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모으고 있는 [무한도전] 가요제 특집이 본격적으로 방송되기 시작했다.


오늘은 각 팀원들의 만남과 교감을 주 에피소드로 펼쳐냈는데 그 중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길과 바다였다.


길과 바다는 '주말예능'에는 어울리지 않는 지극히 '다큐'스러운 모습으로 주목을 받았다. 일부에선 지나치게 감정적이었다는 비판도 있지만, 있는 그대로 가감없이 자신들을 드러내며 음악을 성취해 내는 모습이 나쁘게만 보이지 않았다.


특히나 길이 만든 멜로디에 특유의 음색으로 맛깔나게 노래를 부른 바다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 볼만한 가치가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인터넷에서도 바다의 개인사 뿐 아니라 노래실력에 대해서도 칭찬과 격려의 박수가 쏟아지기 시작하고 있다.


현 상황을 보노라니 생각나는 인물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옥주현이다.


바다를 거론할 때에 'S.E.S' 라는 걸그룹을 빼 놓고는 그녀를 제대로 평할 수 없다.


그녀의 존재감은 S.E.S 때 가장 빛났고, 그녀의 이미지는 S.E.S 안에서 완성됐기 때문이다. SM 이수만 사장은 S.E.S에게서 평범한 걸 그룹의 소녀성을 소비하기 보다는 한 발자국 더 나아간 여성 그룹의 자존심을 발견하고자 노력했다. 적어도 해체를 결정하기 직전까지도 S.E.S는 섣부르게 섹시 컨셉트를 추구하거나 허무하게 소모되고 마는 이미지를 소비하기 보다는 날이 갈수록 완벽해지는 커리어 우먼
의 이미지를 간직했다.


S.E.S의 다소 신비스러운 이미지는 리드보컬 바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S.E.S의 앨범 전체를 아우르는 영향력을 보여줬던 그녀는 싫든 좋든 S.E.S 음악적 상징이었다. S.E.S가 아이돌이었음에도 아이돌답지 않은 평가를 얻을 수 있었던데에는 바다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음악적 소화력에 힘 입은바 컸다. S.E.S는 바다가 있었기에 얼굴만 예쁜 그룹으로 남지 않을 수 있었다.


이는 옥주현도 마찬가지였다. 바다가 SES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절대적이었듯, 옥주현 역시 핑클 앨범 내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절대적이었다. SES와 달리 핑클은 일회적이고 소모적인 대중적 음악을 자주, 많이 발표하는 스타일이었다. 자칫 수준이 미달될 수 있는 앨범들 내에서 옥주현은 최상의 노력으로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내는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


옥주현의 노래실력은 타 멤버들을 압도하는 실력이었고, 결과론적으로 핑클이 출시한 대부분의 앨범과 음악은 옥주현에게 많은 부분을 빚지고 있었다. 대중적인 인기도는 이효리와 성유리가 엎치락 뒷치락이었지만 앨범 완성 공헌도 면에서 적어도 옥주현은 독보적 위치를 차지했다. 1세대 여성 아이돌의 리드보컬로서 바다와 옥주현이 확고한 자기 영역과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적어도 그 시대에 그녀들만큼 '노래 잘하는' 이들도 드물었기 때문이다.


'여성 아이돌' 그룹의 '리드보컬'이라는 비슷한 운명을 타고난 그녀들은 솔로 활동에서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솔로 앨범은 크게 성공하지 못했지만 뮤지컬 계로 진출하고 나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데 성공했다.


옥주현은 [아이다]를 시작으로 [캣츠][몬테크리스토 백작][브로드웨이 42번가][시카고][아가씨와 건달들] 등 대형 뮤지컬에 연이어 여주인공 역할을 꿰차며 단숨에 뮤지컬계 신성으로 발돋움했고, 바다 역시 뮤지컬의 황제 남경주와 호흡을 맞춘 [페퍼민트]를 시작으로 [노트르담 드 파리][미녀는 괴로워][브로드웨이 42번가][금발이 너무해] 등에 출연하며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슷해 보이던 그녀들의 운명이 2011년 확연하게 갈리고 있다. 바로 TV 프로그램 복귀를 둘러싸고 생긴 일련의 '엇갈린 선택' 때문이다. 옥주현과 바다는 TV 프로그램 복귀 방안으로 당대 가장 '핫'한 프로그램을 선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옥주현은 2011년 최고의 논란거리인 [나는 가수다]를 선택했고, 바다는 국민 예능인 [무한도전]을 선택했다. 누가 뭐래도 최선의 선택이라고 밖엔 할 수 없다.


