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라는 배우가 <왕의 남자>로 얻은 ‘예쁜 남자’ 타이틀을 지워가는 과정은 꽤나 흥미롭다. 이준기는 자칫 <왕의 남자>의 ‘공길’ 캐릭터의 너무 강렬한 이미지에 매몰될 수 있었지만 남성다운 이미지를 자신의 캐릭터를 통해 투영해 내는데 성공했다. 특히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 보여준 연기력은 이준기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었다. 예쁜 남자 타이틀은 결국 더 이상 이준기를 따라다니지 못했고 이준기가 배우로서의 성장을 보여준 계기가 되었다. 이준기는 그 이후로도 좋은 발성과 깨끗한 대사처리, 묵직한 연기력으로 각종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으며 단순히 캐릭터에 매몰될 배우가 아님을 증명해냈다.

 

 

 

 


그러나 이준기가 뛰어난 연기력으로 고군분투 하는 가운데에서도 이준기가 받아든 성적표가 시원치 않다. 특히 <일지매>를 제외하고는 이준기가 선택한 퓨전사극들이 모두 고배를 마셨다. 이준기는 유독 퓨전 사극을 많이 선택한 배우다. 이준기의 필모그래피만 보아도 <일지매> <아랑사또전> <조선총잡이> <밤을 걷는 선비> 그리고 현재 출연하고 있는 <달의 연인>까지 모두 퓨전 사극의 성격을 띄는 작품들이었다. 이 중 <일지매>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작품들이 모두 시청률과 화제성을 잡지 못하며 아쉬운 성적을 낸 것이다. 현재 출연하고 있는 <달의 연인>마저 한 번도 10%의 시청률을 넘지 못한 것은 물론 이번에는 아예 5%대의 자체 최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위기에 봉착했다. 처음부터 사전제작에 꽃미남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며 화제를 모았던 것에 비해 지나치게 저조한 시청률이다.

 

 

 

 

 

 

 

물론 여전히 화제성은 있다. 화제성 조사 기관 다음소프트와 굿데이터의 방송 프로그램 화제성 지수에서 1위를 차지한 것만 보아도 이 드라마에 쏟아진 화제성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화제성지수 1위라는 말로 위로를 하기에는 그 화제성의 중심이 미묘하게 어긋나있다. 드라마에 대한 애정과 관심으로 인한 화제성이라기보다는, 여주인공 아이유에 대한 반감, 엑소 출신 백현에 대한 조롱등이 화제성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물론 이준기를 비롯해 강하늘까지 연기력이 출중한 배우들의 활약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들은 여자 주인공에게 연심을 느끼는 캐릭터를 연기로 표현하며 로맨스 드라마에 필수적인 설렘 지수를 높였다. 그러나 <달의 연인>의 전반적인 내용을 구제하기는 무리였다. 일단 여자 주인공을 좋아하게 되는 러브라인의 설정에 공감이 가질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여자 주인공에 감정 이입을 하기 힘들다는 점은 이 드라마가 가진 가장 큰 패착이다. 칭찬이 쏟아지는 것은 이준기와 강하늘 뿐, 그 사랑을 받는 여주인공에 대한 호감도는 현저히 낮다. 결국 로맨스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케미스트리가 살지 못하는 결과가 이어졌다.

 

 

 

 

 

 

 

남자 주인공들은 멋있고 매력있지만, 그 안에서 펼쳐지는 내용 자체는 진부하기 짝이 없고 그 진부함을 커버할 만큼의 매력이 여주인공에게는 없다. 아이유라는 배우에게 쏟아진 비난은 남자 주인공들에 대한 호감도가 증가할수록 더욱 높아졌다. 이야기의 흐름이 재기발랄하고 확실한 포인트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배우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달의 연인>의 아이유는 이 의존도를 감당할만큼의 연기력이나 이미지를 담보하지 못한다.

 

 

 

 

안타까운 것은 이준기가 선택한 ‘사극 로맨스 드라마’들의 대부분이 이런 현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전작 <밤을 걷는 선비>역시 원작 만화의 탄탄한 스토리라인을 바탕으로 제작된 드라마였지만, 드라마가 원작에 못 미치는 결과를 보였다. <밤을 걷는 선비> 역시 이준기의 상대역인 이유비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주연급의 파급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과 함께 연기력 논란에도 시달렸기 때문이었다. 현재 <달의 연인>에서 보여주고 있는 문제점이 그대로 답습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준기는 연기력으로 자신에게 한계가 될 수 있었던 이미지를 지운 배우다. 그만큼 이준기가 보여주고 있는 연기력에는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다. <달의 연인>에서도 특유의 카리스마로 자신만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그의 연기력은 확실히 발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준기의 선택에는 다소 아쉬움이 따른다. 이준기가 드라마의 저조한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계속 주연을 맡을 수 있는 것은 그가 표현할 수 있는 연기의 스펙트럼에 대한 신뢰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준기의 연기력이 그 이상의 파급력을 가지려면 시청자들의 이준기에 대한 애정 뿐 아니라 작품 자체에 대한 애정이 필요하다. 부디 다음 작품에서는 이준기의 연기력을 마음 놓고 감상할 만큼 좋은 작품으로 만나게 되길 바란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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