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마녀>가 종영한 자리에 새로 시작한 <여왕의 꽃>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전설의 마녀>의 후광이 효과를 톡톡히 봤다. 2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초반 시선몰이에 성공한 것이다.

 

 

<전설의 마녀>가 중장년층을 공략해 높은 시청률을 기록 할 수 있었던 까닭에 <여왕의 꽃>역시 첫 회부터 중장년층을 공략한 스토리를 내놓았다. 주인공 레나정(김성령 분)은 어렸을 때 아버지의 폭력으로 어머니와 집을 나왔지만 집에 불이 나 어머니가 아버지 살인죄를 쓰고 감옥에 들어가자 고아원에서 성장하며 살인자의 딸로 살 수 없어 이름을 버린 인물이다.

 

 

 

이런 비참한 가정사로 인해 레나정은 자신의 과거에 콤플렉스가 있고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은 무슨 짓을 해서든 가져야 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첫 회부터 레나정의 과거 때문에 벌어지는 이야기가 주가되었다. 레나정은 그의 과거를 알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협박을 당해야 했고 이 때문에 폐건물에서 실랑이를 벌이던 중, 협박범 김도진(조한철 분)이 건물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한다. 그 장면을 마희라(김미숙 분)이 목격하게 됐고 이는 레나정의 은퇴로 이어진다.

 

 

 

첫 회의 이야기에 벌써 살인, 대리맞선, 불임, 지방흡입까지 자극적인 요소가 총 집합해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으려는 의도가 다분히 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선택이 의외성이 아닌 안전성을 택한 선택이란 점이다. 자극적인 요소들로 시선몰이를 하려고 했지만 그 장면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다음 회의 흥미를 자극했다기 보다는 각각의 자극적인 요소들로 시청자들을 묶어놓으려는 의도가 다분히 보였다.

 

 

 

결국 “여자와 골프채는 삼일에 한 번씩 휘둘러야 한다”는 박태수(장용 분)의 대사는 그의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한 장치가 아닌, 단순히 여성에게 모욕적인 대사가 되고 만다. 이런 대사를 쓸때는 섬세한 상황 전개가 필요하다. 그러나 <여왕의 꽃>은 자극적인 대사와 툭툭 던지는 말투에 심취한 나머지, 결을 다듬는데 실패하고야 만 것이다.

 

 

 

단순히 자극적인 요소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 자극으로 인해 시청자들이 시선을 집중할 만큼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가 관건이다. 특히나 막장드라마의 경우, 비난의 요소는 상당할 수밖에 없다. 그 비난의 요소를 잘 버무려 시청자들이 ‘욕하면서도 보고 싶은’ 드라마로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나 주인공의 캐릭터 설정부터 작가는 우를 범했다. 레나정은 성공을 위해 딸도 버리는 캐릭터로 악녀를 예고했다. 그러나 악녀의 매력을 제대로 선보이기 위해서는 이야기 전개에 악녀의 행동이 확실한 임팩트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김성령은 악녀이면서도 계속된 협박과 음모에 휘말리며 자신이 가진 것을 잃어버리는 캐릭터로 그려졌다. 어떻게 스토리가 전개될지는 알 수 없지만, 첫회부터 힘을 쓰지 못하는 악녀는 매력적이지 못했다.

 

 

 

<여왕의 꽃> 첫 회는 다음 화를 기대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투박한 대사마저 어색한 느낌을 자아냈고, 자극적인 스토리는 각각 중구난방으로 치달았다. 문제는 막장드라마라는 낙인이 찍힌 드라마는 시청률이 담보되지 않고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점이다.

 

 

 

결국 남은 것은 중년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름답고 늘씬한 김성령의 미모 뿐이었다. 아름다운 외모의 김성령은 분명 시선을 잡아끌기는 하지만, 그 이상의 파급력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쏟아진 기사들도 김성령의 미모를 찬양하는 기사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드라마는 여배우의 미모로만 완성될 수는 없다. 과연, <여왕의 꽃>이 ‘볼 수밖에 없는’ 막장 드라마로서의 존재가치를 발현할 수 있을까. 앞으로의 전개가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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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TV속에서 여성이 악역으로 그려지는 방식은 다소 전형적이었다. 아무리 능력있고 뛰어난 외모를 지닌 여성이라도 악역이라는 타이틀이 붙으면 주인공을 질투하고 삼각관계에 휘말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본인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라지만 결국 그들의 욕망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대척점에 놓인 주인공과 엮이는 남자 주인공이고 결국은 뛰어난 자신들의 능력을 겨우 남자 빼앗는데 사용하는 주체적이지 못한 캐릭터로 그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남성들의 경우, 비리가 많은 기업 회장으로 악덕 고리대금업자로 정계의 거물로 그려지는 사이, 여성은 그런 직업군으로 등장해도 결국은 결혼을 반대하는 시어머니나 남자를 빼앗으려 악행을 저지르는 인물에 다름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색다른 시도도 있었다. <선덕여왕>의 미실이나 <야왕>의 주다해 캐릭터는 본인의 야망과 욕망을 위해 행동하는 주체적인 악역이었다. 그러나 <선덕여왕>의 미실이 실질적으로악역이라기보다 주인공에 가까웠다는 점에서, <야왕>에서 주다해의 악행이 점차 설득력을 잃어버렸다는 점에서 진정한 권력형 여성 악역의 등장에 있어서 아쉬움은 남았다. 각종 전략과 술수로 무장한 권력형 악역에 있어서 여성들은, 아직 남성에 비해 그 영역이 좁은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제 여성들이 변화하고 있다. 드라마에서 누군가의 엄마나 약혼녀가 아닌, 주체적인 캐릭터를 갖춘 인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황금의 제국>과 <투윅스>는 각각 한정희(김미숙)와 조서희(김혜옥)라는 여성 악역을 내세우고 있다. 이들은 드라마의 여성 악역 캐릭터들이 어떤 식으로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다.

 

 

 

'권력형' 여성 악역의 등장, 그들이 신선한 이유

 

일단 <황금의 제국>의 인물들은 단 한 명도 ‘절대 선’을 지향하지 않는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욕망을 가진 인물들로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 주인공인 장태주(고수)나 최서윤(이요원)마저 사랑타령 보다는 권력 싸움에 집중하고 있는 드라마에서 한정희가 돋보이는 것은 김미숙이 보여주는 뛰어난 연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가 드라마 전반을 장악하는 중요한 스토리의 구심점이기 때문이다.

 

 

복수심에 불타 치매에 걸린 남편의 마지막을 외롭게 만들고 그 딸에게도 지옥을 선사하려는 모습은 단순한 오해나 치사한 간계가 아닌, 철저히 정치적인 머리싸움에 바탕을 두고 있다. 기업의 계열분리나 주식의 분배등을 무기로 자신이 철저하게 망가지더라도 다른 인물을 파멸시키고야 말겠다는 의지는 단순한 악녀 이상의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황금의 제국>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결국 치매마저 걸리며 자신이 복수를 다짐했던 남편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그가 끝까지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해 지는 대목이다.

