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예능은 남자의 영역이다. 유재석, 전현무, 정형돈, 김성주 등, 현재 프로그램을 다수 진행하고 있는 예능인들은 모두 남자고, <무한도전> <1박 2일> <런닝맨>모두 고정 출연진들의 비중은 남성에게 집중되어 있다.

 

 

 

 

예능 속에서 예능인이 아닌 일반인들이 주목받는 경우 또한 마찬가지다. <비정상 회담>의 외국인들도 최근 트렌드를 타고 주목받는 셰프들 조차 모두 남성이다. 여성 예능인을 내세운 <청춘불패>나<영웅호걸>, <무한걸스>등은 모두 성공적인 성과라 하기엔 애매하게 종영했다.

 

 

 

 

가끔씩 이국주나 장도연처럼 주목받는 여성 예능인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들이 흐름을 주도하지는 못한다. 한국 예능에서 여성 캐릭터는 ‘감초’에 가깝다. 여성 캐릭터들이 전면에 등장하는 <진짜 사나이> 여군 특집 조차 특집성이기 때문에 화제성이 높을 수 있다.

 

 

 

 

 


 

전문예능인이 아니라는 가정하에 예능에서 여성 캐릭터가 주목 받을 수 있으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그들이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만한 환경이 필요하고 둘째, 예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인물이어야 하며 셋째, 인기에도 불구하고 겸손하고 열심히 일해야 한다.  

 

 

 

최근 가장 이 여성 캐릭터를 잘 활용하는 것은 나영석 PD다. 나영석 PD는 <꽃보다 할배>에 최지우를 등장시켜 호평을 이끌어냈다. 최지우는 시종일관 예의 바르고 살뜰하게 할배 무리들을 챙기는 모습에 가산점을 얻었다. 더군다나 이서진과의 묘한 러브라인의 기류까지 포착해 내며 최지우는 <꽃보다 할배>에서 가장 눈에 띄는 존재가 되는데 성공했다.

 

 

 

 

 


 

 

이후 나영석은 <삼시세끼>를 통해 이런 여성캐릭터의 활용을 늘렸다. 최근 <삼시세끼>에 등장한 박신혜는 뛰어난 요리실력과 양대창을 공수해 오는 준비성, 착한 심성은 물론 옥택연과의 러브라인까지 모든 구색이 맞은 출연자였다. 사실상 박신혜가 예능감이 있는 캐릭터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삼시세끼>라는 형식 안에서 열심히 제 할 일을 다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내는데 성공했음은 물론, 예쁘기까지 한 그에게 호감을 느끼지 않기란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런 여성 캐릭터의 활용을 이은 것이 바로 현재 방영되고 잇는 <1박 2일>의 문근영이다. <1박 2일>은 ‘여자 사람 특집’을 통해 신선함을 불어 넣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것은 여성 캐릭터들이 드세고 서로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예의 바르고 서로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였기에 가능했다.

 

 

 

 


 

 

특히 문근영은 톱스타임에도 불구하고 게임에 열심히 참여하며 승부욕을 불태우거나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으로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보였다. 특별히 웃음을 창출할만한 언변이나 예능감을 보이지 않았지만 그가 자신을 내려놓고 <1박 2일>이라는 형식 안에서 완벽히 자신의 역할을 하면서도 시종일관 밝은 얼굴로 웃음을 잃지 않은 것은 문근영이라는 인물에게 호감을 느끼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이렇게 예능에서 이들이 호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인간적인 매력이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메인은 아니지만 감초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프로그램의 활력을 돋우는데 성공했다.

 

 

 

 

여성 캐릭터의 활용은 이렇게 가식을 벗고 자신의 민낯을 보여준 경우에 가장 빛을 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함정이 있다. 그들의 활용이 지속적일 수 없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여성 캐릭터들은 예쁘고 착하고 적극적이며 인간적이기까지 한, 완벽한 판타지의 세계에 갇혀있다. 이런 캐릭터는 분명 매력적이지만 지속적인 웃음을 창출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그들이 ‘특집’이나 ‘특별 게스트’라는 명목으로 단발성 출연에 그치는 것 또한 바로 이런 이유다.

