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획한 프로그램 중) 세 번째 시리즈가 성공한 적이 없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던 <응답하라 1988(이하 <11988>)> PD의 말은 엄살로 드러났다. 첫 회부터 6%대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1988>은 호평까지 거머쥐며 ‘응답하라 시리즈’의 흥행세를 몰아가게 되었다. 남은 것은 앞으로 전개될 내용들이 지금처럼 대중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느냐 없느냐다. 그러나 성공적인 스타트를 끊은 것만은 분명하다.

 

 

 

 


<1988>은 <1998>이나 <1994>에 비해 2,30 대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었다.<응답하라>시리즈가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1998년도나 1994년도가 드라마 방영당시 20대 중반부터 30대 시청층의 향수를 자아냈기 때문이었다. 어렴풋하게나마 기억으로 남아있는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연출이 통했고 그 이야기는 그래서 특별해졌다. 그러나 1988년도는 다르다. 20대 층은 고사하고 30대 역시 대부분 어린 나이였다. 그러나 이미 브랜드화 된 <응답하라>의 이름값은 여전히 통했고, 당시를 기억하지 못하는 시청자들에게 조차 향수를 자극하는 스토리는 여전했다. <응답하라>는 또 한 번의 성공의 서막을 올린 것이다.

 

 

 


<1988>은 이번에도 톱스타를 기용하는 대신, 새로운 얼굴들을 대거 출연시켰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터주대감이라고 할 수 있는 성동일과 이일화를 제외하고 주연 배우들은 이제 막 떠오르는 배우들로 채워졌다. 그 중 가장 큰 논란을 몰고 온 것이 바로 여주인공 역할을 맡은 혜리였다. 혜리는 걸그룹 걸스데이 출신으로 연기력을 논할만큼의 작품에 출연한 적이 아직까지 없었다. 그가 주목을 받은 이유는 <진짜 사나이> 여군 특집 1기의 멤버였기 때문이었고, 애교 섞인 그의 성격이 화제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이미지를 뛰어넘을 만큼 결정적인 터닝포인트는 지금까지 만들지 못했다. <진짜 사나이>의 ‘애교’는 소비 될 만큼 소비되었고 더 이상 활용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1988>에 혜리가 출연한다고 했을 때, 반대 여론이 있었던 것 역시 혜리의 이미지가 소모된 만큼, 다른 플러스 요인을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1988>이 시작되자 여론은 돌아섰다. 혜리가 드라마 캐릭터 ‘덕선’의 이미지를 잘 살리며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혜리는 드라마의 분위기와 캐릭터에 부합하는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에게 합격점을 얻었다. 이는 물론 혜리가 우려를 뛰어넘는 자연스러움을 보여주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작진의 ‘여주인공 살리기 스토리 라인’이 주효했다.

 

 

 


그동안 ‘응답하라 시리즈’의 히로인들은 응답하라 시리즈가 끝난 후 그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인기를 얻었다. <응답하라 1998>의 정은지는 당시 최고의 인기 아이돌이었던 HOT의 열렬한 팬으로 등장하여 구수한 사투리는 물론,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하는 연기력으로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해냈다. <응답하라 1994>의 고아라는 농구선수 이상민 바라기로 등장했다. 이들은 여주인공인 동시에 당시의 문화를 대변하는 대변인이었다. 일명 ‘빠순이’ 문화를 적절히 활용하여 캐릭터를 만들고 여주인공의 매력으로 치환한 제작진의 능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1988>의 혜리 역시 묘하게 현실적이면서 매력적인 캐릭터의 옷을 입었다. 그는 응답하라 시리즈의 역대 여주인공들처럼 ‘빠순이’는 아니지만 언니와 남동생 사이에 낀 둘 째 딸이라는 억울함을 가지고 태어났다. 언니의 케이크를 돌려쓰는 등, 혼자서만 손해를 본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억울한 울음을 토해내는 혜리의 성격은 특별할 것 없지만 여느 둘째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그 때문에 이 캐릭터는 설득력을 지닌다. 언니의 옷을 몰래 훔쳐입고 나가거나 언니와 욕설을 하며 육탄전을 벌이는 등, 예쁜 척, 착한 척을 하지 않지만 어딘가 그 시절 존재했을 것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 내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것이다. 그저 청순하고 가녀린 캐릭터가 아니라 다소 거칠고 흥분도 잘하지만 그 모습이 밉지 않다는 포인트를 응답하라 시리즈의 여주인공들은 가지고 있다. 그 기질을 혜리 역시 이어받으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고, 그 공감은 혜리에 대한 호감으로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캐릭터 설명을 통해 호감을 얻은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다시 응답하라 시리즈의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는 여주인공의 남편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진다. 이번에는 남편 후보가 세 명이다. 이 세 명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여주인공은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중심이 될 것이다. 여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궁금증은 결국 여주인공을 부각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 중심을 혜리가 잘 잡아내기만 한다면 혜리에 대한 평가는 드라마가 끝날 때쯤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져 있을 것이다.

