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야흐로 한류의 시대다. 한국 콘텐츠가 아시아권에서 굉장한 인기를 얻으면서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아예 한류를 의식하고 제작되는 콘텐츠가 생길정도로 한류는 이제 한국 콘텐츠 제작 환경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된 것이다. 그런 한류의 열풍을 휩쓰는 콘텐츠의 특징은 명확하다. 한류가 되는 콘텐츠와 되지 않는 콘텐츠의 차이는 어떤 것이 있을까.

 

 

 

멜로 강세, 캐릭터가 명확해야

 

 

 

얼마 전 종영한 <태양의 후예>는 명확하고도 뚜렷한 성과를 남겼다. 송중기를 단숨에 대세로 급부상 시켰고 천문학적인 경제 효과를 냈다. 제작비 130억의 부담감은 단숨에 씻겨 내려갔다. 이런 결과의 중심에는 송중기 송혜교라는 스타가 있었지만 그 배후에는 그 두 배우의 로맨스를 대중에게 어필한 대본이 있었다. 김은숙 작가는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으로 불려왔다. <파리의 연인>부터 <온에어><시크릿가든><신사의 품격><상속자들> , 로맨틱 코미디에 있어서만큼은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며 김하늘, 현빈, 장동건, 이민호에 이르기까지 톱스타들이 가장 선호하는 작가로 떠올랐다. <태양의 후예> 이후 차기작에는 역시 톱스타인 공유가 캐스팅을 확정지으며 또 다른 신화를 쓸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은숙 작가가 한류에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로맨스를 가장 잘 표현하는 작가기 때문이다. 남녀간의 애정관계는 국적을 불문하고 가장 보편적인 이야깃거리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남녀 주인공이 멋있고 예쁘게 나오는 장르다. 여심을 떨리게 할 만한 완벽한 남자주인공과 그의 사랑을 받는 예쁜 여주인공 캐릭터가 싫을 이유가 없다. 그 포인트를 가장 잘 보여주는 김은숙 작가가 한류의 중심이 된 콘텐츠를 내놓은 것 또한 이상할 것이 없다.

 

 

 

이런 현상은 일본에서 한류 열풍을 일으킨 <겨울연가><미남이시네요>등의 예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남녀간의 로맨스에 대한 관심이 한류 콘텐츠를 이끈 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후 박지은 작가는 <별에서 온 그대>로 돌풍을 일으켰다. <별에서 온 그대><태양의 후예>가 나오기 전까지는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둔 로맨틱 코미디였다. 김수현은 중국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며 단숨에 한류스타의 자리를 꿰찼고 전지현은 <엽기적인 그녀> 이후 가장 파급력있는 전성기를 맞이했다. 박지은 작가의 신작에는 한류스타 이민호가 일찍이 출연을 확정지으며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로맨스를 잘 쓰는 작가가 한류를 이끌 수 있는 1순위 작가다.

 

 

 

로맨스가 다소 약하다 해도 캐릭터를 잘 살려낸 스토리를 쓰면 한류 콘텐츠로서 발돋움 할 수 있다. <대장금>은 누구나 좋아할 만한 스토리에 서장금이라는 캐릭터를 내세워, 궁녀가 되었다가 궁에서 쫒겨난 후 의녀가 되어 성공하는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여, 주인공의 위기 극복 가정을 긴장감있게 그려내 한류 콘텐츠가 되었다. 엄청난 인기의 중심에는 이영애라는 스타가 있었다. 이영애는 타이틀 롤을 맡아 착하고 영리하며 강단있는 주인공에 녹아들었다. 이영애는 <대장금> 하나로 발돋움 했다.

 

 

 

이처럼 한류 콘텐츠에는 한류 스타가 존재한다. 그 까닭은 한류를 일으킨 작품들이 스토리 안에서 캐릭터의 영향력을 크게 부각시켰기 때문이었다. 호감이 갈 수밖에 없는 캐릭터를 설정하고 그 캐릭터에 대한 시청자들의 애정을 확보한 작품들이 한류를 만들고 한류 스타를 키운 것이다.

