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연예가 섹션이 준비한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 100선' 2편이다.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 100선' 1편에 이어 <한밤의 연예가 섹션>이 선정한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 100선' 2편에는 어떤 드라마들이 있을까?



여러분들이 생각한 드라마가 있는지 확인하시면서 읽어보시길.



11. 별은 내 가슴에


1997년 3월 10일부터 1997년 4월 29일까지 방영. 이진석 연출, 김기호-이선미 극본. 최진실, 안재욱, 차인표 주연.


열한 번째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는 MBC [별은 내 가슴에] 다. 5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MBC 미니시리즈의 상징이 됐던 [별은 내 가슴에] 는 최진실 표 트렌디 드라마의 정점을 이룬 작품이기도 하다. 그 해 최진실은 이 작품으로 인해 MBC 연기대상을 수상했고, MBC를 상징하는 대표적 인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다.


최진실 뿐 아니라 드라마 자체가 워낙 인기가 있었기 때문에 '테리우스' 안재욱이 스타덤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고, 캔디형 드라마가 봇물 터지듯 제작, 기획 되는 기현상도 일어났었다. 아직까지도 최진실과 안재욱의 대표작을 꼽으라면 [별은 내 가슴에] 가 나올 정도인 것을 보면 이 드라마가 얼마나 높은 인기를 얻었었는지 실감하게 된다.



12. 미스터 Q



 
1998년 5월 20일부터 1998년 7월 16일까지 방영. 장기홍 연출, 이희명 극본. 김희선, 김민종 주연.


열두번째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는 SBS [미스터 Q] 다. [컬러][프로포즈] 등으로 최진실에 이어 대한민국 신세대의 상징이 됐던 김희선이 터뜨린 초 대박작으로 5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김희선은 이 해 SBS 연기대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김희선 시대' 를 개막했다. 향후 3~4년간 대한민국 연예계는 'Only 김희선' 으로 점철된다.


[미스터 Q] 는 개발과 사람들이 고군분투 하는 에피소드를 통해 그 속에서 피어나는 우정과 사랑을 절묘하게 포착했다는 호평을 들었다. 단순한 선악구도와 극명한 인간군상의 대립이 비 현실적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으나 트렌디 드라마의 특성 상 이 정도면 아주 잘 만들어 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3. 목욕탕집 남자들




1995년 11월 18일부터 1996년 9월 1일까지 방영. 정을영 연출, 김수현 극본. 이순재, 강부자 주연.


열 세번째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는 KBS [목욕탕집 남자들] 이다. [사랑이 뭐길래] 로 대발이 신드롬을 일으켰던 김수현의 KBS 진출작으로서 초반 [사랑이 뭐길래] 와 구성이 비슷하다는 비판을 극복하고 KBS 주말드라마의 전성시대를 연 작품이다. 이순재, 강부자를 비롯한 중견 연기자들의 탄탄한 연기력과 김희선, 김호진 등 신세대 스타들의 신선함이 어우러져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강부자는 이 드라마로 KBS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이 드라마에서 둘째 며느리로 출연했던 윤여정은 왕비병 걸린 아줌마 캐릭터를 절묘하게 소화해내며 제 2의 전성기를 열었고, 장용이 쓸쓸할 때마다 불렀던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 는 각종 가요 프로그램 순위권 차트를 휩쓸며 인기몰이를 했다. 특히  "우리집에 놀러와요~우리 집~" 으로 시작하는 이 드라마의 메인 OST 역시 많은 인기를 얻기도 했다.



14. 그대 그리고 나




1997년 10월 11일부터 1998년 4월 26일까지 방영. 최종수 연출, 김정수 극본. 최불암, 최진실 주연.


열 네번째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는 MBC [그대 그리고 나] 다. 최고 시청률 62.4%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몰이를 했던 [그대 그리고 나] 는 MBC 주말드라마의 건재함을 알리는 동시에 MBC 사단이라고 불리는 최불암, 김혜자, 양택조, 박원숙, 이경진, 최진실, 박상원, 차인표, 김지영, 송승헌 등이 총출동 해 화제를 모았다. 최진실은 이 작품으로 MBC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그대 그리고 나] 는 훈훈한 가족애와 서로를 보다듬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요즘 유행하는 '막장 요소' 하나 없이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는 점에서 수작 중의 수작이라 평가할만 한 작품이다. 최불암-박원숙-이경진-양택조가 이뤄낸 사각관계는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다 할 정도로 화제를 모았고, 대가족에 시집간 며느리 최진실의 모습은 당시 여성들의 삶을 절묘하게 포착하며 공감대를 얻어내기도 했다.


15. 장희빈




1995년 2월 20일부터 1995년 9월 26일까지 방영. 이종수 연출, 임충 극본. 정선경, 김원희, 임호 주연.


열 다섯번째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는 SBS [장희빈] 이다. SBS가 개국 이후에 처음으로 만든 사극으로, 당시 '엉덩이가 예쁜 여자' 로 이름을 날리던 정선경이 처음으로 TV에 진출한다고 해서 화제를 모은 작품이기도 하다. 털털하고 선머슴 같았던 김원희가 인현왕후 역할을 무리없이 소화했고 임호 역시 좋은 연기를 펼치며 지금까지 '왕 전문 배우' 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장희빈은 아직까지도 매력적인 사극 소재로 남아있는데 최근 이병훈 감독이 숙빈 최씨를 중심으로 한 드라마 [동이] 를 만든다고 하여 장희빈을 누가 연기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선왕조 실록에서는 장희빈을 두고 "장희빈(嬪). 아명은 옥정, 본관은 인동. 효종 10년인 기해년 9월 19일, 한미한 중인이며 역관인 장형의 딸로 태어났다. 보잘것 없는 신분에서 몸을 일으켜 만민의 어미요, 지존의 짝인 왕비의 자리에까지 올랐었으나 인현왕후가 세상을 떠난 해, 숙종 27년 10월 10일 왕비를 저주한 죄로 자진하여 죽으니 그 때 장희빈의 나이 마흔셋이었다." 라고 적고 있다.


16. 여인천하




2001년 2월 5일부터 2002년 7월 22일까지 방영. 김재형 연출, 유동윤 극본. 강수연, 전인화, 도지원 주연.


열 여섯번째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는 SBS [여인천하] 다. 50%가 넘는 높은 시청률 뿐 아니라 "뭬야?" "니년이 정녕 단매에 죽고 싶은 것이더냐?" 같은 유행어도 만들어 낸 작품이다. 워낙 높은 인기탓에 패러디도 많았고, 화제성도 높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강수연과 전인화는 이 드라마로 그 해 SBS 연기대상을 공동 수상했다.