 

 

 


혜리는 <진짜 사나이> 이후, 두 번째 터닝 포인트를 만들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1988>에 쏟아지는 관심과 더 불어 그 기회를 성공시킬 확률은 높아졌다. 과연 이 다이아몬드 원석 같은 기회를 혜리가 잘 세공해 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결말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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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는 이미 국내 솔로 여가수 중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여가수의 위치에 있다. 발표하기만 하면 그의 음원은 차트 상위권을 휩쓸고, 그의 열애설에는 단숨에 관심이 집중된다. 가장 ‘핫’하면서도 음악적인 역량을 인정받는 스타가 드문 시점에서 아이유의 행보는 단연 눈에 뜨인다. 아이유는 솔로 여성가수로서 아이돌의 인기와 아티스트로서의 역량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런 아이유의 이미지는 이 어느쪽에도 완벽하게 속해있지 않은 아이유의 위치를 대변한다. 아이돌이라 칭하기도 어렵지만, 아티스트로서도 아직 여물지 않은 애매함은 양쪽의 이미지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게 하지만 결국엔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하는 압박감을 남긴다.

 

 

 

 

 


아이유는 어느 순간 아이돌 보다는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부를 곡을 직접 만들고, 작사를 하며 콘셉트를 정하고 프로듀싱까지 손을 대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그에 대한 관심만큼, 아이유의 이런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이유는 그 간극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chat-shire' 앨범에 오롯이 담아냈다. 타이틀 곡 ‘스물 셋’에서 아이유는 자신을 ‘수수께끼’라 칭하며 “뭐게요, 맞춰봐요”라며 대중을 도발한다. 어리지도 않지만 농익은 나이라고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나이를 빗대어 ‘다큰 척해도 믿어주고 덜 자란 척 해도 속아달라’며 자신이 때로 허세를 부리거나 유치한 행동을 해도 그것은 자신이 아직 그런 나이에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전제를 깔고 들어간다. 이렇게 솔직한 아이유의 가사는 그의 행동에 당위성을 얻기 위한 전략이다. 아이유는 ‘지금이 좋지만 사실은 때려치고 싶기도 하다’거나 여우인 척, 하는 곰인 척, 하는 여우 아니면 아예 다른 거'라며 자신의 모순된 마음을 표현하며 애매한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할 것임을 선언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나아가는 지점은 명백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등장하는 캐릭터 ‘챗셔’를 타이틀로 하고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에서 모티브를 얻은 ‘제제’를 수록했다. 콘셉트를 정하고 노래를 만드는 과정 모두 단순한 발상이 아닌, 어떤 의미와 상징을 부여하며 자신의 깊이를 증명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아이유의 감성은 그의 영민함과는 비례하지 못했다. ‘아동학대’를 당하는 주인공의 처지를 안타깝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내용을 제외하고 말썽쟁이 제제를 부각시킨 아이유는, 제제에게 ‘사실은 교활하고 더럽다’는 시선을 던진다. 말썽쟁이 제제가 사실은 순수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의 편협한 시각에서 만들어진, 어떤 낙인이라는 점을 상기해 볼 때, 아이유는 캐릭터의 확장이나 새로운 시선을 던졌다기 보다는 그저 그 좁은 시선에 동화되고 마는 편협함을 보였다.

