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머니>나<언프리티 랩스타>등으로 힙합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음악이 각광 받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일이다. 그러나 단순한 일회성 화제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인기를 지속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출연자들의 몫이 크다.
<언프리티 랩스타>에서는 난데없는 디스전이 등장했다. 디스란 상대방을 깎아내린다는 뜯의 은어다. <언프리티 랩스타>에서 출연진중 졸리브이가 타이미에게 독설을 내뱉으며 시작된 이 디스전은 프로그램 사상 최고의 화제를 몰고 왔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이 장면이 과연 그 둘의 향후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느냐를 두고 볼 때는 긍정적인 답을 내릴 수 없다.
힙합은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즐기는데서 그 의미가 있다. 그렇기에 서로간의 비방도 허용되고 다소간의 욕설도 인정된다. 자신의 생각으로 남을 비판하고 깔아뭉개는 것 또한 힙합이 가진 매력중 하나다. 힙합의 재미를 이끌어 내는데 ‘디스’라는 방법이 상당히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졸리브이의 ‘디스’는 힙합정신이라고 볼 수 없었다. 졸리브이는 처음부터 타이미의 과거를 걸고 넘어졌다. 타이미는 과거 19금 래퍼 이비아로 활동한 전력이 있었다. 그 당시 타이미는 소속사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수위가 높은 랩을 해야 했고 자신의 목소리 톤까지 바꿔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졸리브이는 그 과거를 집요하게 파고들며 타이미에게 ‘디스’를 선사했고 타이미도 이에 지지 않고 욕설과 외모비하로 맞서며 둘의 디스전은 과격화 되는 양상을 띄었다.
이번에 방송된 회차에서도 타이미와 졸리브이의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장면이 골자였다. 타이미는 “얼굴도 마주치기 싫다.”며 디스전을 거부했고 졸리브이는 “그럼 왜 나왔느냐.”고 반문했다. 대기실에서도 이런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졸리브이는 “나랑 마주치기 싫었으면 나오지 말았어야 한다”고 인터뷰했고 타이미는 “다 들린다. XXX"라며 욕설을 내뱉었다.
결국 둘은 제작진과 MC에 의해 살벌한 디스전을 다시 한 번 이어가야 했다. 둘 중의 누가 더 잘했고 잘못했고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이들이 사랑한다는 힙합이 정녕 자신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은 누군가에게 욕을 내뱉고 과거를 들추어 내 창피하게 만드는 것에 있느냐 하는 것이다.
물론 외국에서는 더욱 심한 욕설과 성적인 뉘앙스, 그리고 노골적인 디스도 만연 해 있다. 그러나 그런 외국의 힙합이 과연 한국 정서와 맞느냐는 지점에서 진지하게 고민이 필요하다. 누군가를 꼭 깎아내리고 더러운 말들로 채워 넣어야 하는 것이 힙합이라면 그것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자들의 음악이라기 보다는 열등감과 패배주의로 똘똘 뭉친 자들의 음악에 더 가까워 보이기 때문이다.
욕설과 비난을 통해 어느정도 힙합 정신을 피력할 수는 있지만 그것 또한 대중과의 공감대가 형성되었을 때 빛이 나는 법이다. 관심도 없는 어느 한 개인의 아픈 과거사를 들추어 내거나 날 때부터 정해진 외모에 관한 단편적인 비난에 지지를 보내는 대중이 많을 것이라는 착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것은 힙합이 아니라 소음처럼 느껴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그런 소모적인 욕 배틀을 통해 대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프로그램에서 벌어진 욕배틀은 단순히 그들 자체에 문제가 있지 않다. 화제성을 위해 그들의 싸움을 부추기고 그 욕설에 주목하게 만들도록 교묘하게 편집한 제작진에게도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힙합’이라는 것이 단순히 서로를 비방하기 위해 태어났다면 힙합 음악의 발전이 지금과 같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공유하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 힙합이다. 서로를 이겨보겠다고 쥐어 뜯으며 인신공격을 내뱉는 것은 굳이 힙합이라는 이름을 빌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들 감정의 골은 그들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그를 부추기고 서로에게 쏟아내게 만든 제작진의 어리석음이 아쉬워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