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사세'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12.16 [그사세], '노희경' 의 저주를 받은 걸작! (4)
  2. 2008.10.21 [에덴의 동쪽], '송혜교'를 경계하라! (7)



[그들이 사는 세상] 은 걸작이다.


비단 노희경이라는 작가의 이름값 때문이 아니다. 이 드라마에는 여러가지 인물들의 여러가지 삶이 녹아있다. 삶의 결을 녹여내는 드라마는 정말 오랜만에 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은 요지부동이다. 한마디로 노희경 드라마 답게 '마니아 드라마' 에 머물고 있다.


그래서 [그사세] 는 '저주 받은 걸작' 이다.





드라마와 시청률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관계다. [그사세] 의 손규호가 시청률에 목을 매다는 것처럼 이 세상 모든 드라마 제작진은 시청률이라는 숫자 놀음에 목숨을 건다. 시청률 잘 나오는 작가, 시청률 잘 나오는 연출가, 시청률 잘 나오는 배우가 대우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반대로 시청률 잘 나오던 작가가 어느 순간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게 되면 '쓰레기' 처럼 폐기처분 되는 것도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무지막지한 시장논리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 생활이 이제 15년차에 가까워 진 '노희경' 이라는 이름 세글자는 유달리 도드라진다. 그녀의 드라마그래피 중 시청률 잘 나온 드라마는 고작 1~2편 정도, 그것도 세상이 뒤집어지는 30~40%대의 높은 시청률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희경은 여의도가 알아주는 톱클래스 작가다. 김수현, 문영남, 임성한, 최완규, 김정수 등에 이어 원고료도 가장 높다. 여의도를 지배하고 있는 무지막지한 시장의 논리가 오로지 노희경만 피해간 것처럼 보인다.


올해 송혜교와 현빈이라는 톱스타들을 캐스팅하며 화제를 모았던 그녀의 신작 [그들이 사는 세상] 도 종영을 앞둔 이 시점에 5~6% 시청률만을 맴돌고 있다. 그런데도 드라마를 둘러 싼 찬사는 끊이지 않는다. 마치 공식같다. 아니, 편견이라고 해야할까. '노희경 드라마는 재미 없는 드라마, 노희경 드라마는 시청률 안 나오는 드라마, 하지만 노희경 드라마는 정말 잘 만든 드라마' 라는 것이.


[그들이 사는 세상] 은 충분히 재미있는 드라마다. 이야기 진행이 다소 빠르고, 등장인물이 많아서 다양한 이야기가 얽혀 돌아가기는 하지만 중심은 제대로 잡혀있다. 배경과 캐릭터가 확실하고 스토리도 생동감있다. 인간의 성장과 사랑이 동시에 담겨있으며, 갈등과 눈물조차도 한 순간 지나가는 고뇌임을 이야기한다. 첫사랑의 달콤함과 농익은 사랑의 완숙함이, 상대방을 바라보는 그윽한 눈빛 속에서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느껴지는 드라마다. [그들이 사는 세상] 은.


그러나 [그들이 사는 세상] 은 예사 트렌디 드라마가 품어내는 보편성, 드라마 얼개가 지니고 있는 상투성과 통속성을 배반했다. "통속, 신파, 유치찬란" 한 트렌디 드라마의 '트렌디함' 을 부정한 [그들이 사는 세상] 은 사실 겉으로만 트렌디 드라마였을 뿐, 속으로는 여전히 삶을 관조하는 노희경 특유의 색깔이 강하게 남아있다. 그렇기에 [그들이 사는 세상] 이 이만큼 잘 만들어진 것도 노희경 덕택이지만, 이만큼 시청률이 안 나오는 것도 노희경 때문이다.


노희경은 끝끝내 대중과 타협하지 못했다. 과거 그녀의 드라마 대부분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사세] 역시 일부 '마니아' 들을 중심으로 한 자신만의 독자적 영역을 지켜냈다. 이 특유의 자기 정체성은 사실 노희경 드라마를 만들어 내는 원동력이기도 하지만 노희경 드라마가 전면적으로 부딪힐 수 밖에 없는 한계이기도 하다. '드라마는 대중을 위한 것, 드라마는 전 연령층에게 재밌어야 하는 것, 드라마는 드라마다워야 하는 것' 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노희경 드라마와 절대 어울리지 않는 별개의 것이다.


드라마 작가는 대중의 기호에 영합해서도 안 되지만, 대중의 기호를 배반해서도 안 된다. 그런면에서 노희경 드라마는 드라마를 보는 우리네 보통 '아줌마' 들에게는 접근하기 어려운 고급 드라마다. 한 마디로 우리 시대 TV 주도권을 잡고 있는 일반적인 여성 시청자들의 기호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항상 시청률 때문에 고민한다." 는 노희경의 고민은 실상 대중과 타협하지 못하고 공고한 자기 존재의 영역을 고수하고 있는 그녀의 자기 정체성에서부터 출발한다.


