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달의 연인>은 야구 중계가 시작하는 당일 날에도 결방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야구 중계가 9시 20분 이전에 끝나면 방영하겠다”는 애매모호한 입장만을 전했을 뿐이다. 이 상황은 묘하게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바로 작년 이맘때 쯤 방영되었던 <그녀는 예뻤다>의 결방 소식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당시 <그녀는 예뻤다>는 황정음과 박서준의 호연과 트렌디한 로맨틱 코미디를 잘 살린 스토리로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그러나 바로 이맘때 공중파가 ‘습관적으로’ 내보내는 가을 야구가 문제였다. 언제 끝이 나는지 정확한 시간이 기약이 없는 야구 경기는 방영 시간을 제대로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었고, <그녀는 예뻤다>를 방영한 MBC측은 “야구가 끝나는 시간을 봐서 결정하겠다.”며 확실한 결방여부를 대답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간을 보던 방송사측은 결국 10시 반쯤 8시 뉴스데스크를 방영하고 예능 <라디오 스타>를 편성하며 <그녀는 예뻤다>를 최종 결방했다. 이에 <그녀는 예뻤다>시청자 게시판은 성토의 장이 되었다. 한창 인기가 있었던 드라마가 결방된 데 대한 것도 있지만, 마지막까지 결방여부를 놓고 저울질 하며 시청자들을 농락했다는 비난이 쏟아진 것이다. 인기 있는 드라마를 이용해 시청자들의 채널을 MBC 쪽으로 유도한 것이 아니냐는 시청자들의 항의도 잇따랐다.

 

 

 

 


 

중요한 스포츠 중계로 드라마가 결방되는 일은 시청자들에게 익숙하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전국민의 관심을 받는 스포츠 이벤트로 드라마가 결방되는 일은 낯설지 않은 풍경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리 공지가 되고 결방이 되는 상황에서도 탐탁치 않아 하는 시청자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와 비교해 TV채널은 엄청나게 늘어났다. 그 중에는 스포츠 중계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채널도 있다. 늘어난 채널만큼이나 소비자들의 취향이나 욕구 역시 다양화 되었다. 과거에도 스포츠 경기에 관심이 없었던 시청층은 분명히 존재했겠지만  전국민이 한 마음으로 올림픽 경기를 응원하고 월드컵을 축제처럼 즐기는 분위기 속에서 그런 시청자들의 욕구나 취향은 무시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채널이 다양해진 만큼, 방송사들이 일괄적으로 방영하는 스포츠 경기에 대한 불만역시 쏟아져 나온다. 인터넷 등, 불만을 직접적으로 토로할 장소가 생겨났기도 하지만, 2016년에도 여전히 일괄적으로 방영 내용에 개선이 없는 방송사 측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쌓인 결과이기도 하다. 사실 모든 방송사들이 해설자만 바꿔 똑같은 화면을 내보낼 이유는 없다.

 

 

 


공중파가 스포츠 중계를 방영하는 것이 관례라면, 드라마 역시 그 시간대 방영하는 것이 시청자와의 약속이다. 불가피한 일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그 드라마를 위해 tv를 켠 시청자들을 존중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스포츠 경기 중계가 과연 그렇게까지 불가피한 일인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방송삼사가 협의 해 종목별 방송을 한다면 그나마 납득이 가능하지만 똑같은 내용이 어느 공중파 프로그램에서건 방영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가을 야구는 올림픽이나 월드컵보다 그런 불만이 더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다. 야구는 월드컵이나 올림픽처럼 큰 이벤트 보다 훨씬 더 소수의 팬들이 즐기는 문화다. 물론 야구 팬층은 두텁지만 그 팬층이 전국민적인 관심을 끌만큼 두텁지는 않다. 한 때, 절정에 달한 가을 야구는 광고효과가 큰 방송사의 효자상품이었다. 이를 독점 중계한다는 것은 방송사에 큰 이익이 되는 일이었다. 여전히 광고시장에서 가을 야구 중계권을 가진 방송사측에 쏟아지는 광고 수요는 유효하다. 그러나 문제는 가을 야구의 화제성이 예전만 못하고, 외려 드라마의 시청률을 따라잡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제는 야구가 팬들을 제외하고 시청자들이 전반적으로 즐기는 오락거리라고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동안 스포츠 채널이 도맡던 야구 중계를 공중파 방송사가 돌아가면서 독점 방송하는 것도 우습지만, 그 효과마저 예전만 못하다.

 

 

 

 


 

더욱 큰 문제는 야구 중계 때문에 굳이 정규 방송을 시청할 권리를 박탈당하는 시청자들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이라면 얼마든지 케이블 중계를 찾아볼 여지도 크다. 스포츠 전문 채널에서 방영되어도 무방한 야구 중계로 인해 드라마를 사랑하는 팬들의 취향이 무시당하는 것은 시청자들의 볼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다.