 

 

 

캐릭터의 호감도 보다 작가가 보이는 작품한류 콘텐츠가 되지 못해

 

 

 

반면 은퇴한 임성한 작가나 최근 <내딸 금사월>을 집필한 김순옥 작가, 또한 거의 50여년 동안 최고 작가의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은 작가계의 대모 김수현 작가까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작가들임에도 한류 콘텐츠로 발돋움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 작가들의 특징은 작가의 색이 지나치게 짙다는 점이다. 그들의 작품의 전개방식이나 등장인물들의 특징은 왕왕 작가의 색을 대변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특히나 막장드라마라는 오명을 쓴 임성한작가나 김순옥작가의 경우 주인공이 오히려 비호감으로 전락하는 경우마저 생긴다.장서희나 이유리같은 스타들이 탄생하기도 하지만 이는 작가의 역량이라기 보다는 배우 개인의 개성적인 색깔과 역량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캐릭터가 트렌디하고 보편적인 호감도를 증가시킬 수 있을 때, 한류 콘텐츠가 탄생한다. 한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작품을 집필할 수 있는 작가들의 이름값과 몸값이 치솟는 것 또한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한류 콘텐츠에는 한류 스타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스토리의 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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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작가가 1968년 데뷔 후 무려 45년간 최고의 자리를 지킨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인물들 간의 팽팽한 기 싸움을 기반으로 한 그의 ‘대사의 힘’은 일순 시청자들을 몰입시키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항상 새로운 화두를 던지며 드라마계의 혁명을 일으키면서도 앞뒤 상황 없는 막장 구조를 배제하고 나름의 개연성을 갖춘 드라마를 집필한 그의 필력은 그의 최고의 전성기가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그가 아직도 최고의 작가 타이틀을 고수하는 이유다.

 

<세번 결혼하는 여자(이하 세결여)>역시 김수현 드라마라는 꼬리표를 단 채, 다른 작가들에 비교할 수 없는 화제성을 모으며 10%가 넘는 호쾌한 시작을 알렸다. 서태지와의 결혼 스캔들로 숨겨왔던 과거가  드러난 이지아라는 문제적 인물을 캐스팅한 것도 큰 문제가 될 수 없었다. 김수현 드라마는 언제나 그랬듯, 배우가 아닌 작가의 작품이었던 까닭이다.

 

 

그리하여 김수현은 그동안 그의 드라마 속에서 언제나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윤여정, 이승연등 스캔들에 휘말린 여배우들을 적극 활용하며 그들의 복귀를 도왔고 그들 역시 김수현 드라마로 재평가를 받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세결여>의 시청률이 하락했다. 물론 김수현 드라마의 저력은 앞부분 보다 뒤로 갈수록 발휘되는 경향이 짙다. 그동안 그의 드라마들은 인물들의 갈등이 극에 달해 있는 후반부 지점에서 의례히 시청률이 폭발하고는 했다. 그러나 <세결여>에 출욘허는 배우 이지아의 문제점은 다른 곳에 있다. 주로 조연을 맡았던 다른 '문제적 인물'들과는 달리 여주인공으로서 시작했던 그가 좀처럼 호감 캐릭터로 변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도 김수현 작가의 노림수가 있다. 이지아가 연기하는 ‘오은수’ 캐릭터를 활용해 언니인 오현수(엄지원분)과 갈등상황이 초래되고 자신의 친딸을 되찾으려는 그의 행동으로 말미암아 전남편은 물론, 현재 남편, 그리고 나아가 시댁과의 갈등도 생겨난다. 한마디로 오은수는 주요 갈등의 구심점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주인공에 대한 공감도에 있다.

 

 

24일 방영된 <세결여> 6회에서는 오은수가 딸에게 이런 말을 한다. “엄마는 아직 젊다. 다시는 남자 안만나고 늙어 죽을 수는 없다. 좋은 짝을 좋은 짝과 같이 여자로서 살고 싶어하면 안되는것이냐. 나는 옛날 엄마가 아니다.” 엄마의 행복과 인생이 중요함으로 자신의 행동에 타당성을 부여하고 자신의 행복을 희생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낸 대사다. 물론 그 말에 틀린 부분은 없다. 딸을 위해 무조건 희생하는 어머니상은 결코 현대적이지도 않고 세련되지도 않다. 부모의 인생역시 중요하다는 점, 엄마도 여자라는 점에서 이지아의 대사는 여성들의 공감을 이끌어낼만 하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이지아는 공감은커녕 여성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사실 이런 장면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제 막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아이치고는 말투와 행동이 전혀 아이 같지 않은 김수현 드라마 특유의 아역 설정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엄마는 아이와 대화를 할 때 거의 성인 수준의 말투를 구사하고 아이 역시 마찬가지다. 조금은 버거운 이야기를 해도 아이는 흐트러짐 없이 이해한다.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이라는 단서를 달지만 아이는 그 말을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해도 말 뜻은 모두 이해하는 제스처를 취한다. 그러나 그런 작은 어색함 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그 엄마가 자신의 행복을 부르짖으며 그동안 보여준 일련의 행동에 있다.