드라마에서 통속과 신파는 신물이 날 정도로 지겨운 것이지만 반드시 필요한 조미료다. 노희경은 이러한 통속과 신파를 자기 색깔로 포장한다. 그러면 그 통속과 신파는 결코 통속과 신파로 비춰지지 않는다. 노희경 드라마의 통속은 사실 통속의 변주라기 보다는 통속의 진화, 다른 말로 풀어하자면 대중이 기대하는 통속과는 전혀 다른 세계의 통속이다. 문제는 '통속' 과 '신파' 가 포장되지 않은 날 것으로 등장할 때 훨씬 격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노희경 드라마의 통속이 대중에게 먹히지 않는 이유이며, 노희경 드라마의 시청률이 5~6%를 기록하는 이유다.


[그들이 사는 세상] 은 사실 예사 작가들이 썼다면 훨씬 시청률이 잘 나왔을 작품이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도가 텄다시피한 송혜교에게 [풀하우스] 만큼의 캐릭터와 에피소드만 주었어도 기본이 20~30%은 금방일테니까. 다만, 그러했다면 [그들이 사는 세상] 은 지금과 같이 캐릭터 하나하나를 보듬고 어루만지며 삶의 결을 녹여내는 드라마는 아니었을터다. 그래서 [그들이 사는 세상] 은 '저주 받은 걸작' 이다. 노희경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명품과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지만 결코 그에 상응하는 시청률은 기록하지 못하는, '노희경 드라마' 라는 이름의 걸작말이다. 


노희경 같은 작가는 한국 드라마계에 있어 꼭 필요한 존재다. 그녀의 존재야말로 시청률로 가늠되지 않는 드라마적 감성을 가장 잘 대변하는 상징적 표상이기 때문이다. 허나, [그사세] 로 시작 되었을 법한 '노희경' 과 '대중' 과의 화해는 어서 빨리 이루어졌으면 한다. 무거운 주제의식과 삶에 대한 관망을 그대로 드라마에 드러내기 보다는 에둘러 표현하는 영악함을 노희경에게 기대하는 것은 스스로 "고지식한 사람" 이라는 그녀에게 너무 과한 부탁일까.


드라마의 상투성과 통속성을 부정하기 보다는 '긍정' 하는 차원에서 바라보는 현명함과 '저주 받은 걸작' 과 같은 수식어에서 벗어나 시청률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영리함을 갖춰야 하는 것은 노희경 드라마가 짊어지고 가야 할 십자가다. 내년이면 작가 인생 15년을 맞이하는 그녀가 보다 진일보 된 모습으로 '노희경이 사는 세상' 을 만들어 가기를 기대한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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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를 모았던 [타짜] 와 [에덴의 동쪽] 의 맞대결이 생각보다 싱겁게 결판이 난 가운데, 월화드라마 왕좌를 둘러 싸고 다시 한 번 치열한 삼파전이 벌어질 예정이다.


[에덴의 동쪽] 이 낡은 드라마 구조를 극복하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전개를 보이는 와중에 드디어 2008년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인 [그들이 사는 세상] 이 방영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사는 세상] 의 등장과 함께 '바짝' 긴장해야 하는 것은 오히려 [에덴의 동쪽] 이 됐다. 상승동력을 잃어버린 채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에덴의 동쪽] 이 초반 제압을 하지 못한다면 예상 외로 판도가 쉽게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사는 세상] 의 위용은 얼핏 봐도 [에덴의 동쪽] 에 필적할 만 하다. 작가, 연출, 배우 삼박자가 '초호화' 로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월화드라마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KBS의 파격적인 물량공세가 쏟아지기 시작한다면 대중의 관심은 집중될 수 밖에 없다. 25%대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새로운 시청자층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는 [에덴의 동쪽] 이 [그들이 사는 세상] 을 경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이 드라마에 톱스타 '송혜교' 가 출연한다는 사실은 상당히 '의미심장' 하다. 송혜교가 누군가. 90년대 김희선 이 후, 마지막으로 탄생한 TV 브라운관의 신데렐라다. 나오는 드라마마다 30~40% 시청률을 올렸고, 출연하는 작품마다 화제가 됐다. [가을동화][수호천사][호텔리어][올인][풀하우스] 등등 그녀가 출연하는 드라마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드라마로 성장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재밌게도 [에덴의 동쪽] 의 송승헌과 [그들이 사는 세상] 의 송혜교는 2000년 [가을동화]에서 찰떡궁합 호흡을 맞춘 과거가 있다. [가을동화] 는 윤석호 계절드라마 1편으로 화제리에 방송되며 40%대의 시청률을 기록한 빅히트 드라마로 "너의 죄를 사하노라." "얼마면 돼?" 등 숫한 명장면과 명대사로 점철 된 작품이다. 이 드라마 한편으로 송승헌과 송혜교는 2000년대를 대표하는 톱스타이자 한류스타로 급부상했다.


