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디너쇼 특집'은 정형돈의 원맨쇼나 다름없었다.


적재적소에 치고 빠지는 애드립과 예측 불가능한 행동들, 여기에 코믹한 노래실력까지 겸비한 정형돈은 [무한도전] '디너쇼 특집'을 '정형돈 특집'으로 만들며 엄청난 활약상을 펼쳤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대부분의 반응은 "정형돈 때문에 배꼽 빠질뻔 했다" 는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이처럼 2011년 들어 한국 예능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정형돈의 비중은 과거에 비해 훨씬 극대화 됐다. 일명 규라인을 통해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처음 발을 들여 놓은지 5년이 지난 지금, 정형돈은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만한 능력을 갖춘 '예능계의 유망주' 로 성장했다.


정형돈이 가는 길은 어디인가. 그는 지금 어디쯤 도달해 있나.


스탠딩 개그를 주로 하던 개그맨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들어오면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스탠딩과 버라이어티가 추구하는 지향점이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버라이어티 진출 초기, 정형돈이 버라이어티 쇼에 쉽사리 적응하지 못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반된 지향점의 위기를 그는 [무한도전] 의 '어색한 뚱보' 캐릭터로 극복했다. '웃겨야 하는' 곳에서 '웃기지 않는' 캐릭터를 들이댐으로써 오히려 역으로 시청자들을 공략한 것이다.


그의 이런 캐릭터 선정은 큰 성공을 거뒀다. 정형돈의 캐릭터는 노홍철과 하하로 대표되던 '정신 산만하고 시끄러운' 캐릭터들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시청자층을 공략했다. 이른바 '틈새시장' 에 적절히 끼어든 것이다. 정형돈의 캐릭터 선정은 시청자들의 기대를 부정하고 거부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다시 말하자면,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고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것을 통해 버라이어티 안착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정형돈의 성공은 -패션계를 넘어서- 21세기 대중문화 시장의 전반적 트렌드인 맥시멀리즘(화려한 디테일과 다양한 디자인) 대신에 미니멀리즘(단순하고 직선적 형태의 표현) 을 선점한 의외성에 있었다. 그의 존재는 맥시멀리즘 뿐 아니라 미니멀리즘을 선호하는 계층 역시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방송계에 다시 한 번 각인시켜줬다. 정형돈의 뒤를 이어 유세윤(상상플러스), 이수근(1박 2일) 등이 비슷한 캐릭터로 버라이어티 쇼에 등장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 기인해서다.


그는 [무한도전] 이 주도하고 있는 맥시멀리즘 경향에서 철저하게 '고독' 한 미니멀리즘의 상징으로 활약했다. 그것이 [무한도전] 내에서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의외의 반향을 일으켰고, 이러한 인기는 정형돈을 중심으로 한 미니멀리즘 경향이 예능계의 또 다른 트렌드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유재석의 말처럼 "정형돈의 캐릭터는 경향을 거꾸로 거슬러 올랐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던 아주 의외의 캐릭터 였던 것이다. 대중문화의 기본적인 본질이 어차피 '이윤 추구' 에 있는 것이라면, 전반적 추세를 벗어나 자신의 캐릭터를 대중에게 확실히 각인시킨 정형돈의 존재는 넘치고도 모자를 정도로 '남는 장사' 였다.


남들과 다른 경향을 추구할 때 비로소 성취 되었던 정형돈의 캐릭터 변주는 분명 파격적인 도전이고 모험이었다. 피카소가 유명한 건 그의 데생이 실물을 똑같이 그려서가 아니라 오히려 전혀 다른 시각으로 봐서였고, 앤디 워홀의 성공이 예술의 순수성을 대신 예술의 상업성이라는 파격에서 비롯되었던 것처럼 정형돈의 캐릭터도 맥시멀리즘과 미니멀리즘의 조화라는 '의외의 선택' 을 통해 빛을 발한 케이스인 것이다.


이는 과거 유재석과 강호동의 성공 전략과도 일맥상통하는 측면을 갖고 있다. 유재석과 강호동은 90년대 원하는 MC상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들이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 그들은 [공포의 쿵쿵따] 를 통해 예능계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내며 전설의 '유-강 시대' 의 개막을 예고했다. 정돈되고, 차분한 진행에서 왁자지껄하고 정신 사나운 캐릭터 쇼의 변모의 중심에는 바로 그들이 있었고, 유-강 라인의 지향점은 곧 21C 한국 예능계의 전반적인 경향이 됐다.


경향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경향을 창조하는 것으로 '국민 MC' 의 반열에 올랐던 유-강 라인처럼 정형돈 역시 경향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경향을 만들어 냄으로써 스스로의 길을 걸어가는 길을 택한 것이다.