하지만 결과는 완전히 상반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옥주현은 데뷔 이래 최고 위기라 할 정도로 안티팬들의 지속적인 공격을 받고 있는 반면, 바다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이고 훈훈한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당대 가장 인기있는 프로그램에 얼굴을 드러내는 전략을 동시에 구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들의 운명은 이렇게 극명히 '엇갈리게' 된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옥주현은 '과유불급'이었고, 바다는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가수다]에 옥주현은 어울리지 않는 그릇이었다. 옥주현이 출연하기엔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대중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져 있었고, 그 기대치를 채우기엔 옥주현의 네임밸류가 그리 '세지'않았다. 이건 아주 치명적인 문제였는데 그녀는 이를 간과했다.


[나가수]는 A부터 Z까지 음악성으로 승부를 봐야하는 프로그램이다. 출연하는 가수들의 면면만 봐도 이는 단번에 드러난다. 이소라, 박정현, 윤도현, 김범수, 임재범, BMK 등은 대한민국 최고의 싱어송 라이터들이다. 대중음악 분야에서는 거의 '신'급의 경지에 다달아 있는 인물들이다. 이에 비해 옥주현의 커리어는 보잘 것 없었다. 정덕현의 말처럼 옥주현은 감히 '신들의 영역'에 발을 들여 놓았다. 논란을 자초한 셈이다.


옥주현은 [나가수] 출연으로 너무 많은 것을 이루고자 했다. 욕심이 과했다는 이야기다. 가수로서 인정을 받고 싶었다면 차근차근 자신의 음악과 방향성을 대중에게 설명해야 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었는데 그녀는 [나가수]로 모든 것을 '정면돌파' 하고자 했다. 솔로 활동 이 후, 가수와 뮤지컬 배우 사이에서 갈지자 행보를 보이며 제대로 된 정체성조차 보여주지 못했던 그녀가 [나가수]에서 레전드 급 가수처럼 행동할 때 대중이 느끼는 이질감은 생각보다 극대화 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비해 바다는 대중에게 큰 거부감을 주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음악적 도전을 성취 할 수 있는 영리한 방법을 선택했다. 옥주현처럼 전면적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 아니라 [무한도전]이라는 테두리 내에서 음악적 성숙과 발전을 대중에게 보여주는 방향을 선택한 것이다. 여기에 길이라는 뛰어난 뮤지션과 함께 작업을 하게 된 것도 행운이라면 행운이다. 대중성과 음악성을 모두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오늘 바다는 길과의 작업에서 크게 앞으로 나서지 않으면서도 길과의 음악적 교감과 상호 발전을 꾀하는 적당한 스탠스를 고수했다. 사실 길의 음악적 깊이나 역량은 바다가 넘어서기 힘들만큼의 완벽함을 갖추고 있다. 자칫 너무 나서거나, 그의 음악에 태클을 거는 듯한 행동을 했더라면 대중적인 반감을 샀을수도 있었을터다. 허나 그녀는 자신의 한계와 역할을 잘 파악하고 음악적 완성도의 측면에서 거의 전적으로 길에게 많은 부분을 양보했다.


대신 바다는 길의 충실한 음악 파트너로서,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친구로서 자신의 가치를 최대한으로 발현시켰다.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면서 특유의 음색과 개성이 담긴 노래실력으로 가수로서의 역량 역시 뽐냈다. 이건 절대적으로 바다의 본능적인 '자기 마케팅' 실력에서 비롯된 쾌거다. 옥주현처럼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도 은근히 빛날 수 있음을 바다는 [무한도전]을 통해 만천하에 증명해 보였다.


2011년 현재, 옥주현과 바다의 엇갈린 운명은 많은 부분을 시사해주고 있다. 옥주현이 너무 많은 욕심을 내 스스로를 함정으로 빠뜨렸다면 바다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적절한 자기 역할과 제어를 통해 보다 성숙한 대중 연예인으로서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이들은 어떤 식으로 이 '엇갈린 운명'에 대처해 나갈 것인가. 옥주현은 지금 맞이한 최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원하는대로 가수로서 가져야 하는 이미지와 자기 영역을 정면돌파 식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 바다는 길과의 작업을 통해 음악적 성숙을 꾀하는 한편, 취약점이었던 대중 인지도를 최대한으로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인가.


'엇갈린' 옥주현과 바다의 제 2라운드가 자못 기대된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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