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혐의로 물의를 일으켰던 탁재훈이 복귀하면서 받은 관심은 대단했다. 과거 '악마의 입담'이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그의 촌철살인은 상대방을 제압하면서도 웃음을 터트리게 만드는 의외성을 가지고 있었다. KBS 연예대상까지 수상하게 만든 그의 입담은 여전히 관심의 대상이었고, 다시금 반향을 이끌만한 입담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증폭되었다. 이런 기대감을 증명이나 하듯 그는 각종 예능 프로그램의 러브콜을 받게 된다. <SNL>역시 그 중 하나였다. 그러나 탁재훈은 결국 <SNL> 시즌8에서 하차를 결정했다.

 

 

 



탁재훈의 <SNL>하차는 단순히 프로그램에서 물러난다는 의미라고 볼 수도 있다. 그동안 <SNL>에서는 많은 크루들이 들어오고 나갔다. 그러나 탁재훈 합류로 시청자들에게 탁재훈의 가능성을 확인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었던 <SNL>에서 오히려 탁재훈의 한계를 경험하게 만든 것이 문제였다.

 

 

 


 
탁재훈은 <SNL>에서 'Saturday nightline' 코너를 맡았다. 한주간의 다양한 이슈들을 꽁트 형식으로 정리하는 코너로 탁재훈의 진행솜씨와 입담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이 코너에서 탁재훈은 진행 솜씨를 뽐내는 대신, 자주 무리수를 던지며 실망감을 안긴다. 이슈들을 정리하고 조합하며 그 이슈에 기반한 내용으로 유머감각을 발휘해야 하는 코너임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탁재훈은 기본적인 이슈에 대한 이해가 없다고 느껴질 정도의 뜬금없는 개그를 펼쳤다.

 

 

 


이 코너에 뚜렷한 진행방식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프로그램에는 흐름이 있고 그 흐름에 대한 대본은 존재한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도 마찬가지다. 과정은 바뀔 수 있을지라도 흐름이 흔들리면 분위기는 어색해진다.

 

 

 

 



일례로 이 코너에 함께 출연한 권혁수는 '한국 미슐랭 스타 음식점'에 대하여 이야기 하던 중 '자두의 김밥'을 부르는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탁재훈에게 "이게 대본을 읽은 사람과 안 읽은 사람의 차이다"라고 직구를 날렸다. 이에 탁재훈은 "저는 대본에 얽매이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을 했지만 변명에 가까웠다. 권혁수는 "그래서 많이 힘들다"고 말하며 탁재훈이 방송 흐름에 대한 숙지가 안되어 있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그러나 탁재훈은 언성을 높이며 "당신 힘들게 하려고 일부러 대본을 안 읽는 거다"라고 말하며 괜히 "머리 왜 그러냐"며 또 다시 권혁수의 가발에 대해 지적하며 흐름을 흐트러뜨렸다. 이 과정은 탁재훈이 권혁수의 직설에 잠시 말문이 막히는등, 어색한 형태로 표현되었다. 이런식으로 재미와 정보, 아무것도 잡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나중에는 출연 크루인 정상훈과의 '디스전'으로 코너의 양상이 변했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탁재훈의 문제점을 생각해 볼 만한 사건이 있었다. 탁재훈이 "드라마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던데 그럼 'SNL8'을 그만두는게 아닌가"라고 정상훈에게 묻자 정상훈은 "그럴 생각이 없다"라며 "장담하는데 나보단 당신이 더 일찍 그만둘 것 같다"라고 말하며 "제발 지각 좀 하지 말아라. 왜 주차장이라면서 한시간이 걸리냐. 작가들이 매주 긴장한다"라고 말해 탁재훈을 당황케 했다. 이에 탁재훈은 "나는 지각을 한 적이 없다"라며 잡아뗐지만 정상훈은 "본인만 모르는 것 같다"라고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이에 대해 탁재훈은 bnt와의 화보촬영 인터뷰에서 "지각 한 적이 없고 매니져가 스케줄을 착각한 것일 뿐"이라며 변명했지만, 스케줄 숙지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것 자체가 프로의 자세와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탁재훈은 자숙 전에도 지각으로 구설수에 자주 오르내리던 예능인이었다. SNL 첫 촬영당시 신동엽이 "지각 절대 안된다"고 말한 것 또한 이와 관련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누구의 잘못이든간에 그런 세세한 상황을 신경쓰지 않은 것은 방송을 진행하는 당사자인 탁재훈의 잘못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복귀후 지금까지 탁재훈의 악마의 입담은 도무지 확인할 길이 없다. 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대부분 종영했고, 몇몇개의 프로그램이 남아있지만 여전히 탁재훈은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된데는 트렌드를 좇아가지 못한 그의 예능감도 있었지만, 예전과 다를 바 없는 무성의한 진행도 한몫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악마의 입담'에서 '입담'은 빠지고 단순히 '악마'로 남은 예능인이 된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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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적인 보스>(이하 <내보스>)는 tvN로맨틱 코미디의 계보를 이을 월화드라마가 될 수 있을지 방영전부터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미 <연애말고결혼>으로 tvN 로맨틱 코미디에 출연한 경험이 있는 연우진과 작년 히트작 <또 오해영>을 연출한 송현욱 PD의 조합만으로도 어느 정도 기대작으로서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드라마는 혹평일색이었다. 3.2%의 나쁘지 않은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캐릭터 설정에서부터 스토리라인까지 어느 하나 시청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며 시청률은 1%대로 수직 하강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이해가 가지 않는 캐릭터들의 행동에 있었다.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CEO로 설정된 은환기(연우진 분)는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캐릭터였으나 그 내성적임이 극단적으로 표현된 것이 문제였다.

