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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29 [아바타] 뒷통수 칠 영화, [하모니] (9)



[아바타] 열풍이 여전히 거세다.


그런데 '다크호스' 가 나타났다. 이 정도면 아주 괜찮은 수준이다.


바로 한국영화 [하모니] 다. 말 그대로, 다크호스다.



아니나 다를까. 28일 개봉한 [하모니] 는 일일 관객수에서 [아바타] 를 2위로 끌어 올리며 관객수 1위로 올라섰다. [아바타] 의 등쌀에 밀려 기 한 번 제대로 펼치지 못했던 한국 영화가 오랜만에 자존심을 회복한 셈이다. 내로라 하는 스타도 없고, 그렇다고 눈에 띄는 블록 버스터도 아닌 이 영화가 어떻게 천 만을 넘어 천 오백만을 노리고 있는 영화 [아바타] 의 뒷통수를 칠 수 있었던 것일까.


솔직히 말하자면 [하모니] 는 말 그대로 아주 대중적인 상업 영화다. 예술 영화의 가치로 보자면 [하모니] 의 그것은 별로 평할 가치도 없는, 별 것 아닌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이 말은 거꾸로 [하모니] 만큼 아주 잘 만들어진 대중영화 혹은 상업영화도 드물다는 말과 같다. 그만큼 [하모니] 는 한국 영화 관객의 속내를 빤히 잘 들여다 본 '아주 아주' 볼 만한 대중 영화다.


[하모니] 는 2시간에 가까운 러닝 타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적절하고 감각적인 완급 조절을 통해 지루함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어 놓는다. 영화가 시간이 흐를수록 핸드폰 시계를 들여다 보는 사람들도 있음직한데 [하모니] 를 보는 도중에는 그런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오히려 "아, 이렇게 끝나면 안 되는데" 하는 여성 관객들의 작은 탄성이 튀어 나온다. 그만큼 스크린에 몰입하게 하는 힘이 강하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한' 이라는 정서를 공유하고 있는 한국 관객에게 [하모니] 의 절절한 '모성' 은 동일선상에서 일맥 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아들을 보내야만 하는 여자 죄수와 각기 다른 사연을 갖고 감옥에 들어온 사람들의 삶을 조망하며 [하모니] 는 한국인이 즐기는 특유의 신파를 마음껏 과시한다. 물론 [엽기녀] 이 후로 공식이 되다시피한 코믹과 신파의 적절한 배율도 잊지 않는다.


처음에는 아기의 귀여운 모습과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에 웃음을 터뜨리던 관객들은 점차 절절한 모성에 대한 안타까움과 가히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가슴 찢어질듯한 엔딩 장면 때문에 통곡에 가까운 울음을 쏟아낸다. 곳곳에서 눈물 닦는 소리, 코 푸는 소리가 들린다. 여자, 남자할 것 없이 소리를 감추고 꺽꺽대며 울음을 삼킨다. 특히 30~40대 여성 관객층의 울음 소리는 스크린의 감성을 그대로 대변하는 듯 강렬하다.


이만하면 신파 영화로 [하모니] 는 손색이 없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서로를 치유하는 과정 속에서 '합창' 이라는 소재가 등장하고, 합창을 하는 도중에 일어나는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그들을 다시 한 번 이해한다는 스토리는 한국 관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토리 아닌가. 게다가 웃음과 눈물, 따뜻한 미소가 끊임없이 등장하니 이만큼 매력적인 영화도 드물다.


혹자는 이 영화를 보기도 전에 눈물 빼려고 하는 '거부감 드는 영화' 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그렇게만 폄하하기엔 [하모니] 라는 영화가 너무 빼어나게 잘 만들어졌다. 적어도 대중 영화로서 한 번 보고 생각하기에는 이만한 영화도 없다. [하모니] 야 말로 2009년과 2010년을 통틀어서 가장 가슴을 절절하게 울리는 꽤나 괜찮은 신파 영화이기 때문이다. 가히 [해운대] 의 윤제균의 각본이라 할 만 하다.


물론 이 영화에서 볼 것은 또 하나 있다. 바로 김윤진, 나문희, 정수영 등 배우들의 열연이다. 당초 [하모니] 의 주인공은 김윤진이라고 알려졌지만 이 영화는 김윤진의 원톱 영화가 아니다. 김윤진 뿐만 아니라 주조연급 배우들이 모두 자신만의 스토리로 사람들의 가슴을 사로잡고, 자신만의 연기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오히려 후반부로 갈수록 김윤진은 영화의 전면에 나서지 않고 중심을 잡는 역할을 주로 한다.


이 영화에서 특히나 빛나는 것은 역시 나문희다. [하모니] 야 말로 나문희의, 나문희에 의한, 나문희를 위한 영화라고 할만큼 나문희가 이 영화에 나오지 않았다면 과연 관객들이 그 만큼 눈물을 쏟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눈빛 하나, 표정 하나에 아주 세심한 감정을 담고 말 한마디 없어도 모든 것을 표현하는 그녀의 연기는 소름이 돋다 못해 전율에 가까운 감동을 준다. 나문희의 아무 말 없는 공허한 표정만 스크린에 등장했을 뿐인데 관객들은 통곡을 하며 울음을 쏟아냈다.


이처럼 잘 짜여진 에피소드, 유기적인 스토리, 흥미로운 소재, 코믹과 신파의 적절한 배율, 감각있는 연출, 세련된 카메라 워킹, 익숙한 감정 기법, 배우들의 폭발적인 열연, 한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는 배려 있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마지막 엔딩, 엔딩 이후에 길게 느껴지는 여운까지 [하모니] 는 관객의 상상 이상으로 대중영화로서 자신의 본분을 다한다. [괴물] 을 제치고 역대 관객 1위를 노리고 있는 [아바타] 의 입장으로선 [하모니] 의 대선전이 탐탁치 않을 듯 하다.


[하모니] 는 설 특수를 시작으로 가족 영화 붐을 일으킬 수 있는 한국 영화계의 '다크호스' 다. 한국 관객들이여! [아바타] 의 4D도 꼭 봐야겠지만 [하모니] 의 아날로그 감성도 외면하지 말지어다! [하모니] 의 선전을 기대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PS. [하모니] 를 볼 생각이 있는 여성 관객들은 휴지 필수, 화장은 너무 많이 하지 마시길. 눈, 코가 다 빨개져서 화장을 고치러 들어가는 여성들로 영화관 화장실이 폭발 직전이니 말이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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