 

 

 

 


더군다나 방영결과를 확실히 사전에 공지해 주는 것이 아니라, 야구 끝나는 시간을 빌미로 애매한 답변을 내놓는 것은 확실히 시청자들을 농락하는 행위처럼 비춰지기 쉽다. <달의 연인>이 <그녀는 예뻤다>처럼 시청률이 높지는 않지만, 나름대로의 팬층을 쌓은 드라마임에는 틀림없다. 야구 중계로 인해 다시금 방송사의 드라마 게시판이 성토의 장으로 돌변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애매한 방송사측의 태도와 편성이 답답한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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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미는 영어 케미스트리(chemistry)’의 준말로 서로간의 어울림이나 합이 잘 맞을 때 잘 쓰는 단어다. 표준어가 아니지만 딱히 대체할 한국말도 찾기 어렵다. 바로 이 케미가 제대로 통해야 하는 곳이 바로 방송 프로그램이다. 방송에서 출연자들 사이의 케미가 크면 클수록 시청자들의 열띤 반응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올해 드라마에서 그런 케미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끈 커플 5쌍을 꼽아 보았다.

 

 

5<그녀는 예뻤다> 황정음-최시원

 

<그녀는 예뻤다>의 김혜진(황정음 분)과 김신혁(최시원 분)은 초반 남자 주인공 지성준(박서준 분)과의 관계보다 훨씬 더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장난기 많은 캐릭터인 김신혁의 캐릭터는 그동안 착한 남자혹은 악역으로 대변되어 왔던 서브 남자 캐릭터를 뛰어넘는 매력을 보여주었다. 여주인공 김혜진과 김신혁의 관계를 응원하는 세력은 초반에 주인공인 지성준과의 관계를 응원하는 세력보다 훨씬 더 우세했으며, 중 후반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도 주인공 못지않은 인기를 자랑했다.

 

4<오 마이 비너스> 소지섭-신민아

 

사실 <오 마이 비너스>는 그다지 유려한 흐름을 자랑하는 스토리라고 볼 수 없다. 각각 변호사와 스타 트레이너이자 재벌집 자제인 주인공들의 어려움이나 갈등은 쉬이 공감이가지 않고 뚱뚱한 분장을 한 강주은은 여전히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신민아의 사랑스러움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며, 그 고민이라는 살마저 너무 쉽게 빠져버리고 만다. 게다가 강주은은 예전에는 여신으로 통하던 미모였으니 부족한 건 하나도 없어보인다. 이야기는 종종 맥이 끊기고 내용은 중구난방이 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소지섭과 신민아라는 조합이 통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비주얼적으로도, 연기로도 서로와 잘 어울리는 케미를 만들어 냈다. 소지섭은 그동안 로맨틱 코미디를 많이 하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로 여심을 흔들고 신민아의 사랑스러움 역시 그런 소지섭의 행동을 정당화 시켜주는 명분이 된다. <오 마이 비너스>가 남긴 것은 그들의 케미 뿐만이 아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3<애인 있어요> 김현주-지진희

 

<애인 있어요>는 경쟁작 <내 딸 금사월>에 비하면 반에 반 정도의 시청률 정도를 올리고 있을 뿐이지만, 그 완성도와 시청자들의 호응에 있어서는 <내 딸 금사월>을 훨씬 더 추월하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특히 12역을 한 김현주의 연기는 연말 연기대상에 거론될 정도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불륜을 저지르는 남자 주인공이지만 최진언을 훌륭히 소화해 낸 지진희 역시 미중년의 대표 주자로 거론될 정도로 섹시하다. 김현주와 지진희의 이런 케미는 바람을 피우고 조강지처를 버린 남자와 다시 사랑에 빠진다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재결합을 원하는 목소리를 높이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완성도 있는 스토리에 더한 배우의 케미가 만들어낸 결과다.

 

 

2<응답하라1988> 혜리-류준열

 

응답하라 시리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올리고 있는 <응답하라 1988>에서는 가족의 이야기가 주가 되지만, 러브라인 역시 빠지지 않는 흥행동력이다. 특히 대중앞에 낯설었던 김정환 역의 류준열은 단숨에 주목받는 배우로 우뚝 섰다. 이는 류준열과 혜리가 만들어내는 케미의 힘이 주요했다. 무심한 듯 만원 버스 뒤에서 여자 주인공인 성덕선(혜리 분)을 보호하는 김정환의 행동은 단순했지만 그만큼 강렬했다.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최택(박보검 분)은 엄밀히 말해 혜리와의 케미보다는 스스로의 매력으로 인기를 끌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김정환은 성덕선과 티격태격하는 모습 속에서 둘 사이의 교류를 만들어 내고, 여주인공의 마음까지 흔들어 놓았다. 문제는 지지부진한 러브라인의 결말이다. 사실 이점이 가장 고민이 되는 부분인데, 러브라인을 빨리 끝내면 이후의 긴장감이 떨어지고, 그렇다고 지금처럼 계속 끌어나가면 그 역시도 지루해진다. 과연 이들이 만들어낸 케미가 망가지지 않는 선에서 러브라인이 마무리 될 수 있을지, 그 결과가 기다려지는 시점이다.

