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의 제국>은 시청률이 높기 힘든 작품이다. 드라마의 구성이 단편적이지 않고 인간관계는 얽히고설켜 집중하지 않으면 흐름을 놓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순간순간의 몰입도가 높아야 시청률은 오른다. 그러나 <황금의 제국>은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때만이 그 진수를 느낄 수 있다. 비록 시청률은 아쉽지만 <황금의 제국>은 한 번 적응하기 시작하면 절대 끊을 수 없는 몰입도를 자랑한다. 모든 인물들에게는 나름의 행동의 이유가 있고 모든 일에는 이유와 결과가 있다. 촘촘한 설정을 통해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인 까닭에 단순한 시청률 이상의 가치를 발견하게 만든다.

 

 

<황금의 제국>은 작가의 전작 <추격자>처럼 선과 악의 대결구도라기 보다는 인물들에게 내재된 욕심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다. 각각의 인물들이 그려내는 세계는 드라마적인 판타지라기보다 현실적인 욕망과 맞닿아 있다. 절대 악인도, 절대 선인도 없는 이야기 속에서 시청자들은 현실의 매서움을 본다.

 

 

드라마 세트장조차 실외가 아닌 실내로 옮겨왔다. <추적자>가 백홍석(손현주)이 강동윤(김상중)에게 복수를 하기 위한 여정을 소재로 해 야외촬영이 많았던 것과는 반대다. 또한 추적자가 남성성을 강조한 선이 굵은 작품이었다면 <황금의 제국>에는 여성들의 대립각이 전면에 등장했다. 그리고 이것은 사실상 현재 극의 중심에 위치한 강력한 시청 포인트다.

 

 

드라마에서 한정희(김미숙)와 최서윤(이요원)이 보이는 감정싸움은 드라마의 백미다. 이 여성들의 싸움은 단순하지 않다. 기존의 드라마들이 한 남자를 사이에 둔 삼각관계나 가정사 때문에 여성의 대립각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황금의 제국>은 여성들의 권력과 정치 싸움에 초점을 맞춘다.

 

 

그 싸움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물론 탄탄한 구성이 뒷받침되는 것이 이유지만 연기자들의 뛰어난 연기력에도 한 몫 했다. 이요원은 그동안 다소 부족한 존재감을 가진 주인공이라는 평가를 뒤집기라도 하듯, 생각 이상의 호연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중견배우 김미숙은 가히 최고의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김미숙이 맡은 한정희는 이 드라마 속에서 악역에 가깝다. 여주인공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물론, 남편의 죽음을 계획적으로 이용한다. 겉으로는 우아하고 교양있는 얼굴로 천사같은 표정을 짓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 무서운 칼날을 숨기고 있다.

 

 

그러나 한정희 역시 이유가 있다. 한정희는 복수를 위해 최동성에게 접근한 인물로 그려진다. 그가 원하는 것은 단순한 회사의 지분이 아니라 그에게 고통을 선사한 사람들의 파멸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의 아픈 과거사가 있다지만 그 복수를 당사자도 아닌, 딸에게 할 거라는 그에게서 정당성을 발견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는 악역에 가깝다. 물론 드라마는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 속에서 그에게 모든 비난의 화살을 돌릴 수 없게 만들지만 전체적인 긴장감이 그로 인해 조율되고 있는 것이다.

 

 

죽어가는 남편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음에도 딸의 얼굴을 볼 수 없도록 하는 주도면밀함과 의붓딸을 감옥에 보낼거라는 섬뜩함은 그의 차가운 표정과 더불어 엄청난 긴장감을 자아낸다. 김미숙의 연기가 대단한 점은 굳이 악을 쓰고 소리 지르지 않고도 그에 버금가는 갈등을 창출해 낸다는 점이다. 눈썹 움직임 하나까지 계산된 것 같은 세밀한 연기 속에서 시청자들은 섬뜩함마저 느낀다.

 

 

김미숙은 그간 얼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 그대로 착하거나 우아한 역을 주로 맡아온 배우다. 그러던 그가 <찬란한 유산> 속의 악역을 선택한 후, 그에 대한 평가는 완벽하게 달라졌다. 독한 연기는 소화하지 못할 거라는 주변의 우려와는 달리 그의 연기는 명불허전이었다.그는 <찬란한 유산>속의 백성희 역할을 자신의 또 다른 분신처럼 소화해 냈다. 딸과 자신만을 위해 주인공을 괴롭히던 백성희는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지만 김미숙의 연기 만큼은 한치의 오차도 없었다.

 

 

김미숙은 그 속에서도 특유의 우아함을 잃지 않았다. 자신이 가진 장점을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역할 변신을 무리없이 해 낸 것이다. 그간의 연기 내공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이번에도 김미숙은 재벌 총수의 마나님의 이미지를 잃지 않으면서도 복수의 칼날을 들이대며 시청자들을 소름끼치게 만들고 있다. 그의 차분한 외모 때문에 그런 팽팽한 긴장감은 더욱 배가 된다. 우아한 악역의 독보적인 존재로까지 평가될만하다.

 

 

중견배우가 젊은 배우들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내보이고 역의 중심으로 들어왔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인 극중 박근형 죽음의 아쉬움마저 잊게 만들만큼 그의 연기는 뛰어나다. 드라마 속에서 그의 최후가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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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주인공으로서 이요원이 가진 메리트는 사실상 그다지 많지 않다. 화제성이 높은 연예인도 아니고 뛰어난 연기력으로 좌중을 압도하는 장면을 기대하기도 여의치 않다. 다만, 튀지않고 안정적인 연기력과 부담 없는 마스크가 이요원의 장점이다. 그래도 여주인공으로서 이요원이 가지는 위치는 사실 조금 아쉬운 측면이 있었다. 이요원은 2001년 <푸른 안개>에서 주연을 맡은 이후, 무려 14년간 주연으로 활약하고 있지만 아직도 이요원이라는 이름 석자가 각인될만한 작품은 없다고 해도 좋았다. 그리고 이요원이 <황금의 제국>을 선택했다.

