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 멤버의 탈퇴는 민감한 사안이다. 팬덤의 인기 속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 바로 아이돌 그룹이고 특히 국내에서는 멤버 전체의 조합을 하나의 집합체로 인식하여 멤버의 영입과 탈퇴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잦다. 특히 팬덤이 넓은 아이돌 그룹일수록 그런 경향은 짙어진다 할 수 있다.
걸그룹 소녀시대와 카라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몰이를 한 한국의 대표 걸그룹이다. 그러나 인기를 얻은 만큼 멤버 탈퇴나 교체의 잡음도 컸다. 여성 아이돌 그룹으로서 햇수로 9년이나 그룹을 유지할 만큼 오랜 기간 정상의 자리에서 군림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제시카의 탈퇴논란은 더욱 크게 불거질 수밖에 없었다.
제시카는 자신이 팀에서 강제로 ‘방출’당했다고 주장한 반면, 소속사측의 입장은 제시카의 사업으로 더 이상 소녀시대를 지속하기 힘들게 되었다는 입장이었다. 양측의 주장에 관해 누구의 말이 맞는가는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이후의 제시카의 행보는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제시카는 어쨌든 상처받은 팬들과 소녀시대의 이미지에 해를 입힌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했다. 그것이 그동안 그를 사랑해 온 팬들에 대한 예의였고, 연예인이라는 직업인이 가져야 하는 일종의 의무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제시카는 대중의 기대를 배반했다. 당연한 듯, 자신은 피해자라고 주장했으며 활동무대를 사업이 중점적으로 펼쳐지는 중국으로 옮겼다. 아이러니하게도, 처음부터 제시카의 입장은 한국 SNS계정이 아닌, 중국의 웨이보를 통해 전달되었다. 이후에도 제시카는 웨이보를 중점으로 활동을 펼치며 근황을 전했다. 논란이 일어날 당시에는 그가 런칭한 브랜드 네임을 수도 없이 노출하며 홍보가 아니냐는 시선을 받은 것도 물론이었다.
제시카의 사업가로서의 변신은 소녀시대를 근간으로 하지 않고는 불가능했다. 제시카가 중국등지에서도 인기를 얻는 스타였던 것은 소녀시대로 얻은 인기 때문이었다. 처음 만들어진 신생 브랜드가 중국이나 마카오 유수의 백화점에 입점할 수 있었던 까닭 역시, 제시카의 사업가로서의 수완이라기보다는 연예인으로서의 인기에 힘입은 바 컸다.
그러나 제시카가 간과한 것이 바로 이 점이었다. 소녀시대의 이름을 사업가로서의 발판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연예인으로서의 활동에 차질을 빚어서는 안되었다. 그러나 제시카는 어쨌든 그의 방출이 이익이 될 수 없음을 아는 소속사가 방출을 결정할 만큼 사업의 비중을 크게 만들었다. 연예인으로서의 본분을 지키지 않고 연예인이라는 지위만을 이용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사업도 연예 활동도 포기할 수 없다는 그의 입장은 이기적인 것처럼 느껴졌고 당연하듯이 중국에서 활동하는 제시카의 행동은 지지를 받을 수 없게 된 것이었다.
카라를 탈퇴한 강지영 역시 일본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지만 한국 대중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강지영은 학업과 연기자 활동으로의 전향을 위해 카라를 탈퇴하는 강수를 뒀다. 그러나학업 보다는 여배우로서의 변신에 더 초점이 맞춰졌다. 강지영은 한국보다 인기를 얻었던 일본에서 연기자로 데뷔했고 이제 강지영의 주요 키워드는 일본이 되고 있다.
강지영의 일본 여배우로서의 데뷔 역시 카라의 인기가 주효했다. 카라 출신이라는 이른바 ‘스펙’이 없었다면 강지영의 여배우 진출은 지금처럼 수월할 수 없었다. 아무리 유창하다 해도 한국인으로서 일본어로 연기하는 배우는 큰 역할을 맡기 힘들다. 그러나 강지영은 영화 <암살교실>에서 섹시한 여교사 역할을 맡으며 기회를 잡았다. 영화의 흥행 여부와는 상관없이, 일단은 배우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반응은 싸늘하다. 일본에서 호감을 얻는 방식이 ‘섹시’에 기댔다는 점도 그렇지만, 강지영이 만들어 낸 성과가 연기력이나 배우로서의 커리어보다는 카라라는 인기에 기댄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가수가 아닌 배우를 위해 그룹을 탈퇴한 강지영이 여전히 카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것은 카라로서 그를 지지했던 팬들의 마음을 돌릴만한 것이었다. 더군다나 한국이 아닌, 일본으로 활동무대를 옮긴 그를 위시한 기사는 사진집을 발간하면서 보여준 ‘파격 노출’이거나 ‘섹시한 여교사’등에 불과하다. 가수를 포기하고 배우로 전향하면서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 오로지 해외에서의 노출과 카라출신이라는 꼬리표 단 두가지에 기댄 것이라면 강지영이 카라를 탈퇴하면서 가지는 이미지 하락을 감수할 수밖에는 없다.
이런 모든 선입견을 극복하는 것은 오로지 강지영의 성과와 결과물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강지영이 ‘연기자’로서의 뛰어난 재능이 있는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그룹을 탈퇴하고 해외로 간 여자 아이돌들은 결국, 자신을 만들어주고 키워준 근간을 무시하고 그 이미지를 자신의 목적만을 위해 이용한 모양새로 비춰지고 있다. 과연 그들이 해외에서 한국의 인기를 바탕으로 얻은 인기를 다시 한 번 재현할 수 있을까. 그 여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