 

 

오은수는 그동안 이상하리만큼 욕심을 부렸다. 아이가 아빠와 살고 싶다고 하는데도 자신이 키우겠다는 고집을 부린 것은 모정으로서 이해한다고 쳐도 그런 아이를 위해 자신의 행복을 전혀 희생할 생각이 없다는 것은 제 3자 입장에서는 상당한 이기심에 불과하다. 자신이 온전히 책임질 수 없는데 전 남편은 책임을 질 수 있는 상황이고 아이도 원한다면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아빠한테 맡기는 게 옳다. 자신이 아이를 떼어놓을 때 준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면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나 아이를 무조건 자기가 맡겠다는 오은수의 행동에  아이에 대한 배려는 없다.

 

 

 더군다나 지금 오은수는 시댁의 반대로 아이를 키우지 못해 아이를 친정에 맡겨놓은 상태다. 아무리 자신의 모친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한다고 치더라도 자신의 억지 때문에 얼떨결에 아이를 떠맡아야 하는 엄마에 대한 배려 역시 없다. 자신의 행복은 부르짖으면서도 나이든 엄마는 당연히 ‘엄마니까’ 아이를 맡아줘야 한다는 식이다. 같은 여자인 엄마의 노년의 안락함은 빼앗아도 되지만, 젊은 자신은 희생할 수 없다는 태도는 역설에 불과하다.

 

 

 

아이역시 그 안에서 행복하지 않다. 아이는 아빠한테 가겠다며 울고 떼쓰고 그로 인해 오은수의 언니인 오현수와의 갈등도 초래되었다. 오은수의 이해할 수 없는 집착에 “욕심부리지 말고 아빠한테 보내라.”고 말하는 오현수의 일침이 속 시원한 이유다. 그러나 그 속시원함을 위해 공감가지 않는 주인공을 보고 있는 것은 시청자 입장에서는 곤욕이다. 억지를 쓰면서도 그럴만한 이유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설명되어야 하는데 오은수는 오로지 억지뿐이다. 누가 봐도 더 나은 상황이 있고 자신의 이기심만 아니라면 서로가 더 편해질 수 있음에도 오은수는 모두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그 장면을 바라보는 시청자역시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그러니 주인공이 아무리 공감 가는 대사를 해도 그 말에 공감을 해주기 힘든 상황이 전개된다. 이지아에 대한 호감도가 증가하지 않는 것은 덤이다. 애초에 조연이 아닌 주연 캐릭터라면 시청자들이 조금이라도 동화될 수 있는 포인트가 존재해야 했다. 그러나 오은수에게는 그게 없다.

 

 

이는 모두 현재 남편인 김준구(하석진분)과의 갈등과 이혼의 구실을 만들기 위한 전초전임에는 분명하다. 나중에는 이 모든 사건들이 갈등을 폭발시키기위한 밑그림이었음이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들 속에서 이지아는 결코 여주인공으로서의 타당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지독한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까닭에 시청자들은 아직까지 이지아를 제대로 바라볼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김수현 드라마로 야심찬 복귀를 선언한 배우에게 결코 플러스라고만은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확실치 않지만 이지아의 캐릭터를 전복시켜 그를 다시 호감형 배우로 만드는 것은 상당히 힘든 작업이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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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현 작가가 종편에서 드라마를 쓴다.

 

 제목마저 김수현 스럽다. [무자식이 상팔자]. 그 누가 뭐래도 김수현이 가지는 필력과 파급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어떤 사람들은 김수현의 드라마를 오만과 독선, 아집의 결정체로 폄하하기도 하지만 한국 드라마 역사에서 김수현만큼 드라마의 틀을 정립한 사람은 없었다.

