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미는 영어 케미스트리(chemistry)’의 준말로 서로간의 어울림이나 합이 잘 맞을 때 잘 쓰는 단어다. 표준어가 아니지만 딱히 대체할 한국말도 찾기 어렵다. 바로 이 케미가 제대로 통해야 하는 곳이 바로 방송 프로그램이다. 방송에서 출연자들 사이의 케미가 크면 클수록 시청자들의 열띤 반응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올해 드라마에서 그런 케미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끈 커플 5쌍을 꼽아 보았다.

 

 

5<그녀는 예뻤다> 황정음-최시원

 

<그녀는 예뻤다>의 김혜진(황정음 분)과 김신혁(최시원 분)은 초반 남자 주인공 지성준(박서준 분)과의 관계보다 훨씬 더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장난기 많은 캐릭터인 김신혁의 캐릭터는 그동안 착한 남자혹은 악역으로 대변되어 왔던 서브 남자 캐릭터를 뛰어넘는 매력을 보여주었다. 여주인공 김혜진과 김신혁의 관계를 응원하는 세력은 초반에 주인공인 지성준과의 관계를 응원하는 세력보다 훨씬 더 우세했으며, 중 후반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도 주인공 못지않은 인기를 자랑했다.

 

4<오 마이 비너스> 소지섭-신민아

 

사실 <오 마이 비너스>는 그다지 유려한 흐름을 자랑하는 스토리라고 볼 수 없다. 각각 변호사와 스타 트레이너이자 재벌집 자제인 주인공들의 어려움이나 갈등은 쉬이 공감이가지 않고 뚱뚱한 분장을 한 강주은은 여전히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신민아의 사랑스러움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며, 그 고민이라는 살마저 너무 쉽게 빠져버리고 만다. 게다가 강주은은 예전에는 여신으로 통하던 미모였으니 부족한 건 하나도 없어보인다. 이야기는 종종 맥이 끊기고 내용은 중구난방이 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소지섭과 신민아라는 조합이 통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비주얼적으로도, 연기로도 서로와 잘 어울리는 케미를 만들어 냈다. 소지섭은 그동안 로맨틱 코미디를 많이 하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로 여심을 흔들고 신민아의 사랑스러움 역시 그런 소지섭의 행동을 정당화 시켜주는 명분이 된다. <오 마이 비너스>가 남긴 것은 그들의 케미 뿐만이 아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3<애인 있어요> 김현주-지진희

 

<애인 있어요>는 경쟁작 <내 딸 금사월>에 비하면 반에 반 정도의 시청률 정도를 올리고 있을 뿐이지만, 그 완성도와 시청자들의 호응에 있어서는 <내 딸 금사월>을 훨씬 더 추월하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특히 12역을 한 김현주의 연기는 연말 연기대상에 거론될 정도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불륜을 저지르는 남자 주인공이지만 최진언을 훌륭히 소화해 낸 지진희 역시 미중년의 대표 주자로 거론될 정도로 섹시하다. 김현주와 지진희의 이런 케미는 바람을 피우고 조강지처를 버린 남자와 다시 사랑에 빠진다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재결합을 원하는 목소리를 높이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완성도 있는 스토리에 더한 배우의 케미가 만들어낸 결과다.

 

 

2<응답하라1988> 혜리-류준열

 

응답하라 시리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올리고 있는 <응답하라 1988>에서는 가족의 이야기가 주가 되지만, 러브라인 역시 빠지지 않는 흥행동력이다. 특히 대중앞에 낯설었던 김정환 역의 류준열은 단숨에 주목받는 배우로 우뚝 섰다. 이는 류준열과 혜리가 만들어내는 케미의 힘이 주요했다. 무심한 듯 만원 버스 뒤에서 여자 주인공인 성덕선(혜리 분)을 보호하는 김정환의 행동은 단순했지만 그만큼 강렬했다.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최택(박보검 분)은 엄밀히 말해 혜리와의 케미보다는 스스로의 매력으로 인기를 끌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김정환은 성덕선과 티격태격하는 모습 속에서 둘 사이의 교류를 만들어 내고, 여주인공의 마음까지 흔들어 놓았다. 문제는 지지부진한 러브라인의 결말이다. 사실 이점이 가장 고민이 되는 부분인데, 러브라인을 빨리 끝내면 이후의 긴장감이 떨어지고, 그렇다고 지금처럼 계속 끌어나가면 그 역시도 지루해진다. 과연 이들이 만들어낸 케미가 망가지지 않는 선에서 러브라인이 마무리 될 수 있을지, 그 결과가 기다려지는 시점이다.

 

1<오 나의 귀신님> 박보영-조정석

 

올해 최고의 커플을 꼽자면 누가 뭐래도 <오 나의 귀신님>의 박보영과 조정석이라고 할 수 있다. 박보영은 귀신을 보는 나봉선 역할을 맡아, 귀신에 빙의된 모습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뽐냈다. 이 과정에서 박보영의 애교와 밉지 않은 당돌한 연기가 빛을 발했다. 그동안 어느 여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에게 한 번 하자고 말을 할 수 있었을까. 그런 발칙함을 표현해 낸 박보영 특유의 분위기와 연기력은 이 드라마를 통해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런 박보영을 받아준 남자주인공 강선우 역할의 조정석 역시 뛰어난 연기력으로 박보영과의 합을 자연스럽게 이끌고 나갔다. 충격적이고 센세이션한 반응까지 일으켰던 <오 나의 귀신님>, 2015를 대표하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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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은 공개 코미디로서의 자존심을 꽤 오랫동안 지켜왔지만 현재는 tvN<코미디 빅리그(코빅)>는 물론,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에도 화제성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개콘>의 위기는 이제 관망할 수준을 넘어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자존심은 둘째치고라도 프로그램 안에서 웃음을 창출하는 일마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청률은 곤두박질 쳐 10% 미만으로 떨어질 때도 부지기수다. <개콘>이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참신함이 없다.

 

 

 

 

<개콘>이 처음 출범한 1999년에서 무려 16년이 지났다. 그동안 예능의 트렌드는 수차례 변화했고, <개콘>속 코너들도 나타났다가 사라지고는 했다. 그러나 <개콘>이 개그를 이어가는 방식은 오히려 퇴보했다. 단순히 공개코미디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예전만 못하다는 핑계를 대기엔, <코빅>이나 <웃찾사>의 도약이 발목을 잡는다.

 

 

 

<코빅>은 공개코미디에 순위제를 도입하여 코미디언들 스스로 기획을 짜고 그 기획을 관객에게 직접 평가받게 했다. 그 안에서 '어떻게 하면 더 웃길 수 있을까'하는 고민은 자연스럽게 코미디언들의 화두가 되었고, 그들은 더욱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져가기 위한 끊임없는 코너개발에 몰두했다. 분기가 끝날 때마다 새로운 코너로 시청자들을 찾아야 하는 그들의 부담감도 만만치 않지만 그 부담감에 따른 부단한 노력 덕택에 재미 포인트는 늘어나게 되었다. <웃찾사>도 끊임없는 쇄신과 자성의 노력으로 분위기를 쇄신했다. 캐릭터를 찾고 트렌드를 읽으려는 노력이 보이면 보일수록, 시청자들의 관심도 따라 증가했다.

 

 

 

그러나 <개콘>을 보라. <개콘>은 여전히 한 발을 뺀다. 비유와 풍자로 시작한 프로그램들은 속시원히 뭔가를 말하려다 말고, 뭔가 트렌드를 주도하고 스토리가 있는 개그보다는 몸개그가 판을친다. '이래도 안 웃어?' 류의 슬랩스틱은 시청자들의 표정을 점점 굳어지게 하는 요인이 될 뿐이다.

 

 

 

이런 안일함은 최효종 개그의 예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는 예전 코너 '애정남'에서 했던 개그 보다 퇴보한 개그를 선보인다. 스타들의 이름을 줄줄히 대며 자신의 팬클럽에 가입하라고 억지를 쓰는 '호불호'나 어떤 사안에 대해 공감대를 자아내려는 '어그봤' 모두, 최효종의 장기라고 할 수 있는 토크식 개그를 선택했지만, 그 토크는 공감이나 웃음이 아닌 강요로 이어진다. 도대체 왜 그 억지를 써서 팬클럽에 가입하라는 소리가 우스운지, 다른 나라 사람들도 자기 나라의 국기를 그릴 수 있을까 같은 류의 질문에 대한 궁금증에 공감이 가는지 알 수가 없다. 포인트를 찾으려 하지만 그 포인트는 식상하고 진부하기만하다.

 

 

 

가장 오래 <개콘>을 지켜온 김준호 역시 뛰어난 아이디어는 없다. 그저 옷을 벗거나 오버를 하는 등의 안일한 방법으로 코너의 클라이막스를 만들려 한다. 참신함이 없이 가끔씩이나 통할 몸개그를 매주 선보이는 것을 시청자들이 참고 봐야 할 이유는 없다.

 

 

 

이런 문제점을 아직도 스타 게스트들을 출연시켜 화제 몰이를 하려는 또다른 안일함으로 채운다. 스타 게스트들의 출연은 분명 홍보에 도움이 되는 일이지만 적재적소에 사용해야 한다. 그들의 출연이 개그에 양념을 치는 정도가 아니라 스타들에 쏟아지는 주목도가 주가 되는 것은 말그대로 주객전도다. 이모든 문제점을 <개콘>은 총체적으로 가지고 있다.

 

 

 

캐릭터가 없다.