 

1<오 나의 귀신님> 박보영-조정석

 

올해 최고의 커플을 꼽자면 누가 뭐래도 <오 나의 귀신님>의 박보영과 조정석이라고 할 수 있다. 박보영은 귀신을 보는 나봉선 역할을 맡아, 귀신에 빙의된 모습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뽐냈다. 이 과정에서 박보영의 애교와 밉지 않은 당돌한 연기가 빛을 발했다. 그동안 어느 여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에게 한 번 하자고 말을 할 수 있었을까. 그런 발칙함을 표현해 낸 박보영 특유의 분위기와 연기력은 이 드라마를 통해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런 박보영을 받아준 남자주인공 강선우 역할의 조정석 역시 뛰어난 연기력으로 박보영과의 합을 자연스럽게 이끌고 나갔다. 충격적이고 센세이션한 반응까지 일으켰던 <오 나의 귀신님>, 2015를 대표하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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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시청률의 파이가 작아지긴 했지만 올해도 역시 좋은 드라마들과 흥행작들이 탄생했고, 많은 배우들이 그 드라마 속에서 열연을 했다. 2015년에는 어떤 드라마 속에서 어떤 캐릭터들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홀렸을까. 2015 드라마 캐릭터를 정리해 보았다.

 

 

킬미힐미-지성

 

2015년 드라마 캐릭터를 논할 때, 빠져서는 안되는 인물이 바로 지성이 연기한 <킬미힐미>의 차도현이다. 무려 7개의 인격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한 지성은 모든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다른 모습으로 소화하며 지성의 연기력에 대한 찬사를 이끌어 냈다. 상대역인 오리진 역할을 맡은 황정음의 서포트도 좋았지만 황정음이 인터뷰에서 밝혔듯, <킬미힐미>는 지성을 위한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성은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며 2015년이 마무리 되는 지금 이 시점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연기력을 보여준 연기자로서 시청자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펀치-김래원, 조재현

 

권력을 가진 자 골리앗의 부패와 그 부패를 낱낱이 파헤치고 뒤흔들려는 다윗의 싸움은 박경수 작가 특유의 내러티브다. 그 내러티브는 <펀치>로 다시 한 번 한 방을 날렸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다윗 박정환(김래원 분)과 그의 악에 받힌 복수의 대상이 되어 버린 골리앗 이태준(조재현 분)의 싸움은 그들의 캐릭터와 연기력의 싸움으로 이어졌다. 박경수 작가는 이번에는 단순히 골리앗을 으로 규정하지 않고 그가 권력의 개로 살아가며 겪는 감정에도 집중하게 만들었다. 박정환과 이태준이 함께 자장면을 나눠 먹는 장면은 단순한 먹방에 그치지 않고 그들이 놓인 처지와 밥그릇 싸움이라는 권력의 속성을 대변하는 메타포로 나타난 명장면으로 회자된다. 드라마 자체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는데 그들의 섬세한 연기의 결이 한 몫을 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가면- 주지훈

 

12역을 맡은 주인공 수애의 연기보다 주지훈의 캐릭터가 <가면>에서는 더욱 돋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최민우 역할을 맡아 사랑을 믿지 않는 차가운 캐릭터지만 점점 변지숙(수애 분)에게 빠져 들어가는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내며 여심을 흔들었다. <가면>의 스토리는 후반부로 갈수록 중구난방에 엉망진창이 되기는 했지만, 그 흔들리는 상황속에서도 <가면>을 시청해야할 이유가 있었다면 주지훈의 설득력있는 연기 때문이었다. 캐릭터가 우왕좌왕하는 가운데에서도 그 매력을 살리고 확실한 임팩트를 주는데 있어 연기자의 몫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오 나의 귀신님- 박보영

 

