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그리고 영화/TV STORY'에 해당되는 글 683건

  1. 2017.04.09 <도봉순>, 결국 힘이 쎈 여자 주인공도 스스로 영웅이 되지 못하나.
  2. 2017.04.08 비슷한데 다른 <윤식당>의 마력, 현실을 벗어난 판타지에 빠져들다.
  3. 2017.04.07 tvN의 희망 <시카고 타자기>, 상반기 최대 화제작이 되기 위한 관전포인트?
  4. 2017.04.04 <프로듀스 101>을 둘러싼 잡음과 장문복의 화제성, 공정하지 않은 오디션의 가장 큰 함정
  5. 2017.04.02 <내 귀에 캔디> 이준기-박민영, 만나지 않아도 설레는 예능사상 최고의 로맨스.
  6. 2017.04.01 이름만 바꾼다고 혁신이 되나....민심 읽지 못한 자유한국당이 <무도>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으로 잃은 것.
  7. 2017.03.30 ‘나쁜 먹거리’와 다를 바 없는 <먹거리 x파일>의 만행, 누가 누구를 심판하나
  8. 2017.03.29 <귓속말>이상윤의 처절한 딜레마...안타깝지 않고 피곤하다면.
  9. 2017.03.25 29주 연속 1위지만....'자극'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미우새>의 딜레마
  10. 2017.03.24 <프로듀스101> 시즌2, '놀림받던' 슈스케 소년 '힙통령' 장문복의 존재가 의미하는 것.
  11. 2017.03.23 <자체발광 오피스> ‘죽도록 노력해 봤냐’는 또다른 폭력에 눈물짓는 청춘에 대한 단상
  12. 2017.03.22 <완벽한 아내>속의 완벽한 연기자, 고소영 보려고 봤다가 조여정에 반하다
  13. 2017.03.21 <도깨비>이후 처참한 TvN과 따라잡는 JTBC, 케이블 채널의 왕좌 바뀌나
  14. 2017.03.15 <피고인> 마지막 2회만 보면 되는 드라마? 끊임없는 도돌이표 '고구마' 전개의 함정

<힘쎈여자 도봉순>(이하 <도봉순>)은 출연 배우들의 이미지를 극대화시키며 성공신화를 썼다. JTBC최고 시청률이라는 기록은 그 성공을 뒷받침하는 근거다. 이 성공에 대한 빚은 누구보다 배우에게 지고 있다. 박보영과 박형식 커플이 만드는 케미스트리는 이 드라마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다. 특히 박보영의 이미지로 도봉순이란 캐릭터는 가장 적절하게 표현된다.

 

 

 

 


작고 귀여운 박보영이 괴력을 발휘해 불의와 맞서는 모습은 상대적으로 약해 보이는 박보영의 이미지와 합쳐져 큰 재미를 만들어 낸다. 깜찍한 모습을 하고 악당들을 혼내주는 여성 캐릭터는 ‘도봉순’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박보영과 박형식의 케미스트리가 이 드라마의 시청률을 대부분 견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드라마는 대체로 가벼운 터치로 흐른다. 크게 마음을 졸이지 않아도 배우의 매력에 빠져들다보면 한 시간은 금방 흐른다. 드라마의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박보영과 박형식의 이미지는 큰 역할을 했다. 군데 군데 비어있는 <도봉순>의 이야기 구조속에서도 이 둘의 합은 시청률을 끌어 올릴 수 있는 가장 큰 매력 포인트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제작진의 ‘역량부족’은 배우로 커버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하게 드러난다. 

 

 

 

 


사실 <도봉순>은 처음부터 이런 기미가 보였다. 도봉순이 슈퍼맨처럼 ‘힘이 센’ 캐릭터라는 설정은 신선했지만 그 설정을 활용하는 방식이 문제였다. 도봉순의 발휘하게 만드는 설정들은 작위적이고, 가장 메인 줄기가 되는 사건인 ‘도봉동 살인사건’은 드라마에 녹아들기 보다는 별개의 사건처럼 다뤄진다. 사건은 유기적인 구성으로 치밀하게 짜여있기 보다는 그저 사건을 위한 사건처럼 느껴지고, 그렇기 때문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데는 실패한다.

 

 

 

 

 

도봉순과 안민혁(박형식 분)과의 러브라인 역시 결코 자연스럽지 못하다. 극 초반 부 안민혁이 아무런 경험도 없는 도봉순에게 경호업무를 제안하는 것부터가 자연스럽지 못하다. 도봉순은 실제로 안민혁이 수차례 다치거나 위험에 처할 동안 제대로 된 경호를 하지 못한다.

 

 

 

 

그런 도봉순에게 ‘같이 자자’며 집으로 끌고 오거나, 함께 누워 “엄마는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고 했다”고 고백하는 장면도 상당히 뜬금이 없다. 갑자기 툭 튀어나온 설정들로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를 만들려고 하지만 에피소드의 흐름은 뚝뚝 끊긴다. 대사도 진부하고 캐릭터의 의외성도 없다. 단순히 ‘힘 센’ 도봉순이라는 설정을 제외하면 이 드라마를 흥미롭게 만드는 설정 자체가 부족한 것이다.

 

 

 


처음부터 도봉순이 ‘갑질’을 한다며 투덜거리지만, 안민혁은 도봉순의 부적절한 행동이나 요구사항들을 크게 문제삼지도 않는다. 오히려 확인되지 않은 실력으로도 ‘기획팀’에 넣어달라거나 하는 부당한 요구를 하는 쪽은 도봉순이다. 이쯤되면 갑질은 도봉순이 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이 과정에서도 '티격태격'을 위한 '티격태격'이라는 문제점은 도드라진다.

 

 

 


 

이런 구멍들을 매워 온 것은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그들은 사랑스러운 매력을 통해 드라마의 분위기마저 사랑스럽게 만든다. 그러나 문제는 후반부로 갈수록 배우로도 채워지지 않는 스토리의 허술함이다.

 

 

 


일단 코믹함을 살리고자 넣은 조직폭력배나 일진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는 쓸데없이 길기만하다. 드라마의 구성이 유기적이지 못하니 따로노는 느낌을 지워버릴 수가 없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도봉동 살인사건의 범인 김장현(장미관 분)의 이야기는 가장 황당한 부분이다. 도봉순의 능력이면 충분히 범인을 제압할 수 있음에도, 범인은 높은데서 떨어지거나 공격을 당해도 불사신처럼 멀쩡하다. 차라리 범인도 ‘특수능력 사용자’라면 이해가 가능하지만, 그저 평범한 인간일 뿐인 범인이 불사신처럼 살아나고 도망다니는 모습은 긴장감 보다는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다. 경찰들의 수사 역시 너무나 안일하다. 범인 수사 자체도 지나치게 지지부진했지만 시체가 발견되지도 않은 상황 속에서 ‘수사 종결’을 내리는 경찰들의 모습을 공감하기란 어려웠다.

 

 

 


‘판타지’와 ‘개연성’은 분명히 다르다. 드라마라서 용서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이다. 현실적이지 않은 판타지 않에서도 작가가 부여한 세계관이나 설정이 흔들리지 않아야 하는 것이 바로 개연성이다. 그러나 <도봉순>은 그 개연성을 명백히 놓쳤다.

 

 

 

 


이 과정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바로 ‘힘쎈여자’ 도봉순의 캐릭터다. 도봉순은 원더우먼처럼 악을 심판하고 세상을 구하는 영웅 캐릭터로 충분히 활용될 수 있는 캐릭터임에도 결국 그의 행동 동기는 개인적인 이익과 주변사람의 안녕이라는 지점에서만 강조된다. 가장 큰 아쉬움은 그런 힘을 가지고도 결국 남자 주인공의 도움을 받아야만 해결이 되는 사건의 종결이다. 힘을 잃은 도봉순은 결국 안민혁이 구해줘야 하고, 위기 상황속에서 힘을 다시 찾는 것도 안민혁의 사랑 때문에 가능하다. 자신이 가진 힘을 주체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도봉순의 캐릭터는 점차 매력마저 잃어간다. 그것은 아무리 사랑스러운 박보영이라도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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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나영석이다. 그리고 그가 또 이서진을 섭외했다. 새롭게 합류한 윤여정도 이미 <꽃보다 누나>의 메인 출연자로, <삼시세끼>의 게스트로 호흡을 맞춰본 캐릭터다. 아르바이트 생으로 등장하는 신구도 마찬가지다. 새롭게 정유미가 합류했지만 얼마나 새로운 그림이 나올까 싶었던 <윤식당>. 그러나 <윤식당>은 뭔가 다르다. <꽃보다> 시리즈나 <삼시세끼>가 전해주는 느낌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같은 제작진에 같은 출연진, 또 ‘음식’이라는 소재를 사용했지만 어떻게 <윤식당>은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 수 있었을까.

 

 

 


느림의 미학 나영석식 화법에서 오는 긴장감

 

 

 


빠른 템포로 정신없이 진행되는 요즘 예능의 특징과는 다르게, 나영석의 예능은 ‘느림의 미학’을 강조한다. 주로 여행이나 음식을 소재로 사용하는 나pd는 여행 예능에서라면 풍경과 그 장소의 분위기를 전달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여행자들이 느끼는 감정을 강조한다. 음식 예능에서는 천천히 음식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그 과정에서 오는 따듯함이나 정, 수고로움을 느끼게 만든다. 그 과정 속에서 캐릭터를 탄생시키는 능력은 나pd의 독보적인 영역이다. 가끔은 어떤 느낌이나 분위기를 강조하려는 나머지, 다소 강요하는 느낌이 있을 때도 있지만, 따듯한 시선을 통해 그런 단점쯤은 상쇄된다.  

 

 

 


<윤식당>역시 그런 분위기는 유지된다. 인도네시아 발리의 아름다운 풍광은 이야기의 양념처럼 버무려지고 손님이 없다가 붐비는 식당의 모습을 가감 없이 담아내며 ‘지켜보는 예능’을 완성해 간다. 손님이 붐빌 때 식당을 운영하는 이서진, 윤여정, 정유미, 나중에 합류한 신구까지 바빠서 정신이 없어지는 장면마저 빠른 템포라고 할 수는 없다. 그저 그들의 감정을 따라가며 식당의 분위기를 설명하는 데 주목할 뿐이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이 과정에서 묘한 긴장감이 생겨난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시청자들은 <윤식당>의 성공을 바라게 되는 것이다. 손님이 없어 걱정하는 출연진들의 모습을 보며 얼른 손님이 찾아오길 바라게 되고 정신없이 요리를 하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그들이 행여 실수라도 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완성된 요리를 손님들이 먹고, 음식에 대한 평가를 내릴 때는 어떤 평가가 나올지 긴장하게 된다. 그 평가가 좋을 때는 따라서 기분이 좋다. 딱히 ‘한국음식’에 대한 자랑스러움이나 애국심을 강조하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럽게 감정이 그렇게 흘러가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차분한 이야기의 진행을 통해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만들고, 그 캐릭터에 시청자들이 애정을 쏟게 만든 결과다. <윤식당>은 비록 실제 식당이 아니지만, 시청자들은 그 식당이 성공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예능을 지켜보게 된다. 신기한 일이다.

 

 

 


음식 예능이지만, <삼시세끼>와 궤를 달리 하는 화법과 캐릭터.