허나 이 작품에서 더욱 빛났던 사람은 강수연과 전인화가 아니라 '경빈 박씨' 를 소름끼치게 연기했던 도지원이라고 할 것이다. 지나치게 연장 방송을 하는 탓에 경쟁작에게 뒷덜미를 잡힐뻔한 위기 상황도 있었지만 도지원이 연기했던 경빈 박씨의 죽음으로 인해 시청자 층을 결집했던 [여인천하] 는 끝날때까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고수하며 순항했다.



17. 다모




2003년 7월 28일부터 2003년 9월 9일까지 방영. 이재규 연출, 정형수 극본. 하지원, 이서진 주연.


열 일곱번째로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는 MBC [다모]] 다. 본격적인 드라마 '폐인' 시대를 만들었던 [다모] 는 서정적인 스토리 라인과 비극적인 결말을 통해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린 작품으로 기억된다. 상당히 독특한 감성을 지닌 작품이라 세상이 뒤집어 질 만한 시청률을 내지는 못했지만 탄탄한 매니아 층을 중심으로 그 해 MBC 드라마 중 [대장금] 과 함께 가장 후한 평가를 받았었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라는 대사는 아직까지도 명 대사로 손 꼽힐 정도로 [다모] 의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으며, 이명세의 영화 [형사] 는 이 드라마에서 모티브를 따 제작됐다. 시청률과 상관 없이 매니아 층의 전폭적인 지지 덕분인지 DVD 판매율이 사상 최고를 기록하는 등 갖가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18. 네 멋대로 해라




2002년 7월 3일부터 2002년 9월 5일까지 방영. 박성수 연출, 인정옥 극본. 양동근, 이나영 주연.


열 여덟번째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는 MBC [네 멋대로 해라] 다. 오랜 기간 히트작을 배출했던 박성수 감독과 독특한 감수성으로 무장한 작가 인정옥이 만들어 낸 걸작으로 탄탄한 마니아 층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다. 시청률은 그리 높지 않았지만 지금까지도 아주 괜찮은 작품으로 꼽힐 정도로 작품성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네 멋대로 해라] 에서 박성수 PD는 기존 양동근, 이나영이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완전히 전복시킴으로써 그들을 진정한 배우로 완성시켰다. 코믹했던 양동근에게는 진지함과 우울함이라는 극단적 감정을 뽑아냈고, CF로 형상화 되어있던 이나영에게는 지극히 인간미 있는 캐릭터성을 부여했던 것이다. [네 멋대로 해라] 가 지금까지도 걸출한 작품으로 남아있을 수 있었던데에는 배우의 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었던 박성수의 창조성과 그 이면을 제대로 살려낸 노련함에 힘입은 바 컸다.


 
19. 꽃보다 아름다워




2004년 1월 1일부터 2004년 4월 14일까지 방영.
 김철규 연출, 노희경 극본. 고두심, 주현, 배종옥 주연.


열 아홈번째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는 KBS [꽃보다 아름다워] 다. 고두심의 명품 연기가 빛을 발했던 이 작품은 시청률로 재단할 수 없을만큼 가슴 뭉클한 감동과 훈훈한 인간미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서민들의 애환과 삶의 결을 절묘하게 포착하며 TV 드라마가 아니라 '우리네 삶' 을 이야기 했던 [꽃보다 아름다워] 는 진정 이 시대 드라마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확히 보여준 작품이다.


특히 이 드라마로 KBS 연기대상을 받은 고두심의 위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오빠의 학업일을 돕는다는 핑계로 제주도에서 도망치듯 서울로 올라온 한 소녀는 이제 대한민국 대표 어머니로, 대한민국 대표 배우로 사람들에게 기억된다. [전원일기] 에서 김혜자를 끔찍이도 모시던 고두심은 세월이 지나 [목욕탕집 남자들] 에서 세 딸을 거느린 어머니가 됐고, 결국엔 [꽃 보다 아름다워] 에서 가슴에 빨간 약을 바르는 희생과 인고의 어머니가 됐다. 마치 한 여성의 성장기를 보는 것처럼 고두심은 그렇게 진짜 엄마가 됐다.


방송 3사에서 모두 연기대상을 받은 유일무이한 배우이자 [한강수 타령] 과 [꽃 보다 아름다워] 로 두 방송사에서 동시에 연기대상을 수상하는 파란을 일으켰던 고두심의 업적은 그대로 한국에서 여배우가 얼마나 성공할 수 있는가를 단적으로 증명하는 예가 됐다. 고두심은 '배우 고두심' 이기 때문에 시청자들과 소통할 수 있었고 끝끝내 배우로 남아있었기에 사람들의 추앙을 받았다. 그것은 몇 몇 작품의 실패로도 결코 무너지지 않는 고두심의 존재감이다.



20. 그들이 사는 세상




2008년 10월 27일부터 2008년 12월 16일까지 방영. 표민수 연출, 노희경 극본. 송혜교, 현빈 주연.


스무번째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는 KBS [그들이 사는 세상] 이다. [그들이 사는 세상] 은 개인적으로 매우 특별하게 기억되는 작품이다.  [그들이 사는 세상] 은 끝날 때까지 5~6%의 시청률만을 맴돈, 전형적으로 '실패한' 작품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이 드라마를 둘러 싼 찬사는 끊이지 않는다. 마치 공식같다. 아니, 편견이라고 해야할까. '노희경 드라마는 재미 없는 드라마, 노희경 드라마는 시청률 안 나오는 드라마, 하지만 노희경 드라마는 정말 잘 만든 드라마' 라는 것이.


[그들이 사는 세상] 은 충분히 재미있는 드라마였다. 이야기 진행이 다소 빨랐고, 등장인물이 많아서 다양한 이야기가 얽혀 돌아갔긴 했지만 중심은 제대로 잡혀있었다. 배경과 캐릭터가 확실하고 스토리의 생동가도 박수 칠 만 하다. 여기에 인간의 성장과 사랑이 동시에 담겨있으며, 갈등과 눈물조차도 한 순간 지나가는 고뇌까지도 이야기한다. 첫사랑의 달콤함과 농익은 사랑의 완숙함이, 상대방을 바라보는 그윽한 눈빛 속에서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느껴지는 드라마다. [그들이 사는 세상] 은.


그러나 [그들이 사는 세상] 은 예사 트렌디 드라마가 품어내는 보편성, 드라마 얼개가 지니고 있는 상투성과 통속성을 배반했다. "통속, 신파, 유치찬란" 한 트렌디 드라마의 '트렌디함' 을 부정한 [그들이 사는 세상] 은 사실 겉으로만 트렌디 드라마였을 뿐, 속으로는 여전히 삶을 관조하는 노희경 특유의 색깔이 강하게 남아있다. 그렇기에 [그들이 사는 세상] 이 이만큼 잘 만들어진 것도 노희경 덕택이지만, 이만큼 시청률이 안 나오는 것도 노희경 때문이다.