 

 

 

 


 

여기까지는 해명이 가능한 범위였다. 그러나 제제를 상징하는 그림에 망사 스타킹을 신기고 인터뷰에서 제제를 ‘섹시하게 느껴졌다’고 표현하자 불편함을 느끼는 대중이 문제를 제기했고, 그 문제는 결국 크게 불거지고 말았다. 이전에 불거진 브리트니 노래 무단 샘플링과 겹쳐지며 아이유는 데뷔 이래 음악적인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사실 아이유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 ‘아동성애’라는 불편한 시선으로 이 콘셉트를 잡았다고 보기에는 지나치다. 아마도 아이유는 자신이 가진 특별한 시선과 남들과 다른 감성을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자신이 보여주는 세계관이 사실은 편협한 것이라는 판단은 쉽사리 내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실 소설을 읽은 누구도 제제에게 ‘교활하고 더럽다’고 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던 것은 소설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때문이지 새로운 시각으로 소설의 비평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이 지점을 아이유는 간과하고 말았다. 다섯 살 소년에게 쏟아진 아이유의 시선은 결국 대중의 공분을 사고 만 것이다.

 

 

 

 


 

사실 논란이 되지 않았다면 그런 시선으로 아이유의 앨범을 바라보지 못했을 대중이 더 많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논란이 크게 일어난 이상, 아이유는 사랑을 받는 만큼 대중의 마음을 어루만져야 할 책임이 있다. 설사 자신이 의도한 바가 그게 아니고, 그런 오해가 불쾌할 수도 있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변명’이 아니라 대중이 원하는 결과다. 아이유 스스로 생각해 보았을 때는 대중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 납득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아이유에게 화살이 쏟아지는 지금 필요한 것은 대중에게 반기를 드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불편함을 느꼈을 대중에게 사과하고 노래에 대한 조취를 취해야 한다. 그것이 대중의 사랑을 받는 스타의 숙명이 아닐 수 없다. 이미 대중의 시선은 아이유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상태다. 감정을 거스르는 일은 현명하지 않다.

 

 

 


 

아이유의 대처가 늦어질수록 대중의 분노도 아이유에게 집중된다. 아이유는 과연 현명한 선택을 내릴 것인가. 이 일이 아이유 음악인생의 치명적인 오점이 될지, 아티스트의 길을 걸으려면 대중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함을 깨닫는 전환점이 될지는 아이유의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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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가 JTBC행을 택했을 때, 의아한 반응을 보인 사람들은 적지 않았다. 그동안 언론인으로서의 신뢰를 지켜온 그였기에 특정 언론사의 편향된 시선으로 뉴스를 만들 가능성이 높은 종편으로의 움직임이 상당히 의외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손석희의 <뉴스룸>은 오히려 종편의 이미지를 바꾸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이유는 그가 JTBC의 보도부문 사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그가 진행하는 뉴스를 그 스스로 결정하고 이에 대한 검열을 허락하지 않는 전권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뉴스룸>의 보도 내용은 JTBC의 모기업인 중앙일보의 성향과는 다른 뉴스 내용도 전파를 탈 수 있었다. 어느새 <뉴스룸>은 신뢰를 얻었고, 손석희는 언론인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증명했다.

 

 

 

 

<뉴스룸>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물론 <뉴스룸>이 전하는 뉴스의 내용이지만, 일주일에 한 번, 손석희의 인터뷰이로서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매주 한 번 유명인사들을 불러놓고 손석희가 직접 진행하는 인터뷰가 그것이다. 유명 연예인들이 주로 그 자리를 차지하는 탓에 자칫, 뉴스의 무게가 가벼워질 수 있을 수도 있었지만 손석희는 특유의 무게감으로 그런 우려따위는 한 방에 날려보냈다. 오히려 진지하게 자신의 주관을 이야기 하게 만드는 무게 있는 질문과 내용으로 예능의 인터뷰와는 다른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특히나 <뉴스룸>에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그동안 인터뷰 현장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인물들을 섭외하는데 성공하며 그 주목도를 한층 더 끌어 올렸다.

 

 

 

 

이번 <뉴스룸> 인터뷰에서는 11년 만에 방송에 출연한다는 강동원이 출연했다. 강동원은 인기에 비해 어떤 예능이나 인터뷰에서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 그가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손석희의 인터뷰에 등장한 것 자체도 화제였지만 시종일관 진지하게 대답하다가 마지막에 내일 날씨까지 전하며 수줍어 하는 그의 모습은 다른 어떤 예능에서도 뽑아낼 수 없는 뉴스라는 특수한 상황적인 재미였다. 그의 색다른 매력이 뉴스에서 보여질지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강동원의 이름은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렸으며, <뉴스룸>에 출연한 강동원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나왔다. <뉴스룸>출연은 그가 출연하는 영화 <검은 사제들>의 홍보에도, 그 자신에게도, <뉴스룸> 자체에도 플러스가 되는 탁월한 선택이 되었다.

