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역적>을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은 홍길동 역의 윤균상이지만, 씬스틸러는 아모개 역할을 맡은 김상중이다. 김상중은 1회부터 4회까지의 실질적 주인공으로 극을 이끌어 가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역적>이 톱스타나 물량공세 없이도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김상중의 연기력 때문이었다.

 

 

 

 


김상중은 노비로 태어나 이름도 제대로 가지지 못한 아모개로 분하여 자식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부정을 보였다. 아기 장수로 태어난 홍길동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아모개는 그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을 던졌다. 노비기 때문에 타고난 재능을 숨겨야 하고, 노비기 때문에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질 수 없는 그의 처절함은 시청자들을 몰입시키기에 충분했다.

 

 

 

 


 

면천을 위해 힘겹게 재물을 모아도 결국 자신의 것을 빼앗으려는 양반들의 횡포는 그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아들을 볼모삼아 협박을 하는 통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처지. 허나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그는 결국 주인을 살해하는 범죄를 저지르고야만다. 그렇게 하지 않고는 도저히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없다. 그 때문에 죽을 위기에서 극적으로 살아난 그의 처절함은 깊은 울림을 주었다. 여기에는 김상중의 뛰어난 연기가 주효했다. 김상중은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 속에서 감정의 큰 진폭을 오롯이 혼자 표현해 냈다. 4회까지의 주연은 단연 김상중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아역에서 성인연기자가 등장한 5회부터 극적인 분위기는 반감된다. 연기자들의 매력은 설명이 되지만 김상중같은 존재감을 찾기가 힘든 것이 극복 과제로 남은 것이다. 이야기의 흐름 역시 다소 전형적으로 변한 것도 그렇지만, 무난함 이상의 등장만 해도 주목도가 높아지는 연기력을 가진 배우를 찾아보기는 힘든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5회 시청률은 오히려 김상중이 전면적으로 등장했던 4회보다 떨어졌다. 성인연기자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시청률이 상승하는 일반적인 현상과는 다른 지점이다.

 

 

 


7회에서도 드라마의 전개는 오히려 느슨해진다. 스토리가 다소 힘이 빠진 상태에서는 주목도가 높은 연기자들은 아주 큰 역할을 한다. 그러나 <역적>의 주연 윤균상부터 장녹수역의 이하늬, 가령역의 채수빈까지 무난한 연기력을 보여주지만 김상중의 그늘을 없애버릴만큼의 몰입도를 선사하지는 못한다. 7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장면은 아모개가 살아있는 마지막 엔딩씬이다. 김상중은 단 몇 초의 등장만으로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다음 화를 기대하게 만든다.

 

 

 

 


 

드라마에서 주연 보다 주목받는 조연은 종종 생겨난다. 같은 사극에서만 살펴봐도 드라마 <황진이>의 백무역을 맡은 김영애는 타이틀롤을 맡은 하지원 이상의 존재감을 보여준다. 백무의 카리스마는 김영애의 연기로 완성된다. 하지원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백무만 있고 황진이는 없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백무의 존재감은 컸다.  <선덕여왕>의 미실(고현정 분)은 드라마 타이틀을 ‘미실’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 소리가 나올 정도로 엄청난 주목을 이끌어냈다. 그 해 연말 대상시상식에서 고현정은 당당히 대상을 거머쥐었다. 현대극에서라면 <왔다! 장보리>가 있다. 장보리 역할을 맡은 오연서보다 악역 연민정 역을 맡은 이유리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드라마는 연민정 중심으로 흘러가게 된다. 전형적인 악역임에도 불구 이유리가 연말 연기대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출중한 연기력 때문이었다.

 

 

 


그러나 <역적>의 문제는 주인공보다 주목받았던 조연들의 활약이 대단했던 타 드라마들과는 달리, 김상중의 비중이 앞으로 그 정도로 커지기 힘들다는 점이다. 백무나 미실, 연민정은 주인공과 갈등관계를 형성하는 역할로 그들의 대척점에서 주인공과 비슷한 무게로 활약했다.

 

 

 

 


그러나 김상중은 어디까지나 홍길동을 서포트 하는 역할이다. 극의 갈등관계는 아모개로부터 나오지 않는다. 존재감은 크지만 캐릭터의 활용은 지금까지 전면적으로 이루어진 것과는 달리, 앞으로는 비중이 작아질 수밖에 없는 캐릭터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홍길동이 그 이상의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앞으로의 스토리에서 얼만큼 윤균상의 활약이 돋보이느냐에 따라 드라마의 완성도가 달라질 수 있다. 김상중의 호연을 보는 재미만큼 다른 재미들을 채워넣는 것이 드라마의 해결 과제라 할 수 있는 것이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댓글을 달아 주세요


 

한국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러브라인’이다. 러브라인이 없는 드라마들은 공중파에 입성하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고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드라마에는 어김없이 시청자들의 감성을 뒤흔드는 커플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러브라인이 없거나, 있더라도 그 비중이 기존의 드라마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적은 드라마들이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 드라마 속의 러브라인들은 다소 줄어든 대신, 그 자리를 이른바 ‘남남 커플’이 채우고 있다.