<! 나의 귀신님>속의 박보영을 빼놓고 2015 드라마의 캐릭터를 논할 수 없다. 박보영은 실질적인 12역으로, 소심하고 유약한 귀신보는 소녀 나봉선 역할과 발랄하고 참견하기 좋아하는 신순애(김슬기 분)에 빙의된 두 가지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이 캐릭터가 특별했던 것은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적인 여주인공에서 탈피, 자신의 성적인 욕망을 위해 남성을 이용하는 과감함을 선보였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도 사랑스러움을 잃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섬세한 손길로 스토리가 다듬어졌기 때문이었다. 역대급 캐릭터를 탄생시킨 <! 나의 귀신님>속 박보영의 뛰어난 연기력은 그의 배우로서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증명하는 터닝포인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는 예뻤다- 황정음

 

얼굴에는 빨간 홍조와 주근깨가 덕지덕지 붙어있고 머리는 폭탄을 맞은 것처럼 산발을 했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그 못생김이 강조될수록 황정음이 연기하는 김혜진이 예뻐보였다는 점이다. <그녀는 예뻤다>라는 타이틀을 비웃기라도 하듯, 오히려 후반부 예뻐진 황정음의 얼굴은 주근깨와 폭탄머리를 가진 못난이 보다 매력이 떨어져 보였다. 황정음은 망가짐을 불사하며 역할에 혼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며 여주인공으로서 대체 불가 배우의 매력을 확실하게 증명했다. <킬미힐미>에 이어서 다시 한 번 홈런을 친 황정음이 어느새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도 물론이다.

 

용팔이- 주원

 

<용팔이>의 후반부가 바람빠진 풍선처럼 맥없이 느슨해졌지만, <용팔이>의 시청률이 20%까지 치솟을 수 있었던 것은 김태희의 미모와 더불어 주원의 연기력 때문이었다. 돈만 된다면 무슨 짓이든 하는 의사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낸 주원은 20대 배우 중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배우를 꼽으라면 한 번쯤은 이름을 올릴 배우로 성장했다. 초반부와 중반부, ‘용팔이를 내세운 스토리가 먹힐 수 있었던 것 역시 주원이 캐릭터의 설명을 연기로 완벽하게 시청자들에게 해 냈기 때문이었다. 드라마 <굿닥터>에 이어 다시 한 번 레지던트 역할을 맡았지만 전혀 다른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 해 낸 주원의 연기력은 확실히 비범했다. 천재 의사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위험을 불사하는 캐릭터의 긴장감이 <용팔이>를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딸 금사월- 전인화

 

타이틀은 금사월을 사용했지만 실질적인 포커스는 내 딸에 있다. 금사월(백진희 분) 보다는 금사월의 엄마인 신득예(전인화 분)가 이 드라마의 실질적인 주인공인 셈이다. 김순옥 작가의 전작인 <왔다! 장보리>에 탄산남이라 불리던 문지상(성혁 분)이 있었다면 <내 딸 금사월>에는 모든 사건을 조정하고 개입하는 신득예가 있다. 신득예의 능력치와 존재감은 문지상을 뛰어 넘는다. 신득예는 답답하고 무능한 금사월을 대신해 악역들에게 통쾌한 한 방을 날리는 역할을 맡고 있다. 드라마가 막장의 향기가 흐르는 속에서도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신득예의 힘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착한 것이 아니라 멍청해 보이는 금사월 캐릭터에 대한 반감을 신득예가 커버하고 있기에 <내 딸 금사월>의 인기가 가능할 수 있었다.

 

 

 

육룡이 나르샤-박혁권

 

주인공은 분명 정도전(김명민 분)과 이방원(유아인 분)인데 올 해 더 눈에 들어온 캐릭터는 길태미다. 물론 정도전과 이방원은 드라마 중심에 무게를 잡는 역할이고, 앞으로의 스토리를 책임지는 캐릭터들이다. 그러나 길태미는 조연임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그 순간 까지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증가시킨 캐릭터였다. 남자임에도 치장을 좋아하고 여성스러운 말투를 사용하는데 무예에 뛰어난 이중적인 캐릭터는 사극에서는 물론이고 현대극에서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신개념 캐릭터였다.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태쁘(길태미 예쁘다의 준말)’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이 캐릭터에 열광한 이유가 있었다. 길태미를 연기한 박혁권의 맛깔나는 연기는 잊혀지지 않을만큼 강렬했다.

 

응답하라 1988-전 출연진

 

<미생>에 이어 이렇게 생동감 있는 캐릭터를 전반적으로 활용한 드라마는 실로 오랜만이다. 같은 제작진의 시리즈 물인 <응답하라 1997>이나 <응답하라 1994>가 로맨스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응답하라 1988>은 가족이라는 매개체를 스토리에 적극 녹여냈다. 로맨스도 있지만, 가족간의 사랑과 이웃간의 정이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주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로맨스를 펼치는 청춘스타들이 아니다. 오히려 이 드라마는 그들도 누군가의 자식이고, 그들의 부모도 마땅히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가치가 있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 ‘사랑한다 아들이라는 투박한 한 마디에 눈물이 떨어지고 코피는 괜찮냐는 간단한 질문조차 그들이 가족이기 때문에 울컥하게 만든다. 그런 분위기를 만들고 설명해 낸 제작진의 섬세하고 따듯한 시선이 너무나도 반갑고 고맙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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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지성

