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순 전 MBC 사장이 강원도지사에 당선됐다.


인지도면에서 크게 앞섰던 엄기영 전 MBC 사장과의 맞대결에서 일궈낸 쾌거 중의 쾌거다.


최문순 전 사장 아니, 최문순 강원지사는 MBC 사장일 때나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때나 외모만큼이나 수더분하고 넉넉한 인품으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그 중 한 사례가 바로 故최진실과의 아름다운 인연이다.


최진실과 MBC.


최진실과 MBC는 뗄레야 뗄 수 없는 밀착 관계였다. 그녀는 스타가 방송사를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지, 그리고 스타 파워가 방송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대스타였다. 8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MBC는 최진실이라는 톱스타를 통해 엄청난 수익을 창출해 냈고, 역사에 길이 남는 드라마들을 배출해 왔다. 지금껏 MBC가 최진실을 통해 얻은 수익만 해도 총 1조원이 넘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MBC 드라마로 첫 브라운관 데뷔를 한 최진실은 대부분의 작품을 MBC와 같이 했다. MBC 전속으로 활약하며 타고난 스타성으로 상대 방송사 경쟁 드라마를 모두 압도했던 최진실은 MBC의 '보배' 와 같은 존재였다.


최수종과 한국 최초로 트렌디 드라마 붐을 일으켰던 [질투] 를 비롯해, 김희애와 투톱으로 활약했던 [폭풍의 계절], 안재욱과 호흡을 맞춘 [별은 내가슴에], 똑순이 최진실의 이미지와 딱 맞았던 [그대 그리고 나], [장미와 콩나물], 최진실의 스타성을 십분 활용했던 [아파트], [추억], [약속], MBC 일일극의 부활을 알렸던 [나쁜여자 착한여자], 줌마렐라 신드롬을 일으킨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까지 최진실의 드라마그래피는 90% 이상 MBC 작품으로 채워져있다.


최진실은 사실상 전속제가 폐지되었던 90년대 중반 이 후에도 타 방송사에 출연하지 않고 MBC 작품에만 출연하는 '의리' 를 과시했다. 전속이 아니지만 전속과도 같은 대우를 받았던 그녀는 MBC의 효녀 탤런트였고, 충성스런 배우였다. 당대 최고의 톱스타 최진실과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은 MBC에게 어쩌면 굉장한 행운이고 영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위에서 말한 대부분의 드라마는 40~50%대의 전무후무한 시청률을 기록한 대박 드라마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돈독했던 MBC와 최진실의 관계에 한차례 큰 위기가 닥친 적이 있다. 바로 2005년, 최진실 부활의 신호탄이 됐던 KBS [장밋빛 인생] 출연건이었다. 당시 최진실은 MBC 드라마에 출연 계약분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원칙적으로 그녀는 MBC 외 다른 방송사에 출연할 수 없었던 것이다. 허나 이혼으로 최악의 상황에 몰려있던 최진실에게 [장밋빛 인생]은 절대로 놓칠 수 없는 결정적 부활의 기회였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KBS 출연을 해야만했다.


MBC 드라마국은 당연히 반발했다. 당시 MBC 드라마국장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최진실이 타 방송사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을 막겠다" 고 으름장을 놨다. 이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선전포고였다. 법적 소송이 들어가면 최진실의 드라마 출연건은 물 건너 갈 수 밖에 없었다. 할 수 없이 최진실은 '마지막 수단'을 강구한다. 바로 당시 MBC 사장이었던 최문순 강원지사와의 면담이었다.


최진실은 최문순 지사와 단독으로 만나 KBS 출연을 허락해달라고 읍소했다. 최진실과 친분이 있었던 것도, 각별한 인연을 맺은 것도 아니었지만 최문순 지사는 최진실의 KBS 출연을 그 자리에서 흔쾌히 허락했다. MBC 드라마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내린 대승적 결단이었다. 최문순이 최진실의 KBS 복귀를 허락한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당신 같은 여배우가 이런 일로 주저 앉아 있는 것, 너무 안타깝지 않나요. 법이고 계약이고간에 사람부터 살리고 봐야지요. 다른 누구도 아니고 최진실인데 MBC에서 이 정도도 못해주면 너무 매정한 거 아닙니까." 최문순 지사의 따뜻한 말 한 마디에 최진실은 감사의 눈물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최진실은 최문순 지사에게 이런 말을 남긴다. 이 말 역시 걸작이다.