 

 

 

 

물론 그들로 인해 프로그램의 분위기가 살아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톱스타의 이미지에 기대지 않고도 예능을 주도하는 여성 캐릭터가 없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과연 ‘감초’를 벗어난 여성 캐릭터의 활용은 언제쯤 가능해 질까. ‘남성적인’ 예능의 영역에 과감히 ‘여성 파워’를 보여줄 수 있는 예능의 출현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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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는 대세인 모양이다. <마이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서 넘치는 입담과 감각으로 시종일관 시청률 1위를 거머쥐며 심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더니 <한식대첩3>의 심사위원으로, <집밥 백선생>의 호스트로 출연한 것에 이어 <스타킹>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집밥 백선생>은 백종원이 없었다면 기획조차 되지 않았을 프로그램이고 <한식대첩>에는 이전 시즌에도 심사위원으로 출연했지만 주목도는 지금과 같지 않았다. <스타킹>에 출연해도 프로그램의 화제성과는 상관 없이 백종원의 발언등은 단숨에 기사화 된다. <마리텔>에서는 무려 5회 연속 1위였다. 새로 투입되어 2위를 차지한 마술사 이은결이 고정 패널이 될 경우, 백종원을 위협하는 다크호스로 급부상할 확률도 무시할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사실상 '백종원 브랜드'는 지나치게 강력하다.

 

 

 

 

백종원이 대세가 된 것은 '셰프 열풍'을 타고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그러나 백종원이 인간적인 매력을 보이지 않았다면 '백종원 열풍'은 불가능했다. 백종원의 키워드는 단지 셰프나 사업가에 있지 않았다. 설탕을 많이 넣는다는 비판에 뾰루퉁한 표정을 짓거나 신경쓰는 모습, 짜장면을 만들다 춘장을 태우는 모습은 그간 권위적이고 독설을 내뿜었던 셰프의 이미지나 수백개의 체인점을 소유한 사업가의 이미지와는 상반된 것이었다. 그는 일어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했다. 그러나 그 방식은 자신을 포장하고 실수를 감추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을 드러내고 실수를 내보이며 대중과 '소통' 했다.

 

 

 


 

<마리텔> 첫회에서 1위를 차지한 후, 홍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자 그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집사람은 착한 사람"이라며 아내를 사랑해 주십사 당부했다. 그는 사업가였지만, 로맨티스트였고 옆집 아저씨였으며 그 모든 것 위에 전문성을 지니고 있는 성공한 남자였다.

 

 

 

 

카레나 된장찌개, 김치찌개등의 평범한 요리를 만드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 <집밥 백선생>은 시청률 6%에 육박했다. 이것은 모두 백종원의 힘이다. 백종원의 캐릭터는 이제 브랜드가 되었고 친숙한 모습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식대첩>에서 해박한 지식을 뽐내며 식재료의 역사를 줄줄이 읊는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그는 겸손할 줄 안다. 그는 사람 위에서 군림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의 요리를 존중하고 자신의 위치를 낮출 줄 안다. 오히려 그의 이런 태도는 심사위원으로서의 자격을 더욱 부각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연복 셰프보다 자신이 밑이라 인정할 수 있는 담대함과 다른 사람이 만든 요리를 평가할 때의 신중함은 <마리텔>이나 <집밥 백선생>에서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내뱉으며 유머를 구사할 때와는 또 다른 얼굴이다.

 

 

 

 

물론 그가 이렇게 갑작스럽게 부각된 만큼 그의 잦은 TV 출연에 식상함을 느끼는 시청자들도 존재한다. 그는 캐릭터를 달리 하고는 있지만 '요리'라는 기본적인 콘셉트를 벗어날 수 없다. 내용이나 그의 화술이 겹치게 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그에 대한 수요가 많아질수록 그에게 지쳐가는 시청자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그를 활용하는 프로그램에 있어서는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아직은 백종원 브랜드가 유효하지만 그 브랜드의 부각은 영속적일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것은 그의 노력과는 상관이 없는 일이다. 그가 주목받은 이유는 '트렌드'에 그가 적합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예능인이 아닌 그의 방송 출연은 트렌드가 사라지면 자연스럽게 소멸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끝이 보인다 하더라도 백종원의 다양한 얼굴을 구경하는 것이 결코 헛된 일은 아니다. 그가 주는 즐거움을 즐기면 그 뿐 이다. 그 스스로도 방송활동에 집착한다고 생각할 수 없다.  그는 기본적으로 방송에 출연하지 않고도 충분히 성공한 사람이다. 그가 백종원 브랜드를 부각 시킨 <마리텔>은 젊은 층을 공략한 사이트 '아프리카 TV'의 형식을 가져왔다. 이미 50이 된 그가 의 젊은 층을 끌어 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의 선택은 계산과 이해가 바탕이 된 것이 아니다. 단순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의 매력이 그를 대세로 만들었다.

