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계에 때 아닌 칼바람이 불어 닥치고 있다. 각 방송사가 너나 할 것 없이 주중, 주말 예능에 대한 대대적 수술에 들어간 모양새다.

 

 

물론 정리 대상 1순위는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는 프로그램들이다. 그런데 왠지 뒷맛이 씁쓸하다.

 

 

인정사정 보지 않는 방송사의 개편 시도가 오히려 부작용을 낳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 때문이다.

 

 

 

 

기다림의 미덕사라진 예능계

 

 

신생 예능 프로그램이 확고히 자리를 잡고 뿌리를 내리기까지는 적어도 6개월, 많게는 1년여의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은 국민 프로그램이 된 <무한도전>, 1인 토크쇼의 새 장을 열었던 <무릎팍 도사>, 집단 토크쇼의 최전선에 서 있는 <라디오 스타>, 일반인의 고민을 대상으로 월화 최강자로 올라선 <안녕하세요>도 모두 오랜 시간 숙성되고 진화하며 오늘날에 이르렀다.

 

 

그런데 최근 방송사의 행보에는 이러한 기다림의 미덕을 발견하기가 힘들어졌다. 짧게는 4, 길게는 8주 만에 신생 예능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없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강호동이 야심차게 론칭한 KBS <달빛 프린스>는 방송 8주 만에 폐지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매주 변화를 시도하며 시청자들과 거리감을 좁히고 있었지만 개편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국민 MC 강호동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MBC <배우들> 역시 마찬가지다. 심혜진, 황신혜 등 여배우들의 집단 MC 체제로 관심을 받았지만 경쟁작에 비해 시청률이 저조하자 바로 폐지대상 1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출연하는 배우들조차 미처 알지 못할 정도로 전격적인 폐지 결정이었다. 정준하를 투입하고 포맷을 변경하는 등의 극약처방도 소용이 없었다.

 

 

오랜 시간 공고한 마니아층을 쌓아 오며 저력을 인정받은 프로그램도 예외는 아니다. 시청률이 저조하다 싶으면 윗선에서부터 폐지’ ‘멤버 교체등 극단적인 단어들이 튀어나온다. 당장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않으면 유재석이든, 강호동이든, 이경규든간에 말 그대로 파리목숨이다.

 

 

작년 아쉬움 속에 끝난 MBC <놀러와>는 그 대표적인 예다. 유재석-김원희 콤비가 장장 8년여간 진행해 온 프로그램이었지만 시청률 저조를 이유로 폐지가 결정됐다. 한창 나름의 시도를 통해 반전의 기회를 엿보고 있었던터라 아쉬움이 컸다. KBS <남자의 자격>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여러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남자의 자격>은 여전히 회생 가능성이 높은 프로그램이었다. 너무 섣부른 결정이 아니었나 하는 의문이 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문제는 이런 폐지 결정이 프로그램을 이끄는 제작진이나, 출연진에게 너무나 일방적으로 통보된다는 사실이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는 말처럼 미처 준비 할 새도 없이 프로그램과 이별하는 일이 너무 잦다. <놀러와>처럼 종영 인사도 하지 못한 채 쫓겨나듯 자리를 뜨는 프로그램도 있을 정도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모든 사람들이 큰 허탈감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없게 된다.

 

 

이는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방송은 시청자가 있기에 존재할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시청자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시청률이 3%, 4%든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들이 있었다면 최소한 마지막 작별의 시간을 주고 정중한 인사를 올릴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프로그램을 떠나 보내는 시청자도, 프로그램을 떠나는 제작진도 조금이나마 위로받을 수 있다.

 

 

 

대책 없는 개편, 문제 없나?

 

 

걱정스러운 것은 이러한 묻지마 개편이 별다른 대책이나 후속조처 없이 막무가내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놀러와>를 폐지시킨 MBC는 한 주 만에 <배우들>을 급조 편성해 방송했고, <배우들>이 부진하자 이번에는 <나는 당신의 대리천사>를 후속 프로그램으로 집어넣었다. 장기적인 안목이나 치밀한 기획은 사라진지 오래다. 시청률이 저조하면 폐지하고, 가능성이 있으면 끌고 가는 주먹구구식 편성만 남았다.

 

 

KBS 역시 마찬가지다. 4년간 한 자리를 지키며 인기를 끈 <남자의 자격>을 폐지하면서 설날 특집쇼로 한 번 방송됐던 <맘마미아>를 후속작으로 선택했다. <붕어빵><아빠 어디가> 등의 가족 예능이 인기를 끌자 이에 편승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묻어가기 행보. 4년 전 <남자의 자격>이 보여준 아저씨들의 리얼 도전기같은 혁신과 도전은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시청률과 수익 창출에만 급급한 방송사의 이러한 행보에 고스란히 피해를 입는 건 역시 시청자들이다.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킬만한 예능 프로그램이 제작되기 힘들어졌을 뿐 아니라, 방송사 입맛대로 폐지와 신설을 반복하면서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이런 식의 악순환이 반복된다면 예능계는 지금보다 더 깊은 침체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시청자들의 신뢰를 회복해도 모자랄 마당에 남은 시청자들마저 쫓아내는 형국이 됐기 때문이다.

 

 

각 방송사들은 예능이 드라마를 능가하는 전성기를 구가했던 2007년부터 2010년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당시 예능계는 <무한도전><12><남자의 자격><패밀리가 떴다><무릎팍 도사><놀러와><라디오 스타><강심장><스타킹> 등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이 한데 어우러져 나름의 개성과 색깔을 충분히 드러낸 시기였다. 다른 프로그램들과 확실한 차별화를 꾀하면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시도를 게을리 하지 않음으로써 시청자들을 규합해 낸 것이다. 여기에는 방송사의 뚝심 있는 기다림과 전폭적인 지원이 큰 몫을 담당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는 2의 무한도전, ‘2의 무릎팍 도사도 나오기 힘들다. 도전의식과 모험정신은 거세되고 수익만 좇는 얄팍한 상술이 미덕으로 강요받는 시대에 좋은 프로그램이 만들어질리 만무하다.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기다리지 못하겠다면 진보와 혁신의 정신만은 잃어버리지 않아야 한다. 기다림의 미덕도, 변화의 의지도 없는 예능계의 미래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저 잿빛일 뿐이다.

 

 

현재 예능계는 중차대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강 구도가 무너지고, 리얼 버라이어티의 시대가 저물고 있으며, 기존의 장수 예능이 침체기를 겪는 등 여러 문제점이 동시 다발적으로 터지고 있다. 방송사는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프로그램 제작에 임하고, 제작진은 최선을 다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만이 살아남는 길이다. 묻지마 폐지와 대책 없는 후속 편성을 이제는 그만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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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2012년을 마무리 할 시점이다.

 

 

특히 예능계는 MBC 파업, 1인 토크쇼의 범람, 강호동 복귀 등 다양한 이슈 속에서 유독 시끄러운 한 해를 보냈다.

 

 

그 중 막강한 시청률 파워를 가지고 예능계를 좌지우지 하는 스타 MC 유재석-신동엽-이경규-강호동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과연 그들의 2012년 예능 성적표는 어떠할까. 또 2013년을 맞아 그들이 떠안은 과제는 무엇일까.


 

 

 '말' 많고 '탈' 많았던 2012년, 시험대에 올라선 유재석 : B+

 


유재석에게 2012년은 유달리 다사다난한 해였다.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하락세에 접어들고 구설에 시달리면서 힘든 나날을 보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 6개월 장기 결방사태와 '슈퍼7' 논란, <놀러와> 폐지, <해피투게더>의 침체기 등 악재가 계속되며 유재석의 마음도 편치 않은 모양새다. 내년에는 더욱 철저한 자기 관리가 필요하게 됐다.

 


그러나 전체적인 면에서 유재석의 2012년 예능 성적표는 B+ 이상을 받을 정도로 준수한 편이다. 간판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이 장기 결방에도 불구하고 경쟁 프로그램을 멀찍이 따돌리고 있는데다가 <런닝맨> 역시 확실한 고정 팬을 확보하며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흥행 보증 수표'라는 별칭에 걸맞은 성과는 보여준 셈이다.

 


다만, 현재 <무한도전>과 <런닝맨>을 사수하면서 <해피투게더>를 살려야 하는 과제를 부여 받은 만큼 2013년에 그가 어떤 비전을 제시하는지가 중요해졌다. 출연 작품 대부분이 장수 프로그램인 만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절친한 동료인 강호동의 말처럼, 유재석은 "천재성과 노력을 모두 겸비한 이 시대 진정한 MC"라는 것이다. 겸손과 성실함을 기본으로 프로의식을 중무장한 그는 언제 어디서든 '유효한' 국민 MC다. 최근의 위기를 기회삼아 그가 다시 한 번 날아오르기를 기대한다.


 

 

부활하는 '황제의 시대' 신동엽 : A


 

한 때, '예능계의 황제' 라고 불릴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했던 신동엽이 2012년 체면치레를 확실히 했다. <안녕하세요>를 안정적인 두 자릿수 시청률로 끌어올린 신동엽은 이영자, 컬투 등과 함께 명실상부 월요일 심야시간대 최강자로 군림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놀러와>의 유재석, <힐링캠프>의 이경규에 맞서 낸 성적이라 더욱 큰 의미가 있다.

 


토요일 저녁 KBS <불후의 명곡>이 <무한도전><스타킹>과 경쟁하며 나름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것 역시 괄목할만한 성과다. 특히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 수백 명의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수완으로 "역시 신동엽"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내고 있다. 한 가지 흠이 있다면 시청률이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 이 시청률 문제는 신동엽이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이 외에도 <동물농장><강심장><SNL코리아> 등 지상파와 케이블을 넘나들며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활동을 선보이고 있는 그는 2012년 KBS 연예대상을 수상하며 자신의 부활을 대중에게 선포하는 중이다. 서서히 예전의 기량을 회복하고 있는 이 예능 황제가 2013년 어떤 활약상을 보여줄 지 자못 기대가 된다.


 

 

'위기'와 '기회' 사이, 백전노장 이경규 : B+

 


2010년 KBS 연예대상을 수상하며 정상의 자리를 탈환한 이 후, 이경규의 행보는 확실히 안정적이다. 슬럼프를 호되게 겪었기 때문인지, 튀지는 않지만 내실을 다지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올해도 그는 <힐링캠프>를 자신의 새로운 주력 프로그램으로 선보이면서 대중의 시선을 잡아끄는 수완을 발휘했다.

 


문재인, 안철수, 박근혜 등 유력 대선 주자를 시작으로 각계각층의 명사들을 초대하며 명실상부 최고의 '1인 토크쇼' 자리에 올라선 <힐링캠프>는 이경규의 능수능란한 진행 실력을 유감없이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게스트와의 '밀당(밀고 당기기)'을 적당히 즐기면서도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재주는 이경규의 30년 내공이 헛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힐링캠프> 외에도 <남자의 자격><붕어빵><화성인 바이러스> 등 장르를 넘나들며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그에게 '명불허전' '백전노장' 같은 찬사는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경규의 현재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특히 <남자의 자격> 같은 주말 버라이어티가 눈에 띄게 하향세에 접어든 것은 마땅히 경계해야 할 일이다.

 


김성민 퇴출과 이정진 하차 등으로 상승 동력이 꺾이면서 분위기가 침체 된 <남자의 자격>은 2012년 극약처방으로 제작진 및 멤버 교체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여전히 미진한 결과를 내고 있다. 이경규로선 보다 적극적으로 멤버들을 다독이면서 분위기를 붐업 시켜야 하는 쉽지 않은 현실에 부딪힌 셈이다.


2013년, 그의 앞에는 '<남자의 자격>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 것인가'라는 과제가 놓여 있다. 과연 이번 위기를 맞아 그는 또 한 번 통쾌한 역전 홈런을 날리며 이경규 신화의 건재함을 과시할 수 있을까. 30년 동안 대한민국 예능계를 진두지휘했던 '이경규 신화'가 새로운 갈림길에 서게 됐다.

