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 101>은 방영당시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상당한 화제성을 모으며 오디션의 새로운 방식을 설득시킨 것만은 사실이다. 이미 소속사에 속해있는 연습생들로 이루어진 출연진들은 어느 정도 사전 심사를 거친 후보군이나 다름없었고, 이미 다소의 팬층을 확보한 참가자들도 존재했다. ‘걸그룹’을 만든다는 콘셉트하에 ‘직접 프로듀싱하라’는 카피는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포인트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프로듀스 101>을 마냥 편안하게 지켜볼 수는 없었던 것은 프로그램 자체가 멤버들의 실력과 개성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그들의 상품성에 집중했기 때문이었다. 인형처럼 연습생들을 세워놓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후보에게 투표하는 방식은 그런 분위기를 더욱 부채질 했다. 그곳에 출연한 101명의 소녀들은 공평하게 분량을 받을 수도 없었고 자신만의 무대나 개성을 보여줄 기회 역시 제대로 부여받지 못했다. 101명이라는 압도적인 숫자의 소녀들은 ‘데뷔’라는 꿈에 저당 잡혀, 각종 잡음과 논란에도 단 한 번도 불만을 제기할 수 없었다. 계약서의 불공정 조항, 투표 방식의 오류 등은 이런 사실을 확증해 주는 증거였다.

 

 

 

 

 

 

 

그러나 긍정적인 면도 분명히 있었다. 101명 중에 뽑힌 11인이 만든 그룹 IOI는 다른 그룹보다 훨씬 화제성을 가지고 출발 할 수 있었다. 한 해에도 수 십, 수 백개의 아이돌 그룹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성공하는 그룹은 손에 꼽을 지경인데 이정도의 주목도를 처음부터 획득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들에게 있어 분명 엄청난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CF촬영과 방송활동이 몰려들며 그들의 인기는 확실히 오르막길을 걸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의 활동기간이 시한부라는 것이었다. 애초에 1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활동을 하기로 한 탓에 내년 1월이면 그들은 해체의 운명을 맞는다. 더 길게 활동하고 싶어도 여의치가 않다. 그 이유는 그들이 각각 다른 소속사에서 모인 출연진들이기 때문이다. 소속사 사이의 이해관계나 스케줄이 맞지 않으면 그들이 함께 활동하는 것은 힘들다. 지금은 신인이지만 인기가 올라가기라도 하면 그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문제는 그들이 IOI 타이틀을 벗어 버리고도 성공할 수 있느냐다. IOI는 프로그램을 통해 그룹자체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편이다.  멤버 개개인의 인기가 특출나 그룹을 이끌어 간다기 보다는 프로그램으로 생겨난 관심과 호감도를 통해 그들에 대한 이미지 메이킹을 쌓았다. 시간이 흐르면 특히 매력적으로 대중에게 어필하는 멤버들이 생길지도 모르지만, 1년이라는 시간은 그러기에는 너무 짧다. <프로듀스 101>에 기댄 인기는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풍전등화의 운명에 놓여있다.

 

 

 


그런 사실을 너무나도 잘 인지하고 있는 일부 소속사측의 마음이 급해졌다. IOI의 첫 번째 타이틀 곡 ‘dream girls'의 활동이 종료된 지금, IOI의 멤버 정채연은 다이아에, 김세정과 강미나는 소속사 젤리피쉬가 새롭게 선보이는 걸그룹에 합류할 것이 공식화 되었다. 물론 계약 위반이라든가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도의적인 부분이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하다. IOI가 인기 있을 때, 화제성을 더 불어 넣을 수 있는 홍보전략을 취하겠다는 것. 그러나 그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IOI의 정체성을 유지하지 않고 그 정체성을 ‘이용’하려 하는 것이 과연 대중의 호감을 유지시키는 비결이냐 하는 것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다.