"반드시 성공해서 당당하게 돌아오겠습니다. 믿어주세요"


최진실의 굳은 다짐처럼 그녀는 [장밋빛 인생] 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뒤, 곧장 MBC 일일드라마 [나쁜여자 착한여자] 에 출연해 MBC 일일극의 부활을 '선포' 했다. 줄곧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던 MBC 일일드라마를 20% 중후반의 시청률까지 끌어 올렸던 그녀는 [나착녀] 로 MBC와 남은 계약분을 모두 털어냈지만 타 방송사에 출연을 자제하고 MBC와 끝까지 신의와 믿음을 지켜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최진실의 유작이 된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이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최문순 지사와 최진실은 둘도 없는 각별한 사이로 발전한다. 최문순 지사는 여러 인터뷰에서나 강연회에서 항상 '최진실'을 거론하며 그녀와의 돈독한 우정을 과시했다. 타 방송 드라마 제의가 들어오면 최진실은 언제나 최문순 지사에게 "해도 되겠냐?" 고 농담조로 물어봤고, 최문순 지사는 "너무 센 드라마 아니면 어디 한 번 해봐라." 라며 받아쳤다. 이 정도로 최진실과 최문순의 사이는 각별했다.


그는 항상 입버릇처럼 "아는 연예인 최진실, 친한 연예인 최진실, 좋아하는 연예인 최진실, 내가 섭외해 줄 수 있는 연예인 최진실" 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그만큼 최문순과 최진실은 단순히 MBC 사장과 연예인의 관계를 넘어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멋진 친구사이였던 셈이다.


이런 돈독한 그들의 우정은 최진실 사후에도 계속됐다. 최문순 지사는 누구보다 최진실의 죽음에 애통해하고 비통해했다. 그리고 그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발 벗고 나섰다. 당시 최문순 지사는 MBC 사장을 그만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던 때였다. 그는 "국회의원이 아닌, 그녀를 사랑했던 수많은 국민 중 한 사람으로서 그녀를 지키지 못했다는데 비통함을 느낀다. 그녀가 하늘에서라도 편할 수 있게 돕도록 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최진실 사후, 국내는 정치권부터 연예계까지 최진실을 둘러 싼 날선 공방과 이야기로 들끓고 있었다. 정치권에서는 일명 '최진실법'을 둘러싸고 여야 의원들이 첨예한 대립을 벌였다. 한나라당은 인터넷 악성댓글의 문제점이 최진실의 죽음으로 인해 여실히 드러난만큼 사이버 모욕죄 도입과 인터넷 실명제 확대를 골자로한 '최진실 법'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고 여기에 민주당이 최진실 자살을 무기로 삼은 언론 장악의 일환이라며 반발함으로써 큰 이슈를 불러 모았다.


이 '최진실 법'은 2008년 국정감사에서도 뜨거운 논란이 되었는데, 이 시기 최문순 지사는 "법안에 대해서 원천적인 검토를 다시해야 함은 물론 법안의 이름도 '최진실 법'은 아니어야 한다." 며 법안 명칭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최진영을 비롯한 최진실 유족들은 정치권에서 허락없이 최진실의 이름을 따 법안을 만드는 것에 대해 고통스러워 했다. 결국 최진영은 "법안 명칭을 사용할 때 최진실이라는 실명을 쓰니 고통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라며 최문순 지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최문순 지사가 '최진실 법' 법안 명칭에 공식적 반대 의견을 던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치권의 배려없음을 질타하는 동시에 최진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최문순 지사의 끈질긴 문제제기 끝에 결국 여야는 법안 이름에 최진실이라는 실명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데 합의했고, 부분적인 본인 확인제 도입으로 최진실 법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최진실 사후에도 최문순 지사는 끝까지 그녀와의 우정을 지켜낸 것이다.


