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스파이 명월]의 한예슬 촬영거부 사건이 말 그대로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15일 결방이 확정된 가운데 한예슬이 미국으로 출국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촬영현장은 패닉에 빠졌다.
 

이렇게 되다간 16일 역시 결방할 수 밖에 없는 '최악의 상황'까지 치달을 수 밖에 없다.


한예슬의 촬영 거부의 가장 큰 원인은 연출을 맡은 황인혁 PD와의 갈등으로 알려졌다. 황 PD가 한예슬의 스케줄 조정 요구를 사실상 거부함으로써 한예슬과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13일 지각사태와 14일 촬영거부로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단 이야기다.


이처럼 배우와 감독은 가장 가까우면서도, 때론 가장 먼 사이다. 일이 잘 되면 그 누구보다 든든한 동료지만, 조금만 틀어져도 서로에게 날을 세우는 적이 되기 때문이다. 배우와 감독. 감독과 배우. 그 치열한 '전쟁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보자.

 


"내 비중 책임져!" 김정은 vs 김재형

2002년 [여인천하] 촬영 당시 故 김재형 PD와 배우 김정은의 갈등은 각종 언론의 큰 관심을 받았다. '능금' 역으로 출연 중이던 김정은은 극 중 배역의 비중이 너무 낮다며 언론을 통해 불만을 쏟아냈고, 김재형 PD는 "그런 이야기를 언론에 흘리느냐" 며 역정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정은은 굴하지 않고 영화 [재밌는 영화] 촬영을 이유로 드라마에서 하차하고 싶단 이야기를 꺼내 김재형 PD를 기함하게 만들었다.


김재형 PD는 "능금 역할은 시간이 갈수록 아주 중요한 역할이 될 것" 이라며 김정은을 설득했지만, 끝내 김정은은 드라마 하차를 결정하며 [여인천하]와 결별했다. 이에 격분한 김재형 PD는 "김정은이 참으로 한 치 앞도 못 보는 배우" 라며 독설을 퍼부었지만 김정은 측은 "대답할 가치가 없다"며 사건을 일축했다. 훗날 김재형 PD와 김정은은 갈등을 봉합하고, 관계를 회복했다고 전해진다.


"내 비중도 책임져!" 박상민 vs 김재형

재밌는 것은 [여인천하] 촬영 시절 김재형 PD와 갈등을 빚은 배우가 비단 김정은 뿐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주인공이었던 전인화, 강수연, 이덕화만큼 중요 배역으로 설정되어 있던 '길상' 역할의 박상민 또한 당초 시놉과 달리 점점 비중이 줄어들자 김재형 PD와 유동윤 작가에 하차를 통보했다. 한 회에 3~4초 정도 나오는 배역을 연기한다는 것이 자존심 상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김재형 PD는 "이번 드라마는 그렇다치고 다음 드라마에서 중용하겠다"며 박상민을 설득했지만 박상민은 결국 드라마 하차를 결정했고 [여인천하]에서 완전히 빠지게 됐다. 아이러니한 일은 김정은과 박상민이 [여인천하]에서 모두 하차했지만 그들의 비중이 워낙 적었다보니 차후 드라마가 진행 되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박주미가 임신을 이유로 드라마 하차를 통보 하는 등 [여인천하]는 유달리 배우와 감독 간의 갈등이 심했던 드라마로 기억된다.


"연장은 절대 불가!", 이미연 도중하차의 진실

김정은, 박상민이 극 중 비중 때문에 감독과 갈등을 겪은 경우라면 배우 이미연은 '연장문제'를 둘러싸고 제작진과 갈등을 겪었다. 2001년 방송을 시작해 30%대에 육박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드라마 [명성황후]는 20회 방송 연장 문제로 큰 내홍을 겪었다. 당초 100회로 예정되었던 이 드라마는 시청률이 잘 나오자 방송사 측에서 20회 더 연장하려 했고, 이에 타이틀롤 이미연이 즉각적으로 반발하며 파문이 확산된 것이다.


이미연은 "애초 계약 때부터 연장은 없다고 잘라 말했는데 이런 식으로 나오면 곤란하다"며 항명했고, 방송사는 "연장 방침은 이미 내부 결정사항이다" 라며 맞섰다. 결국 이미연은 "도저히 이 드라마를 할 자신이 없다"며 도중 하차를 선언해 [명성황후]는 방송 도중 타이틀롤이 변경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이미연에게 바통을 이어 받아 40대의 명성황후를 연기했던 배우는 최명길이었다. 


"감독 교체의 이유가 뭐야?", 고현정 vs 김철규

2010년 SBS 최고 히트 드라마 중 하나인 [대물]에서 고현정과 김철규 PD의 갈등 또한 유명한 일화다. 고현정은 [대물] 감독이 기존 오종록 PD에서 김철규 PD로 교체되자 "받아들일 수 없다" 며 촬영 중단을 선언해 김철규 PD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고현정은 PD와 작가 교체에 대한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있을 때까지 촬영에 나설 수 없다며 항명했고, 김철규 PD는 고현정과 충분한 대화를 가진 뒤에야 [대물] 촬영을 재개할 수 있었다.


훗날 고현정은 SBS 연기대상을 수상하면서 "나중에 오신 김철규 감독님. 그 때 환영해 드리지 못해서 죄송하다. 그 땐 그게 잘 하는 일인 줄 알았다. 마음에 두지 마시고 새해에는 당신에게도 행운이 갈 것 같다. 각 분야에 계시는 감독님들, 스태프들, 개인적인 얘기를 하면 소속사 식구들 고생 많았다. 마지막으로 차인표 선배님 감사한다." 며 김철규 PD에게 쿨하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현정 특유의 당당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강혜정, 10초 굴욕 속 숨겨진 갈등?