 

 

 


 

 

IOI의 활동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없다는 그들의 생각은 틀렸다. 그들이 합류하는 걸그룹은 유닛의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녀시대 태티서나 에프터 스쿨의 오렌지 캬랴멜 등은 그들이 그룹의 정체성을 유지한채 생겨난 유닛이다. 그러나 다른 소속사에서 다른 멤버들과 만들어진 걸그룹은 유닛의 개념이 아니라 IOI의 인기를 그 그룹으로 옮겨오려는 수작에 불과하다. 물론 그 인기를 이용하여 제대로 된 콘셉트와 전략으로 확실하게 대중의 호감을 얻을 수 있는 걸그룹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그럴 경우에는 대중의 반응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결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 자체가 회의적인 것은, 이미 다이아는 데뷔 이후에도 별다른 반향을 얻지 못한 그룹이고 젤리피쉬가 기획하는 새 걸그룹 역시 김세정과 강미나가 IOI가 되지 못했다면 만들어질 수 없었을 급조된 느낌이 강한 그룹이기 때문이다.

 

 

 


걸그룹의 인기는 콘셉트와 개성, 음악의 조화가 적절히 이루어질 때 가장 큰 수확을 걷을 수 있다. IOI만 보더라도 ‘직접 뽑아서 프로듀싱 했다’는 콘셉트, 그리고 그에 따라 각각의 소속사에서 모여 독특한 성격을 띠는 개성, Pick me 등의 중독성 있는 음악 등으로 성공의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급조된 걸그룹이 과연 대중의 호감을 얻을 만큼 화제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결국은 소속연예인의 개성과 매력을 증가 시켜 집중도를 높이는 전략이 아니라, 한 때의 인기에 기댄 밀어붙이기는 그들을 하나의 개성체가 아니라 ‘상품’으로 인식시킨다. 물론 연예인은 상업성이 분명히 있어야 하지만 그 연예인의 인간적인 매력이나 독보적인 개성이 보이지 않을 경우 성공적인 인기를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 상업성 속에서도 그 연예인 자체를 돋보이게 만들 수 있는 기획력의 부재속에서 IOI의 꿈을 꾸는 소녀들은 위태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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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한표가 소녀들의 운명을 결정한다!"


이 거창한 카피는 100% 국민 투표로 이루어지는 <프로듀스 101>이 내세운 카피다. 국민들이 직접 보고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가장 공정하게 선택이 이뤄진다는 달콤한 이야기는 일단 성공적이다. 아예 기획사 연습생들을 데려다가 프로그램을 기획한 점 역시 돋보이는 아이디어였다. 일반인을 오디션하느라 진을 빼야하는 수고를 더는 동시에, 기획사의 이름값까지 프로그램 홍보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힘을 잃어가고 있는 와중에 <프로듀스 101>은 확실히 색다른 방식으로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긴 프로그램이다. 묘하게 중독적인 주제가와 더불어 어떤 참가자가 뽑힐 것인가하는 기대감은 프로그램에 대한 화제성으로 이어지며 3.6%(TNMS제공)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게 만들었다. 방송 채널이 케이블인 점과 젊은층이 주 시청자층임을 생각해 볼 때, 결코 낮은 수치라고 볼 수 없다. 아니, 엄청나게 높은 수치다.

 

 

 

 

 

 

 

 