그런데 8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서로의 작품을 무너뜨려야 하는 묘한 입장에 놓여있다.


후발주자 송혜교의 입장으로서는 송승헌을 반드시 '넘어뜨려야' 자존심을 살릴 수 있는 처지다. [가을동화] 이 후, 줄곧 송승헌보다 훨씬 뛰어난 흥행감각을 펼쳐 왔고, 송승헌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일 때도 [올인][풀하우스] 의 연속 히트로 TV 브라운관의 여제로 자리매김한 그녀였다. 맞대결을 펼친 적은 없었지만 적어도 객관적 수치에서 보자면 송혜교는 송승헌의 그것을 뛰어넘고도 남는다. 이번 맞대결에서 패하게 되면 '흥행불패' 자존심에 금이 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KBS 쪽에서도 송승헌을 무너뜨릴 수 있는 빅카드는 송혜교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타짜]가 [에덴의 동쪽] 에 밀린 요인에는 송승헌 급의 빅스타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스타급 배우가 출연하지 못한 [타짜] 는 처음부터 [에덴의 동쪽] 보다는 함량미달로 시작했다. 허나 [그들이 사는 세상] 은 헐리우드 진출을 눈 앞에 두고 있는 빅스타 송혜교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다. 송승헌과 비교해 봐도 역대 전적이 전혀 떨어지지 않는데다가 [가을동화][풀하우스] 로 이미 KBS 와는 환상의 호흡을 맞췄던 그녀이기에 "잘하면 월화 드라마 판도가 역전될 수 있지 않겠느냐?" 는 기대까지 낳고 있다.


송승헌 쪽에서 보자면 송혜교와의 맞대결은 부담스럽다. 먼저 시작했다는 메리트가 있지만 전체적인 얼개가 짜임새 있게 진행되지 못하다보니 새로운 시청자 층을 형성하지 못하며 '중박' 수준에서 지지부진 멈춰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시청자층이 넓어지지 않아 애가 타는 마당에 송혜교를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가 등장한다는 사실은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다. 송승헌의 경계대상 1호가 [타짜]의 장혁이 아니라 [그사세] 의 송혜교라는 사실은 어쩌면 놀라운 일도 아닐 것이다.


"놀라운 드라마 한 편을 보여드리겠다." 는 송혜교의 호언장담이 허언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그들이 사는 세상] 의 작가와 연출을 맡은 이들이 노희경과 표민수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로 마니아 드라마를 써 오던 노희경이지만 사실 [화려한 시절] 이나 [꽃보다 아름다워] 같은 빅히트 작도 무수히 남긴 그녀다. "작정하고 시청률 잘 나오는 드라마 한 편 쓸 생각." 이라는 노희경의 다짐은 결코 농담이 아니다. 여기에 노희경 드라마와 함께 10여년을 함께 했고, 송혜교와는 [풀하우스] 로 인연을 맺은 표민수 PD 역시 "노희경-표민수 작품이라는 걸 모르게 할만큼 잘 만들어 볼 생각" 이라며 송혜교에 힘을 더했다.


그 뿐이 아니다. [에덴의 동쪽] 에 이미숙, 조민기 등의 연기파 배우들이 있다면 [그들이 사는 세상] 에는 원조 노희경 사단이 즐비하다. 이제는 노희경 드라마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된 똑소리나는 여배우 배종옥이 합류했고, [이산] 에서 정순왕후 역을 열연했던 김여진도 발을 들여 놨다. 기대되는 것은 바로 김자옥과 윤여정의 등장인데 방송국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에서 김자옥은 20대부터 주인공만 했던 여배우로, 윤여정은 평생 조연을 했지만 뛰어난 연기력을 지닌 여배우로 등장해 치열한 자존심 싸움을 펼칠 예정이라 한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두 연기파 배우의 격돌은 송혜교의 출연만큼이나 기대가 되는 요소다.


어쨌든 [에덴의 동쪽] 이 '독주' 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송혜교를 내세운 [그들이 사는 세상] 은 어떠한 식으로든 [에덴의 동쪽] 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불과 1년 전, 25%대의 시청률을 올리고 있던 [왕과 나] 가 후발주자였던 [이산] 에 한판승으로 패배했던 사실을 반추해 볼 때, [에덴의 동쪽] 이 지금처럼 낡은 드라마 구조로 멈춰서 있다면 언제든지 역전의 기회를 내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과연 피말리는 월화드라마 시장을 장악할 사람은 송혜교가 될까, 송승헌이 될까. 과거의 연인에서 이제는 서로를 저격해야 하는 라이벌로 변신한 두 톱스타의 자존심 대결이 밋밋했던 월화드라마 시장을 후끈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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