 

 

 


<윤식당>은 불고기라는 메뉴를 메인으로 한 식당에 대한 이야기로, 음식에 관한 이야기지만 <삼시세끼>와는 다르다. 출연자들이 음식을 먹고 음미하는 주체가 되지 않고, 그 곳에 찾아오는 손님들이 주체가 되기 때문이다. 주방을 맡은 윤여정은 딱히 요리를 할 줄 모르는 캐릭터다. 오직 할 수 있는 것은 프로그램을 위해 다른 셰프들에게 전수받은 불고기 뿐이다. 어떤 요리가 탄생할까에 대한 기대감같은 건 이 프로그램에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음식을 접하는 사람들의 반응이나 행동은 충분히 예능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출연자들이 만든 요리지만 그 요리가 다른 사람에게도 맛있게 느껴진다는 것을 알았을 때 시청자들은 따라서 뿌듯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윤식당>이 출연자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각자의 역할이다. 요리를 만드는 윤여정과 그를 보조하는 정유미. 그리고 총무겸 서빙을 맡은 이서진, 그리고 아르바이트생이라는 설정이 주어진 신구까지,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통해 그들이 가진 특성이 드러나는 것이다. 걱정이 많고 툴툴대는 듯하지만 재치있고 인간적인 매력의 윤여정, 때로는 엉뚱하지만 싹싹하고 밝은 정유미,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총괄하는 책임을 진 이서진. 또 가장 연장자지만 가장 낮은 자리에서 부드러운 매력을 뽐내는 신구까지. 그들의 조합은 생각보다 큰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특히 이서진은 이곳에서 <꽃보다 할배>나 <삼시세끼>로 나영석 예능에 익숙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그 프로그램들과는 또 다른 캐릭터가 주어진다. 가이드를 맡았던 <꽃보다 할배>나 음식을 할 줄 몰라 사실상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삼시세끼>와는 달리 <윤식당>의 이서진은 경영학과 출신이라는 장점을 살려 총무로서의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실질적인 운영자로서의 마인드로 단가를 계산하고 얼만큼의 수익이 날지를 예상하며, 장사 계획을 짜는 그의 모습은 <윤식당>을 좀 더 그럴 듯한 실제의 공간으로 만든다. 똑똑하면서도 현실적인 그의 성격은 그 자리에 맞춤형으로, 그 위치에서 이서진만큼 잘해낼 수 있는 적역을 찾기가 힘들다고 느껴질 정도다. 다시 한 번 이서진을 캐스팅 한 이유에 수긍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여기에 분위기를 발랄하고 상큼하게 만드는 정유미의 조합은 예상치 못한 재미를 만들어낸다. 수차례 정유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는 나영석의 혜안이 돋보이는 순간이다. 각기 다른 성격을 지녔지만 조화로움을 이끌어내는 것. 그것이 바로 나영석표 마법이다.

 

 

 


 

진짜가 아니라 가능한 편안함.

 

 


이런 편안한 분위기는 사실 그들이 실질적으로 ‘매출’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다. 윤여정은 요리만, 정유미는 보조만, 이서진는 총무만, 신구는 알바만 하면 되는 상황속에서 그들은 실질적인 이익을 따질 필요가 없다. 손님이 들지 않는다는 것은 그냥 아쉬울 뿐,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며 식당이 철거되는 순간에도 그들은 아쉬울 뿐, 다른 식당은 제작진이 찾고, 인테리어까지 알아서 끝내버린다.

 

 

 


‘이익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식당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들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그저 발리의 아름다움과 손님의 반응에 집중할 수 있다. 식당운영이라는 것은 실제로는 더욱 전쟁같고 힘든 ‘생계’가 걸린 일이지만 그들은 잠시동안의 경험으로 그 일을 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그 때문이다. 실제로 그들이 그 자리에서 생계를 걱정해야 한다면, 리얼리티는 살지 몰라도 이야기가 좀 더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 느리고 편안한 나영석식 화법에 그런 양념은 적절하지 않다. 나영석 예능을 통해 우리는 아마도 잠시 휴가를 떠나 음미할 수 있는 편안함의 판타지, 바로 그것을 느끼고 싶은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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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타자기>는 그동안 시청률 부진에 시달렸던 tvN드라마에 한줄기 단비 같은 드라마가 될 수 있을까. 그동안 tvN이 야심차게 준비해왔던 드라마들이 시청률 부진에 시달리면서 <시카고 타자기>에 거는 기대는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도깨비>이후 tvN 로맨스 드라마의 시청률은 아쉬움을 넘어 처참한 수준이었다. <내성적인 보스> <내일 그대와>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등의 드라마가 모두 1%대의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연속으로 굴욕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tvN로맨스 드라마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작품이 바로 <시카고 타자기>인 것이다.


일단 반응은 긍정적이다. 호감도 높은 작가와 배우를 기용했기 때문에 방영 전부터 화제성이 높다. <시카고 타자기>의 관전포인트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유아인, 임수정...배우에 대한 신뢰.

 

 

 


<시카고 타자기>의 남자 주인공 한세주 역을 맡은 유아인은 연기파 배우로 성장했다. 드라마 <밀회><육룡이 나르샤>를 비롯하여 영화 <베테랑>이나 <사도>등에서 보여준 유아인 연기의 스펙트럼은 젊은 배우의 에너지를 간직한 동시에 노련함을 보여주었다. 자신만의 연기세계를 대중에게 설득시킨 ‘연기자’ 유아인은 강력한 흥행코드다.

 

 

 


유아인이 역할을 선택하는 방식은 특이하다. 젊은 배우에게 있어서 주로 스타성을 위시한 로맨틱 코미디등이 인기를 얻는데 유리한 반면, 유아인은 단순히 ‘멋진’ 배역이 아닌, 일탈을 일삼거나 내면의 갈등을 겪는 캐릭터를 주로 표현했다. <밀회>에서는 무려 20살 연상의 여인과 사랑에 빠지는 역할을 맡았고, <베테랑>에서는 재벌 3세 역할을 맡았지만, 로맨틱함과는 거리가 먼 타락한 소시오 패스에 가까웠다. <사도>에서는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과 분노로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사도세자 역을 소화했다. <육룡이 나르샤>의 이방원 역시, 로맨스보다는 정치적으로 피 터지는 싸움을 해야 하는 캐릭터였다.

 

 

 

 

유아인의 또다른 특징은 작품안에서  혼자만 주목받기 보다는 상대방의 호흡을 통해 성장해 왔다는 것이다. <밀회>의 김희애, <베테랑>의 황정민, <사도>의 송강호, <육룡이 나르샤>의 김명민등은 연기적인 테크닉과 표현력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프로들이다. 유아인 혼자서 튀기보다는 주변인물들과 조화를 통해 자신의 에너지를 분출시킨다. 

 

 

 

 


<시카고 타자기>에서는 임수정이 있다. 임수정 역시 각종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연기’에 대한 욕심을 표현해 온 배우다. 특히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보여준 변신은 임수정이 가진 연기의 폭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연기력에 대한 불평이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임수정에 대한 신뢰 역시 유아인 못지않게 크다. 더군다나 <미안하다 사랑한다>이후 무려 13년 만의 드라마 출연이라는 점에서 화제성은 더욱 크다. 임수정이 표현하는 여주인공이 어떤 방식으로 표현될까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는 시점이다.  유아인과 임수정이 만나 어떤 시너지를 보여줄지가 관전 포인트다. 더군다나 유아인의 군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라는 점 또한 이 작품을 봐야 할 이유다.

 

 

 


<해품달> <킬미힐미>...작가에 대한 신뢰

 

 

 



<시카고 타자기>를 집필하는 진수완작가는 그동안 <경성스캔들><해를 품은 달><킬미 힐미>를 통해 대중의 호평을 거머쥔 작가다. 유아인과 임수정 역시 출연 이유로 ‘대본을 보고 반했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작품성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진수완작가는 이야기 구조를 탄탄하게 쌓아가며 대중과 소통할 줄 아는 작가다. 이야기의 흐름을 유려하게 이끌어 가며 탄탄한 ‘매니아 층’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시카고 타자기>에서도 그런 진수완 작가의 필력이 그대로 드러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배우들이 자신이 출연한 작품에 대한 애정을 쏟는 것은 당연하지만, 애초에 배우들이 먼저 나서서 작품전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대본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경우는 좀처럼 없다. 특히 임수정은 ‘가슴이 쿵쾅거릴 정도다’라고 말하며 대본을 극찬했다. ‘뭔가 다르다’는 자신감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신선함과 호평이 꼭 대중성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일단 초반의 분위기는 잘 형성했으나, 이 드라마가 대중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것은 또다른 문제다. 유아인은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를 두고 “전형성을 완전히 깨트린 캐릭터”고 평가했으다. 그러나 전형성이란 것은 양날의 검이다. 시청자들은 지나치게 새로운 이야기에 적응을 힘들어 하는 경향이 있다. 시청률이 낮지만 호평을 받는 작품들의 대부분은 시청자들의 중간 유입이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설정이 치밀할수록 드라마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전후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진수완작가 역시 <해를 품은 달>을 제외하고는 호평에 비해 다소 아쉬운 시청률을 기록한 것도 사실이다. 시청률 부진의 늪에 빠진 지금의 TVN에 있어서는 대중성을 잡는 목표가 절실하다. 과연 ‘전형성을 탈피한’ 로맨스인 <시카고 타자기>가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을까 하는 지점이 한가지 우려스러운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상반기 tvN 최고 화제작 <시카고 타자기>.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잡는 웰메이드 드라마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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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 101>(이하<프듀>) 시즌2가 남자 연습생으로 새롭게 돌아왔다. 시즌1은 프로그램 방영 전부터 누가 11명에 들어갈 것인가가 화제가 되었고, 시즌1이 탄생시킨 걸그룹 IOI는 음원과 음반, 팬덤 모두 좋은 성과를 거두며 성공사례로 남았다. 그러나 안을 들여다보면 마냥 그들의 데뷔가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프듀>는 처음부터 출연자들의 상품성에 집중한다. 11명의 소녀들을 뽑기 위해  완벽한 대형으로 연습생들을 늘어놓고 자신을 뽑아달라며 ‘pick me'를 부르는 모습은 마치 인형가게에 전시되어 선택되기를 기다리는 인형을 떠올리게 만든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후보를 찍는 방식은 그들이 보여주는 무대나 개성보다는, TV의 노출도에 더욱 큰 영향을 받도록 만든다.

 

 

 

 

 

 

101명의 소녀들의 분량을 공평하게 배분하는 것 자체가 애초에 불가능하고 그들의 매력 역시 심층적이기 보다는 피상적으로 표현된다.  아무리 연예계도 시장논리에 따라 돌아가는 곳이고 방송시간의 한계가 있다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조차 그런 논리가 강요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불쾌하지만, 또 묘한 쾌감을 자극하기도 한다. 내가 '뽑아줘야' 선택될 수 있는 인형같은 참가자들에 대한 관심은 시즌1의 성공을 이끈 원동력이다. 

