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과 이상윤이 주연을 맡은 <공항 가는 길>(이하 <공항>)은 회를 거듭할수록 불륜에 눈이 가기 보다는 사람의 감정에 공감가게 만든다. 경쟁작들이 웃음 코드와 발랄함으로 무장하여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와중에 <공항>은 홀로 가을 느낌의 쓸쓸한 로맨스다. 시청률은 <쇼핑왕 루이>에 밀려 3위로 떨어졌지만, 이 작품은 매니아층의 감성을 자극한다.

 

 

 

 


방영 전부터 불륜미화 드라마가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던 작품이지만 막상 방송이 시작된 후 시청자들이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그 이유는 <공항>이 보여주고 있는 스토리라인에서 불륜은 현실이 몰고 온 당연한 순리처럼 묘사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공항>은 여러 가지 장치를 해 놓았다.

 

 

 

 


더 이상 ‘불륜’은 막장드라마의 전유물이 아니다. 일방적인 불륜에 의해 상처받고 복수를 다짐하는 식의 드라마에서 전진하여 왜 남편 혹은 아내가 있으면서도 상대방에 끌리는가에 대한 감정 묘사를 중점적으로 하는 드라마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불륜은 또 다른 로맨스물로 변모해가고 있다. 문제는 상황을 얼마나 공감가게 묘사하냐는 지점인데, 이 지점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장치들이 있는 것이다.

 

 

 

 


실망스러운 남편...이미 틈이 벌어진 결혼의 굴레

 

 

 

 

 

 

 

<아내의 자격>으로 불륜을 그린 정성주 작가는 교육문제등을 결부시켜 엄마가 짊어져야 하는 짐에 대한 이야기를 펼쳤다. 엄마이기 이전에 여자라는 사실을 일깨우며 불륜에 공감이 가게 만든 것이다. 이 작품 속의 특징은 남편의 캐릭터에서도 찾아 볼 수 있는데, 전형적으로 가부장적이고 속물적인 남편의 캐릭터는 아내의 희생을 당연시 하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 하는 모습으로 현실적인 짜증을 불러일으켰다. <공항>과 마찬가지로 초반부터 불륜 미화 논쟁이 있었던 <아내의 자격>에서 불륜 논란이 사라진 결정적인 계기가 바로 이 남편의 캐릭터에 시청자들이 분노했기 때문이다. 여주인공이 아내로서 엄마로서 쓸쓸하고 외로운 처지를 만드는데는 이 남편의 캐릭터가 주효했다.

 

 

 

 


그 후, 더욱 파격적인 작품으로 돌아온 정성주 작가는 <밀회>에서 사회 부조리에 대한 이야기를 내세워 불륜 논란을 잠재웠다.그리고 여기서 다시 한 번 속물적인 남편 캐릭터를 내세워 여주인공의 처지를 설득력있게 풀어냈다. .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아내에게는 떼를 쓰고 철없이 구는 남편의 캐릭터를 통해 아내의 처지가 더욱 불합리해지도록 만든 것이다. 

 

 

 

 


<공항>역시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젠틀하고 능력있는 남편 박진석(신성록 분)은 한없이 이기적인 남자다. 아내와 아이를 무시하고 그들을 자신의 마음대로 휘두르려 하는 것은 물론, 다른 여성에까지 눈을 돌리며 분노 유발자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드라마 속에서 아내의 불륜에 대한 당위성이 생겨난다.

 

 

 

 


 남편이 남편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시청자들은 아내의 외로움을 깊이 이해한다. 남자 주인공인 서도우(이상윤 분)역시 지나치게 이기적이고 비밀이 많은 아내 때문에 괴롭다. 이 두 주인공들의 결혼 생활은 불륜을 제외하고라도 이미 정상적이지 않다. 

 

 

 

 


노희경 작가의 <바보같은 사랑>은 당시 <허준>의 선풍적인 인기에 밀려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누구보다 이 불륜을 공감가게 그렸다. 남편에게 매맞는 여자와 아내에게 구박당하는 남자가 서로에게 빠져드는 과정은 비루하지만, 현실적이고 처연한 민낯을 낱낱이 보여준다. 이 로맨스가 설득력있는 것은 바로 이미 파괴된 가정의 단면을 배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공항>역시 그런 설정을 놓치지 않는다. 불륜이 아니라도 언젠가는 끝날 수밖에 없는 허무한 결혼생활을 지속하는 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에 그 둘의 불륜에는 공감이 갈 수밖에 없다.

