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 정우성, 곽도원, 주지훈, 정만식, 김원해 등, 인기스타와 연기파 배우들이 한데 모인 <아수라>는 그 캐스팅만으로도 엄청난 기대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범죄와의 전쟁> <신세계> <내부자들>등 권력의 부조리함과 그로인해 선택에 기로에 서게 된 인간들의 민낯을 확인하는 영화들은 꽤나 흥미로운 전개로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필연적인 악연과 운명에 놓인 사람들의 선택과 그 선택으로 인한 절정, 결말로 향하는 과정은 흥행을 담보할만큼 매력적인 소재다.

 

 

 

 

 


<아수라>는 개봉 전부터 또다른 범죄 느와르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던 작품이었다. 연기력으로는 이미 정평이 나있는 인물들이 캐스팅 되며 그들이 어떤 세계에서 어떤 캐릭터로 관객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고 갈 것인지 궁금증을 자극하며 파급력은 더욱 커졌다. 게다가 예능 <무한도전>에서 그들이 ‘연기자’로서 보여준 매력은 이런 기대감을 폭발시키는 좋은 마케팅 사례였다. <무한도전>도 신선한 재미를 잡았고, 영화 <아수라>도 충분히 홍보가 되는 상생의 마케팅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던 것이다.

 

 

 

 

 

 

 

 

예상대로 아수라는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선전했고, 9월 28일 개봉 이후 200만 관객을 쉽게 돌파했다. 그러나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팀버튼 감독의 영화 <미스 페러그린>에 밀리며 박스오피스 2위로 밀려난 것은 물론, 흥행 곡선도 저조해진 것이다. 손익분기점은 350만명. 손익 분기점 까지 도달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기대치에 비해 졸작이라는 혹평만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아수라>가 이야기의 흐름을 놓친 것은, 배우의 연기력에 지나치게 비중을 크게 두고 있기 때문이다. 확실히 연기파 배우들이 보여주는 연기는 감상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신세계>에서 황정민을, <범죄와의 전쟁>에서 곽도원을 목도한 사람들이라면 그들의 연기가 그 캐릭터들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물론 배우의 연기 스타일은 존중되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문제는 캐릭터가 아니라 배우가 보였다는 점이다.

 

 

 

 


<아수라>의 캐릭터들은 말그대로 아수라장이다. 각각 비리를 저지르고 범죄까지 손을 대는 그들은 극의 긴장감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렇지만 그들의 행동에 있어서 쉽사리 영화적인 재미를 찾기가 힘들다. 그 이유는 그들의 캐릭터 자체가 중구난방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황정민이 연기한 박성배를 보자. 안남시의 시장으로서 모든 악행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임에도 이 역할에 크게 몰입되지가 않는다. 이미 권력의 중심에 있는 인물로 묘사되는 박성배는 딱히 이유가 없는 악행을 저지른다. 물론 그가 악역으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 설정에 충실한 것이라는 판단 정도는 가능하다. 그러나 그 설정이 치밀하지 못한 것이 문제다.

 

 

 

 

 

 

 

악역이 악행을 저지르는데는 어떤 시발점이 필요하다. 그 자체가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라 하더라도 주인공들을 한데 묶는 사건이 일어나는 계기는 만들어 줘야 한다. 예를들자면 사이코 패스가 우연히 죽인 인물이 주인공의 약혼녀였다든가 하는 설정이나, 그 약혼녀를 죽이게 되는 과정에 대한 설명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이미 가질 것을 다 가지고 있는 박성배가 굳이 또 다른 악행을 저지르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너무나도 부족하다. 비리를 저지르고 사람을 죽이기까지 하는 강도 높은 악행을 하는 이유에 대해 관객이 이해할 수 있는 포인트를 심어주는데 실패한 것이다. 이미 시장에 자리에 있어 그런 심각한 범죄에 연루되어 있지 않아도 이미 수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그가 단순히 뇌물 수수등이 아닌 도가 지나친 범죄를 저지르는데 대한 설명은 영화는 불친절할 정도로 묻어둔다.

 

 

 

 

 


다른 캐릭터들 역시 마찬가지다. 정우성이 맡은 한도경 캐릭터에는 중심이 없다. 그는 영화 전반에 걸쳐서 이리저리 휘둘릴 뿐, 분명한 역할을 부여받지 못한다. 궁지에 몰려있는 비리 경찰이라는 것은 인지가 가능하지만 그는 권력 구조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아픈 아내를 버릴만큼 비정하지도 못하다. 이런 장면이 인간적인 고뇌로 인물에 감정이입이 되도록 묘사되었느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는 시종일관 돌출 행동으로 영화의 맥락을 흐리게 만든다. 머리를 쓰고 생각을 하여 정치적으로 권력을 이용할 줄 아는 똑똑한 캐릭터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파악하여 영화의 맥락을 제공하는 역할에도 실패한 것이다. 더군다나 유일하게 정우성의 연기는 이 영화에서 어쩐지 튄다. 그가 하는 캐릭터에 몰입이 되지 못한 것은 관객 뿐 아니라 그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김차인 검사역을 맡은 곽도원의 캐릭터도 어중간하다. 차라리 이 역할이 황정민처럼 밑도 끝도 없는 성격을 가졌다면 오히려 영화적인 재미가 살아날 법도 한데 그는 어딘지 모르게 약해 보이기만 한다. 한도경과 마찬가지로 그 약한 부분이 인간적인 매력으로 그려지는데도 실패했다.    

 

 

 

 


악에 물들어가는 문선모역할을 맡은 주지훈 역시 왜 그렇게 악에 물들어 갈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그저 그렇게 해야 영화적인 극적 장치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의 악행이 가속화 된다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는 이 캐릭터 역시 설득력을 가지는데는 실패했다.

 

 

 

 

 


그런 캐릭터들에 대한 공감이 없이 관객들은 폭주하는 주인공들의 액션을 마주한다. 그 액션은 결론을 내기위해 점점 잔인하게 흐르지만, 그 잔인함 이면에 숨은 캐릭터들은 오히려 도구적으로 활용될 뿐이다. 영화를 본 후 그 누구도 누구의 연기와 캐릭터에 빠져들어 극장을 빠져 나오지 못한다. 남는 것은 선혈이 낭자한 검붉은 화면 뿐, 영화 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는데는 실패하는 것이다. 분명 뛰어난 연기와 화려한 액션을 방금 목격했지만, 왠지 모르게 그 누구도 확실히 제 역할을 하지 못하여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현장을 목격한 것만 같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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