 


 

 

화려한 복귀, 그 다음이 중요하다. 강호동 : C+

 


2011년 세금 탈루 혐의로 물의를 빚고 연예계를 잠정은퇴 했던 강호동은 2012년 11월 <스타킹>과 <무릎팍 도사>를 통해 복귀했다. 이른바 '유-강 체제'의 주인공이었던 그의 컴백과 함께 예능계 역시 다시 한 번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스타킹>은 강호동 화려한 컴백과 함께 두 자릿수 시청률로 껑충 뛰어올랐다.

 


문제는 이 다음이다. 강호동이 국민 MC로 성장할 수 있었던데에는 <1박 2일>이라는 빅히트 프로그램이 지대한 공헌을 했다. <1박 2일>을 통해 그는 전국구 MC로 발돋움했을 뿐 아니라 유재석의 유일한 라이벌로 부상했다. 덕분에 2년 연속 KBS 연예대상 뿐 아니라 예능 MC 최초로 백상예술대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문제는 지금의 강호동이 <1박 2일> 같은 제대로 된 '한 방'을 날릴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2013년은 강호동에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KBS에서 새 예능 프로그램을 론칭하며 세 확장에 나서는 그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비로소 제대로 된 '복귀 성적표'를 손에 받아들게 될 것이다. 국민 MC라는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예전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강호동에게 새 프로그램의 성공은 상당히 묵직한 의미를 지닌다.

 


물러서거나 피하는 법 없이 콩트와 버라이어티의 중간에서, 강호동만의 캐릭터와 강호동만이 창조할 수 있는 영역을 고집했던 그가 과연 어떠한 '혁신'을 보여줄 수 있을까. 그의 새로운 도전에 예능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12년 예능계는 다소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도 소기의 성과를 올리며 나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스타급이라고 불리는 MC들은 시청률을 보장하며 파워를 행사하기도 하고, 시청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자신들의 독자적 영역을 만들기도 했다. 그만큼 예능계의 위상이 높아져만 가는 이때에 스타급 MC들의 존재감은 그 어느 때보다 묵직해지고 있는 셈이다.

 


올해 수많은 스타들이 명멸하는 과정 속에서 예능 MC들 역시 부침을 겪었다. 언제나 건강한 웃음을 선사해야 하는 그들이 2012년을 잘 마무리하고, 2013년에는 보다 발전된 모습으로 대중을 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올 한해 방송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그들의 땀방울에 작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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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예능계의 최대 이슈 중 하나는 ‘강호동 컴백’이었다.

 

 

 

 세금 탈루 혐의로 잠정은퇴를 선언한 지 1년 2개월만인 지난 11월 10일, SBS <스타킹>을 통해 복귀한 강호동은 MBC <무릎팍도사>를 비롯해 방송 3사 방송연예대상에 차례로 모습을 드러내며 광폭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그렇다면 복귀 한 달이 갓 지난 지금, 강호동은 과연 어떤 평가를 받아야 할까. 

 

 

 

 

 

 

강호동 브랜드, 여전히 건재함 과시

 

 

 

 

 결론부터 말하자. 현재 강호동의 복귀 성적은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다. 나쁘지 않은 편이지만 기대에 100% 부응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더욱 찬찬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복귀와 함께 강호동 브랜드의 건재함을 과시한 것은 눈에 띄는 성과다. 그가 첫 복귀작으로 선택한 <스타킹>은 이른바 강호동 컴백효과로 인해 16.2%라는 놀라운 시청률을 기록했다. 강력한 맞수인 MBC <무한도전>을 단번에 제친 기분 좋은 결과다.

 

 

 MBC <무릎팍 도사>도 마찬가지다. MBC 예능의 무덤이라고 불리던 목요일 밤 11시 시간대에 편성됐음에도 동시간대 1위를 거머쥐며 화려하게 출발했다. SBS <자기야>는 물론이고, 이 시간대 절대 강자인 KBS <해피투게더>까지 밀어냈다. 1년 2개월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강호동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가 흔들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전혀 녹슬지 않은 진행 실력 역시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스타킹>에서 그는 특유의 친화력과 대중성을 바탕으로 웃음과 감동을 함께 이끌어 낸다. 어린 아이가 출연하면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어 눈을 맞추고, 과도하게 긴장하는 출연자는 자연스러운 대화로 프로그램에 적응하게 만든다. 수많은 패널들을 관리 감독하면서 분위기를 조율하는 능력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1인 토크쇼인 <무릎팍 도사>에서도 강호동은 여전하다. 과장된 리액션으로 앞에 앉은 스타들을 무장해제 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속 깊은 이야기를 이끌어 내며 토크쇼 전반의 수준을 업그레이드 시킨다.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데 망설임이 없는 대신 분위기를 부드럽고 유머러스하게 풀어가는 것도 그의 특기다. 피상적이고 가벼운 이야기보다 인생 전반에 걸친 깊이 있는 스토리를 추구하는 시청자들에게 강호동은 가장 최적화 된 토크쇼 MC다.

 

 

 

 이처럼 강호동의 복귀 한 달은 대중의 굳건한 신뢰와 변함없는 진행 실력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 안정적인 시청률을 바탕으로 방송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그의 모습에서 이질감이나 낯설음은 발견하기 힘들다. 긴 휴식기에도 불구하고 ‘강호동 브랜드’가 훼손되지 않은 것이다. 향후 강호동의 행보에 기대를 걸게 되는 이유다. 

 

 

 

 

해결해야 할 문제점도 적지 않아

 

 

 

 그러나 섣부르게 샴페인을 터뜨릴 수는 없다. 앞으로 강호동이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시청률 정체기에 빠진 <스타킹>과 <무릎팍 도사>에 어떤 식으로 상승 동력을 만들어 내야할지가 고민이다. 강호동 컴백 효과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이 두 프로그램은 최근 시청률이 정체되거나 다소 하락세에 접어들고 있다. 이건 강호동이 그냥 지나치기 힘든 문제다.

 

 

 <스타킹> 같은 경우는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한 시점이다. 방송기간이 5년을 넘어가면서 포맷이 너무 올드해졌고 시청자층 확장에도 실패하고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 구조는 지키되 디테일 한 부분에서 보다 세련되고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동시간대 2위로 만족하는 안일함으로는 좋은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 ‘변해야 산다’는 마음으로 제작진과 강호동이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무릎팍 도사>는 포맷보다는 게스트가 문제다. 화제성 있는 게스트를 어떻게 섭외하느냐가 성공의 열쇠를 쥐고 있다. SBS <힐링캠프>, KBS <승승장구><이야기쇼-두드림> 등 1인 토크쇼가 범람하는 이 때에 누가 출연하느냐는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한다. 과거 <승승장구>의 김승우는 자신의 인맥풀을 총 동원해 TV에서 보기 힘든 스타들을 토크쇼로 초대한 바 있다. 지금 강호동도 이 정도의 적극성은 보여줘야 한다. 상대가 11년간 목요일 밤을 장악해 온 <해피투게더>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2013년 강호동이 론칭할 KBS 새 예능 프로그램의 성공여부다. 이건 앞서 이야기 한 <스타킹>이나 <무릎팍 도사>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인데다가 강호동이 컴백한 이래 처음으로 선보이는 새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것과 완전히 다른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과 시청률이 잘 나와야 하는 압박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과거 강호동은 <무릎팍 도사>로 1인 토크쇼의 새 장을 열고, <1박 2일>로 리얼 버라이어티에 영민하게 적응하는 과정을 통해 국민 MC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다. 트렌드를 앞장서서 창조해 내면서 예능계 전반을 이끄는 리더십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강호동이 예전과 같은 명성을 되찾고 싶다면 이 같은 파격적 모험과 도전정신으로 성공적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만 한다. 내년 강호동의 KBS 새 예능 프로그램이 그 어느 때보다 묵직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이유다. 지금의 강호동은 복귀한 지 갓 한 달이 넘은 이 시점에 벌써 ‘변화와 혁신’의 요구에 거세게 직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실 안주는 직무유기다. 어떤 식으로든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고, 더 나아가 예능계 전반에 걸쳐 새로운 기운을 불어 넣을 작품을 찾아내야 한다. ‘국민 MC’ 강호동이라면 마땅히, 당연히 그래야 한다. 국민 MC라는 타이틀은 아무에게나 붙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2 KBS 연예대상>에서 강호동은 “신인의 자세와 마음으로 새롭게 방송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각오가 부끄럽지 않도록 그가 최선을 다해 방송에 임하기를 바란다. 재능과 노력의 황금비율에, 근면함이라는 필살기로 무장한 채 예능계를 좌우하던 강호동이 2013년 일생일대 가장 중요한 시험대에 올라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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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이승기가 [1박2일]하차 하는 것과 최고의 화제작 [해를 품은 달] 후속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을 두고 이승기에게 드디어 위기 상황이 닥칠 것이라는 예측이 줄을 잇고 있다.


 최근의 대세는 이승기가 아니라 김수현이라는 이야기부터 이제 이승기를 뒷받침 해 줄 만한 근간이 줄어듦에 따라 이승기의 인기도 하양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이야기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승기도 언제나 잘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 이승기라는 이름이 거물급이 되어감에 따라서 이승기에게 기대하는 정도도 훨씬 더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승기가 짊어져야 할 짐의 무게는 사실상 엄청나다 할 수 있다. 항상 잘했던 사람이기에 다음에는 더 잘할 것으로 기대하는 심리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승기가 정말 위기를 맞은 것일까. 그 의문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승기도 연예인이고 대중의 관심과 사랑이 없이는 연예인으로서 생명도 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승기가 잘못하면 충분히 인기가 하락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비판은 이승기가 못했을 때나 정말 잘못을 저질렀을 때 가해도 늦지 않다. 지금 이승기는 어린나이에 누구보다 성공가도를 달려왔다. 이승기는 사실 운도 좋았다. 하지만 그 운이 계속되는 것은 단순히 운이라 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이승기의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이런 성과는 지속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승기는 87년 생. 아직 군대도 다녀오지 않은 어린 나이다. 이승기가 지금 이루어 놓은 것은 그 나이대의 어떤 연예인과 비교해 보더라도 엄청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승기는 예능에의 성공적인 데뷔와 드라마의 성공까지 이끈 전무후무한 캐릭터다.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드라마가 성공하고 인기가 늘면 예능을 버리는 것과 달리 예능의 마지막까지 함께 한 의리도 보였다. 예능을 단순히 뜨기 위한 발판 내지는 도구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 이것이 바로 이승기가 타 연예인과 차별화되는 점이다. 강호동이 하차하는 상황에서도 자신을 키워준 프로그램에 대한 예의를 끝까지 지킬 수 있는 사람. 이승기에게 호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이승기의 이런 성실함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이제까지 이승기의 행보는 그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그러니 방송가나 대중들 사이에서 "대체 이승기는 언제 실패할 것인가" 혹은 "이승기가 저런 대우를 받을 정도로 능력있는 사람인가" 하는 등의 질문이 항상 따라다니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물론 이승기도 실패할 수 있다. 연예계 생활을 하다보면 위기도 맞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실패나 위기도 역시 사람을 성장시키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아무리 훌륭한 배우라 할지라도 아무리 운이 좋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인생을 살면서 한 번도 삐끗하는 상황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사람은 누구나 굴곡이 있고 실패도 있다. 그런 실패를 극복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다. 지금 '위기'란 단어는 이승기의 실패를 오히려 바라는듯한 뉘앙스를 준다. "너도 운이 다했구나" 하는 묘한 쾌감. 성공한 사람들의 실패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과도 상통하는 맥락인 것이다. 


 이승기는 충분히 실패해도 된다. 그 실패 이후, 극복을 못하고 계속된 실망스러운 행보를 보였을 때 이승기의 진정한 위기가 닥칠 것이다. 하지만 아직 하지도 않은 실패를 놓고 그의 실패를 미리 예측하고 예견하는 행동은 사실상 진정으로 필요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승기의 예능, 이승기의 드라마가 이제까지 성공을 거두었다고 앞으로도 성공을 거둘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이제까지 이승기가 해 온 일들까지 모두 부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승기도 완벽한 사람은 아니다. 특유의 성실함과 노력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지만 언제나 이승기의 앞날이 무조건 장밋빛이라고 예측할 수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것만도 대단한 일이다. 이승기가 안방극장에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준 세월을 깡그리 부정하는 일은 해선 안된다. 적어도 아직 하지도 않은 실패를 놓고는 말이다.  