 

이요원은 주연급 배우지만 엄밀히 말해 주조연에 더 가까운 캐릭터였다. 그동안 이요원은 다수의 작품을 거쳐 <외과의사 봉달희>나 <선덕여왕>같은 시청률 높은 작품에서 타이틀롤로 열연했다. 그러나 이요원은 <외과의사 봉달희>에서는 이범수에게, <선덕여왕>에서는 고현정에게 존재감에서 현저히 밀리고 말았다. 이요원의 연기는 딱히 거슬리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특징적이지도 않았다. 평범하다는 것은 여자주인공으로서 다소 안타까운 특징이다.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매력을 표출할 때, 시청자들은 그 배우를 주목한다. 이요원은 이 지점에서 성공했다고 볼 수 없었다.

 

 

 이요원, 부족했던 여주인공으로서의 존재감

 

<황금의 제국> 바로 전, 이요원이 출연한 <마의>에서 역시 이요원의 존재감은 살아나지 못했다. 긍정적이고 특징있는 인물을 숱하게 소화하고도 이요원이라는 배우의 존재감이 그다지 크지 못했다는 것은결정적인 문제였다. 엄청난 기회를 수차례 가지고도 아직 여자 주인공으로서 시청자들에게 설득력있게 다가오지 못했다는 점에서 캐릭터를 표현하는 이요원의 근본적인 매력에 의문을 제기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이요원은 뛰어난 연기력으로 대중을 사로잡지 못했지만 그래도 안정적이고 무난한 연기를 해냈다. 하지만 ‘주인공’으로서의 매력은 이요원의 주인공으로 분한 바로 그 드라마 안에서도 설득력이 떨어졌다. ‘이요원’으로 대표되는 대표작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은 주연급 배우로서 상당히 큰 결함이었다. 안정적인 연기 이상의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결국, 이범수나 고현정같은 배우들의 그늘에 가려지고 만 것이다. 무난하지만 지나치게 평범하고 틀에 박힌 연기는 ‘톱스타 이요원’이라는 이름값에는 다소 부족한 것이었다.

 

<49일>에서는 빙의된 캐릭터로 사실상의 1인 2역을 맡아 호연을 펼쳤지만 문제는 여전히 ‘주인공다운’ 한 방이 부족했다는 것이었다. <49일>에서의 이요원의 연기는 꽤나 인상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요원이 가진 파급력을 늘리지 못했다. 그것은 이요원의 스타성이나 매력도가 아쉬웠기 때문이었다.

<황금의 제국>, 이요원의 현명한 선택

그런 이요원이 <황금의 제국>을 선택한 것은 상당히 현명하다. <황금의 제국>은 회가 거듭될수록 주인공 뿐 아니라 수많은 인물들에게 설득력을 불어넣으며 캐릭터의 구축에 점점 힘이들어가고 있다. 주인공인 장태주(고수)보다 최민재(손현주)나 최동성(박근형)같은 캐릭터에 더 눈이 가는 것만 봐도 주인공 이외의 캐릭터가 가지는 설득력이 얼마나 강력한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요원은 여자 주인공으로서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다. <황금의 제국>은 <추적자>제작진이 만든 작품답게 시사점을 끊임없이 던지며 촌철살인의 대사와 캐릭터의 구축으로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비록 시청률에서는 그다지 큰 재미를 보고 있지는 못하지만 드라마의 완성도에 있어서 만큼은 그 어느 드라마와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시청자들은 이런 완성도 높은 드라마 속에서의 캐릭터들에 애정을 가지게 된다. 이요원이 맡은 최서윤은 남자 캐릭터에게 헌신하거나 자신을 버리는, 뻔한 캐릭터가 아니다. 최서윤은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권력다툼의 중심에서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협잡과 술수도 개의치 않는 캐릭터다. 결국 회사의 부회장 자리까지 오른 최서윤은 권력과 재력의 중심에서 캐릭터들을 좌지우지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자연스러운 이요윈의 융화력이 돋보인다

 

그러나 포커스는 이요원이 연기하는 최서윤에게만 맞춰져 있지 않다. 주인공인 고수와 그와 손잡은 손현주, 또 회장역을 맡은 박근형까지 음모와 술수로 촘촘히 엮여 있어 다양한 인물들이 동시에 부각된다. 이요원의 존재감은 여전히 발군이라 할 수는 없지만 예전과는 느낌이 다르다.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이 다양한 캐릭터들을 소화해 내며 그 중심에 함께 서있는 이요원 역시 그들과 동등해 질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요원은 이번에도 뛰어나진 않지만 안정적인 연기로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그리고 그 안정적인 연기는 다양한 인물들이 부딪치는 가운데서 튀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황금의 제국>에서 이요원은 자신이 있어야 할 위치를 제대로 캐치해 냈다. 자신이 부각되며 여주인공으로서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자리가 아닌, 다양한 캐릭터들 중 하나로 자연스럽게 묻어갈 수 있는 선택을 한 것이다. 더군다나 매니아 층이 생길만한 여지가 충분한 <황금의 제국>의 스토리 라인에서 이요원의 이미지 역시 함께 긍정적으로 변할 가능성마저 열었다. 이것이 바로 존재감이 부족했던 이요원이 지금까지 다수의 작품에서 뛰어난 배우들과 호흡하면서 배운 그만의 장점일지도 모른다. 이요원은 아직도 최고의 여주인공은 아니지만 그가 만들어 내는 조화로운 분위기만큼은 그만의 강력한 장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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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의 제국>은 방영 전부터 엄청난 기대감을 모은 작품이었다. 톱스타인 고수와 이요원의 출연도 기대되었지만 제작진의 전작이 무려 <추적자>였다는 사실은 이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킨 결정적 계기였다.

 

손현주는 <추적자>에 이어 박경수 작가와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추며 “4회까지만 본방 사수를 해 달라.”며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비췄다. <추적자>제작진과 뛰어난 연기자들의 하모니는 분명 그 기대감을 충족시킬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한다. 그러나 단 1회가 방영되었을 뿐임에도 이 드라마에는 <추적자>에 비해 다소 위험한 요소들이 산재해 있다.

