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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다. 진짜 잘 모르겠다.
시작은 '두고보자' 였다. 지난 일주일간 연예계를 정신없이 헤집어 놨던 그 책임을, 오늘 다시 묻고 싶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시작은 '두고보자' 였는데 끝은 '미안하다' 였다.
이번 주 내내 '죽일 놈, 살릴 놈' 했던 그 사람. 아니, 그 가수가 우리를 미안하게 만들었다. 우리의 마음을 또 한 번 흔들어 놨다. 그 가수가.
지난 한 주, 연예계는 [나는 가수다] 파문으로 온통 도배됐다. 말 그대로 폭풍우가 몰아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수많은 사건들이 [나는 가수다] 하나에서 터졌다. 김건모의 재도전으로 촉발 된 논란은 결국 김영희 PD 하차, 제작진 교체, 김건모 자진사퇴, 방송 중단 등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여러 네티즌들이 의견을 피력하며 논란이 증폭됐고, 여기에 기성 가수들이 뛰어들면서 판이 커졌다. 연예계가 [나가수] 논쟁으로 몸살을 앓을 지경이었다.
한 언론에서는 [나는 가수다]의 현 상태를 '뇌사'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사태가 절박했단 이야기다. 그런 상태에서 MBC가 내린 결정은 [나는 가수다] 165분 확대 편성 방송, 그리고 한 달간의 잠정적 휴식기였다. 김영희 PD 체제의 마지막 [나가수]가 165분간 여과없이 방송을 타게 된 것이다. 무수히 많은 소문과 루머, 논란 속에서 방송 되는 165분간의 [나가수]가 어떤 결과를 어떻게 불러올 지 누구도 감히 예상할 수 없었다.
[나는 가수다] '시즌 1'의 두번째이자 마지막 미션은 서로의 노래 바꿔 부르기. 두 번째 순서로 경연무대에 올라간 김건모는 시종일관 진지했다. 진지한 걸 싫어해서 뭐든 가볍게 하고 싶다던 국민가수는 거기 없었다. 대신 누구보다 바짝 긴장한 채, 시청자들에게 고개를 푹 숙여 사과하는 한 명의 외로운 가수만 거기 있었다. '두고보자'가 '미안하다'로 바뀐 건 아마 그 때였던 것 같다. 형언할 수 없는 고민과 고뇌의 흔적이 느껴져서.
그렇게 터질듯한 긴장감과 떨리는 분위기로 시작한 김건모의 [You are my lady]는 지난 주 장난스럽게 립스틱을 바르던 김건모의 무대와는 사뭇 달랐다. 그는 자신의 역량을 총동원해 열창했고, 관객들의 박수 갈채를 받았다. 여유롭고 웃음기 넘치던, 그래서 때론 너무 경박해 보이기도, 너무 쉬워 보이기도 했던 김건모가 스스로 '힘이 빠질 정도로' 열심히 불렀다. 이건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국민가수의 위상이 새삼 무겁게 다가왔다.
개인적으로 내가 김건모의 노래에 더 큰 감동을 받았던 이유는 그의 '떨리는 손' 때문이었다. 그가 데뷔할 때부터 20년 가까이 그의 노래를 듣고, 그의 무대를 봐 왔지만 그런 모습은 내 생전 처음이었다. 내 기억속의 김건모는 언제나 여유롭고 자신만만했다. 어느 대학 축제에서 기기 고장으로 반주가 안 나오자 무반주로 춤을 추며 노래를 불렀다던 김건모였다. 그만큼 그는 어느 무대에 툭 던져놓아도 특유의 표정을 지으며 흥얼흥얼 쉽게 노래를 부를 사람이었다.
그래서일까. 최근 몇 년간 그가 발표한 앨범과 노래에는 혁신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해왔던만큼 딱 그 정도에서 멈춰버리는 수준이 안타까웠다. 이미지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도 미웠다. 그러나 대중의 혹평과 상관없이 그는 여전히 장난스러웠고, 가벼웠으며, 여유 넘쳤다. 하긴 대중의 평가를 받아들이기엔 김건모라는 브랜드의 클래스가 너무 견고했다.
그랬던 그가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재도전 파문이 터지고 난 뒤 바로 열린 경연이었으니 그가 느낀 긴장감은 아마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다. 마이크를 꽉 쥔 손이 하염없이 떨리고 있는 걸 보고 있노라니 마음 한 구석이 시큰해졌다. 지난 시간 그에게 너무 가혹했구나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최근 몇 년간 별 볼일 없는 그의 앨범에 실망했고 [나는 가수다] 파문으로 또 한번 고개를 돌렸던 그 마음이 한 순간 사그라져 버렸다.
김건모의 노래를 듣는 순간,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떤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그가 부르는 노래 하나에만 푹 빠져버렸다. 아마 모든 사람들이 그의 노래를 들으며 이런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세상 모든 것들이 갑자기 멈췄다가 노래가 끝나는 순간 깨어나는 그 느낌. 그 흔치 않은 느낌을 김건모의 목소리에서, 김건모의 떨리는 손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건 정말 대단한 축복이다.
