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꼽은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 영화상 후보를 노린 출품작은 김지운 감독의 <밀정>으로 결정되었다. 영진위측은 홈페이지에 "전반적으로 연출력이 돋보이는 감독들의 영화들이 많이 있었지만, 각각의 개성과 장단점이 뚜렷해 심사위원들간의 토론이 치열했다. 그 결과 심사기준과 배점기준에 근거해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밀정'을 선택하게 되었다"고 선정이유를 밝히며 “‘밀정'은 작품의 미학적 성취도뿐 아니라 감독 및 배우의 인지도, 해외 배급 및 마케팅 능력 부분에서 두루 높은 점수를 얻었다. 부디 이번엔 좋은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하며 탈락한 작품의 관계자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마무리지었다.

 

 

 

 


그러나 <밀정>을 아카데미 출품작으로 선정한 영진위의 결정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사실 일제시대를 다룬 영화는 한국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기 쉽다. <밀정>역시 예외는 아니었고, 흥행작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일제시대’를 제외하고 영화적인 이야기로 넘어가면 <밀정>의 기승전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뻔한 신파나 통쾌한 복수극의 전형을 따르지 않았다는 점, 일제시대를 표현하는 방식에서 타 영화들과는 궤를 달리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지만 그 색다름이 확실한 임팩트를 남겼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제시대라는 한국인 공통의 공감대와 톱스타들의 출연이 없었다면 흥행을 장담하기 힘든 스토리 라인이라 봐도 무방하다. 송강호의 연기는 명불허전이었지만 그가 출연한 타 작품에 비교해서 더 독특하고 신선한 개성을 보여주었다고 볼 수는 없다. 일제시대를 제외하고 캐릭터 구성이나 스토리 구성만 놓고 보자면 해외에서 그 이야기에 몰입하기 힘든 지점이 있다.

 

 

 

 


 

이런 후보선정이 아쉬움이 남는 것은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의 선전 때문이다. <아가씨>는 다수의 해외 영화제에서 인정을 받은 것은 물론 아카데미 시상식의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4대 비평가 상 중 하나인 ‘LA 비평가 협회’의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과 미술상, 두 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한국영화 최초의 성과다.

 

 

 

 


 

작년만해도 LA 비평가 협회가 외국어 영화상으로 선정한 헝가리의 <사울의 아들>은 아카데미 시상식의 후보로 오른 것은 물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작년 우리나라가 출품한 작품인 <해무>는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당시에도 <해무>가 왜 출품되었는지 의아하게 생각하는 반응도 있었다. 이번에 출품한 <밀정>역시 후보 선정단계에서 탈락하며 영진위의 출품작 선정 능력에 있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동안 한국 영화의 질적·양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단 한번도 아카데미 시상식의 후보로 한국영화가 선정된 적이 없다는 것은 의아한 일이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아가씨>같은 작품이 있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하는 작품들은 거의 거장의 작품이 아니다. <사울의 아들>을 연출한 라즐로 네메스 감독만 해도 <사울의 아들>이 그의 첫 장편 영화였을 정도. 군더더기는 떼고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아가씨>의 박찬욱 감독은 물론 거장이라 불릴만 하지만 <아가씨>는 상업주의, 동성애, 이후에 터진 스캔들등으로 영진위의 입맛에 맞기 힘든 작품이었다. 그런 요소들을 떼고 생각할 수 있는 혜안이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반면 옆나라인 일본은 LA 비평가 협회상에서 애니메션 부문을 수상하고 일본에서만 1500만명 이상의 흥행을 이뤄낸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을 아카데미 시상식에 출품하여 후보 선정이 통과되었다.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상과 외국어 영화상을 동시에 노려보겠다는 포부다. (이미 일본은 7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장편 에니메이션 상을 수상한 바 있다.)

 

 

 

 


<밀정>을 선택한 영진위의 의도는 추측해 볼 수 있다. 한국 역사를 주제로 일제시대를 조명하고 그들이 말했듯  호감도가 높은 배우들이 출연했다. 흥행작을 다수 배출한 감독의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카데미 시상식이 그런 요소들 따위를 고려할리 만무하다. <아가씨>는 반면에, 일제시대의 이야기기는 하지만 일제시대의 만행이나 폭력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한다. <아가씨>에 출연해 인생 연기를 보여준 김민희는 파격적인 노출로 동성애 연기를 선보이고 불륜 스캔들의 주인공이었다. ‘한국 대표작’으로써 껄끄럽게 느꼈을 여지가 다분하다. 그러나 해외에서 좋은 평가는 <밀정>이 아닌 <아가씨>에게 쏟아졌다. <아가씨>가 출품되었다면 후보작 등록은 물론, 수상까지 점쳐볼만 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더욱 크게 남는다.

 

 

 

 


영진위는 나름대로의 이유로 <밀정>을 선택했겠지만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여 작품을 선정해야 했다. 해외의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한 것 또한 일종의 직무유기할 수 있는 것이다. 영진위는 작품 선정에 있어서만큼은 권위의식을 버리고 철저히 실리를 취할 필요가 있다. 가능성을 높여 한국영화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영진위의 목표요 존재이유기 때문이다. 후보작 출품에 대한 아쉬움 속에 한국 최초의 아카데미 후보작, 혹은 수상작은 아직도 요원하기만 하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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