[그들이 사는 세상] 은 사실 예사 작가들이 썼다면 훨씬 시청률이 잘 나왔을 작품이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도가 텄다시피한 송혜교에게 [풀하우스] 만큼의 캐릭터와 에피소드만 주었어도 기본이 20~30%은 금방일테니까. 다만, 그러했다면 [그들이 사는 세상] 은 캐릭터 하나하나를 보듬고 어루만지며 삶의 결을 녹여내는 드라마로 남아 있지는 못했을 것읻. 그래서 [그들이 사는 세상] 은 '저주 받은 걸작' 이다. 노희경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명품과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지만 결코 그에 상응하는 시청률은 기록하지 못하는, '노희경 드라마' 라는 이름의 걸작말이다. 


노희경 같은 작가는 한국 드라마계에 있어 꼭 필요한 존재다. 그녀의 존재야말로 시청률로 가늠되지 않는 드라마적 감성을 가장 잘 대변하는 상징적 표상이기 때문이다. 허나, [그사세] 로 시작 되었을 법한 '노희경' 과 '대중' 과의 화해는 어서 빨리 이루어졌으면 한다. 무거운 주제의식과 삶에 대한 관망을 그대로 드라마에 드러내기 보다는 에둘러 표현하는 영악함을 노희경에게 기대하는 것은 스스로 "고지식한 사람" 이라는 그녀에게 너무 과한 부탁일까.


아울러 현빈-송혜교 커플의 열애설로 다시 한 번 주목받은 이 작품이 사람들에게 재평가 될 수 있기를, 그리고 노희경이라는 작가가 얼마나 재미난 작가인지를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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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밤의 연예가 섹션>이 선정한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 100선' 에는 어떤 드라마들이 있을까?


그 속으로 고고고!


고고씽~~~!!!!!!!!



1. 여명의 눈동자



1991년 10월 7일부터 1992년 1월 16일까지 방영. 김종학 연출, 송지나 극본. 최재성, 채시라, 박상원 주연.


첫번째로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는 MBC 30주년 특별기획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다. 이제는 거장을 넘어 명장 소리까지 듣고 있는 김종학 감독과 스케일이 큰 드라마를 잘 쓰는 송지나가 힘을 합쳐 만든 작품으로 당시 총제작비 72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들여 화제가 됐다. 김종학 특유의 강단이 보이는 대목으로 "대한민국 블록버스터 드라마는 [여명의 눈동자] 부터 시작됐다." 는 평가도 있다.


최재성과 채시라의 애절한 러브스토리와 아직까지도 가장 아름다운 키스씬으로 손꼽히는 그들의 키스씬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 될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1992년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대상, 작품상, 남녀 연기상, 인기상, 감독상 등을 타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2. 모래시계


1995년 1월 10일부터 1995년 2월 16일까지 방영. 김종학 연출, 송지나 극본. 최민수, 박상원, 고현정 주연.


두번째로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는 역시 김종학 사단이 만든 드라마인 SBS [모래시계] 다. 격동의 한국사를 각각 세명의 주인공을 통해서 조명했던 이 드라마는 [여명의 눈동자] 신화를 일궈냈던 김종학-송지나 콤비의 초대박 히트작이라 더더욱 의미가 깊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파격적으로 편성되어 방송 내내 평균 시청률 45.3% 라는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했고, 당시에는 '귀가시계' 로 불리기도 했다.


이 드라마에서 최민수의 강렬한 연기는 시청자들을 크게 열광케 했는데 특히 "지금 나 떨고 있니?" 라는 대사는 아직까지도 최민수의 상징이 될만큼 강렬한 것이었다. 이 드라마 하나로 최민수, 박상원 뿐 아니라 고현정이 대한민국 최고의 여배우로 급부상했고 고현정의 보디가드 역할을 했던 이정재 또한 스타덤에 올랐다.



3. 사랑이 뭐길래


1991년 11월 23일부터 1992년 5월 31일까지 방영. 박철 연출, 김수현 극본. 이순재, 김혜자, 최민수, 하희라 주연.


세 번째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는 MBC [사랑이 뭐길래] 다. 최고 시청률 64%, 평균 시청률 59.6%라는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대한민국 전체를 '대발이 신드롬' 으로 몰아넣었던 [사랑이 뭐길래] 는 "그 전에도, 그 후에도 다시는 깨지지 못할 기록" 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MBC 주말드라마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당시 워낙 높은 인기 탓에 "[사랑이 뭐길래] 가 방영되면 수돗물 사용량이 줄어들고, 거리가 한산해진다." 는 풍문이 나돌 정도였고 김혜자가 즐겨 불렀던 노래 '타타타' 는 하루아침에 무명가수였던 김국환을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로 탄생시켰다. 1992년 김혜자는 이 드라마로 MBC 연기대상을 수상했고 이순재는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국회에 진출, 국회의원 뱃지를 달았다.  



4. 질투


1992년 6월 1일부터 1992년 7월 21일까지 방영. 이승렬 연출, 최연지 극본. 최수종, 최진실 주연.


네번째로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는 MBC [질투] 다. 1992년 방영 당시 트렌디 드라마 붐을 일으키며 한국 최초의 트렌디 드라마로 인기몰이를 했던 [질투] 는 젊은이들의 패션과 풍속, 문화 등을 가감없이 드라마에 담아내며 이른바 '신세대' 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드라마 한 편으로 최진실은 대한민국의 가장 귀엽고 예쁜 여배우로 격상했다.


동명의 OST가 인기를 끌고, 최진실의 패션 하나하나가 모방의 대상이 되었으며, 50%가 넘는 시청률로 대한민국 전체를 흥분의 도가니로 빠뜨렸던 드라마 [질투] 는 경쾌한 작품 터치로 이 후 수많은 트렌디 드라마의 교과서로 자리매김했다. 여전히 인상 깊은 [질투] 의 엔딩씬은 당시에도 파격적이었지만 지금 봐도 상당히 신선하다.


 
5. 토마토


1999년 4월 21일부터 1999년 6월 10일까지 방영. 장기홍 연출, 이희명 극본. 김희선, 김석훈 주연.


다시 보고 싶은 다섯번째 드라마는 SBS [토마토] 다. 김희선 표 트렌디 드라마의 '절정' 을 이뤘다고 평가받는 [토마토] 는 50%가 넘는 높은 시청률 뿐 아니라 드라마 한편이 사회적, 문화적으로 얼마나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증명한 작품이다. 김희선이 90년대 후반 가장 '핫' 한 스타였던 까닭에는 그녀 자체의 매력도 매력이었지만, 그녀가 출연한 작품에 힘입은 바 컸다.