 

 

 

 

이런 문제점 속에서 눈에 띄는 캐릭터가 나오지 않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과거 <개콘>속에서 유행어가 생성되고 스타가 탄생하며, 화제성이 높아졌던 것과 달리 장도연, 박나래등은 오히려 <개콘>을 떠나서 승승장구 중이다. <개콘>의 플랫폼이 그들의 매력을 제대로 조명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 아닐 수 없다. 여성 코미디언을 활용하는 방식이 그들의 매력을 살리는 통로가 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성 코미디언들은 여전히 <개콘>안에서 얼굴을 비하하고 남성에게 무시당하는 방식으로 소비가 되고, 남성 코미디언 역시 그보다 진일보한 방식의 개그 스타일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다. 그런 식상함 속에서 단순히 웃기게 생겼다는 것 이상의 캐릭터가 발견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초창기 코미디언들이 출연해 그때 당시의 코너를 재현한 특별 회차가 더욱 반응이 뜨거웠다는 것은 현재 주목할 만한 인물이 <개콘>에 전무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일이다.

 

 

 

개그가 없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문제점이 바로 개그가 없다는 것이다. 명색이 '개그' 콘서트인데 그 안에서 도대체 어디서 웃어야 할지 방향성을 찾지 못한다. 참신함과 캐릭터가 없다면 웃음이라도 존재해야 하는데 웃음 자체가 <개콘>안에서 실종되었다는 것이 재앙이다. 출연진들은 끊임없이 오버를 하고 과장된 연기를 펼치지만 맥락이 없고 포인트가 없는 개그 형식 속에서의 그런 연기는 뜬금없을 뿐이다.

 

 

 

웃음을 주지 못한다는 오명을 뒤집어 쓴 <개콘>이 과연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끊임없는 자기 계발과 성찰이 뒷받침 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개콘>이 변화를 통해 예전과 같은 명성을 찾을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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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연예대상 수상자들은 유독 ‘의외의’ 인물이 많았다. 그런 탓일까. 대상을 탄 이후 오히려 활동이 뜸해진 대상 수상자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곳이 바로 KBS다. 물론 다수의 수상자들은 수상후에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며 저주라는 단어와 상관없는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대상의 저주는 바로 이 의외의 수상자들에게서 유독 많이 발견된 것도 사실이다.

 

 

 


2003년 박준형은 <개그 콘서트>에서의 활약으로 대상을 수상했지만 이후 mbc로 옮기며 점점 인지도가 떨어지고야말았다. 맡은 프로그램은 폐지가 되었으며 게스트로 출연한 프로그램에서 딱히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그는 어느새 방송이 하나 둘씩 줄어가는 경험을 해야만 했다.

 

 


 

2004년 대상을 수상한 이혁재는 대상 수상 후, 여러 방송에 모습을 드러내던 중, ‘룸살롱 폭행 사건’에 연루되어 이미지가 추락했다. 그는 시청자들의 반감 때문에 자숙을 해야 했고 이후 복귀했지만 시선은 싸늘했다. 여전히 이혁재는 예능인으로서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캐릭터라고 할 수 없다.

 

 


 

2006년 김제동 역시 대상 수상 후 하락세를 탄 예능인이다. 다양한 예능에 출연하며 단숨에 대세로 떠올랐지만 이후 그의 예능감이 트렌드에 맞지 않았던 탓인지 그는 예능의 변화의 흐름을 타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이후 ‘토크 콘서트’등으로 다시 성공을 거두고, 그 형식을 활용한 방송에 출연중이지만 여전히 그는 예전의 대세였던 시절처럼 성공적인 행보를 걷고 있지는 못하다.

 

 


 

2007년 탁재훈은 <상상플러스>에서 보여준 예능감으로 대상을 수상했지만 그 후 그 대상 수상자의 위용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출연한 프로그램마다 폐지 수순을 밟으며 하락세를 걸었다. 예능계를 떠나 야심차게 도전한 영화 출연 역시 실패하며 그의 행보에는 빨간 불이 켜졌다. 그런 분위기가 지속될 때 즈음 종국에는 이혼과 도박으로 구설수에 오르며 예능계에서 얼굴을 보기 힘든 인물이 되고 말았다.

 

 


 

2013년 김준호 역시 대상 수상후, ‘코코엔터테인먼트 파산 사건’에 책임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부침을 겪었다. 이후 <1박 2일>이 성공을 하며 그의 행보에 파란신호등이 켜지는 듯 했으나 문제는 그에게 대상을 안겨주었던 <개그 콘서트>가 혹평을 받으며 시청자들의 관심선상에서 물러난 것이었다. <개그 콘서트>를 지키고 있던 터주대감인 김준호의 위상이 예전과 같지 못함은 말할 것도 없는 일이다. 그는 스스로 2015년 연예대상에서 “(대상이 문제가 아니라) 올해는 방송을 할 수 있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밝히며 그의 위상이 예전과 같지 않음을 스스로 인정하기도 했다.

 

 


 

그리고 2015년 연예대상으로 이휘재가 호명되었다. 이휘재의 수상은 다소 의외다. 그의 수상을 가능케 한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그보다는 추사랑이나 삼둥이의 공이 훨씬 큰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유독 그의 수상에는 논란의 목소리가 많다. 그런 분위기를 그도 알고 있는지 "댓글을 보지 않겠다"며 수상소감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상이 돌아간 것은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위기가 닥쳤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인기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삼둥이 가족이 하차를 선언한 와중에 <슈퍼맨이 돌아왔다>에는 사실상 돌파구가 없다. 새로운 캐릭터가 삼둥이만큼의 화제성을 가질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그들이 어떻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다른 캐릭터들이 삼둥이만큼의 호응을 얻는 캐릭터이기를 바랄 수밖에는 없다.

 

 

 


 

그런 돌파구를 이휘재라는 의외의 수상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의도는 명확하다. 대상이라는 방식으로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힘을 실어주고, 그 인기를 지속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후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과연 그런 방식으로 주목도가 높아지느냐 하는 것이다. 예능은 뭐니뭐니해도 재미가 우선시되어야 한다. 그러나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특별한 연출이나 구성보다는 캐릭터의 힘에 기대 성공을 거머쥐었다고 보는 편이 옳다. 그런 상황에서 삼둥이라는 캐릭터가 하차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재미 역시 예전과 같을 수는 없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재미가 없는 예능은 폐지수순으로 들어가기 마련이다. 과연 이휘재가 이런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을만큼 프로그램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예능인인가는 생각해 볼 문제다.

 

 


 

결국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인기가 지속되지 않으면, 이휘재 역시 대상의 수상이 무색할 만큼 초라한 결말을 맞게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의외의 수상이 결코 나쁜 것은 아니다. 특히나 올해는 KBS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준 예능인도 없었다. 그러나 그 수상이 과연 족쇄가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을까. 단순히 대상을 수상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이후 그 대상의 무게를 어떻게 짊어지느냐가 관건이다. 이휘재의 앞으로의 행보가 과연 대상의 무게에 걸 맞는 길로 이어질 것인가. 문제는 삼둥이가 하차한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인기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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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에도 트렌드가 있다. 2015년의 트렌드는 그 누가 뭐래도 ‘쿡방’이었다. 요리와 먹방이 결합된 형식속에서 시청자들은 재미를 찾았고, 요식업의 큰손인 백종원이나 스타 셰프들이 대거 스타가 되기도 했다.  2016년에도 쿡방이 여전히 유효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아니할 수도 있다. 벌써부터 TV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기 위한 물밑작업을 시작했다. 가장 큰 특징은 과거의 히트 아이템을 다시 불러들인 것이다. 과연 과거 아이템의 현대적인 재해석은 통할까.

 

 


 

<GOD의 육아 일기>등으로 대표되었던 육아 예능이 <아빠! 어디가>나 <슈퍼맨이 돌아왔다>등으로 발전하여 인기를 끈 것은 과거 아이템도 제대로된 기획력이나 캐릭터를 만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래서인지 2016년의 예능 트렌드 역시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아이템이 즐비하다.

 

 

 

 

