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으로 시간을 옮긴 <미우새>는 시청률 21%를 넘는 기염을 토했다. 방영 중인 예능 중 가장 높은 수치다. 금요일 밤 심야시간대에 방영될 때부터 큰 인기를 끌어 신동엽의 SBS 대상 수상을 가능케 한 프로그램인 <미우새>는 시간대를 옮겨 더욱 성공적인 행보를 만들어 가는데 성공한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러움이 흐려지는 아들의 사생활

 

 

 



<미우새>는 엄마와 아들, 모자 관계에 놓인 사람들이 서로 다른 공간에 있기 때문에 성립하는 예능이다. 이미 혼기를 훌쩍 넘긴 노총각들의 일상이 솔직하게 드러날수록 어머니들의 충격은 크다. 가족은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지만 서로 누구보다 잘 아는 사이라고는 할 수 없다. 모자 관계는 특히 그렇다.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이나 힘든 이야기를 시시콜콜하게 부모와 나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그렇다. 과음을 하거나, 클럽에 드나들거나 결벽증이 있거나, 혹은 반대로 너무 지저분한 아들들의 일상은 아무리 엄마라 해도 캐치하지 못한 지점이다. 이 지점에서 ‘어머’ ‘쟤가 왜 저럴까’ ‘쟤가 미쳤나’같은 반응이 날것으로 드러날 때, 모자사이의 보편적인 관계에 대한 공감대가 극대화 되고 재미 요소도 상승한다.

 

 

 

 

문제는 아들의 일상생활이 엄마에게도 익숙해지는 시점이다. 이제 더 이상 아들의 모습은 예전처럼 충격적이지 않다. 처음에 받았던 충격은 시간이 갈수록 강도가 약해지고 어느 순간에는 탐탁치않아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근본적인 문제가 생기는데, 바로 시청률을 이끌었던 어머니들의 리액션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우새>는 아들의 기행에 초점을 맞춘다. 그것도 여의치 않을 때는 일반인 여성들과의 만남을 주선에 러브라인을 형성한다.

 

 

 


그러나 그런 과정 속에서 <미우새>가 잃어버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아들의 삶이다. 일상이 아닌 세팅된 상황처럼 느껴지는 구성은 <미우새>의 본질을 훼손하는 지점이다. 시청자들은 까다롭다. 예능이기 때문에 아들의 삶이 정상궤도와 벗어나 있을수록 집중하지만, 그 궤도를 억지로 만들려고 하는 지점에서는 돌아선다. 이미 보여줄 것을 다 보여줘 익숙해져버린 아들의 삶이 언제까지 유효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이 지점에서 필요한 것은 새로운 캐릭터다. 그리고 이상민이 등장했다. 

 

 

   


신의 한 수 이상민의 캐릭터, 더 중요한 것은 진정성

 

 


이상민은 <미우새>가 시간대를 옮기고 시청률이 반등할 수 있도록 만든 1등 공신이다. 그의 삶은 보통 사람이 겪을 수 없는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60억이 넘는 빚을 졌다는 사실도 그렇지만, 그 빚을 아직까지 갚고 있는 점도 그렇다. 이상민의 이야기는 채권자의 집을 4분의 1만 사용하는 조건으로 이사를 하면서 더욱 풍성해진다. 여전히 빚의 영향력 아래 놓여있는 이상민에게는 자신의 집을 마련하는 것 조차 사치다. 그렇다 해도 채권자의 집으로 이사를 간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 이상민은 일반적이지 않지만 호기심이 이는 삶의 방식을 보여준다. 예능으로서 캐릭터가 잡히기 좋은 지점이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무엇보다 그를 응원하는 것은 삶에 대한 그의 태도다. 한 때 통장에만 수십억이 있을 정도로 잘 나갔던 가수이자 제작자였던 그의 삶이 한 순간에 사업 실패로 무너져 내렸을 때 받았을 고통은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이 과정에서 여러 구설수에도 올랐다. 이상민은 그 과정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도망치지 않고 그런 일들에 대해 정면으로 맞선다. 아직까지 묵묵히 빚을 갚고 있다는 진정성. 자신이 진 일에 대한 책임을 지는 성실함. 이는 이상민의 이미지를 바꾸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한다.

 

 

 

 

이상민은 어느 순간 꽤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예능인으로서 인정받고 있다. 처음부터 예능인도 아니었고, 오히려 비호감쪽에 가까웠던 그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스스로 내려놓고 민낯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한 때라도 잘 나갔던 연예인이 남의 집에 얹혀 사는 모습을 공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채권자와 만나 밥을 먹는 장면도 방영된다. 그러나 그는 그런 상황을 부끄러워하기 보다는 그 상황에서 나름의 생활 방식을 찾고, 자신을 관리하기까지 한다.

 

 

 


쓸데없는 연예인 걱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원하고 싶어진다.

 

 


사실 60억이라는 빚은 크지만, 이상민이 현재 벌어들이는 수입으로 충분히 갚아 나갈 수 있는 금액이다. 성공한 방송인의 수입은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힘든 규모다. 그러나 그 사실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연예인 걱정은 쓸데 없다’는 식의 비아냥이 아니라 이상민을 응원하고 싶어지는 것은, 그 일이 비록 할 수 있는 일일지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이 벌려놓은 일을 인정하고 그 일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지겠다는 태도는 누구나 가져야 하지만, 누구든 가지기는 힘든 것이다. 연예인이고 유명인 이라는 허세를 버리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에게 돌팔매질을 할 이유는 없다. 이상민의 빚은 이상민에게는 현실이다. 그 현실을 마주한 그의 모습은 <미우새>에 진정성을 더했다. 이상민의 출연은 신의 한 수다.  이상민은 엄마의 캐릭터보다 이상민 자체의 캐릭터를 훨씬 더 강렬하게 시청자들에게 설득시켰다.   

 

 

 


물론 이런 이상민 마저도 언젠가는 식상해지는 포인트가 분명히 온다. 그러나 이상민을 통해 <미우새>제작진이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은, 시청자들이 <미우새>에 원하는 것은 단순히 자극적인 노총각들의 행동 포인트가 아니라 진정성을 갖춘 본연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물론 화면을 통해 보이는 진정성이 100% 진실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 꾸며낸 모습을 강요하는 것 만큼은 피해야 할 일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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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새>는 금요일 심야 시간대 예능으로 10%의 벽을 깨는 기염을 토했다. 몇 년 새, 공중파 예능의 시청률 파이가 작아지고  10%의 벽을 SBS가 가족예능으로 깨고야 만 것이다. 벌써 29주 연속 동시간대 1위를 기록 중이다. 경쟁 프로그램은 상대도 안 되는 성적을 낸 것이다. 이런 성과는 관찰 예능을 비트는 ‘가족’의 출연으로 가능할 수 있었다.

 

 

 


<미우새>는 엄마와 아들, 모자 관계에 놓인 사람이 등장하지만 그들끼리 서로 함께 시간을 보내며 이야기를 꾸려나가지 않는다. <미우새>는 ‘이미 다 큰’ 노총각들의 일상을 화면으로 내보내고 스튜디오에서 그 일상을 관찰하는 어머니들의 반응을 캐치한다. ‘어머’ ‘쟤가 왜 저럴까’ ‘쟤가 미쳤나’같은 반응이 날것으로 드러날 때, 시청자들이 얻는 재미도 따라서 상승한다.

 

 

 


 

그런 반응이 나올 수 있는 것은 모자가 한 공간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이 함께 있다면 숨겼을 아들의 사생활이 아들 혼자 집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사실적으로 공개되고 그런 사생활을 보면서 ‘몰랐던’ 아들의 생활 방식을 보는 어머니들의 충격은 더할 수밖에 없다.   

 

 

 


사실 초반부터 허지웅의 결벽증이나 김건모의 술 냉장고, 박수홍의 클러빙같은 특이한 행동들에 방점을 찍어 영상이 제작된 것역시 그 장면을 보는 엄마들의 시선을 더욱 생동감 있게 만들기 위해서다. 엄마들의 추임새는 이 프로그램이 살아남고,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화면속의 아들은 더 이상 그들이 알고 있던 아들이라고 할 수 없다. 이미 그들은 자신들의 영역을 따로 만들었고, 그들만의 생활방식을 정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들을 자신이 생각한 기준에서 ‘잘 되게’ 만들고 싶은 어머니들의 심리는 묘한 상충작용을 일으키며 예능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화면속의 아들의 일상에 엄마는 호기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엄마의 심리는 보편적인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아들을 존중한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자신들이 정한 기준을 놓지 못하는 이중적인 엄마의 마음과 자신을 사랑하는 건 알지만 때로는 간섭이 버거운 자녀들의 마음에 대한 공감대가 한국사회에는 깔려있다. 그 공감대를 이용해 엄마들의 반응을 잡아낸 것은 훌륭한 전략이었다고 할만했다.

