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친일파 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은, 정의에 관한 문제다. 일제시대를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일제시대의 아픔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 했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 때의 상황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일제가 한 나라 국민의 주권을 박탈하고 위안부, 강제징집을 했던 문제등은 인권 탄압과 기본권 박탈이라는 근본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는 일이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대우를 무시하고 탄압을 강행했던것에 대하여 일본은 아직도 사과하지 않았고, 오히려 '일제 강점기'가 한국의 발전에 도움이 되었다는 막말을 서슴지 않는다. 이에 일제시대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친일파 숙청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탓에 친일파가 쌓은 재산들을 몰수 하는 일이 어려워졌고, 여전히 친일파들은 한국 땅에서 영향력있는 유지나 재력가로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오히려 독립군의 후손들이 훨씬 더 빈곤하게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부끄러운 역사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친일파 후손들이 조상의 땅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이 잇따라 승소했다는 소식은 씁쓸하기까지 하다. 

 

 

 

 


이런 상황에서 배우 강동원에게 ‘친일파 논란’이 번진 것은 그동안 큰 키에 잘생긴 외모는 물론, 배우로서의 필모그라피도 착실하게 쌓아나가던 강동원에게 있어서 가장 큰 위기였다. ‘맥스무비’는 3.1절을 맞아 친일파의 자손이라는 기사를 냈고, 그 중에 강동원이 끼어있었던 것이다. 가장 영향력있는 영화배우 중 하나인 강동원이기에 비난의 강도는 거세게 일었다.

 

 

 


더군다나 2007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중에서 “외증조할아버지도 예술이다. 성함은 이종만씨.”라고 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강동원에 대한 비난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이종만은 이미 2005년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발표한 수록자 명단에 이미 포함되어 공식적으로 친일파 ‘인증’을 받은 상태였다. 강동원이 그 사실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굉장한 불쾌감을 불러일으키는 일이었다.

 

 

 


이후의 대처는 더욱 미숙했다. 강동원은 사과보다는 회피를 택했고, 소속사는 맥스무비측에 기사를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사유는 ‘명예훼손’. 그러자 대중의 반감은 더욱 심해졌고 비난이 심화되자 소속사 YG측은 ‘죄송하다’며 사과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여전히 강동원의 입에서 나온 사과는 전무한 상황이었다. 더 이상 쏟아지는 비난을 어쩔 수 없었던 강동원은 3월 “5일 외증조부와 관련해 물의를 일으킨 점 고개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다"며 사과를 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2007년 인터뷰를 한 시점에는 그 분의 잘못된 행동들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었습니다. (중략) 저 또한 배우이기에 앞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아야 하고 다시는 그런 부끄러운 일이 되풀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일에 대해 진심으로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과거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점, 미숙한 대응으로 논란을 일으킨 점, 빠른 시간 내 제 입장을 말씀드리지 못한 점, 모두 저의 잘못이라 통감합니다. 저는 제 외증조부의 부끄러운 과거를 알게되었습니다. 이번 일을 통해 역사에 대해 더욱 공부하고 또 반성해나가겠습니다 . 아울러 미약하게나마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실천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이번 일로 심려끼쳐드린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강동원은 위와같이 적절한 문장과 단어로 사과의 마음을 전했다. 그러나 타이밍이 문제였다. 이미 비난은 모두 쏟아진 후고, 게시물 삭제 요청이나 명예훼손 같은 단어도 등장한 후였다. 이 사과가 논란이 있었던 바로 직후에 있었다면 강동원은 훨씬 더 쉽게 면죄부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조상의 잘못으로 인해 연대죄를 씌워 후손들에게 죄를 물을 수는 없다. 범죄자의 가족이라고 해서 섣불리 손가락질을 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조상의 잘못과 본인의 잘못은 명백히 구분되어야 하는 일이다. 국민 정서상 그들에게 쏟아지는 시선이 고울 수만은 없지만 이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막무가내식으로 ‘친일파 후손=나쁘다’라는 등식을 성립시키는 것은 비이성적인 태도다.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바로잡아야 하지만 그 질타의 범위를 크게 확장시켜 흥분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강동원이 조상의 잘못을 인지하고 자신의 삶을 잘 살겠다는 발언을 조금만 더 빨리 했으면 그의 삶을 잘 살라는 응원이 쏟아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사과의 타이밍은 너무 늦은 감이 있다.