 이제껏 이승기가 예능에서, 드라마에서 그리고 광고계에서 엄청난 성과를 거둔 것은 분명 대단한 일이다. 지금 당장 누구보다 주목을 덜 받는다고 해서 한 두번의 실패를 경험한다고 해서 이승기가 진정한 위기를 맞았다고 할 수 있는 것인지 곰곰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앞으로 이승기가 나태한 모습을 보이거나 실망스러운 행보를 보일 때에야 비로소 이승기의 진짜 위기는 찾아 올 것이다. 그 진짜 위기가 찾아올 때까지는 이승기의 실패를 바라는 시선은 잠시 거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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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와]의 기세가 매섭다.


한 때 한 자릿수로 떨어진 시청률은 10% 중반으로 회복했고, 특유의 기획 토크의 장점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


재밌는 것은 [놀러와]의 부활 시기가 은지원의 복귀와 묘하게 일치한다는 점이다.


사실 작년 연말부터 [놀러와]의 부진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시청률은 한 자릿수대로 떨어졌고, 토크쇼의 컨셉은 식상해졌으며, 단단한 시청자층이 눈에 띄게 와해됐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격으로 신동엽-이영자 콤비를 앞세운 [안녕하세요]가 매회 화제를 모으며 이슈를 선점했고, 이경규의 [힐링캠프] 역시 박근혜-문재인을 내세운 '정치인 특집'으로 화제 몰이에 성공했다. 경쟁작들의 선전에 6년차 토크쇼 [놀러와]의 위상은 한 없이 무너져 내렸다.


허나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사태를 타개할만한 마땅한 '해법'이 없었단 사실이다. 당시 [놀러와]는 담당 PD가 연속으로 3번에 걸쳐 바뀌면서 상당히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냈고, 조규찬 등 프로그램에 어울리지 않는 패널이 출연해 분위기를 망치는 등 위상에 걸맞지 않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게다가 '해결의 책' 같은, 보기에도 쓸데 없는 이상한 코너를 마련해 심도 깊은 토크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말장난만 하다 끝나는 최악의 한 수를 두기도 했다.


[놀러와]가 극심한 부진을 겪으면서 MBC 내부에선 한 때 [놀러와] 위기설이 강력히 떠돌았고, 계속 이런 상태로 머무르다간 폐지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강경한 발언도 등장했었다. 그도 그럴것이 [안녕하세요]에 뒷덜미를 잡히며 동시간대 2위를 기록했던 [놀러와]가 심지어 만년 꼴등이었다고 생각한 [힐링캠프]에게까지 역전을 허용하며 동시간대 꼴찌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국민 MC' 유재석을 데리고 이런 성적을 내는 건 방송사 입장에서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놀러와]의 슬럼프가 예상 외로 장기화되면서 제작진은 '극약처방'을 마련하기 시작한다. 세트를 모두 뜯어고치고, 코너를 재편하는 한편 조규찬을 조기에 경질하고 '역전의 용사' 은지원을 고정 패널로 섭외한 것이다. 과거 은지원은 [놀러와]의 고정 패널로 출연하며 프로그램의 일대 부흥기를 함께 한 경험이 있다. 조규찬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은지원처럼 이미 검증 된 고정 패널의 출연이 필요하다 판단한 셈이다.


재밌는 것은 은지원의 투입 시기와 맞물려 [놀러와]의 시청률 역시 다시 상승 곡선을 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기인 특집을 시작으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되찾은 [놀러와]는 4주 연속 월요일 밤 11시대를 장악하며 명실공히 '6년차 예능' 으로서의 위상을 다시금 떨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분명 고정 패널로 합류한 은지원의 역할이 만만찮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은지원의 [놀러와] 합류는 답답하고 우중충했던 기존 [놀러와]의 분위기를 완전히 일소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시종일관 분위기를 어둡고 진지하게 만들었던 조규찬과 아직은 예능이 서툰 올밴-양배추와 달리 적재적소에 기막힌 애드립을 날릴 줄 아는 은지원의 재능은 [놀러와] 부활의 큰 기폭제가 됐다. 그의 엉뚱한 말과 과장된 리액션은 유재석-김원희 콤비의 안정된 진행을 훨씬 돋보이게 만들 뿐 아니라, 의외의 웃음 포인트를 살려내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게다가 병풍 역할에 머물러 있는 올밴-양배추와 달리 은지원은 적극적으로 토크에 끼어들고, 게스트와 대화를 주고 받음으로써 메인 MC들과 적절한 보조를 맞추는데도 성공했다. 기존에는 김나영 혼자 고정 패널 몫의 90%를 차지하며 고군분투 했다면, 은지원 합류 뒤에는 김나영과 원투 펀치로 적절한 곳에 토크를 찔러 넣음으로써 토크쇼가 훨씬 풍성해지고 들을 거리가 많아졌다. 고정패널이 제 역할을 하니 유재석-김원희 콤비도 훨씬 여유롭게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이 뿐 아니라 은지원 특유의 '은초딩 캐릭터' 역시 적기에 활용되고 있다. 차마 메인 MC가 물어볼 수 없는 질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물어보고, 생각지도 못한 말 한마디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고정패널은 오직 은지원 뿐이다. 이건 은지원이 그동안 고수해 온 '은초딩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 대단히 자연스럽게 수용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렇듯 은지원은 때때로 유재석-김원희의 보완재 역할을 수행한다. 이건 처음부터 끝까지 감초 역할에 머물러 있는 김나영과는 확실히 다른 차이점이다.


사실 은지원의 [놀러와] 고정패널 섭외는 '확실치 않은' 승부수였다. 합류 논의 당시 은지원은 [1박 2일] 시즌 2 합류를 놓고 KBS와 협상 테이블에 앉아있던 상태였고 본인 스스로도 거취를 어떻게 결정해야 할지에 대해 상당한 고민의 시간을 갖고 있었다. 허나 결국 그는 [1박 2일]을 하차하고 [놀러와]에 재합류 하는 것으로 자신의 예능 프로그램 라인업을 정리했다. 국민 예능 [1박 2일] 대신 침몰 직전의 [놀러와]를 선택하는 이색 결정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왜 이런 결정을 한 것일까. 우선은 [1박 2일] 시즌 2에 합류했을 경우 시즌 1과의 차별점을 보여줄 수 없으리란 불안감이 자연스럽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혹시 시즌 2가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예능인으로서 받아야 할 상처가 상당할 뿐 아니라, 아무리 잘해 봤자 본전치기 밖에 안 되는 모험을 강행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처럼 이 정도에서 쿨하게 프로그램을 떠나는 게 여러모로 유리한 이점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또한 '강호동'이 없는 [1박 2일] 보다는 '유재석'이 있는 [놀러와]가 그에겐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을터다. 은지원이 [1박 2일] 원년 멤버로 프로그램에 합류했던 가장 큰 이유는 예능 멘토 강호동의 적극적인 추천과 지원 덕분이었다. 이는 거꾸로 말하자면 강호동이 은퇴한 마당에 은지원이 [1박 2일]에 계속 남을 이유가 없다는 걸 의미한다. 이에 비해 [놀러와]는 유재석이란 걸출한 국민 MC가 버티고 있다. 은지원으로선 유재석과 함께 프로그램을 하는 것이 훨씬 남는 장사다. 유재석은 강호동 만큼 은지원의 캐릭터와 스타일을 잘 이해하고 살려주는 MC기 때문이다.


여기에 [놀러와]가 [1박 2일] 보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프로그램이란 점도 은지원의 선택에 영향을 끼쳤다. [1박 2일]은 말 그대로 밤을 꼴딱 새워가며 촬영을 해야 하는, 천하장사 강호동도 지쳐 쓰러질만큼 체력적으로 많은 걸 요구하는 프로그램이다. 게다가 리얼 버라이어티답게 한 시도 긴장을 놓치지 않고 예능감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시즌 2는 심지어 예능 초보 김승우, 주원 등을 이끌고 가야 하는 책임까지 있다.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비해 [놀러와]는 다소 여유롭다. 게스트가 중심이 되고, 그 속에서 양념 역할만 수행하면 된다. 녹화시간도 [1박 2일]에 비해 훨씬 짧을 뿐 아니라 주어진 책임도 한정적이다. 유재석-김원희 콤비의 진행을 보완하고,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 내는 건 이미 '예능 달인'의 경지에 올라 있는 은지원으로선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본업인 가수로서 성과를 내려면 부업인 예능에선 다소 여유를 찾을 필요가 있다. [놀러와]는 여기에 매우 적합한 조건이다. 이러한 필요충분 조건 속에 [놀러와]와 은지원은 서로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어찌되었든 [놀러와]에 있어 은지원의 합류는 부정할 수 없는 '신의 한수'였다. 은지원의 합류로 인해 고정 패널의 역할은 분명해졌고, 위계질서가 똑바로 섰다. 토크 분위기는 한층 밝게 환기 되었고, 메인 MC들의 운신의 폭 역시 넓어졌다. 이로 인해 토크는 예전보다 훨씬 풍성해지고, 웃음 포인트는 많아졌다. 은지원 한 사람이 끼친 긍정적인 효과가 [놀러와] 전체에 상당한 활력을 불어넣은 셈이다. 제작진으로선 조규찬 카드를 조기에 버리고 은지원 섭외에 공을 들인 보람이 있게 됐다. 


이제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은지원 합류와 함께 시작 된 이 상승세를 어떤 식으로 유지할 것인지는 다시 제작진의 몫으로 넘어갔다. 햇수로 7년, 명실공히 MBC를 대표하는 토크쇼로 자리매김한 [놀러와]가 어떤 혁신을 통해 스스로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까. 그들의 행보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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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어장]이 '무릎팍 도사'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만년 2등 코너였던 [라디오 스타]가 나름대로 자리를 잘 잡은 덕이다.


하지만 약점이 없을 수 없다. 특히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해 병풍 역할로 머물고 있는 유세윤이 그렇다.


보다 못한 제작진이 '개식스'를 게스트로 초대해 유세윤 기살리기 프로젝트에 돌입한 지경까지 왔다. 어쩌다 뼈그맨 유세윤이 이런 지경까지 내몰리게 된 것일까.


[무릎팍 도사]가 [황금어장] 전체를 이끌던 시절, 유세윤은 강호동 곁에서 자신의 역할을 200% 성취해 낸 인물이다. 특유의 건방진 도사 캐릭터를 앞세워 게스트들의 신상을 줄줄 읊어대던 그는 "당신은 욕심쟁이, 우후훗~!" 이라는 유행어와 함께 [무릎팍 도사]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강호동조차 "이 친구, 참 재밌어!" 라고 감탄할 정도로 그의 존재감은 상당히 묵직한 측면이 있었다.


강호동 은퇴 사건 이 후, [황금어장] 제작진이 프로그램을 개편하면서 유세윤의 [라디오 스타] 투입을 결정한 것도 바로 이러한 연유에서다. 희철 대신 투입된 규현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던 가운데 유세윤을 투입시킴으로써 분위기를 쇄신하고자 한 것이다. '뼈그맨'(뼈까지 개그맨)이라고 불릴 정도로 출중한 예능감의 유세윤이라면 [라디오 스타]에서도 분명 빼어난 활약을 보일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입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라디오 스타] 내 유세윤의 역할은 미비하기 짝이 없다. 조금더 냉철하게 말하자면 병풍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 유세윤이 굳이 [라디오 스타]에 필요했던 것일까 하는 회의가 들 정도다. [무릎팍 도사]의 당당하고 안하무인이었던 '건방진 도사'는 어디가고, 시종일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입을 다물고 있는 '낙동강 오리알'만이 남아 있는 느낌이다.