 

 


그러나 문제는 ‘방송에서 허용하는’ 아들의 민낯이 벗겨진 지금이다. 이미 결벽증, 클럽, 술, 결혼 등 엄마들이 걱정하는 아들들의 생활이 그대로 공개된 터다. 이미 카메라 앞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은 다 나왔다고 봐야 한다. 한 두 번 보면 충격적인 장면도 익숙해지면 충격적일 수 없다. 그건 스튜디오에 자리를 잡고 앉은 엄마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미우새>가 택한 방식은 더 자극적인 장면을 내보내는 것이다. 이를테면 김건모가 ‘술병 트리’를 만들거나 김밥 재료를 몇 겹으로 쌓은 ‘대형 김밥’을 만들거나 하는 식이다. 그마저 여의치 않은 출연자에게는 러브라인을 부각시켜 맞선을 보게 하거나 한다. 단 하루의 단식원 체험등도 설정한 느낌이 가득하다. 특히나 엄마가 싫어한다는 박수홍의 왁싱이야기는 24일 방송분에서 수차례나 등장한다. 

 

 

 


그러나 아들의 일상생활이 아닌, 다분히 만들어진 것 같은 그런 장면들은 때로는 너무 억지스럽다. 문제는 억지스러운 장면이 아니고서는 너무 익숙해져버린 아들의 일상 속에서 이제 엄마의 반응을 이끌어 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차라리 동생과의 관계 회복이나 자신의 행동패턴 변화에 초점을 맞춘 허지웅의 이야기는 뭔가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그러나 문제는 다큐멘터리가 아닌 예능에서 이런식의 이야기로만 채워진다면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자극과 엄마들의 캐릭터라는 두가지 요소를 잡지 못하면 <미우새>의 예능적 가치는 떨어진다. 그러나 ‘일상생활’이라는 한정된 소재에서 계속된 자극이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이런 식의 전개는 프로그램에 있어서 긍정적일 수 없다. 그러나 사실 딱히 돌파구가 없다. 모든 인간들에게는 자신만의 기벽奇癖이 있기 마련이지만, 대체적으로는 일상에서 그리 특별한 일을 벌이며 살지는 않는다. 집에 있거나 밖에 나갔을 때, 항상 이벤트처럼 어떤 일을 벌이는 사람은 드물다. 그런 구멍을 채우기 위해 다소 난감한 상황을 설정하고 그 설정에서 엄마들의 반응을 지켜보게 만드는 일을 언제까지고 계속할 수 있을까. 29주 연속 1위라는 빛나는 성과속에서 피어나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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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의 가족을 활용한 예능은 가장 훌륭한 소재거리라고 할 수 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슈돌>)류의 육아예능부터 2009년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자기야>까지, 연예인들의 인지도를 기반으로 삼아 그 가족들까지 캐릭터로 활용하는 예능은 언제나 잘만 활용하면 통하는 소재였다. 그 중에서도 육아예능은 한동안 붐이 일 정도로 독보적인 파워를 자랑했다. <아빠 어디가>를 시작으로 <슈돌> <오 마이 베이비> 등 방송 삼사 모두 경쟁적으로 육아 예능을 쏟아냈던 것이다. 이 중 살아남은 것은 <슈돌> 정도지만 <슈돌>조차 전성기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바로 이 시점에서 가족 예능에 새로운 강자가 탄생했다. 바로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가 그 주인공이다. <미우새>는 파일럿 때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내뿜더니 정규 편성이 된 이후 무려 10%가 넘나드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금요일 심야 시간대 예능으로서 엄청난 성과다. 이런 성과는 근 몇 년 간 공중파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의 10%의 벽을 SBS가 가족예능으로 깨고야 만 것이다. 이런 성과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자식을 놓지 못하는 엄마의 관음증에 대한 욕구 충족

 

 

 

 


<미우새>의 가장 큰 특징은 가족끼리 ‘만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통 가족 예능에서는 아빠와 자녀가 만나거나, 장모와 사이가 만나거나, 엄마와 아들이 만나는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들의 일상생활이 관찰하듯 그려지면서 그들 사이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케미스트리를 노리는 것이다. 특히 육아 예능에서는 좀처럼 미워하기 힘든 아이들의 순수한 매력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우새>는 이제 ‘사랑스럽기’는 좀 힘든 40대 이상, 혹은 곧 40대가 되는 나이의 성인을 관찰한다.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엄마는 그들과 한 공간에 없다. 멀리 화면으로 그들의 일상을 지켜볼 뿐이다. 혼자 사는 40대 남자들의 일상이 뭐가 그리 재밌을까 싶지만 (이미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그램이 경쟁작으로 존재하기도 한다.), 어머니들의 스튜디오에 나오면서 분위기는 달라진다.


 

 

 

 

포인트는 허지웅의 결벽증이나 김건모의 술 냉장고, 박수홍의 클러빙같은 특이사항 들에 있는 것 같지만 그 장면을 바라보는 엄마들의 시선이 훨씬 더 중요한 포인트다. 추임새를 넣으며 자신의 아들을 지켜보는 엄마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이 예능에서 가장 훌륭한 자극제기 때문이다. 그들은 화면속의 아들의 모습을 보며 충격을 받거나 황당해 한다. 그들이 키웠지만, 화면속 아들은 새로운 존재다. 자신의 아이지만 더 이상 터치할 수 없는 자신만의 영역을 가진 성인을 엄마들은 여전히 지켜보고 싶어하고 간섭하고 싶어한다. 화면으로나마 지켜볼 수 있는 그들의 일상은 엄마들에게는 언제나 호기심을 가지게 만드는 소재다.

 

 

 

 


<미우새>는 이미 능력도 있고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지만, 아직도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아가는 아들들을 놓지 못하는 어머니들의 심리를 자극한다. 이는 한국 사회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한 장면이다. 개인의 선택과 의견이 존중되기 보다는 여전히 자신들이 정한 가치를 따라주기를 원하는 기성세대들의 염원. 아들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지만, 자신만의 방법으로 행복해 지는 것은 용납하기 힘든 이중성을 드러내고 있다.

 

 

 

 


엄마와 아들, 그 가깝고도 먼 사이에 대한 공감

 

 

 

 


자신의 아들 뿐 아니라 다른 아들의 화면을 지켜볼 때도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할 경우 엄마들은 충격의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힘들어 하는 장면에서는 함께 아파한다. 그것은 아들을 키우는 엄마들의 묘한 공감대 형성이다. 자신들의 아들은 물론 남의 아들 역시 자신이 생각한 ‘정상적 기준’에 부합하느냐 아니냐 하는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성공하여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 대한 존중보다는 여전히 ‘엄마의 아들’로서 남아주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큰 것이다. 그러면서도 은연중에 ‘내 자식이 낫다’는 식으로 아들끼리의 묘한 경쟁의식을 불태우는 어머니들의 모습은 여전히 ‘엄마’로서의 자신을 포기할 수 없는 아들에 대한 집착을 보여준다.  

 

 

 

 


이런 장면들은 일면 기성세대들의 가치를 강요하는 것처럼 보여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바로 그 점이 이 프로그램이 살 수 있는 이유다. 엄마라서 자식들을 놓지 못하는 마음은 불편하지만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엄마의 잔소리가 귀에 따갑지만, 막상 엄마를 볼 수 없으면 엄마가 한 없이 그리운 자식의 마음처럼, 엄마도 자식을 포기하고 싶어도 포기할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엄마들은 화면으로 자식을 지켜봐야 하는 예능 속 상황처럼, 이제 아들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없는 시기에 와 있다. 그러나 사실 여전히 아들이 자기 마음처럼 ‘잘’ 자라주었으면 좋겠다. 이미 충분히 잘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처음 보는 아들의 모습에 놀랄 정도로 아들은 이제 엄마에게 모든 것을 터놓지 않지만, 엄마는 아들의 모든 것이 궁금하다.

 

 

 

 


이 프로그램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사랑스러운 캐릭터 때문에 채널을 고정하지 않는다. 물론, 엄마와 아들의 처음보는 캐릭터가 생기는 재미도 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관계가 익숙한 한국 사회에서의 공감대 형성이다. 서로를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때로는 그 사랑이 짐이되는 관계. 서로 누구보다 가깝지만, 서로의 생각이 너무나도 다른 그 이율배반. 끝까지 내 곁에 두고 싶지만 또 너무 가까워지고 싶지도 않은 그런 마음들이 합쳐져 엄마들은 아들을 지켜보는 마음으로, 자녀들은 엄마와의 관계를 떠올리며 시청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것이 <미우새>가 만들어 낸 또 하나의 포인트다. 가족이 만나지 않는 가족 예능은 그렇게 또 다른 판도를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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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그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본인의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서로를 인정하고 그 사람의 방식을 인정하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나 때때로 연예인들의 삶은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평가의 대상이 되고는 한다. '관찰카메라' 형식의 예능이 유행하면서 연예인들의 생활 방식이 대중에게 공개되는 사례가 많아졌고, 그에 대한 화제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의 삶의 전부가 공개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일부가 공개되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되고는 한다.

 

 

 

 

 



<미운 우리새끼> 역시 그런 관찰 카메라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미운 우리새끼>는 관찰 카메라에 진행자들은 물론, 관찰카메라 속 등장하는 연예인들의 어머니들까지 스튜디오에 불러 그 모습을 함께 관찰한다는 점으로 차이점을 두었다.  아직도 결혼을 하지 않는 노총각들의 삶을 보여주기 때문에 아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어머니들의 가장 큰 화두는 바로 결혼이다. 시청자 이전에 아들의 삶은 어머니의 눈으로 평가를 당한다. 물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한계 지어진 그들의 눈은 객관적일 수 없다. 그러나 결혼을 못한 아들들을 보는 그들의 시선은 걱정과 탄식을 동반한다. 이런 장면들은 유효했고, 결국 동시간대 1위라는 시청률이 결과로 나타났다. 부모와 자식, 그리고 그 사이에 낀 결혼이라는 문제가 시청자들의 공감과 호기심을 불러왔기 때문일터다.
 