 

 

 

 

 

봉사의 아이콘으로 아름다운 배우로 기억되는 ‘오드리 햅번’은 사실 나치의 후손으로 알려졌다. 혹시나 그의 연예계 생활이 타격을 입을까봐 그의 어머니는 아버지의 생존을 숨겼고, 오드리 햅번의 아버지 역시 평생 오드리햅번의 아버지라는 것을 밝히지 않았다. 영국 전범 감옥에 투옥되기까지 했던 아버지 때문에 오드리햅번은 '안네의 일기'에 캐스팅을 거부하고 아버지를 대신해 오드리햅번은 평생 봉사와 구호활동의 삶을 살았다. 나치의 자손이라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그 누구도 오드리햅번을 나치의 자손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강동원이 독립운동가 이한열 열사 역할을 맡게 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오드리 햅번의 경우처럼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조상이 어떤 잘못을 했든, 자신의 삶의 궤적으로서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오드리 햅번 만큼은 아니더라도 강동원이 그의 말처럼 ‘미약하게나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실천’한다면, 그 역시도 ‘친일파의 자손’으로 기억될 일은 없을 것이다. 부디 후에도 좋은 배우를 넘어 좋은 사람으로서 강동원이 기억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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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너무합니다> (이하<당신은>)는 첫회부터 구혜선의 연기가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다소 어색한 발성과 대사 처리가 시청자들의 날카로운 평가에 부딪친 것이다.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이며 캐릭터를 잡아낸 엄정화가 있었기에 구혜선의 연기력은 상대적으로 더 비교가 되며 비판의 강도는 높아졌다.

 

 

 

 


구혜선은 그동안 출연하는 작품마다 연기 논란이 꽤 있었던 배우기 때문에 이번 연기력 논란은 더욱 그 강도가 세질 수밖에 없었다. 최근 예능 <신혼일기>로 안재현과의 달콤한 신혼생활을 보여주는 ‘실제 구혜선’이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보일 정도라면, 구혜선은 자신을 포장하고 설득시키는 연기자로서의 자질부족 논란을 피해갈 수 없다.

 

 

 

 

<당신은>에서 선보인 구혜선 연기의 가장 큰 구멍은 유명가수 유지나(엄정화 분)를 모창하는 모창가수로서의 설득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모창가수라 하더라도 엄연히 공연을 하고 출연료를 받는 직업이다. 그러려면 모창가수역시 실제 가수에 버금가지는 못하더라도 그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실력 정도는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구혜선이 표현한 정해당은 너무나도 어설픈 모양새로 비춰졌다. 물론 구혜선이 전반적으로 멸시당하고 무시당하는 스토리 진행상에도 문제는 있었지만, 구혜선이 표현하는 춤과 노래가 설득력이 없었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여기에 구혜선 특유의 말투까지 거슬리자, 발연기 논란은 그 세력을 더욱 불렸다.

 

 

 


2회로 넘어가면서 엄정화와 구혜선이 함께 등장하는 장면이 많아지며 두 사람간의 합이 꽤 그럴듯하게 그려진 것은 다행한 일이었다. 엄정화와 함께 관계를 쌓아가는 장면들에서 구혜선은 모창 가수로 힘들게 살아가는 전개보다 훨씬 더 편안해 보인다.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가 꽤 잘 맞았다는 것은 드라마에 있어서 호재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단 2회가 방영되었을 뿐인데도 여전히 완성도에 있어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도 우려스러운 지점 세 가지를 꼽아보았다. 