작가 에우리피데스는 "진정한 우정은 곤경에 처했을 때 나타난다. 형편이 좋을 때는 별별 친구들이 다 몰려들기 때문이다." 라는 말을 했고, 바흐는 "한 사람의 친구는 천 명의 적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그 힘 이상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만든다." 는 명언을 남겼다.
돈과 인기에 연연해 서로를 헐뜯고 짓밟는 방송 연예계에서 최진실과 최문순 지사의 '신의와 믿음'은 진정한 우정의 가치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이번에 극적인 승리를 이끌어 낸 최문순 지사는 이처럼 넉넉하고 따뜻한 인품을 가진 사람이다. 그가 그 넉넉한 품새만큼 강원도민을 넘어서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정치인이 되길 기대해 본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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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훈훈하군요 2012.01.07 07: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엄지원 글을 좀 삽질이었는데, 이 글은 훈훈하니 좋군요. 화이링~





한밤의 연예가 섹션이 준비한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 100선' 2편이다.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 100선' 1편에 이어 <한밤의 연예가 섹션>이 선정한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 100선' 2편에는 어떤 드라마들이 있을까?



여러분들이 생각한 드라마가 있는지 확인하시면서 읽어보시길.



11. 별은 내 가슴에


1997년 3월 10일부터 1997년 4월 29일까지 방영. 이진석 연출, 김기호-이선미 극본. 최진실, 안재욱, 차인표 주연.


열한 번째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는 MBC [별은 내 가슴에] 다. 5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MBC 미니시리즈의 상징이 됐던 [별은 내 가슴에] 는 최진실 표 트렌디 드라마의 정점을 이룬 작품이기도 하다. 그 해 최진실은 이 작품으로 인해 MBC 연기대상을 수상했고, MBC를 상징하는 대표적 인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다.


최진실 뿐 아니라 드라마 자체가 워낙 인기가 있었기 때문에 '테리우스' 안재욱이 스타덤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고, 캔디형 드라마가 봇물 터지듯 제작, 기획 되는 기현상도 일어났었다. 아직까지도 최진실과 안재욱의 대표작을 꼽으라면 [별은 내 가슴에] 가 나올 정도인 것을 보면 이 드라마가 얼마나 높은 인기를 얻었었는지 실감하게 된다.



12. 미스터 Q



 
1998년 5월 20일부터 1998년 7월 16일까지 방영. 장기홍 연출, 이희명 극본. 김희선, 김민종 주연.


열두번째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는 SBS [미스터 Q] 다. [컬러][프로포즈] 등으로 최진실에 이어 대한민국 신세대의 상징이 됐던 김희선이 터뜨린 초 대박작으로 5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김희선은 이 해 SBS 연기대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김희선 시대' 를 개막했다. 향후 3~4년간 대한민국 연예계는 'Only 김희선' 으로 점철된다.


[미스터 Q] 는 개발과 사람들이 고군분투 하는 에피소드를 통해 그 속에서 피어나는 우정과 사랑을 절묘하게 포착했다는 호평을 들었다. 단순한 선악구도와 극명한 인간군상의 대립이 비 현실적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으나 트렌디 드라마의 특성 상 이 정도면 아주 잘 만들어 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3. 목욕탕집 남자들




1995년 11월 18일부터 1996년 9월 1일까지 방영. 정을영 연출, 김수현 극본. 이순재, 강부자 주연.


열 세번째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는 KBS [목욕탕집 남자들] 이다. [사랑이 뭐길래] 로 대발이 신드롬을 일으켰던 김수현의 KBS 진출작으로서 초반 [사랑이 뭐길래] 와 구성이 비슷하다는 비판을 극복하고 KBS 주말드라마의 전성시대를 연 작품이다. 이순재, 강부자를 비롯한 중견 연기자들의 탄탄한 연기력과 김희선, 김호진 등 신세대 스타들의 신선함이 어우러져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강부자는 이 드라마로 KBS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이 드라마에서 둘째 며느리로 출연했던 윤여정은 왕비병 걸린 아줌마 캐릭터를 절묘하게 소화해내며 제 2의 전성기를 열었고, 장용이 쓸쓸할 때마다 불렀던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 는 각종 가요 프로그램 순위권 차트를 휩쓸며 인기몰이를 했다. 특히  "우리집에 놀러와요~우리 집~" 으로 시작하는 이 드라마의 메인 OST 역시 많은 인기를 얻기도 했다.



