2일, 김종민 강호동 외면, 김종민 방황, 김종민 배신, 김종민 복귀, 김종민 슬럼프, 김종민 예능감, 김종민 컴백, 정형돈, 톰과제리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