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적인 보스>(이하 <내보스>)는 tvN로맨틱 코미디의 계보를 이을 월화드라마가 될 수 있을지 방영전부터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미 <연애말고결혼>으로 tvN 로맨틱 코미디에 출연한 경험이 있는 연우진과 작년 히트작 <또 오해영>을 연출한 송현욱 PD의 조합만으로도 어느 정도 기대작으로서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드라마는 혹평일색이었다. 3.2%의 나쁘지 않은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캐릭터 설정에서부터 스토리라인까지 어느 하나 시청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며 시청률은 1%대로 수직 하강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이해가 가지 않는 캐릭터들의 행동에 있었다.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CEO로 설정된 은환기(연우진 분)는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캐릭터였으나 그 내성적임이 극단적으로 표현된 것이 문제였다.

 

 

 

직원들을 이끌어가는 회사의 대표가 직원들이 퇴근을 하지 못해 밖으로 나가지 못할 정도의 내성적인 성격을 가졌다면 정도가 지나치다고 할 수 있다. 어느정도의 내성적인 성격은 이해하지만 병적인 수준의 내성적임은 단순히 내성적이라 넘길 문제가 아니라 전문적인 치료가 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면 상관 없지만 해야 할 일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수준이라면 말이 다르다.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CEO라고 할지라도 위치에 따른 최소한의 역할은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본전제를 무시한 것이 문제였다. 내성적임을 과장한 나머지 캐릭터를 답답하게 만든 것이 첫 번째 실책이다.

 

 

 

 


 

나머지 캐릭터들에게도 애정을 쏟기는 힘들다. 남자 주인공의 친구이자 악역으로 등장하는 강우일(윤박 분)에 얽힌 이야기도 상당히 뻔한 스토리임에도 비밀스럽게 전개되며 오히려 답답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여주인공의 캐릭터에 있다. 여주인공 채로운(박혜수 분)은 언니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위해 은환기의 회사에 입사하는 인물. 그러나 복수에 눈이 멀어 ‘민폐 여주인공’으로 설정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첫 회부터 남자 주인공과 접촉사고가 나며 인연이 시작된 것 까지는 그럴 수 있지만,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의 집에 무작정 들어가서 냉장고나 서랍을 열어보는 행동 자체는 안하무인을 뛰어넘어 범죄에 가깝다. 게다가 아무리 복수를 위해 잠입한 회사라지만 회사 사람도 아닌 퀵서비스 배달원에게 회사 물건을 마음대로 맡기고 “믿는다”고 진지한 표정을 짓는 캐릭터는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도 없어 보여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여기서 작가의 허술함이 보인다. 업계 1위 홍보회사라는 타이틀을 단 회사에서 직원들 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표를 무시하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직원들이 있는 회사가 잘 돌아갈 수는 없다. 그러나 <내보스>속 회사의 직원들은 CEO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어보인다. 아무리 내성적이고 소심한 남자 주인공이라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무시 당하는’ 설정 자체를 이해하고 넘어가기에는 회사라는 구조 자체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불가능했다.

 

 

 

 


 

더군다나 과한 설정의 캐릭터를 부여받고도 호연을 보여주고 있는 연우진과 달리, 여주인공 박혜수의 연기력은 논란의 도마위에 오르기에 충분했다. 박혜수는 작년 <청춘시대>로 나름의 호평을 이끌어 낸 바 있다. 그러나 아직 주연을 맡기에는 내공이 지나치게 부족했다. <사임당-빛의 일기>(<사임당>)의 이영애 아역, <내성적인 보스>의 여주인공까지 주요 배역을 꿰찼지만 시청자들은 박혜수의 불안한 연기를 보고 불편함을 느낀다. 여기에 <내보스> 속 캐릭터가 호감형이 아닌 것은 기름을 부었다. 정제되지 않은 발성과 어색한 감정표현에 캐릭터의 행동마저 비호감인 까닭에 박혜수에 대한 비난의 강도가 더 높아졌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내보스>는 설 연휴동안 휴방을 결정하고 대본 전면 수정이라는 강수를 뒀다. 그러나 시청률은 더 떨어졌다. 수정된 대본으로 방영된 회차에는 여주인공의 비중이 현저히 줄어들고 그동안 답답했던 스토리 전개가 진행되며 다소 나아졌지만, 여주인공의 언니 채지혜(한채아)가 자살을 선택하는 과정이 지나치다는 지적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또한 박혜수의 출연분량이 줄어들며 오히려 드라마가 안정된 느낌을 주었다는 것은 박혜수에게는 치명적인 일이었다. 그의 연기에 대한 단점을 인정하는 꼴이었기 때문이었다.