 

 

 


 

 그는 대중의 비위를 맞추려고 자신을 버린 적이 없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그는 매력적이다. 그는 언제든 지금 받는 주목을 내려놓고 제 자리로 돌아갈 준비가 되어 있다. 그 기간을 길게 하기 위해 대중의 비위를 맞추고 자신을 포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라는 사람은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성품을 지녔다. 마치 필연이기라도 한 듯, 그에게 모든 시선은 자연스럽게 옮겨간다.

 

 

 

 

 

불러 주면 그는 달려간다. 그러나 그렇지 않더라도 그에게는 상관없다. 다시 방송을 하지 않던 예전으로 돌아가면 그 뿐이다. 그 '내려놓음'이 그를 더 빛나게 한다. 언젠가는 백종원 열풍에도 끝이 있겠지만 아마도 그는 '대세'의 자리에 당분간은 머물러 있지 않을까. 끝이 두렵지 않은 그의 열풍을 보는 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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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무엇을 잘못했던 것일까. ‘셰프’ 맹기용에 대한 이야기다. 훈훈한 외모에 젊은 나이로 단숨에 주목 받은 그는, 어느새 TV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라디오 스타>에 출연한 것에 이어 대세 예능인 <냉장고를 부탁해>와 <나 혼자 산다>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그가 TV속에 자주 등장할수록, 그를 향한 비난의 수위는 높아졌다.

 

 

 

 

처음에는 그의 캐릭터에 그를 돋보이게 할 만한 이야기가 없다는 게 문제였다. 그는 받는 주목에 비해 셰프 경력은 너무 짧았고, 요리 자체보다는 외모나 스펙으로 주목을 끌었다. 실력이 검증되지 못한 그의 방송 출연은 그를 ‘요리사’ 보다는 ‘연예인’으로서 소비하게 만들었고 셰프이면서도 연예인으로서 소비되는 그의 이미지는 비난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만들어 낸 요리 또한 문제였다. 비난의 시작이었던 꽁치 샌드위치 ‘맹꽁치’를 비롯하여 그가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만든 요리들은 모두 날선 비난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되었다. 처음에는 “셰프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요리”라는 비난이 주를 이루더니 다음 요리에는 “너무 안전하고 쉬운 요리”라는 비난이, 그 다음에는 ‘레시피 표절논란’으로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과거 다른 방송에서 선보였던 요리들도 ‘수준 이하’라는 이유로 비난을 받기에 이르렀다. 

 

 

 

 

이 중 레시피 표절논란은 생각보다 논란이 커지게 되었고 맹기용이 표절한 것으로 의심되었던 레시피를 올린 한 블로거는 “표절이 아니다”라는 해명까지 했다. 이에 오히려 동정론이 고개를 들기도 했다. 그러나 맹기용이라는 사람 자체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진 것은 아니었다.

 

 

 

 

급기야는 맹기용의 어머니가 인터넷에 글을 올려 ‘금수저 논란’을 해명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만큼 맹기용에 대한 비난의 수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가열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맹기용의 자질 논란에서 시작된 이 비난은 나중에는 맹기용이라는 사람 자체에 대한 비호감으로 변질되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방송출연을 감행하는 그에 대한 비호감지수가 상승함에 따라 비난을 위한 비난이 터져나왔다.