 

 

 


애초에 그들은 출발점부터 차이가 난다. 시즌1에서 1위를 차지한 전소미는 이미 JYP걸그룹 만들기 프로젝트 TV프로그램인 <식스틴>에 출연해 팬덤을 확보한 상태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1위 아니면 2위를 기록하던 그는 결국 1위로 프로그램을 마무리 짓는다. 이를테면 금수저와 흙수저의 경쟁과도 같다. 또한 특정 멤버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는  프로그램을 진지한 소녀들의 꿈의 장이 아닌,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기념품 가게 쯤으로 분위기를 몰고 가는 포인트다. 

 

 

 

 

 

 

프로그램 내내 각종 잡음과 논란이 인 것은 덤이었다. 악마의 편집을 해도 명예훼손등의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 만들어 놓은 계약서의 불공정 조항이 논란이 되었으며 출연자들의 출연료가 0원이라는 사실 역시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데뷔라는 미끼를 이용해 TV출연 기회를 제공하고 이익을 누린 것은, 방송사측의 철저한 이기심이다. 또한 중간에 중복 투표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투표 방식의 오류 등은 이 프로그램의 허술함을 그대로 대변하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제성’이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소녀들은 자신들의 꿈을 저당잡힐 수밖에 없었다. <프듀>를 통해 만들어진 그룹 IOI는 인기를 끌 수 있었고, 아이돌 그룹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 속에서도 유리한 출발고지를 점할 수 있었다. IOI는 1년이라는 활동기간 내내 걸그룹으로서 꽤 괜찮은 성적표를 거뒀다.

 

 

 

그러나 이 시한부 활동기간에서도 역시 잡음은 발생했다. 다른 소속사 출신들로 이루어진 걸그룹이었던 탓에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맞물렸고, 일부는 IOI 활동중에 다른 걸그룹으로 데뷔하는 등,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를 보였다. 우여곡절 끝에 콘서트를 끝으로 활동은 마무리 되었지만, IOI출신 멤버들을 내세워 만든 걸그룹은 또 다른 시험대에 올라야 한다. IOI로 인기를 얻은 멤버들은 주목도가 있지만, 그들이 새로 만든 걸그룹을 흥행시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국 '프로젝트 그룹'으로 얻은 인기를 IOI가 아닌 다른 그룹을 위해 기꺼이 다시 이용해도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기획력이 부족하고 자금이 부족한 소속사 출신이라면 더욱 성공은 요원하다.

 

 

 


시즌1을 성공시킨 제작진은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룹별로 나눠서 화장실에 가게 하거나, 연습시간을 통제했다는 인권 논란이 일었다. 이에 PD는 “절대 그런 적 없다. 부당한 느낌을 갖게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해명했으나, 갑의 위치에 있는 PD의 해명을 곧이 곧대로 믿기에는 여전히 찝찝함이 남는다. 게다가 출연료등의 문제는 시즌1때 처럼 여전히 진행형이다.

 

 

 

 

 

 

<프듀>의 정체성을 가장 잘 대변하고 있는 인물은 홍보에 적극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장문복이다. 장문복은 과거 <슈퍼스타 K>에 출연해 다소 황당한 랩실력으로 각종 유머 사이트에 올라가며 유명세를 탄 인물이다.  네티즌들은 그를 힙통령(힙합+대통령)이라 부르며 패러디에 열을 올렸고 장문복은  지금까지 <SNL>등에서까지 패러디되며 개그 소재로 사용된다.

 

 

 


이런 화제성은 그가 소속사를 찾고 <프듀>에 까지 출연하게 만드는 등, 호재로 작용했지만 그를 대하는 시청자들의 방식은 <프듀>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장문복에 대한 관심은 그의 실력에 대한 조롱으로부터 출발했다. 이어 그 조롱이 ‘웃음’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그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생겨났다. 그의 실질적인 실력이 아닌, ‘황당함’에서 출발한 관심은 엄밀히 말해 실력이 우선시 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적합한 것이라 볼 수 없다. 

 

 

 


물론 장문복에게 쏟아지는 관심은 부정적인 것 보다는 긍정적인 것에 가깝다. 그러나 그런 관심은 <프듀>의 이미지를 그대로 반영한다. 마치 상품처럼 소비되는 참가자들에게 진정한 실력과 그로부터 오는 감동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저 화제성을 위시한 ‘재미’가 가장 큰 핵심인 것이다. 벌써부터 인터넷에서는 ‘보지도 않고 무조건 장문복을 찍겠다’는 반응이 개그 소재로 사용되는 현상을 보인다. 이런 말이 통용될 수 있는 것 자체가 <프듀>의 참가자들이 어떻게 소비되는가를 명백하게 보여주는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데뷔기회라는 달콤한 속삭임은 101명의 연습생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과연 그 속에서 <프듀>는 정말 적절한 연습생들의 희망이 될 수 있는가. 물론 현실은 경쟁이다. 그러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조차 그 기회를 위해 인권이나 꿈이 저당 잡혀 불공정 경쟁을 강요당하는 모습은 달갑지 않은 일이다. 흥행을 위해 ‘상품’처럼 소비되는 그들의 현실은 ‘아이돌 데뷔’라는 화려함 뒤에 숨은 가혹함을 견뎌야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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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에서 연애는 끊임없는 화두다. 지금도 <우리 결혼했어요><님과 함께-최고의 사랑><불타는 청춘> 등 콘셉트만 약간 다른 비슷한 프로그램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내 귀의 캔디> 역시 그 중 하나다. 그러나 <내 귀에 캔디>는 상대방을 인지하지 못한 채, 전화 통화를 한다는 콘셉트로 전형성을 탈피했다. 상대방을 만나지 못한 채, 목소리만 들으며 서로 통화하는 것은 오히려 얼굴을 마주했을 때 보다 감정을 주고받는 것이 가식적이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내 귀의 캔디>는 전화를 하는 상대방의 얼굴은 물론, 이름도 모른다. 오로지 아는 건 목소리 뿐. 서로에 대한 편견이 없는 상태에서 상대에 대한 정보를 대화로만 알아낼 수 있다. 얼굴도 모르는 이성과의 통화는 분명 마음을 설레게 하는 부분이 있다. 상대방의 목소리에 설레는 연예인들의 모습은 얼핏 그동안 답습해 왔던 가상 연애 프로그램의 변주다. 그러나 그들이 주고받는 대화는 '연애' 보다는 '힐링'에 가깝다. 

 

 

 


 
삶이란 간단하게 생각하면 간단하지만 내 마음이 복잡할 때는 버거운 순간이 있다. 그러나 마음에 품은 아픔을 그대로 드러내는 일은 쉽지 않다. 오히려 감정을 숨겨야 성숙한 사람이라고 여겨지는 까닭에 너무 솔직하면 부끄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핸드폰 전화번호 목록을 수차례 훑어 보지만 누구에게도 섣불리 전화를 걸 수가 없는 순간에는, 더욱 외롭다. 친한 사람이라고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에게 내 속마음을 꺼내 보이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런 이야기들이 상대방의 정체를 모를 때, 더 편하게 나올 때도 있다. <내 귀의 캔디>는 그런 분위기를 조성한다. 물론 출연자들의 감정이나 대화가 진심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적어도 그런 느낌을 주었다는 데 의의가 크다. 때때로 그들은 대화만으로도 눈물을 흘린다.

 

 

 

 



그렇지만 결국 만나지 않는 그들의 관계는 더 이상 발전되기 힘들다. 오히려 정체를 몰랐을 때 보다 정체를 알고 난 후, 그들에게는 벽이 생긴다. 본명을 사용하지 말아야 하고, 반말을 해야 한다는 룰이 있었던 탓에 상대방의 이미지를 마음대로 상상하며 편하게 대화를 하던 그들이, 정체를 알고 나면 상대방의 막연한 이미지는 실체화 되고 지켜야 할 예의라는 것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귀의 캔디>는 더 이상의 이야기를 가지기 힘들었다. 1%대의 다소 아쉬운 시청률은 그런 벽을 대변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준기와 그의 캔디 박민영의 대화는 이제까지의 패턴과는 조금 다른 형태를 취했다. 한국이 아닌 이탈리아로 무대를 옮긴 그들은 이국에서 각자 여행하며 서로와 전화통화를 하며 그 여행에 대한 감정을 주고 받는다. 특히 이준기는 다른 출연자들 보다 한 걸음 더 상대방에게 다가간다. 이야기를 리드해가며 상대방에 대한 호기심을 표현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다정한 대화법으로 정말 서로 알아가는 연인의 모습을 연출한다. 박민영 역시 그런 이준기에 뒤지지 않을만큼 매력적인 대화법으로 서로간에 케미스트리를 폭발시킨다. 전화 통화만으로도 서로에 대한 관심을 키워가는 그들의 이야기는 마치 새로운 로맨스를 보는 것 같다.

 

 

 


 
정체를 눈치채지 못하는 이준기에게 "10년 전에 만난 적이 있다"는 힌트를 흘리는 박민영의 말은 그들의 재회를 더욱 로맨틱하게 만든다. 10년 만에 이어진 인연이라는 점이 가슴을 설레게 하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이준기는 좀 더 적극적으로 "만나고 싶다. 만나러 가겠다."는 말을 던지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그들의 관계가 단순히 '힐링'이 아니라 좀 더 연애 감정에 가깝워 지도록 만든다.

 

 

 



마지막 회, 상대방의 정체를 눈치 채지 못한 척 했던 이준기가 "민영아, 행복해."라는 말을 던질 때, 오는 설렘은 다른 예능에서는 미처 캐치하지 못한 성질의 것이다. 자신을 알아봐준 것에 감동해 눈물을 흘리는 박민영의 감정이 그대로 전해지는 장면 속에서, 시청자들은 '만나지 않아도' 성사되는 로맨스를 목격한다. 정체가 밝혀지자 존댓말을 쓰는 박민영에게 '반말하라. 홍삼이로 대해주라'고 말하는 이준기는 정체가 알려진 후 만들어지는 벽을 허문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두 사람은 영화처럼 딱 한 번 만난다. 그러나 이탈리아를 풍광으로 서로 마주보는 두 사람은 예능 역사상 가장 로맨틱한 장면을 만들어낸다. 그 흔한 스킨쉽도, 애정표현도 없지만 마주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빛만으로도 예능에서 가장 완벽한 로맨스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로맨틱 코미디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이준기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설레는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이준기의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었다. 현실에서든 드라마에서든 두 사람의 로맨스를 더 연장해 보고 싶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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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실공이 대한민국 대표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이하<무도>)에서 준비한 국민의원 특집은 그동안 예능에 시의성을 녹이는 구성의 연장선상에 있는 기획이다. 그동안 무한도전은 여러 분야를 폭넓게 다룬 예능으로 호평을 얻어왔다. 국민의원 특집은 아예 정치인을 섭외했다. 최근 정치인들이 <썰전>등 예능에 출연하는 경우는 왕왕 있었지만, <무도>처럼 토론 형식이 메인이 아닌 예능에의 등장은 이례적인 일이다.

 

 

 

 


물론 <무도>역시 국회의원들을 섭외한 후, 토론 형식을 채택했다. 자유한국당 김현아,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국민의당 이용주, 바른정당 오신환, 정의당 이정미 의원을 초대하여 국민대표 200명과 일자리, 주거, 육아 등 여러 주제로 논의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무도>가 과연 어떤 형식으로 정치와 예능을 결합해 낼지 궁금증이 증폭된 가운데, 난데없는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이 터졌다.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한 자유한국당 측은 당 소속인 김현의 의원 출연을 문제삼았다. 자유한국당 정준길 대변인은 “김현아 의원이 바른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말하며 "사실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출연하지 않는 <무도>의 방송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또한 김현아 의원이 '당원권 정지 3년'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해당행위자라는 점도 지적했다.