과거에는 현재까지 방영되고 있는 <동물농장>등으로 대표되었던 동물예능 역시 새로운 모습으로 시청자에게 다가선다. ‘아이,  동물, 미인이 출연하는 예능은 망하지 않는다.’는 공식이 존재하기 때문일까 . ‘아이’를 활용한 예능이 다시금 활기를 띄자 이번에는 ‘동물’을 사용한 예능을 만들어냈다. <삼시세끼>처럼 동물이 메인은 아니었지만 동물을 활용하여 특유의 분위기를 살리고 재미를 높이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동물을 전면에 등장시킨 프로그램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일단 채널 A의 <개밥 주는 남자>는 혼자 사는 남자라는 콘셉트와 강아지를 결합시킨 예능이다. 연예인들의 일상에 동물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그들과 동물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형성되어 나가는지가 포인트다. JTBC의 <마리와 나> 역시 그런 관점을 기본으로 제작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다소 강한 이미지의 방송인인 강호동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강호동을 비롯한 출연진들은 다양한 동물들을 키우며 벌어지는 일들에 대처한다. 동물들의 의외의 행동에 당황하면서도 점점 그들과 친분 관계를 쌓아 나가는 연예인들의 모습을 담았다. 강호동은 다소 강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동물들은 물론, 출연진들에게도 쩔쩔매는 모습으로 한층 부드러워진 모습을 프로그램 속에서 보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성공여하에 따라 그의 이미지 전환 역시 가능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MBC의 <애니멀즈>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한 전례가 있는 만큼, 동물 예능이 어느정도까지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동물 예능에 이어 TV가 주목한 소재가 바로 인테리어다. 인테리어를 바꿔주는 콘셉트는 과거 <러브하우스>나 <신장개업>같은 예능으로 시청자들의 흥미를 잡아끌었다. 인테리어라는 소재를 끌어와 JTBC는 <헌집 줄게 새집 다오>를 기획하며 스튜디오로 연예인의 집을 그대로 스튜디오에 재현하여 인테리어를 바꿔준다는 콘셉트를 내세웠다. 각각 다른 팀이 다른 스타일로 스타의 방의 인테리어를 바꿔주며, 스타는 그 둘 중 마음에 드는 집을 선택한다. 히트 예능인 <냉장고를 부탁해>처럼 경쟁 구도를 내세웠지만, 아직 프로그램 속에서 확연한 흥행 포인트는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나 인테리어라는 소재는 계속 활용되고 있다. tvN의 노홍철의 복귀작 <내방의 품격>역시 인테리어라는 소재를 내세웠다. 시간도 없고 돈도없는 인테리어 초보들을 위해 전문가와 스타들, 셀프 인테리어에 도가 튼 일반인들까지 총동원되어 노하우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이 단순한 ‘집자랑’을 넘어서 어떤 예능포인트를 가지느냐에 따라 성패가 결정될 전망이다. 

 

 


TV가 과거의 흥행 아이템을 다시 끌어오기 시작했다는 것이 과연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 것인지 아니면 그저 시도에 그칠 것인지는 아직 결정나지 않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트렌드에 더 민감한 종편이나 케이블에서 그런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 그런 소재에서 트렌드를 선도할만한 가능성을 찾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소재자체가 아니라 그 소재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사실 육아 예능 역시, 윤후나 삼둥이같은 캐릭터가 시기적절하게 나타나지 않았다면 신드롬을 일으키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동물이나 인테리어를 활용하여 새로운 캐릭터를 발견해 낼만큼 그 소재가 매력적인가 하는 지점은 의문이다. 새로운 시청포인트가 생기려면 그정도의 신선한 뭔가가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동물들과의 관계속에서, 혹은 인테리어가 바뀌는 과정에서 과연 어떤 신선한 이야기가 생성될 것인지 아직은 미지수다. 과연 쿡방을 뛰어넘을 트렌드가 이런 소재들 속에서 탄생될 수 있을 것인가. 다시 한 번 과거의 인기있었던 소재가 ‘육아 예능’에 이어 빛을 발하게 될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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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의 신-객주 2015(이하 <객주>)>는 장혁, 김민정, 이덕화, 한채아, 유오성등 연기력과 인기를 갖춘 배우들과 함께 야심차게 시작했다. <객주>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만큼, 시나리오의 완성도 역시 기대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었다. 초반 <용팔이>와 <그녀는 예뻤다>의 기세에 눌렸지만, 꾸준히 시청률 2위를 기록해 온 <객주>는 <그녀는 예뻤다> 종영 이후 어렵지 않게 시청률 1위를 차지 했다. 그러나 <리멤버-아들의 전쟁>의 맹공에 굴복하여 <객주>는 결국 청률 1위 자리를 다시 빼앗기고 말았다. 50부작으로 엄청난 기대감을 가지고 출발한 <객주>로서는 아쉬운 성적이 아닐 수 없다. 사극은 현대극보다 제작비가 더 많이 드는 점을 고려했을 때 더욱 그러하다.

 

 

 


<객주>의 부진은 단순히 시청률의 문제가 아니다. 스토리상의 심각한 결함은 <객주>의 부제가 ‘장사의 신’이라는 것을 무색케 할 만큼 심각하다. 일단 주인공 천봉삼(장혁 분)은 50부작 분량의 반이 지나가도록 제대로된 장사꾼으로서의 수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그는 장사보다는 연애에 더 몰입하고 있는 모양새다. 장사꾼으로서 그는 수차례 위기에 봉착하기만 하고 스스로 그 위기를 헤쳐 나오지 못한다. 그가 위기를 탈출하는 방식은 거의 조소사(한채아 분)의 도움으로부터다. 더군다나 그는 장사꾼으로서 라이벌 관계가 되는 신석주(이덕화 분)과의 관계에서도 전혀 지지를 얻을 수 없는 행동으로 시청자들을 의아하게 만든다.

 

 

 

 


지금은 악역이 됐지만 따지고 보자면 신석주는 천봉삼의 은인에 가깝다. 드라마 초반 천봉삼은 신석주에게 장사밑천을 대달라고 매달렸다. 그러나 천봉삼은 장사에 실패로 위기를 맞았고 이때도 신석주의 도움으로 죽다가 살아났다. 게다가 신석주가 사랑한 여인인 조소사와는 연인관계인데, 이미 조소사의 뱃속의 아이는 천봉삼의 아이인 상황. 여성의 불륜이 용납될 수 없던 조선사회에서는 돌이라도 맞을 일이다. 그러나 신석주는 씨를 뿌리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해 그를 용서하였다. 그러나 천봉삼은 아들을 내놓으라며 정정당당하게 장사로 승부를 보자는 허무맹랑한 소리를 해댔다.

 

 

 


이미 떳떳하지 못한 위치에 있는 그가 대체 무슨 염치로 신석주에게 그리 당당한 것인지 알 수가 없는 일이다. 묘하게 주인공보다는 차라리 악역을 맡은 신석주의 사정에 더 동정이 간다. 그러니 주인공의 멜로라인은 어쩔 수 없는 애절한 멜로가 되지 못하고 사랑놀음에 장사마저 포기하는 철없는 불장난 쯤으로 묘사된다.

 

 

 

 


그렇다고 해서 악역인 신석주나 천봉삼을 사랑하는 무녀 매월(김민정 분)의 감정선 역시 제대로 그려지지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사랑하는 상대에게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집착하고 구속하려는 비이성적 인물로 묘사된다. 그들의 행동에는 뚜렷한 동기가 없다. 밀어내는 상대에게 끊임없이 다가가는 감정의 밀도가 엉성하니 그들의 캐릭터에도 매력이 풍부할리 없다. 그들의 사각관계는 시청자들을 붙잡아 둘만큼 치열하고 절절한 것이 아니라 단순한 치정싸움에 불과하다. ‘장사의 신이 아니라 불륜의 신’이라는 농담이나 ‘장사는 안하고 사랑과 전쟁을 찍고 있다’는 비아냥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시작하기 전부터 12회 촬영을 마치는 등, 사전 작업에 공을 들인 드라마 치고는 지나치게 완성도가 떨어진다.

 

 

 


<객주>의 시청포인트는 천봉삼이 어떻게 거상이 되느냐 하는 과정에 있다. 그 부분을 살리기 위해서는 그가 스스로 고난을 이겨내는 과정과 기지를 발휘해 물건을 파는 과정이 줄거리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객주>는 이상한 곳에 방점을 찍는다. 아버지와 누이가 죽음을 맞이해도 천봉삼은 장사꾼으로서 각성을 할 줄 모르며, 아직도 사랑타령이 가장 중요한 일인 것처럼 묘사되고 있는 것이다. 대체 무엇을 어떻게 팔아 어떻게 거상이 된다는 이야기인지 알 길이 없다.

 

 

 

 


 

드라마의 반이 지나도록 장사를 하지 않는 ‘장사의 신’을 시청자들은 대체 언제까지 참아주어야 하는 것일까. 원작에 불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과감히 잘라내고 드라마적 내러티브를 갖추었어야 했지만, <객주>는 그 부분에서 처참하게 실패하고야 말았다. 스토리 구성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캐릭터도 죽었다. 당위성이 없는 주인공이 장사의 신이 된다고 한들, 과연 시청자들은 얼마나 공감을 할 수 있을까. 이 드라마의 결말이 어떻게 날지는 알 수 없지만, 정신을 차리기에도 이미 늦어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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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코드는 드라마의 갈등을 유발하고 재미를 살리는데 빠지지 않는 요소가 된지 오래다. 의례 불륜이 주는 단어의 느낌이 그러하듯, 대게 TV속 불륜남, 불륜녀들은 부정적인 느낌으로 묘사 된다. 수많은 막장 드라마들 속에서 불륜은 조강지처를 상처주고 가정을 파탄으로 몰고 가는 형식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외려 이 편이 현실적이다. 불륜이란, 사실 어떤 식으로든 정당화되기는 힘든 행위이기 때문이다. 설령 주인공이 불륜을 저지르더라도 상대방이 똑같은 행동을 저질렀다는 전제하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TV속 불륜을 그리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불륜남 불륜녀들이 오히려 동정표를 받거나 인기를 얻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불륜 코드를 비틀어 그들의 입장을 설명하고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 세련된 방식처럼 보이기도 한다. 불륜코드는 어떤 식으로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는 방식으로 변해왔을까.