그는 그를 둘러싼 수많은 논쟁들과 수많은 질타들을 '노래' 하나로 간단히 제압해버렸다. 적어도 그가 노래하는 그 순간만큼은 그 누구도 이견을 달지 못할 정도로 가히 압도적인 힘을 보여줬다. 지난 주 겪었던 모든 역경을 한 방에 설욕했다. 육중했다. 무거웠다. 숨이 턱 막힐 만큼 강하고 셌다. 그만큼 국민가수의 존재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오늘, 우리는 그 어떤 무대에서도 떨지 않았던 -심지어 대통령 앞에서도 여유로웠던- 국민가수의 한 없이 떨리는 손을 봤다. 대중 앞에서 한없이 나약해지는, 무대 위에서 한없이 외로워지는, 노래하면서 한없이 서글퍼지는, 그를 봤다. 김건모의 그런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오늘 [나는 가수다]는 그 어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했다.
어쩌면 [나는 가수다]가 그에게는 아주 씁쓸한 경험으로 남을지도 모를 일이다. 데뷔 이 후, 이렇게 욕을 먹은 것도 처음인데다가 논란의 중심에서 자진 사퇴했으니 그럴만도 하다. 그러나 오늘 그의 무대를 본 사람들은 [나는 가수다]의 김건모를 '재도전 파문'의 주인공으로 기억하지는 않을 것 같다. 가슴에 울림을 주는 노래, 그리고 한없이 떨리는 아름다운 손. 오히려 그 두가지로 김건모를 추억하고 기억하지 않을까.
김건모는 인터뷰를 하면서 [나는 가수다]가 가수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이야기 했다. 새로운 출발선에 서게 한 아주 소중한 프로그램이라는 말 또한 덧붙였다. 근 20년동안 변하지 않았던 국민가수 김건모가 단 4주만에 변하기 시작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새로운 출발선에 선 국민가수의 또 다른 시작을 응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의 떨리는 손이 너무 간절하고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김건모는 오늘에서야 김건모만의 음악과 김건모만의 무대로 지난 한 주간의 '긴 악몽'에서 깨어났다. 미워하기에는 노래를 너무 잘하는 사람. 외면하기에는 너무나 탁월한 재능을 가진 사람. 차갑게 식어버리기에는 너무나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 평가의 영역을 넘어선 클래스를 가지고 있는, 그래서 언제나 우리들 곁에서 노래 불러야 할 사람. 그런 사람, 김건모.
그는 가수다. 어쩔 수 없이 노래를 업으로 삼아야 하는 그는, 미우나 고우나 우리들의 '국민가수'다.
모르겠다. 진짜 잘 모르겠다.
시작은 '두고보자' 였다. 지난 일주일간 연예계를 정신없이 헤집어 놨던 그 책임을, 오늘 다시 묻고 싶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시작은 '두고보자' 였는데 끝은 '미안하다' 였다.
이번 주 내내 '죽일 놈, 살릴 놈' 했던 그 사람. 아니, 그 가수가 우리를 미안하게 만들었다. 우리의 마음을 또 한 번 흔들어 놨다. 그 가수가.
지난 한 주, 연예계는 [나는 가수다] 파문으로 온통 도배됐다. 말 그대로 폭풍우가 몰아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수많은 사건들이 [나는 가수다] 하나에서 터졌다. 김건모의 재도전으로 촉발 된 논란은 결국 김영희 PD 하차, 제작진 교체, 김건모 자진사퇴, 방송 중단 등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여러 네티즌들이 의견을 피력하며 논란이 증폭됐고, 여기에 기성 가수들이 뛰어들면서 판이 커졌다. 연예계가 [나가수] 논쟁으로 몸살을 앓을 지경이었다.
한 언론에서는 [나는 가수다]의 현 상태를 '뇌사'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사태가 절박했단 이야기다. 그런 상태에서 MBC가 내린 결정은 [나는 가수다] 165분 확대 편성 방송, 그리고 한 달간의 잠정적 휴식기였다. 김영희 PD 체제의 마지막 [나가수]가 165분간 여과없이 방송을 타게 된 것이다. 무수히 많은 소문과 루머, 논란 속에서 방송 되는 165분간의 [나가수]가 어떤 결과를 어떻게 불러올 지 누구도 감히 예상할 수 없었다.
[나는 가수다] '시즌 1'의 두번째이자 마지막 미션은 서로의 노래 바꿔 부르기. 두 번째 순서로 경연무대에 올라간 김건모는 시종일관 진지했다. 진지한 걸 싫어해서 뭐든 가볍게 하고 싶다던 국민가수는 거기 없었다. 대신 누구보다 바짝 긴장한 채, 시청자들에게 고개를 푹 숙여 사과하는 한 명의 외로운 가수만 거기 있었다. '두고보자'가 '미안하다'로 바뀐 건 아마 그 때였던 것 같다. 형언할 수 없는 고민과 고뇌의 흔적이 느껴져서.