 

 

 

 

그러나 화제의 인물을 인터뷰 하고도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한 것은 물론, 오히려 뭇매를 맞은 인물도 있다. 바로 종편채널 MBN으로 새로 둥지를 튼 김주하가 그 인물이다. 김주하는 가수 장윤정의 모친인 육흥복씨를 인터뷰했다. 일단 인물 설정부터가 인터뷰하기에 적합했느냐 하는 비난이 뒤따랐다. 이미 장윤정의 사생활은 만천하에 공개가 될 만큼 공개가 된 상황이다. 여러 매체를 통한 육흥복씨의 인터뷰도 이어졌고 상대방을 비난하지는 않았지만, 담담한 장윤정의 심경고백도 있었다. 이 사건에 더 이상 대중이 관심을 가질만한 이야깃거리가 남아있느냐 하는 지점을 생각해 볼 때, 이전 강용석의 인터뷰처럼 단순히 노이즈를 위해 섭외된 인물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더군다나 육흥복씨는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그다지 긍정적인 인물로 여겨지지 않았다. 일종의 가해자로서 낙인이 찍힌 육흥복씨의 인터뷰는 그저 변명으로 여겨질 공산이 컸다. 그 이야기를 뒤집는 강력한 한 방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김주하는 남동생의 월급을 압류, 차압까지한 장윤정씨가 불우이웃을 위해서 1억 원을 쾌척한 것은 한편으로는 이해가 안되기도 한다는 식의 오히려 육흥복씨를 이해하는 질문을 다수 던지면서 공감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질문 내용에 촌철살인은 없고 단순히 육흥복씨의 변명만 늘어놓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이 지배적인 것이다.

 

 

 

 

같은 날 다른 인터뷰가 있었지만, 두 인터뷰에 대한 극과 극의 결과는 대중이 원하는 것을 캐치 했느냐 하지 못했느냐에서 갈렸다. 대중이 궁금해 할 만한 인물을 놓고 뉴스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뽑아낼 수 있는 그림을 제대로 뽑아낸 쪽과 이미 대중에게 식어버린 불씨를 가지고 이전과 별다를 바 없는 내용으로 점철한 쪽에 대한 반응은 다를 수밖에 없다.

 

 

 

 

김주하는 손석희처럼 뉴스 내용에 대한 전권을 가지지는 못했다. 그러나 김주하가 그동안 보여주었던 언론인으로서의 카리스마만 가지고는 뉴스는 살아날 수 없다. 김주하만의 색깔에 더불어 그 뉴스의 모습도 어느 정도 틀에 박힌 모습에서 탈피할 때만이 김주하를 영입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임은 분명하다. 과연 JTBC에 대한 인식을 바꾼 손석희만큼 김주하도 MBN의 이미지를 바꾸는 선봉장이 될 수 있을까. 그 결과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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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이 그 오랜 시간 신뢰를 쌓아올린 것은 그만큼의 퀄리티를 보장하기 때문이지만 <무한도전>이라고 해서 항상 대중을 만족시키고 웃음을 창출해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무한도전>의 콘셉트였던 웃음 사냥꾼은 역대 최악의 콘셉트 중 하나로 기록될 만큼 재미를 담보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 번의 실수로 <무한도전>에 대한 신뢰도가 깎이는 것은 아니다. 이번의 아쉬움은 충분히 만회할 만큼 <무한도전>에 대중이 보내는 신뢰는 두텁다.

