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만 관객을 돌파한 <부산행>부터, 710만을 돌파한 <터널>, 그리고 620만을 돌파하면서 현재 진행형인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밀정>까지 한국영화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계속된 흥행러쉬의 비결은 한국영화의 퀄리티가 그만큼 상승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 영화들이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와 포인트를 녹여내면서 그 메시지에 공감하는 관객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 문제의 시의성을 담는 것이 어느순간 흥행코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부산행>은 헐리우드식 좀비 영화를 기대한 사람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는 작품이다. 좀비 영화에서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액션이 있지만, 그 액션보다 다른 포인트에 중점을 두고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이 <부산행>을 다른 좀비영화와 차별화하는 지점이다.

 

 

 

 

 

 

 

<부산행>은 좀비를 무조건적인 악으로 규정하고 그 안에서 생존 본능을 좇아 움직이는 인간들을 선으로 규정하는 대부분의 좀비영화는 달리, 좀비액션보다는 인간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을 피하는 게 최우선 과제이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의 포인트는 인간의 이기심에 있다. 좀비에게 당하는 인간들보다는 인간의 서늘한 냉정함에 관객들은 분노한다. 또한 '착한 편'으로 묘사되었던 주인공조차 좀비의 발생을 초래한 최초의 지점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인과율을 피할 수 없다. 우연인 듯하지만 필연인 이야기 순환의 고리와 그 안에서 눈앞에 닥친 상황을 피하려는 인간들의 고군분투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이 안에서 관객들은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가정하의 상황들에 공감을 느낀다. 좀비라는 비현실적인 상황에서 공감을 느낄 수 잇는 이유는 그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우리들이 경험한 상황과 묘하게 겹쳐 기시감이 들기 때문이다.  정부의 언론 통제와 사건 축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대책 발표등은 당장 위험에 놓인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너무나도 큰 좌절로 다가온다. 결국 믿을 것은 사회의 안전망이 아닌, 개개인의 역량이다. 

 

 

 

 


이는 과거 ‘메르스’ 사건 등으로 만연해진 정부에 대한 불신이 이 이야기에 공감을 느끼게 하는 힘이라는 것은 한 편으로는 영화의 흥행에 도움이 되는 일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어딘지 모르게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좀비라는 비현실적인 상황을 놓고 그 상황을 있을법한 시선으로 그려낸 <부산행>의 천만 돌파는 한국형 좀비영화 혹은 판타지 영화의 가능성을 알린 사건이었다. 

 

 

 

 


<터널>은 이보다 더 사회의 안전망에 대한 이야기를 깊게 파고들었다. <터널>에서는 터널 붕괴로 터널에 갇히고 만 한 남자가 그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 그리고 끝내는 그 상황에  대한 무력함으로 절망을 느끼는 감정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이 이야기에서 많은 사람들은 ‘세월호’를 떠올렸다. 감독은 세월호를 의도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이 이야기 속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은 묘하게 관객의 감정을 그쪽으로 몰고 간다.

 

 

 

 


119에 신고하는 장면부터 구조 작업이 더뎌지는 관료적인 절차들. 결국 구조를 포기하라고 종용하는 상황 모두가 끊임없는 절망과 어둠의 한 가운데로 주인공을 몰고 간다. 물론 이 상황에서도 영화는 블랙코미디를 놓치지 않으며 하정우의 연기를 십분 활용한다. 그러나 <터널>이 보여주는 우리 사회의 문제는 단순히 터널 붕괴의 부실공사 자체가 아니라 그 일을 불러일으키게 만든 상황들이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무너진 터널에서 사람을 구출하는 이야기이지만, 오히려 그 터널이 왜 무너져야 했는가를 다시 상기시키며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 모았다.

 

 

 

 


안전 기준이 지켜지지 않고, 눈앞의 이익만을 위해 진행되는 공사는 마치 구조 작업에 있어서도 그대로 진행되며 관객들의 답답함을 배가 시켰다. 세월호가 일어나게 된 배경, 그리고 그에 대한 대처 모두 이 영화가 표현하는 방식과 닮아있어 관객들은 이 영화를 더욱 지지할 수밖에 없었다.  

 

 

 


<밀정> 역시 우리 사회에 무거운 메시지를 던진다. 단순히 일제와 그에 대항하는 의열단의 이야기가 아니라, 일제 경찰이었던 이정출(송강호)을 통해 그의 감정선을 따라가는데 중점을 맞춘다. 기승전결은 그리하여 다소 힘이 약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독특한 메시지는 더 강렬히 전달된다.

 

 

 


극중 의열단장 정채산 역할을 맡은 이병헌이 내뱉는 대사 “우리는 실패해도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실패가 쌓이면 그 실패를 딛고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갑니다” 라는 대사에는 이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누군가는 친일이 그 시절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라 말하지만 누군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만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믿는 것. 그 이야기 속에서 관객들은 여전히 득세하는 친일파의 후손들을 떠 올린다.

 

 

 


 

시대는 바뀌었지만 여전히 우리는 역사 국정화나 위안부 합의 문제에 있어서 누군가의 권력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다. 그 지배를 뚫고 옳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오히려 ‘상황을 모르는’ 멍청한 인간 취급을 당하기도 한다. 친일파가 아니면 빨갱이라는 이중적인 잣대 속에서 재단 당하는 ‘신념’은 때로는 참으로 부질없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옳은 일’을 해야 한다는 개개인의 신념. 단순히 ‘어쩔 수 없었다’고 합리화를 하는 것이 아닌, 실패를 딛고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한 걸음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이 영화는 던지고 있는 것이다.

 

 

 

 


2016년. 한국 영화의 성장은 참으로 눈부시다. 한국 관객들이 한국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극장을 찾는 시대다. 이런 성장 속에서 한국영화의 흥행 코드가 바로 지금 이시대가 던지는 메시지를 담는 것임은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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