 


 

 

 

연말 연기대상은 방송사들의 잇속 채우기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많았던 가운데에서도 공동수상, 퍼주기식 논란이 가장 많았던 MBC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시청자들에게 수상의 책임을 돌렸다. 작년 <왔다! 장보리>의 악역을 맡았던 이유리가 대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시청자들의 투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번 연기대상 후보는 <내딸 금사월>의 전인화, <킬미힐미>의 지성, <킬미힐미>,<그녀는 예뻤다>의 황정음 세명의 후보가 각축을 벌인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내년까지 방송 예정인 <내딸 금사월>의 전인화 수상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지만 시청자들의 투표는 지성과 황정음에게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킬미힐미>의 지성의 수상이 유력하다. 지성은 무려 7개의 인격을 소화하며 ‘미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올해 초에 드라마는 종영했지만 아직까지 지성을 뛰어넘는 임팩트를 준 연기력을 선보인 연기자를 찾기 힘들 정도. 3사 통합 연기대상을 한다고 해도 지성의 수상을 점쳐볼 수 있을 수준이다. 황정음이 <킬미힐미>와 <그녀는 예뻤다>로 2연타 홈런을 쳤지만 작년 조연이었던 이유리의 수상이 그랬듯, 시청자들은 단순한 흥행력보다는 연기력에 초점을 맞출 확률이 높다.



KBS 김혜자

 

 

 


KBS가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놓지 못한 가운데 가장 시상에 어려운 방송사가 될 것이라는 말이 있었지만 오히려 KBS는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 출연한 김혜자라는 확실한 대안이 있다. 김혜자의 수상은 이견이 제시되지 않을 만큼 가장 안정적인 선택이다. 내년까지 방영될 <객주>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캐릭터가 나오지 못했고, 김수현이라는 한류스타를 내세운 <프로듀사>역시 생각해 봄직한 선택이지만 시청률이 예상만큼 훌륭하지는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김혜자는 연기력은 물론, 소위 ‘스타’를 기용하지 않고도 동시간대 1위라는 저력을 발휘한 공로가 인정된다. 만약 좀 더 파격적인 선택을 한다면, 김수현이라는 선택도 생각해 봄직 하지만 김혜자의 수상이 가장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SBS <육룡이 나르샤>

 

 


오히려 KBS보다 가장 깊은 고민을 해야할 방송사가 바로 SBS다. SBS에는 <가면>의 수애, <미세스 캅>의 김희애, <펀치>의 김래원, 조재현, <용팔이>의 주원, <육룡이 나르샤>의 김명민, 유아인 등 강력한 후보들이 밀집해 있는 지점이다. 누가 탄다고 해도 그다지 이견의 여지도 없을뿐더러 배우들의 면면역시 화려하다. 그런 상황에서 방송사의 이익이 가장 우선순위로 고려대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가능하다. 특히 올해는 유아인의 활약이 두드러진 해다. 유아인은 얼마 전 청룡영화상의 남우 주연상을 수상하며 화룡정점을 찍었다. 그런 상황에서 <육룡이 나르샤>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 이유가 적다. 내년까지 방영될 드라마에 힘을 실어주는 편이 방송사에서는 가장 좋은 그림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육룡이 나르샤>는 화려한 캐스팅과 치밀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생각만큼 시청률의 증폭이 크지 않는 상황. <육룡이 나르샤>에게 화제성을 부여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 문제는 유아인과 김명민, 둘 중 누구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리느냐 하는 것. 공동수상이라는 방법도 있지만 그럴 경우 상에 대한 긴장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청룡의 남우주연상을 유아인이 수상한 만큼, 방송사측이 연기력이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는 김명민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리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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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20%를 향해 가는 <그녀는 예뻤다>는 올해 들어 방영된 드라마 중, 손에 꼽힐 만큼 화제도 몰고 온 드라마다. 시청자의 애정도는 야구 중계 관계로 결방이 된 날에는 엄청난 항의가 쏟아지는 것으로 증명되었다. 시청률은 고공행진을 했고 이제 20%를 바라보는 지경에 놓였다. 그러나 드라마의 완성도는 초반에 비해 흔들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녀는 예뻤다>가 가장 정점을 찍을 때 위기를 맞이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는 예뻤다>의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 요인에는 두 가지 흥행요소가 주효했다. 첫 째는 주인공 지성준(박서준 분)에게 정체를 숨긴 김혜진(황정음 분)의 비밀이 언제 드러날 것인가였고 두 번째는 폭탄머리에 주근깨 분장을 한 황정음의 얼굴이 언제 예뻐질 것인가에 관한 것이었다. 이 두 가지 포인트는 사실 대단히 특별하고 특이한 설정이라 보기는 힘들었지만 드라마 캐릭터가 잘 구축되어 있었던 탓에 이 두 가지 비밀이 밝혀지는 시점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킬 수 있었다.

