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리가 <왔다! 장보리>로 연기대상을 수상하고 차기작으로 어떤 작품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왔다! 장보리> 속 이유리는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혼신의 힘을 다한 연기로 시청자들의 뇌리에 각인되었다. 그동안 착하고 순한 맏며느리 상으로 각인되어 있던 이유리였기에 시종일관 소리를 지르고 악행을 저지르는 악녀 캐릭터로서 주목을 받은 것은 의아할 정도였다. 그러나 <왔다! 장보리>속 이유리는 누구보다 빛났고 누구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가장 높은 순위의 대상 후보로서 지명되었다. 그리고 결국 문자투표로 결정된 대상을 당연한 듯 거머쥐며 최고의 해를 맞이하였다.

 

 

 

그런 이유리가 케이블 드라마 <슈퍼대디 열>을 선택했다. 생각보다는 심심한 선택이었다. 일단 케이블은 아무래도 공중파보다는 차선 순위에 놓일 수밖에 없고, 드라마의 화제성이 뜨거울만큼 대작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유리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이 밝혀지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슈퍼대디 열>은 시한부에 걸린 싱글맘이 자신의 딸에게 새로운 아빠를 찾아주기 위해 벌이는 로맨틱 코미디다. 이유리는 차미래 역을 맡아 시한부 인생으로 한순간에 절망에 빠지는 까칠한 의사 역할을 맡았다.

 

 

 

차미래는 연민정과 완전히 분리되는 캐릭터라고 할 수 없다. 착하고 순수한 캐릭터는 처음부터 아니었다. 성공을 위해 남자 친구와 이별을 고하는 성격도, 100%가 아니면 제로라는 생각으로 의사가 되고서도 환자들에게 감정없이 “죽을 확률 백프로다”라는 말을 하고, 차미래의 실적을 떨어뜨리기 위해 실적을 조작한 후배에게 물고문까지 서슴지 않는다.

 

 

 

가끔씩 보이는 연기는 연민정 캐릭터와 완전히 동떨어졌다고 볼 수 없다. 성공을 위해 질주하고 차가운 표정으로 독설을 내뱉는 등 이유리의 연기 패턴에는 연민정을 떠 올리게 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유리는 차미래를 연민정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로 탈바꿈시키는데 성공했다. 그것은 바로 이유리의 연기의 디테일 때문에 가능했다. 이유리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환자의 절박함과 딸에 대한 모성으로 연민정을 벗어나는데 성공했다. 이유리는 그 때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감정의 포인트를 제대로 포착하여 시청자들에게 그 인물에 대한 공감을 불어 넣는데 성공했다. 드라마의 제목은 <슈퍼대디 열>로 남자 주인공인 한열(이동건 분)에 비중을 두지만 이 드라마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것이 바로 이유리다.

 

 

 

이유리는 <힐링캠프>에서 긴 세월동안 큰 인기를 누리지 못했던 지난 세월에 대해 이야기 하며 “그래도 영숙이면, 영숙이 이렇게 인물의 이름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 이름도 없는 단역 친구들에게는 그것조차 꿈일 것.” 이라고 말하며 긍정적인 성품을 보여주었다. 이유리는 각종 드라마와 김수현 사단을 거치며 더욱 단단하게 내실을 다졌다. 자신이 주목받지 못해도, 설사 그 역이 악역이라도 최선을 다해 연기하는 이유리의 모습을 대중이 알아봐 줄 때까지 이유리는 한 길을 달려왔다.

 

 

 

그 결과가 작년 <왔다! 장보리>에서야 폭발했다는 사실은 그래서 아쉽다. 이유리라는 좋은 연기자의 연기를 더 다양하게 감상 할 수 있는 기회가 그동안 많지 않았다는 것은 시청자의 입장에서 오히려 손해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슈퍼대디 열>의 이유리는 연민정과는 또 다른 얼굴로 시청자들과 만났고, 그 결과는 지금 ‘이유리 드라마’라는 수식어를 만들어 내며 다시 한 번 순항중이다. 이유리는 연민정으로 대상을 수상했을 당시 “인기라는 게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다. 좋은 스태프들과 연기자들 덕택에 이런 상을 받았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아쉽지만 연민정을 놓아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하며 그 캐릭터로 얻은 인기를 과거의 것으로 돌리고 현재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유리는 연민정에 매몰되지 않는 배우였다. 한 캐릭터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 다른 역할의 파괴력이 약해지는 배우들도 심심치 않게 발견되는 와중에 자신의 캐릭터를 정확히 이해하고 다시금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배우는 소중하다. 이유리가 바로 그런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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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프리티 랩스타>의 화제성이 올라간 것은 서로에 대한 폭로와 디스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치닫는 자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출연진들의 랩 실력에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없다면 불가능했다. 속을 뻥 뚫리게 만드는 랩실력을 겸비한 참가자들이 운율에 맞춘 랩을 속사포처럼 쏟아낼 때, 그들의 실력에 감탄하게 되는 포인트가 없이는 <언프리티 랩스타>의 본질적인 재미를 찾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언프리티 렙스타>는 경연 프로그램이고 누군가는 탈락하고 누군가는 우승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들의 랩에 공감할 수 없다면 이 프로그램의 근본적인 취지는 실패라고 할 수 있다.