 

 

 

 

 

<미운 우리새끼>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은 모두 나름의 위치에서 성공을 거머쥔 이들이다. 그런 성공을 이루고도 결혼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어머니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게 만드는 것이 어머니들의 지상 최대 과제처럼 느껴진다. 21세기가 되었지만 여전히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아야만 문제가 없다고 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특히나 자신의 자식에 관한 문제라면 더욱 그러하다.

 

 

 

 

 

 



이미 40살을 훨씬 넘긴 나이들이지만, 어머니들의 아들 사랑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그 사랑의 방식에 동의를 하기에는 그들의 생각이 지나치게 답답하다. 일단 결혼을 꼭 해야만 하는 숙제처럼 여기는 것도 그렇지만 그 부분을 넘어서도 여전히 아들의 삶에 관여하고 싶어하는 그들의 태도에는 분명히 문제점이 있다.

 

 

 

 



그들은 아들의 삶이 아들의 행복 자체 보다는 그들이 봤을 때 이상적인 방향으로 흐르기를 원한다.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그들은 충분히 스스로를 책임져야 할 나이다. 그 행동이 범법행위나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가 아니라면 그 행동에 대하여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 그 누구도 완벽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부모들의 삶역시, 실수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어떻게 보면 그들이 아들을 대하는 방식이 실수처럼 보이기도 한다.

 

 

 

 



때때로 어떤 어머니들은 모범답안을 정해놓고 그 답안에 아들을 끼워 맞추려 한다. 아들은 자신의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인형이 아님에도 여전히 아들을 독립된 개체로 보지 못하는 것이다. 이미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독립을 한지 한참이 지났지만 여전히 어머니들은 '품안의 자식'을 내려놓지 못한다.

 

 

 

 


 
그 중에서도 어머니들이 아들의 결혼을 대하는 방식은 한국이 아직까지 가지고 있는 결혼에 대한 고루한 편견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며느리들은 아들보다 젊어야 하고, 여전히 아이를 낳기 좋은 가임기의 여성이어야 하며, 부모들의 말에 순종적이고 인물도 뛰어나야 한다. 이런 기준이 대체 아들을 위한 기준인지 본인 자신을 위한 기준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미 불혹을 넘긴 아들들의 현재 상황을 외면하고 며느리의 조건만을 따지는 것은 불합리한 일이다. 본인들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아닌, 부모의 입맛에 맞는 며느리를 들이는 것이 우선시 되는 것 자체로 그들의 결혼에는 빨간 불이 켜진다.

 

 

 

 



그 전에 일단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식 자체가 너무나도 답답하다. 누군가는 혼자 살아가는 것이 훨씬 더 행복할 수 있는 일이다. 결혼을 해서 더 불행해 진다면 그 결혼 생활이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러나 부모들은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편견에서 좀처럼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게까지 결혼을 원한다면 자녀들이 원하는 방식의 결혼을 지지해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다. 결국 자식의 행복을 위한다고 말하면서도 그들은 자신의 대리만족을 위한 결혼을 원한다. 진정으로 아들의 행복을 바란다면 아들의 의사를 존중해줄 줄 알아야 한다. 그들의 삶도 인정하고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정해놓은 잣대를 벗어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부모들의 태도는 자녀들의 행복한 결혼에 하등 도움이 될 것이 없다. 어느쪽도 포기하지 못하는 어머니들의 태도는 분명 문제가 있다.

 

 

 

 



여전히 결혼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고 집안과 집안끼리의 문제가 된다. 어느 정도는 따질 수밖에 없지만, 결격사유가 지나치게 많은 것은 문제다. 본인들의 의사가 최대한 존중될 수 있는 결혼. 결혼하지 않아도 충분히 삶을 즐길 수 있다는 인식. 한국사회에서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가져야 할 태도는 그런 것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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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가 점점 더 완벽해지고 있다.


출연 가수들이 꾸미는 무대 하나하나가 말 그대로 황홀지경이다.


그 중에서도 이번 주 2위를 차지한 이소라의 '넘버원' 무대는 그야말로 온 몸에 소름이 돋는 전율을 선사한 무대였다.


대중가수의 무대가 '예술의 경지'에 오르는 찬란한 순간을 우리는 그 순간 목격할 수 있었다.


[나는 가수다] 재도전 파문이 일었을 때, 김건모 만큼이나 지탄의 대상이 됐던 사람이 바로 이소라였다. 당시 그녀가 했던 말들은 숱한 패러디 대상이 됐고 MC 자질 논란도 겉잡을 수 없을만큼 제기됐다. 게다가 이 사건으로 인해 김영희 PD가 퇴진하고, 김건모가 자진 하차하면서 이소라의 거취 역시 불투명해졌다. 그녀가 [나는 가수다]에 다시 합류한다는 것 자체가 요원했던 상황이 만들어 진 것이다.


그러나 이소라는 "책임을 다하겠다"며 다시 MC 자리로 돌아왔다. 그러면서 "잘못한 것에 대한 용서는 노래로 구하겠다" 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결국 이소라 스스로 시청자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는 곳은 오직 무대뿐이며, 용서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음악뿐임을 인정한 것이다.


그런 그녀가 8일 드디어 '일'을 냈다. 그야말로 전율에 가까운 무대를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선곡부터가 의외였다. 전혀 이소라와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노래, 바로 보아의 '넘버원'이었다. 보아의 대표 히트곡인 '넘버원'은 일본과 한국에서 동시에 대히트한 댄스곡이다. SM 냄새 물씬 나는 곡 분위기에 보아의 격정적인 댄스가 어우러진 '넘버원'은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이소라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소라가 이 곡을 완벽하게 재해석했다. 원곡의 느낌과 분위기는 해치지 않으면서 '넘버원'이 가진 색다른 매력을 뽑아내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놀라운 것은 이소라가 기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스타일 대신 완전히 다른 창법으로 이 곡을 소화했다는 것이다. 데뷔 20년이 넘은 가수가 자기 자신의 공고한 틀을 깨고 혁신적인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일이다.


이소라가 대단한 점은 이렇게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추구하면서도 그 변신을 전혀 이질적이지 않게 관객에게 보여줬다는 사실이다. 이건 보통 내공으론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동안 켭켭이 쌓아올린 탄탄한 무대 경험과 실력이 아니었다면 아마 '넘버원'이라는 곡이 이만큼 깜짝 놀라게 변신할 수는 없었을터다. 그녀의 곡 해석능력과 무대 매너는 그 누구도 감히 폄하할 수 없을만큼 절정의 기량을 자랑하고 있었다.


특히 이소라의 노래를 들으면서 가장 깜짝 놀란 것은 '넘버원'이라는 노래가 이렇게 처연하고 아름다웠는가 하는 거였다. 이소라의 무대는 '넘버원'의 노랫말을 놀라우리만큼 정확하고도 소름끼치는 감성을 담아 뽑아내고 있었다. '넘버원'을 수 백, 수 천번 들어온 나였지만 그녀의 넘버원은 충격 그 자체였다. 비유하자면 미처 살피지 못한 새로운 경지의 어떤 곳을 그제서야 발견한 느낌이랄까.


"가끔 잠든 나의 창에 찾아와 그의 안불 전해 줄래, 나 꿈결 속에서 따뜻한 그의 손 느낄 수 있도록" 이라는 가사가 그토록 처연한 가사인지, "어둠속에 니 얼굴 보다가 나도 몰래 눈물이 흘렀어" 라는 그 유명한 첫 구절이 그토록 황폐하고 처절한 느낌을 담고 있는 말인지 이소라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 한 명의 대중으로서 그런 경험을 하게 해준 그녀에게 정말 말로 다할 수 없는 고마움을 느낀다.


이소라의 이번 무대는 '예술의 경지'에 올라있었다.


이소라는 자기 파괴, 자기 혁신, 자기 발전이라는 세 가지 대명제 아래 넘버원이라는 곡을 완벽하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해석했으며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그 곡이 가지고 있는 새로운 가치와 색깔, 가능성을 강렬하게 관객에게 선사했다. 그녀가 1위를 했건, 2위를 했건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소라가 자신의 음악 색깔을 '창조적' 으로 '파괴'했다는 점에서 이 무대는 TV 음악프로가 선사할 수 있는 가장 서프라이즈한 하나의 장면으로 기록될만 하다.


음악은 위대하다. 그리고 그것을 표현해내는 음악가 역시 위대하다. 이소라는 [나는 가수다]를 통해 이 시대 가장 위대한 가수이자 창조적-혁신적 뮤지션임을 그 스스로 증명해보였다. 문득 궁금해진다. 이 위대한 여가수가 어디까지 진일보하고 발전할 수 있는지. 그 발전의 발걸음 한 자욱, 한 자욱이 얼마나 뚜렷하고도 놀라운 족적을 남길지 말이다.