 

첫째로 드라마의 복잡한 구성이 약점이다. <추적자>는 정계와 재계의 이야기를 덧붙여 현 시대에 대한 시의 적절한 반영을 통한 흥미를 이끌어 냈지만 기본 골격은 복수와 부성애라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라인 이었다. 그러나 <황금의 제국>은 정·재계의 알력 다툼과 두뇌 싸움이 주가 되는 스토리다. 1회만 보고는 스토리가 어느 방향으로 튈지 알 수 없을 정도다. 보통 드라마의 흥미를 높이기 위해 1, 2회에 흥밋거리를 몰아넣는 드라마와는 차별화 된다.

 

 

물론 <황금의 제국>역시 시청률을 의식한 장면을 빼놓지 않았다. 장신영의 노출신과 성상납이라는 소재는 자극적인 요소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장면들은 이제 전혀 새로울 것도 없이 드라마에 빈번히 등장하는 장면이라는 것이다. 물론 <황금의 제국>에서는 장신영에게 살인 누명을 덮어씌우는 장치로 이 장면을 활용했지만 그것은 오히려 시청률이라는 측면에서는 독이 될 수 있다. 지나치게 꼬인 스토리 라인 속에서 시청자들은 1회를 온전히 즐기기 보다는 스토리를 좇아가느라 정신이 없어지고 만다.

 

또한 스토리가 젊은 층에 어필하는 신선함은 사라지고 돈에 얽힌 싸움으로 집중되며 조금은 올드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도 약점이다. 야망을 가진 남자 주인공이 정계를 장악하는 스토리가 얼마나 긴박감 있고 절절하게 다가올지는 아직 의문이다. 일단 상큼하고 신선한 스토리를 원하는 여성 시청층에게 어필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점에서 <황금의 제국>은 불리함을 가진다.

 

더군다나 <추적자>에서 주인공은 거대한 악당과 맞서 싸우는 정의로운 인물이었지만 <황금의 제국>의 (고수)는 내연녀에게 성상납을 강요하고 살인 누명마저 덮어씌우는 다소 긍정적이지 못한 모습으로 그려졌다. 욕망을 위해서 살인까지 저지르는 주인공에게 시청자들은 몰입되기 보다는 조금 위화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물론 회가 진행되면서 변화할 수 있는 캐릭터지만 첫 회에 시청자들이 감정을 이입할 공간은 부족했다. 회가 진행될수록 그 흥미도를 높여가는 것이 작가의 특징이라 해도 아쉬운 첫 회가 아닐 수 없었다.

 

 

더 큰 걸림돌은 바로  <추적자>의 차기작이라는 기대감이다. 이 드라마에 거는 기대감은 <추적자>가 처음 시작할 당시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증폭되어 있다.

 

추적자가 그토록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초반의 얕은 기대감을 배반하고 시의성과 긴박함을 적절히 버무린 스토리 라인에 대해 시청자들이 의미를 찾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황금의 제국>은 <추적자>의 그림자를 지워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시작했다. <추적자>를 뛰어 넘을 수 없더라도 그만큼은 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클 수밖에 없다.

 

<황금의 제국>역시 비리와 권력다툼을 중점적으로 다루게 될 전망이지만 <추적자>의 스토리만큼 대중들이 충격적으로 받아들일만한 여지가 있는 스토리인지는 의문이다. 물론 스케일은 커졌고 더 유명한 배우들은 등장하고 있지만 그 감성은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 <추적자>의 그림자를 뛰어 넘기 힘들 수 있다.

 

물론 이제 막 첫회가 방영되었을 뿐인 드라마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 자릿수 시청률로 시작해 20%를 넘긴 <추적자>와 처음부터 관심의 대상이었던 <황금의 제국>의 성공의 기준은 다를 수밖에 없다. 경쟁작은 문근영과 이상윤이 주연을 맡은 <불의 여신 정이>다. 일단 첫 스타트의 관심은 <황금의 제국>쪽이 더 높은 듯 하지만 앞으로 그 관심과 성원을 끝까지 이어 나가기 위해서는 <추적자>가 생각나지 않을 만큼 완성도 있는 훌륭한 작품이 될 수 있도록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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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는 [미안하다 사랑한다] [고맙습니다]를 집필한 이경희 작가의 신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래서 일까. 약간은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뉘앙스를 풍긴다. 여 주인공과 남 주인공의 사랑을 절박하게 표현하려는 작가의 의도는 이해 하겠지만 인물 구도가 [미사]와 상당히 유사한 구석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미사]만큼의 충격은 아니고 [고맙습니다]만큼의 따듯함은 아닐지라도 충분히 사랑을 받을만한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봐야겠다. 감성을 자극하는 러브라인에 약간은 침울한 분위기까지. 두 주인공의 앞날이 결코 탄탄대로일 수만은 없다는 것을 암시하면서도 달달한 장면을 연출해 내고 적절히 긴장감을 조율해 내며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것은 정말


 어쨌든 이 드라마가 상당히 감성적인 러브 스토리를 만들어 가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주인공, 고수와 한예슬이다.  그러나 고수의 인기는 수직상승하고 있는데 반해서 한예슬은 조금 부족한 느낌이다. 항간에서는 미스캐스팅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데 한예슬의 어떤 점이 잘못된 것일까.


 고수는 '훈남', 한예슬은 '미스캐스팅'?


 이 드라마는 미스캐스팅 논란을 감소시킬만큼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예슬의 연기는 정착하지 못하고 겉돌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한예슬은 드라마 안에서 밝고 긍정적이며 따듯한 마음을 지녔지만 한 편으로는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오빠를 떠나보낸 아픔을 간직한 캐릭터다. 한예슬이 그동안 연기한 섹시하거나  여우같거나 아니면 까칠한 역할과는 그 맥락을 달리 하는 역할인 것이다. 