 

 

<투윅스>의 조서희 역시 단순한 악녀가 아니다. 그는 깨끗하고 바른 정치인이라는 이미지 뒤에 숨어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철저히 자신의 이익에 기반해 행동하는 악녀다. 한정희가 악한 인간의 본성을 가진 인물들중 한 사람으로 그려진다면 조서희는 주인공들이 절대적으로 쳐부숴야하는 절대 권력을 가진 악이다. 조서희는 꽤 현실적인 생동감을 얻었다. 이는 김혜옥의 뛰어난 연기력이 뒷받침된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 인물에 대한 묘사가 지극히 현실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청렴을 가장하면서도 뒤로는 자신이 가진 것을 늘리려는 목적을 가진 권력형 인물들을 우리는 그동안 많이 목격해 왔다. 그러나 조서희가 신선한 것은 그런 인물이 여성으로 그려지고 있기 때문인 탓이 크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어둠의 세계와 손을 잡고 자신의 손만은 절대 더럽히지 않은 채, 모든 것을 뒤에서 조정하는 그의 섬뜩함은 남성의 그것보다 훨씬 더 강렬하다. 이들의 이중적인 태도는 여성이기에 더욱 더 그 간극을 벌릴 수 있다. 상냥한 겉모습과 어두운 속내가 표현될 때의 격차는 시청자들에게 더욱 충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남성보다 섬뜩한 그들이 가치있는 이유

 

또한 이들에게는 모정이라는 강점이 있다. 한정희는 자신의 아들을 그룹의 후계자로 세우겠다는 목표가 있었고 조서희 역시 정신지체를 가진 아들을 해외에 유학시킨 채, 자선 경매에서 한 몫을 단단히 챙겨 그와 함께 스위스로 도피할 거라는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그들의 그런 모정마저 그들이 원하고 바라는 것을 얻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그려지며 그들의 행동마저 합리화 시키지는 못한다는 점에서 그들은 진정한 권력형 악녀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아이 때문이다'라는 변명이 그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 그 이상을 얻기 위해서 정치 싸움에 뛰어든 그들에게 시청자들은 전율을 느낀다.

 

 

이제 악녀들은 남성을 쟁취하거나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려는 목적보다 자신들의 본능과 욕구에 중점을 둔 형태로 그려지고 있다. 남성의 힘이 없이도 자력으로 자신의 위치를 만들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능동적으로 잡으려 하는 그들의 모습은 섬뜩하기까지 하지만 그만큼 신선하다. 이제 여자 악녀들도 단순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그 단순하지 않은 악녀를 소화해 낸 연기자들이 무엇보다 반가운 이유는 드라마의 분위기를 신선하고 독특하게 그려내는 데 일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역할을 뛰어난 연기력을 바탕으로 소화해 낸 그들의 능력은 가히 박수칠만 하다. 앞으로도 이런 신선한 캐릭터들을 브라운관에서 계속 만나게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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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제국>은 시청률이 높기 힘든 작품이다. 드라마의 구성이 단편적이지 않고 인간관계는 얽히고설켜 집중하지 않으면 흐름을 놓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순간순간의 몰입도가 높아야 시청률은 오른다. 그러나 <황금의 제국>은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때만이 그 진수를 느낄 수 있다. 비록 시청률은 아쉽지만 <황금의 제국>은 한 번 적응하기 시작하면 절대 끊을 수 없는 몰입도를 자랑한다. 모든 인물들에게는 나름의 행동의 이유가 있고 모든 일에는 이유와 결과가 있다. 촘촘한 설정을 통해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인 까닭에 단순한 시청률 이상의 가치를 발견하게 만든다.

 

 

<황금의 제국>은 작가의 전작 <추격자>처럼 선과 악의 대결구도라기 보다는 인물들에게 내재된 욕심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다. 각각의 인물들이 그려내는 세계는 드라마적인 판타지라기보다 현실적인 욕망과 맞닿아 있다. 절대 악인도, 절대 선인도 없는 이야기 속에서 시청자들은 현실의 매서움을 본다.

 

 

드라마 세트장조차 실외가 아닌 실내로 옮겨왔다. <추적자>가 백홍석(손현주)이 강동윤(김상중)에게 복수를 하기 위한 여정을 소재로 해 야외촬영이 많았던 것과는 반대다. 또한 추적자가 남성성을 강조한 선이 굵은 작품이었다면 <황금의 제국>에는 여성들의 대립각이 전면에 등장했다. 그리고 이것은 사실상 현재 극의 중심에 위치한 강력한 시청 포인트다.

 

 

드라마에서 한정희(김미숙)와 최서윤(이요원)이 보이는 감정싸움은 드라마의 백미다. 이 여성들의 싸움은 단순하지 않다. 기존의 드라마들이 한 남자를 사이에 둔 삼각관계나 가정사 때문에 여성의 대립각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황금의 제국>은 여성들의 권력과 정치 싸움에 초점을 맞춘다.

 

 

그 싸움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물론 탄탄한 구성이 뒷받침되는 것이 이유지만 연기자들의 뛰어난 연기력에도 한 몫 했다. 이요원은 그동안 다소 부족한 존재감을 가진 주인공이라는 평가를 뒤집기라도 하듯, 생각 이상의 호연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중견배우 김미숙은 가히 최고의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김미숙이 맡은 한정희는 이 드라마 속에서 악역에 가깝다. 여주인공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물론, 남편의 죽음을 계획적으로 이용한다. 겉으로는 우아하고 교양있는 얼굴로 천사같은 표정을 짓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 무서운 칼날을 숨기고 있다.

 

 

그러나 한정희 역시 이유가 있다. 한정희는 복수를 위해 최동성에게 접근한 인물로 그려진다. 그가 원하는 것은 단순한 회사의 지분이 아니라 그에게 고통을 선사한 사람들의 파멸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의 아픈 과거사가 있다지만 그 복수를 당사자도 아닌, 딸에게 할 거라는 그에게서 정당성을 발견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는 악역에 가깝다. 물론 드라마는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 속에서 그에게 모든 비난의 화살을 돌릴 수 없게 만들지만 전체적인 긴장감이 그로 인해 조율되고 있는 것이다.

 

 

죽어가는 남편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음에도 딸의 얼굴을 볼 수 없도록 하는 주도면밀함과 의붓딸을 감옥에 보낼거라는 섬뜩함은 그의 차가운 표정과 더불어 엄청난 긴장감을 자아낸다. 김미숙의 연기가 대단한 점은 굳이 악을 쓰고 소리 지르지 않고도 그에 버금가는 갈등을 창출해 낸다는 점이다. 눈썹 움직임 하나까지 계산된 것 같은 세밀한 연기 속에서 시청자들은 섬뜩함마저 느낀다.

 

 

김미숙은 그간 얼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 그대로 착하거나 우아한 역을 주로 맡아온 배우다. 그러던 그가 <찬란한 유산> 속의 악역을 선택한 후, 그에 대한 평가는 완벽하게 달라졌다. 독한 연기는 소화하지 못할 거라는 주변의 우려와는 달리 그의 연기는 명불허전이었다.그는 <찬란한 유산>속의 백성희 역할을 자신의 또 다른 분신처럼 소화해 냈다. 딸과 자신만을 위해 주인공을 괴롭히던 백성희는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지만 김미숙의 연기 만큼은 한치의 오차도 없었다.