보다 못한 제작진은 2주에 걸쳐 유세윤의 절친인 '개식스'를 게스트로 초대해 유세윤 기살리기에 나섰다. 유세윤의 활약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그의 존재감을 살리기 위해 극약처방을 내린 셈이다. 하지만 이 특집에서조차 유세윤은 크게 도드라지지 못했다. 다음 주에 규현이 돌아오고, 익숙치 않은 게스트가 등장하면 도로 제자리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유세윤은 왜 이렇게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강호동의 부재'에 있다 할 것이다. [무릎팍 도사] 시절 강호동은 유세윤이 말할 타이밍을 언제나 만들어 주는 MC였다. 무거워진 분위기를 쇄신할 필요가 있거나, 웃음 포인트가 필요할 때 강호동은 토크의 빈 공간을 유세윤에 쓱 질러주는 전략을 자주 구사했다. 강호동의 적극적인 지원 하에 유세윤은 자신이 원하던만큼의 웃음을 꾸준히 이끌어 낼 수 있었다.


그러나 [라디오 스타]에는 강호동 같은 존재가 없다. [라디오 스타]의 가장 큰 특징은 MC집단이 '각개전투'를 한다는데 있다. 서로 양보하지 않고 재빠르게 빈틈을 공략하며 애드립을 날리고, 끊임없이 말이 맞물려 들어간다. 강호동처럼 전체적인 분위기를 일정한 방향으로 리드하면서 적재적소에 공간을 내어주는 사람에 익숙해져 있는 유세윤에게 [라디오 스타] MC집단의 진행 스타일은 매우 생소한 것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유세윤이 활약했던 [무릎팍 도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주는' 토크쇼였다. 이런 의미에서 게스트의 말을 최대한 경청하고 그에 걸맞는 리액션을 가장 잘 하는 MC인 강호동이 [무릎팍 도사]의 호스트였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유세윤은 버라이어티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이런 강호동의 스타일을 지척에서 보고 배웠고, 지난 5년간 '들어주는 사람'의 역할에 누구보다 충실했다. 


이에 비해 [라디오 스타]는 시종일관 '말하는' 토크쇼다. 게스트 뿐 아니라 MC들 역시 상당히 많은 말을 한다. MC들은 끊임없이 게스트들에게 자극적인 질문을 던지고 대답이 나올때를 기다렸다가 꼬리를 물면서 토크를 확장시킨다. 이 때문에 [라디오 스타]의 토크는 [무릎팍 도사]와 달리 일회적으로 가볍게 소비된다. 유세윤이 [무릎팍 도사]를 통해 체내화하고 당연시 여겨왔던 'MC는 리스너, 게스트는 토커'라는 공식이 [라디오 스타]에선 쓸모가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이는 유세윤에게 매우 당황스런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유세윤은 [라디오 스타] 내부에서 확실한 역할을 부여받지 못했다. 제작진은 김구라를 보완하면서 의외의 웃음을 유발하는 신정환 같은 역할을 기대한 것 같은데 그 역할은 이미 규현이 어느정도 해내고 있다. 유세윤 역시 이런 역할에 나선다면 프로그램이 너무 산만해 질 뿐 아니라 규현과 유세윤의 색깔이 모두 희석되어 버린다. 제대로 된 '롤'이 없는 이 시기에 유세윤은 상당히 어정쩡한 스탠스를 고수하고 있다. 맨 끝자리에 앉아 다른 MC들과 괴리된 느낌까지 자아낸다.


가장 큰 문제는 유세윤이 자신의 캐릭터를 어떻게 잡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 프로그램 내에서 어떤 롤을 갖고, 어떤 액션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어정쩡하게 [무릎팍 도사] 시절 건방진 도사 캐릭터를 흉내내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프로그램이 바뀌었으면 거기에 맞게 색깔을 조율할 줄 알아야 하는데 유세윤은 계속 제자리 걸음만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토크에 잘 끼어들지도 못하고, 프로그램과도 겉돌고 있다.


유세윤은 분명 능력있는 개그맨이다. 꽁트와 토크, 두 분야에서 모두 강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라디오 스타] 속 그는 무기력하고 무능력하다. 아이돌 스타인 규현에도 못 미치는 예능감으로 수요일 저녁 황금시간대 MC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 건 미안한 이야기지만 대단한 직무유기다. 현재의 문제점을 냉철히 바라보고, 하루 빨리 자신의 색깔을 찾아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라디오 스타] 제작진도 유세윤을 갖다 앉혀 놓지만말고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한다.


'개식스'가 아니라 그 누굴 데려다놔도 당당히 자기 역할을 할 줄 아는 MC, 그가 그런 MC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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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탤런트 주원이 1박 2일 시즌2의 출연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미 기존 멤버들이 대거 교체될 상황에 놓인가운데 새로운 멤버에 대한 관심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원의 출연가능성은 그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덜어주었다.


 1박 2일이 코미디언이 아닌 배우 섭외에 이렇게 열을 올리는 것은 아마도 이승기로 인한 효과가 예상외로 상당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승기는 사실상 1박 2일에 출연하면서 그 호감도가 엄청나게 상승했다. 그리고 그것은 프로그램의 시청률과 이미지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승기는 그동안 예능에서 볼 수 없는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그동안 다소 우습고 망가지는 캐릭터가 주를 이뤘다면 이승기는 반듯하고 착실한 이미지로 예능에 출연했다. 이는 어쩌면 제대로 먹혀들어가지 않는 컨셉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승기는 '허당'의 이미지도 함께 가져가며 웃음을 창출해 냈고 그런 의외성은 대중들의 호감도를 증폭시켰다.


 그렇다면 주원 역시 그런 호감도를 노리고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허나, 과연 가능한 일일까?



  이승기가 이만큼 주목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캐릭터가 예능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캐릭터인 탓도 있지만 1박 2일이 그만큼 엄청난 인기를 누렸기 때문이었기도 하다. 오랜 시간동안 줄곧 예능 프로 1위를 고수했음은 물론 때때로 40%가 넘는 시청률을 올리기도 하며 전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예능이기에 그 안의 캐릭터들이 더 주목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나 이승기는 반듯한 캐릭터는 물론 훈훈한 외모로 주목받으며 그 이미지가 급 상승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드라마 [찬란한 유산]의 성공은 그런 이승기의 엄청난 성공을 더욱 부채질 했다. 이승기는 한마디로 [1박 2일] 전성기에 들어와 취할 수 있는 것과 누릴 수 있는 것을 다 누린 데다가 드라마의 성공까지 겹친, 아주 운이 좋은 케이스다.



 주원 역시 지금 시청률 30%를 웃도는 드라마 [오작교 형제들]에 주연으로 출연중이다. 하지만 [오작교 형제들]에서 주원이 가지는 비중은 [찬란한 유산]의 이승기가 가지는 비중에 미치지 못한다. 전통적으로 시청률이 강세였던 KBS의 주말드라마라는 사실 또한 주원이 가지고 있는 역량이나 스타성보다는 기대치만큼의 성과라는 인식이 있다. 또한 주원 혼자 이끌어 가기 보다는 여러 인물들의 비중이 고루 배분되어 있는 탓에 주원의 책임감이 주원에 집중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주원의 스타성을 극대화 하기 위한 예능 출연이 이쯤에서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예능출연이 꼭 플러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지나친 이미지 소모만 이루어진 채 호감도의 상승은 힘들 수도 있는 일이다. 더군다나 1박2일의 성과가 예전같지 않다면 그럴 가능성은 더 농후하다고 할 수 있다.


 이승기의 성공은 강호동이라는 걸출한 히트메이커와 나영석이라는 노련한 프로듀서가 함께 만들어 낸 작품이다. 사실상 이승기의 성공은 강호동과 [1박 2일] 연출이라는 두가지 힘이 없었다면 이루어지기 힘든 사실이었다. 지금 [1박2일] 시청률이 강호동 하차 이후에도 이정도나마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은 그동안 만들어 놓은 기반이 그만큼 탄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강호동도 없고 나영석 PD도 빠진다. [1박 2일]의 포멧만 유지되는 것이다. [1박 2일]의 포멧은 유지되면서 [1박 2일]다운 느낌은 사라지는 형국이 될 가능성이크다. 지금까지는 기존 멤버들이 프로그램에 잔류했기 때문에 강호동이 있던 시기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다르다. 피디와 전 출연진이 대거 교체되는 상황에서 [1박 2일]의 명성만을 이어가는 단계다. 만약 [1박 2일]의 성과가 예전만큼 못하다면 이는 그 책임을 다 떠안을 상황에 즉면할 수도 있다. 


 막 시작하는 단계에서 여기까지 시청률을 끌어 올릴 때까지 함께했던 멤버들이 받는 주목과 예전의 명성을 가지고 시작하는 단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기대되는 것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는 이미지가 있는 이승기는 그래서 지금 호감이 될 수 있었지만 아직 검증받지 못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주원이 이미 성공한 프로그램에 후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어쩌면 위험한 선택일 수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주원이 1박 2일에서 맡아야 할 역할이 이승기가 해 낸 그 정도의 역할이라면 오히려 이승기와 비교를 당할 가능성이 커지고야 만다. 이승기는 엄청난 성공 이후에도 계속 1박 2일에 잔류하며 성실하게 자신의 역할을 해 냈다. 이승기가 1박 2일에서 가지는 의미는 그만큼이나 컸기 때문이었다. 강호동이 하차하면서 이승기의 역할이 커지는 부담감이 있었음에도 이승기는 끝까지 의리를 지켰다. 주원이 이승기 만큼의 책임감과 예능감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너무도 쉽게 그와 비교될 수 밖에 없는 자리다.


 지금 주원은 배우로서의 커리어를 착실히 쌓을 때다. 이승기는 가수이기도 했고 배우이기도 했다. 사실상 정체성이 그렇게 뚜렷한 편은 아니었다. [1박 2일]출연으로 엄청난 인기몰이를 했기 때문에 여러 방면에서의 활약이 두드러 질 수 있었지만 주원은 상황이 다르다. 지금 주원은 연속으로 작품에 캐스팅 되는 등의 배우로서 행보에 중요한 시점에 있다. 배우로서의 이미지가 자칫 잘못하면 어색해 질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예능 출연을 감행하는 것 자체가 조금은 무모한 일이다. 


  지금 그는 [1박 2일]에 출연할 때가 아니다. 외려 자신이 쌓을 수 있는 커리어를 쌓아 좋은 배우가 되는 것이 훨씬 더 그의 이미지 상승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섣부른 예능 출연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때다. 1박 2일이라는 명성이 과연 계속 될지에 관한 의문이 짙어지는 지금 같은 때라면 더더욱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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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종영을 둘러싸고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KBS 내부에서는 못내 [1박 2일]을 폐지시키기 아까운 듯, 시즌 2를 기획하는 둥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시즌 1의 출연자 중 몇 명이나 시즌 2에 합류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 이 중 이승기는 시즌 2에 잔류할 뜻이 없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힌 상태다.


허나 이런 이승기를 대하는 KBS의 태도가 해괴망측하다. 이승기가 시즌 2에 잔류할 생각이 없다고 밝힌 이래 그를 구석으로 모는 언론플레이를 계속하고 있다. 이거야말로 배은망덕이 아닐 수 없다.