우리는 자랑스럽게도 '이소라의 무대'를 함께 할 수 있는 이 시대, 이 시간에 살고 있다. 이소라의 무대를 오랫동안 같이 볼 수 있기를. 그녀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것 자체를 축복으로 여기는 대중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라본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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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 파문이 여러가지로 재확산 되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한 재도전 파문이었는데 김영희 PD 퇴진 이래 김건모 자진사퇴, CP 교체, 새 PD 투입, 165분 방송, 여론 역전, 김PD 복귀 운동, 노조항명 등 다양한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확실한 것 한가지는 [나는 가수다]에서 김영희 PD가 물러나고 새로운 PD가 들어왔다는 사실이다.


그 주인공이 바로 [놀러와] 연출을 맡았던 신정수 PD다.


신정수 PD가 김영희 PD의 후임으로 들어간데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표면적인 이유는 김영희 PD의 후임으로 신정수 PD만한 인물이 없기 없다. 신정수 PD는 '음악'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에 대단한 두각을 나타낸 프로듀서다. 음악을 소재로 재미를 이끌어 내는 실력도 대단하지만 기획력 자체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나는 가수다]와 같은 대기획 프로에 가장 걸맞는 인물이다.


과거 신정수 PD는 [게릴라 콘서트]를 연출하며 음악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의 신기원을 열었다. 당시 그는 [게릴라 콘서트]를 통해 보다 많은 가수들이 관객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아이돌 가수부터 이선희 같은 중견 가수까지 폭넓은 섭외력을 자랑했던 그는 25분짜리로 예정되어 있던 프로그램을 55분으로 편집해 올려 보낼 정도로 [게릴라 콘서트]에 대한 강한 애정을 보였다.


이러한 그의 재능은 [놀러와]를 연출하며 더욱 빛을 발했다. 신정수 PD가 연출을 맡으면서 [놀러와]는 예사 토크쇼가 아닌 기획 토크쇼의 1인자 격으로 급격히 업그레이드 됐는데, 이 기폭제가 된 것이 바로 센세이셔널한 신드롬을 일으켰던 '세시봉 특집' 이었다. 조영남-송창식-윤형주-김세환으로 이뤄진 세시봉 특집은 노래와 토크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남녀노소를 모두 감동시킨 대박 아이템으로 탄생됐다.


'세시봉 특집'의 대성공은 곧 '세시봉 콘서트'라는 특집쇼로 기획되어 또 한번 대단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포크송의 색다른 감성을 TV 속에서 전파함으로써 [놀러와] 자체를 누구나 흔쾌히 즐길 수 있는 예능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세시봉 특집 뿐 아니라 신정수 PD는 윤종신-김현철-주영훈-유영석이 출연한 '음악의 아버지'편, 장윤주-이적-정재형-장기하가 출연한 '노래하는 괴짜들'편 등 음악과 토크쇼를 접목시킨 여러가지 획기적인 시도를 했던 능력있는 인물이다.


이처럼 신정수 PD는 그 커리어나 재능, 그리고 음악에 대한 열정과 관심도를 봤을 때 [나는 가수다] 후임PD로 가장 적합한 자격조건을 가지고 있다. 김영희 PD가 기획, 연출한 [나는 가수다]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해 내면서도 자신만의 색깔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준비가 되어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MBC 입장에서도 '거물' 김영희 PD의 대타로 내세우기에 신정수 PD만한 인재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표면적 이유는 신정수 PD의 '능력' 때문이지만 MBC 윗선의 속내가 꼭 그것 뿐만은 아니다. 신정수 PD가 [나는 가수다] 후임 PD로 지목된 '숨겨진 이유'는 따로 있다.


사실 MBC 내부에서는 김영희 PD 경질 이 후, 그 자리를 누가 메울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교환이 이뤄졌다. 언론지상에 공개된 것처럼 한 PD는 "[나는 가수다]를 맡는다는 건 폭탄을 떠맡는거나 다름없다. 투입 되자마자 분위기를 수습해야 하는데 수습이 안 되면 모든 책임을 뒤집어 쓴다. 누가 그 프로그램을 대신 맡으려고 하겠느냐."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 정도였다. 사실상 김영희 PD의 복귀 이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 MBC 예능 PD들의 대체적 반응이었다.


그런데 김PD 경질 하루만에 MBC는 후임으로 [놀러와]의 신정수 PD를 투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일종의 '통보'였다. MBC의 신정수 PD투입은 김PD 경질만큼이나 예상 외의 상황이었다. 신정수 PD는 [놀러와]를 3년 동안 안정적으로 연출하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신정수 PD가 자진해서 [나는 가수다] 연출을 맡고자 했을 가능성은 0%에 가까웠다.


사실, 신정수 PD는 [놀러와] 자체에 애정을 굉장히 많이 갖고 있었다. 작년 12월 텐아시아 인터뷰를 봐도 그렇다. 그는 [놀러와]를 통해 기획 토크쇼의 새 장을 열고 싶어 했고, 여러가지 아이템을 소화해 보고자 했다. "하고 싶은 일이 너무너무 많다. 특히나 인디밴드들을 초대해 15년 인디 역사를 토크쇼에서 녹여보고도 싶다."라며 야심찬 포부를 밝힐 정도였다.


이처럼 [놀러와] 같은 간판예능을 연출하는 PD를 일언반구 말도 없이 [일밤]으로 갑작스럽게 투입하는 건 누가 봐도 급작스럽고 상식 밖의 일이다. 신정수 PD 스스로도 [나는 가수다] 투입 소식에 "오늘 아침에 교체 투입소식을 통보 받았다. 좋은 프로그램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해 보겠다"며 다소 당황해 했다. 


사실 신정수 PD는 김영희 PD만큼 김재철 사장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 상태다. MBC 노조 편제 위원장인 그는 작년 MBC 파업 현장에서 "김재철은 같이 갈 수 없는 사람이다. 사람이 그렇게 가벼울 수 없다."며 직격탄을 날린 강성 중 강성이다.


작년에는 김영희 PD와 함께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어 징계를 받은 42인 중 한명이었고, 올해 초에는 [후플러스] 폐지, [W] 폐지, [PD수첩] 논란 등 MBC의 여러 사안에 반발하며 사내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그는 "김재철 사장이 아무리 낙하산이라고 하지만 이 정도로 막무가내 장악을 하는 것은 어불성설" 이라며, "언론의 자유를 위해 싸울 수 밖에 없다"고 삭발을 단행했다.


이 외에도 김재철 사장의 출근을 저지하다가 MBC 사측으로부터 고소를 당하기도 하고, MBC 관련 대토론회를 열어 언론장악을 강력히 규탄하는 등 김재철 사장과는 극단의 대립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언제나 사람 좋은 웃음만을 선사하는 [놀러와] PD의 또 다른 '이면'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MBC 윗선의 속내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노조 내부에서는 신정수 PD의 교체 투입 역시 김재철 사장의 "보복성 인사" 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터져나오고 있다. [나는 가수다] 같이 계륵과 같은 존재를 신정수 PD에게 억지로 떠맡김으로써 부담감을 가중시키고 프로그램의 성공여부에 따라 '문책성 인사'를 시도하려는 노림수가 숨어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신정수 PD가 [나는 가수다] 투입을 거부하기에는 뭐한 감이 있다. 찝찝한 측면이 있더라도 어찌됐든 사측의 결정이면 따라가야 한다. 게다가 선배 김영희 PD의 후임이다. 거절할 권한도 없을 뿐더러, 거절하려해도 상황이 녹록치 않다. 노림수가 보이면서도 받아들여야 하는 셈이다.


그래서일까. MBC 예능국 내부에서는 "신정수 PD가 '독이 든 성배'를 받아들였다" 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잘 해봤자 본전, 못하면 쪽박인 [나는 가수다]를 떠맡음으로써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는 것이다. 만약 이번 시험에서 그가 삐끗이라도 한다면 MBC 윗선이 기획-연출한대로 신정수 PD의 영향력 약화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김영희 PD가 이번 사건으로인해 PD 뿐 아니라 CP에서까지 경질되는 치명타를 입은 것처럼 신정수 PD 역시 프로그램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다면 문책을 피해가긴 힘들기 때문이다.


MBC 사측의 이번 신정수 카드는 아주 시의적절했다. 프로그램을 수습하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을 선택하면서도 동시에 노조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신정수가 성공하면 성공하는대로, 실패하면 실패하는대로 MBC 쪽에서는 적어도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다.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면 본전 이상은 챙기는 셈이다. 전략적 선택으로 보자면 박수를 쳐주고 싶다.


결과적으로 이런 '난감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나는 가수다]가 성공하는 수밖엔 도리가 없다. [나는 가수다]가 성공해야만 신정수 PD도 살고, [일밤]도 살고, MBC 쪽도 만족할 수 있다. 전임자인 김영희 PD가 7인의 가수에게 "내가 없더라도 잔류해달라."라며 간절히 부탁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고, 2선으로 물러나자마자 역공 모션을 취하며 강경 대응을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정수 PD의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MBC 윗선을 압박해 활로를 모색하고자 하는 것이다.


어찌되었든 MBC가 신정수 PD에게 주어준 시간은 약 '한달'이다. 이 한달의 시간동안 신정수 PD는 [나는 가수다]의 흐트러진 분위기를 수습하면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떠안았다. 다행인 것은 김영희 PD의 마지막 도전이었던 '165분 방송'이 여론을 극적으로 변화시켜 [나는 가수다]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는데 있다.