 

 

김미숙은 그 속에서도 특유의 우아함을 잃지 않았다. 자신이 가진 장점을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역할 변신을 무리없이 해 낸 것이다. 그간의 연기 내공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이번에도 김미숙은 재벌 총수의 마나님의 이미지를 잃지 않으면서도 복수의 칼날을 들이대며 시청자들을 소름끼치게 만들고 있다. 그의 차분한 외모 때문에 그런 팽팽한 긴장감은 더욱 배가 된다. 우아한 악역의 독보적인 존재로까지 평가될만하다.

 

 

중견배우가 젊은 배우들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내보이고 역의 중심으로 들어왔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인 극중 박근형 죽음의 아쉬움마저 잊게 만들만큼 그의 연기는 뛰어나다. 드라마 속에서 그의 최후가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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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도 이제 약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다. 올해도 이렇게 가지만 아직 한 달 남은 시점에 연예계의 즐거움이란 각종 연말 시상식이 남아있다는 것일 것이다. 


 한 해동안 우리를 즐겁게 해 준 드라마도 많았고 그냥 소리 소문 없이 흩어져간 드라마도 많았다. 물론 모두 고생했겠지만 그 와중에서도 '잘'한 배우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그 '잘'한 배우들에게 연기대상을 주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해 본다. 
 

MBC-무조건 고현정이 받아야!



 가장 연기대상을 수여하기 편한 방송사는 바로 MBC가 아닐까 한다. 고현정이 보여준 연기는 그 누구도 의심할 여지 없이 올해 최고의 연기였다고 할 만하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작년에도 공동수상의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방송사 측이 올해도 [선덕여왕]의 타이틀 롤인 이요원이나 다른 배우들과 고현정을 동일 선상에 놓는 결과를 보이는 것이다. 


 이번에는 단지 받을만한 사람이 받는 시상식이 되기만을 고대해 보는 바이다.


여담1. 신인남우상, 추측컨데 유노윤호 줄 것 같습니다.(공동수상이라도)
 





SBS-[찬란한 유산] vs[아내의 유혹]


 SBS측이야 말로 고민이 많을 것이다. 이번년도야 말로 이렇다할 화제성을 갖춘 인물이 없었다. 작년의 문근영의 대상 수상이라는 파격적인 선택을 했지만 올해는 [바람의 화원]같은 작품성을 인정받은 드라마도 없고 [온에어]같이 독특한 소재로 화제를 낳은 드라마도 없다.


 다만 [찬란한 유산]이 많은 사랑을 받았고 참 따듯하고 흥미로운 전개로 갈채를 받았다. 그런데 [찬란한 유산]의 한효주가 대상을 탈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드라마에서 이승기보다는 한효주의 역할이 훨씬 더 컸으므로 이 작품에서 대상을 수상한다면 그녀가 가장 유력하다. 하지만 바로 mbc에서 방송될 확률이 높은 사극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되었기 때문에 굳이 한효주라는 선택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아마 한효주는 최우수상 정도를 수상하지 않을까 싶다. 


 이승기에게도 아직 대상은 좀 이른감이 있다. sbs작품은 첫 출연인 이승기인 데다가 아직 연기자로서 완벽하게 올라선 것은 아니기에 화제성은 낳을 수 있지만 논란의 여지가 많은 이승기에게 대상을 돌리는 선택은 자제할 것이라 판단된다. 


 김미숙과 반효정의 뛰어난 연기가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조연이었고 주연을 써포트해주는데 그쳤다. 미실처럼 주연을 압도하는 역할은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누가 수상할 것인가.  다른 화제작을 선택하여야 할텐데 아마도 공로가 큰 [아내의 유혹]출연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시청률의 사각지대였던 sbs일일드라마 방영시간에 40%가 넘는 성과를 낸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유쾌한 막장이라는 찬사아닌 찬사도 들었으며 어쨌든 방송사에게 예상치 못한 가장 큰 이윤을 남겨준 작품이기에 대상 수상의 이유는 충분하다.


 아마도 대상이 [아내의 유혹]에서 나온다면 물론 김서형도 성대가 걱정스러울 정도로 열연했지만 아마도 주인공인 장서희에게 영광이 돌아가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저번과 같은 화제성을 만들 계획이라면 소지섭이나 김선아, 차승원도 후보에 올릴만 하다. 그러나 앞의 두 드라마에 비해 지나치게 조용하지 않았나 싶다. 작년에는 시청률이 '대박이다'고 까지 평가할 만한 작품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이 대박 드라마가 버티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엄청난 연기'라고 모두가 인정하는 분위기도 없고 문근영같은 '엄청난 화제성'을 이끌어 낼만한 효과를 가져오지 못할 선택이기에 아마도 가장 유력한 후보는 [아내의 유혹]의 장서희라고 생각한다. 

KBS-이병헌 거의 100%

 많은 작품들이 있었지만 이병헌에게 대상이 돌아갈 것이 너무 뻔하다. [꽃보다 남자]같은 의외의 성공을 거둔 작품도 있었지만 이병헌 이상의 존재감있는 배우는 없다고 봐도 좋다. [아이리스]의 히어로이자 한류스타인 이병헌이 대상을 수상할 확률이 100%에 가깝다. 


 [황진이]의 하지원이 대상을 수상한 전력도 있는 것으로 보아 이병헌이라는 브랜드를 방송사 측이 결코 놓칠 수 없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리고 이병헌은 무르익은 연기를 보여주며 자신의 가능성이 그저 허황된 것이 아님을 입증했으니 결국, 이병헌에게 대상을 줘도 뒷말이 나올 수 없으므로 이보다 더 좋은 수상자는 없을 것이다. 


여담-[남자이야기]를 무시하지 않았으면...



 KBS에게 바라는 것은 비록 시청률은 좋지 못했지만 정말 좋은 작품이었던 [남자이야기]를 무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특히 김강우의 연기는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까지 여겨진다. 좋은 작품에 출연한 좋은 배우들을 시청률이라는 잣대에 너무 치우쳐 무시하는 일만은 없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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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이 이제 한 달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슬슬 한 해를 마무리 할 시점이 다가온 것 같다.


2009년 방송 된 드라마에서 "최고의 캐릭터" 는 과연 누구였을까.


우리를 울리고 웃겼던 2009 드라마 캐릭터의 면면을 살펴보도록 하자.




[아내의 유혹] 에서 장서희는 동시대 가장 뛰어난 연기자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장서희에 의한, 장서희를 위한, 장서희에 의한 [아내의 유혹]은 장서희가 있었기에 폭발적이었고, 장서희가 있었기에 파괴적이었으며, 장서희가 있었기에 매혹적이었다. 복수극의 여왕 답게 장서희는 이 드라마 한편으로 전성기의 포쓰를 회복했다.


신애리 역의 김서형과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면서 드라마 전반을 장악한 장서희는 [아내의 유혹] 을 시청률 1위 드라마로 등극시키며 대활약했다. 지고지순한 현모양처에서 복수를 다짐하는 팜므파탈로 변신하기까지의 과정을 무리없이 소화해 낸 그녀는 9일 '복수의 전모' 를 모두 드러내는 과정에서 온 몸에 전율이 일어날 정도의 연기를 선보였다.


신애리에게는 꿀리지 않는 당당함을, 정교빈에게는 분노와 증오가 혼재되어 있는 감정의 폭발을, 고모에게는 따뜻한 위로와 사랑을, 시누이에게는 찔러도 피 한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냉정함을, 시부모에게는 터질듯한 원망을 각양각색으로 표현한 장서희는 극과 극을 오가는 감정의 기복을 유려하게 표현하며 시청자들을 TV 앞에 앉게 만들었다.