 

 

 

 

요리는 물론 창작의 영역이기도 하지만 기존의 레시피를 적절하게 이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 셰프라고 하여 언제나 새롭고 신기한 요리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요리를 먹는 사람의 만족도다. 맹기용은 실제로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김풍과 박준우 기자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지만 이는 ‘상대가 너무 쉬웠다’ ‘맹기용을 띄워주기 위한 전략이다’ ‘다른 사람의 요리가 더 나았다’는 식의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이쯤되면 그가 숨만쉬어도 욕을 먹는 수준이다. 물론 어떤 인물에 대한 호불호를 결정하는 것은 개개인의 판단일 수 있다. 맹기용의 경우, 부각된 것은 실력과 경력 보다는 그를 둘러싼 배경이었고 이 점이 바로 그를 구설에 휘말리게 한 지점이었다. 셰프로서 자신을 포장하면서도 대중에게 셰프로서의 자격을 설득시키지 못한 맹기용의 책임역시 간과할 수는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비난을 위한 비난이 정당성을 얻는 것은 아니다. 이미 대중은 맹기용에게 긍정적인 시선을 던져줄 아량이 없다. 어떤 행동을 하여도 비난의 날을 세울 준비만을 하고 있다. 비난의 이유는 그저 ‘그가 맹기용이라서’이다. 그에 대한 호감을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그의 모든 행동에 일일이 비난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무조건 그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지금 맹기용에게 쏟아지는 비난은 어떤 사람 자체를 매장시키고 마녀사냥 하는 잔혹한 대중의 모습에 다름 아닌 것이다.

 

 

 

 

그를 비난하는 사람 중 그의 요리를 먹어 본 사람은 대다수가 아니다. 요리의 레시피만 가지고 그를 비난하는 것은 그 요리를 맹기용이 만들었다는 이유 하나일 가능성이 크다. 이제 그만 광기어린 비난을 멈추어야 한다. 비난을 위해 이유를 가져다 붙여 그 비난을 정당화 하려는 태도는 맹기용이 받았다는 특혜와 스펙보다 훨씬 더 불합리한 태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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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을 단 1회 남겨두고 있는 <프로듀사>는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는 데는 성공했지만 여러모로 아쉬운 점을 간과할 수는 없는 드라마다. ‘국내 최초 예능 드라마’라는 타이틀로 금 토요일 9시라는 생경한 시간대에 편성되었지만, 초반부에는 갈피를 잡지 못해 우왕좌왕 거렸고 후반부는 그동안 수없이 동어반복 되어온 ‘방송국에서 연애하는 드라마’의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은 김수현, 공효진, 차태현 등의 톱스타와 박지은 작가라는 히트 메이커의 조합으로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에 남은 것은 바로 ‘캐릭터’다. 백승찬 역을 연기한 김수현은 전작 <별에서 온 그대>의 이미지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이미지의 전환을 완벽하게 이뤄냈다. 백승찬의 캐릭터가 아니었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짙어지는 러브라인의 설득력이 현저하게 떨어 졌을 것이었다. <프로듀사>는 12부작 답게 러브라인은 빠르게 전개 되었지만 그 러브라인을 설명하는 과정은 다소 생략되어 있었다. 김수현은 연기력으로 그 생략된 설명을 메우는데 성공한다. 젊은 배우로서 단연코 눈에 띄는 연기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김수현이 연기한 백승찬조차 <프로듀사>에서 가장 신선한 캐릭터라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아이유의 신디가 <프로듀사>의 신스틸러로서의 활약을 톡톡히 해냈다.

 

 

 

애초에 아이유의 <프로듀사>출연은 숱한 우려를 안고 시작했다. 즐비한 톱스타들 사이, 가수 출신인 아이유의 조합은 다소 생경한 것이었고, 아이유가 다른 배우들의 경력과 인기를 등에 업은 모양새였다.

 

 

 

그러나 아이유가 연기하는 <프로듀사>의 신디는 독보적인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까칠하고 버릇없어 보이지만 종국에는 짝사랑에 눈물 흘리는 순수함을 지닌 톱스타 역할은 확실히 의외성이 있다. 신경쓰지 않는 척 하지만 자신에게 달리는 악플이 신경쓰여 자신의 안티카페에 가입하고 정기 모임에 모습을 드러낸다거나 겉으로는 당당해 보이려 하지만 자기 뜻대로 되지 않아 굴욕을 당하는 모습들은 박지은 작가의 여주인공의 장점을 그대로 차용한 캐릭터다.

