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유재석과 함께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갔던 예능 진행자였던 강호동은 이제 없다. 예능 프로그램의 트렌드가 변화하고 전체적인 시청률의 파이가 줄어드는 와중에 예능의 평가 기준역시 절대적인 시청률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강호동은 잠시 활동을 중단 한 후 다시 복귀 하고 나서 수년간 대표작을 만들지 못했다. 강호동을 메인으로 한 프로그램들이 연이어 종영을 했고 현재 강호동이 맡고 있는 예능들도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마리와 나>의 종영으로 강호동의 위기설까지 또 다시 제기되었다. 그가 복귀한 후, 한 번도 강호동은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다. 그에게 하는 기대가 여타 예능인에 대한 기대보다 컸던 탓이다. 그러나 강호동의 존재감이 예전 같지 않은 것이 단순한 강호동의 실패를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마리와 나>의 종영은 많은 사람들에게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동물과 교감하는 스타들의 이야기는 자극적이지는 않아도 충분히 감동적이고 따듯했기 때문이었다. 1%가 채 되지 않은 시청률은 폐지에 대한 가장 강력한 근거가 되었지만 궤도에 오를 때 까지 조금 더 두고볼만한 여지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폐지가 결정된 것은 아쉬운 일이었다. 이 아쉬움은 강호동이라는 예능인에 대한 아쉬움으로 확장되었다. 강호동의 <마리와 나>는 강호동이 그간 고수해 왔던 이미지를 뒤집는 선택이었다. 강호동은 그동안 소리지르고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에너지를 뿜어내는 역할을 도맡아 왔다. 다소 위압적인 존재감이 강호동의 예능인으로서 정체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마리와 나>에서 강호동은 새끼 고양이를 보고 어쩔 줄 몰라 당황하고 쩔쩔매는 모습으로 시청자에게 다가갔다. 서툴지만 정성스럽고 세심한 배려는 강호동에게 있어서 그동안 찾기 힘들었던 부드러움을 어필하는 장면이었다. 강호동의 분위기 자체는 이전보다 가라앉았지만 그 안에서 보이는 강호동의 이미지는 오히려 호감으로 돌아섰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강블리’라는 별명을 얻은 것 또한 수확이라면 수확이었다. 힘으로 밀어붙일 것 같았던 강호동에게서 새로운 매력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강호동은 그 존재감 만큼이나 불편해 하는 시청자들도 다수 존재하는 예능이었다. 분위기를 고조시키거나 힘이 필요한 장면에서는 강호동만한 예능인이 없었지만 그 힘은 때때로 보기 피곤할 정도의 에너지를 내뿜기도 했기 때문이다. 예능적인 센스나 화술, 혹은 밀고 당기기보다는 강호동이라는 ‘천하장사’의 캐릭터가 강호동 예능의 성공을 이끌었고, 그 뛰어난 존재감으로 예능을 장악했던 강호동이었기에 강호동에게 요구되는 모습 또한 그런 방향으로 치우쳐져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강호동이 내려놓기를 결정한 후, 오히려 강호동은 자신의 캐릭터가 단순히 힘과 장악력에 있지 않음을 증명하고 있다. <아는 형님>에서도 강호동은 주인공이 되지 않는다. 전체를 아우르려는 욕심도 전혀 부리지 않는다. 여전히 프로그램의 중심에 있기는 하지만 함께 프로그램을 하는 동생들에게 면박을 당하거나 무시를 당하며 이전의 캐릭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더군다나 <아는 형님>은 철저히 B급 정서에 가깝다. 황당한 미션이나 이야기가 펼쳐지고 다소 중구난방의 캐릭터가 이리저리 튄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예능의 분위기는 한층 더 신선하고 젊게 느껴진다. 강한 에너지를 가진 예능인이었지만 젊은 층의 트렌드에서는 다소 뒤쳐져 있다는 인식이 강했던 강호동의 이미지는 <아는 형님>에서 만큼은 정 반대다. 그러나 강호동이 억지로 트렌드를 좇는 것은 아니다. 그는 새로운 용어나 트렌드가 등장할 때, 결코 아는척을 하지 않는다. 모를 때는 모른다고 확실하게 시인하고 자신이 트렌드의 중심에 선 인물이 아님을 인정한다. 그런 과정에서 강호동의 약한 모습은 오히려 그의 캐릭터에 의외성을 던져주는 것이다. 중심인물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강호동의 선택은 폭발적이지는 않을지언정 틀리지 않았다.

 

 

 

시청자들은 <마리와 나>의 폐지를 안타까워 하고 부드러워진 강호동의 비약을 바란다. 지금 강호동은 힘이 없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예능 캐릭터를 재정비하고 다시금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 중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예전처럼 예능계를 양분하는 최고의 진행자가 되지 않을지언정, 시청자들이 두루두루 좋아하는 예능인이 되는 것. 그것 만큼은 강호동에게서 다시 기대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