아무리 '막장 통속극' 이라고 욕을 먹었어도 [아내의 유혹] 이 빛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장서희라는 여배우가 그 중심을 굳건히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포기를 모르고, 정체를 모르는 이 여배우는 통속극을 가장 통속적으로 표현해 내면서 대중과 가장 민감하고 신속하게 교감할 수 있는 놀라운 연기력을 지니고 있다. 경륜이 있고, 연륜이 있고, 드라마를 운영할 줄 아는 능력을 지닌 여배우가 바로 '장서희' 라는 배우다.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으로 주목 받은 뒤 꾸준한 필모, 드라마그래피를 만들어 온 김서형은 [아내의 유혹]의 팜므파탈 '애리' 역을 맡아 전국민의 미움(혹은 사랑)을 받는 연기자로 거듭났다. 전 국민이 김서형의 성대모사를 한 번씩은 따라해 볼 정도로 그녀는 애리라는 캐릭터를 증오와 분노, 동정과 아픔으로 뒤범벅 된 아주 괜찮은 인물로 성장시켰다. 비정상적이고 비윤리적인 행동도 김서형이 연기했기에 조금 순화된 느낌이랄까.


은재에게 악다구니를 지르고,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덤벼들었던 애리의 모습은 지겹고 처절하면서도 한편으론 불쌍했다. 누구보다 강해보이지만 실상 누구보다 약한 자존감을 갖고 있는 애리는 부모를 잃은 유년 상태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어린아이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한번도 제대로 된 누군가의 헌신적 사랑을 경험하지 못했고, 한 번도 부모의 따뜻한 품속에서 잠들지 못했던 한 소녀의 씁쓸한 현실을 김서형은 너무나도 절묘하게 포착해냈다.


[아내의 유혹] 에서 애리는 자신의 악행의 가장 큰 '피해자' 다. 그녀는 아무도 사랑하지도, 아무도 소중하게 생각해주지 않는 삶 속에서 일명 '튀는' 행동으로 주목받고, '튀는' 행동으로 자신을 망가뜨렸다. 누구보다 황폐한 인간미 때문에 자신이 어떻게 망가져가고 있는지도 인지하지 못했던 이 불쌍한 여주인공의 악다구니는 그래서 허무하고 안쓰럽다.


드라마라는 전제가 없다고치고 만약 '애리' 가 실존해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 사회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한 명의 인물이라면 과연 우리는 그토록 그녀가 원하는 따뜻한 손길을 내밀 용기를 가지고 있을까. 그녀가 배우고 성장했던 사회 속에서 부모의 빈자리를 채워 줄 수 있는 인물이 단 한명이라도 있었더라면 [아내의 유혹] 속 애리는 어쩌면 자신의 행복을 찾아갈 수 있는 용기있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았을까.


드라마는 스스로 보기 나름이다. 때로는 쾌락으로, 때로는 철학적으로 볼 수도 있다. 나는 [아내의 유혹] 에서 때때로 사회에서 버려진 '탈부모 가정 아동' 의 극단의 형태를 봤다. 우리 사회에는 부디 이 불쌍하고 가여운 '애리' 같은 아이들이 없기를, 그들 모두가 건강하고 건실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새삼 바래본다.




당초 [꽃보다 남자] 의 구준표 역에 이민호가 캐스팅 되었다고 했을 때, 방송가와 대중의 시선은 모두 회의적이었다. 이민호가 여러 영화에 출연하기는 하였으나 거의 단발적인 조연에 불과했고 가능성 또한 완전히 확인된 바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민호가 [꽃남] 의 원톱 주인공으로 캐스팅 되었다는 사실은 불안감을 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허나 이민호는 이러한 주변의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꽃남] 출연 이후, 자신의 네임밸류를 최상으로 끌어 올리며 차세대 톱스타 자리를 예약하고 있다. "이게 무슨 츠카사냐!" 고 분노했던 [꽃남] 원작팬들도 이민호의 호감스러운 마스크와 출중한 연기력에 이제는 찬사의 박수를 보내고 있을 정도다. 이 정도면 구준표 역에 이민호를 캐스팅 한 것은 파격을 넘어 축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배우 이민호에게 있어서 [꽃남] 은 축복이자 굴레다. 그는 여기서 만족해서는 안 된다. 보다 넓고, 보다 길게 연기 생활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오랜 무명생활을 거쳐 인기를 얻은 것은 축복할만한 일이지만 그 인기의 강도가 너무 강하다보니 자칫 향후 연기 생활 설계를 수렁으로 몰아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민호는 [꽃남] 종영 이 후, 반드시 구준표를 벗어나 꽃미남 이미지가 아닌 이민호 자체의 연기력과 가능성으로 승부를 봐야 할 것이다. [왕의 남자] 에서 꽃미남 이미지로 스타의 반열에 오른 이준기가 [마이걸][개와 늑대의 시간][화려한 휴가][일지매] 등을 넘나들며 사람들이 기대한 캐릭터를 배반하는 것을 통해 자신의 필모그래피, 드라마그래피를 최상으로 끌어 올린 전례를 봤을 때 이민호도 반드시 이준기의 길을 따라가야 할 것이다.


안주해서는 안 된다. 멈춰서도 안 된다. 지금의 기회가 굴레이자 저주라고 생각하고 교만해서도 안 된다. 그것이 바로 배우 이민호의 운명이다. 원로 배우 이순재는 백상예술대상에서 이런 말을 했다. "공로상 받았으니 연기 그만해도 될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절대 아니다. 내년에는 연기상 후보로 당당히 이 무대에 서겠다." 멈춤을 모르고, 교만을 모르고, 위선을 몰랐던 위대한 연기자의 조언이 이민호에게 고언이 되었으면 좋겠다.


연기한 날 보다 연기할 날이 더 많은 배우. 보여준 것 보다 보여줄 것이 더 많은 배우. 그래서 가능성이 넘쳐 흐르는 배우. 이 젊은 꽃미남 배우가 꽃미남을 넘어서서, 구준표를 넘어서서 자신의 캐릭터와 색깔로 대중을 울고 웃기는 진정한 배우로 성장하길 바란다. 그의 창창한 앞날에 축복의 눈길을 보내며 그가 안주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친다.




중견배우 김미숙이 너무나도 '처절하게' 연기한 백성희는 [찬란한 유산] 의 모든 '비밀' 을 한 손에 쥐고 있던 사람이었다. 남편이 죽자마자 양딸과 아들을 내쫒은 것도, 길을 잃어버린 은우를 고아원에 갖다 버린 것도, 보험금을 가로채고도 천연덕스럽게 모른 척 한 것도, 장숙자를 대표 이사 자리에서 내쫓으려고 한 것도 모두 그녀가 저지른 악행이었다.