사실 [1박 2일]의 시즌 2가 기획된 건 아주 최근의 일이다. KBS 예능국으로선 강호동 하차 이 후에도 20%대 중반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1박 2일]의 포맷을 쉽게 버릴 순 없었을 것이다. KBS 예능국 내부에서 [1박 2일]의 2월 종영을 너무 성급하게 결정했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내부 의견을 수렴하여 결국 시즌 2를 출범시키기에 이른 것이다. 다만, 나영석 PD가 [1박 2일] 시즌 1을 끝으로 연출봉을 놓길 원해 시즌 2는 제작진 뿐 아니라 출연진도 대폭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KBS가 '반드시' 잡길 원했던 출연진은 단 두 사람이었다. 바로 이승기와 이수근이다. 사실상 강호동 없는 [1박 2일]에서 메인 투톱 역할을 수행했던 이승기와 이수근은 [1박 2일]의 적통이자, 시즌 2를 안정감 있게 끌어갈 수 있는 유일한 출연자들이다. KBS가 시즌 2를 기획하면서 이승기와 이수근의 프로그램 잔류를 강력하게 설득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허나 KBS의 바람과 달리 이승기가 시즌 2에 합류할 뜻이 없음을 내비치면서 KBS의 계획은 상당히 어그러지고 말았다. KBS 예능국으로선 이승기 잔류를 위해 총력전을 펼쳤으나 제대로 된 성과를 얻지 못한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항간에는 이승기의 잔류를 위해 그에게 KBS 연예대상을 돌리려고 하였으나, 이승기 측의 하차 뜻이 워낙 완강해 긴급히 [1박 2일] 전원 대상으로 수정되었다는 풍문도 들린다. 이승기 대신 이수근을 비롯한 나머지 멤버라도 잡으려는 꼼수였단 이야기다. KBS로선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사태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 이승기를 '놓친' KBS가 도리어 이승기 흠집내기에 몰두하고 있다. 기왕 보낼 수 밖에 없다면, 깨끗하고 아름답게만은 보내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KBS의 속내는 최근 KBS 내부에서 연이어 터져나오고 있는 다양한 기사 속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승기의 하차 뜻이 정확하게 전달된 이래 KBS는 여러 언론 플레이를 통해 이승기의 SBS 이적설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이승기가 내년 SBS와 새로운 야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론칭할 계획이고, 그렇기 때문에 [1박 2일]를 떠날 수 밖엔 없다는 것이다. KBS 측의 의견을 보면 이승기가 마치 [1박 2일]을 '배신'하고, SBS로 떠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이에 대해 이승기 측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KBS에 뒷통수를 맞았다는 격앙된 반응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SBS와의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 론칭은 정확한 보도가 아니며, 그 때문에 [1박 2일]을 그만두는 건 더더욱 아니라는 것이 이승기 측의 설명이다.


SBS 쪽에서도 손사레를 치고 있다. 내년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 기획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이승기는 MC 후보군 중 한명이며 정확한 콘티나 짜임새가 나온 것은 아니란 것이다. KBS가 정확한 사실 근거도 없이 '너 죽고 나 살자' 식으로 이승기에게 배신자의 낙인을 찍으려 한 셈이다.


작금의 KBS의 태도를 보니 마치 지난 여름 강호동이 [1박 2일] 하차 의사를 밝혔을 때가 생각이 난다. KBS는 강호동의 [1박 2일] 잔류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면서도, 한 편으로는 강호동의 SBS 이적설, 종편행 등 각종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언론에 유포했다.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쓰는 양동전략으로 강호동을 궁지에 몰아 넣은 것이다.


덕분에 강호동은 달갑지 않은 '배신자'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고, 결국 탈세논란에 휩싸이며 낙마하기에 이르렀다. 강호동 사태는 "내가 가질 수 없다면, 너도 가질 수 없다"는 KBS의 내부방침을 확인할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놀라운 것은 지금 현재, 공격의 대상이 강호동에서 이승기로 바뀌었을 뿐 KBS의 언론 플레이 전략은 조금도 변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는 말이 딱 맞다 할정도다.


허나 이건 너무 치졸하고 유치한 행동이다. 햇수로 5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1박 2일]과 한몸처럼 지내왔던 이승기에게 KBS가 이래서는 안 되는거다. 솔직히 말해서 [1박 2일] 사태를 이 지경까지 끌고 온 건 KBS 스스로다. 강호동의 하차 의사에 지레 겁먹어 전례없는 '6개월 시한부 방송'을 추진해 놓고선 이제 와서 [1박 2일] 시즌 1의 종영이 마치 이승기 탓인 것처럼 몰아가는 건 책임감 없는 행동이다.


게다가 이승기는 작년 중반부터 [1박 2일] 하차를 꾸준히 검토해 왔던 인물이다. 본업인 가수 생활도 그렇고, 드라마와 예능을 병행하는 것도 초인적인 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본격 궤도에 올라야 하는 일본 활동에도 [1박 2일]은 큰 걸림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KBS 예능국과 제작진의 설득에 못이겨 [1박 2일] 출연을 지금껏 지속해 왔다. 특히 강호동이 하차한 이후에는 막내임에도 불구하고 팀의 메인 MC 역할을 하며 오히려 예전보다 더욱 폭넓은 활약을 펼쳤다. 


이런 그에게 왜 [1박 2일] 시즌 2에 합류하지 않느냐며 다그치는 건 코미디 중의 코미디다. 이승기는 시즌 1에서 자신이 할만큼의 역할을 100% 아니, 200% 충분히 수행했다. 그것으로 KBS와의 의리는 충분히 지킨 셈이다. 설상 [1박 2일] 시즌 1의 종영과 함께 이승기가 다른 방송사 예능을 론칭한다고 해도 KBS로선 할말이 없는 상황이다. 이승기가 KBS 공채 코미디언도 아니고 평생을 [1박 2일]에 목매달며 시즌 1, 시즌 2 수장 노릇을 해야 되겠는가.


이승기를 보내야 하는 KBS의 속내가 얼마나 쓰린지 모르는 바 아니지만 지난 5년간의 정리를 생각해서라도 마지막은 '아름답게' 보내주는 게 옳다. 근거 없는 흠집내기,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않은 루머 양산으로 이승기에게 흠집을 내고 그를 코너로 몰아가는 건 공영 방송의 품격에 어울리지 않는다. 이승기에게 -[1박 2일]을 버리고 SBS로 떠나는- '배신자의 낙인'을 찍어 KBS가 얻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이건 서로에게 상처만 남기는 일일 뿐이다.


이승기는 아직 앞길이 창창한 25살 청년이다. 그가 [1박 2일]을 시즌 1으로 끝내는 건 나름대로의 목표와 방향이 있기 때문일테고, KBS와 시청자는 그런 그의 선택을 충분히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 KBS는 더 이상 [1박 2일] 합류 문제를 두고 이승기를 괴롭히지 말았으면 좋겠다. 특히 보기만 해도 눈살 찌푸려지는 그 '더러운' 언론플레이는 이제 제발 그만두길 바란다. 방송사의 권력은 그렇게 사용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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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연예대상]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이경규, 신동엽, 유재석, 김병만, 이승기가 대상후보로 오른 가운데 2011년의 마지막을 빛낼 '영광의 주인공'이 누가 될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과연 영예의 KBS 연예대상은 누가 수상할 것인가.


KBS 연예대상의 가장 유력한 후보는 역시 김병만이다. 올해로 네 번째 연예대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그는 강호동이라는 강력한 경쟁자의 부재로 인해 연예대상을 '우선 예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그콘서트] '달인'을 통해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은데다가, 지난 3년간 대상 문턱에서 번번히 미끌어진데 대한 동정론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개그콘서트]가 20% 중반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전성기 시절의 '포스'를 회복하고 있다는 것도 대단한 플러스 요인이다. [개그콘서트]를 대표해서 대상 후보에 오른만큼 그에게 대상이 돌아갈 확률은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그가 만약 이번에 KBS 연예대상을 수상하게 된다면 2003년 박준형 이래 [개콘] 출신 코미디언으로는 무려 8년만에 두번째 수상을 하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허나 올해에도 마찬가지로 김병만의 대상수상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예상 외로 돌발변수가 너무 많이 나온데다가 강호동 대신 연예대상에 출전한 이승기의 견제가 만만치 않다. 오히려 2011년 KBS 연예대상의 주인공은 김병만이 아니라 이승기가 더 어울리는 지경에까지 도래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상황이 연출된 것일까.


지난 3년간 김병만이 [개그콘서트]에서 온몸을 불사르는 투혼을 발휘하며 독보적인 활약을 했다는 건 충분히 인정할만 하다. 허나 2011년, 올 한해의 실적만 따져 보자면 [개콘]에서의 김병만은 다소 주춤하고 식상했던 것이 사실이다. '달인'이란 코너가 4년 가까이 방송 되다보니 소재가 고갈되고, 매너리즘에 빠지는 등 내부적으로 치명적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11월 13일, 달인의 폐지를 결정하고 [개콘]에서 전격 하차했다. 주위에서는 "연예대상을 받기 위해 한 달 정도만 더 하는 것이 좋겠다"고 설득했지만, 김병만은 "내가 더이상 보여줄 것이 없는데 상에 연연하는 건 비겁한 짓이다"라며 망설임 없이 코너를 접기에 이르렀다. 그 스스로도 [개콘]에서의 부진을 인정한 셈이다. 


오히려 올 한해 그의 활동은 KBS가 아니라 SBS에 치중되어 왔다. [1박 2일]과 맞붙어 10% 가까운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던 [김연아의 키스 앤 크라이], 금요일 밤 10% 초중반대의 시청률을 내며 시청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는 [정글의 법칙] 등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활약을 펼친 그는 "새로운 SBS 간판 예능인" 이란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SBS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친정인 KBS로선 내심 서운할만한 상황이다.


특히 김병만이 내년에 [김연아의 키스 앤 크라이] 시즌 2 합류를 예고하고, 종편행을 선택하는 등 다른 방송사와의 접촉을 늘려나가면서 상대적으로 KBS와 소원해 진 것 역시 대상수상에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눈에 띄는 성과가 없었을 뿐 아니라 방송사 공헌도 역시 현격히 낮아지면서 김병만의 대상 '독주'는 이미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비해 김병만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이승기는 올 한해 시청률, 프로그램 활약상, 방송사 공헌도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냈다. 강호동이 빠진 뒤 최대 위기를 맞이한 [1박 2일]을 안정적으로 이끈 그의 노력은 KBS 예능국이 감동할 정도로 헌신적이었다. 어린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메인 MC로서 전체를 조망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완벽히 해내는 등 예능인으로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와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게다가 이승기는 몇 번의 하차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4년간 변함없이 [1박 2일]을 지켜낸 공로가 있다. 이승기 같은 톱스타가 예능 프로그램에 이렇게까지 장기적으로 출연한 전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허나 그는 드라마에 출연할 때나, 음반활동을 할 때나 변함없는 활약으로 프로그램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냈다. 이승기가 [1박 2일]에 얼마나 큰 애정을 갖고 있는지 단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1박 2일]의 메인 프로듀서인 나영석 PD조차 "나날이 발전해가는 이승기가 놀라울 따름이다. 강호동의 빈자리를 잘 메워주고 있어 고맙다"고 말할 정도로 올 한해 이승기의 활약은 그야말로 눈이 부실 정도였다. 별다른 흔들림 없이 프로그램의 중심을 잘 잡아줬을 뿐 아니라 시청률, 활약도, 공헌도에서 독보적인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올 한해 성과로만 보자면 이승기의 활약도는 김병만에 비해 부족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그를 능가할 정도다. 항간에서는 이승기가 대상을 받기엔 아직 이르다고 하지만 KBS에서만큼은 이승기만한 대상감이 없다.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경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대상이 과분하다고 얘기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연예대상은 당해년도 가장 '빛난' 예능인에게 바치는 게 맞다. 이런 의미에서 2011년, 이승기만큼 빛난 예능인은 KBS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지금의 KBS는 과거 2001년 [MBC 방송연예대상]의 전례를 교훈삼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시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박경림은 스물 네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이경규, 김용만 등 쟁쟁한 후보들을 물리치고 연예대상을 수상했다. 이경규, 김용만에 비하면 새파랗게 어린 예능 새내기였던 그녀가 대상을 쟁취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당해년도 MBC에서 그 누구보다 활발히 활약했기 때문이다.


이승기도 마찬가지다. 나이, 경력 이런 것들은 모두 논외로 하고 '실적' 하나만 놓고 보자면 그가 대상을 받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경규, 신동엽, 유재석 등 쟁쟁한 라이벌들과 비교해 봐도 독보적인 성과를 냈을 뿐 아니라 위기 상황을 잘 수습하고 프로그램의 무게중심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가산점까지 붙어 있다. KBS 입장에서도 '톱스타'인 이승기를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 놓는 편이 유리하다.


