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명월] 사건이 진정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미국으로 출국했던 한예슬이 '귀국 후 복귀'를 선언하며 [스파이 명월]에 재합류 할 것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촬영 거부 사태는 일종의 해프닝으로 종결될 듯 하지만, 한예슬이 입은 타격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주인공으로서 무책임하게 촬영현장을 이탈하는 등 돌발행동을 일삼음으로써 시청자를 기만했다는 비난 여론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작금의 한예슬을 보노라니 그녀의 절친한 친구이자 라이벌인 김태희가 떠오른다. 비슷하게 시작했지만 완전히 다른 길을 걷게 된 두 여배우. 한예슬과 김태희의 운명을 가른 결정적 차이는 무엇일까.


한예슬과 김태희는 비슷한 면이 참 많은 배우들이다. 비슷한 시기, 비슷한 나이 또래로 연기 생활을 시작한 그녀들은 나름의 작품 활동을 펼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톱스타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 특히 한예슬과 김태희는 '광고시장' 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며 유명세를 떨쳤다. 엄청난 몸값에도 불구하고 대여섯개가 넘는 CF에 등장했던 그녀들은 출연하는 광고마다 대박 행진을 이어가며 광고주들이 가장 선호하는 CF 모델로서 명성을 쌓아나갔다.


그러나  CF, 화보, 패션 등을 통해 스타로서 그녀들이 누리는 빛나는 영광 뒤엔 언제나 '발연기' 라는 꼬릿표가 지겹게 따라 붙었다. 김태희와 한예슬은 데뷔 이래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꾸준히 이어나갔지만 배우로서 호의적인 평가를 받지 못했다. 예쁜 얼굴, 높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등장하는 작품마다 혹평을 들었고, 연기하는 캐릭터마다 낙제점을 받았다. 김태희에게도, 한예슬에게도 이는 크나큰 악재였다.
 

 


이 악재를 먼저 털고 일어난 것은 의외로 한예슬이었다. 한예슬은 홍자매의 [환상의 커플]에서 '나상실' 역할을 개성있게 소화해내며 로맨틱 코미디의 히로인으로 급부상했다. 연기는 여전히 부족했지만 캐릭터 소화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던 그녀는 배우로서 입지를 다지는 한편, 자유분방하고 당돌한 이미지를 확보하며 동년배 여배우들 중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한예슬은 '나상실' 캐릭터 하나로 모든 설명이 가능하다 할 만큼 [환상의 커플]은 '스타 한예슬'과 '배우 한예슬'을 동시에 완성시켜 준 절묘한 선택이었다.


이에 반해 김태희는 끊임없이 깨지고 넘어졌다. 한예슬이 2006년 [환상의 커플]로 대중적인 사랑을 한 몸에 받을 때조차 그녀는 배우로서 인정받지 못했다. 정우성과 주연했던 [중천], 설경구와 함께 한 [싸움]이 모두 흥행에 실패한데다가 2004년 야심차게 도전했던 드라마 [구미호 외전][러브스토리 인 하버드]가 모두 경쟁작에 패배하며 '흥행부도수표'로 낙인 찍힌 것이다. 게다가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연기력 논란은 '당대 최고 스타'라 불리던 김태희의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아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인생사 한 치 앞도 예상하지 못한다고 했던가. 이렇게 '한예슬의 판정승'으로 끝날 것만 같았던 한예슬과 김태희의 대결은 최근 전혀 다른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한예슬이 [환상의 커플] 이래 [용의주도 미스신][타짜][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등에서 변변치 못한 성적을 거둔 반면, 김태희는 [아이리스][마이 프린세스]로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06년 이 후, 배우로서 한예슬과 김태희가 받는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린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한예슬은 [환상의 커플]의 성공 이 후, 부족한 연기력을 독특한 이미지와 캐릭터로 보완하려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러나 [용의주도 미스신]은 "전형적인 한예슬표 연기"라는 혹평을 들으며 흥행에 실패했고 나름의 변신을 시도했던 [타짜]와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는 "부족한 연기력이 캐릭터를 망친다" 는 냉정한 평가를 받아야만 했다.