 

 

 

그동안 박지은 작가는 <내조의 여왕> <넝쿨째 굴러들어온 당신> <별에서 온 그대>등을 통해 당당하고 추진력있으며 강해 보이지만 결국 갑과 을의 관계가 전복되며 굴욕을 당하는 캐릭터로 의외성을 주며 캐릭터를 살려내는 능력이 탁월함을 증명했다. <내조의 여왕>의 천지애(김남주 분)은 예전에는 무시했던 친구에게 남편의 취직 문제 때문에 납작 엎드려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넝쿨째 굴러들어온 당신>의 차윤희(김남주 분) 또한 갈등관계에 있어 막말을 일삼았던 집주인이 시댁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수난을 겪는다.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전지현 분) 역시 톱스타에서 루머로 나락에 떨어지며 굴욕을 당하는 수모를 겪는다.

 

 

 

 

이런 여주인공의 계보를 잇는 것이 바로 신디다. 신디는 톱스타에 까칠한 성격으로 모두 자신의 마음 대로 하면서 사는 것 같아도 결국 친구도 없고, 짝사랑도 제대로 되지 않으며, 회사 계약 기간이 끝나 갈 때쯤에는 회사 대표의 견제까지 받는다.

 

 

 

 

신디의 과거는 더 처참하다. 가수가 되어 서울로 상경한 후, 그를 보러 다녀가던 부모님이 차 사고로 돌아가셨고 어린 나이부터 고아가 되었다. 그는 정글같은 연예계에서 사랑 받을 사람 하나 없이 버텨 내야 하는 가혹한 운명에 놓인 캐릭터였다.

 

 

 

 

그의 사연과 캐릭터가 어우러지면서 그에게 쏟아지는 동정론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지사다. 김수현에 대한 짝사랑은 마음이 아프고, 그가 처한 위기 상황은 긴장감을 몰고 온다. 최고 시청률이 1분 장면에 아이유가 등장하는 신이 심상치 않게 뽑힌다는 것은 이 캐릭터가 가진 스토리와 매력이 시청자들에게 어필한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 아닐 수 없다.

 

 

 

 

소심한 매니져 역을 맡은 최권과의 조합도 좋다. 감초 캐릭터가 신디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신디의 존재감을 더 부각 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아이유에 대한 호감도 역시 올라간다.

 

 

 

 

물론 아이유의 연기력이나 배우로서의 커리어는 여전히 발전해야 할 부분은 있다. 그러나 신디 역할을 무리 없이 소화한 아이유에 대한 평가는 이 드라마 이후 변할 소지가 다분하다. 그가 보여준 가능성은 <프로듀사>가 건진 가장 큰 수확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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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의 내러티브는 어렵지 않다. 너무나도 똑같은 얼굴을 지닌 두 여인의 삶이 뒤바뀌며 그 비밀이 탄로 나게 되는 과정에서 오는 날선 긴장감이 이 드라마의 전반을 좌우하고 있다. 중간중간에 재벌녀 서은하(수애 분)의 죽음에 관한 미스테리가 등장하지만 그 미스테리가 중심이 되어 극을 이끌지는 않는다. 10%가 넘는 동시간대 1위의 심상치 않은 시청률은 이런 '쉬운' 전개를 바탕으로 한 미스테리 요소의 신선함이 가능케 했다.

 

 

 

그러나 <가면>이 8회를 넘겨 중반으로 달려가는 와중에 보인 것은 이런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에피소드가 아니라 여주인공인 변지숙(수애 분)의 캐릭터의 오류다.

 

 

 

 

 


 변지숙은 서은하와 얼굴이 같다는 이유로 서은하의 죽음으로 인해 재벌인 서은하 행새를 해야하는 인물이다. 당당하고 할 말 다하는 서은하와는 달리 변지숙은 소심하고 순하다. 이런 캐릭터의 대비는 1인 2역이라는 역할상 필연적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소심하고 순한 캐릭터가 드라마 대부분에 갈등요소로 등장하면서 벌어졌다.

