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씨남정기>는 여러모로 경쟁작 tvN의 <기억>보다 불리한 조건에서 시작되었다. <시그널>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후속으로 편성된 <기억>은 <시그널>의 높은 시청률과 함께 자연스러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기억>의 주인공 이성민은 “<시그널>의 후광을 입고 잘 될 것.”이라며 “<시그널> 다음이라 부담스럽지만 잘하면 <시그널>을 뛰어넘을 수도 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 <마당앙트완>후속으로 편성된 <욱씨남정기>는 1% 미만으로 종영한 <마담앙트완>의 흥행 참패로 인해 거의 후광을 받지 못하고 출발한 상태였다. 


 

 

 

JTBC는 종편 방송 중 예능이나 드라마, 뉴스에 이르기까지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케이블 중 가장 강력한 파워를 자랑하는 tvN이 구축해 놓은 탄탄한 드라마 콘텐츠는 상당한 벽이었다. JTBC 역시 종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김수현 작가의 <무자식 상팔자>등과 파격적인 소재를 다룬 <아내의 자격> <밀회>등으로 호평을 받고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미생> <오 나의 귀신님> <두번째 스무살> <응답하라> 시리즈, <시그널> 등 높은 수준의 드라마 제작을 꾸준히 성공시킨 tvN의 영향력은 다른 비지상파에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욱씨넘정기>는 이런 불리한 조건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경쟁작 <기억>에 준하는 시청률을 올리며 2%를 넘겼다. 케이블의 시청률 파이가 높아진 지금, 아쉬울 수 있는 시청률이긴 하지만 전작 <마담 앙트완>이 <시그널>의 기세에 밀려 0.5%라는 저조한 시청률로 막을 내린 것에 비하면 괄목할만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이 상태로라면 경쟁작 <기억>에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만큼 <욱씨남정기>는 확실한 매력포인트가 있는 것이다.

 

 


 

<욱씨남정기>속 현실은 <미생>이 보여준 그것과 다르지 않다. 아무리 노력해도 을은 갑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할수록 상처만 입을 뿐이다. 남정기(윤상현 분)는 분명 좋은 사람이지만 자신이 만든 제품으로  후배에게 승진 빼앗기고도 웃고 대기업의 부당한 요구에도 비위를 맞추며 비굴한 표정을 짓는다. 자신이 만든 제품을 통째로 대기업에 빼앗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그들에게 접대까지 해야하는 부당한 상황에 놓인다. 철저하게 갑의 입장인 옥다정(이요원 분)은 그런 남정기가 한심하기만 하다. 그래서 묻는다. ‘이 계약 왜 하느냐’라고.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내 심정은 어떤줄 아느냐”며 화내는 남정기에게 옥다정은 “협상할 생각도 못하고 호구노릇 계속 해주니까 매번 당한다는 생각은 못합니까?”라고 되묻는다.

 

 

 


이 드라마의 지독한 현실 속에서도 분위기가 다운되지 않고 오히려 경쾌해 질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옥다정의 캐릭터 때문이다. 옥다정은 현실에 존재하기 힘든 캐릭터로 원리 원칙에 입각하여 결코 굽히는 법이 없다. 자신의 상사인 김환규(손종학 분) 앞에서 계약서를 찢어버리거나 물세례도 모자라 물컵까지 던져버리는 대담함은 철저히 드라마틱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속이 시원하게 뚫린다. 대기업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하청업체들의 이야기는 부당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처럼 느껴지지만 그 안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찾고 할 말을 참지 않는 옥다정의 캐릭터는 이 드라마의 긴장감을 높이는 동시에 답답함을 해소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는 것이다. 철저히 눈치를 보고 살 수 밖에 없는 부하직원에 그것도 여성이라는 설정은 이 같은 통쾌함을 더욱 극대화 시키는 장치가 된다. 사회적인 편견과 부당함에 무릎꿇어야 하는 위치에 있는 수많은 을들을 대변한 캐릭터라 할만하다.

 

 

 


 

<미생>이 지독히도 현실적인 회사의 공간을 묘사했다면 <욱씨남정기>는 미생의 현실에 더해 그 현실을 뒤집을 수 있는 판타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 판타지와 현실의 간극이 크면 클수록 이 드라마에 대해 시청자들이 느끼는 집중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대기업 팀장에서 하청업체의 본부장의 길을 선택한 옥다정의 자발적 ‘을’의 행보는 그래서 더욱 기대가된다. 을이지만 을로서 당연히 참아햐 하는 부당대우는 없다고 소리치며 자신이 기획한 것을 하나하나 이뤄가는 옥다정과 그에 동화되는 남정기의 감정선이 코믹하면서도 진한 페이소스로 다가온다. JTBC드라마에 또다른 성공 신화를 <욱씨남정기>에서 기대하는 이유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