 

 

 

 

불륜을 단순히 불륜으로 보지 않고 그를 불륜으로 내몬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주인공의 감정에 동화되게 한 예는 정성주작가의 2012년작 <아내의 자격>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내의 자격>의 주인공 윤서래(김희애 분)는 '그들이 사는 세상'의 이방인이다. 본래 자신의 가치관을 벗어 던지고 아이를 일류로 키워야 한다는 압박감과 강박관념 속에 시달린다. 대치동의 교육은 앞만 보고 달리라는 결과 중심주의지만, 그 방식이 과연 맞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철저히 거세된다. <아내의 자격>은 교육 현실과 소위 '능력있는 사람들'이 사는 세계의 모순을 보여주면서 그 속에 덩그러니 남겨진 한 여자의 인생을 조명한다. 무서울 만큼 규격화된 현실 속에서 불륜은 일탈이고 마음의 안식처다. 영혼의 이끌림으로 표현되는 불륜에 일각에서는 '불륜 미화'라는 말도 나왔지만, 그 불륜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시청자들이 대다수였다. 시청률은 5%를 넘나들며 JTBC의 종편 초반 분위기를 살리는데 단단히 한 몫을 했다. 

 

 

 


 

정성주 작가는 이후 <밀회>에서 같은 필력으로 더욱 파격적인 불륜을 선보인다. 김희애와 유아인이라는 배우를 내세워 무려 20살 연하남과 사랑에 빠지는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이 설정만으로도 파격적인데, 정성주 작가는 <아내의 자격>에 이어 <밀회>에도 불륜 코드를 넣었다. 그러나 이런 파격적인 설정에도 불구하고 불륜 그 자체를 덮어놓고 비난하기는 힘들었다. <밀회>는 <아내의 자격>이 그랬듯, 사회의 부조리함과 그들이 사는 세상 속의 불합리함을 낱낱이 고발했다. 그 안타까운 사연이 있기에 순수한 연하남에게 끌리는 40대 여성의 사랑은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다. <밀회>역시 <아내의 자격>처럼 높은 시청률로 보다 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각종 패러디등으로 재생산되는 등, 훨씬 더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남자의 불륜이 등장했다. <애인있어요>의 최진언(지진희 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최진언은 도해강(김현주 분)을 두고 강설리(박한별 분)와 불륜을 저지른다. 그에게도 이유는 있다. 바로 순수했던 도해강이 자신과의 결혼 후, 독하디 독한 냉혈한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사랑밖에 모르던 최진언은 그런 도해강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순수하게 자신에게 다가오는 여자에게 흔들렸다.

 

 

 

그러나 아무리 그런 이유라 해도 그의 불륜은 정당화 될 수 없었다. 자신이 선택한 여성이 예전에 사랑했던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를 두고 다른 여성과 바람을 피운 것은 결코 성숙한 행동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이혼을 하고 다른 여성을 만나는 것이라면 모를까,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는 아내를 두고 바람을 피우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라고 할 수는 없었다. <아내의 자격>이나 <밀회>처럼 촘촘하게 상황을 설정하고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설명을 하는 드라마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진언의 별명은 '심장 폭행남'이 되었다. 그의 따듯한 미소와 순수하게까지 보이는 사랑의 방식이 여심을 흔든 것이다. 그는 불륜을 저지르고 시간이 흐른 뒤 만난 자신의 아내와 다시 사랑에 빠지는 역할을 맡았다. 행동으로만 보면 불륜을 두 번이나 저지르는 캐릭터다. 그러나 그의 사랑은 오히려 지고지순하게 묘사된다. 원래 사랑했던 여자는 도해강 뿐이라는 전제가 있기도 하지만, 그가 다시 도해강에게 다가가는 방식은 40대 남자의 농익음이 아니라 20대의 풋풋함과 저돌적임이기 때문이다. 도해강만을 사랑하는 그의 눈빛과 목소리 속에서 여성들은 어느새 그와 도해강이 다시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애인 있어요>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지는 않지만, 매니아층의 열띤 지지를 받으며 1인 2역을 소화한 주인공 김현주는 연기 대상을 줘도 아깝지 않을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드라마의 이런 지지가 가능한데는 김현주와 지진희의 뛰어난 연기력도 한 몫을 단단히 했다. 

 

 

 

이제 드라마 속에서도 불륜코드는 더 이상 막장과 동음이의어가 아니다. 불륜을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세련되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불륜 자체에 대하여 정당화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드라마의 이야기가 다양해 지는데 있어서 불륜코드가 단 한가지 방식으로만 사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불륜이라는 행위의 결과에 집중하기 보다 사람의 이야기, 현실의 가혹함에 집중한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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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종영한 <가족끼리 왜이래>의 줄거리는 자식만을 위해 살아온 아버지인 차순봉(유동근 분)이 자식들에게 불효소송을 일으키는 내용이 줄거리다.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기 하기위한 아버지의 죽기 전 마지막 고육지책을 내용에 담았지만 특이한 것은 이 중심에 어머니가 아니라 아버지가 있다는 것이다. 보통 주말드라마 혹은 가족드라마의 주체는 어머니다. 어머니에 대하여 자동적으로 느끼는 감정이 이야기의 감동을 끌어내기에 훨씬 용이하기 때문이다. 현재도 <가족끼리 왜이래>와 같은 시간대에 방영되는 KBS2 <부탁해요, 엄마>를 비롯해 MBC <엄마>, <내딸 금사월> 등 주말드라마들이 내세운 것은 모정이다. 그러나 모정을 내세운 드라마들이 어딘지 모르게 식상해 보인다. 여전히 드라마에서 가족은 빠질 수 없는 코드지만 모정보다 부정을 내세운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의 이야기라기보다는 가족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응답하라 1988>에서도 아버지의 위치는 중요하다. <응답하라 1988>속에서도 바둑기사 최택(박보검 분)을 홀로 키운 아버지인 최무성(최무성 분)이 등장한다. 그는 겉으로는 제대로 표현도 못하고 아들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하기 힘든 무뚝뚝한 아버지지만 그래서 그가 전해주는 울림은 더 크다. 아들을 위해 TV소리 한 번 크게 못 내고 묵묵히 뒤를 지켜주는 그의 행동 속에서 사랑은 더 깊게 전해진다. 그가 하는 사랑한다는 말이, ‘우리 아들 다컸네라며 눈물흘리는 모습이 더없이 감동적일 수 있는 것은, 그가 그런 아버지라서다.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속에서도 주인공의 행동의 동기는 아버지. 자식을 홀로 키운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그를 구하고자 하는 열망이 주인공의 행동을 결정한다. 주인공 서진우(유승호 분)에게 보여준 서재혁(전광렬 분)의 희생은 드라마 주인공의 감정에 몰입을 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런 현상은 안방 극장 뿐 아니라 가요계에서도 두드러졌다. 자이언티의 출세곡인 양화대교에 등장하는 화자는 아들이고, 그 화자가 이야기 하는 대상이 바로 아버지. 가사 속에는 엄마와 동생도 등장하지만, 어디냐고 물어보면 항상 양화대교라고 대답하던 아버지에 대한 감동이 이 노래 전반적인 분위기를 좌우하고 있는 주요인물이다. ‘행복하자는 후렴구가 감동적일 수 있는 이유역시 아버지에 대한 이미지가 노래 안에서 잘 표현되었기 때문. 힙합과 가족의 결합이 이정도로 감동적일 거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이후 가수 산이 역시 그 아버지의 그 아들이라는 곡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중 문화속 아버지가 변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가부장적이고 가족에서 소외되는 형태로 그려졌다면 지금은 누구보다 자식을 사랑하고 그 사랑을 아낌없이 주는 따듯한 아버지들로 그려진다. 그들은 다소 표현은 서툴지 몰라도 자신의 그런 모습을 정당화 시키지 않는다. 아무리 1988년도의 아버지로 그려져도, 그들은 따듯하고 사랑을 주고도 더 주지 못해 안달하는 그런 아버지가 되었다.

 

 

아버지라고 하면 떠오르는 감정은 어머니라고 했을 때와는 다르다. 특히 남성 우월주의가 있었던 한국 사회에서 남자는 울어서도 안되고, 강인해야 하며 엄격해야 한다는 편견마저 있었다. 그런 사고방식은 아버지가 되어서도 이어졌다. 그래서일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아버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리다. 그것은 어머니를 생각했을 때의 따듯함이나 포근함과는 조금 다른 감정이다. 무뚝뚝하고 애정 표현 없었던 아버지에 대한 상처. 나중에는 말조차 제대로 나눠보지 못하는 서먹서먹한 사이가 되었던 관계. 그러나 그 관계 속에서도 아버지는 아버지였다. 언제나 그 자리에 서서 자신을 지켜봐 준 것도 아버지였다는 것. 그런 복합적인 감정은 아버지에 대한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러나 그런 관계는 이제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됐다. 사랑하면 표현해야 하고, 서로를 아낀다면 위해주어야 한다. 마음을 숨기고 소리를 지르던 아버지의 마음은 이해 할 수 있는 것인지는 몰라도, 정당하다 할 수는 없다. 서로에게 상처뿐인 말과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 옳다. 그래서 TV속 아버지들은 더 이상 윽박지르고 소리 지르지 않는다. 비록 무뚝뚝해도 자식들이 상처 받을까 전전긍긍하고 더 해주지 못해 안타까워한다. 그들의 그런 행동은 아버지가 주는 단어의 무게와 합쳐저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들은 이제 아버지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어머니의 영역에 들어와 있다. 따듯해진 그들의 모습은 마치 사랑할 수 있을 때 마음 껏 표현하라고, 그런 아버지로 변해도 좋다고 말하고 있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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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다녀오고 23살이 되었지만 <리멤버-아들의 전쟁(이하 <리멤버>)> 속 유승호는 여전히 교복을 입고 고등학생역할을 소화할 수 있을 만큼 앳된 얼굴이다. 아역부터 시작하여 당당하게 주인공 역할을 할 수 있을만큼 성장한 배우지만 여전히 그의 이미지는 남동생이라는 굴레를 완전히 벗어버리지 못했다. 성인이 된 후, <보고싶다>등의 멜로에도 출연을 했지만 유승호의 이미지를 바꾸는 선택은 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 그에게는 이미지 변신에 대한 갈망이 있을 터다. 배우로서 어린나이에 피하지 않고 군대를 다녀오고  제대로 나이를 먹고 당당하게 인정받으려 노력하는 모습은 그의 이미지를 호감으로 돌려놓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를 대견하고 기특하게 보는 시선 자체에 그가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라는 전제가 따라붙기 때문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유승호는 초반 4회까지 고등학생을 연기해야 하는 <리멤버>에 출연했다. 그런 선택에 있어서 아역 이미지를 벗는다는 조바심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유승호는 아직도 고등학생 역할을 소화할 만큼 어려보이는 얼굴을 이용하는 선택을 했다. 그러나 이런 그의 선택이 오히려 아직 청소년에서 성인 배우로 가는 과도기에 있는 그에게 있어서 딱 맞는 선택이 되고 있다.