 

 

 

변지숙은 서은하라는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데 대한 자각이 전혀 없다. 그가 서은하로서 살아가야 하는 상황은 필연적이다. 이미 그를 대신해 서은하는 변지숙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문제는 변지숙이 새로운 인생을 살면서도 자신의 과거를 그리워 하는 것 자체라고 볼 수는 없다. 변지숙의 캐릭터 자체가 가정적인 까닭이다. 그러나 그 캐릭터를 부각 시키는 것을 넘어서 과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변지숙은 자신의 정체를 들키면 안되는 상황에 놓여있다. 정체의 발각이 자신은 물론 가족들의 운명을 뒤바꿀 수도 있는 상황에서 변지숙은 너무도 쉽게 자신의 가족의 주변을 얼쩡거린다. 가족에 대한 넘치는 사랑을 주체할 수 없는 지점은 이해하더라도 가족들의 사채 빚을 갚아줄 5억이라는 거액을 가방에 넣고 허술하게 돌아다니는 장면은 상식선에서 벗어나있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백번 양보해 찾아간 것까지는 좋다 하더라도 마치 변지숙은 자신을 알아달라는 듯, 너무도 쉽게 자신의 모습을 가족들에게 들키고야 만다. 그들의 눈에 띄고 나서야 울면서 그 자리를 피하는 여주인공의 행동은 마치 자신의 정체를 들키고 싶어 안달난 것처럼 묘사된다. 지금 그의 정체가 드러나면 모든 상황이 무너져 내릴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임을 인지하고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행동이다.

 

 

 

 

변지숙의 동생 변지혁(이호원 분)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이 무색하게 변지숙에게 달라 붙으며 괴롭힌다. 아무리 그가 확인한 시신이 서은하였다고는 하나, 누나의 죽음 이후 시신확인까지 마친 그의 행동은 너무나도 확신에 차있다.  그 때문에 변지숙의 상황은 더욱 난감해지고 있는데도 아랑곳이 없다. 설사 그가 어떤 감을 가지고 진짜 누나라고 생각한다하더라도 진짜 누나의 사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너무나도 둔감한 그의 행동은 어떤 면에서는 실소가 터진다.

 

 

 

그런 의심 속에서도 변지숙의 남편인 최민우에게는 "누나와 닮았다"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것도 명백한 오류다. 이 때문에 시청자들의 가슴에는 답답함이 쌓여간다. 

 

 

 

사채업자들의 행동마저 개연성은 없다. 사채업자들의 가장 큰 목표는 빌려준 돈을 회수하는 것이다. 그 돈의 출처가 어떤지는 그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될 수도, 필요도 없다. 그러나 변지숙이 건네는 돈을 받지 않고 의심하는 그들의 행동은 사채업자의 그것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이 모든 상황들이 변지숙을 '민폐' 여주인공으로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변지숙의 매력은 수애 특유의 탁월한 연기력 자체에만 있다. 이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너무나도 상식을 벗어나 있기 때문에 이 캐릭터를 지지하고 응원할만한 심리적인 유대감이 생기지 못한다. 그런 까닭에 이 캐릭터는 회가 거듭할수록 오히려 드라마 전반의 내용을 지지부진하게 만드는 모순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남자 주인공이 왜 변지숙을 좋아하게 되는지마저 의아하다. 그만큼 이 캐릭터에는 끌리는 요소가 없다.

 

 

 

처음에는 코미디와 멜로, 그리고 미스테리가 한데 어우러진 명작이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짙었던 <가면>은 이 캐릭터 설정의 오류로 인해 결국 이 모든 장르들이 따로 놀기 시작했다. 차라리  이럴 바에는 한 곳에 집중하여 스토리를 끌고 나가는 것이 나았다. 주지훈과 수애의 연기력으로 그들의 멜로는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남자 주인공의 매력이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는 상황에서 그 주인공의 매력을 극대화 시키는 것이 이 드라마의 흥행 요소가 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았을 것이다.

 

그러나 <가면>은 몇회에 걸쳐서 변지숙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못해 안달하는 답답한 상황만 반복되고 있다. 시청률은 상승했으나, 드라마에 대한 기대치는 하락했다. 과연 언제쯤 변지숙은 서은하가 될까. 너무 지나친 뜸 들이기로 인해 명작의 탄생은 요원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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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학교시리즈는 19991탄이 방송되면서 작년 학교 2013이 방영될 때까지, 최강희, 장혁, 조인성, 임수정, 이유리, 김민희, 하지원, 이종석, 김우빈등 스타 탄생의 전조를 알리는 매개체의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학교시리즈가 이렇게 오랫동안 명맥이 이어져 오며 한국형 시즌제의 거의 유일한 역사를 쓸 수 있었던 것은 학교 시리즈가 현 교육 현실을 반영하는 의의를 가지면서도 재미를 놓치지 않는 시청자들의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었다. 공교육의 붕괴부터 한 학급 안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권력의 관계, 그로부터 벌어지는 각종 문제점들을 다루면서도 사람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은 점은 시사점이 크다.