 

 


정당사이의 힘겨루기,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했다.

 

 

 



‘당원권 정지 3년’이란 무엇일까. 말 그대로 당원활동을 할 수 없다는 얘기인데, 당내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박탈되고, 전당대회 투표권도 행사할 수 없는 등 당내 활동이 제한되는 등 불이익을 받는다. 김현아 의원은 자유한국당의 전신 새누리당 의원들 중, ‘비박계’ 인사들이 만든 ‘자유정당’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해당 징계를 받았다.

 

 

 


새누리당 윤리위원회는 당시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징계 이유를 설명했다.

 

 

 


 “당의 존재를 부정하고 공개적으로 타당 행위를 지속하는 등, 명백한 해당행위에 대한 책임과 비례대표직 유지를 위해 자진 탈당하지 않고 적반하장의 제명을 스스로 요구하는 등 비윤리적인 행위를 지속하고 있는 것을 들어 당원권 중지라는 중징계를 결정했다"

 

 

 


김현아 의원은 지난해 말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바른정당에 합류했지만, 새누리당에서 탈당할 경우 비례대표 의원직을 잃게 되기 때문에 새누리당에 잔류했다. 선거법에 따르면 비례대표 의원은 당을 스스로 탈당하면 의원직을 상실하지만, 소속 정당이 제명하거나 출당 조치하면 의원직을 유지하고 당을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른정당은 새누리당에 김현아 의원에 대한 탈당 권유나 제명 조치를 요구해온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그보다 한 단계 낮은 당원권 정지 조치를 통해 김 의원을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무소속 비례대표’로 만들었다.

 

 

 


 

새누리당의 결정에 대해 장제원 바른정당 대변인은 즉각 논평을 발표하고 “새누리당이 소신과 양심에 따라 정치하는 김 의원에게 비열하고 속 좁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어 “새누리당에는 아직도 ‘진박(진짜 친박근혜) 완장’을 차고 겁 없이 권력을 휘둘렀던 사람들이 몸 담고 있다”며 “그들에 대한 징계는 미적거리면서 양심에 따라 소신 있는 정치 활동을 펼치려고 하는 김현아 의원에게는 잔인한 조치를 계속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한 후,  “새누리당은 자신들의 기득권 지키기에 양심 있고 젊은 정치인을 볼모로 잡지 말고 바른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놓아달라”고 촉구했다.

 

 

 


한 마디로 김현아 의원의 ‘당원권 정지’는 정당 사이의 힘겨루기였던 셈이다. 어느 정당의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비윤리적’이라는 잣대가 확실한 기준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당의 입맛에 따라 얼마든지 변질될 성질의 이권 다툼이라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 프로그램도 아닌 예능에서 ‘형평성’을 논한 것은 말 그대로 코미디에 불과하다. 시장논리로 돌아가는 방송에서 ‘형평성’을 따지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될뿐더러 예능에서 정치적인 영향력을 운운하는 것 또한 황당하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우리에게 불리한 취지의 방송은 방영해서는 안된다’는 뻣뻣하고 고압적인 정치인의 폐혜를 그대로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더군다나 ‘방송’을 사유물로 여기고 제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려는 정권을 보아온 국민들에게는 그 여파가 더 컸다. 

 

 

 



방송을 좌지우지 하려는 여전한 꼰대기질, 국민들은 실망스럽다. 

 

 


이에 한국PD연합회까지 나섰다. 31일 성명을 통해 "'무한도전'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철회하고 PD들과 시청자 앞에 사과하라"며 "자유한국당은 MBC가 자신의 소유라고 생각하는가. MBC의 편성과 제작을 맘대로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는가"라고 강도 높게 비난한 것이다.

 

 

 


이어 "국민의원 특집에 대해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은 실로 어처구니없는 방송 통제 시도로, 그들이 방송의 독립과 공공성에 대해 전혀 개념이 없는 집단임을 여실히 드러냈다"며 "이미 녹화를 마친 자당 소속 김현아 의원의 자격 문제를 걸고 넘어졌는데, 이는 집안싸움을 거리로 들고 나와 난동을 부리는 모양새"라며 그들의 행동에 대한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국민이 원하는 법을 함께 만들어보자는 취지인데 어찌 이것이 불순하다 말인가. 자유한국당의 막말은 상식과 양심에 따라 프로그램을 만드는 PD 전체에 대한 모욕에 다름 아니다"라며 "자유한국당은 MBC가 모처럼 준비한 참신한 프로그램의 정상적인 방송을 방해함으로써 공당으로서의 위신과 품격을 스스로 저버렸다"고 말했다.

 

 

 


또한 "블랙리스트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훼손한 것은 박근혜 전대통령이 파면되고 구속된 주요 사유 중 하나였다. 자유한국당의 이러한 행태는 절박한 과제로 떠오른 언론개혁과 공영방송 정상화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라며 "자유한국당은 방송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를 포기하고, '무한도전'의 제작진을 비롯한 모든 PD들, 나아가 모든 시청자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분노를 여실히 드러냈다.

 

 

 


결국 서울 남부지방법원은 자유한국당이 MBC '무한도전', 김현아 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녹화분을 먼저 접하고 이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어 이 황당한 싸움은 끝이 났고 <무도>의 영향력이 다시 한 번 증명되었지만, 자유한국당은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더 이상 언급이 없었다.

 

 

 


입맛에 맞지 않는 출연자가 나온다고 하여 방송을 마음대로 좌지우지 할 권리는 정치권에는 없다. 언론이 자유로운 나라가 훨씬 더 건강한 나라다. 아직도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구시대적 발상을 하고 있는 정당에서 우리는 어떤 희망을 봐야 할까. 이름만 바꾼다고 혁신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그들이 진정으로 바꿔야 할 것은 자신들이 특권층이라는 우월의식과 다른 사람들을 좌지우지 하려 하는 ‘꼰대 의식’이다. 자유한국당은 결국 그들 스스로를 혁신하지 않으면 결국 국민들에게 또 다른 실망감을 안겨줄 정당이 될 수밖에 없음을 그들 스스로 증명한 꼴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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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을 먹는 일은 일상의 활력소가 될 수 있는 일이다. TV에서 ‘먹방’이 유행하고 요리 관련 프로그램이 쏟아지는 것은 남들이 먹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포만감과 위로를 찾으려는 심리가 들어가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의 음식점은 ‘믿고 먹기’ 힘들다. 청결하지 못한 음식점부터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를 사용하거나, 먹어서는 안 될 재료를 넣거나, 정량을 속이는 등의 문제점이 아직 산재해 있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식당에 찾아가지만 마음 놓고 식사를 하기는 여전히 힘든 세상인 것이다.

 

 

 


그런 소비자들의 불만을 캐치한 프로그램이 바로 <먹거리 X파일>이다. ‘먹거리로 장난치지 못하게 하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들고 나온 탓에 이영돈pd가 주도했던 초반부터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우리 입에 직접 들어가고 내 건강과 직결된 ‘음식’에 대한 공포심은 그만큼 강력한 것이었다.

 

 

 


자신이 피해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소비자들이 그 상품을 선택하지 않게 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번 ‘대왕 카스테라’ 방송역시 그러하다. 그동안 크게 유행해 지점이 많이 생겼던 ‘대왕 카스테라’에 식용유를 들이 붓는 모습이 강조된 방송 내용을 본 사람들이라면 ‘속았다’는 생각을 하기에 충분하다. 비윤리적인 음식점에 철퇴를 내려야 한다는 분노도 일었다.

 

 

 


대왕 카스테라에 식용유?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곧 이런 상황이 반전을 맞았다. 식품 전문가들이 제빵에서의 식용유 사용은 선택의 문제일 뿐 윤리적 문제는 아니라는 의견으로 맞선 것이다. 문정훈 서울대 식품비지니스학과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버터보다 식용유가 들어가면 풍미는 떨어지지만, 반죽의 탄력이 올라가는 장점이 있어 식용유를 쓴다”며 “‘제빵시 식용유를 넣는 것은 부도덕하다’는 프레임으로 방송을 만들면 소비자들을 매우 오도하는 것”이라고 방송 내용을 비판했다.

 

 

이에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역시 26일 자신의 SNS에

 

 

 


먹거리X파일이 사과하지 않았다고 한다. 카스텔라와 시폰 케이크의 구별 운운하며 자신들의 잘못은 없는 양 어물쩍 넘어간 모양이다. 이 둘을 분별할 능력도 없는 전문가들을 불러서 인터뷰 따고 이 둘을 같은 음식으로 상정하고 성분 검사해 비교했다. 그 구별 없음의 당사자에 당신들도 포함된다는 말이다. 쉬폰케이크에도 그만큼 들어가는 식용유를 두고 마치 못 먹을 음식인 듯이 방송했다. 잘못 붙인 이름과 무첨가 마케팅 등에 문제가 있다는 정도만 지적했다면 지금의 이 사태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라는 글을 올려 다소 격양된 어조로 <먹거리 x파일>을 비난했다.

 

 

 


 


비윤리적 음식점? 비윤리적 방송

 

 

 


 


문제는 <먹거리 x파일>에서 유사한 문제가 끊임없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먹거리 x파일>을 처음 진행했던 이영돈PD는 이런 유사한 문제를 일으킨 시초라고 할 수 있다. 그가 KBS에 재직했을 당시 만든 <소비자 고발>에서는 배우 김영애가 런칭한 황토팩에서 중금속이 검출되었다는 방송을 내보냈다. 김영애의 사업은 즉각 타격을 입었고 소비자들은 분노했다. 그러나 문제는 식약청 조사결과, 황토팩에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 황토팩에 들어있었던 성분은 중금속이 아닌, 황토 고유의 성분 ‘자성체’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사과 방송을 했지만 이미 김영애의 사업은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는 타격을 입은 후였다.

 

 

 

 

그런 그가 <먹거리X파일>의 PD겸 진행자로 나서 ‘정의의 사도’처럼 나쁜 식당, 착한 식당을 구별한 것은 굉장히 모순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영돈pd는 <먹거리 X파일>에서 하차한 후 JTBC로 옮겨 <이영돈PD가 간다>를 만들었으나 또다시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이영돈 PD는 한 ‘그릭요거트’ 전문점의 일부 메뉴만을 취재한 후, ‘진짜 그릭요거트를 취급하는 업체가 아니다’고 보도했지만 이는 일부를 크게 부풀렸을 뿐 사실이 아니었다. 이 후, 대기업 제품  요거트 광고모델로까지 활동한 것이 밝혀지며 이영돈 PD에 대한 ‘진정성’ 논란이 불거졌고, 이영돈 PD는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먹거리 X파일>은 그러나,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대왕 카스테라에 대한 비난 여론이 강해지자 먹거리X파일 측은 26일 ‘대왕카스테라 방송 그 후’라는 제목으로 후속편을 방영했다. 이때는 식용유 사용 자체에 문제를 삼기 보다 식용유를 사용한 빵에 ‘케이크’가 아닌 ‘카스테라’라는 이름을 사용한 것은 잘못이라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식용유 사용 관행 자체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것이 밝혀진 마당에 이런 후속 방송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꼴에 지나지 않았다.