 

 

 


 

1. 조연들의 연기가 너무해

 

 

 


이 드라마에서 연기력 논란은 구혜선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다. 구혜선만큼의 비중을 차지 하는 것은아니지만 조연들의 연기 역시 눈에 거슬렸기 때문이다. 특히 홍윤희역을 맡은 손태영은 어색한 감정표현과 대사처리로 나오는 장면마다 보는 사람까지 위태롭게 만들었다. 홍윤희와 약혼한 박현준 역을 맡은 정겨운 역시 어색한 연기력으로 실망감을 안겼다. 그동안 연기력 논란이 있던 배우가 아니었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박현준의 동생인 박현성역을 맡은 이루의 등장 역시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그동안 가수로 활동하며 충격 스캔들은 물론 사재기 논란까지 일으켰기에 시선이 곱지 않은 것과 이루인지 알아볼 수 없을만큼 불어난 체중은 둘째 치더라도, 굳이 이루를 캐스팅 했어야 했나 싶을 정도로 특색없는 연기를 선보였다는 것이 문제였다.

 

 

 


 

2. 전개가 너무해

 

 

 


 

연기자들의 연기도 연기였지만, 극 전개 역시 충격적이었다. 2회만에 유지나는 정해당의 남자인 조성택(재희 분)에게 눈독을 들인다. “저 남자와 한 번 살아봐야 겠다, 얼마면 헤어지겠냐.”고 묻는 유지나의 급작스러운 태도는 시청자들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뜬금없는 전개였다. 불과 몇십분 전, 같은 회차의 극 초반까지만 해도 유지나와 정해당이 듀엣 무대를 함께 장식하며 서로간의 미묘한 유대관계를 형성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는 전개로 시청자들을 안심시켜 놓은 후, 갑작스러운 막장 전개로 이어진 것은 개연성의 문제였다.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뜬금없는 삼각관계를 내세운 전개로 이후의 이야기 역시 순탄하지 않은 막장 드라마가 될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의 몰입도를 가졌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이기는 하지만, 또 하나의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의 탄생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지점이었다.

 

 

 


3. 연출이 너무해


이런 전개가 너무나 급작스럽게 느껴진 데는 연출에도 책임이 있다. 일단 연기자들의 캐스팅에서 오류를 범한 것은 물론, 캐스팅 된 연기자들이 캐릭터에 녹아들지 모한 것은 캐릭터를 연출가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방증이다.

 

 

 


단순히 캐스팅을 넘어 극중에서도 연출의 구멍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조성택과 유지나가 서로에게 끌리는 과정에서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이 전개를 어색하게 만든 가장 큰 연출의 문제점이었다.

 

 

 


 

정해담은 조성택, 유지나를 만나게 하고 그들과 함께 낚시 여행까지 떠나는데, 이 여행에서 조성택은 정해담이 보는 앞에서 유지나에게 선을 넘나드는 행동을 한다. 예를 들면, 쌈을 싸서 먹여주거나 옷을 벗어서 덮어주거나 하는 행동이다. 심지어 술에 취한 유지나를 안아서 눕혀주기까지 하는데 이 과정을 모두 옆에서 지켜본 정해담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심지어 불쾌감도 표시하지 않는다. 누가 보아도 둘의 관계가 미묘해지는 시점에서 심지어 삼겹살을 사오겠다며 자리를 비켜주기까지 하는 정해당의 행동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었다. 정해당이 의심스러워 하는 표정을 짓거나, 불쾌감을 드러내는 연출만 있었어도 훨씬 더 자연스러워 질 수 있는 부분이었다.

 

 

 


 

조성택과 유지나가 서로 채소를 씻다가 손을 부딪치며 미묘한 감정을 쌓는 장면 역시 너무나도 어색했다. 80년대에 나올 것 같은 연출과 배경음악은 둘의 위험한 관계를 암시한다기 보다는 오히려 코믹하기까지 했다.

 

 

 


 2회만에 많은 등장인물이 한꺼번에 등장하며 메인 갈등까지 심화된 드라마가 50부작이라는 긴호흡 내내 어떤 전개를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기대감보다는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초반부터 억지스러운 전개로 깜짝 놀라게 한 <당신은>이 과연 막장드라마라는 타이틀을 부여받지 않은 채, 마지막까지 선방할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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