 한예슬은 생각보다 연기력 논란이 많지 않았다. 그 이유는 한예슬이 대중들이 한예슬을 통해 보고있는 이미지를 활용한 역할들만을 맡았기 때문이다. 한예슬은 외모적인 면에서 부터 다양한 역할을 맡기에는 약간 핸디캡이 있다. 일단 화려하거나 잔꾀를 부리는 역할에는  자연스럽게 투영이 되지만 그 이상의 다양한 이미지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약간은 날카롭고 화려하게 생긴 외모가 도움이 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래서 한예슬은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서는 전적으로 연기력에 기댈 수 밖에 없었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는 한예슬이 거의 최초다 싶을 만큼 다른 이미지를 표현해 내야 하는 역이다.


 한예슬은 드라마 내에서 청초하면서도 아련한 느낌을 주어야 한다. 하지만 한예슬은 사실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데 있어서 결코 성공적이라 할 수가 없다. 지켜보면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감도 잠시,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도 한예슬의 연기는 아직까지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일단 한예슬은 드라마 에서 너무나 섹시하다. 늘씬한 키와 날카로운 외모도 그러하지만 한예슬의 치명적인 약점은 바로 목소리다. 애교가 많은 하이톤의 목소리는 물론 남자들에게 귀여운 매력을 어필할 수도 있는 소중한 자산이 될수도 있지만 한예슬이 연기하고 있는 인물의 감성과는 조금 동떨어진 측면이 있다. 조금은 순수한 느낌을 주어야 하는 부분에서도 한예슬의 연기는 어딘가 약간은 '꾸며진 듯한'느낌을 준다. 단지 인물의 성격이 기본적으로 따듯하고 착해서가 아니라 어느정도 계산된 느낌이 드는 것은 한예슬이 역할에 제대로 녹아들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한예슬은 분명 매력적인 연기자이지만 이런 연기를 커버해 주기에는 너무나 이 역할과 동떨어진 매력을 가지고 있다. 한예슬은 섹시하고 미워할 수 없는 여우같고 까칠하기도 했지만 지금 한예슬은 조금은 순수하지 못하다. 


 이번 기회는 한예슬의 이미지를 재 탄생 시킬 수도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분명 드라마의 매력이 한예슬에게 어느정도의 이미지 전환을 선사할 수도 있겠지만 한예슬에게 기대할 수 있는 연기의 스펙트럼의 확장은 아마도 불가능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일단 이런 시도를 했다는 것에 만족할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한예슬이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은 많이 남아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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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수라는 배우는 사실상 완벽한 주연은 아니었다. 물론 '주연급'배우이기는 했지만 확실한 인상을 각인시킨 배우는 아니었다. [피아노]같은 드라마를 히트시키고도 주목받은 것은 고수보다는 조인성이고 김하늘이었다. 


  이제까지 고수는 온전한 '고수'의 작품이라 불릴 것이 없었다. 그랬기 때문에 고수의 매력에 대한 진정한 평가역시 그다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는 군대에 다녀왔고 나이를 먹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가 젊었을 때보다 훨씬 더 매력적으로 변해서 돌아왔다는 것이다.   이제야 '고수'의 이름을 제대로 평가 받을 작품을 만나며 그의 눈은 더욱 깊어졌다고 할 수 있다. 




 고수, 깊은 눈을 가진 배우가 되다. 


 고수의 군대 입대는 놀랄만큼 조용했다. 심지어 그가 군대에 간 것 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있을 지경이었다. 요즘은 스타들의 군생활 사진이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뿌려질 만큼 화제가 되고 있는 점을 생각해 보면 고수가 그동안 얼마나 '조용한' 배우였는가를 상기시킨다. 


 물론 조용한 배우는 조용한 배우대로의 장점이 있었다. 고수는 연기력으로 질타 받은적은 적어도 한 번도 없었고 특별히 안 좋은 이미지로 각인되는 경우도 없었다. 하지만 거기서 한 걸음을 더 내딛을 수 없었던 것도 역시 사실이었다.


 그는 언제나 조용히 제 몫을 해냈지만 '눈에띄는' 배우는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그는 '톱스타' 같은 단어들과는 약간 거리가 멀어 보이는 경향이 있었다. 


 그가 군제대를 하면서도 언론은 입대때 보다 훨씬 조용했다. 고수라는 배우는 그가 군대에 간 2년이라는 세월동안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존재감이 대단한 배우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군 생활이후 첫 작품으로 [백야행]을 택했다. 작품속에서 그는 어떤 부분에서 손예진보다 훨씬 더 빛났다. 그가 연기한 평생 그림자로 살았던 어두운 캐릭터는 그의 이미지와도 딱  들어맞는 부분이 있었고 그의 안정감있는 목소리와 아직도 순진해 보이는 눈망울 같은 새로운 장점역시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가 영화에서 '조용한' 캐릭터를 맡아서 그를 온전히 내보인 것은 참 아이러니 한 일이지만 그만큼 그가 현명해 졌다는 뜻이었다. 자신이 가진 것을 활용하며 더욱 감성이 깊어진 분위기를 내 뿜을 수 있었던 것은 그에게 있어서 행운 중의 행운이었다. 더군다나 상대역은 손예진이라는 점이 더욱 그러했다. 손예진이 빛이라면 고수는 그림자였다. 영화에서도 그랬고 실제로도 그랬다.


 손예진의 영화로 주목을 받았지만 고수는 빛을 몰아내는 깊은 어둠을 무난히 소화하며 어떤 '이미지'나 '분위기'를 만드는데 성공했고 그것은 결국 고수가 주목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 그가 출연하고 있는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도 다시 한 번 고수가 한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이 가진 아픔을 끌어 안으면서도 여주인공을 사랑하는 멋진 캐릭터를 선택함으로써 고수는 자신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역할을 연기하고 있는 것이다. 


  고수가 이 드라마 안에서 보여주는 분위기는 여성을 열광시킬만 하다. 고수가 연기력으로 엄청난 비약적 발전을 이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여심을 흔들만한 목소리와 차분한 연기톤은 분명 안정적이다. 이전에도 고수의 연기력은 나쁘지 않았지만 이번 역할로 고수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동안 그가 받지 못했던 '주목'과 '관심'이다. 멋진 캐릭터로 혼자서 부각될 수 있는 역할을 만난 것은 고수에게 절대적인 이점이라고 할 만하다.


