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지고 보자면 <혼술남녀>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 스타강사 진정석(하석진 분)과 별 볼일 없는 국어 강사 박하나(박하선 분)이 어떻게 사랑을 싹틔울 것이냐에 관한 이야기로 정해진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진정석은 까칠한 것 같지만 여주인공에게 끌리는 자신을 발견하고 혼란스러워 하고 박하나는 때때로 보이는 그의 친절함에 마음이 움직인다. 그 안에서 나타나는 위기나 삼각관계 역시 전형성을 탈피했다고 보기 힘들다.

 

 

 

 


 

그러나 <혼술남녀>는 이 뻔한 스토리를 뻔하지 않게 만드는 캐릭터를 창조해 내는데 성공했다. 배경은 노량진. 주인공들은 공시생과 학원 강사들이다. 제목에 ‘혼자 마시는 술’의 준말인 ‘혼술’을 사용한 만큼, 이 드라마는 혼술을 하게 되는 제각각의 이유를 부각시키며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그 안에서 사용되는 것이 노량진 공시생들의 지독히도 현실적인 모습이다. 공무원에 합격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청춘들, 그리고 그들을 가르치는 강사들 역시 인기를 얻고 한 계급 더 올라가기 위해 몸부림쳐야 하는 현실. <혼술남녀>는 그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진정석의 말버릇처럼 ‘퀄리티 떨어지는’ 부류의 사람들은 진창에서 허우적 댈 수밖에 없고 시험에 합격하거나(공시생)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학원 강사) 그나마 사람답게 살 수 있다.

 

 

 

 


그러나 <혼술남녀>는 그 청춘들의 일상을 마냥 비참하고 어둡게 그리지 않는다. “공시생이 컵밥만 먹을 거라는 것, 후줄근 한 추리닝만 입고 다닐 거라는 건 편견”이라며 “그건 미디어가 만든 이미지”라고 말하는 기범(키 분)은 패션에 신경을 쓰고 화장실 딸린 고시원에서 다소 럭셔리(?)하게 살아간다.

 

 

 

 


서로 같은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탓에 공시생끼리 만들어 내는 우정 역시 놓칠 수 없는 포인트다. 농담을 주고받고 서로 연애 상담도 하는 그들의 모습은 보통 20대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공시를 합격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물론 있지만, 그 부담감이 그들을 모두 대변하는 단어가 될 수 없다는 점을 <혼술남녀>는 캐치해냈다. 그럼으로써 오히려 현실성은 배가된다.

 

 

 


현실에 절망하고 힘들어 하는 청춘의 모습만을 부각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 다른 사정과 사연으로 그곳에 모여 있는 20대 하나하나의 개성을 존중하고 그들에게 캐릭터를 부여하는 것. 그것이 <혼술남녀>가 짚어낸 지점이다.

 

 

 

 


그런 개성들이 한데 어우러진 <혼술남녀>는 그래서 절망적이기 보다는 코믹하다. 아무도 자신의 강의에 관심이 없어 힘든 상황에 놓인 박하나가 수강생이 다른 사람에게 주려다 거절당한 커피를 건네자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당사자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서글픈 일이지만 그 장면을 목도하는 시청자들에게는 그야말로 박장대소를 터뜨리게 만든다. 그러나 그 웃음에는 삶의 페이소스가 진하게 묻어있다. 그들의 상황에 공감하지 않으면 터뜨릴 수 없는 웃음. 그 웃음을 <혼술남녀>는 곳곳에 배치해 이야기를 끌고 간다.

 

 

 


까칠하지만 능력있는 남자와 힘없는 여자가 사랑을 키워나가는 큰 줄기 속에서 그 페이소스 진한 웃음으로 만들어 내는 캐릭터의 향연은 <혼술남녀>를 시청하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웃기지만 짠하고 현실적이지만 경쾌한 이율배반적인 상황들은 마치 우리 삶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마음을 동하게 만든다.

 

 

 

 


‘혼술’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혼자 술을 먹는 것 보다는 같이 먹는 술이 더 맛있다. <혼술남녀>의 주인공들 역시, 혼자 술을 마시며 마치 광고처럼 만족스럽고 시원한 표정을 지으며 드라마를 시작했지만,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깊어지고, 즐겁고 행복하게 혼술을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놓인다. 결국 <혼술남녀>는 혼자 술을 마시는 것이 마치 유행이라도 되는 양 신조어까지 탄생한 이 시점에서 우리는 사실 따듯한 누군가의 품이 필요한 사람들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이다. 

 

 

 

 


삶이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했던가. 그 말처럼 그들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도 웃음이 터지지만, 결국 그들이 처한 상황을 애처롭게 바라볼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드라마를 시청하는 사람들의 심리다. 그런 달고 짠 상황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혼술남녀>는 결국 공감이라는 가장 큰 무기로 어필하는데 성공한 드라마가 되었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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