 

 

 

 

 

어리기 때문에 때로는 더욱 잔혹한 짓을 저지르는 학생들의 현실부터 학업 스트레스로 받는 압박감등은 극적인 소재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것을 드라마에 잘 녹여 내는 것은 결코 녹록치 않은 일이다. 왕따 문제나 학교 폭력 문제등 학교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은 이미 수십번도 더 반복되어 온 소재로 식상함마저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아유-학교 2015(이하 <후아유>)>는 이런 식상함을 굳이 피해가지 않는다. 섬세하고 세밀하게 학교의 현실을 복원해 내며 명작의 칭호까지 얻은 <학교 2013>과 비교했을 때, <후아유>의 사건은 훨씬 더 단순하고 인물들의 성격 역시 파악하기 쉽다. 악역은 아무 이유 없이 주인공을 괴롭히며 왕따시키고, 그 괴롭힘의 방식은 전형적이다. 그런 탓에 시청자들은 마음 놓고 왕따의 주도자인 강소영(조수향 분)을 미워하고 이에 당하는 이은비(김소현 분)에게 동정표를 쏟아낼 수 있었다.

 

 

 

 

 

악역인 강소영을 연기한 조수향은 실로 화면 속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보인다. 주인공을 집요하게 괴롭혀야 직성이 풀리는 캐릭터는 근래의 드라마 속에서 단연 돋보이는 악역으로 평가받았다. 쌍둥이라는 설정으로 이은비와 고은별로 분해 12역을 유려하게 소화한 김소현 역시, 여주인공으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 시켰다. 그와 러브라인을 형성한 공태광역의 육성재는 이미지와 딱 어울리는 배역을 무리 없이 소화하며 인기와 인지도가 수직상승하는 효과를 보았다. 아이돌 출신이지만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한이안 역을 맡은 남주혁 역시 스타의 기운을 물씬 풍겼다. 이들은 학교시리즈를 통해 스타가 될 발판을 마련한 많은 스타들의 계보를 잇기에 충분한 얼굴들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후아유>학교라는 타이틀을 가진 시리즈 중, 가장 학교답지 못한시리즈이기도 했다. <후아유>가 집중한 것은, 현재 학교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고 그 학교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가가 아니다. 다만, 주인공의 기구한 왕따 스토리와 그 주인공이 쌍둥이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갈등이나 긴장 상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애초에 왕따는 그 주인공의 캐릭터와 악녀의 존재 이유를 나타내기 위한 장치에 불과했다. 왕따라는 사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거나 시사점을 던지기 보다는 전형적인 악녀가 주인공을 괴롭히는 수단으로 쓰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시리즈들이 보여주었던 인물 하나하나에 대한 시선은 <후아유>에서 거세되었다. <후아유>가 집중한 것은 주인공의 신분이 뒤바뀌어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이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인관관계다. 이 인관관계는 친구와 학교의 범주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기 보다는 일반 고등학생이라고 믿을 수 없는 완벽남들과의 러브라인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후아유>는 끝내 이 러브라인조차 제대로 이끌고 가지 못한다. 누가 봐도 한이안-고은별, 이은비-공태광의 연결이 자연스러우나, 너무 뻔하다고 여겼는지 제작진은 그들의 러브라인을 한 번 더 꼬아 열린 결말을 지었다.

 

 

 

그러나 학교보다는 <꽃보다 남자><드림하이>의 향기가 물씬 풍긴 <후아유>의 경우, 명확한 러브라인이 훨씬 더 그림에 잘 들어맞는 결말이었다. 결국 학교에서 연애하는드라마가 되어버린 <후아유>의 어정쩡한 결말은, 오히려 드라마 전체의 분위기를 흐리는 역할을 하고 만 것이다.