 

 

 

현재 동시간대 1위로 방영중인 <피노키오>에서 기재명 역을 맡은 윤균상은 드라마 중반까지 드라마에서 가장 주목받은 신예였다. 그것은 그의 연기력이나 외모가 시청자들에게 크게 어필한 탓도 있지만 드라마 스토리 전개상 안타까운 형제의 비극이 두드러진 영향이 크다.

 

 

 

 

 

 

기재명과 기하명(이종석 분), 두 형제의 안타까운 사연은 드라마 전반적인 스토리를 관통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되고 있을뿐더러 감옥에 가는 형의 손을 부여 잡고 흘린 눈물에 깊은 공감을 이끌어 냈다. 형제들의 브로맨스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일각에서는 기하명과 최인하(박신혜 분)의 러브라인보다 기재명과 기하명의 이야기가 훨씬 기대된다는 평이 있을 정도다. 기재명이감옥에 갇혀 분량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13년 전 사건이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형제의 안타까운 사연은 강력한 시청 포인트가 될 것이다.

 

 

 

OCN최고 시청률로 종영한 <나쁜 녀석들>은 선이 굵고 남성적인 스타일의 드라마로 러브라인은 아예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나쁜 녀석들>의 성공 배경에는 그 러브라인을 뛰어넘는 네 남자의 조합이 있었다. 오구탁(김상중 분)-박웅철(마동석 분)-이정문(박해진 분)-정태수(조동혁 분)가 한 팀이 되어 이루는 남자들의 이야기는 여타 러브라인보다 훨씬 더 강력한 긴박감과 박진감을 제공했다. 이에 따라 유일한 주요 여자 배역이었던 유미영(강예원)의 존재감은 남성 출연진들에 비해 두드러지지 못했지만 러브라인 없이 남성들 간의 조합과 관계설정으로도 그들이 가진 시너지효과가 폭발할 수 있음을 증명해 냈다는 것은 의미가 깊다.

 

 

 

바로 얼마전 종영한 하반기 최고의 콘텐츠 <미생> 역시 로맨스의 비중은 거의 없다. 그러나 오상식(이성민 분)과 계약직 신입사원 장그래(임시완 분)의그림은 웬만한 로맨스를 뛰어넘는 화학작용을 발휘해 낸다. 처음에는 마땅치 않게 생각했던 낙하산 장그래를 인정하고 그를 감싸며 오상식이 장그래를 ‘우리 애’라고 부르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감동의 무게를 묵직하게 전해주었다.

 

 

 

 

 

<미생>은 전반적으로 남자와 남자 사이의 갈등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미생>이 배경으로 삼은 원 인터네셔널은 종합무역상사로서 남성의 위계질서가 강력한 회사다. 신입사원 안영이(강소라 분)나 워킹맘 선지영(신은정 분)등 여자 출연진들의 스토리 역시 남성적인 한국 회사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여자 직원의 고충을 현실적으로 다루는데 더 비중을 둔다.

 

 

 

그렇기에 갈등도 남자와 남자들 사이에서 일어난다. 신입사원 장백기(강하늘 분)와 장그래역시 초반에는 갈등을 겪지만 “그래도 내일 봅시다”라는 대사를 통해 콧등을 짠하게 하는 감동을 준다. 신입사원 한석율(변요한 분)이나 장백기 역시 남자 상사와 다양한 형태로 겪는 갈등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동시에 현실의 벽에 부딪친다.

 

 

 

이처럼 남자와 남자 사이의 케미스트리를 통해 <미생>은 사회를 이야기 하고 시청자들의 가슴에 공감을 불러일으킨 수작으로 남았다. <미생>은 러브라인이 없으면 방송이 불가하다는 공중파의 견해에 따라 원작의 느낌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케이블로 옮겨 방송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오히려 다행한 일이었다. 원작의 공감대를 최대한 살린 것이 바로 <미생>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러브라인은 필수가 아니다. 러브스토리 역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드라마가 얼마나 설득력을 가지느냐 하는 것이다. 엄청난 성공 뒤에는 러브라인을 뛰어넘는 강력한 스토리의 힘이 있다. 그 안에서라면 굳이 러브라인이 아니라 남자와 남자의 조합, 여자와 여자의 조합이라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음을 현대의 드라마들이 증명하고 있다.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