 그는 착실히 계단을 올라가고 있다. 자신이 연예계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느낌이다. 그는 이전과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인기를 얻게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고수의 '전성기'라고 할 만하다.


 앞으로 그가 어떤 식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어 나갈것인가. 이제는 그가 '주연급'이 아니라 온전히 '주연'으로 자리잡아 가는 과정에 있다. 그는 분명 이미지가 깨끗하다. 이제까지 잡음이 없었고 항상 건실한 이미지였던 것은 그에게 분명 플러스다. 앞으로 자신이 가진 것을 이용하는 것도 물론 좋겠지만 어떻게 자신에게 지워진 기대를 뛰어넘느냐 하는 것만이 그가 가진 새로운 숙제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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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내의 유혹] 이 최정상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혹자는 [아내의 유혹] 의 대성공을 의외라고 평가하긴 하지만 불륜과 복수라는 만고 불변의 흥행 소재를 사용해 실패한 드라마는 거의 없다.


작년 시청률 40%를 기록하며 막을 내린 [조강지처 클럽] 역시 넓은 측면에서 보자면 바람 난 남편에서 복수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아니던가.


그렇다면 지금까지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복수극' 들은 무엇이 있었을까. 그 면면을 살펴보도록 하자.



청춘의 덫 : 복수극의 명작


복수극의 원형을 말하라고 한다면 드라마 [청춘의 덫]을 빼놓을 수 없다. 1979년 이정길, 이효춘, 박근형, 김영애 주연으로 처음 TV에 방송됐던 이 드라마는 같은 해 박근형, 한진희, 유지인, 원미경 주연의 동명 영화로 제작됐고 그 인기에 힘입어 소설로도 출간됐다. 20여년 동안 세간에 회자되어 오던 이 복수극이 제대로 된 진형을 갖추고 다시 TV에 등장한 것은 1999년 [청춘의 덫] 리메이크 판을 통해서였다.


당시 [미술관 옆 동물원] 등으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던 심은하와 전광렬, 유호정, 이종원 등이 출연한 이 드라마는 5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1999년 최고의 화제작으로 그 이름을 올렸다. 돈과 명예에 눈이 먼 옛 남자를 몰락시키기 위해 복수극을 벌인다는 내용의 [청춘의 덫] 은 "당신 부숴버릴거야." 라는 심은하의 절규로 더욱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다. 79년 방영 이후, [청춘의 덫] 의 기본 얼개는 복수극의 전형이 된다.



에미 : 잔혹 복수극의 역사를 창조하다


1985년 극장에 걸렸던 영화 [에미] 는 지금도 감히 상상할 수 없는 파격적인 복수극으로 회자된다. 드라마 작가로 유명한 김수현이 시나리오를 쓰고 박철수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여배우 전혜성과 윤여정의 신 들린 듯한 연기로 그 해 대종상 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특히 이 영화의 여주인공이었던 전혜성은 파격적 연기 때문에 학교에서 제적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만큼 이 작품은 당시 사회에 충격을 던져준 센세이셔널한 작품이었다.


내용의 줄거리는 인신매매 당한 딸(전혜성)을 찾아나선 한 어머니(윤여정)의 이야기로 딸을 유괴하여 죽인 인신매매범들을 어머니가 색출하여 차례차례 죽인다는 내용이다. 망치로 머리를 내리치고, 염산을 뿌리며, 이불을 덮어씌우고 칼로 난자하는 등의 장면은 훗날 잔혹한 복수극의 원형을 마련하며 박찬욱 등에게 강한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적 완성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민감한 부분을 서슴없이 건드렸다는데 의의가 있는 복수극이라고 하겠다.



인어아가씨 : 막장 복수극의 시작


[보고 또 보고][하늘이시여] 의 히트 작가 임성한의 빅히트 드라마다. 장서희가 주연을 맡았고, 복수의 대상은 한혜숙과 박근형이었다. 어머니를 버리고 다른 여자배우와 결혼한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하고 방송작가가 되어 복수를 한다는 내용의 [인어아가씨] 는 일일극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긴박한 스토리 전개와 스릴로 시청자들을 매료시킨 드라마다.


연장에 관련해서 스스로 쌓은 아성을 무너뜨렸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지만 워낙 인기가 좋았던 탓에 대만, 베트남 등지에도 수출되는 등 장서희를 한류스타로 만드는데 큰 공헌을 했다. 특히 여주인공 '은아리영' 을 연기했던 장서희는 병을 깨고 자해를 하고, 아버지와 바람난 여자의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는 등 복수에 미친 듯한 신들린 연기를 선보여 그해 MBC 연기대상 5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올드보이 : 박찬욱 복수 3부작의 최고 히트작


이제는 설명이 필요없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한 영화 [올드보이] 역시 파격적인 복수극으로 악명과 명성이 자자한 작품이다. 잔혹성도 잔혹성이지만 폐쇄적 공포와 인간의 가장 밑바닥까지 끌어내는 듯한 박찬욱 특유의 연출력은 '복수' 로 얼룩져 있는 [올드보이] 의 처절함을 더욱 배가시켰다. [올드보이] 는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복수극이 됐다.


신들린 듯한 연기를 펼친 최민식과 냉철한 카리스마를 자랑했던 유지태의 연기 대결도 볼만했고, 근친상간이라는 파격적 소재를 사용하여 복수극이 사용할 수 있는 최대의 흥분과 스릴을 이끌어 냈다는 점도 [올드보이] 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 박찬욱 복수 3부작 중 가장 빛나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린로즈 : 국내 스릴러 복수 드라마의 시작


[그린로즈] 는 여러모도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다. 제작 환경이 열악한 시점에 스타트를 끊어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고수라는 건실한 배우의 열연과 이다해 특유의 청순미가 빛났던 이 작품은 [청춘의 덫] 류의 불륜 복수극에서 벗어나 스릴러 복수극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받았다. 연출, 극본, 연기 3박자가 고루 들어 맞은 작품이라는 소리다.