김희선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는 사이에 김희선 머리띠, 김희선 요요 등이 불티나게 팔려나갔고, 드라마에서 김희선이 입고 나온 옷은 하루만에 백화점, 동대문 할 것 없이 매진 현상을 기록해 당시 한국 사회를 연구했던 사람들이 김희선 신드롬의 실체와 그 영향력을 분석하느라 분주했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6. 허준



1999년 11월 29일부터 2000년 6월 27일까지 방영. 이병훈 연출, 최완규 극본. 전광렬, 황수정 주연.


여섯번째로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는 MBC [허준] 이다.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 을 원작으로 드라마화 됐던 이 작품은 당시 사극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스피디한 전개와 강렬한 OST, 고어체를 완전히 버린 현대적 감각의 사극으로 재창조 되어 이병훈 표 민중사극의 첫 장을 열었다. [조선왕조 500년] 이 후 MBC 데스크에서 일하던 이병훈 감독의 첫 번째 복귀작이기도 하다


최고시청률 63.5%라는 어마어마한 기록 뿐 아니라 2000년 이 후 방송된 드라마 중 평균시청률 53%로 굳건히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작품으로 전광렬은 2000년 MBC 연기대상을 수상하며 화려한 밀레니엄을 맞았으며 오랜 무명생활을 겪고 있던 황수정이 청순미를 앞세운 '예진아씨' 로 스타덤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허준의 인기를 연출을 맡았던 이병훈 감독은 자신의 저서 "꿈의 왕국을 세워라" 에서 이렇게 회고한다.


"나주에서 왔다는 신사복 차림의 남자들은 허준 어머니가 과로에 시달리는 아들에게 배즘에 꿀을 섞어 마시면 몸에 좋다고 말한 것 때문에 주문이 늘어 감사하다며 배와 배즙 수십 상자를 전해주기도 했다. 사실, [허준]으로 주가가 오른 것은 배즙뿐만이 아니었다. 허준이 돌림병에 시달리는 백성들에게 매실로 약재를 만들어 먹이는 장면이 방영된 후 매실을 찾는 사람이 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7. 가을동화


2000년 9월 18일부터 2000년 11월 7일까지 방영. 윤석호 연출, 오수연 극본. 송승헌, 송혜교, 원빈 주연.


일곱 번째로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는 KBS [가을동화] 다. 윤석호 감독의 계절 4부작 중 첫번째 작품이기도 한 [가을동화] 는 이복 남매의 애절한 러브스토리와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대사로 큰 인기를 끌었다. 출생의 비밀, 사각관계 등 진부한 소재가 차용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정적인 스토리 라인과 아름다운 영상미로 "트렌디 드라마의 새 장을 열었다" 는 후한 평가를 받았다.


"너의 죄를 사하노라." "얼마면 돼, 얼마면 되는데?" 등의 대사는 아직까지도 [가을동화] 를 상징하는 명대사로 손꼽힌다. [순풍 산부인과] 에서 코믹 이미지가 강했던 송혜교는 첫 드라마 주연작이었던 [가을동화] 에서 무난한 멜로 연기를 펼치며 향후 한국 드라마를 움직이는 톱스타로 발돋움했고, 송혜교의 아역이었던 문근영 역시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지금까지도 스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8. 대장금



2003년 9월 15일부터 2004년 3월 30일까지 방영. 이병훈 연출, 김영현 극본. 이영애, 지진희 주연.


여덟 번째로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는 MBC [대장금] 이다. [허준] 으로 민중사극의 전열을 가다듬었던 이병훈 감독이 만든 초대박 흥행작으로 대한민국 뿐 아니라 범 아시아에서 모두 엄청난 흥행을 했다. 톱스타 이영애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고, RPG식 스토리 전개 역시 향후 만들어지는 사극들에게 많은 영향을 줬다. 시청률 역시 5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대장금] 에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이병훈 감독은 대장금의 주연을 맡았던 이영애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다.


"이영애는 [대장금] 에 자신의 연기 인생을 건 것 같았다. 아마 이영애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장금이 역을 맡았다면 그런 큰 성공은 거두지 못했을 것이다. 이영애는 자신만 생각하는 배우가 아니었다. 선후배 연기자들과 스태프들을 배려할 줄 아는 성숙한 인간이었다. 그녀는 아무리 힘들어도 아침에 나오면 방긋방긋 웃으며 주위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다. 그녀의 웃음 하나로 촬영장 분위기는 한층 밝아졌다. 이러니 배우든 스태프든 이영애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역시 한류스타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닌가 보다.



9. 내 이름은 김삼순


2005년 6월 1일부터 2005년 7월 21일까지 방영. 김윤철 연출, 김도우 극본. 김선아, 현빈 주연.


아홉 번째로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는 MBC [내 이름은 김삼순] 이다. '삼순이 신드롬' 이 불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이 드라마는 '신데렐라 컴플렉스' 를 적절히 자극하면서도 30대 여성의 삶을 절묘하게 포착해 흥행성 뿐 아니라 작품성 면에서도 후한 점수를 받았다. 2005년 최고 시청률인 50.5%를 기록한 작품이기도 하다.


김삼순 역할을 맡았던 김선아는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 갈고 닦았던 내공을 유감없이 펼쳐내며 농익은 코믹 연기를 시청자들에게 선보였고 그 해 MBC 연기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이 외에도 현빈과 다니엘 헤니가 일약 여성들의 로망으로 떠올랐고, 샤크라 출신 정려원이 연기자로 안착하기도 했다.



10. M 


1994년 8월 1일부터 1994년 8월 30일까지 방영. 정세호 연출, 이홍구 극본. 심은하 주연.


열 번째로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는 MBC [M] 이다. 역대 공포드라마라고 한다면 이 작품을 빼놓을 수 없다. 한 마디로 센세이셔널한 작품이고, [전설의 고향] 풍의 한국적 공포 드라마의 원형에서 탈피하여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공포 드라마의 새장을 연 작품이기 때문이다. 50%가 넘는 시청률은 [M] 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고 [M] 이 방송될 때에는 동네가 모두 숨을 죽일 정도로 시청자들의 대단한 관심을 받았다.


[마지막 승부] 에서 청순한 매력을 뽐냈던 심은하는 [M]에 출연하면서 야누스적 매력을 뽐내며 능력 있는 연기자로 사람들에게 한 발자국 더 다가갔고 이창훈, 김지수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 역시 [M] 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행운을 맛봤다. 지금까지도 갑자기 시퍼래지는 심은하의 눈 색깔과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인구에 회자되는 것을 보면 [M] 이 얼마나 놀라웠던 작품인지 깨닫게 된다.