 

 

 

학교시리즈를 기대했던 초반의 실망감을 딛고 중후반부로 갈수록 캐릭터를 살려 러브라인을 만든 전개는 오히려 <후아유>의 강점이었다. 그러나 러브라인마저 제대로 끝맺음하지 못한 <후아유>의 결말은 뻔한 스토리였지만 그만의 매력이 있었던 스토리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후아유> 이후에도 학교시리즈는 계속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후아유>에 학교라는 타이틀을 붙이기는 어쩐지 민망하다. 그것은 학교시리즈가 <후아유> 보다 뛰어났다는 의미라기 보다는 <후아유>에 진정한 학교의 이야기는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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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 극장에 12역을 도맡은 여배우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월화드라마 <후아유>에서는 김소현이 쌍둥이 역할을 맡아 12역에 도전했고 수목드라마 <가면>에서는 도플갱어라는 설정으로 수애가 12역을 맡았다. 아직 정확한 세부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영화 <암살>의 전지현 역시 쌍둥이 역할을 맡아 최초의 12역에 도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후아유>의 김소현과 <가면>의 수애는 12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며 연기력에 대한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암살>의 전지현 역시, 그동안 엽기녀혹은 허당녀로 대표되었던 자신의 이미지를 씻고, 진지한 연기력을 인정받을 기회를 얻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이후, 전지현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는 와중에 영화 <암살>이라는 선택은 전지현이 지향하는 바가 단순한 스타보다는 배우에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12역은 배우를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가장 극적인 장치중 하나다. 서로 다른 인물을 같은 배우가 연기해야 하는 부담감탓에 그만큼 연기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섣불리 도전하기 힘든 설정인 것이다. 수없이 반복되어 온 설정 탓에 흔하게 보이지만 섬세하게 감정선을 바꿔 다른 인물처럼 보이게 연기하는 것이 녹록치만은 않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12역의 캐릭터는 대부분 서로 정 반대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로 설정된다. 예를 들면 소심한 캐릭터와 대응하는 당당한 캐릭터나, 까칠한 캐릭터와 대응하는 순수한 캐릭터 같은 식이다.

 

 

 

이같은 공식은 <후아유><가면>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후아유>의 김소현은 왕따까지 당하며 자신의 표현에 약한 이은비와 어디서든 당당하고 자기 표현이 확실한 고은별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12역을 소화하고 있다. <가면>의 수애는 부자로 태어났지만 사랑에 목마른 채, 삐뚤어진 인물로 성장한 서은하와 밝고 가정적인 변지숙이라는 인물을 동시에 연기했다.

 

 

 

 

김소현과 수애는 이 12역을 소화하면서 그들의 연기력에 대한 평가를 한 층 더 끌어 올렸다. 이들은 모두 타인의 삶을 살아야 하는 얄궂은 운명에 놓여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설정은 그다지 새롭다고 할 수 없지만 이들이 맡은 캐릭터가 까다로운 이유는 그들이 연기하는 캐릭터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연기력이 여실히 탄로나기 때문이다. 그들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엄연히 다른 사람의 캐릭터를 시청자들에게 설득시켜야 한다. 대사의 톤과 표정은 물론, 분위기까지 모두 다른 사람처럼 보여야 하는 것이다.

 

 

 

김소현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두 캐릭터를 설득시키는데 성공했다. 쌍둥이의 다른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고 표현하며 그들의 각각의 캐릭터에 사실성을 불어넣은 것이다. 아역때부터 다져진 연기력과 발성은 김소현의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증명하며 드라마 주인공으로서의 존재감을 확인시켰다.

 

 

 

수애는 명불허전 연기력으로 12역에 대한 높은 이해를 보여주었다. 사실상 3회 부터는 서은하가 사망함으로써 변지숙이라는 캐릭터만 등장하지만, 서은하의 그림자에 두려워하는 변지숙이라는 캐릭터를 수애는 완벽하게 설명해 낸다. 수애는 각각의 캐릭터는 물론, 더 부각될 수밖에 없는 변지숙이라는 인물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보여주었다. 수애 특유의 낮은 톤과 깨끗한 발성, 그리고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은 수애의 연기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만드는 종합 선물세트와도 같다.

 

 

 

 

 

<암살>12역에 도전하는 전지현 역시 영화의 완성도와 캐릭터 소화력에 따라 이런 찬사를 받을 확률을 무시할 수 없다. 여배우들은 12역이라는 설정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연기력을 각인 시키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12역으로 여배우들의 연기적 역량을 확인하는 일은 상당히 흥미롭다. 단순히 두 가지 역할을 맡았다는 사실을 뛰어넘어 여배우들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통로가 되어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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