올해 KBS 연예대상은 김병만이 받든, 이승기가 받든 누가 받아도 '손색'이 없다. 무조건 김병만이 받아야 된다고 말해서도 안 되고, 이승기가 대상을 수상할 자격이 없다고 이야기 해서도 안 된다 . 김병만은 [개콘]의 상징적 인물로서 그리고 지난 3년간의 노력과 공헌도로 대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고, 이승기는 [1박 2일]의 중추적인 인물로서 헌신적인 노력을 다 했다는 점에서 대상 수상자로서 부족한 점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올 한해의 실적만 놓고 봤을 때는 이승기가 김병만을 다소 앞서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이런 측면에서 김병만과 이승기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그간 KBS 연예대상의 '절대강자'였던 강호동의 빈 자리를 김병만-이승기 투 톱이 묵직하게 채우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든 상황속에서 과연 김병만, 이승기 중 KBS 연예대상의 주인공이 될 사람은 누구일 것인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시청자들은누가 받아도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박수를 쳐 줄 준비가 되어 있단 것이다.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기 위한 그들의 '선의의 경쟁'이 오랫동안 계속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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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다가오면서 각종 시상식에 관련된 기사 역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이 바로 'SBS 연예대상' 후보들에 대한 이야기다.


각종 언론에서는 "강호동은 떠났지만 유재석이 대상 수상을 하기엔 지뢰밭들이 많다"며 "특히 SBS 연예대상 같은 경우 이승기가 유력한 대상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유재석의 SBS 연예대상 수상을 이승기가 견제할 수 있는 것일까.


지난 5년동안 방송 3사 연예대상은 유재석-강호동 양강이 모두 독식하는 체제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구도가 다소 달라졌다. 강호동이 잠정은퇴를 선언하면서 그동안 공식화 되던 유-강 구도가 산산조각 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트 강호동'으로 거론되며 연말 시상식에서 유재석의 강력한 라이벌로 떠오른 사람이 바로 이승기다.


이승기는 강호동 잠정은퇴의 최대 수혜자로 손 꼽힌다. 강호동의 후계자로서 [1박 2일]과 [강심장]을 무난하게 이끌었을 뿐 아니라, 차분하면서도 센스 있는 진행실력으로 '차세대 1인자 MC'라는 타이틀을 비교적 이른 나이에 거머쥘 수 있게 됐다. 특히 [강심장]을 통해 원톱 MC로 자리매김한 그는 20명이 넘는 게스트와 패널들을 적절히 조율하며 강호동의 빈자리를 성공적으로 메웠다는 후한 평가를 받았다.


이승기의 비약적인 발전이 두드러지면서 그는 단숨에 SBS 연예대상의 유력한 대상 후보로 급부상했다. 강호동의 부재로 인해 다소 '김 빠진' 시상식이 될 뻔한 상황에서 유일하게 유재석을 견제할 수 있는 대항마로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SBS 연예대상 측에서도 유재석과 이승기를 동시에 띄워 긴장감을 조성하는 게 시청률 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반전'은 일어날 것인가. 이승기가 작년 강호동에 이어 SBS 연예대상을 수상하는 이변을 연출해 낼 수 있을 것인가. 물론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할 순 없다. 허나 이승기가 유재석을 제치고 연예대상을 수상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언론과 방송사가 '힘을 합쳐' 이승기를 유재석의 라이벌로 거론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게임이 되지 않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올 한해 유재석의 [런닝맨]은 그야말로 '펄펄' 날았다. 과거 [패떴]의 영광을 그대로 재현해냈다 할 만큼 시청률 고공행진을 연신 기록했다. 1년 6개월의 방영 기간동안 착실히 기틀을 다잡아 온 결과 강력한 경쟁작인 [남자의 자격]을 제치며 동시간대 1위 프로그램으로서 그 위치를 확고히 한 것이다. 여기에는 시청률이 낮을 때나, 높을 때나 한결같이 프로그램을 이끌어 온 리더 유재석의 공헌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런닝맨]은 각 방송사의 자존심이 걸려있는 주말 예능 패권을 만 1년 6개월만에 SBS에게 다시 되찾아준 효자 프로그램이다. 게다가 높은 광고 수익과 해외 판권 등으로 막대한 돈을 창출하고 있는 황금어장이기도 하다. SBS 예능 프로그램들 중 시청률, 수익 면에서 그야말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런닝맨]은 전적으로 유재석의 건의와 아이디어로 탄생한 프로그램이다. "더 나이들기 전에 게임쇼를 해보고 싶다"는 유재석의 바람으로 출범한 [런닝맨]은 유재석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온 몸을 내 던지는 살신성인에 힘입어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오게 됐다. 처음부터 끝까지 '유재석의 영향력'에 놓여있는 프로그램이 바로 [런닝맨]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SBS가 연예대상을 유재석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돌리는 건 상식적으로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만약 이번에 유재석이 대상을 못받으면 SBS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 실적면에서나, 공헌도면에서나 유재석을 따라 잡을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신흥대세' 이승기라지만 유재석의 위엄 앞에선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다. 올해는 제 아무리 강호동이 버티고 있었다해도 유재석에게는 게임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이승기가 [강심장]을 지금껏 잘 이끌어 온 공헌은 충분히 인정할만 하다. 또한 강호동이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큰 흔들림 없이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한 것 또한 박수쳐 줄 일이다. 허나 아직 그는 유재석의 '라이벌'이 되기엔 다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생각해보라. 유-강 구도가 도래하기까지 무려 20여년의 세월이 걸렸는데, 이승기가 어찌 하루아침에 유재석을 견제하는 대항마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어찌보면 최근의 '유재석 vs 이승기' 구도는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방송사와 언론의 이슈 만들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승기는 예나 지금이나 "나는 호동이 형이 만들고 닦아온 프로그램을 잘 이끌어가는 것 뿐" 이라며 "MC로서 여전히 많은 걸 배워야 하는 초보" 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즉, 언론이 몰아가는 현재의 대상수상논란은 실상 이승기 본인도 원하지 않는 왜곡된 구도인 셈이다.


이승기는 그 누구보다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잘 파악하고 있는 현명하고 진중한 MC다. 그렇기에 최근의 '유재석 대항마' 따위의 부추김에 흔들릴 필요도 없고, 흔들리지도 않을 것이다. 오직 자신에게 주어진 롤에 최선을 다하며 '이승기만의 길'을 묵묵히 걷는 것이야말로 진정 이승기다운 대처법이다. 지금껏 그래왔듯이 섣부른 주변의 설레발에 중심을 잃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아울러 2011년, 말 그대로 동분서주 뛰어다니며 [런닝맨]을 SBS에서 가장 주목받는 프로그램으로 만든 유재석에게도 찬사의 박수를 보낸다. 올 한해의 예능계는 부정할 수 없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이었다. 강호동이 없어도 그가 있었기에 대중은 외롭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빛나는 그의 존재감과 열정, 타고난 재능이 그저 감탄스러울 뿐이다.


이제 2011년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국민MC' 유재석과 '차세대 국민MC' 이승기가 모두 자신의 위치에서 마지막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고 또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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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은 언제 돌아올 것인가.


여전히 예능계 초미의 관심사는 '강호동 컴백'에 맞춰져 있다.


믿을만한 원톱 MC가 전무한 현재, 강호동 같은 거물 MC의 복귀는 예능계에 새로운 바람을 넣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강호동 2월 컴백설'이 방송가에 급격히 회자되고 있다. 강호동 컴백을 둘러싼 극비 프로젝트의 전말은 무엇인가.


지난 9월 세금 문제로 방송계를 잠정은퇴한 뒤, 자택에서 두문불출하고 있는 강호동이지만 여전히 그는 방송가에서 가장 '핫'한 인물이다. 잠정은퇴이니만큼 언제든지 돌아올 가능성이 높은데다가 강호동 컴백에 대한 여론의 동향 역시 대단히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강호동 '본인'만 마음을 먹는다면 방송가는 언제든지 강호동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강호동 2월 복귀설'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대두되고 있다. 일정기간의 자숙기간을 거친 강호동이 [1박 2일] 종영과 맞물려 마지막회에 깜짝 출연하며 복귀 선언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부터, 여론의 움직임을 살펴 새로운 프로그램을 론칭한다는 설까지 '구제적인' 복귀 방안이 떠돌고 있다. 항간에선 강호동 측근을 중심으로 이미 극비 컴백 프로젝트가 가동됐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그렇다면 강호동 2월 복귀설은 과연 가능성이 있는 것인가. 몇 가지 이유로 살펴볼 때, 내년 2월이 강호동 컴백의 최적기라는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시기적인 문제 뿐 아니라 여러가지 '돌발변수'가 강호동 컴백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내년 2월은 강호동이 잠정 은퇴를 선언한지 딱 6개월이 되는 시기다. 말 그대로 너무 길지도, 너무 짧지도 않은 가장 알맞은 시점이란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예능계의 트렌드상 1년 이상 휴식기를 가진다는 건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이 정도 시기에서 복귀 선언을 하고 조심스럽게 방송 출연을 검토하는게 가장 이상적이다.


게다가 2~3월은 전통적으로 방송사의 대대적인 '봄 개편'이 있는 시기다. 강호동이 개편철을 맞이해서 컴백 의사만 밝혀준다면 지상파 3사 어디든지 그를 위해 시간대를 내어줄 수 있다. 강호동으로선 별다른 불편 없이 자신의 새로운 프로그램을 론칭할 수 있을 뿐더러, 굳이 빈 시간대를 찾아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다. 그야말로 컴백을 위한 최적의 환경이 마련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강호동은 어떤 식으로 2월 복귀를 기획하고 있는 것일까. 가장 '서프라이즈' 한 방법은 역시 [1박 2일]을 통한 복귀다. 강호동의 상징적인 프로그램인 [1박 2일]은 내년 2월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있다. 강호동이 [1박 2일] 마지막 방송에 참여하면서 대국민 사과를 하는 한편, 전격적으로 방송 복귀를 선언하게 되면 그 파괴력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이러한 복귀 전략은 [1박 2일]에게도 나쁠 것이 없다. [1박 2일]은 어찌됐든 태생부터 강호동의 이름값에 의지해 출발한 프로그램이다. 이런 의미에서 처음과 마지막을 강호동과 함께 할 수 있다면 '국민 예능' [1박 2일]로서도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 된다. 이거야말로 강호동과 [1박 2일]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인 것이다.


친정인 MBC 복귀 역시 유력 검토대상이다. 주목할 만한 사항은 강호동 복귀 시점인 2월에 맞물려 [나는 가수다]의 김영희 PD가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복귀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김영희 PD는 공개적으로 "2월에 강호동과 함께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며 그에게 공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김PD가 몸소 강호동의 MBC 복귀를 위한 물밑작업을 진두지휘 하고 있는 셈이다.


김 PD의 차기작은 [일밤]의 새로운 코너일 가능성이 높다. 강호동이 김영희 PD의 러브콜에 응답해 그와 손을 잡는다면 [일밤]을 통해 주말 예능 황금시간대에 복귀하는 절호의 찬스를 맞이하게 된다. 강호동으로선 포기할 수 없는 기회다. MBC로서도 [1박 2일] 종영과 맞물려 '무주공산'이 된 일요일 6시 시간대에 김영희 PD-강호동만큼 승산 높은 카드도 없다. 김영희 PD 뿐 아니라 MBC 예능국 전체가 '강호동 복귀'에 남다른 관심을 쏟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강호동의 일요 예능 복귀가 확정될 경우, [강심장]과 [스타킹]에 컴백하는 수순 역시 함께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강호동 은퇴 이 후, 크나큰 홍역을 겪었던 두 프로그램은 최근 성장세가 주춤하며 현상 유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 즈음에 강호동이 다시 돌아온다는 건 프로그램 내부적으로 큰 활력소가 될 뿐 아니라 잃어버린 구심점을 되찾는다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강호동으로서도 주중과 토요일 황금시간대의 두 프로그램을 포기할 이유가 전혀 없다.