과연 신정수 PD는 갑작스럽게 받아든 이 '독이 든 성배'를 '영광의 면류관'으로 바꿔놓을 수 있을까. 새로운 시험대에 올라선 그가 [나는 가수다]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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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 파문이 점입가경이다.


말 그대로 해법이 안 보인다.


김영희 PD 퇴진 이 후, 김건모가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고 출연 가수들도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 정도면 프로그램의 존재근거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김영희 PD의 퇴진은 [나는 가수다]의 존립에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 송백경, 윤종신과 같은 기성가수부터 네티즌들까지 김 PD의 퇴진이 너무 성급했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그런데 왜 MBC는 이렇게 급작스러울 정도로 김영희 PD를 '경질'했던 것일까. 혹시 [나는 가수다] 외에 다른 이유가 작용했던 것은 아닐까.


[나는 가수다] 파문의 책임이 전적으로 김영희 PD에게 있는 것은 맞다. 김건모에게 궁극적으로 재도전의 기회를 준 것도 구설의 빌미를 제공한 것도 모두 총 프로듀서인 김영희 PD다. 어쩌면 지금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는 김건모, 김제동보다 훨씬 많은 지탄을 받아야 하는 사람은 김영희 PD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스스로도 재도전 파문 직후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발언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책임이 곧 '프로그램에서 물러난다'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김영희 PD에게는 이 파문을 적절하게 수습해야 하는 또 다른 책임이 있었고, 엉망이 된 분위기를 정리해 새롭게 출발해야 하는 의무도 있었다. 파문 직후, 김영희 PD는 "시청자에게 죄송하다. 보다 좋은 프로그램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나름의 각오를 밝혔다. 이건 어떻게든 프로그램을 끌고 나가겠다는 그의 의지 표명이었다.


허나 사건이 터진 지 이틀이 지난 뒤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김영희 PD는 또 다른 강수를 던진다. "굳이 누군가가 물러나야 한다면 내가 2선으로 물러날 수도 있다."는 발언이었다. 김PD의 입에서 나온 첫 사퇴 발언이었던 셈인데 사실 이 발언은 '사퇴하겠다'가 아니라 '사퇴할 정도로 열심히 하겠다'의 의미가 더욱 강했다. 그는 이 발언을 하면서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구구절절 역설했고, 2주차 분량에 대한 설명도 열렬히 덧붙였다.


그런데 김PD의 사퇴 발언이 나온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상황이 급변한다. MBC 윗선에서 김영희 PD의 경질을 결정한 것이다. 갑작스러운 경질 소식에 시청자들과 네티즌들이 깜짝 놀랐고, 출연 가수들 역시 기겁했다. 한 마디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돌발행동' 이었던 셈이다. 연예계는 하루 종일 김영희 PD 퇴진 후폭풍에 들썩거렸고, MBC 예능국의 분위기도 어수선하기 짝이 없었다.


MBC의 신속한 퇴진 결정은 김영희 PD 스스로도 미처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였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대책마련과 분위기 수습에 주력했던 그였다. 퇴진을 예상했다면 결코 그런 과단성 있는 발언과 행동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그는 [일밤]의 수장이고, 상징적 존대다. 책임을 진다고 하더라도 퇴진만이 정답일 순 없다. 경질 직후, 그는 상당히 충격을 받은 듯 그 전의 적극적인 해명과 인터뷰 태도와 달리 사실상 잠적에 들어갔다.


재밌는 것은 이번 김영희 PD의 경질이 김영희 본인은 물론이거니와 방송사와 연예계 전반에서 모두 '의외의 결정'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사실이다. 대개 경질을 의논할 때는 내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본인의 소명을 듣는 것을 기본 절차로 하는데 이번 경질에선 그런 절차가 완전히 무시됐다. 위에서 '명령'하고 아래에서 '실행'하는 아주 수직적인 방향으로 김PD 경질이 결정된 것이다. 이는 아무리 [나가수] 파문이 상당했다 하더라도 대단히 파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보다 더 큰 문제에도 보통은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했던 MBC가 어째서 김영희 PD만큼은 시청자들조차 '매몰차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로 차갑게 퇴진시킨걸까? 혹시 또 다른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일각에서는 이번 김영희 PD가 순수하게 [나가수] 파문의 책임만 지고 나간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김영희 PD가 부장 직함을 달고 있긴 하지만 MBC의 윗선들, 특히 MB 계열의 김재철 MBC 사장과 상당히 불편한 관계임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번 [나가수] 파문은 김영희 PD 퇴진의 '명분'에 불과할 뿐 사실상 전격 경질의 이유에는 김영희 PD와 김재철 사장의 '적대관계'가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엄기영의 퇴진 직후, 전형적인 MB 계열의 김재철 사장이 '낙하산'처럼 떨어진 뒤 김영희 PD는 "MBC가 언론으로서 독립성과 자유를 지켜야 한다."는 말을 습관처럼 하고는 했다. 그는 김재철 사장의 부임 전후로 벌어진 MBC 노조 파업을 공개적으로 지지했고, 김재철 사장 부임 직후에는 MBC 부사장 임명건을 두고 김재철 사장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웠다.


당시 그는 노조 파업 현장에 나가서 "조중동이 참 멍청하고 불쌍하다" "야욕이 커도 너무 크다" 등 강경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특히 MBC 부사장 임명건을 대해서는 "우리가 오랜 시간 지켜왔던 MBC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 통탄하다." 면서 "김재철 사장의 무리한 인사명령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양심이 있다면 당장 노조와 대화하는 것이 옳다." 고 김 사장을 압박하기도 했다.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추가적인 조치와 단호한 결단을 내리는 것은 불가항력 아니겠는가." 라며 노조의 집단 파업을 유도한 것도 역시 그였다.


이 사건으로 인해 김재철 사장은 김영희 PD를 필두로 무려 42명의 사원을 무더기 징계했다. 노조 측에서는 "김재철 사장의 횡포가 심해도 너무 심하다" 며 불평을 쏟아냈고, 한 쪽에서는 집단 파업 뿐 아니라 사장 퇴진 운동을 벌어야 한다는 격앙된 반응을 보일 정도였다. 최근 김재철 사장 연임건을 두고 김영희 PD가 "기가 막힌 일" 이라고 코멘트 한 것도 당시의 갈등에 기인한 바 컸다.


또한 작년과 올해 MBC 내부의 최고 화두였던 [PD 수첩] 논쟁에서도 김영희 PD는 소신 발언을 쏟아냈다. 김영희 PD는 "검찰권력이 언론의 입을 틀어막고 몽둥이로 두들겨 패는 것은 현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대단히 반민주적인 일" 이라고 강력히 규탄하면서 "김재철 사장이 연임하자마자 한 첫 업무가 [PD 수첩] PD 교체라니, 이것 참 MBC야 말로 소신있는 언론의 책임을 포기한 것인가." 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김재철 사장이 진두지휘한 [PD 수첩] 죽이기에 직접적인 반기를 든 것이다.


당시 김영희 PD는 "MBC에 적을 둔 사람으로서, 목숨을 걸고 [PD 수첩]을 지켜겠다" 는 강경발언을 서슴지 않았는데 이 사건을 전후하여 김재철 사장과 김 PD 간 갈등의 골이 더더욱 깊어졌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갈등 속에서 김영희 PD가 [나가수]로 '직격탄'을 맞자 김재철 사장이 일방적으로 경질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절차를 모두 생략한 채 이례적으로 강압적인 '퇴진 결정'을 통보한 것은 김영희 PD의 회생 의지를 꺾어버리겠다는 MBC 윗선의 보이지 않는 손과 관련이 있다. 한 쪽에서 이번 경질을 두고 "이런 식으로 보복성 인사를 하다니..." 라며 불만을 토로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김 PD의 경질은 예능국 차원의 문제를 넘어서 MBC PD들 사이에서도 '설왕설래' 하고 있다. 특히 노조를 중심으로 김 PD 경질 절차가 합법적으로 이뤄졌는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기우인지 모르겠으나 잘못하면 김재철 사장 연임으로 전운이 감돌고 있는 MBC 경영진과 노조 사이에 갈등이 더욱 심해지는 상황까지 치달을 것처럼 보인다. 그만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일각에선 김영희 PD의 신속한 경질이 김재철 사장과의 대립관계에서 기인했다기 보다는 MBC 내부의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바가 더 크다고 말하기도 한다. MBC 쪽에서는 이번 [일밤] 개편을 '사생결단' 의 기회라고 인식하고 있었는데 [나가수] 파문이 생각보다 커지자 김PD 경질이라는 신속한 대응으로 초기 진화에 나섰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나가수] 파문이 김재철 사장의 책임 논란으로까지 퍼지는 걸 막기 위한 자기 방어적 결정이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영희 퇴진이 사측에서 내놓을 수 있는 가장 최선의 패였다는 셈이다.


