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의 슬램덩크>(이하 <슬램덩크>)는 여성 예능이라는 한계를 극복하며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할 정도의 저력을 발휘했던 프로그램이다. 그렇다. ‘했던’ 이라는 과거형이 바로 이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드러낸다. SBS가 새롭게 선보인 <미운 우리새끼>(이하 <미우새>)는 물론, <슬램덩크>가 눌렀던 <나 혼자 산다>에게 마저 다시 추월을 당했다. 추석 특집으로 <미우새>가 결방하고 이영애가 출연한 <부르스타>가 방영된 탓에 시청률을 다소 올랐지만 이마저도 <부르스타>에게 밀리며 동시간대 꼴지를 기록했다.

 

 

 

 


<미우새> 방영 이후 <슬램덩크>는 3%대의 시청률로 떨어지며 체면을 구겼다. 한 때 <슬램덩크>가 탄생시킨 걸그룹 ‘언니쓰’가 흥행하며 7%대까지 솟았던 시청률이 반 토막이 난 것이다. 이는 단순히 티파니의 하차나 <미우새>의 등장만으로 이루어진 결과는 아니다. 물론 <미우새>는 딱히 캐릭터를 이해 시키지 않아도 등장하는 노총각들의 생활 패턴에 대한 호기심과 그것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감정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형식의 프로그램으로, 첫 방부터 시청에 부담감이 없다. 이를테면 경쟁작 <나 혼자 산다>처럼 그저 다른 유명인의 일상을 지켜보는 콘셉트에 가족과 노총각이라는 특이점을 더해, 관찰 카메라 형식의 예능을 완성한 것이다.

 

 

 

 


<슬램덩크>는 이와는 달리, <무한도전>처럼 캐릭터의 설득력을 얻어야 성공할 수 있는 리얼 버라이어티다. 여성 리얼버라이어티는 그동안 종종 등장해 왔으나 이렇다할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나 ‘꿈 계주’라는 민효린의 꿈이었던 걸그룹은 여성과 리얼버라이어티의 특징을 모두 잡는 성공적인 주제였다. 일단 화려한 걸그룹을 준비하는 <슬램덩크> 멤버들은 대부분 걸그룹에는 문외한이다. 그런 그들이 춤을 추고 노래를 하고 연습을 해 완성된 무대를 만들어 낸다는 호기심. 걸그룹에 어울리지 않는 나잇대나 분위기를 가진 멤버도 다소 존재하는 상황 속에서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 대한 응원. 이런 것들이 그들에 대한 호감도를 증대시켰다.

 

 

 

 


결국 걸그룹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멤버들, 특히 홍진경의 캐릭터는 돋보였고 안쓰러움과 응원하는 마음을 담은 시청자들은 이에 반응했다. 그들의 음원은 음원사이트 올킬을 했고 <뮤직뱅크> 무대도 훌륭히 수행해 내며 감동을 안겼다. 그들의 눈물에 공감이 갔던 것은 그들이 보여준 모습이 그만큼 진정성 있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슬램덩크>는 그 캐릭터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며 리얼 버라이어티가 선사해야할 ‘리얼’을 제대로 설득시키고 있지 못하다. 예를 들자면 ‘언니쓰’가 끝난 후 시작된 제시의 꿈인 '복싱'이 그 예다. 복싱을 꿈으로 선택했다면 기승전결을 복싱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의 어려움이나 아픔이 부각될수록 시청자들은 그 도전에서 의미를 찾는다. 그러나 제시는 시합 한 번 해보지 않고 꿈을 마무리 짓는다.

 

 

 

 


제시의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제시 부모님의 등장이라니. 이런 황당무계한 전개가 어디있을까. 부모님이 등장하는 상황 역시 제시가 고군분투하여 시합을 치르고 그 시합의 결과를 받아들었을 때가 적당하다. 제시의 꿈이 단순히 다이어트 복싱은 아닐 것인데, 결국 카메라가 담지 못한 제시의 꿈은 아무 의미 없이 끝이 나 버렸다.

 

 

 

 


김연경이 등장한 ‘추석특집’ <슬램덩크>는 단순히 내용적인 면에 있어서라면 호평을 할 만하다. 김연경의 입담은 빛났고, 래퍼에 도전하는 과정도 나쁘지 않았다. 배구 선수들의 이야기를 통해 국가대표의 입장에서도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새로 시작된 ‘홍진경 쇼’가 자리 잡기도 전에 김연경 같은 카드를 꺼내 화제성을 몰아 붙이려는 태도는 경계해야 한다. 김연경은 래퍼가 되는데 절박할리 없는 현역 선수고 단순히 화제성을 위해 등장했을 뿐이었다.

 

 

 

 


<슬램덩크>에서는 홍진경 쇼에서 어떻게 멤버들의 개성을 활용하고 그 홍진경 쇼가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설득시켜야 하는가가 훨씬 더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지금 사실상 홍진경 쇼 역시 대중의 관심을 돌리고 있지 못하다. 이 지점을 타개하는 지점은 홍진경쇼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고정 캐릭터를 활용하는 방식에 있다.  

 

 

 


<무한도전>이 지금까지 인기가 있을 수 있었던 것은, 한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방식에 진정성을 담았기 때문이다. 그 프로젝트 끝에서 멤버들은 스토리를 만들어 냈고 그만큼 구슬땀을 흘렸다. 그것이 아니라면 재기 발랄하고 신선한 프로젝트로 멤버들끼리 경쟁을 시키거나 웃음을 창출해 냈다. 여러 가지 형식이 통하는 <무한도전>은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예능으로 거듭났다. 그만큼의 고민과 고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슬램덩크> 속 언니들은 <무한도전> 속 오빠들 만큼 절박해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힘을 100% 쏟아내고 소진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거나 아니면 시청자들이 감탄하고 볼 수밖에 없는 재치를 보여주어야 하는데 그 두 가지 모두 실패했다. 이것은 여성 예능으로서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슬램덩크>가 그 포텐셜을 터뜨리지 못하고 결국 여성 예능의 한계를 보여준 꼴이다.

 

 

 

 


멤버들이 편하고 쉽게 쉽게 가면, 시청자들도 그다지 그 모습을 보며 호응을 보내지 않는다는 것이 리얼버라이어티의 한계다. ‘여성’이라는 성별을 장점으로 활용한 언니쓰의 출현은 반가웠지만, 그 이후 결국 여성들은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것처럼 묘사되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멤버들을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것이 절대로 녹록치 않아 보이는 것은 이 프로그램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언니들이 몸을 사리는 한, 여자 예능의 부활은 아직도 요원한 일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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