즉, 강호동의 측근들이 추진하고 있는 복귀 프로젝트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큰 틀에서 세 개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첫 번째는 [1박 2일] 막방 참여를 통한 2월 복귀선언, 두 번째는 김영희 PD와의 협력을 통한 일요 예능 복귀, 세번째는 [강심장][스타킹]을 위시한 주중 복귀다. 이렇게만 된다면 강호동은 방송 3사와 공고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성공적인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강호동 본인의 의지다. 잠정은퇴 직후보다 많이 누그러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강호동은 2월 복귀에 대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택에 머무르고 있는 시간이 많을 뿐만 아니라 언론과의 접촉 역시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허나 최근들어 친분이 있는 기자들과 전화통화를 시작하는 등 급격히 평상심을 되찾고 있어 심경에 변화가 온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가 2월 컴백과 관련해 장고에 돌입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이번 채널 A에서 터뜨린 '강호동 야쿠자 연루설' 같은 낚시성 보도는 강호동의 컴백 의지를 더욱 자극한 사건이 됐다. 강호동은 이례적으로 채널 A의 보도에 정면으로 반박하며 종전과는 전혀 다른 공격적인 태세로 언론의 흠집내기를 방어했다. 강호동 측에선 이번 야쿠자 연루설 정도는 방송가에서 계속 활동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보도로 판단하고 있다. 즉, 언론의 흠집내기 보도가 계속되기 전에 조기 컴백해 영향력을 회복하는 것이 차라리 '자기방어'에는 유리한 측면이 있단 것이다.

 


이런 일련의 상황 변화 속에서 강호동은 2월 컴백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강호동 은퇴 이 후, 유재석 독주체제가 굳어지고 있는 현재의 예능계 역시 누구보다 강호동의 '선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기에는 강호동 컴백으로 예능계에 새 바람을 불어 넣겠다는 공통의 목표와 3월 개편철에 승리하기 위해선 강호동 같은 '빅카드'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경쟁의식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


만약 강호동이 내년 2월 컴백을 포기한다면 그의 칩거는 예상 외로 상당히 길어질 수 있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의견이다. 최적의 컴백시기를 포기할 정도라면 잠정은퇴가 아니라 영구은퇴로 이어질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반대로 강호동이 장고 끝에 방송 복귀를 결정한다면 컴백 선언은 2월, 늦어도 3월 초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택은 신중히, 행동은 빠르게" 하는 강호동의 성격상 내년 1~2월 중엔 가타부타 결정이 나올거란 이야기다.


과연 강호동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지금처럼 침묵을 지키며 칩거 생활을 유지할 것인가, 화려한 복귀를 통해 새로운 예능인으로서 다시 태어날 것인가. 당대의 '국민 MC' 강호동의 컴백 프로젝트는 지금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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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실이라는 희극인이 대중에게 다가가는 방식은 참으로 특이하다. 다른 희극인들이 어떻게든 대중들의 비위를 맞추려고 애를 쓸 때, 이경실은 독불장군식으로 자신의 방식만을 고수하며 '좋으면 받아들이고 싫으면 말아라'는 식의 태도로 일관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이경실은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예능 스타일을 선보이는 희극인 중 하나다. 그러나 이경실의 개그 스타일을 보면 호보다는 불호쪽이 훨씬 더 많은 양상을 보인다. 대중들의 관심을 얻는데 실패했다는 이야기다.


 이경실은 왜 대중들의 호감을 얻는데 실패했을까. 그리고 그는 왜 아직까지 대중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희극인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모든 희극인들이 한가지 목표를 위해 고군분투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대중들의 호응을 얻는 것. 웃음을 주어서든 자신만의 개그 방식을 구축해서든 대중들이 원하는 진행방식을 사용해서든 그들은 대중들의 마음속에 자리잡고자 한다. 대중들이 웃어주지 않을 때, 그들의 생명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전혀 동떨어진 방식을 사용하는 이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이경실이다. 이경실은 대중들의 마음을 얻으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일단 지르고 보는 스타일에 가깝다. 설사 그 모습이 대중들을 끌어당기기 위해 계산된 것이라 하더라도 대중들은 그녀가 전혀 대중들과 소통하지 않으려 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것은 이경실이 사용하는 어투 때문이다. 이경실은 상대방을 공격하고 깔아뭉개면서도 자신은 절대 망가지지 않으려 한다. 이경실은 자신을 공격하는 사람들에게는 눈을 부릅뜨고 두 배 세 배로 반격하고 더 크게 소리지르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한다. 사실상 이경실의 기에 눌려 이경실에게 독설을 퍼부어 줄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다. 꼭 이겨야 직성이 풀리는 뉘앙스의 이경실 수다는 대중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이경실은 과거 무릎팍 도사에서 말했다. "신동엽이나 유재석처럼 하면 모두 좋아하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나나 강호동씨 같은 사람은 성격상 그러지 못한다." 이경실은 자신의 개그스타일을 이해시키려 강호동을 끌어들였지만 사실상 강호동과 이경실의 개그스타일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강호동은 힘을 쓸 때는 쓰지만 망가질 때는 철저히 망가질 줄 아는 예능인이다. 가끔씩 지나치게 힘을 사용하거나 오버 액션을 해서 부담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동생들에게 당해줄 줄도 알고 초라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면서 강함과 부드러움을 적절히 조율해 낼 줄 안다. 강호동은 무조건적인 독재자가 아니라 힘있는 리더상에 더 가깝다.


 오히려 이경실의 스타일은 박명수와도 비견될 수 있다. 박명수의 호통개그는 이경실의 독살맞은 아줌마 수다와 닮아있다. 하지만 박명수는 지금 칭찬받고 이경실은 지금 비난 받는다. 그 이유 역시 박명수와 이경실이 개그 후에 보이는 태도 차이 때문이다. 박명수는 호통을 치지만 만만하다. 호통이 개그로 승화될 수 있는 것은 그가 호통을 치며 모두를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사람들로 부터 비웃음을 사기 때문이다. 박명수 곁에 무한도전 멤버들이 없다면 박명수의 호통개그가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의 개그를 개그로 승화시키는 것은 박명수를 끊임없이 망가뜨리고 '하찮게'만든 무한도전 멤버들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이경실은 언제나 어디서나 기가 꺾이는 법이 없다. 자신이 속에 있는 말을 모두 꺼내놔야 하고 어디가나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져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사람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다 포용할 수 있는 길은 이경실의 개그가 웃음으로 승화되는 수 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인 동시에 이경실의 딜레마는 이경실이 하는 말이 아줌마 수다 이상의, 대중 기호에 맞는 웃음을 창출해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너무 강한데다가 우습지도 않은 개그를 대중들이 받아들여야 할 이유는 없다. 웃음으로 승화시키지도 못하는 개그감각은 이경실이 여성 코미디언으로서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길을 완전히 차단 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경실에게는 지금 무한도전 멤버같은 주변인들이 없다. 무한도전을 모태로 한 것이 분명한 케이블 프로그램, 여자만세에 출연해서도 이경실은 언제나 위에 있었고 언제나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하려 했다. 모 후배가 자신의 부탁을 거절한 것에 대한 뒷담화를 할 때도 그랬다. 자신의 의견을 묵살한 것이 기분 나빴다 하더라도 방송에서 그 후배의 욕을 하는 행동은 삼갔어야 했다. 욕을 하더라도 "나한테 감히 굴욕을 주다니"같은 뉘앙스로는 하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이경실의 스타일이다. 그리고 그 스타일은 대중들에게 눈살 찌푸려지는 행동이 될 때가 많다.



 그것은 이경실 주변사람들에게는 이경실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수는 있어도 시청자들이 편안함을 느끼는 개그를 창출해 내지는 못한다. 게다가 이경실은 혼자서 말로 좌중을 휘어잡을 수 있는 개그를 선사하지도 못하고 있다. 이것이 이경실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경실은 이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자신의 개그가 과연 소수의 지지층이라도 확보하는 그런 것인지를 말이다. 이경실의 개그는 결코 매니악하지도 않다.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아줌마 수다같은 내용에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려 지나치게 노력하는 형국에 불과하다. 이런 평범하면서도 불편한 수다를 반길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그것은 사실상 개그라 불리기도 민망한 것이다. 


 같은 아줌마 수다를 구사하는 박미선의 경우만해도 스스로 자신을 낮출 줄 안다.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을 아줌마라는 이유로 편안하게 던지면서도 자신의 가족사나 자신의 약점을 스스럼 없이 드러내며 상대방에게 공격할 기회를 준다. 그것이 바로 박미선과 이경실의 차이다. 같은 독설을 해도 박미선이 훨씬 부드러울 수 있는 것. 그것은 대중들에게는 편안함으로 다가온다. 



 물론 이경실이 박미선과 똑같아 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경실은 스스로 망가질 줄 알아야 한다. 얼굴표정이나 오버를 통해 망가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낮추고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줄도 알아야 한다. 결코 건드릴 수 없는, 자존심 센 독재자의 모습이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자신의 틈을 내보이고 그 약점을 공격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또한 논리없이 여기저기 이어지는 수다보다는 재치있고 기발한 한마디가 절실하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희극인도 개성이 있고 모두 똑같을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대중들이 외면하는 개성이 과연 희극인에게 의미가 있는가. 얼굴을 보는 것 마저 불편해져 버린다면 그것은 한마디로 희극인으로서 실패라 할 수 있다. 결국 대중들이 있기에 그들도 있다. 대중에게 한 발 더 다가서려는 노력이 없이는 이경실의 개그가 편안하게 다가오는 일은 없을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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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합편성 채널이 출범한 것에 대해 어떤 이는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이고 어떤 이는 부정적으로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언론이라는 것이 어느 한 쪽에 기대어 무조건적인 편들기 식 호도를 하는 목적을 가진 것 처럼 보인다면 분명 문제가 있는 일이다. 정치든 사회든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점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투명하게 끌고 나가야 할 책임이 있는 언론이 한 방송국을 소유하여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세상을 주무르려 한다면 그것 만큼 꼴보기 싫은 행태도 분명 없을 것이다.


 종편이 출범하자마자 역시 여러 문제점들이 생기고야 말았다. 먼저 타겟이 된 것은 김연아다. 김연아는 종편채널인 TV조선과 JTBC에 앵커로 고용되었다는 의혹을 받고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김연아측은 이 앵커 변신 의혹에 정면으로 반박하며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근황을 소개한 적은 있어도 특정 채널 지지를 선언하거나 앵커로 고용된 것은 아니다."라는 성명을 냈다. 하지만 여전히 김연아에 대한 비난은 멈출줄 모르고 있다. 김연아가 축하 메시지조차 보내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이 중론.


 이후, 또 한 스타가 구설수에 올랐다. 역시 종편채널인 채널A는 강호동과 야쿠자의 연계설을 소개하면서 그 증거로 무려 23년 전의 얘기를 꺼내 들었다. 23년전, 조직 폭력배가 동원된 모임에 강호동이 참석 했다는 것. 말그대로 황당한 보도가 아닐 수 없었다.


 이 둘은 결국, 종편의 노이즈 마케팅과 구설수 홍보전략의 '희생양'이 되고야 말았다. 


 먼저 김연아의 경우를 살펴보자. 종합편성채널에 축하 메시지를 보낸 것이 '앵커 선언'으로 부풀려진 것 자체가 일단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종편이라는 단어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물론 축하 메시지조차 달갑지 않게 여기고는 있지만 언론사의 요청을 거부하기란 그다지 쉬운일이 아니다.


 김연아같은 운동 선수의 경우, 그동안 우호적인 기사를 발행했던 언론사의 요청에 적대적으로 일관하는 일은 힘든일이다.운동선수의 경우, 그런 인터뷰나 축하메시지를 거부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인 색깔로 비춰질 수 있다. 운동선수는 어디까지나 중립적인 위치에 서 있다. 그의 축하메시지 한번으로 정치적인 색깔을 띄었다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종편의 행태는 물론 경각심을 가지고 지켜 볼 일이지만 종편 출연 한 번으로 엄청난 죄를 지은 양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 


 꼭 종편이 아니라 케이블 방송도 어느 한 쪽으로 편향된 경향을 보일 수 있다. 김연아 선수는 그간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 상당히 우호적으로 대했다. 그 모든 언론의 인터뷰를 일일히 따져가면서 여기는 어디를 지지하니까 출연 금지고 여기는 어디를 지지하므로 출연하겠다 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 오히려 더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김연아는 단지 언론의 요청으로 인터뷰를 한 것 뿐이고 그 행동을 비난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종편에 대한 감정이 김연아 선수 개인으로 옮겨가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소리다.