허나 어찌되었든 MBC 예능국에서 잔뼈가 굵은 김영희 PD가 이런 식으로 '불명예 퇴진' 한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연예 관계자들이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김영희 PD가 [나는 가수다] 연출 뿐 아니라 [일밤] CP에서까지 경질 된 것은 "도가 지나친 처사" 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나는 가수다]가 김영희 PD가 공언한 마지막 연출 작품인데 이런 식으로 홀대하는 것은 예우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듯, MBC 윗선은 "일각에서 보듯 퇴진이나 징계가 아니다. 책임을 지는 수준" 이라고 해명했지만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현재 김영희 PD는 [나는 가수다] 긴급회의에 참석한 뒤, 심신을 추스리고 있는 상태라 전해졌다. 그러나 한번의 실수로 시청자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한데다가 MBC 경영진의 일방적인 '일격'에 당한 김영희 PD가 당분간 일선에 복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으로 MBC 내부에서 입지가 상당히 좁아진데다가 PD로서의 명성에도 상당한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김영희 PD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최후의 결단'을 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과거 MBC의 스타 PD로 이름을 날렸던 송창의나 주철환처럼 프리랜서 선언을 하고 외주 PD 쪽으로 방향을 돌리든지, 세력을 규합해 독자노선을 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허나 또 다른 측면에서는 MBC를 뛰쳐나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4~5월쯤 촉발될 가능성이 있는 노조 파업을 진두지휘하면서 MBC 내부에서 '역공' 모션을 취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어떤 선택을 하든 김영희 PD 입장에선 쉽지 않은 길이겠지만 말이다.


지금 김영희 PD의 현실은 상당히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이 씁쓸함을 뒤로 하고 그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그리고 그의 선택은 또 어떤 후폭풍을 가지고 올 것인가. [나는 가수다] 김영희 PD의 '2라운드'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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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김건모가 '자진사퇴' 카드를 꺼내들었다.


재도전 논란이 일어난 지 4일만의 결정이다. 안타깝고 쓸쓸한 상황이다. 김건모는 [나는 가수다] 출연으로 얻은 것은 하나 없고, 많은 것을 잃었다. 명성에 금이 갈 정도는 아니었지만 흠결은 하나 늘었다.


[나는 가수다]를 통해 '국민가수'의 위상을 재확인하려 했던 애초의 목표는 완전히 부서졌음은 물론이고,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한동안 TV 출연이 힘들 정도의 치명상은 분명하다.


이렇듯 초라해진 김건모의 모습을 보니 문득 떠오르는 사람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김건모와 함께 '국민가수'로 불렸던 인물, 신승훈이다.


김건모와 신승훈은 90년대를 양분했던 가요계의 진정한 '황제'들이었다. 히트곡 수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고, 음반 판매량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통합 음반 판매량이 1000만장을 훌쩍 뛰어넘는 이들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육중한 무게감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국민들이 그들의 노래를 따라 불렀고, 어느 거리에서든 그들의 음악이 흘러 나왔다. 가히 '국민가수'의 칭호가 아깝지 않은 인물들이었다.


그들이 위대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넘치는 재능에 노력과 열정까지 겸비했기 때문이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음악성에 후척적인 노력이 융합된 이들은 대중을 움직이는 '자신만의 목소리'가 무엇인지를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있었다. 사람의 감종을 극한으로 몰고 가며 절절한 감성을 토해내는 신승훈과 댄스와 발라드를 유려하게 넘나들면서 희비극을 모두 소화해 낸 김건모는 대중이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개성 넘치는 도드라짐을 간직했다.


프로듀서 김창환의 손에서 만들어 진 이 두 '국민가수'는 대한민국 가요史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거물로 성장했다. 수많은 가수들이 반짝 떴다가 명멸해 가는 와중에서도 김건모와 신승훈의 위치는 독보적인 영역을 과시했다. 김건모는 R&B와 팝댄스, 신승훈은 발라드에서 감히 그 누구도 쉽게 넘볼 수 없는 창작력과 음악성을 자랑했다. 그들이 내놓은 앨범은 언제나 그 시대 가요계가 내놓을 수 있는 가장 최전선의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이들은 금상첨화 격으로 '엔터테이너' 기질까지 갖추고 있었다. 특히 까불까불거리고 가벼우면서도 노래 하나는 기차게 부르는 김건모의 캐릭터는 대중에게 묘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작은 키, 까무잡잡한 피부, 장난끼 어린 표정의 그는 때로는 숨길 수 없는 끼로, 때로는 마음을 움직이는 노래로 대중들의 열렬한 지지와 사랑을 받았다. 음반판매량이나 인기면에서 비등비등한 라이벌 관계를 유지한 신승훈과 김건모였지만 대중적 친숙도나 친화력은 단연 김건모가 신승훈을 앞서는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90년대 후반 'H.O.T-젝스키스-S.E.S-핑클'로 이어지는 막강 라인업을 구축한 1세대 아이돌의 등장과 함께 가요계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이는 신승훈과 김건모가 아이돌 군단의 추격을 물리치면서 자신들의 '국민가수' 타이틀을 지켜내야만 하는 시대적 과도기에 부딪히고 있음을 의미했다. 급변하는 가요계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국민가수 타이틀을 반납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한다는 것을 그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한 때 연예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이른바 '신승훈-김건모 탈세 연루 사건'이 터진 것이다. 깨끗하고 반듯한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던 신승훈과 어린 아이 같은 장난스러움으로 사랑받았던 김건모 모두 '탈세'라는 불법 행위로 입은 타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훗날 이 사건은 신승훈, 김건모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는 것으로 종결 됐으나, 그 때는 이미 이들이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은 후였다.


이 사건 이 후, 이들은 가요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각자 골몰해야 했다. 이 때, 김건모는 예전 대중들이 좋아했던 장난끼 어린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 채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대중성 확보에 골몰했고, 신승훈은 TV 출연 대신 OST 참여, 콘서트 개최 등 TV 이외의 공연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 순간의 선택이 그들의 운명을 어떻게 갈라 놓을지 그 때는 아무도 몰랐다.


2000년대를 맞이해 김건모가 보여준 행보는 '갈팡질팡'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7집 <미안해요>의 극적인 성공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작품에서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과 대중이 원하는 음악 사이에서 우왕좌왕했다. 김건모 스스로 토로했듯 그의 앨범은 김창환을 떠남과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만을 꾸준히 '소진'하는, 다소 실망스런 퀄리티로 전락해 있었다. 한 때 대한민국에서 흑인 음악을 가장 잘 이해했던 김건모는 슬프게도 그곳에 없었다.


여기에 절제되지 않은 자기관리와 실패한 이미지 메이킹도 김건모의 발목을 잡았다. 김건모는 예나 지금이나 언제나 가볍고 까불까불하다. 이는 선천적으로 진지한 것을 싫어하는 그의 천성에 기인한 행동이지만, '철들지 않는' 그의 모습은 시간이 흐를수록 대중에게 비호감으로 인식됐다.


술과 담배를 좋아하고, 여자 사귀기를 주저 하지 않으며, 무대에서도 장난끼 어린 행동을 스스럼 없이 하는 그의 기행은 사람들에게 주책 맞은 것, 가볍고 무게 없는 것으로 인식됐다. 이는 '변할 생각이 전혀 없는' 김건모와 '국민가수 다운 품격'을 원한 대중 사이의 돌이킬 수 없는 괴리감이었다.


김건모는 끊임없이 대중의 사랑을 갈구했다. 대중이 있어야만 자신이 있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했고,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TV 안하고 공연만 하겠다"며 호언장담 했다가도 금방 다시 TV에 나와 "그 때는 경솔했다" 할 정도로 그는 대중과 부딪히는 걸 즐겼다. 안타까운 것은 김건모의 그런 모습을 대중이 거부했다는 것이다.


여전한 가창력과 여유로운 무대매너에도 불구하고 TV 출연이 낳은 경박스런 이미지와 철저히 소진되어 버린 음악적 태만함은 김건모를 국민가수가 아닌 '애물단지' 혹은 '천덕꾸러기'로 만들어 버렸다. 그의 음악적 역량과 상관없이 스타 '김건모'의 커리어에는 이미 심각한 균열이 생겨버린 것이다.


이러한 균열 양상은 결국 [나는 가수다] 재도전 논란으로 완전히 폭발했다. 프로그램 시작부터 끝까지 '진지하지 못했던' 그는 결국 재도전 논란에 휩싸이며 자신의 위상에 상당한 상처를 남겼다. 국민가수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이번에 그가 집중포화를 맞았던 이유는 룰을 무시했다는 원죄 뿐 아니라 그 동안 실패했던 이미지 메이킹, 그리고 외연확장에 성공하지 못한 음악적 역량에 대한 대중의 종합적 '책임추궁'에 기인한 바 컸다.


이에 비해 신승훈은 김건모와 완전히 다른 길을 걸었다. 그는 TV 대신 공연장과 OST 참여 등으로 눈을 돌렸다. TV 출연으로 얻을 수 있는 대중적 인기 대신 음악적 깊이를 더할 수 있는 활로를 모색한 것이다. 그는 한 두번의 예능 게스트 출연을 제외하곤 철저하게 관객 위주의 공연 활동을 고수했고, 이를 통해 신승훈 특유의 색깔과 브랜드를 보전했다.