 

 

 


 


미리 예견된 논란, 과장된 방송의 편협함

 

 

 


그러나 이번 사건은 <먹거리 x파일>의 취재 패턴을 볼 때 미리 예견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영돈 pd가 있을 때부터 문제는 끊임없이 터녀나왔다. 2014년 1월 17일 방영된 간장게장. 요리전문가들이 나와 ‘겉만 멀쩡하고 얼어있다’ ‘비린내가 난다’며 간장게장에 대한 비판을 쏟아낸다.

 

 

 


 


그러나 방송 다음 날, 해당 식당 사장은 <먹거리 X파일>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간장게장 방송 정정을 요청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제작진이 영업이 끝난 시간에 방문했고, 당시에는 간장게장이 소진된 상태였다는 것.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은 요리를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며 “간장 맛만 볼 것이므로 얼어 있어도 상관없다”라는 요청을 해왔고, 이에 사장은 다음 날 판매할 냉동 상태의 게장을 내줬던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식당 사장에 따르면 꽃게가 냉장 상태로 오래 있으면 살의 탄력이 떨어져 냉동숙성 후 당일 판매분만 냉장 보관한다는 것.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반증하듯, 이후 식당측 요청에 따라 방송 VOD는 삭제되었으나 다음 날 재방송이 그대로 나가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후 2월 4일 <먹거리 X파일> 페이지에는 직접 사장을 만나 모든 ‘냉동 여부 고지’에 대한 오해를 풀었다는 공지가 올라왔고, 사장도 오해를 풀었다는 글을 올리며 일단락 되었지만, 이미 한 개인이 입은 피해를 보상해 줄 수 없었다. 더군다나 이 프로그램에서 ‘착한 간장게장 집’으로 방영된 업체는 이후 식중독 문제를 일으켰고, 이에 대한 책임은 방송에서 지지 않았다. 결국 ‘착한 것’과 ‘나쁜 것’으로 나누는 그들의 편협함이 만천하에 공개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119회 파라핀 벌집 아이스크림역시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이 회차에서는 벌집아이스크림에 들어가는 재료가 “벌집의 딱딱한 부분은 벌들이 벌집을 지을 수 있게 해주는 ‘소초’라는 판”이라고 설명하는 양봉업자의 모습이 방영되었다. 그러나 방송에서 일부 업체들이 양초와 크레파스의 주원료로 알려진 파라핀을 소초로 사용한다고 밝혀 큰 논란이 일었다.

 

 

 


벌집 아이스크림에 대한 배신감으로 시청자들의 분노는 들끓었다. 그러나 벌집 아이스크림 사업을 하던 셰프 레이먼 킴이 페이스북을 통해 “파라핀이 아니라 밀로 만드는 소초를 쓴다”고 주장하며 재료 관련 문서를 공개했다. 다른 업체들에서도 ‘양봉협회 시험성적통지서’를 공개하며 방송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논란이 커지자 <먹거리 X파일>에서는 121회 ‘벌집 아이스크림 방송 그 후’라는 후속 방송을 기획했다. 이 회차에서 순밀 소초를 확인했지만  천연벌꿀이 아닌 설탕물을 채운 벌집을 방송하며 여전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천연벌꿀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업체의 명백한 잘못이지만, 잘못된 내용으로 호도한 것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 벌집 아이스크림을 취급한 수많은 업체가 문을 닫아야 했고, 소비자들의 인식은 정정보도 보다는 '파라핀'에 초점이 맞춰진 후였다. 

 

 

 


126회에는 유통기한이 지난 노계를 사용하는 업체에 대한 방송도 문제가 됐다. 당시 50년 전통의 칼국수 집을 방송에 내보내며 ‘고명이 질기고 누린내가 난다’며 비난했다. 그러나 해당 식당의 조리사가 브레이크뉴스에 밝힌 내용은 다르다. “쫄깃한 식감을 위해 노계를 쓰는 것이지, 오래된 닭을 쓰는 것이 아니다. 노계를 잘게 찢어 기름에 볶아 쫄깃하게 만드는 것은 50년부터 지속해온 비법”이라며 방송 내용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결국 식당은 <먹거리 X파일>을 상대로 정정보도와 2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2016년 정정보도와 500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받으며 승소를 했다. 결국 방송 내용이 거짓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논란보다 정정보도 대한 관심이 훨씬 더 약하다는 것이다.

 

 

 


167회에서도 문제는 계속되었다. 이 회차에서는 중량, 부위, 등급 등을 조작하는 일부 정육식당을 고발했지만 예고편에 방송 내용과 관련 없는 정육식당이 노출된 것이 문제였다. 해당 정육식당 사장은 방송 이후 문제 제기를 하며 담당 PD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식당에 잠입 취재를 왔다가 아무런 문제가 없어 그냥 돌아갔다”는 대답을 듣고도 “사과문과 사과방송은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방송의 윤리성에 문제가 크다. 식당이 입은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이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끊임없는 논란, 양심을 누가 누구에게 요구하나

 

 

 


이렇게 끊임없는 논란과 문제가 발생하는 프로그램이 마치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것처럼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옳지 않다. 물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을 소비자가 알 권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것은 어디까지나 공정한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이미 ‘대왕 카스테라’의 매출이 떨어져 폐업하겠다는 매장 운영자의 글이 올라온 상황. 책임지지 못할 방송 때문에 누군가는 큰 빚을 지고 나락으로 떨어져야 한다.

 

 

 


방송 중에서도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영향력은 드라마나 예능과는 그 기준이 다르다. 허구가 아닌 ‘사실’에 근거한다고 여기기 때문에 시청률이 높지 않아도 그 사실이 충격적이고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수록 큰 관심을 획득할 수 있다. 그런만큼 이런 프로그램에서 무언가를 다룰 때는 ‘자극’보다는 ‘공정성’에 근거해야 한다.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보도하고 문제가 되지 않는 지점을 확대해석해 보도한다면 그들이 소비자를 우롱하고 속이며 잘못된 이익을 만드는 음식 업체들과 무엇이 다른가.

 

 

 


그들은 지금까지 대기업 제품이나 대기업 프렌차이즈에 대한 공격을 퍼부은 적이 없다. 피해를 입는 것은 작은 식당이나 매장을 운영하는 소시민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의 양심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약자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시스템 자체를 비판할 필요가 있다. 법을 어기는 사람들의 문제점 이전에 제대로 감시가 이뤄지지 않는 구멍을 포착해 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슈와 자극에 물든 프로그램 안에서 그런 성숙함은 기대할 수 없다.

 

 

 


나쁜 식당 착한 식당을 구별하기 전에 스스로 착한 프로그램이 되지 않는 한, <먹거리 X파일>은 마치 교묘히 소비자들을 속이는 ‘나쁜 식당’에서의 식사 같은 오염된 프로그램이이란 오명을 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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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영 이상윤 주연의 드라마 <귓속말>은 친절한 드라마가 아니다. 처음부터 얽히고설킨 사건의 연속으로 주인공들은 늪에 빠지고 그들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선택한다. 인간관계 또한 평범하지 않다. 주인공들은 서로를 쫒고 쫒기는 증오의 관계다. 그런 관계를 만들기 위한 상황 역시 다변적으로 일어난다. <귓속말>은 <피고인>의 지성에 이어 이보영이 주연을 맡은 점이 화제가 되었지만, <귓속말>의 실질적 주제를 대변하는 인물은 이상윤이 맡은 ‘이동준’이다.

 

 

 


첫 회, 이동준은 정의로운 판사로 나온다. 자신의 신념에 따라 판결을 내리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밀어 붙인다. 대법관의 청탁에도 흔들리지 않는 굳은 심지를 지녔지만 그런 그의 신념은 오히려 독이 되고야만다. 고위층에 대한 자비없는 판결로 많은 사람들은 그를 ‘존경하는 정의의 심판자’쯤으로 생각했지만, 그런 평판이 그를 지켜줄 무기가 되지는 못한다.

 

 

 


결국 그에게 앙심을 품은 판사들로 구성된 인사위원회는 그에게 판사의 직위를 남용했다는 누명을 씌우려 한다. 그 때, 대기업 태백의 손길이 그에게 닿는다. 태백의 회장 최일환(김갑수 분)은 자신이 벌인 사건의 판결을 조작하기 위해 이동준에게 손을 내밀고,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한다. 바로 ‘태백’의 사위가 되는 것.  

 

 

 


‘악은 성실하다.’

 

 

 

 

 

 

이 대사를 던지며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는 최일환에게 저항할 힘이 이동준에게는 없다. “판사 재임용 탈락은 피할 수 없네. 자넨 늪에 빠졌어. 신창호(강신일)를 밟고 올라오게” 라고 말하는 최일환의 말은, 부드럽게 들리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이동준의 인생이 진창이 될 것이라는 협박을 내포하고 있는 말이다. 싸워 보려는 이동준의 의지마저 꺾는 인사 위원회의 협공에 무력함을 느낀 이동준은 결국   “임용은 못 막았지만 죄수복은 막아줄 수 있네. 1심도 2심도 3심도 있지만 자네 인생은 1심으로 결정이 될 거야. 자네 인생을 위해 결정하게”라는 말에 수긍하고야만다.

 

 

 


‘그 세상, 내가 만들었나요?’

 

 

 

 

 

 

그러나 대가 없는 혜택은 없는 법. 이동준에게는 그 과정에서 억울한 사람에게 유죄 판결을 내려야 하는 미션이 주어진다. 그동안 지켜온 이동준의 신념이 깨지는 것은 둘째치고라도 그 때문에 상처 입혀야 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었다. 이미 그를 찾아온 신창호의 딸, 신영주(이보영)는 그에게 증거를 내밀며 무죄를 주장했다. “불법 취득 증거다”라는 이동준의 지적에 신영주는 대답한다.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불법과 손잡아야 하는 세상, 내가 만들었나요?” 이 대사는 이동준의 폐부를 아프게 파고든다. 이동준은 “보이지 않는 증거를 추정해서 판결을 내릴 수는 없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증거는 외면하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이에 신영주는 결정적 증거물인 아버지 신창호의 핸드폰을 찾아 이동준에게 내민다.

 

 


‘징역 15년을 선고한다.’

 

 

 

 

 

 

그러나 이동준이 최일환과 손잡게 되면서, 그 증거는 무의미하게 사라졌다. 판결이 내려지는 순간, 신영주는 분노와 원망의 눈길로 이동준을 보고, 이동준은 그 눈길을 애써 외면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신영주의 복수극. 신영주는 만취한 이동준을 호텔로 끌고 가서 그와 동침하는 장면을 비디오로 찍는다. 그리고 협박한다. “입닫아. 우리 아빠 데려와야 겠다.”고. 이미 태백과 손잡은 이동준에게 있어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끝없이 몰아붙이는 상황, 가장 공감되는 남주의 감정선

 

 

 


단 2회가 방영되었을 뿐인데 이동준은 벌써 양쪽에서 크나큰 압박을 받고 있다. 어느 한 쪽을 선택하든 자신이 파국을 맞이할 것은 자명한 일. 자신의 비서로 취직하기까지 한 신영주의 모습과 애정도 없이 출세만을 위해 선택한 결혼생활에 대한 회의, 그리고 양심을 팔아 넘긴 대가로 유지하는 자리는 생각보다 깊은 비밀을 간직한 아내 최수연(박세영 분)의 악행을 덮어야 하는 자리인데다가 강정일(권율 분)을 포함해 노리는 사람이 많다. 결국 이 모든 것이 그를 압박하는 요소다.

