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 밤 중에 홍두깨라고 난데 없이 강호동-이수근의 불화설이 터졌다.


강호동과 이수근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사진이 인터넷상에 공개되자 두 사람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며 "혹시 싸우는 거 아니냐"는 설왕설래가 있었고, 이것이 언론까지 흘러 들어오면서 불화설이 터져나온 것이다.


한 때 [1박 2일]에서 최고의 파트너쉽을 자랑하던 강호동과 이수근은 왜 '불화설'에 휩싸인 것일까. 불화설 속에 혹시 다른 숨겨진 메시지가 있는 것은 아닐까.


불화설의 이유를 논하기 전에 이 불화설의 진위 여부부터 확실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불화설이 터지자마자 이수근 측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한 뒤, "쉬는 시간에 다소 삐딱하게 서서 이야기를 나눈 것을 이렇게 와전하면 곤란하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실제로 두 사람 사이에 수 많은 제작진과 시청자들이 있었고, 카메라까지 돌고 있는 것으로 확인 돼 이 불화설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불화설은 왜 터진 것일까. 사실 [1박 2일]에 아무 일도 없었다면 이 사진은 별 거 아닌 직찍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런데 현재 [1박 2일]은 시한부 종영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정상적인 상황이 아닌 상태에서 강호동과 이수근이 마주 보고 있는 사진은 마치 '싸우는 듯'한 느낌을 줬다. 결국 이 불화설의 발단은 [1박 2일]의 종영과 맞물려 있는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왜 하필이면 강호동과 이수근이냐는 것이다. 만약 이 사진에 서 있는 사람이 강호동-은지원이거나 강호동-김종민이었다면 '불화설'은 터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수근이기 때문에 불화설이 터져나온 것이다. 이는 [1박 2일] 종영을 앞두고 대중이 강호동과 이수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대다수의 시청자는 강호동을 [1박 2일] 종영의 주범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강호동의 하차 선언이 없었다면 [1박 2일]의 갑작스런 종영 역시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1박 2일]의 리더이자 정신적 수장인 강호동의 부재는 [1박 2일]의 존재 근거 자체를 뒤흔들었고, 결국 종영의 길로 이끌었다. 강호동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1박 2일] 종영의 책임에서 그는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이런 강호동과 달리 대중이 생각하는 이수근은 '피해자'의 입장에 서 있다. 지금의 이수근은 [1박 2일]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다. 그는 수차례 [1박 2일]에 대한 애정을 표해왔고, 죽는 그 순간까지 [1박 2일]에 출연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처럼 버라이어티 진출 초기부터 생사고락을 함께 해왔던 [1박 2일]은 이수근에게 예능 프로그램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랬던 그가 강호동의 하차로 인해 울며 겨자먹기로 [1박 2일]을 떠나게 됐다. 시청자들 입장에서 봤을 때, 이수근이야말로 [1박 2일] 종영의 최대 피해자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재 시청자들은 이수근을 자신들과 비슷하게 인식하고 있다. 한 마디로 동질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다. [1박 2일] 종영에 대한 서운함과 분노를 이수근에게 투영시키고, 그가 그것을 대신 표출해 줄것이라 믿고 있단 이야기다.


강호동과 이수근의 불화설이 터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박 2일] 종영에 있어 강호동은 최고 가해자다. 반대로 이수근은 최대 피해자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마주 보고 있는 사진이 예사롭게 보일리 없다.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사진 한 장이지만 대중은 이를 강호동-이수근의 불화설로 읽어냈다. 최대 피해자인 이수근이 최고 가해자인 강호동에게 '덤빈다'고 봄으로써 강호동에게 [1박 2일] 종영에 대한 책임을 묻고자 한 것이다.


결국 강호동-이수근의 불화설은 [1박 2일] 종영에 대해 대중이 품고 있는 분노와 서운함의 또 다른 표현이었다. 사진에 서 있는 이수근은 실상 이수근이 아니었다. [1박 2일]을 지키고자 하는 시청자 개개인의 '아바타'였으며 감정 이입의 대상이었다. 엄밀히 말해서 이번 불화설은 강호동과 이수근의 불화가 아니라 강호동과 시청자의 불화였던 셈이다.


평범한 사진 한 장에도 감정을 투영시키고 민감하게 반응할만큼 [1박 2일] 종영에 대한 시청자들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강호동이 [1박 2일] 하차를 장고 끝에 악수로 만들지 않으려면, 이런 시청자들과 어떤 식으로든 '화해'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강호동은 자신의 이름 앞에 수년간 명예롭게 달고 다니던 '국민 MC' 타이틀을 고스란히 반납해야 할 것이다.


이번 이수근과 강호동의 불화설은 강호동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컸다. 단순히 해프닝으로 웃고 넘길 문제가 아니라 강호동과 시청자 간의 감정의 골이 얼마나 깊게 패여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건이 됐기 때문이다. 과연 이 시대 가장 영리하다는 MC 강호동은 이번 [1박 2일] 종영의 책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비전과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을까.


확실한 것 한 가지는 지금 현재 시청자들이 강호동에게 느끼는 배신감이 예상보다 훨씬 크다는 것, 그리고 그 배신감이 쉽사리 씻겨 내려가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다. 강호동의 '각성'이 필요할 때다.
 
Posted by 비회원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