어떤 이에게 드라마는 '추억' 이다. 드라마를 보며 울고 웃었던 기억은 그 순간만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분은 이 중에서 과연 몇 편의 드라마를 보며 추억을 만드셨는지. 별 것 아닌 글이지만 예전 기억을 더듬으며 추억에 잠길 수 있는 시간을 드렸길 바란다.

-한밤의 연예가 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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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후속으로 납량특집 드라마 [혼] 이 방송된다고 한다.


작년 부활한 [전설의 고향] 의 대성공 이 후에 자극을 받은 MBC가 오랜만에 납량특집극을 선보이는 모양인데 성공여부와 관계 없이 상당히 기대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지금껏 우리의 간담을 서늘케 한 공포드라마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역대 공포 드라마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전설의 고향


1977년 첫방송 이후 1989년 '외장녀'를 끝으로 폐지되었다가 1996년에 부활하여 3년간 다시 방송, 그리고 10년만에 다시 특집극으로 등장한 [전설의 고향] 은 한국 공포 드라마의 새 역사를 쓴 전설적인 작품이다. [전설의 고향] 의 가장 큰 특징은 민족 특유의 '恨' 을 소재로 하여 한국적인 스토리텔링으로 드라마를 이끌어 왔다는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귀신인 구미호, 처녀귀신 등이 [전설의 고향] 에 주로 등장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전설의 고향] 은 등골 오싹한 공포 뿐 아니라 그 속에서 유교적 관념에 희생당한 여성, 가난에 지쳐 목숨을 끊을 수 밖에 없었던 민초, 신분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좌절할 수 밖에 없었던 천민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민어린 시선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 권력을 가진 자, 힘이 있는 자가 지녀야 하는 책임감과 무게감 역시 역설한다. [전설의 고향] 이 30년의 세월 동안 지금껏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공포 뿐 아니라 인간사에 대한 통찰과 깊이 있는 교훈을 남기려 노력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M


역대 공포드라마라고 한다면 이제는 '고전' 이 된 MBC 납량특집극 [M] 을 빼놓을 수 없다. 한 마디로 센세이셔널한 작품이고, [전설의 고향] 풍의 한국적 공포 드라마의 원형에서 탈피하여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공포 드라마의 새장을 연 작품이기 때문이다. 50%가 넘는 시청률은 [M] 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고 [M] 이 방송될 때에는 동네가 모두 숨을 죽일 정도로 시청자들의 대단한 관심을 받았다.


[마지막 승부] 에서 청순한 매력을 뽐냈던 심은하는 [M]에 출연하면서 야누스적 매력을 뽐내며 능력 있는 연기자로 사람들에게 한 발자국 더 다가갔고 이창훈, 김지수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 역시 [M] 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행운을 맛봤다. 지금까지도 갑자기 시퍼래지는 심은하의 눈 색깔과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인구에 회자되는 것을 보면 [M] 이 얼마나 놀라웠던 작품인지 깨닫게 된다.


    
거미


MBC가 만든 또 다른 현대 공포물 중 하나가 바로 드라마 [거미] 다. 당시 청춘스타였던 이승연이 1인 2역을 소화해 내 화제를 모았던 이 드라마는 식인 거미가 사람들을 공격한다는 다소 파격적인 내용으로 제작되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비록 [M] 만큼의 화제는 아니었지만 혹자는 [M] 보다 [거미] 가 주는 공포가 훨씬 자극적이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만큼 실험적인 작품이었던 셈이다.


인간의 이기심이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가, 자연과 인간의 관계가 과연 사용당하는 것과 사용하는 것의 관계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충실했던 [거미] 는 난해한 내용과 복잡한 인물설정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성실히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대중 드라마로서의 가치가 떨어지고 흥행성적이 저조했다는 것. 그래도 소설을 드라마화 한 드라마치고 이 정도면 잘 해석했다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MBC 납량특집 [별] 은 사실 공포드라마라기 보다는 멜로드라마의 원형에 더 가까웠던 작품이다. 당시 최고의 청춘스타였던 고소영이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외계인' 을 소재로 하여 진정 '시공을 넘나드는 사랑' 을 그려냈었다. [M] 을 집필했던 이홍구 작가가 야심차게 내 놓았던 작품이었지만 우주를 배경으로 한 외계인과 지구인의 사랑이라는 소재가 다소 유치했던 모양인지 흥행성적은 [M] 만큼 좋지 못했다.


결국 MBC는 1994년 [M], 1995년 [거미], 1996년 [별] 을 마지막으로 공포 드라마 제작을 중단한다. [M] 의 후속작품이었던 [거미] 와 [별] 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시큰둥 했었기 때문인 것으로 기억한다.



고스트


SBS가 만든 공포 드라마로 상당한 '블록버스터' 급 드라마였다. 장동건, 명세빈, 박지윤, 김상중 등 호화 캐스팅으로 무장한 [고스트] 는 출연자들의 이름값에 힘입어 엉성한 스토리라인과 다소 민망한 컴퓨터 그래픽에도 불구하고 초반 시청률이 상당히 높았었다. 막대한 제작비를 댄 SBS 쪽으로 보자면 매우 흐뭇한 소식이었는데 이런 축제분위기도 잠시, 중반을 넘어가면서 드라마 자체가 휘청휘청거리더니 결국 용두사미 꼴로 좋은 결말은 보지 못했었다.


이유인즉슨 당시 경쟁프로그램이 MBC [마지막 전쟁] 이었는데 모두 다 알다시피 강남길, 심혜진이 주연을 맡았던 [마지막 전쟁]이 40%대의 무시무시한 시청률을 올리며 TV 채널권을 꽉 쥐고 있는 30~50대 아줌마층을 확 쓸어갔기 때문이다. 결국 제대로 된 시청자층을 공략하지 못했던 [고스트] 는 그 좋은 캐스팅과 막대한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적자행진을 계속하다 조기종영 논란까지 낳으며 간신히 종영하는 수모를 겪고 말았다.