 

 

 


<내보스>와 비슷한 시기에 방송된 <사임당>에서도 박혜수의 이런 단점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특히 사극이라는 장르는 현대극보다 말투나 표현이 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박혜수는 <사임당>에서도 여실히 부족한 연기력을 보여주며 논란의 도마위에 올랐다. 아직 주연을 맡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이야기가 대두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단순히 박혜수가 신인이라는 문제라고만은 볼 수 없다. 물론 이름값에 비해 큰 역할이 주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 역할을 어떻게 소화해 내느냐가 관건이었다. 작년 서현진이 <또 오해영>을 맡은 이후 주가가 수직 상승한 것이 그 예다. 그 전에도 서현진은 주연을 몇 차례 맡았으나,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또 오해영>은 서현진의 매력과 연기력을 모두 확인할 수 있었던 작품으로 서현진을 단숨에 주목받는 배우로 끌어올렸다.

 

 

 

 


여기서 박혜수와 서현진의 차이가 있다. 서현진은 비록 그동안 큰 주목을 받지 못했어도 그가 연기한 캐릭터에 불평이 쏟아져 나온 적은 없었다. 언제나 캐릭터와 합일되는 연기력으로 매니아층에서부터 호감도가 높았던 배우였다. 사실 <또 오해영> 속 오해영은 그다지 예쁘거나 호감형 캐릭터가 아니다. 자신의 감정을 알아달라고 징징대고 열등감에 사로잡혀있으며 그 때문에 황당한 행동들도 다수 저지른다. 이런 모든 캐릭터의 단점들을 커버한 것이 바로 서현진이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식에 있었다. 오해영의 억지를 애처로움으로 지나친 행동들을 귀여움으로 표현해 낸 연기력이 있었기에 캐릭터에 대한 호감도를 높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박혜수에게 부족했던 것은 바로 이 탄탄한 연기력이었다. 드라마 캐릭터가 잘못 설정되어 있을 때, 배우가 연기를 잘하면 캐릭터 설정의 오류를 범한 작가와 연출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간다. 예를들면 <내보스>의 연우진도 바로 그런 경우다. 그러나 박혜수라는 연기자 자체에게 쏟아진 비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내보스>는 박혜수가 이런 혹평을 극복하고 정말 ‘주연’으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는 사실만을 확인한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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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문으로 들었소(이하 <풍문>)>에는 악역이 없다. 언뜻 악역처럼 보이는 한정호(유준상 분)-최연희(유호정 분) 커플도 알고 보면 자신의 지위를 지키고 가진 것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욕망에서 비롯된다. 귀족으로 살았기에 귀족의 시선으로 아래를 내려다 볼 수밖에 없는 그들의 입장에 공감된다는 것은, <풍문>이 단순한 ‘갑질 비판’이라거나 ‘서민의 애환’을 다룬 드라마가 아님을 보여 준다.

 

 

 

오히려 <풍문>이 보여주는 것은 철저히 갑의 위치에 있는 재벌가에 감정 이입을 하게 만들면서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행동 양상이 어떻게 변하는가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을의 입장에 있는 서봄(고아성 분)의 가족들은 갑에게 자존심은 세우고 싶지만, 이익은 포기하기 싫은 을의 심리를 제대로 표현해 내고 있다. 대놓고 요구하지는 않지만 주는 것은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는 서민의 현실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오히려 갑보다 더 치사하고 치졸해 보인다.

