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요정 김복주>(이하 <역도요정>)의 이야기는 잔잔하다.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지도, 현실같지 않은 판타지도 없다.  살을 찌웠다고 해도 역기를 들기에는 너무 가녀리게 보이는 타이틀 롤 이성경의 몸매가 판타지라면 판타지일까. 이야기는 체대생들의 풋풋한 사랑이야기를 훑으며 자극적이지 않게 흘러간다.

 

 

 



수목드라마 전쟁 속 <푸른바다의 전설>(이하 <푸른바다>)는 예상대로 1위를 했고, 압도적으로 경쟁작들을 눌렀다. 1, 2회에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부분이 있었지만 4회에 17%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압도적인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경쟁작 <오! 마이 금비>는 시청률이 살짝 하락하며 5.2%를 기록했고 <역도요정>은 동시간대 꼴지로 4.6%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아무리 시청률의 파이가 작아지진다 하더라도 5% 이하의 시청률은 아쉬운 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케이블 채널의 시청률도 5%를 넘는 경우가 허다한 판국에 공중파 드라마가 5%정도의 시청률을 기록한다는 것은 자존심 문제다. 그러나 5회까지 방영된 <역도요정>은 시청률에 상관없이, 좋은 드라마로서의 가치가 충분히 있다.

 

 

 


 
<역도요정>의 주인공 김복주(이성경 분)는 예쁘지 않다. 패션은 운동복이 고작이고 머리 스타일 역시 선머슴 같은 분위기로 잘랐다. 이성경은 물론 모델 출신의 개성적이고 화려한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정석 미녀는 아닌 까닭에 김복주의 이미지를 한 층 더 부각시키는 데 성공했다. 김복주의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펑퍼짐한 스타일의 옷에 걸음걸이나 말투까지 연구한 이성경은 <역도요정>에서 처음으로 배우로 보일 정도다. 다혈질에 선머슴처럼 걷는 김복주는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그가 사랑스러울 수 있는 까닭은 솔직하기 때문이다. 굳이 자신을 포장하려고 하거나 가식을 떨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그 때의 감정에 충실할 수 있는 캐릭터로 사랑스러움을 극대화 시켰다.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 스타일이 아닌 까닭에 다소 낯설지만 그 낯설음은 분명 신선하고 기분 좋은 것이다.

 

 

 


남자 주인공 정준형(남주혁 분) 역시 전형적인 재벌남이 아니다. 수영 천재라는 재능을 가지고도 아직 재능을 꽃피우지 못했고, 가정사로 인해 사촌 형 집에서 자라야 했다. 수영선수에 훈훈한 외모라는 설정이 붙었지만, 로맨틱 코미디의 남자 주인공으로서의 능력치는 한참 모자르다. 그러나 바로 그 점 때문에 <역도요정>만의 분위기가 생긴다.

 

 

 

 

 

단순히 예쁘고 잘생긴데다가 능력마저 출중한 주인공들이 모여 운명적인 사랑을 하는 드라마가 아니라, 아직 세상과 싸워야 하는 청춘들이 모여 순수하고 풋풋한 캠퍼스 로맨스를 펼쳐 보인다는 것 자체로 그 젊음은 한없이 싱그럽다. 젊기에 가진 것은 많지 않지만, 젊기에 계산하지 않을 수 있고, 자신에게 솔직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잃어버린 순수에 대한 동경을 자극하며, 드라마의 청량감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그 젊음을 캐치해 낸 것 만으로 주연이고 조연이고 할 것 없이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향기가 느껴지는 것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역도요정>은 <푸른바다>를 시청률로 이기기에 역부족인 드라마다.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요리로 도배된 <푸른바다>의 이야기를 상대하기에는 <역도요정>은 지나치게 수수하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3%대로 시작한 시청률은 상승했다. 그것은 <역도요정>이 보여주는 풍경이 화려하고 멋있지는 않아도 소소하게 마음 속을 채워주기 때문일 것이다.

 

 

 



전형적이지 않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자극적이지 않지만 그래서 마음을 더 어루만지는 드라마가 바로 <역도요정>이다. 시청률은 아마도 끝날때까지 10%를 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단순히 그 하나로 평가받기엔 너무 가혹한 드라마가 될 가능성이 보인다. 단순히 시청률을 올리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이런 드라마 하나는 있어도 좋다는 그런 책임감으로 끝까지 웰메이드로 남아, 비운의 명작이 아닌 오래 오래 기억되는 드라마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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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PD의 <삼시세끼>는 또다시 10%가 넘는 시청률로 성공적인 귀환을 알렸다. 나PD의 전작 <꽃보다 청춘-아프리카 편>이 다소 실망스러운 성적을 낸 것을 두고 <삼시세끼>의 흥행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설왕설래도 있었지만 시청자들은 또다시 <삼시세끼>를 선택했다. 차승원과 유해진은 동성임에도 묘하게 부부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고 손호준과 남주혁은 형제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예능에 적용해 밥을 먹고 그 삼시세끼를 때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고즈넉한 분위기로 잡아낸다.