 

 김수현은 그 이름 자체로 인정받아 마땅한 사람이다. 김수현에게 주어진 '언어의 마술사-언어의 말장난이라고 폄하되기도 하지만', '시청률의 여왕' 이라는 타이틀은 그동안 무시할 수 없는 드라마 작가의 기틀을 마련했다. 김수현 덕분에 작가들의 힘이 세지고 커졌다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점이다.

 

 그런 김수현이 종편행을 택하면서 또 "방송쟁이 중 한 사람으로서 수많은 방송 종사자들의 일터가 망가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라며  “시청률이란 숫자에 오매불망하는 사람도 아니고, ‘종편에서 볼만한 가족드라마 한편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 말이 왠지 불편하게 다가오는 것은 왜였을까.

 

 

 

 김수현의 종편행의 이유, 원고료가 가장 크다!

 물론 종편행을 무조건 덮어놓고 비난할 일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금의 논리가 아직 유효한 가운데 종편에서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드라마 작가나 배우를 유혹하는데 당해낼 사람은 많지 않다. 생각해 보라. 회사에서도 그러하지 않은가. 거래처나 손님을 가려서 받을 수는 없는 일이다. 일본기업이라고 무조건 안하겠다는 것은 이 시대에 말이 안되는 행위다.

 

 배우들이나 작가들에게 그렇게 높은 도덕관념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외려 상당히 속물적인 일이다. 자신은 그렇게 하지 못해도 유명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불이익을 감당해야 한다는 시선. 그 시선 자체에 심각한 오류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수현의 종편행은 그다지 반가운 일이 아니다. 김수현의 원고료는 회당 5000만원 선으로 알려져 있는데 종편에서는 스타 작가와 인기 스타들을 영입하기 위해 고료나 출연료를 상향 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수현이 종편을 선택했을 당시 1억에 가까운 고료를 받았다는 소문이 돌 정도다. 물론 다소 과장된 수치일 수 있겠지만 모르긴 몰라도 김수현의 고료는 5000만원+a 일 것으로 예측이 된다.

 

 물론 그렇게까지 원고료를 주겠다는데 마다할 일은 아니다.  특히나 김수현 작가는 명실공히 드라마계 최고의 히트메이커다. 출세작인 [새엄마]로 시작해 [강남가족][안녕][수선화][청춘의 덫][사랑과 진실][사랑과 야망][모래성][사랑이 뭐길래][목욕탕집 남자들][불꽃][내사랑 누굴까][완전한 사랑][부모님 전상서][내 남자의 여자][엄마가 뿔났다][인생은 아름다워] 등에 이르기까지 그가 집필한 대부분의 드라마는 엄청난 흥행 신화를 써내려 왔다.

 


 이 때문에 김수현의 드라마는 언제나 흥행을 보증하는 방송사의 절대반지였다. 내놨다하면 20%는 기본이요, 30%는 일상이라 할 정도로 시청률 면에서는 걱정이 없었다. 특히 김 작가는 주말가족극 뿐 아니라 미니시리즈에서도 능통했다. 88년 [모래성], 99년 [청춘의 덫], 2000년 [불꽃], 2003년 [완전한 사랑], 2008년 [내남자의 여자] 등은 예외없이 30~40%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당해년도 최고 히트작으로 기록됐다.

 

이런 절대적인 시청률 수치를 바탕으로 김수현은 당대의 드라마작가로 명성을 떨쳤다. 방송사 사장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는 막강한 문화권력을 한 손에 움켜쥔 그녀는 80년대에 이미 억대 원고료 작가의 반열에 올랐고, 2010년도부터 회당 5000만원이라는 초특급 대우를 받기 시작했다. 시놉시스 없이도 드라마 편성을 받을 수 있음은 물론이요, 원하는 시간대를 언제든지 선택할 수 있고, 연출자부터 배우 캐스팅에 이르기까지 드라마 전반을 관장하는 전권 부여 역시 김수현이기에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글자 하나하나에 혼을 실은 듯 튀어나오는 촌철살인의 대사와 마치 옆에 서 있는 듯 펄떡펄떡 살아 숨쉬는 캐릭터들은 그대로 한국 드라마의 전형이 됐고, 한국 드라마의 상징이 됐다. 그 누구도 상상하지도, 만들지도 못했던 캐릭터들이 김수현의 손에서 나오는 순간 폭발적인 생명력을 얻게 되는 것을 우리는 다양한 배우들을 통해 지난 40년간 지켜봤다. 천재적인 필력과 재능은 김수현 드라마를 한 두번 왔다갔다 하는 시청률 표만으로 평가하기 어렵게 했고 이는 김수현의 드라마가 일정 수준의 '클래스' 를 가졌다는 의미를 지녔다. 드라마 작가 중 클래스란 단어가 가장 어울리는 사람은 문화 평론가 조지영의 말처럼 "오직 김수현" 뿐이다.