그녀가 끊임없이 악행을 저질렀던 이유는 그녀 스스로 매번 악다구니처럼 질러댄 것처럼 "돈" 때문에, 그리고 딸 "승미" 때문이었다. 돈을 지키기 위해, 딸을 지키기 위해 백성희는 매번 거짓말을 쳤고 그 거짓말을 포장하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쳤다. 그녀의 운명이 파멸로 치달을 때에도 특유의 당당함과 뻔뻔스러움을 잃지 않았던 데에는 그녀가 끝끝내 지켜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명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찬란한 유산] 마지막회에서 그녀는 자신이 지키고자 했던 그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그토록 갈구하고 욕망했던 돈은 휴지조각처럼 사라졌고, 애지중지 했던 딸에게는 "엄마가 왜 내 엄마야!" 라는 폭언을 들어야만 했다. 돈이 사라지고 딸의 운명을 사지로 몰고 갔음을 깨달았던 순간 백성희는 마지막으로 지키고 있던 자존심을 완전히 땅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녀가 살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자살시도까지 했던 이유는 그녀 삶의 가치가 완전히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백성희가 마지막 회에서 보여줬던 표정은 황량함과 쓸쓸함 그 자체였다. 승미가 거짓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평화롭고 행복해 보이는 것에 반해 백성희는 여전히 무엇인가를 욕망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 욕망을 채워나갈 수 없는 현실에 좌절한 그녀의 모습은 인간 백성희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그녀가 얼마나 지독히도 처절하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지를 날 것 그대로 보여줬다.


감정적이고 정열적이었던 여자. 황량하고 천박하고 쓸쓸했던 여자. 우울하고 차갑고 모든 것에 냉소적이었던 여자. 좌절과 실패에 허우적대며 스스로를 처량하게 만들었던 여자. 그리고 끝끝내 불행할 수 밖에 없었던 여자. 모든 등장인물이 행복에 웃음 짓고, 장밋빛 미래를 설계하고 있을 때 홀로 어두운 터널에 갇힌 듯 외로워 보였던 그녀의 얼굴에는 구원받지 못한 한 인간에 대한 지독한 연민이 서려있었다.


아름다운 키스씬으로 무난한 마무리를 보여준 [찬란한 유산] 의 마지막 회에서 왜 이리도 지독하게 백성희의 얼굴만이 선명히 기억에 남는 것일까. 그녀 자신조차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한 것이라면 아무래도 나만큼은 그녀를 용서해 줘야 할 것 같다. 이제 그만 제발 '편해' 지라고.




[스타일]이라는 드라마는 패션 잡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을 유쾌하고 감각적으로 그린다는 데에서 한국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라 할 만 했다. 그러나 그 기본적인 내용 구성은 기존 트렌디 드라마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 채, 제자리에서 맴도는 뻔하디 뻔한 드라마이다. 물론 거의 모든 드라마가 차용하고 있는 어처구니 없는 사각관계를 탓하려는 것은 아니다. 어떤 식으로 그 사각관계를 드라마 '스타일'안에서 자신들만의 것으로 만드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타일]은 그 사각관계를 뻔한 캐릭터에 입혀 놓음으로써 더욱 더 뻔하게 만들어 버리는 결과를 초래해 버리고 말았다. 이지아의 '이서정'은 기존 어리버리하고 실수가 잦은 귀여운 캐릭터에서 전혀 달라진 것이 없어서 [베토벤 바이러스]의 두루미를 떠올리게 했고, 류시원은 15년 연기 경력이 창피할 정도로 수준 낮은 연기를 했다. 오로지 이 드라마에서 빛났던 것은 박기자 역할을 소화해 낸 김혜수 뿐이었다.


김혜수의 오랜만의 브라운관 컴백 작품인데다가 그의 카리스마 있는 '박기자' 역할은, 이 드라마의 전체적인 흥미를 자극해 줄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김혜수가 없으면 [스타일] 도 없다고 할 정도로 김혜수가 존재했기에 [스타일]도 존재할 수 있었다. 20%도 안 되는 시청률에서 거의 80%에 가까운 지분을 김혜수 혼자 짊어지고 있다고 할 정도로. 김혜수의 연기만 보면 이 드라마는 충분히 가치가 있는 드라마였다. 그러나 그 이상, 이 드라마만이 가진 매력을 피력해줄 어떤 요소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 아쉬운 일이지만.


엣지 있는 그녀의 연기가 말 그대로 '엣지' 있는 작품에서 다시 빛나길 바란다.




[선덕여왕]의 히로인은 누가 뭐래도 고현정이었다. 50회라는 긴 분량을 전체적으로 아우른 고현정의 연기력과 캐릭터의 매력은 주연을 돋보이게 하는 악역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주연 그 자체에 훨씬 더 가까운 모습이었다.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권모술수를 꾸미고 차례차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나가는 모습은 주인공보다 훨씬 더 막강한 카리스마와 존재감을 내뿜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현정이 이토록 매력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물론 캐릭터의 분량이 많은 덕도 있고 행동 패턴에 시청자들의 감정을 움직게 하는 요소가 다분히 포함된 덕도 있지만 그보다는 고현정 자체가 뿜어내는 아우라, 그리고 일명 '눈썹 연기' 라고 불리는 디테일하면서도 섬세한 연기력에 힘입은 바 컸다. 

 
고현정은 '미실'이라는 여자를 그 어떤 연기자도 대신 할 수 없을 정도로 개성있고 뚜렷하게 표현해 내었다. 때로는 마음속에 독을 품은채 보이는 온화한 미소로 시청자들을 섬뜩하게 했고 때로는 "이것이 미실의 사람들이다." 며 죽은 왕 앞에서 소리치는 권력에의 탐욕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이 감정을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연기력이 뒷받침 되지 않았다면 처절히 무너져 버리고 말았을 역할이었다. 


[선덕여왕] 이 그려낸 '미실' 이라는 정치가는 확고한 자기 주관과 철저한 정치 철학을 가진 진정 노회한 정치인이었다. 사람을 다룰 줄 알고, 적절히 자신을 포장할 줄 알며, 민중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알았던 그녀는 진실한 정치인은 아니었으나 백성들이 가장 믿고 따를만한 '거대한 정치인' 은 맞았다. 여성이었고, 진골이라는 한계 속에서도 많은 것을 시도했고 많은 것을 이룩했던 그녀야말로 진정 신국의 주인이 될 만한 자격을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닐까.


50회 분에서 덕만은 이런 말을 한다. "나 아주 잠깐, 미실에게서 왕을 봤어. 진정한 왕을"


신국을 사랑했고, 백성을 연모했으며, 스스로가 주인이 되어 나라를 이끌어 가고자 했던 사람. 사욕을 버리고 국익을 선택하며, 스스로가 깨질지언정 국가가 무너지는 것만은 막고자 했던 사람. 열정적이고, 패기 넘쳤으며, 노련했고, 철두철미했던 사람. 황폐하고 초라했지만, 스스로를 고귀하고 우아하게 만들 줄 알았던 사람. 뜨겁고 강렬했지만 차갑고 냉철했던 사람. 황량하고 메말랐지만 사람의 본질을 꿰뚫었던 사람. 그랬던 사람, 미실. 우리 역시 그 미실에게서 진정한 왕의 모습을 봤다.