 

 

 

 

 


솔직히 말하자면 <삼시세끼>에는 웃음 포인트가 없다. 다만 그들이 관계를 형성하고 그 관계 속에서 주고 받는 감정과 끼니를 때우는 모습이 있을 뿐이다. 사람이 모이면 생겨나는 관계망을 가족이라는 형태로 만들어 내고 그 가족들이 오순도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아낸 것만으로도 <삼시세끼>는 흥행에 성공했다. 물론 이전의 <삼시세끼> 시리즈를 통해 차줌마, 참바다 등의 캐릭터를 이미 만들어 놓은 차승원과 유해진이 있었기에 가능한 얘기였다. 그러나 독설도 자극도 없는 <삼시세끼>가 또다시 성공이라는 이름을 거머쥔 것은 단순히 캐릭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빚어내는 ‘편안한’ 분위 때문이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차승원에게 손석희는 이런 말을 한다. “<삼시세끼> 속 차승원은 좋은 사람 같다.”. ‘좋은 사람’은 <삼시세끼>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족들을 먹이기 위해 메뉴를 선정하고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내는 차승원과 그 과정을 묵묵히 돕는 유해진. 그리고 그들을 따르는 손호준과 남주혁은 모두 ‘좋은사람’으로 묘사된다. 어느 누구 하나 반항하지 않고, 자신의 역할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다만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할 뿐이다. 좋은 사람들의 끼니를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이 예능에는 의미가 생겼다. 바로 ‘힐링’이라는 의미다.

 

 

 

현대인의 각박하고 바쁜 삶 속에서 힐링은 꽤 영향력 있는 화두가 되었다. 자극적이고 빠르게 돌아가는 예능 역시 그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겠지만 조용하게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리는 예능역시 그 가치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TVN이 새롭게 선보인 예능인 <내 귀의 캔디> 역시 힐링이라는 화두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중이다. 얼굴도 모르는 이성과의 통화를 통해 설레는 연예인들의 모습은 얼핏 그동안 답습해 왔던 가상 연애 프로그램의 변주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안에서 그들이 주고받는 대화들은 생각보다 진솔하게 와 닿는다. 서장훈의 ‘캔디’였던 윤세아가 흘린 눈물은 그들이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주고받는 대화가 오히려 더 솔직하게 다가갈 수 있음을 암시한다.

 

 

 


물론 그들이 진정으로 감정을 주고받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화면상에는 그런 모습으로 표현되는 것이 사실이다. 삶이란 생각보다 간단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참으로 복잡해 보인다. 마음 속에 상처와 아픔이 있어도 섣불리 내보일 수가 없다. 핸드폰 전화번호 목록을 아무리 뒤적여 봐도 내 마음을 토로할 사람은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친한 사람들은 있지만, 오히려 친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할 수 없는 말도 있다. 어색하고 민망한 나의 진짜 속마음은 오히려 상대방의 정체를 모를 때, 더 쉽게 튀어나오기도 한다.

 

 

 

 

 


 

마음을 연다는 것. 그것은 생각보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그 마음을 열 수 있는 상대를 구하는 것은 생각만큼 간단치 않다. 그런 상황에서 얼굴도 모르는 상대방이 따듯한 위로를 건네고 자신의 아픔도 이야기 해 주며 나에게 공감해 준다. 그것은 설렘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사실 그 안을 들여다 보면 설렘보단 내 마음을 이해해 주는 그 사람에 대한 고마움이 더 크다. 얼굴도 모르는 상대방에게 받는 위로. 그런 위로가 때로는 더 따듯하게 느껴진다. 아마도 현대인들에게는 그런 따듯한 위로가 필요한 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것. 그런 분위기를 연출한 것만으로도 예능의 가치가 생겨난다. 바쁜 하루 속에서 자신이 누군지조차 잊어버릴 만큼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에게 예능은 이제 단순히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 따듯한 위로를 건네는 방식으로 다가가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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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JTBC드라마 <밀회>의 설정을 접했을 때 들었던 감정은 호기심보다는 불편함에 가까웠다. 스무 살 차이 나는 커플의 사랑 이야기라니. 그것도 여성쪽이 스무살이 많다. 물론 사랑에는 나이도 국경도 중요하지 않지만 사회적인 통념상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은 분명히 있었다. 게다가 그 여성은 엄연히 가정이 있는 유부녀. 아무리 드라마의 소재가 다양 해 진다 해도 불륜을 메인으로 내세운 것은 자극적이고 텁텁한 막장의 느낌을 지워버릴 수 없게 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밀회>는 단순한 불륜드라마가 아니었다. 물론 불륜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그 불륜을 옹호하거나 아름답게 포장하는 드라마는 아니다. 다만, 그런 사랑도 있다고 담담히 읖조린다. 어느새 시청자들은 그에 동화된다.