 

김수현, 상업주의를 부정하지는 말아야


 그러나 '장인' 김수현의 이면엔 언제나 어쩔 수 없는 '상업작가' 의 그림자가 강하게 드리워져 있다. 김수현 스스로 "드라마작가의 좋은 점? 환금성이죠. 너무 속물적인가?" 라고 대답할 정도로 김수현과 김수현 드라마는 무수한 '돈' 들과 연결되어 있다. 현재 김수현이 누리고 있는 영광과 권력은 모두 돈에서 나왔고, 돈에서 시작했다. 최초의 억대 원고료 작가, 드라마 3편에 33억이라는 파격적 대우를 받는 작가는 국내 드라마 작가 중 김수현이 유일하다. 김수현이 걸어온 길에 '한국 드라마의 지평을 넓혔다' 는 찬사와 '드라마를 상품화하고 끝내 자신마저 상품화 시켰다' 는 조롱이 함께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 공영방송과 상업방송을 넘나들어온 김수현은 그 ‘높낮이’를 스스로, 동시에 방송 시스템 속에서 꾸준히 조절해왔다. KBS를 통해 방영할 때는 홈드라마나 주말드라마로 가족의 소중함을, SBS에서 미니시리즈·특별기획 등을 방영할 때는 불륜 등 극단적인 소재를 채택했다. 그 양날의 전략은 사람들로 하여금 김수현 드라마에 질리지 않게 만들었다.』


 방송기자 이상훈의 김수현 분석론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이 구절은 상업작가 김수현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일면이다. 결국 김수현의 작품은 방송 시스템 속에서 움직이는 상업 작품의 냄새를 강하게 띠고 있으며 그것이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간에 어쩔 수 없는 돈의 논리로 직결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김수현의 드라마를 두고 '고전' 운운하는 것은 사치인 것처럼 느껴진다. 고전은 고전 그 자체만으로 무한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작품인 반면 김수현의 드라마는 '수요와 공급' 이라는 시장의 냉혹한 잣대에서 살아 남은 상업 작품에 더 가깝다. 이는 김수현 드라마의 본질적 한계이자 드라마 작품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는 현실적 문제점이기도 하다.

 

 문제는 김수현의 이런 상업주의가 대부부은 통했다 할지라도 항상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김수현 드라마 [천일의 약속]이 이름값을 하지 못한 퇴장을 맞은 것 또한 김수현의 절대반지가 항상 유효한 것은 아님을 증명하는 예가 아닐 수 없다. 뿐인가. 이미 김수현은 종편에서 [아버지가 미안하다]라는 3부작 드라마를 써냈지만 아무리 김수현이라도 종편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할수는 없었다. 김수현이라는 이름값은 일정한 시청자층을 담보한 공중파 방송의 그늘아래서 성장했다. 김수현이 물론 시청률 제조기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것은 맞지만 그것은 콘텐츠가 재밌다면 언제든지 방송에 시선을 고정시킬 수 있는 시청자층을 담보한 방송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성과였다는 것이다.

 

  김수현이 간다고 종편 시청률이 널뛰듯 움직일거라는 예상은 섣불리 하기 힘들다. 그것은 이번 [천일의 약속]이나 [아버지가 미안하다] 같은 작품을 통해서도 증명이 되지 않았는가. 김수현의 특기인 가족극이라는 점에서 성공의 가능성을 점쳐볼 수는 있겠지만 그만큼 실패할 가능성도 담보하는 것이다.

 

김수현, 드라마 작가의 위치 격상시켰지만...