14. 그대 그리고 나




1997년 10월 11일부터 1998년 4월 26일까지 방영. 최종수 연출, 김정수 극본. 최불암, 최진실 주연.


열 네번째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는 MBC [그대 그리고 나] 다. 최고 시청률 62.4%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몰이를 했던 [그대 그리고 나] 는 MBC 주말드라마의 건재함을 알리는 동시에 MBC 사단이라고 불리는 최불암, 김혜자, 양택조, 박원숙, 이경진, 최진실, 박상원, 차인표, 김지영, 송승헌 등이 총출동 해 화제를 모았다. 최진실은 이 작품으로 MBC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그대 그리고 나] 는 훈훈한 가족애와 서로를 보다듬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요즘 유행하는 '막장 요소' 하나 없이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는 점에서 수작 중의 수작이라 평가할만 한 작품이다. 최불암-박원숙-이경진-양택조가 이뤄낸 사각관계는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다 할 정도로 화제를 모았고, 대가족에 시집간 며느리 최진실의 모습은 당시 여성들의 삶을 절묘하게 포착하며 공감대를 얻어내기도 했다.


15. 장희빈




1995년 2월 20일부터 1995년 9월 26일까지 방영. 이종수 연출, 임충 극본. 정선경, 김원희, 임호 주연.


열 다섯번째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는 SBS [장희빈] 이다. SBS가 개국 이후에 처음으로 만든 사극으로, 당시 '엉덩이가 예쁜 여자' 로 이름을 날리던 정선경이 처음으로 TV에 진출한다고 해서 화제를 모은 작품이기도 하다. 털털하고 선머슴 같았던 김원희가 인현왕후 역할을 무리없이 소화했고 임호 역시 좋은 연기를 펼치며 지금까지 '왕 전문 배우' 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장희빈은 아직까지도 매력적인 사극 소재로 남아있는데 최근 이병훈 감독이 숙빈 최씨를 중심으로 한 드라마 [동이] 를 만든다고 하여 장희빈을 누가 연기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선왕조 실록에서는 장희빈을 두고 "장희빈(嬪). 아명은 옥정, 본관은 인동. 효종 10년인 기해년 9월 19일, 한미한 중인이며 역관인 장형의 딸로 태어났다. 보잘것 없는 신분에서 몸을 일으켜 만민의 어미요, 지존의 짝인 왕비의 자리에까지 올랐었으나 인현왕후가 세상을 떠난 해, 숙종 27년 10월 10일 왕비를 저주한 죄로 자진하여 죽으니 그 때 장희빈의 나이 마흔셋이었다." 라고 적고 있다.


16. 여인천하




2001년 2월 5일부터 2002년 7월 22일까지 방영. 김재형 연출, 유동윤 극본. 강수연, 전인화, 도지원 주연.


열 여섯번째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는 SBS [여인천하] 다. 50%가 넘는 높은 시청률 뿐 아니라 "뭬야?" "니년이 정녕 단매에 죽고 싶은 것이더냐?" 같은 유행어도 만들어 낸 작품이다. 워낙 높은 인기탓에 패러디도 많았고, 화제성도 높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강수연과 전인화는 이 드라마로 그 해 SBS 연기대상을 공동 수상했다.


허나 이 작품에서 더욱 빛났던 사람은 강수연과 전인화가 아니라 '경빈 박씨' 를 소름끼치게 연기했던 도지원이라고 할 것이다. 지나치게 연장 방송을 하는 탓에 경쟁작에게 뒷덜미를 잡힐뻔한 위기 상황도 있었지만 도지원이 연기했던 경빈 박씨의 죽음으로 인해 시청자 층을 결집했던 [여인천하] 는 끝날때까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고수하며 순항했다.



17. 다모




2003년 7월 28일부터 2003년 9월 9일까지 방영. 이재규 연출, 정형수 극본. 하지원, 이서진 주연.