그러나 가장 공정하다는 국민투표가 정말 공정한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일단 참가하는 참가들의 인지도가 너무나 현격히 차이가 난다. <식스틴>이라는 JYP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얼굴을 알리고 팬클럽까지 있는 전소미는 방송 시작부터 지금까지 줄곧 상위권이다. 엄청난 실수나 결격사유가 있지 않은 한, 전소미의 데뷔는 확정적일 수밖에 없다. 이밖에도 권은빈, 정채연, 기희현등 이미 걸그룹으로 데뷔한 과거가 있거나 현재 걸그룹 데뷔 예정인 멤버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정성 문제는 다시 제기되었다. 물론 그들이 속한 걸그룹이 인지도를 따질만큼의 영향력은 없지만 이미 데뷔 기회를 부여받은 이들이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100% 국민 투표라는 취지에 어긋나는 일인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걸그룹 데뷔는 곧 프로의 세계로 발을 딛는 일이다. 데뷔 전이나 후나 그들이 해야 하는 경쟁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 경쟁 이전에 오디션이라는 이름아래 과연 공정한 기회가 주어졌느냐 하는 지점은 생각해 볼 문제다. 오디션 자체에서 101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소녀들은 전무후무했다. 그 101명 중 누군가는 굉장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고 누군가는 있었는지도 모르게 사라진다. 그러나 그 스포라이트를 받을 기회가 공정하게 주어졌느냐 하는 의문은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내내 사라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몇초에 불과하거나 거의 병풍 수준의 출연 분량을 얻고, 누군가는 집중 조명을 받으며 프로그램의 한 구성을 책임진다. 이런 분량의 차이부터 그들의 승패는 어느정도 결정된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참가자는 김소혜. 사실상 이 참가자는 노래와 춤, 그 어느 하나도 두드러지지 않는다. 심지어 가수가 아니라 연기자 연습생이라는 사실은 프로그램의 본질과 도저히 매치할 수 없는 지점이다. 그러나 그는 신기할 정도로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이 된다. 그가 출연하는 분량은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월등히 높다. 과연 떨어진 소녀들 중 그보다 매력적인 가수의 재목이 없었을까. 김소혜가 주목받는 이유는 교묘한 편집과 귀여운 외모, 딱 그뿐이다.

 

 

 


 과연 그가 다른 참가자들처럼 몇초밖에 안되는 분량으로 정면승부했다 하더라도 이런 투표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까. 대놓고 불공평함을 광고하는 상징이 되어버린 김소혜는 인기보다 안티가 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진정한 후보의 매력이기 때문이다. 끝내 포지션 미션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김소혜의 1위가 과연 시청자들이 동의할 수 있었던 결과였는지는 의문이다. 이는 방청객 투표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김소혜는 일방적인 특혜를 입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사실은 악마의 편집의 희생양이다. 논란이 되면 될수록, 프로그램의 화제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악마의 편집을 해도 명예훼손등의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 만들어 놓은 계약서처럼, 프로그램 역시 소녀들의 꿈을 이뤄주는 기회의 장이 아닌, 시청률을 위해 소녀의 꿈을 짓밟는 악마의 프로그램으로 전락했다. 출연료는 심지어 0원. TV에 나오는 1초가 아쉬운 연습생들의 위치를 철저히 이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적이고 범용적인 계약서"라는 프로그램측의 해명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악마성이 부각될수록 콘텐츠 파워는 올라간다는 것이다. 실제로 <프로듀스 101>은 <무한도전><복면가왕>등을 꺾고 콘텐츠 파워지수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계속 터졌다. 부정투표가 가능했다는 지적에는 때늦은 대응을 했고 일본그룹 AKB 48의 총선거 시스템을 표절했다는 비판 역시, 그들의 두루뭉술함으로 넘어갔다. 게다가 상위 11명은 CJ e&m소속으로 활동을 하게 됨으로써 Mnet 채널의 오디션 출신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타 방송사에 적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게 될 수 있을까 하는 지점 역시 해결되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나중을 위한 안전망따위는 기대할 수 없게 된지 오래다.

 

 

 


총체적인 문제가 곳곳에서 터지고 있지만 결국 프로그램은 승승장구중이다. 이런 모순을 극복했다고 칭찬해야 할지, 아니면 안타까워 해야할지 알 수가 없을 지경이다. 그러나 소녀들의 꿈은 <프로듀스 101>에서 빛나지 못한다. 그들은 방송사의 입맛대로 재단되고 이용당할 뿐, 공정한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했다. 결국 그들이 가진 매력이나 재능을 채 다 꺼내보이기도 전에 탈락할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소녀들의 꿈은 상위 몇 %를 위해서 짓밟히고 무너졌다. 출연료도 가압류 당한채, 몇초의 출연분량이라는 씁쓸한 대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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