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쳐다보기만 한다. 딱히 뭔가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예능이 된다. 바로 웹예능 <김수용의 구경>(이하<구경>)에 대한 이야기다. 김수용은 <구경>에서 정말 구경을 한다. 뮤직뱅크 아이돌 출근길에 가고, 공유 사인회에 간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에 그저 가기만 한다. 큰 반향을 일으키는 예능은 아니지만 김수용의 캐릭터는 확실히 설명이 된다. <구경>은 바로 김수용이기에 할 수 있는 개그다.

 

 

 


강한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연예계에서는 그 말이 큰 의미를 가질 때가 있다. 한 때 큰 성공을 거뒀던 스타들도 어느 순간 잊혀지기도 하고 무명에 가까웠던 연예인이 한 순간에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한다. 비호감과 호감의 경계는 세월에 따라서 쉽게 변한다. 대중의 반응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는 언젠가 기회가 올지도 모른다.

 

 

 


<님과 함께-최고의 사랑>에 출연하여 ‘가모장 캐릭터’로 제 2의 전성기를 맞은 배우 김숙은 21년만에 가모장 캐릭터로 인기를 끌었다. 김숙이 개발한 캐릭터는 과거 가부장 시대의 남성 캐릭터를 여성이 표현한다는 것이 과거에는 생소했지만 김숙의 성격과 정체성을 대변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김숙은 그 캐릭터로 털털하고 힘있는 여성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고정 예능은 물론, 광고까지 섭렵했다. 이처럼 예전에는 다소 대중의 취향과 거리가 멀었던 캐릭터 역시 시선을 끌만한 코드가 되기도 한다.

 

 

 


김수용의 캐릭터 역시 그런 경우다. 예전에는 단순히 ‘구경’만 하는 예능은 성의가 없다는 비판을 받기 딱 좋은 예능이었다. 그러나 지금 김수용에게는 ‘재밌다’는 응원이 쏟아진다. 왠지 무기력해 보이지만 그 안에서 던지는 한마디가 오히려 힘 있게 들리는 것이 김수용의 캐릭터다. 보통 어디를 찾아가는 예능은 시끄럽게 떠들고 설명해야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게 일반적인데 비해 ‘최대한 가만히 있으라’고 주문했다는 제작진의 설명처럼, 김수용은 그저 찾아가는 것만으로도 캐릭터가 되는 것이다. 연예인이 연예인, 혹은 일반인들을 구경한다는 콘셉트 자체가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는 김수용이 하나의 캐릭터로서 인정받게 되었다는 증명이다.

 

 

 

 

작년 9월 라디오 <두시의 데이트>에서 지석진은 김수용이 게스트로 나오자 "김수용 씨는 진짜 웃긴다. 온 국민이 김수용 씨의 예능감을 안 다면 정말 놀랄 것이다"고 말했다. ‘개그맨을 웃기는 개그맨’으로서는 인정받았지만 그 개그 코드가 대중 취향과 합일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김수용은 이에 대해 <비디오 스타>에 출연하여 "스스로도 그 이유를 알고 있다. PD나 작가 입장에서 보면 내가 방송을 하기 싫어한다고 생각할 것 같다. 리액션을 크게 하는 것을 못하겠더라. 그리고 지금은 토크쇼에서 여러 사람이 동시에 말하는게 괜찮지만 예전에는 오디오가 겹치면 안됐다. 그래서 오디오가 안 겹치려고 하다보면 어느새 방송이 끝나있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 말처럼 과거의 방송 환경도 한 몫을 했겠지만, 여전히 자신의 순서가 아니면 ‘굳이’ 나서지 않는 김수용의 개그 스타일은 어떻게든 빠르게 흘러가는 상황속에서 자신의 예능감을 설득시켜야 하는 트렌드에 맞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예능의 환경은 ‘무조건’ 빠르고 정신없는 분위기가 대세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나영석pd의 <삼시세끼>처럼 은근하고 여유로운 환경 안에서 캐릭터를 설명하는 것을 추구하기도 한다. 김수용은 먼저 나서지는 않지만 자신의 차례가 되었을 때는 확실한 재미를 선사한다. 얼핏 무기력해 보이는 사람이 특유의 화법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킬 때 오는 재미는 극대화 된다. 김수용이 데뷔 27년만에 다시금 주목받는 것도 그의 캐릭터를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때문이다. G드래곤을 패러디한 수드래곤이라는 별명은 그의 대세 이미지를 더욱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진행자로서는 아니더라도 패널이나 진행자를 보조하는 역할로서 김수용의 캐릭터는 활용될 여지가 충분하다. 김수용은 이 기세를 몰아 스스로 7일 팬클럽을 개설했다. 팬들이 만들어주는 팬클럽이 아닌, 자신이 직접 만든 팬클럽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방식에서 벗어난 행보지만 그가 조금씩 대중과 호흡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재미가 생긴다. 트렌드에 맞춰서 자신을 설득시킨 김수용은 분명 ‘강한’ 예능인은 아니지만, 살아남은 예능인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