 물론 종편행을 거부한 스타들도 있다. 그 스타들의 신념은 멋지고 대단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스타들이 종편의 출연요청을 거부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종편도 방송 채널이고 스타들도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스타들은 프리랜서로서 자신이 설 수 있는 곳, 자신을 대우해 주는 곳을 찾게 될 수 밖에 없다. 정말 종편을 망하게 할 심산이라면 그런 스타마케팅에도 불구하고 그런 방송을 합심해서 보지 않는 수 밖에는 없다. 종편에 출연하는 스타들까지 모두 종편을 지지한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종편 채널의 출연여부로 호불호가 갈리는 것 또한 대중들의 몫이다. 하지만 결국 출연을 거부할 수 있는 사람들 보다는 출연을 할 수 밖에 없는 스타들이 더 많게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스타들도 결국은 이익을 내야하는 위치에 서 있고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그들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그다지 쉬운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정치색과 상관없이 좋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은 욕구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종편에 출연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이미지마저 결정짓는 것은 조금은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종편 자체의 타락성은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한다. 벌써 부터 종편의 언론 호도가 시작된 것이 너무도 자명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리고 바로 그런 보도 행태때문에 스타들의 종편행 거부가 더욱 어려워 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종편의 만행은 강호동에 대한 보도에서 극명해 지고야 말았다. 종편은 무려 23년 전의 일을 끄집어 내며 강호동이 고등학생 때 참석했던 모임을 언급하고 야쿠자와의 관계설을 주장했다. 씨름대회 뒤풀이로 간 자리가 조폭과 연계되었다는 어처구니 없는 보도내용을 방영하고 만 것이다. 이 일이야 말로 자신들의 입맛에 맞춰 이리 저리 끼워맞춘, 황당하고 치졸한 복수극에 불과하다. 


  강호동이 세금 문제로 구설수에 오른 후, 잠정 은퇴를 선언한 뒤 종편의 끊임없는 러브콜이 이어졌다. 채널A역시 이런 러브콜을 보낸 채널 중 하나였다. 하지만 강호동은 이런 제의를 모두 거절했고 이를 괘씸히 여긴 채널 A측의 복수가 바로 이런 식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바로 이것이 이미지를 먹고 사는 연예인들이 가장 경계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종편을 적으로 돌리면 이런 어처구니 없는 보도 내용이 전파를 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지금처럼 황당하기 짝이 없는 내용이라면 영향력이 크지 않을지 모르나 점차적으로 교묘하고 간교하게 조작된 내용들이 종편을 통해 방송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어쨌든 영향력이 있는 방송사를 적으로 돌리는 것은 스타들이 쉽게 감행할 수 없는 행위다.


 우리는 김연아나 강호동의 사례를 통해 알아둬야 할 것이 있다. 그들에게 방송을 적으로 돌리라고 한마디로 단언할 수 없다는 것과 종편채널에서는 편협하고 이기적인 방송 행태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런 언론의 대중 기만을 좌시하지 않는 것은 종편채널을 보지 않는 것, 그 한가지 방법밖에는 없다. 그것만이 시청자가 할 수 있는 대응이다. 


 그 채널에 출연하는 모든 사람들을 비난하는 것은 거의 모든 스타들을 비난 해야 하는 일이 되어 버릴 공산이 크다. 종편이 희생양으로 삼은 사람들을 비난하기 보다는 막대한 자금력을 투입하야 스타들을 '이용'하고 치졸한 '복수극'을 감행한 그들의 행태를 규탄해야 할 것이다. 결국 시청자들이 아무리 안타까워 해도 종편을 보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록 그 영향력은 막강해 질 수 밖에 없다. 진정으로 종편에 복수 하고 싶거든 그 채널을 삭제 하는 것만이 답이다. 무관심. 적어도 그것보다 무서운 적은 언론에게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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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규가 흔들리고 있다.


2010년 화려한 부활을 선포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또 다시 슬럼프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위기의 근원은 단연 [남자의 자격]이다. 작년 한해 이경규 신화의 1등 공신이었던 [남자의 자격]이 오히려 슬럼프를 부채질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해 버렸다.


악몽 같았던 기나긴 슬럼프가 또 다시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이경규는 방송 예능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가 코미디언으로서, 예능 MC로서 방송가를 휘젓고 다닌지 무려 30년째다. 주병진, 김병조, 심형래, 서세원, 남희석, 신동엽, 유재석, 강호동 등 당대의 코미디언들이 30년의 세월동안 수없이 세대교체를 반복하는 사이 이경규만은 오로지 이경규로 남아 대중의 곁에 머물렀다.


MBC [일밤]의 좌장으로 MBC 주말 예능의 부흥을 이끌었던 그는 '개그맨 예능국장'이라는 별칭까지 얻을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몰래카메라'를 시작으로 '양심냉장고''건강보감''대단한 도전'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메가 히트 프로그램이 이경규의 손을 거쳐 줄줄이 탄생했다. 6번의 MBC 연예대상 수상이라는 전설적인 기록은 그의 위엄을 증명해준다.


그랬던 그가 2007년을 기점으로 속절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강호동의 [1박2일] 출범 이래 이경규가 이끌던 [일밤]의 아성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리얼 버라이어티로 급변하는 예능 트렌드에서 이경규는 별다른 힘도 쓰지 못하고 주말 패권을 고스란히 강호동에게 반납했다. MBC 내부에서 "이경규 무용론" "이경규 퇴출론"이 힘을 얻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이다.


결국 이경규는 20년을 한결같이 함께 했던 [일밤]에서 일언반구 변명조차 하지 못한채 퇴출됐다. "오랜시간 일한 직장에서 강제 퇴작당한 느낌"이라던 이경규에게 [일밤]은 끝끝내 설욕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경규의 [일밤] 퇴출은 방송가에서 대단한 화젯거리가 됐다. 영원한 MBC 맨임을 자처했던 이경규가 끝내 시청률 부진을 이유로 MBC에게 '토사구팽' 당했다는 조롱부터, 이제 이경규 시대는 끝났다는 부정적 의견까지 속출했다.


하지만 호락호락 당할 이경규가 아니었다. 2008년 [놀러와]에 출연해 "다시 한 번 우뚝 설 수 있는 계기가 있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던 그는 KBS [해피선데이]에 둥지를 틀고 [남자의 자격]을 출범시키는 파격을 연출했다. MBC에서부터 절친한 관계를 맺어온 김국진, 이윤석을 필두로 김태원, 김성민, 이정진 등 새로운 파트너들과 손을 맞잡은 [남자의 자격]은 이경규가 숨겨 둔 필승카드이자 히든카드였다.


시청률 한 자릿수로 시작한 [남자의 자격]은 2009년 중후반부터 점점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가파른 상승곡선을 이어나갔다. 경쟁작이었던 [패밀리가 떴다]에 더블 스코어차로 지고 있었던 시청률 차이는 날이 갈수록 줄어들었고, 급기야 [패밀리가 떴다]를 역전하면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는 기염마저 토했다. [남자의 자격]에 사활을 걸었던 이경규의 절치부심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한 번 오른 기세는 끝없이 이어졌다. '합창단 도전'이라는 메가히트 킬러콘텐츠가 터지면서 급기야 시청률은 30%대를 왔다갔다 하게 됐다. 말 그대로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일으키며 예능의 신기원을 마련했던 평가를 받은 '남자의 자격-합창단'편은 이경규의 완벽한 부활을 선포하는 통쾌한 한방이었다. 이경규 신화의 건재함을 그 스스로 증명해 보인 것이다.


결국 그는 2010년 강력한 경쟁자였던 강호동, 유재석, 김병만을 물리치고 영예의 KBS 연예대상의 주인공이 됐다. 통산 7번째 연예대상 수상이자, 첫 KBS 연예대상 수상이었다. 이경규는 KBS 연예대상을 수상하면서 "대상은 역시 운 좋은 놈한테 돌아가게 되어 있다"면서 너스레를 떨 정도로 여유 있는 모습까지 보였다.


그런데 이 영광의 순간이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이 시점에 또 다시 '이경규 위기론'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가장 심각한 균열을 보이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그에게 대상을 안긴 [남자의 자격]이다. 2011년 들어 시청률이 점점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최근에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자리도 내줬다.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다.


2011년 초반까지만 해도 10% 중반대의 준수한 시청률을 기록하던 [남자의 자격]은 요즘들어 유재석이 이끄는 [런닝맨] 군단에 속수무책 당하며 무너지고 있다. 하락세가 눈에 띄게 심각해지고 있음은 물론이요, 별다른 타개책조차 보이지 않는다. 김성민 퇴출과 이정진 하차 이후 상승동력은 완전히 꺾여있고 분위기 역시 침체됐다. 한 때 남녀노소 모두가 즐겨 보던 [남자의 자격]이 지금은 중장년층만 즐겨보는 '올드한 프로그램'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4개월동안 지루하게 계속 된 '청춘합창단'은 [남자의 자격]의 올드함을 더욱 가중시켰다. 재미보다는 감동에 치중했던 '청춘합창단' 미션은 주말 예능 격전지에서 다소 핀트가 어긋난 기획이었다. 재미와 감동 두 마리를 다 잡은 시즌 1과 달리 마치 인간극장을 보는 듯한 시즌 2는 스릴과 긴장감을 무기로 무섭게 달려든 [런닝맨]을 당해내지 못했다. 합창단이란 킬러 콘텐츠에 너무 의지하나 나머지 [남자의 자격]이 자충수를 두고 제 스스로 나자빠진 셈이다.


게다가 내년 2월이면 든든한 동료였던 [1박2일]이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그 동안은 시청률이 어느 정도 안 나와도 [1박2일]의 높은 시청률이 어느 정도 커버해줬지만 내년 2월이면 [남자의 자격]이 [해피선데이] 간판코너가 된다. [1박2일] 종영 뒤 [해피선데이]가 흔들리거나 좌초된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남자의 자격] 좌장인 이경규에게 돌아간다. 이경규로선 어떤 식으로든 반전을 모색할 때다.


[남자의 자격]이 휘청거리고 있는 사이 이경규가 진행하는 또 다른 프로그램들도 큰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놀러와]의 대항마로 편성된 [힐링캠프]는 제대로 힘도 못 써보고 동시간대 시청률 꼴찌로 전락해 있고, [붕어빵] 역시 [우리 결혼했어요]에 밀려 동시간대 시청률 2위를 기록 중이다. 케이블 [화성인 바이러스]는 방송 때마다 논란이 되는 등 구설에 제 몸 하나 가누기 힘든 상태다.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이 모두 총체적 난국에 빠지면서 방송가에서는 또 다시 슬슬 '이경규 무용론'이 대두되고 있다. 자칫 KBS가 MBC처럼 주말 예능 부진의 책임을 물어 이경규를 경질시키는 특단의 결정을 내릴 경우 이경규 신화는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내리게 된다.


이건 이경규에게 있어 최악의 시나리오다. 허나 대책이 없다. 프로그램은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침체기에 빠져들었고, 마땅한 해결카드도 준비된 것이 없다. 그렇다고 경쟁작이 제 풀에 나가 떨어지길 바라기도 힘든 처지다. 유재석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주말 예능에서 영향력을 잃어버린다는 건 과거 [일밤]의 악몽을 재현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자칫하다간 회복하기 힘든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올해 초 [승승장구]에 출연했던 이경규는 "다시 한 번 슬럼프에 빠진다면 극복할 자신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허나 현재의 이경규는 안타깝게도 또 다시 긴 슬럼프에 빠져들고 있는 형국이다. [남자의 자격]에 혁신을 가하든, 아니면 새로운 프로그래을 론칭해 도전에 나서든 어떻게든 승부를 봐야할 상황이 도래한 셈이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죽도 밥도 안 되고 만다.


지금껏 이경규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언제나 '강력한 한 방'을 준비해 왔다. 과연 이번 위기를 맞아 그는 또 한 번 통쾌한 역전 홈런을 날리며 이경규 신화의 건재함을 과시할 수 있을까. 30년 동안 대한민국 예능계를 진두지휘했던 '이경규 신화'가 존폐의 기로에 아슬아슬하게 서게 됐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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