RNA


드라마 [RNA]는 KBS가 만든 현대 공포물이다. MBC가 [M]-[거미]-[별]로 이어지는 납량특집 시리즈를 방영했고, SBS 역시 [고스트] 를 제작하자 시대의 흐름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KBS 역시 [전설의 고향] 대신 현대 공포쿨인 [RNA] 를 제작해 방송한 것이다. [학교] 에서 주목을 받았던 배우 배두나가 주연을 맡아 안정적인 연기력을 뽐낸 드라마였지만 안타깝게도 흥행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전설의 고향] 의 두번째 폐지라는 고육책에도 불구하고 흥행은 커녕 '쪽박' 만 찬 셈이 된 KBS는 [RNA] 이 후로 다시는 현대 공포물을 만들지도, 만들 생각도 안하고 있다. 나름 열심히 만든 작품이었는데 결정적으로 재미가 없고 스토리라인이 산만해서 크게 평가받을 만한 작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토요 미스테리 극장


연속극은 아니지만 TV 공포물의 '본좌' 를 꼽으라면 역시 SBS [토요 미스테리 극장] 을 빼놓을 수 없다. 한 시청자가 이 프로그램을 보다가 기절을 했다는 이야기가 신문에 나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던 이 작품은 매번 자극적이면서도 오싹한 소재를 들고 나와 TV 앞에 있는 시청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었다. 당시 방통위는 [토요 미스테리 극장] 이 너무 선정적이고 공포스럽다는 이유로 수많은 주의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요 미스테리 극장] 에 대한 시청자들의 사랑은 굳건해서 매회 어마어마한 시청률을 올리며 SBS의 효자 상품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금도 케이블에서 하는 것을 잠시 보다보면 등골이 오싹해 지는 것이 여전히 무서우니 방통위 말대로 참 '자극적' 으로 잘 만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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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 세대가 향유하는 문화가 있듯 8090 세대가 향유하는 문화도 있다.


그 중 어린시절 즐겨봤던 전대물은 특히 8090 세대만이 누렸던 시리즈 물이었다.


지금에도 [파워레인저] 류가 있긴 하지만 그 때 불었던 전대물 열풍은 지금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는 것이었다.


[후레쉬맨] [바이오맨] 등 8090 세대를 대표하는 '전대물' 들. 그 전대물들은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후레쉬맨

 전국에 '전대물 열풍' 을 불게 만든 화제의 작품이다. 한국에 수입이 가장 빨리 되면서 "전대물 1호" 라는 별칭을 얻긴 했지만 사실 일본에서 전대물 1호는 아니었다. 다소 난해하고 어두운 분위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크게 호응을 얻지 못했는데 한국에 들어오면서 한국 정서와 부합하는 측면이 컸는지 대한민국에서는 대단한 성공을 거뒀다. 한국에 수입 된 전대물치고 [후레쉬 맨] 만큼 성공을 거둔 전대물은 전무후무하다.


전대물의 기본 공식인 '5명의 멤버' 에 '빨, 파, 초, 노, 분홍' 체제가 완성 된 것도 바로 [후레쉬 맨] 때문이다. 훗날 전대물은 진화에 진화를 거쳐 흰색, 검정색, 은색 등 다양한 색깔의 멤버가 등장하게 되지만 [후레쉬 맨] 이 만들어 놓은 거대한 체제를 깨뜨리기는 역부족이었다. [후레쉬 맨] 의 주제가 자체가 '고전' 이 될 정도로 전국적인 사랑을 받았던 [후레쉬 맨] 은 여전히 대한민국 8090 세대를 아우르는 최고의 전대물이 분명하다.




바이오맨


[후레쉬 맨] 에 이어 한국에 수입 된 '2호' 전대물이다. [후레쉬 맨] 의 인기가 워낙 막강해서 [후레쉬 맨] 을 뛰어넘는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지만 이야기 구조와 스토리는 [후레쉬 맨] 의 그것을 뛰어넘고도 남음이 있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바이오 맨] 이 [후레쉬 맨] 보다 먼저 출시 됐고, [후레쉬 맨] 을 능가하는 인기를 구가했었다.


매회 반전과 미스테리를 적절히 섞은 에피소드들이 양질의 쾌락을 선사했고, 우정과 사랑, 믿음과 배신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의 감정을 그려낸 수작으로도 평가 된다. 특히 [바이오 맨] 은 4화 에피소드에서 바이오맨 멤버 중 한명이 죽임을 당하는 설정을 해 논란을 낳기도 했고, 악의 축인 독타맨의 수하들이 '쿠데타' 를 하는 장면이 방송되기도 해 어린이 전대물이라고 하기에는 에피소드 자체가 약간 강한 측면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오 맨] 의 얼개 자체가 웬만한 드라마 못지 않은 탄탄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수작 중 수작이라고 평가할 수 밖에 없을 듯 싶다.



 
마스크 맨


[후레쉬 맨][바이오 맨] 에 이어 한국에 수출 된 전대물이다. [후레쉬 맨] 의 인기에 힘입어 [후레쉬 맨 3편] 으로 홍보됐다. [후레쉬 맨] 이 5명의 '납치된 아이들' 의 지구 적응기를, [바이오 맨] 이 부정과 우정에 초점을 맞췄다면 [마스크 맨] 은 특이하게 멜로에 초점을 맞춘 전대물이었다. 멜로 드라마 뺨치는 치정과 삼각 관계 때문에 [마스크 맨] 은 아이들 뿐 아니라 성인 여성층도 은근히 즐겨 본 작품이다.


[마스크 맨] 의 기본 얼개는 '로미오와 줄리엣' 처럼 적군의 공주와 마스크 맨 '레드' 의 러브 스토리다. 그러다보니 지나치게 마스크 맨 레드에 초점이 맞춰져 다른 멤버들은 들러리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는데 이 때문에 [마스크 맨] 중반 이후에는 여러 멤버들의 에피소드를 균형있게 맞춰주기 위한 노력이 엿보였다. [마스크 맨] 하면 변신할 때의 특이한 손모양이 먼저 생각날 정도로 변신을 위한 손모양이 인기를 모았고, 전국의 어린이들은 변신을 하기 위해 마스크 맨의 손모양을 죽어라 외우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스필반


5인 체제가 '전대물의 전부' 인 것처럼 믿어 왔던 대한민국 8090 세대들에게 [스필반] 의 출연은 충격이고 파격이었다. 국내 유일의 2인 체제 프로그램이었던 [스필반] 은 모정과 사랑이라는 대주제 아래 양질의 에피소드를 자랑한 작품이었다. 그러나 구조 자체가 생소한데다가 운영하는 주제 자체가 예전부터 많이 봐오던 것이라 인기를 끌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 사실.


그래도 [후레쉬 맨][바이오 맨][마스크 맨] 으로 공고하게 내려오던 '전통' 과 같던 5인 구조를 깨고 2인 체제를 유지했다는 사실은 [스필반] 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생각한다.




반달가면


지금은 김흥국이 [반달가면] 에 출연했다는 사실이 웃음거리일 뿐이지만 당시만 해도 [반달가면] 열풍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반달가면] 의 등장은 [후레쉬 맨] 시리즈로 이어져 내려오던 일본 전대물의 균열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최초의 한국 전대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뢰매] 시리즈와 함께 한국 전대물의 자존심을 지켰던 [반달가면] 은 세련된 스토리전개 때문에 8090 세대 전체를 아우르는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지금 보면 다소 허술할지 몰라도 눈부실 정도로 하얀 옷을 입고 싸우는 반달가면의 모습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는 '영웅' 이었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엉뚱한 소리를 하는 김흥국을 보면 도저히 반달가면과 연결시키기 쉽지 않지만.