열 일곱번째로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는 MBC [다모]] 다. 본격적인 드라마 '폐인' 시대를 만들었던 [다모] 는 서정적인 스토리 라인과 비극적인 결말을 통해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린 작품으로 기억된다. 상당히 독특한 감성을 지닌 작품이라 세상이 뒤집어 질 만한 시청률을 내지는 못했지만 탄탄한 매니아 층을 중심으로 그 해 MBC 드라마 중 [대장금] 과 함께 가장 후한 평가를 받았었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라는 대사는 아직까지도 명 대사로 손 꼽힐 정도로 [다모] 의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으며, 이명세의 영화 [형사] 는 이 드라마에서 모티브를 따 제작됐다. 시청률과 상관 없이 매니아 층의 전폭적인 지지 덕분인지 DVD 판매율이 사상 최고를 기록하는 등 갖가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18. 네 멋대로 해라




2002년 7월 3일부터 2002년 9월 5일까지 방영. 박성수 연출, 인정옥 극본. 양동근, 이나영 주연.


열 여덟번째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는 MBC [네 멋대로 해라] 다. 오랜 기간 히트작을 배출했던 박성수 감독과 독특한 감수성으로 무장한 작가 인정옥이 만들어 낸 걸작으로 탄탄한 마니아 층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다. 시청률은 그리 높지 않았지만 지금까지도 아주 괜찮은 작품으로 꼽힐 정도로 작품성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네 멋대로 해라] 에서 박성수 PD는 기존 양동근, 이나영이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완전히 전복시킴으로써 그들을 진정한 배우로 완성시켰다. 코믹했던 양동근에게는 진지함과 우울함이라는 극단적 감정을 뽑아냈고, CF로 형상화 되어있던 이나영에게는 지극히 인간미 있는 캐릭터성을 부여했던 것이다. [네 멋대로 해라] 가 지금까지도 걸출한 작품으로 남아있을 수 있었던데에는 배우의 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었던 박성수의 창조성과 그 이면을 제대로 살려낸 노련함에 힘입은 바 컸다.


 
19. 꽃보다 아름다워




2004년 1월 1일부터 2004년 4월 14일까지 방영.
 김철규 연출, 노희경 극본. 고두심, 주현, 배종옥 주연.


열 아홈번째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는 KBS [꽃보다 아름다워] 다. 고두심의 명품 연기가 빛을 발했던 이 작품은 시청률로 재단할 수 없을만큼 가슴 뭉클한 감동과 훈훈한 인간미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서민들의 애환과 삶의 결을 절묘하게 포착하며 TV 드라마가 아니라 '우리네 삶' 을 이야기 했던 [꽃보다 아름다워] 는 진정 이 시대 드라마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확히 보여준 작품이다.


특히 이 드라마로 KBS 연기대상을 받은 고두심의 위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오빠의 학업일을 돕는다는 핑계로 제주도에서 도망치듯 서울로 올라온 한 소녀는 이제 대한민국 대표 어머니로, 대한민국 대표 배우로 사람들에게 기억된다. [전원일기] 에서 김혜자를 끔찍이도 모시던 고두심은 세월이 지나 [목욕탕집 남자들] 에서 세 딸을 거느린 어머니가 됐고, 결국엔 [꽃 보다 아름다워] 에서 가슴에 빨간 약을 바르는 희생과 인고의 어머니가 됐다. 마치 한 여성의 성장기를 보는 것처럼 고두심은 그렇게 진짜 엄마가 됐다.


방송 3사에서 모두 연기대상을 받은 유일무이한 배우이자 [한강수 타령] 과 [꽃 보다 아름다워] 로 두 방송사에서 동시에 연기대상을 수상하는 파란을 일으켰던 고두심의 업적은 그대로 한국에서 여배우가 얼마나 성공할 수 있는가를 단적으로 증명하는 예가 됐다. 고두심은 '배우 고두심' 이기 때문에 시청자들과 소통할 수 있었고 끝끝내 배우로 남아있었기에 사람들의 추앙을 받았다. 그것은 몇 몇 작품의 실패로도 결코 무너지지 않는 고두심의 존재감이다.



