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커플이었던 만큼, 배용준과 박수진의 결혼에 쏟아진 관심은 실로 대단했다. 배용준은 한류스타로 발돋움 한 후, 천문학적인 액수의 재산을 축적했고 한류스타들을 대거 보유한 키이스트의 대주주로서, 현재는 거의 공식적인 연예계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그런 배용준의 신비주의를 벗기는 일이 즐거웠을까. 언론은 앞다투어 그의 결혼 소식을 보도하기에 이른다.
그들의 결혼은 식을 올리기 이전부터 시끄러웠다. 가장 처음 이슈가 된 것은 그들의 결혼 날짜. 애초에 그들은 10월에 결혼 예정이라는 발표를 했으나, 결혼식은 7월로 앞당겨졌다. 그들이 언제 결혼을 하느냐 하는 것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졌고 그들은 끝내 결혼식을 앞당긴 것을 인정했다. 여기에 의례히 쏟아지는 임신설은 강력 부인했으며,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의지를 나타냈다.
일단 결혼 날짜로 ‘밀당’을 끝낸 기자들이 파헤친 것은 그들의 신혼여행지로 선정된 호화 리조트. 남해에 위치한 이 리조트가 하루 묵는데만 천만원을 호가한다는 사실과, 수십억을 호가하는 분양가까지 낱낱이 파헤쳐졌다.
관심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들의 결혼이 있은 주의 연예정보 프로그램은 거의 배용준 박수진 결혼 특집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들의 결혼식 당일에 박수진이 무슨 브랜드의 드레스를 선택했으며, 그 드레스의 브랜드는 전지현이 웨딩 화보 때 입은 것과 동일한 브랜드라는 사실까지 굳이 상기시켰다. 그들의 결혼식에 축가를 부르는 가수들의 명단도 공개되었다. 91세 일본 할머니가 휠체어를 타고 그들의 결혼식을 보기위해 한국으로 날아왔다는 사실도 화제였다. 배용준이 일본 팬들을 위해 1천만원 상당의 식사권을 마련한 것 또한 빠져서는 안되는 이야기였다.
여기서 끝났다면 애교 수준일 것이었다. 여기에 그들의 웨딩카와 신혼집에 대한 가격 정보는 덤이었다. 각각 10억과 85억이라는 입이 떡 벌어지는 금액은 곧 화제가 되었고 기사가 다시 쏟아졌다.
그들의 결혼식은 분명 비공개로 이루어졌음에도 그들의 결혼식 이모저모는 모두 알려졌고 급기야 그들의 신혼여행은 파파라치 컷으로 등장했다. 박수진의 절친인 김성은-정조국 부부가 동행한 사실도 대단한 정보처럼 다뤄졌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그들의 유명세 때문에 알려진 일로 치부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대중이 그 정보를 굳이 알고 싶어 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배용준의 재력이야 익히 알려진 바, 그들의 호화 생활은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짐작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시종일관 그들이 어디에 머물고 어떤 생활을 하는지가 아주 중요하고 화제성 있는 정보처럼 다뤄지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다.
그들이 신혼여행지로 선택한 리조트의 가격이나 신혼집으로 선택한 주택의 가격이 도대체 왜 대중에게 굳이 알려져야 하는 것일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히 재력을 갖춘 인물이 그 재력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배용준 박수진의 결혼 소식의 중요도는 지나쳐도 너무 지나치다. 결혼식 당일에만 가장 화제가 되는 다른 스타들과 비교해 봐도 이는 도를 넘은 수준이었다. 결혼 전부터 기사들이 하루에 두 세개씩 쏟아지며 불필요한 정보를 남발해 댔고 결혼식 이후까지 지나친 관심으로 오히려 대중의 불만을 샀다. 애초에 대중이 그만큼 관심을 가지는 결혼식이 아닌 까닭에 이런 불필요한 정보들이 지나치게 홍수처럼 쏟아지는 것은 일종의 공해처럼 느껴졌다.
결혼은 축복하고 축하할 일이다. 그런 축복과 축하가 쏟아지는 이유는 결혼에 깔린 것이 한 가정을 이루고 그 가정을 잘 꾸려 나가야 하는 긴 여정의 시작이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용준의 결혼식에 남은 것은 수 천만원에서 수십억을 호가하는 초호화 이벤트에 불과하다. 그런 이벤트성 기사를 양산해 내고 버즈를 확산시킨 언론의 책임 역시 묵과할 수 없다. 대중은 과연 그런 이벤트에 환호하는가. 오히려 그런 불필요한 정보에 피곤해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