 

 

 

 

이런 캐릭터를 만드는 데는 황정음의 열연이 주효했다. 빨간 주근깨 자국을 얼굴에 그려 넣고 폭탄 머리를 한 황정음의 외모 변신은 신선했다. 황정음은 오버스러운 표정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드라마 캐릭터를 살리는데 공을 들였다. 이에 황정음이 예뻐지는 순간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목소리는 그런 설정에 대한 일종의 공감의 표시였다.

 

 

 

드디어 8회 경, 김혜진은 ‘못생김’을 벗고 환골탈퇴를 감행한다. 시청자들이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장면이 방영된 것이었다. 시청률은 다시 상승세를 탔다. 그리고 김혜진의 비밀이 지성준에게 밝혀지는 10회 역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화제에 올랐다.

 

 

 

 

그러나 문제는 두 가지 포인트를 모두 사용하고 나자, 드라마의 중심이 흔들린다는 것이었다. 가장 큰 갈등구조가 해소되자 남은 것은 두 사람의 해피엔딩 뿐이었다. 그러나 아직 드라마는 종영까지 5회가 남은 상황. 두 사람을 너무 쉽게 이어버리면 그 사이를 메울 스토리를 찾기 힘들어진다. 로맨틱 코미디에서는 남녀 주인공의 밀당이 가장 주효한 흥행요소기 때문이다. 이미 이어진 커플의 매력을 살리려면 또 다른 긴장을 몰고 올 사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녀는 예뻤다>에 또 다른 사건을 만들 만한 여지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점이었다. 둘 사이를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도 없거니와 둘 사이에 놓인 장애물도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그 장애물을 만들기 위해 4각 관계를 이용하지만, 문제는 이 4각 관계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캐릭터의 균열이 생긴다는 점이다.

 

 

 

 

김혜진을 좋아하던 김신혁(최시원 분)은 김혜진이 지성준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쓸데없이 캐릭터가 진지해지고 말았다. 차인 상황 속에서 감정의 변화가 생기는 것은 이해할만한 일이지만 회사에 지장을 주면서까지 일을 그만두려 하는 모습은 결코 매력적이지 못했다. 초반 능글맞고 유쾌한 캐릭터로 주인공을 능가하는 인기를 얻었던 매력 있는 캐릭터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민하리(고준희 분)역시 지성준을 좋아하는 마음을 정리하지 못해 민폐를 끼쳤다. 아무 남자나 만나며 걱정을 끼치거나 사표를 내고 갑작스럽게 등장한 엄마와 함께 외국으로 떠날 결정을 하면서 김혜진에게 말 한마디 남기지 않는 것은 기본적인 예의에 관한 문제였다. 그동안 심적인 갈등을 하며 친구에게 미안함을 느껴왔던 캐릭터가 할 수 있는 행동치고는 지나치게 극단적이었다.

 

 

 

김혜진의 캐릭터도 이들과 함께 따라 춤추기 시작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으면서도 민하리를 위한답시고 지성준에게 벽을 치는 모습은 착한 게 아니라 답답한 전개로 흘렀다.  김혜진이 물러나는 것이 민하리와 지성준의 관계의 진전을 의미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김혜진의 행동의 이유는 지나치게 빈약했다. 또한 마음을 거절한 상대인 김신혁에게 치료비 명목으로 5만원을 건네는 것은 도무지 착한 성격 때문이라고 봐주기 힘든 눈치 없는 행동이었다. 마치 5만원을 받고 자신에게 마음을 접으라는 통보처럼 묘사되고 만 것이다.

 

 

 

이 모든 중구난방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예뻤다>는 아직 흔들렸을 뿐, 중심을 완전히 잃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그 과정속에서도 중심을 잡고 김혜진에 대한 마음을 멈추지 않은 지성준이라는 캐릭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혜진과 지성준이라는 캐릭터의 조합을 놓고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설정은 아쉽기만 하다.