 

 

 

 


소년같은 열정과 로맨스를 다시 한 번 경험하게 하는 남자와의 판타지 

 

 

 

 

 

 

이런 불륜을 다룬 드라마 속에서는 남자 주인공의 매력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미 있는 가정을 외면할만큼 남자 주인공이 매력 있을 때, 더욱 설득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이런 드라마 속에서 남성 캐릭터들은 현재 살고 있는 남편과는 정반대 캐릭터로 그려진다.

 

 

 

 


특히 강조되는 부분은 ‘순수함’이다. 세상에 찌든 남편들과는 다르게 이들은 감정에 충실하고 소년같은 열정을 가지고 있다. <아내의 자격>의 김태오(이성재 분)는 돈은 부족했지만 순수했던 시절의 연애를 갈망하는 인물이다. 성공했으면서도 여전히 애정과 사랑으로 자신의 삶이 점철되기를 바라고 속물적으로 변해가는 아내와 견해차가 생긴다. <밀회>에서는 아예 20대의 젊은 청년이 상대역이다. 순수함과 재능, 열정이 빛나는 그의 매력에 여주인공이 빠져들어가는 과정은 상당히 강렬하다.

 

 

 

 


1996년 파격적인 소재로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던 <애인>의 운오(유동근 분) 역시 로맨틱하고 감성적인 남자로 여심을 흔들었다. 이 드라마의 결말은 서로의 가정으로 돌아간다는 다소 보수적인 결말이지만 당시 시대를 생각해 보면 이정도도 굉장한 파격이라고 볼 수 있다.

 

 

 

 


 

 

<공항>의 서도우 역시 현실에 없을 것 같은 배려심과 다정함을 가지고 있다. ‘머리를 넘기는 것부터 셔츠 소매 접는 모습 것 까지 자연스러운 모습에 시선이 가는 멋진 남자’라는 캐릭터 소개만 봐도 이 캐릭터가 여심을 잡기 위해 탄생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드라마적인 개연성을 살리기 위해 남편과 정 반대 스타일의 남성을 내세운 것은 그들의 로맨스에 설득력을 더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드라마 속 인물에게 섣불리 돌을 던질 수 없는 것은, 등장인물들의 답답한 삶 속에서 한줄기 빛 같은 로맨스에 공감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아무리 설득력이 있다 하더라도 불륜은 정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다른 한 쪽을 정리하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예의고 도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이 있는 이들의 ‘위험한 사랑’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것은, 우리 역시 그리 완벽한 인간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불완전한 인간들이 결합하여 만든 결혼이라는 속박 속에서, 그 누가 한 번쯤은 자유롭고 싶지 않을까. 그렇기에 여전히 불륜이지만 로맨스로 거듭난 이야기는 시청자들에게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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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드라마의 전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질투의 화신>이 12%대로 시청률 1위를 고수하고 있지만 <공항가는 길>과 <쇼핑왕 루이>도 9%, 8%대로 시청률이 상승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세 드라마들은 모두 멜로, 로맨틱 코미디로 로맨스를 표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로맨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심을 사로잡는 것이다. 여자 주인공의 사랑스러움과 남자 주인공의 매력이 합쳐져 설렘을 어떻게 유발하느냐가 관건이다.

 

 

 

 


그 설렘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 세드라마는 각각 다른 매력의 남자 주인공을 내세웠다. 취향따라 골라서 선택할 수 있는 남자 주인공의 매력을 비교 분석해 봤다.

 

 

 

 



SBS <질투의 화신> 조정석-찌질한데 멋있네

 

 

 

 


조정석이 연기하는 이화신 캐릭터는 까칠하지만 잘해주는 남자 주인공의 전형성의 연장선상에 있는 캐릭터다. 그러나 이 캐릭터를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 일명 ‘찌질한’ 코드다.

 

 

 

 


 

처음부터 유방암에 걸렸으면서도 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우기거나 표나리(공효진 분)에게 끌리면서도 자존심을 세우느라 제대로 감정 표현을 못하는 모습은 웃음코드로 활용되었다. 남자 주인공이 코믹해지자 드라마의 분위기가 특별해졌다. 다소 아쉬운 설정이나 이야기 전개도 눈에 띄지만 캐릭터를 제대로 살린 조정석은 이 드라마 자체에 생명력을 배가 시켰다.