그렇게 터질듯한 긴장감과 떨리는 분위기로 시작한 김건모의 [You are my lady]는 지난 주 장난스럽게 립스틱을 바르던 김건모의 무대와는 사뭇 달랐다. 그는 자신의 역량을 총동원해 열창했고, 관객들의 박수 갈채를 받았다. 여유롭고 웃음기 넘치던, 그래서 때론 너무 경박해 보이기도, 너무 쉬워 보이기도 했던 김건모가 스스로 '힘이 빠질 정도로' 열심히 불렀다. 이건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국민가수의 위상이 새삼 무겁게 다가왔다.
개인적으로 내가 김건모의 노래에 더 큰 감동을 받았던 이유는 그의 '떨리는 손' 때문이었다. 그가 데뷔할 때부터 20년 가까이 그의 노래를 듣고, 그의 무대를 봐 왔지만 그런 모습은 내 생전 처음이었다. 내 기억속의 김건모는 언제나 여유롭고 자신만만했다. 어느 대학 축제에서 기기 고장으로 반주가 안 나오자 무반주로 춤을 추며 노래를 불렀다던 김건모였다. 그만큼 그는 어느 무대에 툭 던져놓아도 특유의 표정을 지으며 흥얼흥얼 쉽게 노래를 부를 사람이었다.
그래서일까. 최근 몇 년간 그가 발표한 앨범과 노래에는 혁신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해왔던만큼 딱 그 정도에서 멈춰버리는 수준이 안타까웠다. 이미지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도 미웠다. 그러나 대중의 혹평과 상관없이 그는 여전히 장난스러웠고, 가벼웠으며, 여유 넘쳤다. 하긴 대중의 평가를 받아들이기엔 김건모라는 브랜드의 클래스가 너무 견고했다.
그랬던 그가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재도전 파문이 터지고 난 뒤 바로 열린 경연이었으니 그가 느낀 긴장감은 아마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다. 마이크를 꽉 쥔 손이 하염없이 떨리고 있는 걸 보고 있노라니 마음 한 구석이 시큰해졌다. 지난 시간 그에게 너무 가혹했구나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최근 몇 년간 별 볼일 없는 그의 앨범에 실망했고 [나는 가수다] 파문으로 또 한번 고개를 돌렸던 그 마음이 한 순간 사그라져 버렸다.
김건모의 노래를 듣는 순간,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떤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그가 부르는 노래 하나에만 푹 빠져버렸다. 아마 모든 사람들이 그의 노래를 들으며 이런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세상 모든 것들이 갑자기 멈췄다가 노래가 끝나는 순간 깨어나는 그 느낌. 그 흔치 않은 느낌을 김건모의 목소리에서, 김건모의 떨리는 손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건 정말 대단한 축복이다.
그는 그를 둘러싼 수많은 논쟁들과 수많은 질타들을 '노래' 하나로 간단히 제압해버렸다. 적어도 그가 노래하는 그 순간만큼은 그 누구도 이견을 달지 못할 정도로 가히 압도적인 힘을 보여줬다. 지난 주 겪었던 모든 역경을 한 방에 설욕했다. 육중했다. 무거웠다. 숨이 턱 막힐 만큼 강하고 셌다. 그만큼 국민가수의 존재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오늘, 우리는 그 어떤 무대에서도 떨지 않았던 -심지어 대통령 앞에서도 여유로웠던- 국민가수의 한 없이 떨리는 손을 봤다. 대중 앞에서 한없이 나약해지는, 무대 위에서 한없이 외로워지는, 노래하면서 한없이 서글퍼지는, 그를 봤다. 김건모의 그런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오늘 [나는 가수다]는 그 어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했다.
어쩌면 [나는 가수다]가 그에게는 아주 씁쓸한 경험으로 남을지도 모를 일이다. 데뷔 이 후, 이렇게 욕을 먹은 것도 처음인데다가 논란의 중심에서 자진 사퇴했으니 그럴만도 하다. 그러나 오늘 그의 무대를 본 사람들은 [나는 가수다]의 김건모를 '재도전 파문'의 주인공으로 기억하지는 않을 것 같다. 가슴에 울림을 주는 노래, 그리고 한없이 떨리는 아름다운 손. 오히려 그 두가지로 김건모를 추억하고 기억하지 않을까.
김건모는 인터뷰를 하면서 [나는 가수다]가 가수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이야기 했다. 새로운 출발선에 서게 한 아주 소중한 프로그램이라는 말 또한 덧붙였다. 근 20년동안 변하지 않았던 국민가수 김건모가 단 4주만에 변하기 시작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새로운 출발선에 선 국민가수의 또 다른 시작을 응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의 떨리는 손이 너무 간절하고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김건모는 오늘에서야 김건모만의 음악과 김건모만의 무대로 지난 한 주간의 '긴 악몽'에서 깨어났다. 미워하기에는 노래를 너무 잘하는 사람. 외면하기에는 너무나 탁월한 재능을 가진 사람. 차갑게 식어버리기에는 너무나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 평가의 영역을 넘어선 클래스를 가지고 있는, 그래서 언제나 우리들 곁에서 노래 불러야 할 사람. 그런 사람, 김건모.
그는 가수다. 어쩔 수 없이 노래를 업으로 삼아야 하는 그는, 미우나 고우나 우리들의 '국민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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