[무한도전] 의 '어색한 뚱보', [우리 결혼했어요] 의 '막장 남편' 캐릭터에서 볼 수 있었던 것처럼 그가 걷는 길은 일반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전반적인 예능 캐릭터와는 구도를 완전히 달리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꾸준히 대중의 기대를 배신하는 의외성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높여가고 있고, 시청자 층을 장악해가고 있다. 정형돈의 성공 기반이 되었던 전략이 '反 경향' 이었다는 점에서 살펴볼 때, 이런 그의 움직임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정형돈의 또 다른 장점은 바로 녹록치 않은 '진행실력' 에 있다. [무한도전][꽃다발] 속에서 웃음 포인트를 적절하게 짚어내고 그것을 극대화하는 정형돈의 재능은 상당히 눈부시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프로그램의 흐름을 쫓아가는 것도 버거워 했던 정형돈이지만 이제는 그 실력이 일취월장해 적절한 포인트를 짚고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프로그램의 흐름을 예리하게 파악하고 있는 셈이다.


유재석은 [택시] 출연 당시, "만약 내가 [무한도전] 에 없다면 형돈이가 진행을 할 것." 이라는 말을 통해 공식적으로 정형돈의 진행 실력을 인정하기도 했는데 [무한도전] '체인지' 편에서 볼 수 있듯 정형돈은 정돈형 MC와 돌격형 MC의 장점을 골고루 가지고 있는 재능 있는 '신세대 MC' 임이 분명하다.


유재석-강호동 투 톱 시대 속에서 그들의 후계자로 가장 어울릴 만한 사람이 바로 정형돈인 이유도 캐릭터와 MC로서의 재능이 여타 다른 동기들보다 훨씬 월등하기 때문이다. 신봉선, 유세윤 등이 여전히 패널이 어울리는 반면, 정형돈은 이제 제법 MC로서의 모양새도 갖춰가고 있다.


게다가 정형돈은 [무한도전] '디너쇼 특집'을 통해서 웃음 포인트를 생산하고 직접 끌고 가는 재능도 폭발적으로 과시했다. 안정적인 진행능력과 웃음 포인트를 짚어내는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전면에 나서서 자신감있게 분위기를 리드한 것이다. 과거 '어색한 뚱보'였던 그는 점점 진화된 모습을 갖춰 '미존개오'로 성장했고, 유-강의 장점을 폭넓게 소화해내는 차세대 1등 MC로 자리매김했다.


지금껏 정형돈은 가장 정형돈다운 방식으로 스탠딩 코미디언이 어떻게 차세대 MC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줬고 누구도 도전하지 못했던 새로운 캐릭터로 예능계의 신기원을 이룩하며 시청자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무도 정형돈 명품가방 보러가기(클릭!)*


정형돈은 버라이어티 쇼에 '무모한 도전' 을 하던 지난 시간 동안 수 많은 프로그램의 부침을 맛보며 지금까지 성장했다. 그리고 그는 그 시련의 과정 속에서 이경규, 신동엽, 유재석, 이휘재 등 동시대 내로라 하는 최고의 MC들과 호흡을 맞추며 자신만의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미덕을 보여왔다. 그것은 결코 '재미없다, 있다' 로 좌지우지 될 정도의 가벼운 것이 아니기에 더욱 의미있는 '길' 이었고 '도전' 이었으며 '끈기' 였다.


유재석이 인정한 것처럼 유-강 시대의 뒤를 이을 차세대 후계자로서 지금 정형돈에게 남겨진 몫은 그리 가볍지 않다. 의외의 캐릭터와 색다른 트렌드의 창조로 인해 성공할 수 있었던 그는 이제 경향을 쫓아가는 동시에 새로운 경향을 주도해야 하는 새로운 도전의 길목에 놓여 있다. 지금껏 해왔던 그 성실함과 묵묵함이라면 그는 차세대 MC의 선두주자로서, 유-강라인 '제 1의 후계자' 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충분히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몇년 뒤, 우리는 TV에서 '정형돈 시대' 를 지켜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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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굿뜨입니다 2011.05.01 13: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읽어봤습니다. 논리정연하게 정말 정리잘하셧네요. 평론가신가요??
    정형돈의 시대가 얼마남지않은건 동의할수밖에없겠네요~ ㅅㅅ 어제방송은 정말레전드였죠.

  2. kimn05132 2011.05.01 21: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난 형돈이가 노래하는거 보다가 웃겨서 미치는줄 알앗는데

  3. 샛길이가 2011.05.02 14: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디 광고를 중간에 링크로 끼워 넣고 질러벨이야.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저도 이번 무도 보고 정형돈 실력에 감탄했어요. 똑똑해서 이제 어디 갔다 놔도 잘 할 것 같네요.

    광고 질러벨로 넣지 마라. 읽는 사람 기분은 지금 이 리플 보는 것 같다.

    글 정말 잘 쓰시네요. 블로그 즐겨 찾기 추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