배우 김남길은 2009년 [선덕여왕]이 배출한 최고의 '배우' 라고 할 만하다. 그만큼 그는 [선덕여왕]에서 빠질 수 없는 최고의 캐릭터로 성장해 있다. 미실의 아들로 태어나 정적인 문노의 손에서 길러지고, 덕만의 편이 되었다가 결국 반란을 일으킬 수 밖에 없는 이 입체적인 캐릭터를 그는 흔들림 없이 소화해내며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미실 사후, 그의 존재감이 [선덕여왕]에서 절대적인 포스를 발휘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비담은 친어머니를 죽이라는 진흥제의 칙서를 자신의 주인인 덕만에게 전달하지 못했고, 이 후에는 김유신과 대립한다. 그 순간, 비담이 직면했던 것은 벼랑 끝에 몰려 죽음을 맞이 했던 어미의 비참한 운명과 그 어미의 운명을 함께 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운명이었다. 그가 결국 반란을 통해 덕만의 뒷통수를 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왕이 되라" 는 어미의 유언과 "사랑한다면 모든 것을 빼앗으라." 던 어미의 마지막 충고 때문이다.


비정하고 매몰찼던 어미는 칙서를 통해 아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살아남아야 한다." 는 절망과 복수심을 선사했다. 칙서의 내용이 발견되는 그 순간, 나 뿐만 아니러 너 또한 무너진다는 것을 은연 중에 확인시키면서 어미는 죽는 그 순간에 자신의 분신과 같은 아들 '비담' 에게 모든 운명을 물려주게 됐다. 미실이 살아있을 때 끈끈하고 공고한 것처럼 보였던 덕만의 내부 결속이 오히려 미실이 죽는 그 순간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김남길은 이제 서서히 '변해가는' 이 엄청난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해 낼까. 발목부상부터 신종플루까지 만만치 않은 신고식을 치루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빨리 완쾌하여 좋은 연기 보여주기를!




[지붕 뚫고 하이킥]에는 수많은 캐릭터가 나오지만 그 중에서도 유달리 '도드라지는' 캐릭터는 바로 아역배우 진지희 양이 연기하고 있는 정해리다. 신경질적인데다가 예의도 없고, 식탐에다 각종 욕심만 가득해서 "다 내거야!!!" 를 외치는 이 아이는 보면 볼 수록 재미있고 매력있는 캐릭터다. [순풍 산부인과]의 미달이도 울고 갈 정도의 확고한 자기 개성은 요즘 드라마 속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아주 독특하다.


"야, 이 빵꾸똥꾸야!" 를 외치는 해리의 비명소리는 어느 순간 너무나도 매혹적으로 들려 나도 모르게 "야, 이 빵꾸똥꾸야!" 를 외치게 만들 정도가 됐다. 못된 바람이지만 해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개과천선 하지 말고 쭉 '못되기를' 그래서, 너무나도 매혹적인 "빵꾸똥꾸" 콤보를 계속 던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외에도 기억나는 캐릭터를 꼽으라면 [미남이시네요]의 장근석, 박신혜, 이홍기, 정용화, [밥줘] 의 차화진, [선덕여왕]의 덕만, 춘추, 유신, 알천, 죽방, 고도, [솔약국집 아들들]의 이필모, 유선, [찬란한 유산]의 한효주, 이승기, 문채원, 배수빈, 반효정, [아이리스] 의 이병헌, 김태희, 김소연, [카인과 아벨]의 소지섭, 한지민 등이 있겠다.




위에서 거론한 캐릭터 뿐 아니라 아마 많은 사람들에겐 특별히 기억되는 자신만의 '드라마 캐릭터' 가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그 누가 됐든 그 드라마, 그 배우, 그 캐릭터를 떠올릴 때마다 아련한 추억과 그때 느꼈던 애틋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그들은 '최고의 캐릭터' 가 되기에 충분한 사람들이다. 때로는 우리를 웃기고, 때로는 우리를 울리기도 하면서 1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희노애락을 같이 했던 2009년 드라마, 그리고 그 속의 캐릭터들.


당신이 뽑은 최고의 2009년 '캐릭터' 는 누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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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유산] 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40%가 넘는 높은 시청률에 개연성 있는 스토리 전개로 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았던 [찬란한 유산] 은 마지막 회에 등장인물들 하나하나를 세심히 조명하며 [찬유] 다운 해피엔딩으로 극을 마무리 지었다.


그러나 그 가운데 여전히 '불행' 한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끝끝내 구원받지 못한 인물, 바로 김미숙이 연기한 백성희다.






[찬란한 유산] 의 마지막회에서 등장인물 대부분은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거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장밋빛 미래를 꿈꾸었다. 장숙자 사장(반효정)은 평생의 숙원인 사원 아파트를 시작으로 사원주주제를 실현함으로써 진정 직원이 주인인 회사를 만들어냈고, 선우환(이승기)은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를 벗어던지고 진정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멋진 남자로 재탄생했다.


그 뿐인가. 고은성(한효주)과 박준세(배수빈)은 자신들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힘찬 도약의 발걸음을 시작했고 철부지 선우정 역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기 시작했으니 거의 모든 주요 인물들이 해피엔드를 맞이한 셈이다. 심지어 유승미(문채원)까지도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진정 평화로운 행복을 누리게 되질 않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불행해 보였던 사람이 있었다. 바로 백성희(김미숙)다. 혹자는 그녀가 꽃집을 운영하며 딸 승미와 함께 조용히 살아가는 것이 해피엔딩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백성희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결코 해피엔딩이 아니다. 그녀가 원하던 삶은 그런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껏 백성희는 [찬란한 유산] 의 모든 '비밀' 을 한 손에 쥐고 있던 사람이었다. 남편이 죽자마자 양딸과 아들을 내쫒은 것도, 길을 잃어버린 은우를 고아원에 갖다 버린 것도, 보험금을 가로채고도 천연덕스럽게 모른 척 한 것도, 장숙자를 대표 이사 자리에서 내쫓으려고 한 것도 모두 그녀가 저지른 악행이었다.


그녀가 끊임없이 악행을 저질렀던 이유는 그녀 스스로 매번 악다구니처럼 질러댄 것처럼 "돈" 때문에, 그리고 딸 "승미" 때문이었다. 돈을 지키기 위해, 딸을 지키기 위해 백성희는 매번 거짓말을 쳤고 그 거짓말을 포장하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쳤다. 그녀의 운명이 파멸로 치달을 때에도 특유의 당당함과 뻔뻔스러움을 잃지 않았던 데에는 그녀가 끝끝내 지켜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명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지막회에서 그녀는 자신이 지키고자 했던 그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그토록 갈구하고 욕망했던 돈은 휴지조각처럼 사라졌고, 애지중지 했던 딸에게는 "엄마가 왜 내 엄마야!" 라는 폭언을 들어야만 했다. 돈이 사라지고 딸의 운명을 사지로 몰고 갔음을 깨닸는 순간 백성희는 마지막으로 지키고 있던 자존심을 완전히 땅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녀가 살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자살시도까지 했던 이유는 그녀 삶의 가치가 완전히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자살시도는 딸 승미의 만류로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 순간 백성희는 '죽은 것' 과 마찬가지인 사람이 됐다.


[찬란한 유산] 마지막회에서 백성희는 고평중에게 "승미 때문에 살아줘야 한다." 는 말을 한다. 이 말은 곧 백성희라는 인격체가 완전히 죽어버렸다는 즉, 딸 승미가 원하기 때문에 살 수 밖에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이 말은 "자신이 원했던 것을 잃어버리고 사는 것, 그게 바로 지옥이다." 라는 장숙자 사장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한 마디로 백성희는 끝끝내 행복해 질 수 없는 사람인 것이다.


