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륜을 다룬 드라마의 동향은 ‘불륜’을 공감가게 그리는 것이다. 각종 막장드라마에서 불륜이란 가정을 파탄내고도 뻔뻔한 남자와 불륜녀를 중심으로 그려졌다면 여성의 외도는 좀더 서정적인 터치로  섬세하게 표현된다. 잘못하고도 뻔뻔하게 고개를 치켜드는 남성의 바람과는 달리, 여성의 바람은 너무 외롭고 힘든 상황에서 도피처처럼 묘사되는 것이다.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과연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바로 그 때쯤, 또하나의 의문이 머릿속을 파고 든다. 그렇다고 해도 불륜이 용납될 수 있을까.

 

 

 

 

 

 

 

 

 

jtbc에서 방영중인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이하 <이아바>) 역시 제목부터 불륜을 암시하고 있다. 첫회부터 불륜을 의심하는 남편과 의뭉스러운 행동을 하는 아내를 보여주며 의문점을 계속 남긴 탓에 오히려 직접적인 바람이 아닌 다른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게 만들었지만 결국 결과는 바람으로 판명되었다. 괴로워하는 남편 도현우(이선균분)의 분노를 외면하는 듯한 아내 정수연(송지효 분)의 태도는 초반 드라마 시청자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러나 회차가 진행될수록 분위기는 반전되었다. 아내에 대한 공감대가 오히려 더 크게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아바>는 확실히 웰메이드 드라마 답게 각자의 입장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정수연도 예외는 아니다.

 

 

 

 


정수연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일도 하는 워킹맘이 된 것은 재앙이었다. 한국의 많은 가정이 그러하듯, 육아와 살림을 모두 떠안게 되었는데 남편은 도무지 그런 수연의 어려움을 인정해 줄줄 모른다. 수연도 인간인지라 힘이들고 실수도 하는데 잘못이라도 하면 비난이 쏟아지고 힘들다고 하면 “다 그러고 산다”며 무시당한다. 도저히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수연은 도피처로 남편아닌 다른 누군가와의 교감을 택한다.

 

 

 

 

수연의 입장을 알고보니 남편 현우의 잘못을 간과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대화와 소통을 통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이런 사태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현우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며 자책한다. 같이 일하는 작가 권보영(보아 분)의 말처럼, 물이 넘치기 전 그 한방울을 막아 주기만 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여전히 집안일을 ‘같이 한다’가 아니라 ‘도와준다’고 말하는 현우는 여전히 집안일을 여성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남자들의 사고방식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 드라마는 외도의 이면에 그런 여성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을 그린다.

 

 

 

 

 

 

 

그러나 그 수연에 대한 입장을 모두 이해한다고 해도 수연의 행동은 결코 정당화 될 수가 없다. 그를 힘들게 만든 것은 남편이지만, 힘들다는 이유로 바람을 피우는 행동이 용납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일단 수연은 문제를 소통하지 않았다. 입을 닫아버리게 만든 남편이 원인제공을 했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진지하게 얘기해 봤어야 했다. 그럼에도 남편이 도무지 갱생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면 그 관계를 정당하게 끝 낼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 이후에 정당한 관계를 맺는 것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수연은 가정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다른 곳에 눈을 돌렸다. 그것도 상대방 역시 가정이 있는 유부남이다. 이는 어떤 변명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이기적인 행동이다.

 

 

 

 

 

 

외도에는 이유가 붙을 수 없다. 당당한 외도라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이아바>나 <공항가는 길> 뿐 아니라 <여자의 자격> <밀회>등 여성이 외도를 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 속에서 남편들은 하나같이 여자 마음을 모르고, 제멋대로이며 자기 방식을 강요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러나 그 남편들이 얼마나 그들을 힘들게 하고 감정적으로 학대했는가와는 상관없이, 그들은 그들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할 성인이다. 그 결혼을 한 것도 그들의 선택이다. 그 선택을 무를 수는 없다. 다만 이혼이라는 형태로 종결지을 수 있을 뿐이다.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외면한채 다른 누군가와 불륜을 저지르는 모습을 ‘공감’이라는 터치로 묘사하는 것이 자칫 불륜에 대한 오해를 낳을 수도 있다. 힘들고 지치면 다른 사람에게 눈을 돌려도 되는 것이라는 메시지가 은연중에 전달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현실속에서 불륜은 오히려 막장드라마속 불륜과 더 닮아있다. 누군가는 상처받고 아프고 쓰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게 된다. 결혼 생활은 누구에게나 녹록치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고난을 핑계로 바람을 피우는 행위가 정당화 된다면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 된다. 이유가 있더라도 그것은 핑계일 뿐이다.  수연은 바람핀 후에도 오히려 상대방을 무시하고, 여전히 자신의 이야기를 커뮤니티에 올린 남편에게 분노한다. 자신의 이야기가 떠돌아다니는 것은 익명이라 해도 불쾌하지만, 불륜으로 상처입은 사람들의 상처에 비할 수는 없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만 사과는 할 수 없다는 식의 수연의 태도는 그의 아픔을 인정한다해도 도무지 받아들이기 힘들다. 불륜은 불륜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 과정과 이야기는 공감이 가지만, 그 불륜에 대한 ‘면죄부’가 되어서는 결코 안된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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