 

 

 


 

“경찰은 동조했고 언론은 침묵했다. 왜 나만!”이라며 자신의 상황을 피하듯 토해내도  "당신을 믿었으니까. 보이는 증거를 외면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믿었으니까"라며 분노하는 신영주의 말을 반박할 수 없다. 어디를 가도 감정의 외줄타기를 해야하는 이동준의 처지는 딱할 지경이다.

 

 

 


상황을 위한 상황, 무리수로 만들어진 긴장감

 

 

 

 

 

그러나 문제는 남자 주인공을 불쌍하게 만들기 위해 놓여진 덧들이 너무 지나치다는 것이다. 이 드라마는 숨쉴 틈이 없다. 남자 주인공은 24시간 압박을 받고 있고, 어디를 향해도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그 상황을 만들기 위해 여자 주인공에게도 다소 무리한 상황설정에 놓는다. 이를테면 형사출신인 그가 증거품인 핸드폰 안의 기록을 복제도 안하고 그대로 이동준에게 넘겨준다든지, 태백의 비서로 태연하게 취직한다든지 하는 것이다.

 

 

 


철저히 조사하고 사건을 꾸민 태백측에서 신영주가 신창호의 딸이라는 것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은 조금 억지스럽다. 자신들이 조작한 사건에서 죄를 뒤집어 쓴 인물에 대한 최소한의 조사도 안 할만큼 엉성한 일처리를 ‘드라마적 과장법’이라고 이해하기는 힘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남자 주인공의 처지는 부각되었지만, 여자 주인공의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것도 문제다. 자신의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이동준 판사에게 복수를 하는 신영주의 태도는 너무 막무가내식이다. 상황 파악을 제대로 했다면 이동준이 아닌 태백이 뿌리 깊은 비리에 총대를 겨눠야 한다. 이동준은 그 복수를 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아야 하는데 2회만에 이동준은 그 목적이 되어 버린 느낌이다. 아버지가 피를 토하는 병에 걸렸다는 것은 여주인공의 마음을 더욱 급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지만, 너무나 작위적이다.

 

 

 


가장 감정이입이 되는 것은 불쌍한 남자 주인공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속에서 모든 압박을 홀로 견뎌내야 한다. 그러나 그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것은 너무 피곤하고 지치는 일이다. 한 숨을 돌리고 쉬는 시간이 없는 <귓속말>은 확실히 현실에 대한 불합리함을 생각해 보게는 하지만, 그 이상의 끌려들어가는 포인트를 놓쳤다. 경쟁작 <역적>에 시청률 역전을 당한 것도 우연만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이제 초반일 뿐이다. 물론 드라마는 초반의 몰입도가 중요하지만 아직 기회는 남아있다. 과연 후반부로 갈수록 시청자를 설득시킬 수 있을까.앞으로 남겨진 시간동안 보게 될 <귓속말>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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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새>는 금요일 심야 시간대 예능으로 10%의 벽을 깨는 기염을 토했다. 몇 년 새, 공중파 예능의 시청률 파이가 작아지고  10%의 벽을 SBS가 가족예능으로 깨고야 만 것이다. 벌써 29주 연속 동시간대 1위를 기록 중이다. 경쟁 프로그램은 상대도 안 되는 성적을 낸 것이다. 이런 성과는 관찰 예능을 비트는 ‘가족’의 출연으로 가능할 수 있었다.

 

 

 


<미우새>는 엄마와 아들, 모자 관계에 놓인 사람이 등장하지만 그들끼리 서로 함께 시간을 보내며 이야기를 꾸려나가지 않는다. <미우새>는 ‘이미 다 큰’ 노총각들의 일상을 화면으로 내보내고 스튜디오에서 그 일상을 관찰하는 어머니들의 반응을 캐치한다. ‘어머’ ‘쟤가 왜 저럴까’ ‘쟤가 미쳤나’같은 반응이 날것으로 드러날 때, 시청자들이 얻는 재미도 따라서 상승한다.

 

 

 


 

그런 반응이 나올 수 있는 것은 모자가 한 공간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이 함께 있다면 숨겼을 아들의 사생활이 아들 혼자 집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사실적으로 공개되고 그런 사생활을 보면서 ‘몰랐던’ 아들의 생활 방식을 보는 어머니들의 충격은 더할 수밖에 없다.   

 

 

 


사실 초반부터 허지웅의 결벽증이나 김건모의 술 냉장고, 박수홍의 클러빙같은 특이한 행동들에 방점을 찍어 영상이 제작된 것역시 그 장면을 보는 엄마들의 시선을 더욱 생동감 있게 만들기 위해서다. 엄마들의 추임새는 이 프로그램이 살아남고,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화면속의 아들은 더 이상 그들이 알고 있던 아들이라고 할 수 없다. 이미 그들은 자신들의 영역을 따로 만들었고, 그들만의 생활방식을 정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들을 자신이 생각한 기준에서 ‘잘 되게’ 만들고 싶은 어머니들의 심리는 묘한 상충작용을 일으키며 예능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화면속의 아들의 일상에 엄마는 호기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엄마의 심리는 보편적인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아들을 존중한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자신들이 정한 기준을 놓지 못하는 이중적인 엄마의 마음과 자신을 사랑하는 건 알지만 때로는 간섭이 버거운 자녀들의 마음에 대한 공감대가 한국사회에는 깔려있다. 그 공감대를 이용해 엄마들의 반응을 잡아낸 것은 훌륭한 전략이었다고 할만했다.

 

 


그러나 문제는 ‘방송에서 허용하는’ 아들의 민낯이 벗겨진 지금이다. 이미 결벽증, 클럽, 술, 결혼 등 엄마들이 걱정하는 아들들의 생활이 그대로 공개된 터다. 이미 카메라 앞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은 다 나왔다고 봐야 한다. 한 두 번 보면 충격적인 장면도 익숙해지면 충격적일 수 없다. 그건 스튜디오에 자리를 잡고 앉은 엄마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미우새>가 택한 방식은 더 자극적인 장면을 내보내는 것이다. 이를테면 김건모가 ‘술병 트리’를 만들거나 김밥 재료를 몇 겹으로 쌓은 ‘대형 김밥’을 만들거나 하는 식이다. 그마저 여의치 않은 출연자에게는 러브라인을 부각시켜 맞선을 보게 하거나 한다. 단 하루의 단식원 체험등도 설정한 느낌이 가득하다. 특히나 엄마가 싫어한다는 박수홍의 왁싱이야기는 24일 방송분에서 수차례나 등장한다. 

 

 

 


그러나 아들의 일상생활이 아닌, 다분히 만들어진 것 같은 그런 장면들은 때로는 너무 억지스럽다. 문제는 억지스러운 장면이 아니고서는 너무 익숙해져버린 아들의 일상 속에서 이제 엄마의 반응을 이끌어 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차라리 동생과의 관계 회복이나 자신의 행동패턴 변화에 초점을 맞춘 허지웅의 이야기는 뭔가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그러나 문제는 다큐멘터리가 아닌 예능에서 이런식의 이야기로만 채워진다면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자극과 엄마들의 캐릭터라는 두가지 요소를 잡지 못하면 <미우새>의 예능적 가치는 떨어진다. 그러나 ‘일상생활’이라는 한정된 소재에서 계속된 자극이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이런 식의 전개는 프로그램에 있어서 긍정적일 수 없다. 그러나 사실 딱히 돌파구가 없다. 모든 인간들에게는 자신만의 기벽奇癖이 있기 마련이지만, 대체적으로는 일상에서 그리 특별한 일을 벌이며 살지는 않는다. 집에 있거나 밖에 나갔을 때, 항상 이벤트처럼 어떤 일을 벌이는 사람은 드물다. 그런 구멍을 채우기 위해 다소 난감한 상황을 설정하고 그 설정에서 엄마들의 반응을 지켜보게 만드는 일을 언제까지고 계속할 수 있을까. 29주 연속 1위라는 빛나는 성과속에서 피어나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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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7일 방송을 시작하는 <프로듀스 101>(이하<프듀>) 시즌2는 남자 연습생들을 내세웠다. 시즌1의 히트곡 pick me의 뒤를 이어 이번에는 나야나(pick me)를 공개했지만 반응은 pick me 때처럼 뜨겁지 않다.

 

 

 

 


여성 아이돌 그룹에 비해서 남성 아이돌의 프로듀싱 채널은 다소 불리한 측면이 있다. 여성 아이돌은 남성 팬들과 여성 아이돌을 동경하거나 좋아하는 여성 팬들의 시청층을 끌어 모을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여성 팬들이 여성 아이돌을 좋아하는 것에 비해 남성 팬들이 남성 아이돌을 좋아하는 비율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화제성을 만들고 출연진들을 띄워야 하는 부담감이 제작진에게는 있다.

 

 

 

 


"당신의 한표가 소녀들의 운명을 결정한다!" 는 카피를 내세워 <프듀> 시즌1을 성공시킨 제작진은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프듀> 자체의 성공을 넘어 데뷔한 걸그룹 IOI도 좋은 성과를 낸 것 또한 <프듀> 시즌2 제작에 박차를 가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시청자 투표로 공정하게 뽑겠다는 취지는 허울 뿐, 실제로 공정하다고 볼 수는 없다. 시즌1에서 1등으로 뽑힌 전소미는 이미 JYP 걸그룹 프로젝트 <식스틴>을 통해 고정 팬층을 확보한 상태였다. 줄곧 1위를 차지하며 주목을 받은 전소미는 2위 김세정의 맹추격에도 불구하고 결국 1등으로 프로그램을 끝마쳤다. 이미 인지도가 있었던 전소미는 방영전부터 홍보에도 적극 활용되었다.

 

 

 


시즌2에서도 이런 점은 달라지지 않았다. 일단 카메라 워크 부터가 공정하지 못하다. 누군가는 ‘센터’등의 이름으로 화면에 자주 등장하며 구성요소로서 주목받지만, 누군가는 제대로 비춰지지도 못한 채 프로그램을 끝마쳐야 한다. 이런 분량의 차이만으로 그들의 승패는 어느정도 결정된다. 시즌1에서는 출연자 김소혜가 그 논란의 정점에 있었다.

 

 

 


시즌2에서도 화제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된다. 시즌2는 특이하게 장문복의 존재가 부각되었다. 장문복은 전소미처럼 프로그램 방영 전부터 주목받는 참가자지만, 전소미의 경우와는 그 방향이 다르다. 장문복은 <슈퍼스타k>시즌2에 출연하여 특이한 랩으로 심사위원들을 황당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황당한 실력으로도 대단한 자신감으로 랩을 하는 그의 존재감만큼은 확실했고 ‘췍미, 췍미, 췍미업’으로 시작되는 알아들을 수 없는 랩 가사는 곧 누리꾼들의 웃음 포인트로 활용되곤 했다. 네티즌들은 그를 힙통령(힙합+대통령)이라 부르며 패러디에 열을 올렸고 장문복은 꽤 최근까지 <SNL>등에서 패러디되며 개그 소재로 사용 되기도 했다.