우뢰매


말해서 무엇하랴. 심형래 감독의 대표작 [우뢰매] 는 말이 필요 없는 한국 최고의 전대물(?)이다. 컴퓨터 그래픽이 고도로 발전한 지금에 이 작품을 본다면 헛웃음 밖에 나오지 않겠지만 당시만 해도 우뢰매의 에스퍼맨과 데일리 누나는 우리의 영웅이자 친구였다. 평소에는 바보 같다가 위기 상황이 닥치며 멋드러지게 변신해 적을 물리치는 에스퍼맨과 우뢰매를 보며 '꿈' 을 꾼 것은 비단 나 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특히 에스퍼맨은 남이 보고 있을 땐 변신을 못했기 때문에 남이 보지 않는 골목길에서 변신하기 위해 애쓰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영구와 홍콩할매귀신


사실 전대물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영구와 홍콩할매귀신] 은 영구와 땡칠이 시리즈 중에서도 최고의 완성도를 자랑한다. 천상 세계에서 죄를 짓고 지상으로 떨어진 너구리와 늑대. 하나를 죽여야만 승천할 수 있는 운명의 굴레 속에서 치열한 전투끝에 너구리는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 영구 집 앞에 쓰러지게 되고 영구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에 비해 늑대는 남의 무덤을 파헤치며 생을 연명하는데 이가 바로 홍콩할매귀신이다.


영구는 당연히 심형래가 맡았고, 너구리는 김지선이 홍콩할매귀신은 엄용수가 맡았다. 워낙에 연기파들인데다가 내용도 탄탄하고 극적 긴장감도 넘쳐 흘러서 그 어떤 작품보다도 수작으로 치는 에피소드라고 하겠다. 특히 "너구리 네 이년! 니년은 분명 야생동물일텐데 어찌 낮에도 그리 힘이 넘치느냐!" 는 홍콩할매의 일갈에 "하하하! 커피를 마셔서 괜찮다!" 던 너구리의 응대는 길이길이(?) 남을 명대사다.


인터넷도, 핸드폰도, 닌텐도도 없었던 우리의 어린시절. 그래도 그 때가 행복할 수 있었던 건 비디오 하나에 울고 웃었던 그 순박함 때문은 아니었을까. 새삼 나의 어린 시절을 즐겁게 했던 그 시절의 전대물들을 다시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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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음에서 아주 반가운 만화 하나를 만났다. 바로 만화잡지 '챔프' 에 연재됐던 만화 [굿모닝 티쳐] 다.


[굿모닝 티쳐] 를 처음 만난 건 고등학교 때였다. 그 때는 그저 소소하게 재밌는 만화로 치부한게 다였다. 다소 어렵기도 했었고.


그런데 지금의 나이가 되서 본 [굿모닝 티쳐] 의 느낌은 새삼 색달랐다. 뭔가 형언할 수 없는 울컥함이랄까. 만화를 보며 눈물을 흘린 적은 단 한번도 없는데 [굿모닝 티쳐] 를 보고 나니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굿모닝 티쳐], 그 속에는 바로 내가 있었다.




[굿모닝 티쳐] 는 전형적인 학원물과는 다르다. 폭력, 치정이 필수요소로 들어가 있는 예사 학원물과 다르게 [굿모닝 티쳐] 는 별반 색다를 것도, 극적일 것도 없는 고등학생들의 일상을 절묘하게 포착한다. 고등학생들이 흔히 고민하는 진로문제, 가정문제, 친구문제가 섬세하게 녹아있는 이 만화는 비단 고등학생들 뿐 아니라 그 시기를 지나온 사람들에게도 아련한 추억과 감동을 선사한다.


[굿모닝 티쳐] 의 주인공들은 결코 가벼운 법이 없다. 적당히 인간미와 유머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인간으로서 당연히 지니고 있을만한 외로움과 고민을 함께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그 고민과 함께 성장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온 고등학교 1학년 철없이 웃고 떠들던 그들은 축제를 벌이고, 수학여행을 떠나고, 시험을 보고,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수능을 준비하면서 서서히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전혀 다른 서로를 '이해' 하는 과정은 그들이 반드시 거쳐야 했던 성장통이었고, 자신의 미래를 두고 '고민' 해야 했던 수많은 시간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성숙의 과정이었다. 그 성장통과 성숙의 과정이 가슴 아파서, 또한 가슴을 울려서 나는 몇 번이나 [굿모닝 티쳐] 를 보면서 눈물을 훔쳤다. 별반 특별할 것도 없는 그들의 고민이 내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기에, 그 속에 바로 내 모습이 있었기 때문에.


고등학교를 졸업해 원하는 대학교에 간 영민이의 대사 중에 이런 글귀가 있다.


"차라리 고등학교 때가 나았던 것 같아. 갈수만 있다면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야. 해야 하는 일,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도 뻔해서 오히려 쉬운 생활...너무나 부자유스럽기 때문에 사소한 일에도 굉장히 즐거워 할 수 있었고...뭔가 목표가 있어 사는 것 같았고...실수해도 잘 보살펴 주시는 자상한 선생님...나를 이해해주는 친구들...정말 그 때 그 친구들이 보고 싶어진다."


영민이가 읊은 박탈감이 무엇인지 알기에, 그리고 사회에 나갔을 때의 박탈감은 지금보다 더 커진다는 것을 알기에 영민이의 덤덤한 대사는 참 마음을 아리게 했다. '너무나 부자유스럽기 때문에 사소한 일에도 굉장히 즐거워 할 수 있었던' 때를 지나 무한한 자유와 책임만을 짊어져야 하는 지금, 그 때의 부자유는 사실 다신 누리지 못할 '행복한 구속' 이었음을 깨달았다면 너무 바보 같은 생각일까.




지금도 대학 친구들보다 고등학교 친구들이 천만배 편하고 좋은 나는, 여전히 늙은 '18살' 로 살아간다. 얼굴도 변하고, 생각도 변하고, 환경도 변했지만 언제 만나도 고등학교 친구들은 나를 '18살' 처럼 대해준다. 너무나 부자유스러워 사소한 일에도 굉장히 즐거워 했던 바로 그 때의 나로. "확실히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더 정이 가. 나이 들어 잔대가리 굴리고 서로 계산하며 만난 사이가 아니라, 순수하게 어울려 뒹굴었던 친구들. 언제 만나도 그 때 그 기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 라던 지현이의 대사는 그래서 공감이 간다. 잔대가리, 계산 따위 없는 순수한 뒹굼이 좋아서.