 

 

 

 

그러나 그들의 그 옹졸함은 누구도 피해가기 힘든 우리 안의 속물근성이다.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누구도 그러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고 오히려 더 많은 것을 해주지 않는 갑의 행동을 비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오히려 서봄의 집안은 갑의 의도대로 움직여주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모습에 씁쓸하면서도 섣불리 손가락질을 하기 힘든 이유다.

 

 

 

<풍문>에서 갑은 을과의 신분차이를 항상 강조한다. 이제 막 자신의 세계로 편입한 서봄과 그들도 철저히 분리시켜야 마음이 놓인다. 서봄은 그들의 기대에 점차 부응해 나가면서 그 신분 차이를 받아들이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권력의 알력관계를 제대로 파악하고 이용하는 서봄의 모습은 일면, 소름이 끼칠 정도다. 비서의 비밀연애사실을 빌미로 조근 조근한 말투로 협박 비슷한 발언을 한다든가 서봄의 재벌 세계 편입을 결혼을 서류 한장의 힘으로 폄하하며 뒷말을 하는 비서에게 "서류가 중요하긴 하다, 선생님과 결혼하면 사모님이라 부를것"이라며 일갈하는 모습은 도저히 20살의 어린 여성의 행동이라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교묘하고 영리하다.

 

 

 

서봄은 자신의 위치를 놀랄 정도로 정확히 파악하고 있고 상류 사회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리고 상류사회를 이룬 시아버지와 시어머니의 발자취에 완전히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그들의 위치에 서는 방법을 터득해 나간다. 그리고 결국 그들이 원하는 모습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이제 사법고시만 붙는다면 완벽한 재벌가 사람으로 거듭날 상황이다.

 

 

 

여기서 걸림돌은 상류사회 사람들의 노골적인 멸시와 차별이 아니다. 오히려 서봄처럼 현명하게 그 지위를 이용하지 못하는 서봄의 가족들이다. 서봄을 미끼로 사업을 하고자 하는 서봄의 아빠와 서봄 처럼 되고 싶어서 재벌가 자제와의 하룻밤을 결정하는 서봄의 언니 서누리(공승연 분)의 모습은 갑의 횡포보다 어쩌면 더욱 안타까우면서도 답답한 모습이다.

 

 

 

서봄의 현명한 자기 위치 찾기의 과정조차 통쾌하기 보다는 영악하게 느껴지는 상황에서 을들의 삐뚤어진 욕심이 부각되는 것은, 상류사회에 대한 비난과 동경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모순적인 마음에 대한 성찰이라고 할 수 있다. 을에게 돈과 권력이 주어졌을 때, 일어나는 일은 어쩌면 갑보다 더한 횡포일 수 있다는 점을 서봄과 서봄의 가족들은 보여준다. 그동안 가지지 못했던 것에 대한 보상심리와 언제 이 권력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힘이 그들을 그렇게 만든다.

 

 

 

서봄의 변화를 마음 놓고 응원하고 지지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서봄이 자신이 처한 환경을 이용하고 사람들을 조정함으로써 얻는 이익들은 너무나 세속적이고 속물적이다. 자신에게 쏟아진 불합리한 대우를 기억하면서도 어느새 다른 사람들에게 갑질 아닌 갑질을 하는 서봄의 모습 속에서 그 처절함과 동시에 약간의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서봄이 재벌가에서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그들의 인정을 획득하는 것 자체가 판타지다. 그러나 그 판타지는 제3자가 동경할 만한 판타지라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너무도 현실적이고 직설적인 판타지라고 할 수 있다. 누구라도 할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가진 저들의 세상에서 한 번쯤은 살아보고 싶은 욕망이 있다는 것을 <풍문>은 못가진자의 청렴함이나 고결함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갑과 을의 세계를 연결 짓는 고아성의 변화는 그리하여 갑도 아니고 을도 아닌 그의 어정쩡한 입장으로서 갑이 되고자 하는 욕망의 표출이다. 그리고 동시에 그 모습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불편한 마음에 되묻는다. 당신이라면 이런 기회를 져버릴 수 있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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