 

 

 

예뻐진 김혜진과 사랑에 빠진 지성준은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큰 무기를 잃어버린 셈이다. 과연 그 무기를 잃고도 둘은 끝까지 시청자들을 TV앞에 잡아둘 수 있을까. 남은 5회의 내용이 궁금해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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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에 시작해서 시청률 1위를 차지할만큼 반향이 뜨거운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는 특정한 악인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하나같이 공분을 하는 캐릭터는 존재한다. 그 캐릭터는 바로 민하리(고준희 분). 민하리는 여주인공 김혜진(황정음 분)의 가장 친한 친구다. 또한 김혜진을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는 캐릭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역할은 시청자들에게 좀처럼 예쁨을 받지 목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었다. 민하리는 김혜진과 대비되는 캐릭터로 복잡한 가정사는 있지만 부자에 예쁘고 날씬하며 자신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두는 캐릭터였다. 멋지고 당당한 캐릭터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가 남자 주인공인 지성준(박서준 분)에게 마음이 생기면서 시청자들의 반응은 싸늘하게 변했다. 친구의 첫사랑을 몰래 좋아하고 있는 사실도 사실이지만, 그들의 추억의 물건을 이용해 지성준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하는 등, 선을 넘는 행동까지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욕먹는 그녀는 과연 억울함이 없을까. 민하리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 보자.

 

 

 

 

한국 드라마에서 여자 주인공의 라이벌은 남자 주인공의 라이벌보다 훨씬 더 비호감일 확률이 높다. 남자 주인공의 라이벌은 시종일관 멋진 모습으로 여자 주인공과 시청자들을 설레게 하지만, 여자 주인공의 라이벌은 남의 것을 빼앗으려는 이기적인 모습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하리는 엄밀히 말해서 남의 것을 빼앗는 것은 아니다. 김혜진은 지성준과 사귀고 있는 상황도 아니고, 드라마 초반에 지성준은 김혜진에게 해서는 안되는 막말까지 서슴지 않는 악연과도 같은 사이였기 때문이다. 민하리가 지성준을 좋아하는 마음 자체가 잘못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민하리가 가장 비난받는 부분인 거짓말에 관한 부분 역시, 사실은 김혜진의 부탁으로 시작한 것이었다. 민하리는 자신에게 실망할까 두려워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못하는 김혜진을 대신해 지성준을 만날 정도로 김혜진을 아꼈다. 게다가 김혜진의 부탁대로 영국으로 유학을 간다고 말하며 지성준과 다시 만나지 않을 핑계를 만들기까지 했다. 사실 호텔에서 우연히 지성준과 마주치지만 않았어도 민하리는 영원히 지성준과 보지 않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다.

 

 

 

그런 민하리에게 먼저 다가온 것은 사실 지성준이다. 민하리를 김혜진으로 착각해 잘해주기 시작한 것이 모든 사건의 발단이었다. 불행한 가정사로 인해 사랑을 믿지 못했던 민하리에게 조건 없이 사랑을 베푸는 지성준은 단연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지성준이 처음에 민하리에게 실제 김해진에게 대하듯, 싸늘하고 차갑게 대했다면 이런 사단은 나지 않았다. 잘못이 있다면 김해진에게지나치게 친절한 지성준의 잘못 역시 간과할 수 없다.

 

 

 

게다가 민하리는 지성준에게 마음이 갈수록 자신의 마음을 다잡으려 노력하며 수차례 지성준과 멀어지려고 노력했다. 물론 대부분의 노력은 망설임 탓에 수포로 돌아갔다. 그러나 독하게 마음먹고 김신혁(최시원 분)에게 결혼할 남자인 척 해달라고 말하며 지성준과 멀어지려고 했다. 김혜진의 비밀도 지키고, 자신도 지성준을 포기할 수 있는 아주 기발한 작전이었다. 그러나 하필 그 타이밍에 지성준이 갑자기 빗속에서 트라우마를 일으킨 탓에 그 계획 역시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건 민하리 탓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성준은 민하리에게 더 잘해줬고 마음은 더 깊어져만 갔다. 사람 마음은 마음대로 안 되니까 마음인 것이 아닌가. 머리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본능적으로 끌리는 마음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민하리가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포기하지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너무 지나친 처사다.

 

 

 

물론 퍼즐을 훔쳐 그 퍼즐을 지성준에게 건네며 호감도를 쌓은 행동은 결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그의 실수를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자신이 지성준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말을 친구인 김혜진에게 쉽게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솔직하게 말하는 순간, 자신의 좋은 친구를 잃을 것 같은 두려움이 앞설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그가 지성준을 좋아하게 된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문제가 있다면 그가 아직도 김혜진인 척하고 있는 상황인데, 처음에는 친구인 김혜진을 위해서, 이제는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한 사람이 자신에게 실망할 것이 두려운 마음에 그 말을 하기 힘든 갈등이 생기는 것 또한 이해 할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을 해야 옳기는 하지만, 그 인간적인 망설임에 돌팔매질을 하는 것은 너무 잔인하다. 본인의 입장이라도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 문제일까.