 

 

 

 


이화신은 잘해보라며 친구인 고정원(고경표 분)에게 표나리를 소개시켜준 뒤, 질투에 눈이 먼다. 그래서 하는 행동들이 꼭 유치원생을 떠올릴 만큼 유치하고 치졸하다. 그러나 질투에 어쩔 수 없이 눈이 멀어 하는 행동이라는 설득력을 불어 넣은 것은 캐릭터의 힘이었다. 그가 표나리에 대한 사랑을 인정하면서 표나리에게 접근하는 방식은 상당한 재미를 담보한다. 조정석은 찌질하면서도 멋있는,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은 캐릭터의 두 조건을 다 만족시키며 특유의 연기력을 선보인다. 공블리도 있지만 조정석의 캐릭터 분석이 더욱 빛이 나는 드라마인 것이다.

 

 

 

 


조정석은 <질투의 화신>의 타이틀 롤답게 엄청난 질투를 통해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에 대한 기준을 다시 한 번 높였다. 그동안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 오며 연기력을 인정받은 그 답게 <오 나의 귀신님>에 이어 로맨틱 코미디에도 적합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또 다시 확인시킨 것이다.

 

 

 

 


KBS <공항가는 길> 이상윤- 이미지에 딱 맞는 다정함

 

 

 


불륜을 다뤘지만 상황 설정과 분위기를 적절하게 배치해 공감을 얻고 있는 <공항가는 길>은 로맨틱 코미디 사이의 멜로 드라마로서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남자 주인공인 이상윤은 딱 그의 이미지에 맞는 배역을 선택해 여심 공략에 나섰다. 엄친아 이미지가 강한 이상윤은 그동안 여러 배역을 거쳐 오면서도 여전히 다정다감하고 선한 이미지가 강하다.

 

 

 

 


<공항가는 길>은 이상윤의 그러한 이미지를 부정하기 보다는 오히려 극대화 시키며 매력을 설득하는 작품이다. 이상윤이 연기하는 서도우는 다정하고 섬세하며 배려심이 넘친다. 여기에 지적이고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매력은 덤이다. 결혼했지만 외로운 생활을 견뎌야 하는 최수아(김하늘 분)에게는 더 없이 끌릴 수밖에 없는 남자다. 자신의 품에 안겨 아픔을 토해내듯 눈물까지 흘리는 남자가 흔할 리 없다. 신기 편하도록 여성의 신발을 정리해 주는 섬세함까지 갖췄다. 실제로 이런 인물이 현실에 존재한다면 바람둥이일 확률이 다분하다. 그러나 드라마 안에서의 서도우는 그야말로 완벽한 남자처럼 묘사된다. 이 드라마가 그리는 불륜에 설득력을 더하는 것이 바로 서도우의 매력이다. 시청자들이 이 남자에게 빠져들수록, 그럴 수 있다는 공감대가 생겨난다.

 

 

 

 


멜로 이미지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매력을 가진 김하늘과 함께 케미스트리가 상승하면 상승할수록, 결혼한 세대나 30대 이상의 공감대를 흡수하며 시청률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MBC <쇼핑왕 루이> 서인국- 키우고 싶은 강아지남

 

 

 


MBC <쇼핑왕 루이>에 출연하는 서인국은 애지중지 자란 재벌 2세지만 기억 상실로 노숙생활을 하다 여주인공 고복실(남지현 분)에게 의지하는 인물이다. 그는 재벌 2세의 습성이 남아 아무것도 할 줄 모르고 시종일관 사고를 치지만 여주인공 뒤를 따라다니며 여주인공이 자신을 버릴까봐 전전긍긍한다. 마치 주인을 따라다니는 강아지처럼 순수한 얼굴을 한 남자 주인공에게 시청자는 한마디를 던진다. “키우고 싶다.”

 

 

 

 


루이는 기존의 남자 주인공과는 달리, 여주인공에게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다. 재벌 2세라는 사실을 잊어버린 탓도 있지만 온실속의 화초처럼 자란 탓에 거의 능력치가 없다.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쇼핑 뿐. 이마저도 돈을 아껴야 하는 가난한 여주인공에게는 독이 되는 일이다.

 

 

 

 


그러나 루이는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매력을 발산한다. 단순히 배경이 재벌 2세라서가 아니라, 여주인공을 대하는 방식이 너무나도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사소한 말썽은 피워도 절대 배신하지 않고 절대 곁을 떠나지 않을 것 같은 남자 주인공은 여심을 훔치며 이 드라마의 매력을 더했다.

 

 

 

 


 


이토록 다른 남자 캐릭터들의 향연 속에서 시청자들은 어떤 채널에 고정해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 시청률은 갈렸지만, 앞으로 반등의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그 기회를 어떤 드라마가 잡게 될지 마지막까지 긴장감 있는 승부로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만들어 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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