이런 그의 노력은 신승훈 표 발라드의 외연을 확장하는 동시에 약점은 보완하고 강점을 강화하는 시너지 효과를 창출했다. 김건모가 갈팡질팡하며 음악적 방황을 거듭하는 사이 신승훈은 자신의 주특기인 '발라드' 장르에 올곧게 도전함으로써 '국민가수'의 자존심을 지켰다. 꾸준한 앨범 판매와 당댱한 음악활동은 싱어송라이터로서 그의 존재감을 더욱 단단하게 해줬고 음악적 입지와 깊이를 더욱 강렬하게 만들었다. 이는 과감히 기존의 틀을 벗어나고자 했던 그의 결단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신승훈은 음악 뿐 아니라 이미지 메이킹에서도 상당한 성공을 거둔 케이스였다. 그는 점잖고 말끔했던 90년대 이미지를 그대로 이어 받는 동시에 중견가수로서 가져야 하는 원숙함과 부드러움을 자신의 기본 이미지에 덧 입혔다. 약간의 유머러스함과 진중함이 절묘하게 뒤섞인 그의 모습은 대중이 기대하는 '국민가수'의 자격과 100% 일치했고, 이것이 대중에게 친숙함을 선사했다.


신승훈은 보여줄 것은 보여주면서, 보이지 않을 것은 철저히 보여주지 않는 신비주의 전략을 일정부분 차용하면서도 친숙한 마스크와 특유의 유머로 대중들의 빈틈을 공략해 견고한 '신승훈 브랜드'를 창출했다. 음악성과 이미지 메이킹 모두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성공전략은 그가 멘토로 출연하고 있는 [위대한 탄생]에서 극명하게 증명되고 있다. 첫 방송부터 가장 삼고 싶은 멘토 1위에 등극했던 그는 방송 내내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날카로운 전문성을 바탕으로 시청자들의 열띤 호응을 얻고 있다. [나가수]에서 자충수를 둔 김건모와 달리 그는 평가의 영역에 직접 나가는 것이 아니라 후배를 통해 간접적으로 평가 무대에 오름으로써 자기 브랜드도 지키고, 대중성도 확장시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있는 것이다.


신승훈은 이제 일각의 평가를 뛰어넘은 가요계의 상징적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한두 번 넘어지고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조차 '역사'이자 '도전'으로 인정받을 만큼의 독보적 위치를 차지했다는 이야기다. 이와 반대로 김건모는 김창환에게 돌아가기 전이나, 돌아간 후나 여전히 예전의 영광에만 취해 있는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가수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김건모 브랜드가 자꾸 다운그레이드 된다는 건 상당한 비극이다.


신승훈과 김건모는 비슷한 시기에 비슷하게 데뷔해 90년대 가요계를 양분했던 가요계의 황제들이요, 국민가수가 분명하다. 그러나 새로운 세기를 맞아 그들이 취했던 대응방식은 그들의 운명을 갈라놓았고, 그들의 이미지를 바꿔 놓았다. 그리고 2011년, 김건모와 신승훈은 또 다시 [나가수]와 [위대한 탄생]으로 명암이 갈리는 운명에 놓여 있다.


김건모는 과연 이번 파문을 뒤로 하고 제대로 된 국민가수로서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가? 신승훈은 [위대한 탄생]의 성공을 통해 신승훈 브랜드의 외연 확장과 깊이 있는 뮤지션으로의 이미지 업그레이드에 성공할 수 있을까? 90년대와 2000년대를 나란히 관통하고 있는 엇갈린 운명의 두 '국민가수'가 부디 그 훈명을 고이 보전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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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 논란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김건모의 재도전 논란으로 촉발된 이 사건은 결국 [나가수]의 수장인 김영희 PD가 일선에서 퇴진하는 것으로 갈등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출연 가수들은 김PD의 퇴진에 큰 충격을 받은 듯 "향후 사태를 지켜보고 거취를 결정하겠다"며 소속사 긴급회의에 들어간 상태이고, MBC 예능국 역시 김PD 퇴진 후폭풍을 정면으로 맞는 모양새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말 그대로 '엉망진창'에 '아비규환'인 꼴인데, 이런 식으로 가다가 과연 이 프로그램이 처음 견지했던 목표를 끝까지 지켜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든다.

 


[나는 가수다]의 기획의도는 상당히 파격적이고 신선했다. '7명의 가수들을 무대에 올리고 평가단의 평가를 받아 꼴찌를 탈락시킨다.' 게다가 출연하는 가수는 무려 김건모, 이소라, 박정현, 윤도현, 백지영, 정엽, 김범수다. 이 얼마나 놀라운 기획인가 말이다. 대한민국에서 음악성이라면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는 가수들이 자신의 무대를 걸고 서바이벌을 한다는 것 자체가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기는 요소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러한 기획은 처음부터 그 진정성을 의심받았다. 특히 공개적으로 [나는 가수다] 출범에 반대 의견을 피력한 사람이 가수 조영남이었다. [나가수] 제작에 대한 대중의 열화와 같은 관심과 환호와 달리 조영남은 "가수들 노래를 갖고 점수를 매겨서 떨어뜨리는 것은 덜 돼 먹은 생각" 이라면서 "노래 잘 하는 가수가 제대로 된 평가를 받도록 하겠다는 선의가 있다고 해도 이런 프로그램은 예술에 대한 모독" 이라고 혹평했다.


조영남은 처음부터 이 프로그램의 기획 자체가 미스컨셉션이라고 본것이다. 서바이벌 형식의 부작용이 오히려 프로그램 자체가 가지고 있는 '선의'보다 훨신 심각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던 그는 [나가수] 자체를 '예술에의 모독'이라고 표현햇다. 그러나 이러한 그의 발언은 [나가수] 제작을 찬성하는 시청자들과 평론가들의 즉각적인 반발을 샀다. 조영남의 혹평은 부작용을 너무 크게 확대 해석한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그들 의견의 일관된 골자였다.


대중문화 평론가 정덕현의 "[나는 가수다]가 가진 서바이벌 형식은 이미 대중들에 의해 만들어진 각종 순위 음악 프로그램에서 늘 가수들이 겪었던 일들이다."라며 조영남의 의견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성가수들이라고 해서 탈락하면 안 된다는 법은 없다. 기성가수들은 탈락조차 시킬 수 없는 성스러운 권위의 존재들인가. 이 무슨 시대착오적인 특권의식인가." 라며 신랄하게 비판한다.


당시 대부분의 시청자들 역시 정덕현의 의견을 지지했다. [나는 가수다]의 서바이벌 기획 자체에는 다소 문제가 있지만 좋은 음악을 보여주겠다는 취지는 인정할 만하고, 무엇보다 일요일 황금 시간대에 가수들이 등장한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인 일이라는 것이 다수 시청자들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방송 3주 만에 조영남의 우려는 기우가 아닌 '현실'이 됐다. '국민가수' 김건모의 충격적인 탈락에 후배 가수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하면서 재도전 논란이 불거졌고, 이 와중에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틀과 룰이 망가진 것이다. 게다가 이 사건을 계기로 김영희 PD가 2선으로 물러나자 전반적인 구도마저 흔들리고 있다. 덧붙여 출연 가수들이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는 양상을 보이며, [나는 가수다] 논란의 재도전 논란을 넘어서 '존폐 논란'으로 확산 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나가수]의 거창한 기획 의도 역시 무참히 상처 받고 있다. 국민가수 김건모는 일각에서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고 평할 정도로 심각한 타격을 받았고, 이소라 역시 프로답지 않다는 비판을 받으며 자신의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 재도전에 동의했던 후배 가수들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고, 앞장서서 재도전 운운했던 김제동은 천하의 몹쓸 놈으로 격하됐다. 가수들의 '빛나는 모습'을 담겠다던 기획의도와 달리 평탄히 노래 잘 부르던 김건모, 이소라 같은 가수들이 구설과 논란 속에 타격만을 입고 있는 것이다.


조영남이 [나가수]에 근본적인 거부감을 갖고 있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서바이벌 형식 자체가 가지고 있는 부작용이 가수들에게 끼칠 악영향을 우려한 것이다. 그리고 이 우려는 그대로 적중했다. [나가수] 논란이 터진 직후 네티즌들 사이에서 "꼴찌를 탈락시키는 시스템이 아닌 1등을 졸업시키는 시스템으로 변모해야 한다" 는 의견이 나온 것도 바로 서바이벌 형식의 부작용을 최소화 시키고자 하는 자정작용의 일환으로 봐야한다.


정덕현은 [나는 가수다]의 시스템 자체가 음악 순위 프로그램의 시스템과 별반 다를 바 없다고 했으나 근본적인 차이점은 간과하고 있었다. 음악 순위 프로그램과 달리 [나가수]의 시스템은 1등이 아닌 '꼴찌'에 집중한다는 점, 그리고 그것이 탈락으로 이어지는 충격적 수순의 일환이라는 점이었다. 안타깝게도 이 시스템은 지금의 부작용을 낳을 수 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에 부딪혀 있었다.


문화평론가 진중권은 작금의 사태에 대해 "이 프로그램 자체가 이미 미스컨셉션" 이라고 운을 뗀 뒤, "이미 자기 세계를 가진 예술가들 데려다 놓고 누굴 떨어뜨린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 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서바이벌 게임이 적용될 만한 영역에서 벗어나, 그 프레임을 적합하지 않은 영역에 옮겨 놓은 것 자체가 문제고, 그러다 보니 감당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 이라고 덧 붙였다. 이는 프로그램 시작 전 조영남이 던진 근본적인 우려와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결국 [나는 가수다]는 PD와 가수들의 순수한 기획의도와 출연의지와는 상관없이 '서바이벌 형식'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휩쓸려 좌충우돌 하고 있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PD는 2선으로 후퇴했고, 가수들은 데뷔 이래 가장 큰 상처를 받고 있으며, 대중 역시 그들의 음악이나 무대가 이닌 '재도전 논란'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음악과 무대는 뒷전이고 서바이벌 자체만 이슈가 되는 현 상황은 [나가수]의 기획의도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진정한 '아이러니'다.