 

 

 

민하리는 결국 김혜진을 위한 포석일 뿐이다. 결국 그는 지성준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결코 나쁘지 않다. 자신도 어쩔 줄 모르는 첫사랑에 잠시 우왕좌왕하고 있을 뿐이다. 모든 사람이 이 캐릭터를 욕하고 있지만, 그는 악인은 아니다. 단지 너무나도 인간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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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는 산발을 하고 얼굴에는 빨간 홍조위에 주근깨를 덕지덕지 그렸다. 비굴하거나 망가진 표정은 덤이다. 바로 <그녀는 예뻤다>에 출연하고 있는 황정음의 이야기다. 예쁜 것은 전부 포기했다. 여배우가 더 이상 망가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실제로 황정음은 <그녀는 예뻤다>속에서 그다지 예뻐 보이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황정음이 ‘못생김’을 연기할수록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은 황정음의 ‘변신’이다. 그것은 황정음이 사실은 ‘예쁜’ 배우라는 것을 알기에 가능한 기대다. <그녀는 예뻤다>라는 제목은 과거에 예뻤던 여자 아이가 소위 ‘역변’을 한 후, 더 이상 예쁘지 않아졌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역변’을 소재로 했다면, 실제로 예쁘지 않은 배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워도 될 일이었다. 그러나 예뻐질 여지가 있는 황정음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그의 얼굴이 다시 예뻐질 것이라는 기대를 전반에 깔고, 시청자들이 그 포인트가 언제 나올지를 궁금해 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황정음은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이 원하는 그 포인트의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황정음이 망가지면 망가질수록 그가 선사할 반전에 대한 기대는 올라간다. 황정음은 시청자들이 어떻게 하면 자신에게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여배우로서 꺼릴만한 분장은 물론, 어떻게 하면 더 망가질 수있을까를 고민하는 것 같은 표정들은 개그 프로그램보다 더 큰 웃음을 선사한다. 그러나 이부분에서 시청자들이 느끼는 것은 황정음이 못생겼다는 사실보다는 이 역할을 연기하는 황정음에 대한 애정이다. 자신을 포기하고 드라마의 배역으로 완벽하게 변신한 황정음의 연기는 감탄을 자아낸다. 황정음은 이제까지 쌓아온 연기에 대한 내공을 바탕으로 역할을 120%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진지함은 물론, 코미디까지 되는 황정음의 연기 스펙트럼은 <그녀는 예뻤다>의 백미다.

 

 

 

<그녀는 예뻤다>의 결말은 뻔하다. 중간에 삽입된 사각관계는 포석일 뿐, 결국 첫사랑인 지성준(박서준 분)과 김혜진(황정음 분)이 이어지는 결말이 될 것이라는 것을 누구나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결말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충분한 설렘을 느낀다. 과연 지성준이 변해버린 김혜진을 알아볼 수 있을까 하는 긴장감과 그 정체를 들켜서는 안되는 김혜진의 고군분투에 시청자들은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물론 그 과정을 풀어내는 스토리가 충분히 시청자들의 몰입을 자아낼 만큼 매력적인 까닭이 가장 크지만 그 스토리를 풀어내는 연기력 역시 무시할 수 없는 흥행 포인트다. 여주인공 김혜진이 예뻐 보이려 하거나 덜 망가지려하면 이 드라마의 주춧돌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여자주인공의 캐릭터에 이 드라마의 성패가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황정음은 그런 우려 따위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해냈다. 외려 필요이상의 망가짐도 두려워하지 않는 황정음의 열정은 시청자들에게까지 그대로 전해지고야 만다. 자신이 하는 연기의 포인트를 제대로 알고 있다는 것은 배우로서 엄청난 장점이다. 그가 아이돌출신이라는 꼬리표는 더 이상 생각나지도 않을 만큼 그는 충분한 이미지 변신을 해냈다. 아이돌 출신 꼬리표가 걸림돌이 된다는 인식 따위는 황정음의 연기력 앞에서 무색하기만 하다.

 

 

 

이미 황정음은 장편 드라마를 이끌어 갈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도 남았다. 그는 <돈의 화신><비밀><킬미힐미>에 이어 다시 한 번 극찬을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그녀는 예뻤다>로 황정음은 그의 작품을 고르는 안목에 더불어, 그의 연기력까지 다시 한 번 시청자들의 인정을 이끌어 낸 것이다.

 

 

 

똑똑한 선택으로 그는 확실히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작품을 고르는 안목과 그 속에서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할 줄 아는 연기력은 황정음을 믿고 보는 배우로 만들었다. 여배우가 드라마속에서 예쁘지 않아 보여도 괜찮다는 사실을 황정음은 증명했다. 역할을 제대로 시청자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표현력이 여배우에게 가장 필요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그녀는 예뻤다>속 황정음으로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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