 

 

 


장문복은 이를 바탕으로 소속사를 만나고 ‘힙통령’이라는 음원을 발매하기도 했다. 진짜 실력을 바탕으로 했다기 보다는, 개그 소재로서 활용되었지만 장문복에게 있어서는 더할나위 없는 전개였다.

 

 


<프듀> 시즌2에 출연하는 출연자중 장문복에게 가장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이미 인터넷 상에서 자주 장문복을 접하고 웃었던 세대들은 <프듀>의 시청층과 연결되어 있고, 익숙한 그를 호감이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장문복의 랩을 활용하여 ‘꽃길만 걷자’의 패러디인 ‘췍길만 걷자’라든지, ‘보지도 않고 장문복을 찍겠다’고 말하는 댓글이 베스트 댓글이 되는 것만 봐도 그가 활용되는 방식을 알 수 있다.

 

 

 

 

장문복의 자기 소개 영상은 이미 100만이 넘었다. 다른 참가자들보다 월등하게 높은 수치다. 그러나 이는 <프듀>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화제성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상품처럼 소비되는 참가자들에게 진정한 실력과 그로부터 오는 감동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어떤 방식으로든 선사할 수 있는 참가자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서는 것이다. 장문복의 경우, 그 이면에는 진정한 응원보다는 프로그램에 대한 조롱이 들어가 있다. 프로그램에서 누가 1등이 될까에 대한 호기심보다 그저 '무조건 누군가를 찍겠다'는 식의 발언이 통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을 상품으로 대하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그저 웃음을 위해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은 결국 1위가 누가 되는 큰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그저 '나를 뽑아달라'는 그들을 보고 즐기면 그 뿐이다. 그들의 꿈이 얼마나 절박하고 절실한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이런 현상이 꼭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장문복이 활용되는 방식 속에서 <프듀> 시즌 1때와 마찬가지로 상품으로 활용되는 참가자들의 현실을 살펴볼 수 있다.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미끼로, ‘힙통령’의 존재를 부각 시키는 것. 그것은 그가 진정한 실력자라서가 아니고, 그저 눈길 끌기용 장식품이기 때문이다. 결국은 방송사의 입맛대로 재단되고 이용당하는 ‘연습생’들은 기회를 얻었다기 보다는, 꿈을 저당 잡힌 셈이다.

 

 

 


 

물론 아이돌 그룹은 상품일 수 있지만, 그 본질은 그들도 인간이라는 점이다. 장문복은 어쨌든 꿈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힘을 내 기회를 잡았다. 그런 꿈자체에 대한 진정성마저 상품화 할 수는 없다. 장문복이 어떤 식으로 편집되고 활용되느냐에 따라 또 변할 수 있는 것이 여론이기는 하지만, 프로그램을 위해 한낱 웃음거리로서 활용되고 시청률을 위한 재물로서 활용되는 일만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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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교수 김난도의 수필,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100만권 이상이 팔려나가며 사회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이 그만큼 의지할 데 없고 힘겨운 삶을 살아가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음을 보여주는 성과라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책으로라도 위로받고 싶은 청춘들의 삶이 안쓰러웠기 때문일 것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유행어가 되기도 했지만 그만큼 반감을 많이 불러 온 말이기도 하다. 팍팍한 삶 속에서 “청춘은 왜 아파야만 하냐”는 볼 멘 소리가 흘러나온 것이다. 그만큼 ‘아픔’은 청춘에게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이른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를 넘어서 취업, 주택, 인간관계, 희망까지 포기한다는 7포세대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속에서 삶이란 꽃놀이가 아니다. 그 아픔 속에서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은 위로라기 보다는 비아냥에 가깝다. 왜냐하면 아픔은 현실이고 더 이상 아프기 싫기 때문에.

 

 

 


청춘을 위로하기 위해 쓰여진 책이 청춘의 비아냥의 대상으로 전락한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실제로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내용은 ‘그러니까 그대로 아파야 정상’ 이라는 전개로 이어지지 않고, 어떻게 하면 그 아픔을 조금이라도 치유할 수 있을까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만, 그런 충고 따위, 이미 아픈 사람들 귀에 그대로 먹혀들 리 만무하다.  

 

 


MBC 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의 주인공 은호원(고아성 분)의 삶도 참으로 아프다. 죽도록 뛰어다녀도 대한민국 평균이하라 취업 안되는 것도 서러운데 심지어 시한부란다. 죽음을 선고받고 나서야 계약직으로 채용되는 호원. 잘하면 정규직 전환도 가능하다고 한다. 어차피 죽을 거지만 더 이상 거리낄 것이 없다. 하고 싶은 대로 할 말 다하며 한 번 부딪쳐보자 결심하고 회사에 들어가는데 까지가 이야기의 초반부다.

 

 

 


 

그러나 그런 주인공의 의욕은 이미 잡혀진 체계 속에서 허무하게 망가진다. 의욕적으로 하려는 일들은 오히려 ‘사고뭉치’로 낙인찍히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사직서를 제출하려 하는데 그 모습을 우연히 본 팀장 서우진(하석진 분)은 “3개월 단기 계약직이 무슨 사직서야. 관두고 싶으면 그냥 가방 싸서 나가. 술 퍼마시고 감히 사무실에 들어와? 죽을 각오는 해봤어? 사는 게 장난 같아?"라며 은호원을 조롱한다.

 

 

 


‘죽을 각오는 해봤냐’고 묻는 서우진의 말이 그렇게 아프게 다가온 것은, 아픔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은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처럼, 죽을 각오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현실이 너무나도 버겁기 때문이다. 사실 회사는 인생의 중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전부라고 할 수는 없다. 죽을 각오를 하고 다녀야 하는 유대인 수용소나 노예 시장은 더더욱 아니다. 왜 죽을 각오를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일까. 일을 ‘열심히’ 하는 것과 ‘죽을 각오’로 덤비는 것은 다른 문제다. 퇴근 후의 여유로운 시간도, 끝까지 보장되는 안정적인 일자리도 없는데 죽을 힘까지 내야 한다면 그만큼 불합리한 일이 또 어디있을까.

 

 

 


“네가 노력을 안해서 그래.” “더 열심히 해봐.”같은 단어들은 누구나 쉽게 내뱉을 수 있지만 누군가는 이미 더 이상 힘을 낼 여력조차 없을 수도 있다. 이미 힘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실패는 네탓’이라고 비난해 봐야 그 사람은 절망의 구렁텅이 속으로 더 빠져들 뿐이다. 지치고 힘든 상황속에서 그런 말을 듣고 힘을 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은호원은 "다 아는 것처럼 말씀하지 마세요. 부장님 같은 사람은 아실 수가 없어요. 저 같은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또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요. 저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쓸모 있는 사람이란 걸. 또 부장님이 모르시는 제 내일을요. 이제 그럴 수가 없게 됐지만요" 라고 외치며 오열하지만 이는 오히려 충분하지 못한 외침같이 느껴진다. 이미 죽음을 선고받았는데 죽을 각오를 하라는 팀장에게 겨우 ‘쓸모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니.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이 시대의 청춘은 여전히 그렇게 착하게 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누구나 사는게 장난은 아니다. 그러나 설령 좀 장난처럼 살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좀 어떨까. 누구든 맘만 먹으면 조금 가볍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잘못된 세상이라고 말 할 수는 없다. 죽을 각오를 하고 노력해야 뭐든 될 수 있다면, 사는 게 죽는 것 보다 더 낫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자체발광 오피스>속에서 주인공은 회사의 부조리에도 입을 다물어야 하고, 실수로 부조리를 발설하기라도 하면 외려 피해는 그 부조리를 저지른 사람이 아니라 발설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상황을 견뎌야 한다. 그토록 염원하던 취업 후에도 삶은 어쩐 일인지 더욱 피폐해진다. 그럼 대체 언제 편해질까. 은퇴까지는 자식키우고 노후자금을 모아야 하니 발을 동동 굴러야 하고 은퇴하고 나서도 모은 돈이 충분치 못한다면 또 걱정을 해야 한다. 결국 죽을 때까지 ‘죽을 각오’를 하고 살지 않으면 답은 없는 것일까. ‘아프니까 청춘이다’든, ‘죽을 각오를 하고 덤비라’든 참으로 허무한 메아리다.

 

 

 


3%대로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자체발광 오피스>. 시청률은 다소 아쉽지만 그래도 드라마 속에서 만큼은 ‘이시대의 흙수저’ 주인공이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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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아내>의 초반부는 식상한 불륜 소재를 다룬 또하나의 ‘줌마렐라’(아줌마+신데렐라) 스토리인 듯 했다. 주인공 심재복(고소영 분)의 남편 구정희(윤상현 분)는 바람을 피고, 완벽한 조건의 연하남 강봉구(성준 분)까지 등장한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전형적인 아줌마 스토리는 이제 더 이상 특별할 것이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완벽한 아내>는 이야기를 평범하게 풀어가지 않는다. 극 안에 미스테리 요소를 넣어 매회 예측하기 힘든 전개를 완성해 나간다.

 

 

 


이 드라마는 고소영이라는 스타의 복귀작으로 유명세를 탔다. 무려 10년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고소영은 우려와는 다르게 자연스러운 연기력으로 연기에서는 일단 합격점을 받았지만, 시청률면에서는 다소 아쉬운 성과를 거뒀다. 화려한 외모나 이미지를 버리고 내려놓은 연기력을 보여준 고소영은 칭찬할만 했지만, 첫회 3.9%의 저조한 시청률로 시작하여 여전히 4%대에 머문 시청률은 반등의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졸작이라 부르기 어렵다. 스토리는 비록 높은 시청률을 담보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틀어졌지만, 나름대로의 짜임새와 몰입도를 갖추고 있는데다가 연기자들의 호연을 보는 재미 또한 상당하다.

 

 

 



특히 조여정이 맡은 이은희 캐릭터에 대한 호기심은 이 드라마를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다. 이은희는 <완벽한 아내>에서 ‘악역’을 맡았지만, 단순한 악역이 아니다. 타고난 미모에 참한 성품까지 지닌 가정주부로 언제나 생글생글 웃는 가면을 썼지만, 그 안에 검은 욕망을 감추고 있는 인물이다. 초반부터 지금까지 이은희가 감추고 있는 욕망의 끝이 어딘지 모호하게 숨기며 이은희의 정체를 궁금하게 만든 것은 이 드라마가 단순한 줌마렐라 스토리를 뛰어넘어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로 탈바꿈 되는데 있어서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심재복의 주변에서 심재복의 신경을 거슬리게 만든다. 물론 심재복은 그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한다. 처음에는 심재복과 한때 연인사이었던 이은희의 남편 차경우(신현준 분)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만들었지만 회차가 진행되며 은희의 진짜 목표는 심재복이 아닌 구정희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한 때 외모와 노래실력으로 인기있었던 구정희의 소녀팬 중 하나가 이은희였던 것이다.

 

 

 


 

조여정은 아무렇지 않은 척,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검은 속을 숨긴 캐릭터를 완벽하게 연기해낸다. 심재복과 구정희의 이혼이 결정되자 춤을 추며 기쁨을 표현하는 모습은 절정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단순히 악에 받쳐 소리를 지르거나 비열한 얼굴을 그대로 드러내는 악역이 아니라, 자신을 포장하지만 혼자있을 때면 드러나는 조용한 미소나 감정표현은 보는 이들의 소름을 돋게 만드는 것이다.