백성희가 마지막 회에서 보여줬던 표정은 황량함과 쓸쓸함 그 자체였다. 승미가 거짓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평화롭고 행복해 보이는 것에 반해 백성희는 여전히 무엇인가를 욕망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 욕망을 채워나갈 수 없는 현실에 좌절한 그녀의 모습은 인간 백성희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그녀가 얼마나 지독히도 처절하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지를 날 것 그대로로 보여줬다.


감정적이고 정열적이었던 여자. 황량하고 천박하고 쓸쓸했던 여자. 우울하고 차갑고 모든 것에 냉소적이었던 여자. 좌절과 실패에 허우적대며 스스로를 처량하게 만들었던 여자. 그리고 끝끝내 불행할 수 밖에 없었던 여자. 모든 등장인물이 행복에 웃음 짓고, 장밋빛 미래를 설계하고 있을 때 홀로 어두운 터널에 갇힌 듯 외로워 보였던 그녀의 얼굴에는 구원받지 못한 한 인간에 대한 지독한 연민이 서려있었다.


아름다운 키스씬으로 무난한 마무리를 보여준 [찬란한 유산] 의 마지막 회에서 왜 이리도 지독하게 백성희의 얼굴만이 선명히 기억에 남는 것일까. 그녀 자신조차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한 것이라면 아무래도 나만큼은 그녀를 용서해 줘야 할 것 같다. 이제 그만 제발 '편해' 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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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그만큼 여자의 독한 마음이 무섭다는 이야기다.


그래서일까. 흥행 드라마에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이 '악녀' 들이다. 착한 여자들보다 확고한 개성과 색깔로 드라마를 휘어잡는 악녀들의 모습은 밉긴 하지만 결코 싫진 않다.


때로는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때로는 시청자들을 소름돋게 한 드라마 속 악녀들. 그녀들의 '악녀 열전' 속으로 들어가보자.




[엄뿔] 의 장미희 : '악녀지수' ★


2008년 [엄마가 뿔났다] 신드롬의 중심에는 '장미희' 가 있었다. 그녀가 연기한 캐릭터는 '천상천하 유아독존' 캐릭터인 고은아다. 어렸을 때부터 부잣집 외동딸로 자랐고, 남부러울 것 없는 외모와 재력을 가진 그녀는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을 속물이자 천것으로 생각하는 마나님이다. 스스로를 귀족이라 칭하고, 며느리에게 "맘에 들지 않는다." 며 대놓고 구박을 하는 그녀는 [엄뿔] 의 대표적 악역이었다.


그러나 따박따박 따지는 며느리에게 말싸움에서 지기도 하고, 남편 앞에서 무릎을 꿇는 그녀의 모습은 악녀라기 보다는 철없는 재벌집 마나님처럼 보였던 것이 사실. 남편의 화를 풀어주기 위해 갖은 애교를 다 떨고, 사돈 앞에서 망신을 당하자 이탈리아 컴퍼니에 컴플레인을 걸어야겠다며 당황해 하던 그녀의 모습을 어찌 악녀라고만 칭할 수 있을까. 밉기보다는 귀여운 그녀 덕분에 [엄마가 뿔났다] 가 빛났던 것 같다.



[인어아가씨] 장서희 : 악녀지수 ★★☆


장서희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 놓은 드라마 [인어아가씨]. MBC 연기대상 통산 5관왕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승승장구했던 이 드라마에서 아버지에게 처절한 복수를 하는 '은아리영' 은 화면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긴장감을 자아낼 정도로 파괴력 있는 캐릭터였다. '받은 만큼 돌려준다' 는 좌우명 아래 아버지와 바람난 한혜숙에게 온갖 망신을 다 주는 그녀의 모습은 비록 복수라는 미명 하에 행해졌지만 악독하고 무서웠던 것이 사실.


아버지에게 뺨을 맞자, 아버지의 처에게 그대로 복수를 하고 병을 깨 자해까지 하는 모습은 '독한 여자' 의 전형을 보는 듯 했다. 허나 바람 난 아버지때문에 처절한 어린 시절을 살았고, 눈까지 먼 엄마를 모시고 살며 어렵게 생계를 꾸려나가야 했던 그녀의 인생을 살펴보자면 그녀의 악행조차 이해할 수 밖에 없다.




[장희빈] 의 정선경 : 악녀지수 ★★★


역사 속에 실존했던 인물, 장희빈. 지나가던 삼척동자도 다 안다는 그 악명은 지금까지 대대로 이어지며 '드라마' 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 정적이자 연적이었던 인현왕후를 제거하기 위해 갖은 모함과 누명을 다 씌웠던 그녀의 처절한 인생은 그 어떤 악녀들보다 지독한 느낌까지 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낱 역관의 딸로 태어나 신분의 벽을 뛰어넘어야만 했던 그녀의 몸부림이 안쓰러워 보인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악행은 곤위를 차지하기 위해 그녀가 택했던 투쟁의 역사로 일변된다. 훗날 사관은 장희빈을 두고 "장희빈(嬪). 아명은 옥정, 본관은 인동. 효종 10년인 기해년 9월 19일, 한미한 중인이며 역관인 장형의 딸로 태어났다. 보잘것 없는 신분에서 몸을 일으켜 만민의 어미요, 지존의 짝인 왕비의 자리에까지 올랐었으나 인현왕후가 세상을 떠난 해, 숙종 27년 10월 10일 왕비를 저주한 죄로 자진하여 죽으니 그 때 장희빈의 나이 마흔셋이었다." 라고 적고 있다.


지금 그녀의 시신은 숙종, 인현왕후와 함께 서오릉에 묻혀 있고, 위패는 영조의 어머니인 숙빈 최씨와 함께 칠궁에 모셔져 있다.




[아내의 유혹] 의 김서형 : 악녀지수 ★★★☆


2009년 상반기 화제의 드라마 [아내의 유혹]. 이 드라마의 진정한 주인공은 김서형이라 할 만 하다. 친구의 남편을 빼앗고,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친구의 죽음조차 묵인해 버리는 그녀의 악행은 드라마가 진행되어 갈수록 심해져 결국 죽음에까지 이르렀다. 여기에 시어머니에게 안하무인으로 대하고, 자신의 앞날에 문제가 되는 사람들은 모두 제거해버리는 그녀의 모습은 '진짜 악녀다'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만든다.


몸싸움도 서슴지 않고 끝까지 용서를 구하지 않고 장렬한 죽음을 선택했던 그녀의 모습은 처절하다 못해 추하기까지 했다. 아! 이 징그러운 악녀, 신애리!



[별은 내 가슴에] 의 박원숙 : 악녀지수 ★★★☆


故 최진실의 대표적 작품 중 하나로 사랑받고 있는 [별은 내 가슴에]. [질투] 와 함께 한국 트렌디물의 역사를 바꿔 놓은 작품으로 회자되는 이 작품에서 최진실에 대적하는 악역으로 나온 인물이 바로 박원숙이다. 당시에 박원숙, 조미령, 박철은 [별은 내 가슴에] 에서 가장 꼴보기 싫은 캐릭터 1, 2, 3위로 기록되기도 했는데 그만큼 그들의 악행이 시청자들의 감정을 자극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박원숙과 최진실이 치고 받고 싸웠던 '엘레베이터 씬' 은 두고두고 회자 될 명장면으로 긴박하지만 코믹했던 이 장면으로 그녀는 당대 가장 재미있고 귀여운 악녀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문이 닫힌지도 모르고 나가려다 문에 부딪히는 장면은 박원숙 캐릭터의 단면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코믹하지만 그만큼 꼴보기 싫었던 '악녀' 박원숙의 캐릭터를 완성했다 할 것이다.