[그린로즈] 이 후에 한국 복수극은 [청춘의 덫] 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불륜 복수극과 다른 종류의 스릴러 복수극이 여러 편 만들어 지면서 장르적 발전을 이루게 된다. [그린로즈]-[부활]-[마왕] 등으로 이어지는 스릴러 복수극이 바로 그 주류라 하겠다.



친절한 금자씨 : 21세기 에미


박찬욱 복수 3부작의 마지막 영화인 [친절한 금자씨] 역시 복수극을 거론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물론 호평과 혹평도 극명하게 엇갈렸던 영화였지만 확실한 것 한가지는 이 영화가 85년도 제작됐던 영화 [에미] 의 전형성을 21세기 식으로 비꼬아 새로운 장르적 변주를 이끌어 냈다는 것이다. 박찬욱의 천재성이 엿보이는 장면이다.


당시 [대장금] 열풍으로 전국민적 인기를 얻었던 이영애가 '금자씨' 역을 맡았고, 복수의 대상은 [올드보이] 에서 열연한 최민식이 연기했다. 이 외에도 신하균, 강혜정 등 박찬욱 사단의 까메오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이기도 하다.




개와 늑대의 시간 : 누아르 복수극의 시작


배우 이준기는 [개와 늑대의 시간] 전과 후로 나뉘어진다. [개늑시] 전의 이준기가 [왕의 남자] 에 갇힌 꽃미남 배우에 불과했다면 [개늑시] 는 이준기라는 배우를 완성시키고 성장시킨 작품이다. 더 나아가 이 드라마는 복수라는 진부한 소재를 누아르라는 장르적 측면에서 새롭게 해석함으로써 작품성 측면에서도 크나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었다. 이준기가 [개늑시] 를 만난 것은 운명이자 대단한 행운이다.


[개늑시] 는 비록 30~40%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은 아니었지만 내부적으로 가지고 있던 실험성과 도전의식으로만 평가해도 100점 만점에 100점을 넘고도 남는 작품이었다. [개늑시] 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시간 날 때 찾아보기를.




태양의 여자 : 클리셰의 반란


[태양의 여자] 는 '뻔한' 드라마다. 출생의 비밀, 선악의 극명한 대립, 여기에 삼각관계까지. 아주 익숙한 설정들이 여러가지로 짬뽕됐다. 척 하면 삼천리, 안 봐도 비디오다. 악녀 김지수는 죗값을 치룰테고, 그녀에 의해 갖은 고생 다한 이하나는 꿋꿋하고도 행복하게 아주 잘 살거다. 마치 "옛날 옛날에~" 로 시작해서 "그래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로 끝나는 전형적인 동화적 플롯과 비슷해 보인다.


그런데 느낌이 다르다. 온갖 '조악한 소재' 가 뒤범벅 된 이 드라마가 엽기가 아니라 은은한 향기를 뿜어냈다.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빠져들게 하는 마력을 발휘했고 인간군상의 모난 대립 속에서 치열한 삶의 집착을 보여줬다. 자극적일 것만 같았던 소재들이 사실은 주제가 아니라 '군더더기' 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우리는 비로소 [태양의 여자] 가 보여준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발견할 수 있었다.


클리셰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서 매력적으로 변할 수 있는 법이다. [태양의 여자] 는 클리셰를 어떤 식으로 활용해야 하는지, 그리고 90년대 감성을 2000년대에 어떻게 녹여낼 수 있는지를 확실하게 보여준 작품이다. [태양의 여자] 만큼 우왕좌왕 하지 않고, 마치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처럼 거침없이 끝을 향해 달려갔던 드라마가 2008년에 과연 몇이나 되는가? 적어도 [태양의 여자] 는 낡은 소재에도 불구하고 세련됐고, 유려했다.



아내의 유혹 : 고품격 명품 막장 드라마


[아내의 유혹] 이 누리고 있는 인기는 소재의 덕이 가장 크다. 바로 '불륜' 과 '복수' 다. 지금껏 수많은 드라마에서 불륜과 복수가 그려져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청춘의 덫] 이 그랬고, [내 남자의 여자] 가 그랬다. 그 소재의 진부성이야 말해 봤자 입만 아픈 것이지만 [아내의 유혹] 에서 불륜과 복수는 또 다른 차원에서 밀도감 있게 그려진다. 이는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성질의 것이다.


복수라는 커다란 주제 의식 하에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조차 드라마틱하게 넘겨 내는 것은 [아내의 유혹] 의 큰 장점이다. 적어도 [아내의 유혹] 의 스토리 전개는 자극적이기는 해도, 황당하지는 않다. 등장인물들의 개성과 색깔이 확연하다. 그리고 그 캐릭터들이 끊임없이 부딪히며 파열음을 내는 가운데 스토리가 유기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불륜과 복수라는 진부한 소재를 이 정도로 맛깔나게 바꿔 내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다.


그래서 이 드라마에는 이런 별명이 붙는다. '고품격 명품 막장드라마'.


위에서 거론한 작품 뿐 아니라 부활, 마왕, 신의 저울, 복수는 나의 것, 세븐데이즈, 오로라 공주 등 영화와 드라마를 막론하고 복수극은 다양한 형태로 시청자와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매년 한 두편씩 TV와 스크린에 등장해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복수극이 정체하지 말고 끊임없는 자기 변신을 통해 식상하지 않은 고전적 장르로 자리매김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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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그만큼 여자의 독한 마음이 무섭다는 이야기다.


그래서일까. 흥행 드라마에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이 '악녀' 들이다. 착한 여자들보다 확고한 개성과 색깔로 드라마를 휘어잡는 악녀들의 모습은 밉긴 하지만 결코 싫진 않다.


때로는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때로는 시청자들을 소름돋게 한 드라마 속 악녀들. 그녀들의 '악녀 열전' 속으로 들어가보자.