 

 

 


차라리 대놓고 나쁜 짓을 일삼는 캐릭터보다 편안한 표정으로 악행을 저지르는 조여정의 캐릭터에는 또 다른 임팩트가 있다. 친절하게 ‘언니’라고 주인공에게 다가가는 평범한 모습 속에서도 알 수 없는 섬뜩함을 표현해 낼 줄 아는 것이다.

 

 

 


 

고소영은 처음부터 ‘톱스타’로서 주목받았지만 조여정은 이 드라마에서 주목받는 존재라고 할 수 없었다. 이제까지 조여정이 출연했던 작품들 속에서도 조여정의 연기력이 돋보이는 캐릭터를 발견하기란 힘들었다. 그러나 조연이면서도 주연을 뛰어넘는 존재감을 발휘할 줄 아는 연기자라는 것이 <완벽한 아내>에 이르러서야 밝혀졌다.

 

 

 


단 한가지 아쉬운 것이라면 그 사실을 많은 사람이 알기에는 시청률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이라면 실질적으로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캐릭터가 조여정이라는 사실을 모를리 없지만, 드라마가 화제성을 갖기에는 시청률이 지나치게 저조한 것이다.

 

 

 


그러나 <완벽한 아내>는 분명 조여정의 재발견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웃음 뒤에 감추어진 비틀어진 어둠을 평온한 얼굴로 표현해 내는 조여정의 연기력을 이토록 확실하게 느껴볼 수 있는, 거의 최초의 드라마인 것이다. 이제까지의 틀에 박힌 이미지를 버리고 확실한 연기력으로 시청자와 승부를 본 조여정만큼은 이 드라마 안에서 진정한 승리자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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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4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내성적인 보스>(이하 <내보스>)는 2016년 1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성공작 <또 오해영>의 PD를 비롯, <연애말고 결혼>의 주화미 작가가 의기투합한 작품이지만 1.8%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퇴장했다.

 

 

 


초반부터 여배우 연기력 논란을 비롯하여 스토리에도 혹평이 쏟아진 까닭에 5회부터 대본 수정이라는 강수를 썼음에도 결국 처참한 성적으로 마무리 된 것이었다. 첫회부터 3%가 넘는 시청률로 기대감을 자아냈던 작품이지만 결국 첫회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꼴이 되고 말았다.

 

 

 


 

대본을 수정했지만, 러브라인이 변경되고 조연 배우들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며 이야기는 오히려 산으로 갔다. <내보스>에 출연했던 이규한은 SNS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출연배우마저 등을 돌린 엉성한 구성에 시청자들도 고개를 흔들었다.

 

 

 


<시그널>의 스타 이제훈과 톱스타 신민아가 출연한 <내일 그대와>역시, 1.1%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내일 그대와>역시 첫회 3.9%라는 성적으로 높은 기대감을 증명했으나, 첫회의 시청률을 따라잡기 힘든 모양새다. <내일 그대와>의 문제점은 시간여행 소재를 정신없이 남용하는 바람에 몰입도가 떨어진데다가, 계속된 위기 상황이 같은 패턴으로 진행되며 긴장감을 잃어버렸다는데 있다. 100% 사전제작에 톱스타들의 출연, 심지어 <도깨비>의 후광까지 받았던 드라마가 1%를 겨우 넘는 시청률을 기록 중인 것이 달가울리 없다.

 

 

 


TvN 로맨스가 <도깨비>이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아니, 꼭 로맨스에 한정지을 것도 없이 <도깨비>의 전에 없던 흥행세 이후 tvN드라마가 한 풀 성장세가 꺾였다. ‘믿고보는 tvN'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히트작이 자주 탄생하던 tvN 채널로서는 안타까운 전개다. 더군다나 <안투라지><내성적인 보스>처럼 혹평이 주를 이루는 작품마저 연이어 방영되었다.

 

 

 


 

<도깨비>이후 현재까지 tvN 채널에서 화제에 오른 드라마 작품을 찾아 보기 힘들다. 배우 이현우와 레드벨벳 조이가 출연한는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가 새로 시작하지만 역시 흥행을 담보할만한 작품이라고 보기 어렵다. 숨고르기에 들어간 셈이라 생각해 볼 수도 있지만 기대작들이 연이어 실패하는 상황은 위기라 할만하다.

 

 

 


 

반면 다른 케이블 채널에 약진이 두드러진다. 그 중에서도 특히 JTBC의 성장은 눈부시다. 손석희를 내세운 <뉴스룸>으로 뉴스는 물론, <썰전>으로 예능과 시의성을 함께 잡았다. 대통령 탄핵과 선거등이 맞물리자 시청률은 여전히 높은 편. tvN 예능이 히트메이커 나영석pd의 작품을 제외하고는 좀처럼 새로운 히트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과 상반된다.   

 

 

 


JTBC는<비정상 회담> <냉장고를 부탁해>를 성공시킨데 이어 이어 트렌드를 반영한 <아는 형님>으로 시청률 5%를 넘겼다. 이어 강호동과 이경규가 출연한 <한끼줍쇼>역시 5%를 넘기며 예능 성장세를 이어갔다. <패키지로 세계일주-뭉쳐야 뜬다> 역시 4%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공중파를 뛰어넘는 성적으로 JTBC 예능은 명실공히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 나영석PD처럼 대중에게도 유명하고 이름만 대면 알만한 PD가 없이 다양한 콘텐츠가 탄생하고 그 콘텐츠가 성공적이라는 것은 괄목할만한 일이다. 

 

 


그동안 tvN채널에 밀렸던 드라마 역시 <힘쎈여자 도봉순>으로 부활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동안 좋은 작품을 선별하여 방영했음에도 어쩐지 시청률만큼은 tvN에 밀렸던 JTBC지만, <힘쎈여자 도봉순>이 9.6%로 JTBC 최고 시청률 드라마였던 <무자식 상팔자>마저 뛰어넘고 10% 돌파를 앞두고 있는 상황 속에서 분위기는 고무되고 있다.

 

 

 

 

JTBC는 작년에도 금토 드라마에 <욱씨남정기><청춘시대><판타스틱><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솔로몬의 선택>등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은 드라마를 편성해왔다. <힘쎈여자 도봉순>은 박보영의 이미지와 캐릭터를 최대한 활용하여 가볍게 볼 수 있는 드라마로 밤 11시 편성임에도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jtbc뿐만 아니라 OCN역시 작년 <38사기동대>의 성공에 이어 올해 <보이스>로 작품성과 호평을 동시에 받은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절대 강자였던 tvN 채널이 한 풀 꺾인 상황 속에서 다른 케이블 채널의 약진이 도드라지는 것이다.

 

 

 


 

공중파가 케이블에 시청층을 빼앗겼듯, 채널에는 절대 강자가 없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내려는 노력이 있다면 케이블 강자의 자리는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을 현재 TV의 성적표가 증명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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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물의 성공을 쉽게 담보할 수 없는 한국 드라마 제작 환경에서 <피고인>같은 작품이 시청률 25%를 넘겼다는 것은 괄목할만한 일이다. 로맨스나 출생의 비밀 등 흔히 사용되는 흥행 요소를 집어넣지 않고도 ‘누명을 뒤집어 쓴 한 남성의 고군분투’라는 소재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는 것은 분명 긍정적이다.

 

 

 


그러나 <피고인>의 도돌이표 전개는 시청자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극 초반, 박정우(지성 분)은 아내와 딸을 죽인 살인자라는 누명을 쓴 채, 기억까지 잃어버린다. 행복했던 시절은 마치 꿈과 같이 사라지고 자신이 정말로 가족을 죽였는지 알지도 못한 채, 감옥에 갇혀버리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빠른 템포로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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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드라마의 흥미로운 전개가 이어진 이후, 드라마는 이야기의 갈피를 잡지 못한다. 문제는 <피고인>의 스토리라인이 너무나도 명확하다는 것이었다. 누명을 쓴 주인공이 누명을 벗고, 그를 그렇게 몰아간 악인들에게 복수를 하는 간단한 과정이 전부다. 이 간단한 스토리를 흥미롭고 복잡하게 만들기 위해서, 작가는 드라마의 악인을 좀 더 극악무도하고 절대적인 권력을 뒤에 업은 인물로 묘사한다. 너무 쉽게 악인이 무너지면, 드라마의 긴장감이 떨어지고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피고인>의 딜레마는 여기서 시작된다. 처음부터 최종 보스 겪의 악인 차민호(엄기준 분)이 등장하고, 주인공과 대립구도를 형성한다. 중간에 새로운 인물들이 끼어들기는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차민호를 무너뜨리는 것이 목표일 수밖에 없다. 새로운 인물들 역시 차민호의 수하거나 조력자다. 결국 박정우vs차민호의 스토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벌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런 대결구도가 반복되는 느낌이 들자 시청자들은 볼맨소리를 내뱉었다.

 

 

 


대결구도를 심화시키기 위해 주인공은 처음부터 끝까지 당하기만한다. 조력자인줄 알았던 사람들이 배신하기도 하고, 겨우 탈출에 성공해도 또다시 감옥에 끌려들어간다. 차민호의 뒤에 있는 차명그룹은 교도소든, 검찰이든 쥐고 흔들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 있다. 개인이 상대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 주인공이 뭔가 반격을 시작하려고하면 저지당하는 구성이 반복되며 시청자들도 따라서 지쳐가기 시작한다. 박정우의 가장 큰 조력자이자 증인인 이성규(김민석 분)는 15회에 이르러 죽음을 맞이한다. 일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자 등장인물을 죽이는 선택을 한 것이다. 이 전개에 비난이 쏟아졌음은 말할 것도 없다. 16회가 진행되는 동안 억울함→반격시도→실패의 패턴이 계속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정적 증인까지 목숨을 잃자, 시청자들은 이 도돌이표 전개에 깊은 회의감을 드러내고 있다.

 

 

 


 

 

결국 16회에 이르러 누명을 벗고 검찰에 복귀한 박정우의 스토리가 이어지지만, 이는 박정우가 누명을 쓰고 반격을 시도하는 극 초반부로 돌아간 상황에 불과했다. 결국 모든 일은 2회차 안에 다 해결이 나는 것이었다. 결국 2회차에 모든 일이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은 그간 고군분투 했던 박정우의 고난길이 허무하게 느껴지게 만든다.  길어야 8부 정도의 이야깃거리를 18부작으로 늘리는 우를 범한 느낌이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은 2회 연장은 드라마의 ‘답답함’을 배가 시키는 역할을 했을 뿐이다. 그 연장된 2회동안 진행된 것은 또 똑같은 반격시도와 실패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똑같은 패턴을 16회 동안 수 차례 반복한 것은 제작진 역량의 문제다.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음에도 2회 연장까지 무리수를 던진 것 또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결국 2회 안에 통쾌한 반격은 이루어질 것이고 그 반격이 성공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지만 중간의 6회 정도가 사라지더라도 이 드라마의 전개의 차이점이 없을 정도로 같은 패턴을 반복 한 후, 마지막에 급하게 결론을 내는 것을 두고 좋은 구성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결국 연기자들의 호연은 빛났고, 드라마는 20% 중반을 넘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지만 실망한 시청자들이 있는 한, 이 드라마를 '웰메이드'라고 부르기는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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