 

 

 

 

그런 드라마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물론 김희애와 유아인의 연기력과 비주얼도 무시할 수 없다. 드라마 안에서 철저히 캐릭터로 녹아든 두 사람은 최고의 앙상블을 선보이고 40대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김희애의 얼굴과 몸매는 유아인과 서 있어도 그다지 큰 위화감을 조성하지는 않는다.

 

 

 

물론 아무리 그렇대도 불륜을 옹호 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스무 살 차이나는 어린 학생과의 사랑이라면 사랑의 과정이야 어쨌든, 한 때의 철없는 불장난쯤으로 보일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러나 밀회는 철저히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집중한다. 그렇다고 그들의 행동을 정당화 시키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 뒤에 숨겨진 사연들이 오히려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야기에 몰입시키게 만든다.

 

 

 

 

극중에서 오혜원(김희애)는 겉으로 보기엔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다. 재력과 능력, 그리고 교수인 남편까지. 그러나 그 실체를 들여다 보면 그 곳에는 언제나 살얼음판을 걷는 오혜원의 긴장된 발걸음이 있었다. 우아를 가장했지만 오혜원은 사실상 서한그룹의 시종에 불과했다. 온갖 잡일과 지저분한 일의 뒤처리를 맡아야 했으며 때로는 서로 다른 회장(김용건)과 사모님(심혜진)의 요구에 난감해야 했다. 친구인 서영우(김혜은)는 오혜원을 시기 질투하고 자신의 시녀처럼 부린다. 이 모든 것을 감내하고 남편(박혁권)을 교수로까지 만들었지만 남편은 여전히 속물적이고 철이 없다.

 

 

 

오혜원은 허울뿐인 삶을 유지하기 위해 물 속에서 연신 다리를 굴려댄다. 사람들은 모두 오혜원에게 요구하기만 한다. 그 대가로 얻은 것은 사실상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다. 그 안에서 스무 살 제자에게 끌리는 불같은 감정, 그것만이 오혜원의 쉴곳이자 숨통이다. 오혜원의 감정은 단순한 불장난이 아닌, 삶에 지친 여성의 몸부림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불륜이 미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오혜원이 겪고 있는 상황 속에서 불륜은 그 이유를 찾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드라마가 단순한 막장이 되지 않는 것이다. 오혜원은 처음, 사회적인 강자로, 황금 동앗줄로 이선재(유아인)에게 다가갔지만 실체가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오혜원은 이 드라마 속의 가장 불쌍하고 가련한 인물로 묘사된다.

 

 

 

단순히 부잣집 사모님의 욕망으로 그려지지 않고 오혜원을 둘러싼 사회의 부조리함이 커지면 커질수록 이 드라마는 불륜이 아닌, 그들의 상황에 집중하게 만든다.

 

 

 

예술대학의 비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그 안에서 희생양이 된 오혜원의 삶에 시청자들은 동감한다. 적어도 이 드라마를 시청하는 사람들이라면 단순히 불륜으로 드라마를 매도하지 못하는 이유다. 시청자들은 불륜을 저지른 오혜원의 입장에 서게 된다. 결국은 모든 비리를 뒤집어 쓸 위기에 처한 그의 삶을 안타까워 하고 그가 확실한 반격을 할 수 있게 되길 비는 것이다.

 

 

 

모두에게서 동네 북처럼 두드려 맞은 가련하고 연약한 여인이 그 곳에는 있다. 이선재는 그 쓰레기 더미 속에서 피어난 한 떨기 꽃이다. 그 꽃은 아름답지만 가시와 독을 가지고 있다. 그 꽃을 꺾으면 다치는 것은 오혜원이다. 그러나 오혜원은 그 독이든 꽃송이를 거부할 수가 없다. 다른 누구도 그의 삶에서 위로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스무 살 박다미(경수진 분)에게 ‘토나온다. 더럽다.’는 말을 들어도 할 말 없는 행동을 해 버린 오혜원은 가슴 깊은 곳에 그의 불륜이라는 이름으로 비롯될 파국을 충분히 인지 하고 있다. 그러나 멈출 수 없는 오혜원이라는 인물의 감정선은 충분히 전해진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불륜은 정당화 될 수 없다. 그것이 그 어떤 상황이라도 불륜을 미화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밀회>는 불륜 드라마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그 속에는 사회의 부조리함이 있고 자신의 마음조차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인간의 고뇌와 아픔이 있다. <밀회>를 단순히 불륜 드라마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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