[엄뿔] 의 장미희 : '악녀지수' ★★


2008년 [엄마가 뿔났다] 신드롬의 중심에는 '장미희' 가 있었다. 그녀가 연기한 캐릭터는 '천상천하 유아독존' 캐릭터인 고은아다. 어렸을 때부터 부잣집 외동딸로 자랐고, 남부러울 것 없는 외모와 재력을 가진 그녀는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을 속물이자 천것으로 생각하는 마나님이다. 스스로를 귀족이라 칭하고, 며느리에게 "맘에 들지 않는다." 며 대놓고 구박을 하는 그녀는 [엄뿔] 의 대표적 악역이었다.


그러나 따박따박 따지는 며느리에게 말싸움에서 지기도 하고, 남편 앞에서 무릎을 꿇는 그녀의 모습은 악녀라기 보다는 철없는 재벌집 마나님처럼 보였던 것이 사실. 남편의 화를 풀어주기 위해 갖은 애교를 다 떨고, 사돈 앞에서 망신을 당하자 이탈리아 컴퍼니에 컴플레인을 걸어야겠다며 당황해 하던 그녀의 모습을 어찌 악녀라고만 칭할 수 있을까. 밉기보다는 귀여운 그녀 덕분에 [엄마가 뿔났다] 가 빛났던 것 같다.



[인어아가씨] 장서희 : 악녀지수 ★★☆


장서희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 놓은 드라마 [인어아가씨]. MBC 연기대상 통산 5관왕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승승장구했던 이 드라마에서 아버지에게 처절한 복수를 하는 '은아리영' 은 화면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긴장감을 자아낼 정도로 파괴력 있는 캐릭터였다. '받은 만큼 돌려준다' 는 좌우명 아래 아버지와 바람난 한혜숙에게 온갖 망신을 다 주는 그녀의 모습은 비록 복수라는 미명 하에 행해졌지만 악독하고 무서웠던 것이 사실.


아버지에게 뺨을 맞자, 아버지의 처에게 그대로 복수를 하고 병을 깨 자해까지 하는 모습은 '독한 여자' 의 전형을 보는 듯 했다. 허나 바람 난 아버지때문에 처절한 어린 시절을 살았고, 눈까지 먼 엄마를 모시고 살며 어렵게 생계를 꾸려나가야 했던 그녀의 인생을 살펴보자면 그녀의 악행조차 이해할 수 밖에 없다.




[장희빈] 의 정선경 : 악녀지수 ★★★


역사 속에 실존했던 인물, 장희빈. 지나가던 삼척동자도 다 안다는 그 악명은 지금까지 대대로 이어지며 '드라마' 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 정적이자 연적이었던 인현왕후를 제거하기 위해 갖은 모함과 누명을 다 씌웠던 그녀의 처절한 인생은 그 어떤 악녀들보다 지독한 느낌까지 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낱 역관의 딸로 태어나 신분의 벽을 뛰어넘어야만 했던 그녀의 몸부림이 안쓰러워 보인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악행은 곤위를 차지하기 위해 그녀가 택했던 투쟁의 역사로 일변된다. 훗날 사관은 장희빈을 두고 "장희빈(嬪). 아명은 옥정, 본관은 인동. 효종 10년인 기해년 9월 19일, 한미한 중인이며 역관인 장형의 딸로 태어났다. 보잘것 없는 신분에서 몸을 일으켜 만민의 어미요, 지존의 짝인 왕비의 자리에까지 올랐었으나 인현왕후가 세상을 떠난 해, 숙종 27년 10월 10일 왕비를 저주한 죄로 자진하여 죽으니 그 때 장희빈의 나이 마흔셋이었다." 라고 적고 있다.


지금 그녀의 시신은 숙종, 인현왕후와 함께 서오릉에 묻혀 있고, 위패는 영조의 어머니인 숙빈 최씨와 함께 칠궁에 모셔져 있다.




[아내의 유혹] 의 김서형 : 악녀지수 ★★★☆


요즘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드라마 [아내의 유혹]. 여기서 악녀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는 김서형의 인기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친구의 남편을 빼앗고,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친구의 죽음조차 묵인해 버리는 그녀의 악행은 드라마가 진행되어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 여기에 시어머니에게 안하무인으로 대하고, 자신의 앞날에 문제가 되는 사람들은 모두 제거해버리는 그녀의 모습은 '진짜 악녀다'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만든다.


그러나 최근 장서희의 복수 분위기가 서서히 고조되면서 그녀의 악행도 점점 '허당' 으로 변신해가고 있다. 사사건건 장서희에게 휘둘리는 것은 물론이고, 한 수 아래라고 생각했던 간호사의 일격까지 받으면서 악녀로서 자존심이 옴팡 구겨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변우민의 바람기를 잠재우기 위해 다시 한번 악녀지수를 높여가고 있는 그녀가 장서희를 어떤 식으로 궁지에 몰아 넣을 지 사뭇 궁금해진다.



[별은 내 가슴에] 의 박원숙 : 악녀지수 ★★★☆


故 최진실의 대표적 작품 중 하나로 사랑받고 있는 [별은 내 가슴에]. [질투] 와 함께 한국 트렌디물의 역사를 바꿔 놓은 작품으로 회자되는 이 작품에서 최진실에 대적하는 악역으로 나온 인물이 바로 박원숙이다. 당시에 박원숙, 조미령, 박철은 [별은 내 가슴에] 에서 가장 꼴보기 싫은 캐릭터 1, 2, 3위로 기록되기도 했는데 그만큼 그들의 악행이 시청자들의 감정을 자극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박원숙과 최진실이 치고 받고 싸웠던 '엘레베이터 씬' 은 두고두고 회자 될 명장면으로 긴박하지만 코믹했던 이 장면으로 그녀는 당대 가장 재미있고 귀여운 악녀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문이 닫힌지도 모르고 나가려다 문에 부딪히는 장면은 박원숙 캐릭터의 단면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코믹하지만 그만큼 꼴보기 싫었던 '악녀' 박원숙의 캐릭터를 완성했다 할 것이다.