 

 

 

<리멤버>에서 유승호는 아버지의 억울한 누명을 풀기위해 고군분투하는 서진우 역할을 맡았다. 누명을 쓰고 사형선고를 받은 아버지를 위해 거대 권력과 맞서 싸우는 서진우의 감정을 설득력있게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유승호는 우려가 기우일 뿐이라는 것을 증명해내며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야 하는 서진우 역할을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고등학생은 초반 박성웅이 맡은 박동호의 활약에 비해 오히려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무기력하면 할수록, 그의 처지는 점차 억울하게 변해가고 그는 그 분노와 절망을 실감나게 표현해 낸다.

 

 

 

 

4회에서는 비로소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그가 고등학생의 교복을 벗고 변호사가 되어 나타난다. 변호사라는 역할을 맡기에 유승호는 아직 어리게만 보인다. 그러나 고등학생이었던 그의 과거가 있기에 그가 변호사가 되는 과정은 설득력이 있을 수 있었다. 마치 유승호가 아역 이미지를 탈피하고 성인 연기자로 거듭난다는 메타포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거대 권력에 맞서 싸워 나가는 캐릭터에 시청자들이 공감을 하지 않기란 힘들다. 유승호는 현명하게 자신의 이미지를 이용하여 자신의 이미지를 변화시켰다. 고등학생부터 자신의 현재 나이까지 스펙트럼을 넓히며 자신의 성장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리멤버>에는 유승호만이 주인공이 아니다. 이야기에 힘을 실어 주는 박성웅이 아주 중요한 포인트로 주인공보다 훨씬 큰 존재감을 자랑한다. 초반 4회에서 유승호는 박성웅이 연기한 캐릭터 뒤를 따라다녔다. 그러나 이제부터 박성웅 캐릭터에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발휘할 시점이 왔다. 유승호가 대등한 연기를 펼칠 수 있다면 유승호의 연기력에 대한 신뢰감은 급격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 벌써 <리멤버>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12%를 넘겼다. 지금의 분위기를 밀고 나갈 수 있다면 앞으로 더 큰 반응도 기대할 수 있다. 유승호는 제대 후 첫 히트작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 히트작 속에서 유승호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각인시킬 수 있다면 유승호는 더 이상 국민 남동생의 틀에 갇힌 배우가 아니게 될 것이다.

 

 

 

유승호가 그 타이틀을 벗는 데는 강박적인 노력이나 의도적인 선택이 필요하지 않았다. 좋은 작품을 선택하고 그 안에서 뛰어난 연기력을 보이는 것, 그게 전부였다. 설사 자신에게 온전히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지 않더라도 자신의 위치에서 그는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었다. 그가 국민 남동생이라는 시선에서 벗어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 보인다. 아니, 어쩌면 그는 이미 그런 타이틀에서 자유로운 진짜 배우가 되어 가는 과정에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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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은 2004년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이유는 7조 때문인데 조선일보 주장처럼 광화문 네거리에 ‘김일성 만세’라고 부르면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는 헌법에 나와 있는 표현의 자유를 스스로 포기하고 이를 억압하겠다는 뜻이다.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이 없는 한 표현의 자유는 인정해야 하는데도 이를 막아야 한다는 보수언론의 주장은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발언을 두고  그가 북한을 찬양했으니 서울 시장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논리로 퇴진 운동을 벌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가혹한 잣대가 이윤석에게 쏟아졌다. 이윤석은 야당을 두고 “야당은 전라도당이나 친노당이라는 느낌이 있다. 저처럼 정치에 별로 관심 없던 사람들은 기존 정치인이 싫다.”는 발언을 해 구설수에 올랐다. 그러자 “뚜렷한 근거 없이 ‘전라도당’, ‘친노당’ 으로 규정하면서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겼다”는 이유로 그의 하차를 요청하는 글이 게시판에 줄을 이었다. 그리고 이 사건은 화제가 되었다.

 

 

 


 

여당이 경상도를 텃밭으로 한만큼, 야당이 전라도를 텃밭으로 한 세력이라는 사실은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심지어 야당 소속 정치인들조차 스스로를 그렇게 칭하는 판국에 ‘전라도당’이라고 했다는 이유로 그들을 비난했다는 공식으로 엮는 것은 피해의식이다. 기존정치인들이 야덩 여당 할 것 없이 그저 서로 편을 가르고 싸우는데만 급급한 모습으로 다가온 것은 이란 지역감정도 한 몫을 했다. 단순히 야당만을 비판하는 뉘앙스로 말했다고 이런 폭력적인 시선의 도화선이 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처음에는 ‘친노당’ ‘전라도당’이라는 발언으로 문제를 삼던 야당 지지자들은, 비난의 근거가 부족했는지 나중에는 이윤석의 과거 발언까지 끌어다가 ‘이윤석이 친일파를 옹호했다’는 논리로 이윤석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윤석은 당시 방송에서 “친일파 청산 실패에 대해서는 국민 모두가 안타까워했다”며“다만 지금 와서 환부를 도려내고 도려내다 보면 위기에 빠질 수 있으니까 상처를 보듬고 아물도록 서로 힘을 합쳐야 하는 게 중요하다”는 발언을 했다. 이윤석은 ‘친일파 청산 실패는 안타까운 일’이라는 전제를 두고, 현재 뿌리 깊이 박혀 있는 친일파 세력을 무조건 청산하기 보다는 상처가 남지 않는 범위에서 힘을 합치는 것이 좋다는 논리를 폈다. 이 발언을 두고 ‘친일이다’라고 규정짓는 것은 박원순 시장의 발언을 두고 ‘친북이다’라고 규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 말에 동조할 수 없고 불코해다고 하더라도 그 발언을 아예 못하게 막으려 하는 것은 피해의식이고 폭력에 다름아니다. 이정도의 발언조차 하지 못하는 사회가 과연 건강한 사회인가?

 

 

 

야당은 그렇게도 민주주의를 부르짖고 자신들의 의견을 마음대로 표현할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야당을 지지하는 세력 역시 그런 논리에 동조한다. 그러나 어떤 발언은 해도 되고, 어떤 발언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그들 스스로 그들의 모순을 드러내는 것과도 다름이 없다. 어쨌든 우리나라는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했다. 현재 많은 정치인들과 유수의 유지들의 조상이 친일파였다는 것은 그 사실을 대변한다. 그러나 이제와서 그들의 재산을 몰수하고 그들의 모든 권리를 박탈한다고 한다면 그 또한 사회적인 파장이 엄청난 일이 될 수 있다. 이윤석은 그런 파장을 우려하는 뉘앙스로 말했을 뿐, ‘친일을 허용해야 한다’는 식의 발언을 한 적이 없다. 그런 발언에서 ‘친일 옹호’라는 뉘앙스를 찾아내는 것은 비약일 뿐이다.

 

 


 

물론 그 말에 불쾌함을 느껴서 그의 안티가 된다면, 그것도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그런 말 자체를 할 수 없도록 입을 틀어막으려 하는 것은 그들의 우매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일이다. 자신들은 얼마든지 상대를 비판할 수 있지만 상대방은 자신을 비판할 수 없다는 논리, 개인의 정치적 소신마저 가지면 안 된다는 논리는 그들이 그토록 주장하는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정권이 했던 짓과도 닮아있다. 광주 민주화 운동에서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이 바로 그런 시선에의해 희생되지 않았던가. 남들을 그렇게 똑같은 시선으로 보면서 자신들은 그런 시선을 끔직히도 경계하는 것은 편협한 이중성에 불과하다. 거칠고 날카로운 것은 언제나 부드럽고 포근한 것을 이기지 못한다. 그들이 상대방을 인정하고 품을 수 있는 시선을 가질 때, 비로소 야당에 쏟아지는 인식과 시선역시 달라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남들을 인정할 줄도 모르면서 자신들이 성숙하다고 생각하는 것 만큼 비성숙한 일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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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들은 인기를 얻은 만큼 큰 부를 쌓을 수 있는 직업이다. 그래서 <냉장고를 부탁해>에 나오는 스타들의 냉장고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그 예상은 과연 들어맞을 때가 많다. 이번 이하늬의 냉장고에서는 무려 화이트 트러플이 등장했다. 트러플은 서양송로버섯을 뜻하는 말로, 국내재배는 되지 않는다. 그 중 화이트 트러플은 1kg에 600만원에 육박할 정도로 가격이 나가는 고급 식재료다. 이하늬의 냉장고에는 셰프들도 놀란 화이트 트러플 뿐 아니라 성게알과 장어, 전복등 초호화 식자재들이 가득했다. 이하늬는 “요즘 이탈리아에서 트러플이 제처리라고 하더라. 최상급의 재료를 드리면 뭔가 해주시지 않겠냐 <냉장고를 부탁해>의 출연을 위해 특별히 공수했음을 은연중에 밝혔다.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그 이름도 생소한 트러플이 등장한 것만 벌써 수차례. 처음은 백종원과 결혼한 소유진의 냉장고에서 였다. 소유진의 냉장고 속의 트러플은 머스타드 소스로 만들어져 셰프들까지 맛을 보는 풍경을 자아내며 화제를 끌었다. 이후에는 빅뱅의 지드래곤의 냉장고에서 발견됐다. 지드래곤은 냉동한 트러플을 선보이며 프랑스에서 직접 트러플을 공수해 왔다고 밝혔다. 트러플 뿐 아니라 세계 3대 진미 재료로 알려진 푸아그라와 캐비어까지 냉장고에 있는 지드래곤의 냉장고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이어 양희은의 냉장고에서 처음으로 생 트러플이 등장하며 화제를 끌었다.