 

 

 

직원들을 이끌어가는 회사의 대표가 직원들이 퇴근을 하지 못해 밖으로 나가지 못할 정도의 내성적인 성격을 가졌다면 정도가 지나치다고 할 수 있다. 어느정도의 내성적인 성격은 이해하지만 병적인 수준의 내성적임은 단순히 내성적이라 넘길 문제가 아니라 전문적인 치료가 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면 상관 없지만 해야 할 일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수준이라면 말이 다르다.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CEO라고 할지라도 위치에 따른 최소한의 역할은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본전제를 무시한 것이 문제였다. 내성적임을 과장한 나머지 캐릭터를 답답하게 만든 것이 첫 번째 실책이다.

 

 

 

 


 

나머지 캐릭터들에게도 애정을 쏟기는 힘들다. 남자 주인공의 친구이자 악역으로 등장하는 강우일(윤박 분)에 얽힌 이야기도 상당히 뻔한 스토리임에도 비밀스럽게 전개되며 오히려 답답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여주인공의 캐릭터에 있다. 여주인공 채로운(박혜수 분)은 언니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위해 은환기의 회사에 입사하는 인물. 그러나 복수에 눈이 멀어 ‘민폐 여주인공’으로 설정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첫 회부터 남자 주인공과 접촉사고가 나며 인연이 시작된 것 까지는 그럴 수 있지만,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의 집에 무작정 들어가서 냉장고나 서랍을 열어보는 행동 자체는 안하무인을 뛰어넘어 범죄에 가깝다. 게다가 아무리 복수를 위해 잠입한 회사라지만 회사 사람도 아닌 퀵서비스 배달원에게 회사 물건을 마음대로 맡기고 “믿는다”고 진지한 표정을 짓는 캐릭터는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도 없어 보여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여기서 작가의 허술함이 보인다. 업계 1위 홍보회사라는 타이틀을 단 회사에서 직원들 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표를 무시하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직원들이 있는 회사가 잘 돌아갈 수는 없다. 그러나 <내보스>속 회사의 직원들은 CEO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어보인다. 아무리 내성적이고 소심한 남자 주인공이라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무시 당하는’ 설정 자체를 이해하고 넘어가기에는 회사라는 구조 자체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불가능했다.