[토마토] 의 김지영 : 악녀지수 ★★★★


[토마토] 의 김지영. 당시 '착한여자' 캐릭터는 도맡아 했던 김희선의 상대역을 하려 한다면 무조건 '악녀' 타이틀은 달고 시작해야 했다. 김지영 역시 김희선에게 맞서기 위해 스스로 악녀 캐릭터를 선택한 케이스로 [전원일기] 에서 푸근하고 순박했던 복길이 이미지를 벗어 던지는데 결정적 터닝 포인트가 됐다. 50%에 육박하는 높은 시청률 덕택에 세련된 도시여성 이미지를 회복하는데도 성공했고 말이다.


김지영은 [토마토] 뿐 아니라 [전설의 고향] '구미호' 에서 구미호 역을 소화하며 악녀의 진수를 보여주기도 했는데 그러한 자기 변신이 있었기에 지금의 김지영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작년에는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에서 열연을 펼쳐 각종 영화제의 여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 되어 제 2의 전성기를 구가하기도 했다.




[미스터 Q] 의 송윤아 : 악녀지수 ★★★★


[미스터 Q] 의 송윤아. 송윤아 역시 김지영과 같은 케이스로 '김희선' 과 맞서기 위해 악역을 선택한 배우 중 한명이다. 워낙 연기를 잘하는 배우인데다가 이미지 자체가 세련되고 깔끔해서 지적이면서도 교묘한 악녀 캐릭터를 절묘하게 소화해 냈다는 극찬을 받았다. 당시 김희선은 한 토크쇼에서 "송윤아 언니가 너무 착하고 이쁜 언닌데, 연기를 할 땐 어떻게 그런 연기를 하는지 놀랍다." 고 이야기 할 정도였다.


[미스터 Q] 의 대성공 이후에 송윤아는 연기자로서 자신의 이름값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리며 톱스타로서 확고한 자기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2008년에는 김하늘과 함께 주연으로 나섰던 드라마 [온에어] 가 히트하면서 다시 한 번 송윤아라는 배우의 이름을 각인시키기도 했다.



[대장금] 의 최상궁 : 악녀지수 ★★★★


[대장금] 을 이끈 것은 비단 이영애 뿐이 아니었다. 이영애의 뒤를 받쳐 준 한상궁 양미경과 최상궁 견미리가 없었다면 [대장금] 의 대성공은 결코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특히 처음부터 끝까지 무수한 악행들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최상궁 견미리의 활약은 대단한 것이어서 [대장금] 을 논할 때 결코 빼놓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한상궁이 아름다운 스승상으로 이름을 날렸다면 최상궁은 가문을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지는 악녀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 인물이기 때문이다.


[대장금] 이전만 해도 너무 선한 이미지 덕분에 본의 아니게 제한적인 캐릭터만을 소화해 냈던 견미리는 [대장금] 에서의 최상궁 연기를 계기로 악녀 대표 연기자가 되며 [주몽][이산] 등에서도 악역을 연기해야 했다. 이제는 "악역말고 착한 연기 하고 싶다." 며 투정을 부리는 견미리를 보며 정말 팔색조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찬란한 유산] 의 김미숙 : 악녀지수 ★★★★

 
요즘 '국민 드라마' 급 대우를 받고 있는 [찬란한 유산] 에 김미숙이 빠지면 섭섭하다. 천사 같은 은성이가 있다면 악마 같은 백성희도 있어야 제맛이다. 매번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을 막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만들고 위기에 몰리면 사실을 털어 놓기 보다는 오히려 정면 돌파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아주 얄미운 캐릭터인 백성희는 김미숙을 만나 지적이면서도 세련된 악녀로 재탄생 할 수 있었다.


최근 파멸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백성희의 불안한 심리를 미묘하게 포착하며 악녀의 새로운 장을 써 내려가고 있는 김미숙은 본인 스스로의 말처럼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연기 변신을 통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이브의 모든것] 의 김소연 : 악행지수 ★★★★☆


[이브의 모든것] 의 '허영미' 김소연. 이름만큼 허영과 욕심에 가득찬 아나운서 '허영미' 캐릭터는 지금까지 두고두고 회자되는 악녀 대표다. 세련되고 지적인 외모 뒤에 숨겨져 있는 추악한 인간미와 자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차지하고자 하는 그녀의 악행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지독했던 것이 사실. 당시에 김소연이 이 캐릭터를 얼마나 잘 소화했냐하면 [이브의 모든것] 이 방송되는 날에는 방송국에 항의 전화가 불통을 이뤘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어정쩡하고 우유부단한 착한여자 '진선미' 채림보다 차라리 자기 주장 확고하고 개성 뚜렷한 허영미가 훨씬 매력적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 드라마는 채림이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김소연' 중심의 드라마로 흘러갈 정도로 김소연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작품이었다. 김소연은 [이브의 모든것] 이 후, 악녀 이미지를 깨부수기 위해 절치부심 했다고 알려졌다.



[진실] 의 박선영 : 악녀지수 ★★★★☆


[진실] 의 박선영. 박선영의 연기인생은 [진실]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진다. [진실] 이전만 해도 어정쩡한 이미지였던 그녀는 [진실] 이후 확실한 자기 색깔을 가진 연기파 배우로 성장했다. 젊은 나이에 소름이 돋을 정도의 악녀 캐릭터를 확실하게 소화해 냈던 그녀는 톱스타로 이름을 날리던 최지우, 류시원의 연기가 무색할 정도로 혼신을 다한 연기를 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친구에게 수능을 대신 보게 하고, 자동차 사고 죄목까지 뒤집어 씌우는 박선영의 악행은 지금까지 악녀라면 누구든지 한번쯤은 해봐야(?)하는 행동으로 회자되고 있다.



[천국의 계단] 의 이휘향 : 악녀지수 ★★★★★


[천국의 계단] 의 이휘향을 이야기하면서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넌 빠져!!" 라는 명대사 하나만 말해도 이휘향의 악명은 한국 뿐 아니라 일본, 대만, 홍콩, 중국, 베트남까지 찌르고도 남음이 있다. 그만큼 악녀하면 이휘향이 생각날 정도로 이휘향은 독기와 서슬 가득한 악녀 역할을 가장 제대로 소화해 내는 배우다. 이 또한 출중한 이휘향의 연기력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이휘향은 [천국의 계단] 뿐 아니라 [봄날] 에서도 면도칼을 휘두르며 비열한 웃음을 짓는 악녀 또한 소화해 냈고, 작년에는 [행복합니다] 에서 허영많고 독살맞은 재벌집 마나님을 연기하며 특유의 '악녀연기' 의 진수를 보여줬다. 그녀는 역시 수많은 악녀들 중에서도 레전드 오브 레전드, 전설 중의 전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멋진 '못된 배우' 에게 박수를!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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