[굿모닝 티쳐] 에는 그렇게, 18살로 살아갔던 내가 있었다. 그리고 이 시대 수 많은 고등학생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자칫 사소한 것으로 치부할 수 있는 평범함의 소중함이, 불평불만을 쏟아냈지만 그 또한 같이 할 수 있었기에 힘이 되었던 따스함이, 수능과 모의고사에 치여 피폐한 듯 했지만 사실 목표가 있고 꿈이 있었기에 견딜 수 있었던 만족감이 바로 [굿모닝 티쳐] 에 숨 쉬고 있었다.


너무 시간이 지나서 그 때 느꼈던 것을 잃어버리고 사는 것은 아닐까. 콧등을 간지럽히는 산들바람의 부드러움과 학교 창문으로 바라보는 석양의 눈부심을 그 때만큼 아름답게 느꼈던 적이 과연 있었을까. "앞만 보고 똑바로 걸어나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뒤에 남겨둔 좋은 기억들을 가끔씩 고개 돌려 보는 것" 은 더욱 어려운 일임을 나는 이제야 조금씩 알아간다.


누군가에겐 그저 웃고 즐길 만화일 뿐이지만 나에게는 '인생의 바이블' 같은 책, [굿모닝 티쳐]. 추억이 있고 웃음이 있으며, 고민이 있고 철학이 있는 [굿모닝 티쳐] 를 보며 나는 다시금 나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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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불륜 드라마' [조강지처 클럽] 이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30%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보면 역시 불륜이란 코드는 어쩔 수 없는 흥행코드임을 깨닫게 되고는 한다. 그러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시청률과 달리 [조강지처 클럽] 앞에는 '막장 불륜' 이라는 네 글자가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다. 그 꼬리표를 보고 한참을 웃었다. 언제는 '명품 불륜' 이 있었나?


그렇게 한심스럽게 혼자 낄낄대다 문득 '명품 불륜'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아....거짓말이 있었구나....." 라는 짧은 탄식과 함께.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랬다. 거기엔 [거짓말] 이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 내 가슴 한 켠을 미칠듯이 먹먹하게 했던 그 드라마가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었다. [조강지처 클럽] 같은 드라마만 만나다 보니까 어느샌가 [거짓말] 에 대한 아련한 기억과 추억도 더럽혀 진 걸까. 10여년의 세월 동안 [거짓말] 을 '거짓말' 처럼 잊고 살았던 내가 지독히도 한심스러워 진 건 왜일까.


" [거짓말] 을 '명품 불륜' 이라고 해야 하나? "


내가 글을 쓰면서도 헷갈리는 이유는 난 단 한번도 [거짓말] 속 준희와 성우의 사랑을 불륜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엄연히 준희에게는 은수가 있고, 성우는 그들 사이에 느닷없이 끼어든 '불청객' 같은 존재니 엄격하게 따지자면 불륜이겠지만 글쎄, 그들의 관계를 불륜으로 치부하기엔 뭔지 모르게 내 마음이 찌릿해져 버리고 만다.


한 부부가 있고, 그 사이에 여자 한 명이 끼어드는 스토리는 지금껏 우리가 참 많이 만나 본 스토리다. 그런데 [거짓말] 은 특별했다. [조강지처 클럽] 처럼 치고 받고, 소리 지르고, 서로를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 나는 추접한 자극 대신에 [거짓말] 갑작스러운 운명에 흔들리고, 약해지고, 위로하고, 용서하는 새로운 차원의 또 다른 '사랑' 을 그려냈다.


[거짓말] 은 사랑조차도 절대적일 수 없음을 나에게 가르쳐 줬다. 이 세상엔 그 어떤 것도 절대적인 것이 없음을, 그토록 믿었던 사람과 사랑조차도 언젠가는 '변할 수 있음' 을 나는 [거짓말] 을 보며 배웠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끌어 당기는 운명의 장난과 삶의 아이러니를 나는 [거짓말] 을 통해 실감했다.


바람피는 남자는 '나쁜 놈', 그런 유부남을 꼬드기는 여자는 '나쁜 년' 공식에서도 [거짓말] 은 저 멀리 비껴나 있었다.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이해했고, 연민했고, 안타까워 했다. 또한 서로를 미워했고, 증오했고, 거부했지만 동시에 사랑하고, 애틋해 했다. 그들은 태생부터 '나쁜 놈' '나쁜 년' '착한 년' 으로 태어나지 않았다. 그저 살아가다 보니 너무나 아프게 부딪혀 버린 운명이 바로 거기였을 뿐이다.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운명과 사랑, 다가서지 않으려고 해도 다가설 수 밖에 없는 인생 속에서 그들은 마냥 행복하지도, 마냥 불행하지도 않았다. 그저 물 흘러가는대로 자신의 삶에 충실할 뿐이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는 말처럼 그렇게 그들은 예전부터 그러했듯이 덤덤하게 자기를 받아들였다.


찬란하고도 허무한 햇살 가득한 날, 차갑고도 쓸쓸했던 그러나 눈부시게 밝았던 어느 봄, 어느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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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을 떠올리니 더더욱 [조강지처 클럽] 이 한심스러워진다. 물론 [조강지처 클럽] 처럼 '재미' 를 추구하는 드라마도 필요하다. 그러나 말초적인 신경만을 자극하는 재미로 인해 드라마가 지켜내야 하는 본질과 메세지까지 잃어버렸다면 그건 드라마가 아니다. 정말 말 그대로 '막장 불륜', 그 뿐인 것이다.


50회에서 80회로, 다시 100회로 고무줄 연장을 하며 [조강지처 클럽] 이 보여준 것은 어설픈 줌마델라 신드롬의 판타지, 극단적 자극으로 점철되어 있는 더러운 불륜, 인간성 상실에 사랑조차 메말라 버린 인간군상의 추접함 뿐이다. [조강지처 클럽] 의 문제는 불륜이라는 코드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과 '표현'의 문제였던 것이다.


적어도 [거짓말] 은 솔직하고 담백했다. 기름기 쫙 뺀, 솔직하고 담백한 사랑과 인생과 인간미가 넘쳐 흘렀던 고민과 고뇌...그렇게 '아름다웠던' [거짓말] 의 추억을 나는 [조강지처 클럽] 때문에 더더욱 갈증나게 느껴본다. 언제쯤 우리는 '막장 불륜' 에서 벗어나 진정한 '명품 불륜' 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정말 갈증나고, 정말 싫다. 인간미도, 고민도 없이 무조건 내닫고 보는 '막장 불륜' 이, 그리고 그 네 글자가 품고 있는 더러운 상업주의가.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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