발성이나 발음 등 연기자가 가져야 하는 기본적인 것조차 체크하지 않은 듯한 그녀의 연기는 여전히 [환상의 커플] '나상실'에 머물러 있었고, 이는 도리어 그녀의 발목을 잡는 장애물이 됐다. 한 마디로 배우로서 진일보하지 못하고 줄창 제자리 걸음만 한 셈이다. 여기에 최근 벌어진 [스파이 명월] 촬영 중단 사건은 여배우로서 한예슬이 가지고 있는 기본 자질을 의심케 했다. 한 마디로 지금의 한예슬은 연기력, 흥행력, 책임감 모두에서 치명적 결점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방황하는 한예슬에 비해 김태희는 '정공법'을 택했다. 부족한 연기력을 보완하는 한편, 크나큰 단점이었던 흥행파워를 제고함으로써 연기자로서 발돋움에 성공한 것이다. 그 기폭제가 된 것이 바로 이병헌과 출연한 [아이리스] 였다. [아이리스]에서 물불 가리지 않는 액션연기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그녀는 "연기력이 많이 나아졌다" 는 호의적인 평가를 받으며 배우로서 처음으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놀랍게도 김태희는 대중에게 치이고, 관객에게 외면받고, 자신에게 실망하면서 대중이 본인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스스로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작품과 캐릭터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캐치해 냈다. 2011년 작 [마이 프린세스]는 그 깨달음의 과정 속에서 배우 김태희가 어깨에 힘 쫙빼고 내딛은 의미있는 첫 걸음이었고, 과정과 결과 역시 나쁘지만은 않았다. 이건 아주 고무적인 소식이다. 완벽한 연기라고 할 순 없지만 연기자로서 가지고 있는 드넓은 가능성을 발견케 한 셈이다.


그녀와 [흥부네 박 터졌네][마이 프린세스] 등을 함께 한 원로배우 이순재는 김태희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이번에 [마이 프린세스]를 하면서 만나보니 김태희가 전력투구를 다 하고 있더라. 그 추운 날씨에도 칭얼거리는 법도 없고 현장에서 푼수 노릇을 하면서 노력을 하고 있다. 이제 자기 목적과 의지를 찾은 모양이다." 한 마디로 여배우로서 책임감을 다하는 모습이 빛을 발하고 있단 이야기다. 여기에 이순재는 이렇게 덧붙인다. "김태희는 배우로서 성장 가능성이 아주 충만한 아이다."


한예슬과 김태희의 '운명'이 갈라진 결정적 차이는 바로 "자신의 일을 사랑하느냐, 사랑하지 않느냐" 에 있었다. [환상의 커플]의 성공 이래 별다른 고민 없이 제자리 걸음을 반복했던 한예슬과 달리 김태희는 깨지든, 혼나든 두려워하지 않고 작품에 달려드는 악바리 근성을 보여줬다. 김태희의 작품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견고한 측면을 자랑하는 것은 바로 연기자로서 인정받고자 하는 그녀의 소신과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스케줄이 너무 빡빡하고 힘들단 이유로 결국 촬영 거부를 하며 미국으로 도망갔던 한예슬과 추운 날씨에도 고생하는 스탭들을 위해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 메이커 노릇을 자처한 김태희. 이 두 여배우가 보여준 최근의 모습은 이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작품에 임하고, 어떤 태도로 시청자들을 대하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한예슬은 초심과 열정 모두를 잃은 반면, 김태희는 초심과 열정을 끝까지 견지한데서 그녀들의 차이가 벌어진 것이다.


2007년, [환상의 커플]을 막 끝내고 [용의주도 미스신]을 시작할 당시 <씨네 21>에서 한예슬을 인터뷰 한 적이 있다. 드라마 [환상의 커플]을 하기 위해 작가와 감독을 매일 찾아가 연기하게 해달라고 매달렸다던 그 때의 한예슬. 지금의 한예슬이 그 당시 인터뷰 내용을 되새겨 보며 스스로를 돌아보길 바랄 뿐이다.


-성격이 느긋해서 영화가 더 잘 맞지 않나.
=그런 건 또 없다. 드라마와 영화의 차이점은 없다. 직업이라고 생각하니까. 프로답게 일하고 싶으니까.


-프로답게 일한다는 게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
=맡은 역할을 책임감있게 해내는 거다.