 

 

 

1kg에 수 백만원을 웃도는 트러플이 기본 재료인 양 등장하는 것은 역시 스타의 냉장고이기 때문일 것이다. 확실히 일반인들에게는 익숙치않은 재료지만 세계 3대 진미로 꼽힐 정도로 맛이 뛰어난 트러플은 스타들에게 있어서는 익숙한 재료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트러플이 점차 경쟁하듯 고급 재료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만큼은 의아하다. 특히나 이하늬의 ‘화이트 트러플’은 그동안 등장해 온 트러플보다 훨씬 더 고가의 트러플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혀를 내두르게 했다.

 

 

<냉장고를 부탁해>의 원래 취지는 냉장고 속에 들어있는 평범한 재료들이 셰프의 손을 거쳐 어떻게 재탄생되는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최고급 재료를 가지고 뛰어난 맛을 선보이는 것은 셰프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일이다. 그들이 과연 최고의 재료를 가지지 않고도 훌륭한 요리를 선보일 수 있느냐 하는 지점이 <냉장고를 부탁해>의 가장 큰 재미인 것이다.

 

 

 

셰프들이 곤란해 할 정도로 빈약한 냉장고를 가진 스타들, 이를테면 인피니트 성규나 케이 윌, 서장훈같은 스타들의 냉장고로 셰프들이 대결을 펼칠 때 그 긴장감과 결과물에 대한 흥미가 훨씬 증가하는 것만 보아도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이 스타들의 훌륭한 ‘식재료 자랑’은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마치 ‘내가 더 고급 재료를 가지고 있다’고 자랑하는 것 같은 냉장고, 설정한 향기가 깊게 배어 있는 냉장고는 대단하다는 감탄사는 나올지언정, 깊게 공감을 하게 만들 수 없는 상황을 필연적으로 따라오게 한다. 15분이라는 시간제한을 두고 스타들이 직접 재료를 결정하지 못한다는 핸디캡까지 두는 이유는 그만큼 그들이 곤란한 상황 속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보이는 모습을 잡아내기 위해서다. 평범한 냉장고 속 재료로도 누가 요리하느냐에 따라 고급요리에 버금가는 요리가 나올 수 있다는 희열이 <냉장고를 부탁해>를 성공시킨 원동력이라는 이야기다.

 

 

 

고급 재료를 가지고 고급 요리를 만드는 것에 그 어떤 특별함이 있을까. 화이트 트러플을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대다수의 시청자들에겐 그런 재료가 들어있는 스타의 냉장고는 공감이 가질 않는다.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진정으로 보고 싶은 것은 바로 우리가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재료들이 셰프들의 개성으로 어떻게 탈바꿈 되느냐 하는 것이다. 대중이 주목하는 것은 최고의 요리재료가 아닌, 최고의 요리 실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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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20%는 물론 40%까지 치솟았던 예능의 시청률은 이제 10%만 넘어도 대박인 수준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예능 속에서 웃음을 발견해 내고 호응을 보냈다. 그 예능속에서 탄생한 캐릭터들이 2015년의 대세로 떠오르기도 했다. 2015년 예능속에서 발견된 캐릭터들은 누가누가 있을까.

 

 

토토가

 

역시 장수예능 <무한도전>의 힘은 강했다. 올 해 13일 방영된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 최종 무대는 20%를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2015년 상반기를 아우르는 단어가 되었다. 90년대 흥행했던 노래를 다시 듣는다는 콘셉트는 여러 예능으로 뻗어나갔고 현재 방영중인 JTBC<슈가맨-투유 프로젝트>까지 영향을 미쳤다. ‘토토가라는 이름을 사용한 클럽이 논란이 되기도 했고, ‘토토가에 출연한 가수들은 주가가 수직상승하는 효과를 누렸다. 그들 개개인의 힘이라기 보다는 90년대 노래를 2015년으로 끌어들인 <무한도전>의 강력한 추억의 힘이 주효했다. ‘토토가토토가자체로서 하나의 캐릭터 상품화가 되며 2015년을 수놓았다.

 

백종원

 

2015년 예능에서 이 사람을 빼놓을 수가 없다. 백종원은 백종원 자체로 하나의 믿고 보는브랜드가 되었음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초반 <마이리틀텔레비젼(이하 <마리텔>)>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백종원은 인터넷 방송을 결합한 형식 속에서 매번 시청자 수 1위를 기록하며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는 5연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이후 그는 구수한 말솜씨와 생활밀착형 요리실력을 내세워 <집밥 백선생> <백종원의 3대 천왕>등의 프로그램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출연했다. 이 두 프로그램 모두 백종원이 없었다면 만들어질 수조차 없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상기해 보면 백종원이라는 캐릭터가 2015년이 낳은 가장 영향력 있는 단일 캐릭터라는 점만큼은 결코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김영만

 

백종원을 필두로 한 <마리텔>의 상승세가 지속된 가운데 철옹성같았던 백종원의 6연승을 저지한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김영만이다. 김영만이 내세운 것은 백종원같은 유려한 말솜씨와 먹음직 스러운 음식이 아니라 바로 추억과 감동의 힘이었다. 자신을 봐준 시청자 수가 가장 많았다는 소식에 눈물을 터뜨리고, 젊은이들에게 따듯한 위로를 건네는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시청자들에게 있어서 큰 감동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그 안에는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살아가면서 세상을 따듯하게 바라볼 줄 아는 순수한 한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그렇기 때문에 김영만 신드롬이 한달을 채 유지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등장 자체가 의미가 있다.

 

 

최현석

 

백종원과 비슷한 맥락으로 먹방신드롬을 타고 가장 많은 화제를 몰고 온 것이 바로 최현석 셰프다. 요리 실력도 요리 실력이지만 그의 뛰어난 쇼맨십은 다른 셰프들 보다 훨씬 예능에 최적화 된 캐릭터라고 할 수 있었다. ‘크레이지 셰프’ ‘허셰프등의 별명이 붙고, 그 별명이 시청자들에게 친숙하게 된 것에서 그의 예능적인 가치를 찾아볼 수 있다. 가장 화제가 된 셰프 답게 <냉장고를 부탁해>에 모습을 드러낸 셰프 중 가장 많은 광고에 출연했고, 다른 예능에까지 출연하는 등, 상승세를 탔다. 백종원과 차이점이 있다면 그는 예능인으로서 소비 된다기 보다는 그의 본업을 소홀히 하지 않기에 그의 예능인으로서의 호감도가 더 높아진다는 점이다.

 

정형돈

 

2015년을 정형돈만큼 스펙타클하게 보낸 예능인도 없을 것이다. 정형돈은 <주간 아이돌> <냉장고를 부탁해>등으로 진행자로서의 가치를 증명했다. 자신의 캐릭터를 대중에게 설득시키며 편안한 진행을 선보인 정형돈의 주가는 2015년 그야말로 수직상승했다. 그러나 그의 병이 발목을 잡았다. ‘불안장애로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던 그는 결국 모든 방송을 접고 휴식을 선언했다. 그의 빈자리가 다른 진행자들에 비해서 훨씬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은 그가 그만큼의 예능인으로서의 존재감을 보였다는 뜻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정형돈의 화려한 귀환을 기다려본다.

 

복면

 

<히든싱어>에 이어서 정체를 숨기는형식의 노래 예능이 다시 대박을 쳤다. <복면가왕>에 특별한 캐릭터가 숨어 있었다기 보다는 바로 복면그 자체가 프로그램을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가면을 쓰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의 정체가 의외이면 의외일수록, 시청자들의 열띤 호응은 더해갔다. 물론 각각 4연승을 기록한 김연우와 거미는 이 프로그램의 긴장감을 높이고 노래에 집중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출연진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실력은 그대로일지라도 그들이 단순히 노래만 불렀을 때와 복면을 썼을 때의 집중도는 확연히 차이가 났다. 복면은 <복면가왕>을 절대 강자였던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비등한 시청률로 끌어 올리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아이디어 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영석

 

나영석이 만든 <삼시세끼>의 캐릭터들을 꼽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영석 표 예능이라는 브랜드다. 나영석은 올 해 <삼시세끼> 어촌편, 정선편에 이어 인터넷 방송 전용으로 만든 <신서유기>까지 히트시키는 저력을 발휘했다. 나영석이 손대면 마이더스의 손처럼, 모든 예능이 살아나는 마법을 부린 것이다. 나영석이 직접 부인하기는 했지만 그를 잡기 위해 100억을 제시했다는 소문까지 들려올 정도였으니, 그의 존재감이 어땠는지는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내년에 방영될 <꽃보다 청춘>역시 그의 또 다른 성공작이 될 전망이다. 어느새 톱스타들도 출연하고 싶어하는 나영석 표예능은 이제 예능계에서 하나의 브랜드다. 캐릭터를 이용하여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영석이 만들면 캐릭터가 된다. 실로 대단한 능력이 아닐 수 없다.