20. 그들이 사는 세상




2008년 10월 27일부터 2008년 12월 16일까지 방영. 표민수 연출, 노희경 극본. 송혜교, 현빈 주연.


스무번째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는 KBS [그들이 사는 세상] 이다. [그들이 사는 세상] 은 개인적으로 매우 특별하게 기억되는 작품이다.  [그들이 사는 세상] 은 끝날 때까지 5~6%의 시청률만을 맴돈, 전형적으로 '실패한' 작품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이 드라마를 둘러 싼 찬사는 끊이지 않는다. 마치 공식같다. 아니, 편견이라고 해야할까. '노희경 드라마는 재미 없는 드라마, 노희경 드라마는 시청률 안 나오는 드라마, 하지만 노희경 드라마는 정말 잘 만든 드라마' 라는 것이.


[그들이 사는 세상] 은 충분히 재미있는 드라마였다. 이야기 진행이 다소 빨랐고, 등장인물이 많아서 다양한 이야기가 얽혀 돌아갔긴 했지만 중심은 제대로 잡혀있었다. 배경과 캐릭터가 확실하고 스토리의 생동가도 박수 칠 만 하다. 여기에 인간의 성장과 사랑이 동시에 담겨있으며, 갈등과 눈물조차도 한 순간 지나가는 고뇌까지도 이야기한다. 첫사랑의 달콤함과 농익은 사랑의 완숙함이, 상대방을 바라보는 그윽한 눈빛 속에서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느껴지는 드라마다. [그들이 사는 세상] 은.


그러나 [그들이 사는 세상] 은 예사 트렌디 드라마가 품어내는 보편성, 드라마 얼개가 지니고 있는 상투성과 통속성을 배반했다. "통속, 신파, 유치찬란" 한 트렌디 드라마의 '트렌디함' 을 부정한 [그들이 사는 세상] 은 사실 겉으로만 트렌디 드라마였을 뿐, 속으로는 여전히 삶을 관조하는 노희경 특유의 색깔이 강하게 남아있다. 그렇기에 [그들이 사는 세상] 이 이만큼 잘 만들어진 것도 노희경 덕택이지만, 이만큼 시청률이 안 나오는 것도 노희경 때문이다.


[그들이 사는 세상] 은 사실 예사 작가들이 썼다면 훨씬 시청률이 잘 나왔을 작품이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도가 텄다시피한 송혜교에게 [풀하우스] 만큼의 캐릭터와 에피소드만 주었어도 기본이 20~30%은 금방일테니까. 다만, 그러했다면 [그들이 사는 세상] 은 캐릭터 하나하나를 보듬고 어루만지며 삶의 결을 녹여내는 드라마로 남아 있지는 못했을 것읻. 그래서 [그들이 사는 세상] 은 '저주 받은 걸작' 이다. 노희경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명품과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지만 결코 그에 상응하는 시청률은 기록하지 못하는, '노희경 드라마' 라는 이름의 걸작말이다. 


노희경 같은 작가는 한국 드라마계에 있어 꼭 필요한 존재다. 그녀의 존재야말로 시청률로 가늠되지 않는 드라마적 감성을 가장 잘 대변하는 상징적 표상이기 때문이다. 허나, [그사세] 로 시작 되었을 법한 '노희경' 과 '대중' 과의 화해는 어서 빨리 이루어졌으면 한다. 무거운 주제의식과 삶에 대한 관망을 그대로 드라마에 드러내기 보다는 에둘러 표현하는 영악함을 노희경에게 기대하는 것은 스스로 "고지식한 사람" 이라는 그녀에게 너무 과한 부탁일까.


아울러 현빈-송혜교 커플의 열애설로 다시 한 번 주목받은 이 작품이 사람들에게 재평가 될 수 있기를, 그리고 노희경이라는 작가가 얼마나 재미난 작가인지를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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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lovetree0602.tistory.com BlogIcon 초록누리 2009.08.09 14: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추억의 드라마들... 다 생각나네요. 케이블채널같은 곳에서 이런 것들 다시 방영 안해주나요? 다음 드라마들도 궁금해요~ 계속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