-외부사정으로 그런 게 안 될 때도 있지 않나.
=그건 프로가 아니다.


-항상 그렇게 프로로 보이려 하나.
=어떻게든 그렇게 되려고 노력한다. 나에게 진짜 프로란 자기가 감당 못하는 일을 괜히 욕심내서 선택하지는 않는 사람이다. 모든 문제는 자기 그릇보다 큰일을 하다가 망치면서 시작된다. 나는 내가 딱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한다. 사실 옛날부터 잘 못하는 건 하기 싫어했다. 자존심이 세서 그랬던 것 같다.

지금도 내가 부족하면 그냥 숨고만 싶다. 사실 이건 프로정신이라기보다는 진짜 자존심에 가까운 게 아닐까 싶다. 사람이 좀 그냥 둥글둥글할 수도 있을 텐데 말이지. (웃음) 나는 못하는 건 아예 안 하거나 잘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고 만다. 그러나 일단 선택하면 엎질러진 물이니까 피하지 않는다. 죽기살기로 어떻게든 잘하고 싶은 거지.


-2007년, <씨네 21> 한예슬 인터뷰
"꼬라지 나상실의 용의주도한 변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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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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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www.ff.net BlogIcon 이건 아니지 2011.08.17 19: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예슬이 자기일을 사랑하는지 사랑하지 않는지... 마음속 들여다본 것도 아니고..촬영장 벗어난 것 그 사실하나만 가지고 한예슬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안다는 듯 추측하는 글이군요... 이건 아니네요... 비난 그만

  2. 2011.08.18 02: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선 조연배우도아닌 주연배우가 찰영현장을떠났다는거에는 욕먹어마땅하다고생각하지만 우리나라 드라마이현실또한 열약하니,,,,

  3. 에휴... 2011.08.18 16: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난 비교하는거 질색이던데.
    쓰신분도 님이랑 주변에잘된사람이랑 비교질당하면 기분좋나요?..
    한예슬이 지금나온사실만으로 봣을땐 잘못한건 정말 사실입니다.
    하지만 비교하는건 좀 그랫네요.

  4. 에휴... 2011.08.18 16: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생각하고 글쓰시는건지. 말은 번지르르한데. 기본이 없으니..

  5. 저는 이글에 동감합니다 2011.08.18 20: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솔직히 한예슬씨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예슬씨한테는
    배우라는 타이틀을 붙이기가 쫌 갸우뚱합니다..
    물론 제작사와 방송국 잘못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스태프들 말에 의하면 한예슬씨는 드라마 촬영 도중에
    자기 CF 촬영있다고 드라마 촬영 펑크 내면서까지
    결국 자리를 떠났습니다 반면 김태희씨는 저번에
    마이프린세스 촬영할 당시 송승헌씨와 함께 드라마 끝날때까지
    광고나 화보촬영을 다 미룬걸로 알고있습니다..
    여기서 차이가 나더라구요 배우라면 당연히 연기가
    최우선아닙니까? 게다가 김태희씨는 자기가 연기가 부족하다는걸
    잘알고계신거같더라구요...그걸 잘알고 한양대 최형인 교수님 밑에서
    연기를 사사받았다고 합니다..그러면서 아이리스 촬영 들어가면서
    자기 연기를 꼼꼼히 체크하시면서 자기 캠코더로 자신이 어떻게 연기를 하고있는지 찍으면서 연기공부를 했다고 하더군요...
    솔직히 한예슬씨도 이번 일 계기로 많은 비난을 받은건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김태희씨를 좀더 응원하고싶습니다..
    지금 열심히 노력하는 댓가가 훗날 꼭 잘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6. 꼬꼬맘 2011.08.20 21: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신이 연기가 안되어서 속이 많이 상해하며 우는 모습을 놀러와에서 보여줬던 김태희와 미국갔다가 귀국하면서 국민에게 사과는 커녕 훗날 자신이 한 행동을 알라주는 사람이 있을꺼라고 얘기하던 모습이 비교됩니다.
    김여진씨는 이런 한예슬에 대해 옹호하는것 같던데
    모든것을 다 놓고 은퇴할 계획까지 한 걸로봐선...
    자기일을 진정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