2011년 논란 속에 종영 된 드라마 [미스 리플리]에서 '10초 출연' 굴욕을 맛본 강혜정 역시 비중이 현격하게 작아진 원인에 제작진과의 갈등이 내재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7월 27일 <일요신문>은 [미스 리플리]의 당초 시놉은 강혜정을 주요 인물로 부각시키는 것이었으나 강혜정이 대본을 임의대로 수정해 연기하는 등의 행동 때문에 제작진에게 밉 보였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감독과 작가를 위시한 제작진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강혜정의 분량을 대폭 줄이는 한편, 조연이었던 김정태의 분량을 크게 늘려 작품을 다른 쪽으로 끌고 나갔다는 것. 강혜정은 점점 줄어드는 극 중 비중에 대해 "당황스럽다" 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작품에는 끝까지 참여하겠다"는 공식입장을 전달했다. 이 후 [미스 리플리]는 오락가락 전개 속에 혹평을 받으며 막을 내렸고, 강혜정은 드라마 종영파티에 참석하지 않아 항간의 불화설을 사실로 확인 시켜줬다.


강우석 "돈만 밝히는 송강호-최민식!" vs 송강호-최민식 "말 조심해, 강우석!"

영화계에서도 감독과 배우 간의 '갈등'은 비일비재하다. 특히 기억에 남는 사건은 바로 영화계 최고 파워 강우석 감독과 배우 송강호-최민식 간의 설전이다. 사건의 발단은 강우석 감독의 2005년 언론 인터뷰에서부터 비롯됐다. 강 감독이 인터뷰에서 송강호와 설경구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며 "배우들이 돈을 너무 밝힌다. 배우들 개런티가 높아서 제작에 차질이 생길 정도다" 라는 폭탄 발언을 한 것이다.


이에 송강호와 최민식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계 최고 어른이라는 강우석 감독의 경솔한 발언에 울분을 금할 길이 없다. 지금껏 온 몸이 부서져라 연기를 해 온 우리를 이런 식으로 대우하는가!" 라며 강 감독을 비난했고, 강우석 감독이 "내가 경솔했다" 며 한 발 물러서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사건이 종결된 이후에도 당시 영화계 빅3라고 불리던 송강호-최민식-설경구 중 설경구를 제외 한 두 배우에게만 강우석이 폭탄을 날린 이유가 두 배우가 자신의 영화에 출연하지 않은데 대한 앙갚음이란 이야기가 전해져 큰 화제가 되기도. 그래서인지 이 사건 이후에 강우석 감독의 영화에서 송강호와 최민식의 얼굴을 보는 것은 영영 불가능해져 버렸다.


곽경택 "배은망덕, 유오성" vs 유오성 "온 힘을 다했건만"

영화 [친구]의 환상콤비 곽경택 감독과 배우 유오성 역시 갈등을 겪고 영영 남이 되어 버린 경우다. 서로 영화 동지라 부르며, 영원히 함께 가겠노라고 호언했던 두 사람은 돈과 자존심을 둘러싸고 서로를 비난하다가 마침내 소송으로 맞서는 원수 사이가 돼버렸다. 사건은 두 사람이 손잡고 만든 두 번째 영화 [챔피언]의 광고를 둘러싸고 일어났다.


유오성은 "투자사(코리아픽쳐스)가 무단으로 영화 자료를 의류업체에 제공해 초상권을 침해했다"며 검찰에 고소했고, 곽 감독과 투자사는 "사전에 동의를 구했는데 지금 와서 다른 얘기를 한다"며 발끈했다. 처음엔 소송까지 안 갈 수도 있었다. 양측의 돈독한 관계로 볼 때 충분히 화해와 합의가 가능했다는 게 영화계의 관측이었다. 하지만 양측의 기(氣)싸움이 사태를 악화시켰다.


곽 감독 측은 "누구 덕에 스타가 됐는데, 배은망덕하다"며, 유오성 측은 "광고 섭외도 거절하면서 챔피언에 전념했는데 무시당했다" 며 서로를 비난했고 다툼은 감정으로 비화했다. 곽 감독이 고소당했던 사문서 위조 및 협박사건과 관련해 유오성은 "궁지에 몰리자 나를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려고 사기극을 꾸몄다"고 주장했고 곽 감독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펄쩍 뛰어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진 것은 물론이다. 


결국 곽경택 감독과 유오성의 두 번째 영화 [챔피언]은 내우외환에 시달리다 흥행에 실패했고, 두 사람의 콤비 플레이 역시 완전히 산산조각 나 버렸다. 이 후, 곽 감독은 곽 감독대로 유오성은 유오성대로 심각한 슬럼프를 겪으며 한동안 충무로에서 기나 긴 방황을 했었다.


이처럼 배우와 감독의 사이가 언제나 좋을 수 없다. 하나의 작품을 만들다보면 각자의 의견이 있을 수 밖에 없고, 때때로 의견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의견 충돌이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어야지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 위한 과정이어서는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한예슬과 황인혁 PD의 반목은 아쉬운 마음이 크다.


[스파이 명월]의 이런 소모적 논쟁은 그들을 지켜보는 대중에 대한 모독이고 결례다. 모쪼록 이번 사건이 '여배우 교체'라는 극단적 방법 외에, 양 측 모두 배려하고 양보하는 것으로 잘 마무리 되어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 방향에서 수습되길 기대한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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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동웅 2011.08.16 16: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누가 쓴 글인지 깔끔하게 잘 정리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