 

유재석

 

굳이 이름을 올릴 것도 없을 만큼 너무 당연한 이름이지만 여전히 연말 연예 대상에서 유재석은 가장 강력한 후보다. 사실상 그를 대적할 자가 없다. 엄청난 자기 관리 능력과 예능감, 그리고 모두를 아우르는 진행 능력은 그의 별명을 유느님으로 만들었다. <내딸 금사월>에 그가 출연한 회차는 시청률이 수직상승했고, 드라마 <엄마>pd“2000만원을 더 써서라도 유재석을 잡아야 했다며 한탄섞인 한 마디를 내뱉기도 했다. <무한도전><런닝맨> 이 두 프로그램 만으로도 유재석의 진가는 확실하게 설명된다. <무한도전>은 여전히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예능이고, <런닝맨>은 중국에서의 엄청난 인기로 전용기까지 대절해 출연진을 초빙할 정도로 국내 시청률과 상관 없이 엄청난 파급력을 자랑하기까지 한다. 이런 프로그램을 지속시키는데는 유재석의 꾸준함과 통솔력이 주효했다. <동상이몽-괜찮아 괜찮아><슈가맨-투유 프로젝트>등의 프로그램도 유재석이라는 이름만으로도 호감도를 획득했고, 점점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니 그 누가 유재석을 쓰고 싶지 않을까. 유재석은 내년에도 별 일이 없다면 다시 연말 대상의 가장 강력한 후보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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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의 고현정은 미실을 연기하며 연기 대상을 수상했다. 주인공과 대척점에 서 있는 악역이었지만 고현정의 설득력있는 연기와 존재감은 주인공을 바꿔놓을 정도로 큰 임팩트를 발휘했다. 고현정이라는 톱스타가 악역을 맡은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는 선택이었다.

 

 

 

작년 MBC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탄 이유리는 고현정만큼의 무게감을 자랑하는 톱스타가 아니었다. 그러나 막장극의 조연이라는 핸디캡까지 모두 뛰어넘고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다소 개연성이 떨어지는 인물인 연민정을 설득력있게 포장하고 기대를 뛰어넘은 연기를 보인 이유리는 엄청난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바야흐로 악역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전성시대다. 어떤 역할이든 자신의 매력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연기력과 존재감을 보인다면 악역을 맡은 배우들의 진가는 훨씬 더 뇌리에 각인된다.

 

 

 

 

청룡영화상에서 <사도>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유아인은 영화 <베테랑>에서 동정의 여지가 없는 악역을 맡았다. 자신의 재력을 믿고 사람들을 물건 취급하고 뭐든 돈으로 해결하며, 심지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사이코 패스에 가까운 악역이었지만 관객들은 이 캐릭터에 열광했다. 유아인의 연기력이 이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손색 없이 훌륭했기 때문이었다. 정의의 편에선 황정민 보다 악역인 유아인의 존재감이 영화의 전반을 지배했다. 덕분에 유아인은 천만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고 2015년을 유아인의 해로 만들었다.

 

 

 

 

<내부자들>에서도 착한 주인공은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하다. 오히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병헌이 맡은 안상구와 백윤식이 맡은 이강희 역할이다. 이병헌이 맡은 안상구가 단순히 착하기만 한 캐릭터라면 이정도의 호응을 끌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의 복수의 목적은 정의의 실현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에게 가해진 불합리함에 대한 포효다. 그 스스로도 내가 원하는 것은 그저 복수일 뿐고 소리치고 그와 우연찮게 손을 잡게 된 검사 우장훈(조승우 분)은 말한다. ‘너도 죄가 없는 것은 아니잖아.’. 그 역시 권력에 아부하는 깡패였고 그들의 뒤를 봐주며 온갖 비리에 연루된 인물이다. 그런 그의 복수가 통쾌한 것은 그가 선한 인물이고 정의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감정에 동화되기 때문이다. 그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한 이병헌은 그를 따라다닌 추문을 벗어던질 계기를 마련했다.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도 불구하고 500만을 훌쩍 넘어 순항중이다.

 

 

 

드라마에서 이런 현상은 지속되었다. <육룡이 나르샤>의 박혁권은 명백한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박혁권의 과한 화장과 여성스런 몸짓은 그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는 설정으로 자리 잡았고, 그가 죽음으로서 퇴장을 하는 시점에서 그 캐릭터의 죽음을 아쉬워 하는 시청자들이 다수였다. 그에게는 심지어 길태미 예쁘다의 준말인 태쁘라는 애칭까지 붙었다. 이는 미녀배우 김태희의 애칭과 동일한 별명이다. 그에 쏟아지는 시청자들의 애정이 어느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최근 시작한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역시 주인공보다 눈에 띄는 것은 악한 속성을 가진 이들이다. 영화 <베테랑>을 드라마로 옮겨 온 것 같은 분위기는 절대 악에 도전하는 정의를 내세우지만, 이 드라마의 캐릭터들은 정의의 갑옷으로만 치장하지 않았다. 박성웅이 맡은 변호사 박동호는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속물이다. 그의 뒤를 봐주고 있는 것은 무려 조폭. 그 역시도 조폭이 되고자 했던 과거까지 있다. 그가 일을 처리하는 방식은 협박과 회유에 가깝다. 의뢰인을 빼내기 위한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폭행 사건을 조작하는 모습은 그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동시에 통쾌함마저 안겼다. 박동호는 ‘착하기만 한’ 캐릭터가 절대로 아니지만, 주인공 보다 훨씬 더 큰 존재감을 발휘하며 드라마 1~2회를 장악했다.

 

 

악역을 맡은 남궁민 역시, 뛰어난 연기력으로 드라마의 설득력을 높였다. 그가 만들어 낸 남규만이라는 캐릭터는 <베테랑>의 유아인이 맡았던 조태오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악랄하다. 그는 법 위에 서 있는 절대 악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그의 연기력과 결합된 캐릭터는 그라는 연기자에 대한 신뢰를 오히려 증가시킨다. 그가 강력하면 할수록, 드라마의 긴장감은 배가 되고 그에 대한 평가 역시 달라진다.

 

 

 

악역이라는 한계에 갇혀 주인공의 들러리가 되었던 시대는 갔다. 이제 악역도 개성시대. 악역을 어떻게 소화하느냐에 따라 경우에 따라서는 주인공보다 훨씬 더 주목받고, 연기자로서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결국 배우는 역할에 상관없이, 자신이 맡은 바를 다 할 때 가장 빛이난다는 사실이 진리임이 증명된 것이라 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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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시청률의 파이가 작아지긴 했지만 올해도 역시 좋은 드라마들과 흥행작들이 탄생했고, 많은 배우들이 그 드라마 속에서 열연을 했다. 2015년에는 어떤 드라마 속에서 어떤 캐릭터들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홀렸을까. 2015 드라마 캐릭터를 정리해 보았다.

 

 

킬미힐미-지성

 

2015년 드라마 캐릭터를 논할 때, 빠져서는 안되는 인물이 바로 지성이 연기한 <킬미힐미>의 차도현이다. 무려 7개의 인격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한 지성은 모든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다른 모습으로 소화하며 지성의 연기력에 대한 찬사를 이끌어 냈다. 상대역인 오리진 역할을 맡은 황정음의 서포트도 좋았지만 황정음이 인터뷰에서 밝혔듯, <킬미힐미>는 지성을 위한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성은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며 2015년이 마무리 되는 지금 이 시점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연기력을 보여준 연기자로서 시청자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펀치-김래원, 조재현

 

권력을 가진 자 골리앗의 부패와 그 부패를 낱낱이 파헤치고 뒤흔들려는 다윗의 싸움은 박경수 작가 특유의 내러티브다. 그 내러티브는 <펀치>로 다시 한 번 한 방을 날렸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다윗 박정환(김래원 분)과 그의 악에 받힌 복수의 대상이 되어 버린 골리앗 이태준(조재현 분)의 싸움은 그들의 캐릭터와 연기력의 싸움으로 이어졌다. 박경수 작가는 이번에는 단순히 골리앗을 으로 규정하지 않고 그가 권력의 개로 살아가며 겪는 감정에도 집중하게 만들었다. 박정환과 이태준이 함께 자장면을 나눠 먹는 장면은 단순한 먹방에 그치지 않고 그들이 놓인 처지와 밥그릇 싸움이라는 권력의 속성을 대변하는 메타포로 나타난 명장면으로 회자된다. 드라마 자체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는데 그들의 섬세한 연기의 결이 한 몫을 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가면- 주지훈

 

