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이 <강심장> 종영과 함께 <화신>으로 컴백한다. <화신>은 새로운 예능이지만 신동엽만은 <강심장>에 이어 <화신>에서도 그 모습을 비출 수 있게 되었다. <화신>은 사실상 신동엽보다는 김희선이라는 예능계의 새로운 인물이 부각되는 지점에 있는 토크쇼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신동엽이 주도하더라도 김희선이 기자회견장에서 언급한 <고쇼>와 마찬가지로 여배우로서 예능에 도전하는 김희선의 위치가 예능의 전체적인 색깔을 결정하고 성패를 좌우할 확률이 높다. 신동엽 역시 김희선의 역량에 따라 프로그램이 달라질 것이라는 말을 꺼낼 정도였으니 김희선은 이 프로그램의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라 봐도 무방 하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신동엽이 김희선의 뒤로 물러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신동엽이 없었다면 <화신>이라는 프로그램의 성립 자체가 불가능 하기는 하지만 신동엽은 주축에 나서기 보다는 프로그램의 한 부속품으로서 자신을 낮췄다. 예전의 신동엽의 위치를 생각해 보면 이것은 상당한 변화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5년까지 신동엽은 명실공히 최고의 스타 진행자였다. 유재석 강호동 보다 한 수 위로 평가 받은 그의 전성기에 그와 대적할만한 진행자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장개업>, <러브하우스>, <해피투게더>, <두남자쇼>, <헤이헤이헤이>, <맨투맨>에 이르기까지 신동엽의 파워를 증명하는 프로그램은 끊임없이 양산되었고 신동엽은 독보적인 위치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했다. 신동엽 옆에 다른 진행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언제나 중심은 신동엽이었고 신동엽이 있기에 성공이란 단어도 있을 수 있었다.
그러나 신동엽이 예능이 아닌 사업쪽으로 외도를 하게되면서 신동엽의 전성기도 막을 내렸다. 여러 가지 사업 중에서 특히나 엔터테인먼트사업은 신동엽에게 쓰디쓴 기억만을 남기며 마무리 되었다. 디초콜릿(구 팬텀) 주식 확보, 회사 경영권 분쟁, 회계 비리 사건 등은 신동엽의 '익살맞고 귀여웠던' 기존 이미지와 대치되는 상황으로 치달았고 웃음을 주던 그의 얼굴에 그늘을 드리운 사건으로 남았다. 더군다나 신동엽이라는 브랜드를 믿고 소속사를 결정했던 유재석, 김용만등 수많은 스타들의 출연료 미지급 사건 등은 소속사 분쟁건의 피해자로 몰리며 신동엽과도 "오해를 풀어야" 될 정도의 소원한 사이가 되기도 했다. 신동엽의 입장에서는 결국 사람도 잃고 돈도 잃는 뼈아픈 실책이었던 셈이다. 이후 신동엽은 <승승장구>에서 “앞으로 절대 사업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며 사업의 쓴 맛을 담담히 표현하기도 했다.
그가 실패한 것은 사업만이 아니었다. 2005년부터 서서히 내리막을 걷기 시작하던 그의 인기는 2006년을 기점으로 전격적인 하락세를 기록하며 맡는 프로그램마다 족족 폐지시키는 '흥행부도수표'로 전락했다. [경제비타민][인체탐험대][대결 8대1][퀴즈프린스][오빠밴드][우리 아버지][샴페인][야행성] 등 그가 맡은 프로그램은 약속이나 한 듯 시청자들의 차가운 외면을 받았고 그 중에는 시청률 1%라는 굴욕적인 기록을 세운 것도 있었다. 이에 따라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예능트렌드의 변화에 신동엽의 개그스타일이 제대로 부합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따라붙었다. 그 와중에 신동엽은 자신의 뚜렷한 캐릭터와 개그코드마저 잃어버리고야 말았고 ‘과거에 성공한’ 진행자로서 상당히 애매한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 그러나 신동엽은 그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그는 신동엽이라는 이름값에 목메지 않고 공중파, 케이블 가릴 것 없이 자신이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았다. 자신이 중심이라는 자존심이라면 절대 선택하지 않을 프로그램에 모습을 내밀었다. 그 중 케이블에서 이경규와 투톱으로 진행한 <러브스위치>는 신동엽의 재치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며 신동엽의 가능성을 재 확인 시켜주는 계기가 되었다. 자신의 예전 명성을 내세우기 보다는 자세를 낮추고 몸을 수그리는 전략을 취했던 것이다. 예전의 그라면 상상할 수 없을 케이블 진출도 그렇지만 자신이 주인공이 되지 않는 자리에도 당당히 고개를 내밀었다. '신동엽'이 주목받지 못해도 상관없었다.
<불후의 명곡>역시 신동엽이 아닌 가수가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자리였고 <안녕하세요>에서는 이영자, 컬투와 나란히 앉은 채, 그들과 동일한 위치에서 호흡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공동 MC여도 더 돋보이고 독보적이었던 신동엽은 그곳에 없었다. 진행의 흐름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겨도 적절한 한마디를 던지는 것으로 만족하며 그는 그렇게 다시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강심장>은 신동엽의 가장 충격적인 선택이 아닐 수 없었다. 애초에 강심장이라는 이름 자체가 강호동의 이름을 딴 토크쇼였다. 강호동이 연상되는 자리에 신동엽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자존심 상하고 부담스러운 일일 수 있었다. 그러나 신동엽 그 자리를 선택했다. 제목마저 ‘강심장’을 그대로 가져가며 자존심 보다는 프로그램의 맥락을 먼저 생각했다.
신동엽은 SNL에서도 프로그램 전반에 등장하기 보다는 자신이 맡은 바를 충실히 해내는 ‘일원’으로서 활동 하고 있다. 콩트와 19금 개그, 그리고 깜짝 놀랄 재치를 적재 적소에 활용하며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아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그는 리얼 버라이어티 처럼 잘하지 못하는 것을 억지로 하려고 하지 않았다. “리얼 버라이어티는 나와 맞지 않는다”며 자신의 약점을 순순히 인정했다. 그 대신 잘하는 것을 더욱 잘하려고 했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 설령 신동엽이라는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고 해도 받아들이고 제대로 해냈다. 결국 그의 프로그램은 동시간대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신동엽의 재치는 다시금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가 한 것은 쉬워 보이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신동엽은 뒤로 물러날 줄 알았고 자신이 가진 한계를 인정할 줄 알았다. 이제 신동엽은 다시 독보적인 존재다. 유재석 강호동이 실패 하면 엄청난 일이 되어버리지만 신동엽은 ‘실패 할 수 있는’ 진행자가 됐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고 자신의 위치를 과감히 낮출 줄 아는 현명함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어떤 진행자 보다 지금 신동엽은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리얼버라이어티라는 예능의 대세를 무시하고도 말이다.
<화신>에서도 신동엽은 뒤로 한 발짝 물러나며 자신을 낮췄다. 그것은 신동엽이 국내 최고라는 타이틀을 가져다주지는 못하겠지만 신동엽이 설사 프로그램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더라도 대중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 신동엽은 그렇게 현명하게 다시금 자신의 역사를 써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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