 

 

 

 


 

더군다나 과한 설정의 캐릭터를 부여받고도 호연을 보여주고 있는 연우진과 달리, 여주인공 박혜수의 연기력은 논란의 도마위에 오르기에 충분했다. 박혜수는 작년 <청춘시대>로 나름의 호평을 이끌어 낸 바 있다. 그러나 아직 주연을 맡기에는 내공이 지나치게 부족했다. <사임당-빛의 일기>(<사임당>)의 이영애 아역, <내성적인 보스>의 여주인공까지 주요 배역을 꿰찼지만 시청자들은 박혜수의 불안한 연기를 보고 불편함을 느낀다. 여기에 <내보스> 속 캐릭터가 호감형이 아닌 것은 기름을 부었다. 정제되지 않은 발성과 어색한 감정표현에 캐릭터의 행동마저 비호감인 까닭에 박혜수에 대한 비난의 강도가 더 높아졌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내보스>는 설 연휴동안 휴방을 결정하고 대본 전면 수정이라는 강수를 뒀다. 그러나 시청률은 더 떨어졌다. 수정된 대본으로 방영된 회차에는 여주인공의 비중이 현저히 줄어들고 그동안 답답했던 스토리 전개가 진행되며 다소 나아졌지만, 여주인공의 언니 채지혜(한채아)가 자살을 선택하는 과정이 지나치다는 지적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또한 박혜수의 출연분량이 줄어들며 오히려 드라마가 안정된 느낌을 주었다는 것은 박혜수에게는 치명적인 일이었다. 그의 연기에 대한 단점을 인정하는 꼴이었기 때문이었다.

 

 

 


<내보스>와 비슷한 시기에 방송된 <사임당>에서도 박혜수의 이런 단점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특히 사극이라는 장르는 현대극보다 말투나 표현이 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박혜수는 <사임당>에서도 여실히 부족한 연기력을 보여주며 논란의 도마위에 올랐다. 아직 주연을 맡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이야기가 대두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단순히 박혜수가 신인이라는 문제라고만은 볼 수 없다. 물론 이름값에 비해 큰 역할이 주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 역할을 어떻게 소화해 내느냐가 관건이었다. 작년 서현진이 <또 오해영>을 맡은 이후 주가가 수직 상승한 것이 그 예다. 그 전에도 서현진은 주연을 몇 차례 맡았으나,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또 오해영>은 서현진의 매력과 연기력을 모두 확인할 수 있었던 작품으로 서현진을 단숨에 주목받는 배우로 끌어올렸다.

 

 

 

 


여기서 박혜수와 서현진의 차이가 있다. 서현진은 비록 그동안 큰 주목을 받지 못했어도 그가 연기한 캐릭터에 불평이 쏟아져 나온 적은 없었다. 언제나 캐릭터와 합일되는 연기력으로 매니아층에서부터 호감도가 높았던 배우였다. 사실 <또 오해영> 속 오해영은 그다지 예쁘거나 호감형 캐릭터가 아니다. 자신의 감정을 알아달라고 징징대고 열등감에 사로잡혀있으며 그 때문에 황당한 행동들도 다수 저지른다. 이런 모든 캐릭터의 단점들을 커버한 것이 바로 서현진이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식에 있었다. 오해영의 억지를 애처로움으로 지나친 행동들을 귀여움으로 표현해 낸 연기력이 있었기에 캐릭터에 대한 호감도를 높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박혜수에게 부족했던 것은 바로 이 탄탄한 연기력이었다. 드라마 캐릭터가 잘못 설정되어 있을 때, 배우가 연기를 잘하면 캐릭터 설정의 오류를 범한 작가와 연출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간다. 예를들면 <내보스>의 연우진도 바로 그런 경우다. 그러나 박혜수라는 연기자 자체에게 쏟아진 비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내보스>는 박혜수가 이런 혹평을 극복하고 정말 ‘주연’으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는 사실만을 확인한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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