12역을 맡은 주인공 수애의 연기보다 주지훈의 캐릭터가 <가면>에서는 더욱 돋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최민우 역할을 맡아 사랑을 믿지 않는 차가운 캐릭터지만 점점 변지숙(수애 분)에게 빠져 들어가는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내며 여심을 흔들었다. <가면>의 스토리는 후반부로 갈수록 중구난방에 엉망진창이 되기는 했지만, 그 흔들리는 상황속에서도 <가면>을 시청해야할 이유가 있었다면 주지훈의 설득력있는 연기 때문이었다. 캐릭터가 우왕좌왕하는 가운데에서도 그 매력을 살리고 확실한 임팩트를 주는데 있어 연기자의 몫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오 나의 귀신님- 박보영

 

<! 나의 귀신님>속의 박보영을 빼놓고 2015 드라마의 캐릭터를 논할 수 없다. 박보영은 실질적인 12역으로, 소심하고 유약한 귀신보는 소녀 나봉선 역할과 발랄하고 참견하기 좋아하는 신순애(김슬기 분)에 빙의된 두 가지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이 캐릭터가 특별했던 것은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적인 여주인공에서 탈피, 자신의 성적인 욕망을 위해 남성을 이용하는 과감함을 선보였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도 사랑스러움을 잃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섬세한 손길로 스토리가 다듬어졌기 때문이었다. 역대급 캐릭터를 탄생시킨 <! 나의 귀신님>속 박보영의 뛰어난 연기력은 그의 배우로서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증명하는 터닝포인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는 예뻤다- 황정음

 

얼굴에는 빨간 홍조와 주근깨가 덕지덕지 붙어있고 머리는 폭탄을 맞은 것처럼 산발을 했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그 못생김이 강조될수록 황정음이 연기하는 김혜진이 예뻐보였다는 점이다. <그녀는 예뻤다>라는 타이틀을 비웃기라도 하듯, 오히려 후반부 예뻐진 황정음의 얼굴은 주근깨와 폭탄머리를 가진 못난이 보다 매력이 떨어져 보였다. 황정음은 망가짐을 불사하며 역할에 혼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며 여주인공으로서 대체 불가 배우의 매력을 확실하게 증명했다. <킬미힐미>에 이어서 다시 한 번 홈런을 친 황정음이 어느새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도 물론이다.

 

용팔이- 주원

 

<용팔이>의 후반부가 바람빠진 풍선처럼 맥없이 느슨해졌지만, <용팔이>의 시청률이 20%까지 치솟을 수 있었던 것은 김태희의 미모와 더불어 주원의 연기력 때문이었다. 돈만 된다면 무슨 짓이든 하는 의사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낸 주원은 20대 배우 중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배우를 꼽으라면 한 번쯤은 이름을 올릴 배우로 성장했다. 초반부와 중반부, ‘용팔이를 내세운 스토리가 먹힐 수 있었던 것 역시 주원이 캐릭터의 설명을 연기로 완벽하게 시청자들에게 해 냈기 때문이었다. 드라마 <굿닥터>에 이어 다시 한 번 레지던트 역할을 맡았지만 전혀 다른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 해 낸 주원의 연기력은 확실히 비범했다. 천재 의사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위험을 불사하는 캐릭터의 긴장감이 <용팔이>를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딸 금사월- 전인화

 

타이틀은 금사월을 사용했지만 실질적인 포커스는 내 딸에 있다. 금사월(백진희 분) 보다는 금사월의 엄마인 신득예(전인화 분)가 이 드라마의 실질적인 주인공인 셈이다. 김순옥 작가의 전작인 <왔다! 장보리>에 탄산남이라 불리던 문지상(성혁 분)이 있었다면 <내 딸 금사월>에는 모든 사건을 조정하고 개입하는 신득예가 있다. 신득예의 능력치와 존재감은 문지상을 뛰어 넘는다. 신득예는 답답하고 무능한 금사월을 대신해 악역들에게 통쾌한 한 방을 날리는 역할을 맡고 있다. 드라마가 막장의 향기가 흐르는 속에서도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신득예의 힘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착한 것이 아니라 멍청해 보이는 금사월 캐릭터에 대한 반감을 신득예가 커버하고 있기에 <내 딸 금사월>의 인기가 가능할 수 있었다.

 

 

 

육룡이 나르샤-박혁권

 

주인공은 분명 정도전(김명민 분)과 이방원(유아인 분)인데 올 해 더 눈에 들어온 캐릭터는 길태미다. 물론 정도전과 이방원은 드라마 중심에 무게를 잡는 역할이고, 앞으로의 스토리를 책임지는 캐릭터들이다. 그러나 길태미는 조연임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그 순간 까지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증가시킨 캐릭터였다. 남자임에도 치장을 좋아하고 여성스러운 말투를 사용하는데 무예에 뛰어난 이중적인 캐릭터는 사극에서는 물론이고 현대극에서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신개념 캐릭터였다.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태쁘(길태미 예쁘다의 준말)’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이 캐릭터에 열광한 이유가 있었다. 길태미를 연기한 박혁권의 맛깔나는 연기는 잊혀지지 않을만큼 강렬했다.

 

응답하라 1988-전 출연진

 

<미생>에 이어 이렇게 생동감 있는 캐릭터를 전반적으로 활용한 드라마는 실로 오랜만이다. 같은 제작진의 시리즈 물인 <응답하라 1997>이나 <응답하라 1994>가 로맨스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응답하라 1988>은 가족이라는 매개체를 스토리에 적극 녹여냈다. 로맨스도 있지만, 가족간의 사랑과 이웃간의 정이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주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로맨스를 펼치는 청춘스타들이 아니다. 오히려 이 드라마는 그들도 누군가의 자식이고, 그들의 부모도 마땅히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가치가 있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 ‘사랑한다 아들이라는 투박한 한 마디에 눈물이 떨어지고 코피는 괜찮냐는 간단한 질문조차 그들이 가족이기 때문에 울컥하게 만든다. 그런 분위기를 만들고 설명해 낸 제작진의 섬세하고 따듯한 시선이 너무나도 반갑고 고맙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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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지성

 


 

 

 

연말 연기대상은 방송사들의 잇속 채우기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많았던 가운데에서도 공동수상, 퍼주기식 논란이 가장 많았던 MBC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시청자들에게 수상의 책임을 돌렸다. 작년 <왔다! 장보리>의 악역을 맡았던 이유리가 대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시청자들의 투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번 연기대상 후보는 <내딸 금사월>의 전인화, <킬미힐미>의 지성, <킬미힐미>,<그녀는 예뻤다>의 황정음 세명의 후보가 각축을 벌인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내년까지 방송 예정인 <내딸 금사월>의 전인화 수상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지만 시청자들의 투표는 지성과 황정음에게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킬미힐미>의 지성의 수상이 유력하다. 지성은 무려 7개의 인격을 소화하며 ‘미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올해 초에 드라마는 종영했지만 아직까지 지성을 뛰어넘는 임팩트를 준 연기력을 선보인 연기자를 찾기 힘들 정도. 3사 통합 연기대상을 한다고 해도 지성의 수상을 점쳐볼 수 있을 수준이다. 황정음이 <킬미힐미>와 <그녀는 예뻤다>로 2연타 홈런을 쳤지만 작년 조연이었던 이유리의 수상이 그랬듯, 시청자들은 단순한 흥행력보다는 연기력에 초점을 맞출 확률이 높다.



KBS 김혜자

 

 

 


KBS가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놓지 못한 가운데 가장 시상에 어려운 방송사가 될 것이라는 말이 있었지만 오히려 KBS는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 출연한 김혜자라는 확실한 대안이 있다. 김혜자의 수상은 이견이 제시되지 않을 만큼 가장 안정적인 선택이다. 내년까지 방영될 <객주>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캐릭터가 나오지 못했고, 김수현이라는 한류스타를 내세운 <프로듀사>역시 생각해 봄직한 선택이지만 시청률이 예상만큼 훌륭하지는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김혜자는 연기력은 물론, 소위 ‘스타’를 기용하지 않고도 동시간대 1위라는 저력을 발휘한 공로가 인정된다. 만약 좀 더 파격적인 선택을 한다면, 김수현이라는 선택도 생각해 봄직 하지만 김혜자의 수상이 가장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SBS <육룡이 나르샤>

 

 


오히려 KBS보다 가장 깊은 고민을 해야할 방송사가 바로 SBS다. SBS에는 <가면>의 수애, <미세스 캅>의 김희애, <펀치>의 김래원, 조재현, <용팔이>의 주원, <육룡이 나르샤>의 김명민, 유아인 등 강력한 후보들이 밀집해 있는 지점이다. 누가 탄다고 해도 그다지 이견의 여지도 없을뿐더러 배우들의 면면역시 화려하다. 그런 상황에서 방송사의 이익이 가장 우선순위로 고려대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가능하다. 특히 올해는 유아인의 활약이 두드러진 해다. 유아인은 얼마 전 청룡영화상의 남우 주연상을 수상하며 화룡정점을 찍었다. 그런 상황에서 <육룡이 나르샤>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 이유가 적다. 내년까지 방영될 드라마에 힘을 실어주는 편이 방송사에서는 가장 좋은 그림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육룡이 나르샤>는 화려한 캐스팅과 치밀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생각만큼 시청률의 증폭이 크지 않는 상황. <육룡이 나르샤>에게 화제성을 부여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 문제는 유아인과 김명민, 둘 중 누구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리느냐 하는 것. 공동수상이라는 방법도 있지만 그럴 경우 상에 대한 긴장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청룡의 남우주연상을 유아인이 수상한 만큼, 방송사측이 연기력이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는 김명민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리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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