 

 

 

웃음 사냥꾼의 처참한 실패보다 더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는 박명수의 캐릭터에 있다. 웃음사냥꾼은 철저히 박명수가 중심이 되는 기획으로 박명수 자신이 생각해 낸 콘셉트였다. 그러나 사실상 그의 능력의 밑천을 들어내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 가장 큰 실책이다. 웃음 사냥꾼의 콘셉트는 전국에 재미있는 일반인들에 대한 정보를 SNS로 제공받아 그들을 찾아가 그들의 웃음 포인트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아무런 세팅이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웃겨보라는 요구는 도저히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이다. 프로 코미디언 조차 아무런 맥락이 없는 상황속에서 웃기라는 요구를 받고 만족할만한 웃음을 창출하기 힘들다. 그게 가능했다면 아무런 콘셉트 없이 단순히 코미디언들이 나와서 대중에게 웃음을 전하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다.

 

 

 

아무리 예능이라고 해도 프레임이라는 것이 있다. 이를테면 <12>은 여행과 복불복, <진짜 사나이>는 군대라는 프레임이 있는 것이다. <무한도전>역시 어떤 특집을 할 때, 프레임을 짜고 그 안에서 캐릭터를 활용한다. 그러나 웃음 사냥꾼은 어떤 프레임도 없이, 무작정 웃겨보라는 요구를 받은 일반인들의 당황함만이 그대로 노출되고 말았다. 그런 그들의 당황스러움이 웃음을 창출했다면 모르지만, 어색한 분위기만 강조되고야 만 것이다.

 

 

 

웃기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박명수의 반응은 격했다. 웃기지 못하는 그들에게 짜증에 가까운 질책을 하고 그들을 추천한 추천인들에게까지 책임을 추궁한 것이다. 그들은 그곳에서 출연료를 받고 일하는 프로들이 아니다. 그들을 활용해 웃겨야 하는 것은 그곳에 있는 무한도전 멤버들의 책임이다. 그런 상황에서 웃음을 창출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어 낸 것은 바로 프로인 박명수다. 예능계에서 수십년을 버텨낸 박명수조차 그런 맥락없는 상황속에서 웃음을 만들어 내지 못한 것은 똑같다. 그러니 그 상황에서 웃기지 못한다는 질책은 오히려 박명수가 받아야 한다. 박명수가 짜증을 내는 상황은 책임 전가에 가까웠던 것이다.

 

 

 

냉정하게 생각해 봤을 때 박명수의 호통을 치는 강한 캐릭터는 <무한도전>에서만 유효하다. 그것은 박명수 역시 <무한도전>의 프레임 안에서 혜택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의 수만은 특집 속에서 박명수의 다소 과한 행동과 맥락없는 개그는 캐릭터로서 받아들여지기에 이르렀다. ‘거성하찮은캐릭터를 동시에 내보이면서 무작정 강하지 않고 사실은 망가지는 캐릭터를 획득하게 만든 것은 온전히 <무한도전>의 힘이었다.

 

 

 

<무한도전>이라는 프레임을 벗어나면 박명수는 도를 지나치는 행동과 자신의 캐릭터 사이에서 방황한다. 그것은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박명수가 출연했을 당시 들었던 혹평만 보아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박명수는 자신의 캐릭터를 분석하여 영민하게 대중에게 어필하는 예능인이라고는 할 수 없다. 때로는 지나친 욕심에, 때로는 부적절한 언동으로 대중과 소통에 실패하고 만다. <무한도전>평균 이하콘셉트에 박명수의 캐릭터가 활용도가 높지 않았다면, 박명수의 이미지역시 지금과 같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한도전>에서 만큼은 박명수의 캐릭터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무한도전>에서 박명수가 비호감이 되는 순간, 박명수의 캐릭터 자체에 대한 호감도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강하지만 사실은 그저 하찮을뿐인 박명수가 아니라, 실제로 남들을 무시하고 윽박지르는 성격의 인물 자체가 되어 버린다면, 그것은 예능의 캐릭터가 아니라 단순한 벽창호에 불과하다. 박명수를 돋보이게 할만한 프레임을 가지지 못한 웃음 사냥꾼 특집이 박명수에 대한 비난으로 끝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박명수는 자신의 캐릭터를 스스로 감당해 낼만한 그릇이 아닌 것이다. 다만, 그 캐릭터가 콘셉트와 잘 들어 맞을 때, 그의 개성은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다. 박명수가 해야 할 일은 자신만 돋보이는 콘셉트를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장 잘 어울릴 수 있는 프레임을 찾는 일이다. 그것이 개성이 지나치게 강한 박명수가 살아남은 비법이요, 그가 앞으로도 예능인으로서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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