 

 

 

방송직후 출연진중 하나인 치타의 음원 순위가 기하급수적으로 뛰는 등, 뛰어난 여자 래퍼들을 수면위로 띄웠다는 점에서 <언프리티 랩스타>는 긍정적인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서로에 대한 소모적인 디스와 실력 논쟁은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논란거리로 떠 오르기도 했다. 결국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타이미와 졸리브이가 탈락하며 문제는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파이널리스트에 뽑힌 래퍼들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아이돌 그룹 AOA출신인 지민에 대한 반감은 상당하다. 지민 스스로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AOA에 대한 욕을 먹게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자신의 위치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지민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약화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민의 발언이 <언프리티 랩스타>에서 그의 모습과 대치되는 지점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모순적인 일처럼 느껴질 수 있다.

 

 

 

지민은 아이돌이라는 거품을 걷어내고 진짜 실력으로 승부하겠다고 밝혔지만 그의 랩의 내용에는 그가 아이돌임이 빠지지 않는다. ‘억대 cf'나 ’외모‘에 대한 발언이 자주 등장하는 그의 랩에서 그가 아이돌을 지우기 위한 노력을 한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다.

 

 

 

물론 이는 먼저 받은 디스에 대항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상대방은 지민을 디스할 때, 그가 아이돌임을 집중적으로 공격한다. 그러나 지민이 그 자리에서 래퍼로서 인정받으려는 노력보다 아이돌로서 얻은 인기를 이용하려는 모습처럼 비추어 지는 것은 지양해야 하는 일이다. 힙합이 자신을 드러내는 장르라 할 때, 지민이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아이돌’ 이상의 장점을 캐치 하지 못한 것이 지민의 첫 번째 실수다.

 

 

 

문제는 이런 지민의 아이돌로서의 자부심을 부각시키는 실수를 심사위원 역시 했다는 점이다. 심사위원 중 하나인 산이는 “지민이 만세”라는 말을 뱉으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날 방송분의 탈락자가 타이미였다는 점, 그리고 지민과 키썸이 팀을 이루어 랩실력보다는 ‘미모’를 무기로 살아남은 뉘앙스를 주었다는 점에서 엄청난 논란이 쏟아졌고, 출연자중 하나인 제시는 “그렇게 (타이미를) 칭찬해 놓고 이건 말이 안된다”는 발언까지 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며 지민에 대한 논란은 증폭되기 시작했다.

 

 

 

아이돌로 주목받지 않겠다고 한 지민은 결국, <언프리티 랩스타>라는 제목과는 다르게 ‘프리티’ 한 자신의 외모를 부각시키고 결국 그런 장점으로 살아남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심사위원들의 칭찬 역시 ‘아이돌 치고는 잘한다’ ‘아이돌인데 신선하다’ ‘아이돌의 틀을 깼다’는 식의 아이돌임을 강조한 평가가 주를 이룬다. 다른 출연자들과는 평가에 대한 잣대 자체가 차이가 나는 느낌을 지워버릴 수 없는 것이다. 산이는 손가락 욕까지 사용한 지민에 대해 ‘(그렇게 까지 해야 하다니)마음이 아팠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인터뷰까지 내놓기에 이른다. 아예 다른 래퍼들과는 다른 선상에서 놓고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변명이 통하지 않게 되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설사 편애나 특혜가 사실이 아닐지라도 보여지는 모습 자체가 그런 그림으로 그려지고 있다면 지민에 대한 호감도가 결코 높아질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아이돌로서 평가받지 않겠다고 공공연히 선언한 지민이 결국 아이돌의 호감도로 살아남는다면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음은 당연하다. 단순히 아이돌이라는 가사를 랩 속에 집어 넣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그의 실력이 바탕이 되어 그의 승승장구가 공감을 얻었다면, 오히려 그 ‘아이돌’이라는 가사가 더욱 신선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지민은 아이돌 그 자체일 뿐, 래퍼로서의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한다. 세미 파이널에서도 아이언은 물론 백댄서들과 함계 꾸민 합동무대는 지민의 분량이 심각할 정도로 적어 다른 래퍼들과 확연히 비교되는 수준이었다. 아이돌이라서 꾸밀 수 있는 무대를 하고, 아이돌로서 살아남고 있는 지민을 과연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이미 인터뷰에서 밝힌 그의 의도와는 다르게 AOA는 그로 인해 비난 받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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