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가 점점 더 완벽해지고 있다.


출연 가수들이 꾸미는 무대 하나하나가 말 그대로 황홀지경이다.


그 중에서도 이번 주 2위를 차지한 이소라의 '넘버원' 무대는 그야말로 온 몸에 소름이 돋는 전율을 선사한 무대였다.


대중가수의 무대가 '예술의 경지'에 오르는 찬란한 순간을 우리는 그 순간 목격할 수 있었다.


[나는 가수다] 재도전 파문이 일었을 때, 김건모 만큼이나 지탄의 대상이 됐던 사람이 바로 이소라였다. 당시 그녀가 했던 말들은 숱한 패러디 대상이 됐고 MC 자질 논란도 겉잡을 수 없을만큼 제기됐다. 게다가 이 사건으로 인해 김영희 PD가 퇴진하고, 김건모가 자진 하차하면서 이소라의 거취 역시 불투명해졌다. 그녀가 [나는 가수다]에 다시 합류한다는 것 자체가 요원했던 상황이 만들어 진 것이다.


그러나 이소라는 "책임을 다하겠다"며 다시 MC 자리로 돌아왔다. 그러면서 "잘못한 것에 대한 용서는 노래로 구하겠다" 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결국 이소라 스스로 시청자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는 곳은 오직 무대뿐이며, 용서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음악뿐임을 인정한 것이다.


그런 그녀가 8일 드디어 '일'을 냈다. 그야말로 전율에 가까운 무대를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선곡부터가 의외였다. 전혀 이소라와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노래, 바로 보아의 '넘버원'이었다. 보아의 대표 히트곡인 '넘버원'은 일본과 한국에서 동시에 대히트한 댄스곡이다. SM 냄새 물씬 나는 곡 분위기에 보아의 격정적인 댄스가 어우러진 '넘버원'은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이소라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소라가 이 곡을 완벽하게 재해석했다. 원곡의 느낌과 분위기는 해치지 않으면서 '넘버원'이 가진 색다른 매력을 뽑아내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놀라운 것은 이소라가 기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스타일 대신 완전히 다른 창법으로 이 곡을 소화했다는 것이다. 데뷔 20년이 넘은 가수가 자기 자신의 공고한 틀을 깨고 혁신적인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일이다.


이소라가 대단한 점은 이렇게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추구하면서도 그 변신을 전혀 이질적이지 않게 관객에게 보여줬다는 사실이다. 이건 보통 내공으론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동안 켭켭이 쌓아올린 탄탄한 무대 경험과 실력이 아니었다면 아마 '넘버원'이라는 곡이 이만큼 깜짝 놀라게 변신할 수는 없었을터다. 그녀의 곡 해석능력과 무대 매너는 그 누구도 감히 폄하할 수 없을만큼 절정의 기량을 자랑하고 있었다.


특히 이소라의 노래를 들으면서 가장 깜짝 놀란 것은 '넘버원'이라는 노래가 이렇게 처연하고 아름다웠는가 하는 거였다. 이소라의 무대는 '넘버원'의 노랫말을 놀라우리만큼 정확하고도 소름끼치는 감성을 담아 뽑아내고 있었다. '넘버원'을 수 백, 수 천번 들어온 나였지만 그녀의 넘버원은 충격 그 자체였다. 비유하자면 미처 살피지 못한 새로운 경지의 어떤 곳을 그제서야 발견한 느낌이랄까.


"가끔 잠든 나의 창에 찾아와 그의 안불 전해 줄래, 나 꿈결 속에서 따뜻한 그의 손 느낄 수 있도록" 이라는 가사가 그토록 처연한 가사인지, "어둠속에 니 얼굴 보다가 나도 몰래 눈물이 흘렀어" 라는 그 유명한 첫 구절이 그토록 황폐하고 처절한 느낌을 담고 있는 말인지 이소라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 한 명의 대중으로서 그런 경험을 하게 해준 그녀에게 정말 말로 다할 수 없는 고마움을 느낀다.


이소라의 이번 무대는 '예술의 경지'에 올라있었다.


이소라는 자기 파괴, 자기 혁신, 자기 발전이라는 세 가지 대명제 아래 넘버원이라는 곡을 완벽하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해석했으며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그 곡이 가지고 있는 새로운 가치와 색깔, 가능성을 강렬하게 관객에게 선사했다. 그녀가 1위를 했건, 2위를 했건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소라가 자신의 음악 색깔을 '창조적' 으로 '파괴'했다는 점에서 이 무대는 TV 음악프로가 선사할 수 있는 가장 서프라이즈한 하나의 장면으로 기록될만 하다.


음악은 위대하다. 그리고 그것을 표현해내는 음악가 역시 위대하다. 이소라는 [나는 가수다]를 통해 이 시대 가장 위대한 가수이자 창조적-혁신적 뮤지션임을 그 스스로 증명해보였다. 문득 궁금해진다. 이 위대한 여가수가 어디까지 진일보하고 발전할 수 있는지. 그 발전의 발걸음 한 자욱, 한 자욱이 얼마나 뚜렷하고도 놀라운 족적을 남길지 말이다.


우리는 자랑스럽게도 '이소라의 무대'를 함께 할 수 있는 이 시대, 이 시간에 살고 있다. 이소라의 무대를 오랫동안 같이 볼 수 있기를. 그녀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것 자체를 축복으로 여기는 대중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라본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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