TV-가수-대중 모두 '잘해보자'고 시작했던 [나가수]는 결국 방송 3주만에 프로그램 포맷 자체를 전폭적으로 변경해야 하는 중대 기로에 서게 됐다. 과연 [나가수]는 지금의 논란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기획의도대로 멋진 가수들의 멋진 '음악'만으로 대중을 사로잡는 프로그램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안타까운 것 한 가지는 현 상황의 타개책이 딱히 분명히 보이질 않는다는 것, 그리고 가수들 역시 노래에만 집중하기엔 너무 많은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조영남이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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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 후폭풍이 여전히 거세다.


전적으로 김영희 CP의 판단미스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이번 '재도전 사태'는 [나는 가수다]의 정체성을 뿌리채 뒤 흔든 최악의 한 수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는 가수다]의 재도전 논란에 가장 큰 '욕'을 먹는 사람은 누가뭐래도 김건모다. 전성기 이후에 가장 오랜시간, 그리고 가장 크게 이슈를 불러일으킨 사건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나는 가수다]에 대한 네티즌들의 실망감과 짜증이 '재도전 논란'의 주인공인 김건모에게 완전히 옮겨 붙은 격이다.


그런데 이것 좀 이상하다. 비난의 강도가 시간이 갈수록 너무 강하고 자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지나치게 혹독하고 잔인하지 않은가 하는 걱정이 든다.




물론 네티즌들의 마음은 이해가 간다. 개인적으로도 [나는 가수다]를 시청하면서 김건모에 대해 실망을 많이 했다. 김건모의 충격적 탈락, 그리고 그것을 수습하면서 나온 '재도전 수순'이 프로그램의 판을 단번에 흔들어 버릴 정도로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500인의 평가단과 TV 앞의 시청자들을 완전히 배제한 '그들만의 리그'는 고개를 돌려 버리고 싶을 정도로 최악이었고, 그 재도전 수순을 받아들이는 김건모의 태도 역시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김건모는 시종일관 자신이 탈락을 한 이유를 "립스틱 때문인가봐..."라며 한탄했고, 재도전 수순을 밟을 때에는 "후배들이 간절히 원하니까 받아들이기로 했다." 고 변명했다. 탈락의 이유와 재도전의 명분을 모두 자신이 아닌 '다른 것'에 돌리는 패착을 저지른 것이다. 허나 어쨌든 립스틱 퍼포먼스를 보인 것도, 재도전을 선택한 것도 김건모 자신이다. 그렇다면 김건모는 최소한 변명같은 주절거림은 하지 않았어야 옳다. 그것이 김건모가 최소한 시청자들에게 예의를 갖출 수 있는 방법이었다.




허나 김건모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그렇게 하지 못했다. 탈락의 이유도 '립스틱 퍼포먼스 때문에' 였고, 재도전의 이유도 '후배들의 간절한 부탁' 때문이었다. 이건 너무 비겁하고 치졸하다. 이 비겁하고 치졸한 모습이 전파를 타자 시청자들이 '폭발' 했다. 20년차 가수의 책임감 없는 행동에 네티즌들은 매몰차게 비판의 칼날을 들이밀었다. 이건 아마 김건모도, [나는 가수다] 제작진과 출연지들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나는 가수다] 3회가 끝나자 인터넷은 '김건모 때리기'에 집중됐다. 각종 패러디가 쏟아졌고, 따끔한 충고와 비판이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말 그대로 대한민국의 모든 이슈가 사장되고, [나는 가수다] 논란만 살아 숨쉬었다. 그리고 이 논란은 방송된지 3일이 지난 오늘까지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만큼 시청자와 네티즌들의 분노가 심각한 상태인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네티즌들의 분노가 가라앉기는 커녕 점점 심화되고 있다. 특히 김건모에 대한 분노 표출 양상이 그렇다. 패러디는 그렇다 치더라도 비평이 비판을 넘어서 비난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고, 각종 루머로 얼룩지고 있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지금에 이르러서는 조금 무서워 질 정도로 혹독하고 잔인한데가 보인다. 이러다가는 [나는 가수다] 재도전 논란이 가수 김건모에 대한 '재신임' 분위기로 흐르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방송 종료 직후 김건모에 대한 비평은 [나는 가수다]에서 보여준 태도와 자질 논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김건모의 과거 MBC 음악프로 출연 보이콧 사건이 현 상황위에 덧붙여졌고, 가수로서 그가 가지고 있는 모든 커리어와 역량이 조롱과 비판의 대상으로 변질됐다. 여기에 각종 확인되지 않은 루머와 소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나는 가수다] 재도전 논란은 논란의 차원을 넘어서 일종의 '언어폭력' 혹은 '김건모 죽이기 게임' 으로 확장되어 가고 있다.


한 블로거는 김건모의 이번 사건을 두고 "김건모는 가수로서 모든 것을 잃었다."는 혹평을 서슴지 않았다. 놀라운 것은 이 혹평에 동의를 한 네티즌들도 꽤 많았다는 것이다. 허나 고작 이 사건 하나로 가수 김건모가 '모든 것'을 잃을 정도라는 건 지나친 확대 해석이다. 너무 자극적이고, 심하게 잔인하며, 쓸데없이 심각하고, 형편없이 날카로운, 비평 아닌 비난에 불과하다.


김건모가 이번 사건에 대처를 잘못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으로 그의 커리어가 완전히 부정당하거나, 가수로서 그가 걸어온 20년 역사가 와장창 무너치고 상처받을 수는 없다. 그러기에는 김건모라는 가수가 너무 크다. 그가 남긴 족적과 업적은 너무 넓고 깊다. 작가 김수현의 말처럼 떨어지든 붙든 김건모는 어찌됐든 김건모다. 이번 사건 하나로 그의 존재가 완전히 폄하되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그는 오롯이 열정과 재능으로 20년 가요계를 헤쳐온 인물이며, 그 누구보다도 노래 잘하고 음악을 즐기는 가수임이 분명하다. 그동안 이미지 메이킹에 실패한 책임은 분명히 있고 또한 20년차 가수답지 않게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너무 '가볍다'는 느낌을 줄 때도 있지만, 그래도 적어도 그의 무대는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즐길수 있을만큼 꽉 차있다. [나는 가수다]에서 보여준 무대가 가수 김건모가 보여줄 수 있는 무대의 전부가 아니듯, [나는 가수다]의 실망스러운 김건모가 가수 김건모의 전부가 아니다.


우리가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것은 '국민가수' 김건모가 그동안 쌓아 올린 커리어와 음악적 도전에 대한 존중이다. 이 존중이 바탕이 되어야만 [나는 가수다] 논란에 있어서 김건모가 보여준 무대 매너나 태도에 대한 제대로 된 비판과 애정어린 충고가 나올 수 있다. 만약 이 자체를 부정해 버린다면, 그건 '너 죽고 나 살자' 식 천박한 이슈몰이와 다를 바 없다.


이 쯤에서 생각해 봐야한다. 과연 이번 [나는 가수다] 논란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 목적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다.


우리가 비판하고 있는 이유가 [나는 가수다]의 폐지와 김건모의 가요계 은퇴를 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인가? 아니, 아닐 것이다. 대부분 시청자들이 그렇겠지만 아무도 [나는 가수다]가 폐지되고, 제작진이 물러나며, 김건모가 가수로서 모든 것을 잃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 지금의 논란과 비판은 [나는 가수다]가 정체성을 찾아 제대로 된 프로그램으로 거듭나고, 김건모가 국민가수로서 자존심과 명예를 지켰으면 좋겠다는 애정어린 바람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 비판의 목적과 바람에 충실해야 한다. 곁가지를 붙여 쓸데없는 비판 거리를 만들고, 비난을 위한 비난으로 변질되서는 안 된다. 비판이 게임이 되고, 비난이 오락거리가 되며, '김건모 죽이기'가 웃음거리가 되면 될수록 [나는 가수다] 측도, 김건모도, 그리고 우리 대중들도 상처만 받을 뿐이다.


김건모는 잘못했다. 그러나 그가 '죽을 죄'를 지은 것도 아니다. 김건모는 경솔했다. 그러나 가수 김건모가 가볍기만 한 것도 아니다. 김건모는 비겁했다. 그러나 그의 모든 것이 부정당하고 와해될 정도로 비겁했던 것도 아니다. 무엇을 위해 비판을 하고, 무엇을 위해 키보드를 두드리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나는 가수다] 첫 회, 이소라의 멘트처럼 '국민가수'의 칭호를 얻는 가수는 흔치않다. 그러나 김건모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민가수다. 언론 뿐 아니라 전문가들, 대중들도 20년간 그를 '국민가수'로 인정하고 불러왔다. 그렇다면 혼낼 땐 혼내더라도 20년간 우리 곁에서 즐겁게 노래 불렀던 국민가수의 자존심을 깔아 뭉개지는 말자. 이건 너무 잔인하고 혹독하다. 이 사건으로 '모든 것'을 잃었다기엔 국민가수가 가지고 있는 그 '모든 것'이 그리 녹록치만은 않다. 누가 뭐래도 어쨌든, 김건모는 '김건모'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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