[토마토] 의 김지영 : 악녀지수 ★★★★


[토마토] 의 김지영. 당시 '착한여자' 캐릭터는 도맡아 했던 김희선의 상대역을 하려 한다면 무조건 '악녀' 타이틀은 달고 시작해야 했다. 김지영 역시 김희선에게 맞서기 위해 스스로 악녀 캐릭터를 선택한 케이스로 [전원일기] 에서 푸근하고 순박했던 복길이 이미지를 벗어 던지는데 결정적 터닝 포인트가 됐다. 50%에 육박하는 높은 시청률 덕택에 세련된 도시여성 이미지를 회복하는데도 성공했고 말이다.


김지영은 [토마토] 뿐 아니라 [전설의 고향] '구미호' 에서 구미호 역을 소화하며 악녀의 진수를 보여주기도 했는데 그러한 자기 변신이 있었기에 지금의 김지영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작년에는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에서 열연을 펼쳐 각종 영화제의 여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 되어 제 2의 전성기를 구가하기도 했다.




[미스터 Q] 의 송윤아 : 악녀지수 ★★★★


[미스터 Q] 의 송윤아. 송윤아 역시 김지영과 같은 케이스로 '김희선' 과 맞서기 위해 악역을 선택한 배우 중 한명이다. 워낙 연기를 잘하는 배우인데다가 이미지 자체가 세련되고 깔끔해서 지적이면서도 교묘한 악녀 캐릭터를 절묘하게 소화해 냈다는 극찬을 받았다. 당시 김희선은 한 토크쇼에서 "송윤아 언니가 너무 착하고 이쁜 언닌데, 연기를 할 땐 어떻게 그런 연기를 하는지 놀랍다." 고 이야기 할 정도였다.


[미스터 Q] 의 대성공 이후에 송윤아는 연기자로서 자신의 이름값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리며 톱스타로서 확고한 자기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2008년에는 김하늘과 함께 주연으로 나섰던 드라마 [온에어] 가 히트하면서 다시 한 번 송윤아라는 배우의 이름을 각인시키기도 했다.



[대장금] 의 최상궁 : 악녀지수 ★★★★


[대장금] 을 이끈 것은 비단 이영애 뿐이 아니었다. 이영애의 뒤를 받쳐 준 한상궁 양미경과 최상궁 견미리가 없었다면 [대장금] 의 대성공은 결코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특히 처음부터 끝까지 무수한 악행들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최상궁 견미리의 활약은 대단한 것이어서 [대장금] 을 논할 때 결코 빼놓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한상궁이 아름다운 스승상으로 이름을 날렸다면 최상궁은 가문을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지는 악녀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 인물이기 때문이다.


[대장금] 이전만 해도 너무 선한 이미지 덕분에 본의 아니게 제한적인 캐릭터만을 소화해 냈던 견미리는 [대장금] 에서의 최상궁 연기를 계기로 악녀 대표 연기자가 되며 [주몽][이산] 등에서도 악역을 연기해야 했다. 이제는 "악역말고 착한 연기 하고 싶다." 며 투정을 부리는 견미리를 보며 정말 팔색조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브의 모든것] 의 김소연 : 악행지수 ★★★★☆


[이브의 모든것] 의 '허영미' 김소연. 이름만큼 허영과 욕심에 가득찬 아나운서 '허영미' 캐릭터는 지금까지 두고두고 회자되는 악녀 대표다. 세련되고 지적인 외모 뒤에 숨겨져 있는 추악한 인간미와 자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차지하고자 하는 그녀의 악행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지독했던 것이 사실. 당시에 김소연이 이 캐릭터를 얼마나 잘 소화했냐하면 [이브의 모든것] 이 방송되는 날에는 방송국에 항의 전화가 불통을 이뤘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어정쩡하고 우유부단한 착한여자 '진선미' 채림보다 차라리 자기 주장 확고하고 개성 뚜렷한 허영미가 훨씬 매력적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 드라마는 채림이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김소연' 중심의 드라마로 흘러갈 정도로 김소연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작품이었다. 김소연은 [이브의 모든것] 이 후, 악녀 이미지를 깨부수기 위해 절치부심 했다고 알려졌다.



[진실] 의 박선영 : 악녀지수 ★★★★☆


[진실] 의 박선영. 박선영의 연기인생은 [진실]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진다. [진실] 이전만 해도 어정쩡한 이미지였던 그녀는 [진실] 이후 확실한 자기 색깔을 가진 연기파 배우로 성장했다. 젊은 나이에 소름이 돋을 정도의 악녀 캐릭터를 확실하게 소화해 냈던 그녀는 톱스타로 이름을 날리던 최지우, 류시원의 연기가 무색할 정도로 혼신을 다한 연기를 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친구에게 수능을 대신 보게 하고, 자동차 사고 죄목까지 뒤집어 씌우는 박선영의 악행은 지금까지 악녀라면 누구든지 한번쯤은 해봐야(?)하는 행동으로 회자되고 있다.



[천국의 계단] 의 이휘향 : 악녀지수 ★★★★★


[천국의 계단] 의 이휘향을 이야기하면서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넌 빠져!!" 라는 명대사 하나만 말해도 이휘향의 악명은 한국 뿐 아니라 일본, 대만, 홍콩, 중국, 베트남까지 찌르고도 남음이 있다. 그만큼 악녀하면 이휘향이 생각날 정도로 이휘향은 독기와 서슬 가득한 악녀 역할을 가장 제대로 소화해 내는 배우다. 이 또한 출중한 이휘향의 연기력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이휘향은 [천국의 계단] 뿐 아니라 [봄날] 에서도 면도칼을 휘두르며 비열한 웃음을 짓는 악녀 또한 소화해 냈고, 작년에는 [행복합니다] 에서 허영많고 독살맞은 재벌집 마나님을 연기하며 특유의 '악녀연기' 의 진수를 보여줬다. 그녀는 역시 수많은 악녀들 중에서도 레전드 오브 레전드, 전설 중의 전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멋진 '못된 배우' 에게 박수를!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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