 

 상업주의는 결코 나쁘다고만 할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김수현이 자신의 종편행을 "후배들을 위한 길 개척"정도로 미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김수현이 간다고 해서 종편이라는 방송사가 드라마 작가들과 배우들의 통로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청률이 안나온다면 "김수현도 어쩔 수 없다"는 평이 따를 것이고 시청률이 잘나온다면 "역시 김수현 정도가 아니면 살릴 수 없다"는 식의 시선이 나올 것이다. 후배들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값을 높이는 선택만이 유효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종편도 살리겠다는 김수현의 '특제 자존심'은  종종 외부 세계와의 소통에서도 잦은 마찰을 보여왔다. 그리고 그 자체가 바로 김수현의 '색깔' 을 대변해 왔다. 각종 평론가, 기자들을 '신뢰할 수 없다. 멋대로들이니까.' 라며 깎아내리며 굴복을 강요한다던가, 예우 차원에서 마찰이 일어나자 "다시는 이 쪽 보고 침도 안 뱉는다." 며 방송사를 '팽' 해 버리는 일을 우리는 김수현에게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다소 오만하게 느껴지는 김수현의 이런 성격은 역설적이게도 사실 드라마 작가의 처우 향상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허준][주몽] 등을 집필한 드라마 작가 최완규는 "김수현의 활약으로 작가들이 이 정도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건 그나마 다행" 이라며 오랜시간 방송작가협회 쪽 일을 김수현이 도맡아 하면서 판권 문제부터 시작해 작가의 이권에 관련 된 모든 일들을 담판의 형식으로 처리한 건 대단한 업적이라는 평을 남겼다. 영화시나리오작가협회에서 "우리 쪽에 김수현 같은 작가만 있었더라도 이렇게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을 것." 이라는 푸념을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김수현 스스로도 "나는 별로 친절한 사람이 못 된다." 고 회고할만큼 김수현의 독특한 자존심은 때론 오만과 독선의 칼날로, 때로는 투쟁과 진보의 업적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아쉬운 것은 김수현 드라마의 인간들만큼이나 카랑카랑하고 서슬퍼런 김수현의 존재가 60이 넘은 노작가의 여유와 푸근함 대신 여전히 전쟁터를 진두지휘하는 냉철함만을 담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사람들이 김수현의 드라마에서 인간성을 느끼기 어렵다고 투덜대는 것도 작가 김수현에 대한 고정관념 속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김수현의 종편행마저 "후배들을 위한 길 개척"이라는 정당화를 할 수 있겠는가. 김수현이 종편의 구세주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답도 아직 미지수지만 종편을 살리는 일이 방송계의 질적 향상에 도움이 되고 나아가 방송계의 전반적인 활력을 불어넣는 일인가 하는 점은 의문스럽기 그지없다.

 

 

이제 그만 솔직해져야!

 

 물론 김수현은 대단한 작가다. 그 긴기간동안 절대권력을 유지해온 작가는 김수현만이 유일하다. 김수현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들은 한 평론가의 말처럼 '속물적 엄숙주의'에 물들어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작가에 대한 전형적인 편견이 김수현을 폄하시키는 주된 요인은 아닐까. 셰익스피어가 당시에는 상업주의의 대표적 작가였어도 현시대에 위대한 작가로 인정받는 것처럼 김수현의 드라마 역시 시대를 대변한 한 트렌드로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수현 자신도 자신의 위치를 미화하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핀트가 어긋난 느낌이다. 이제 그만 솔직해지자. "시청률 신경 안쓴다"는 김수현은 시청률 제조기였기 때문에 지금 대우를 받고 김수현 자신 역시 5000만원의 대우를 받으며 그 사실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 없다. 또한 종편행 역시 어마어마한 이 원고료가 없었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일. "방송쟁이로서 책임감"은 그 다음 문제 아니었을까.

 

 여전히 최고 대우를 받고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김수현.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해 선택한 일을 다른 것을 위한 것인양, 책임감과 사명감에 불타오르는 작가의 선량함으로 무장하는 것은 다소 어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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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이 대한민국 최고의 작가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원고료에서  만큼은 대한민국 최고라는 것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방송계에서 작가의 원고료를 정할 때 김수현 보다 높으면 안 된다는 암묵적인 마지노선이 있다고 하니 김수현이 방송가를 움직이는 거목 중 하나의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은 너무나도 명확한 사실이다. 


물론 그가 이같은 위치까지 올라설 때 까지 그녀의 필모그라피는 화려하다 못해 휘황찬란하다. 수많은 안티를 몰고 다닌다고 스스로 탄식할 정도이지만 그 안티도 결국은 인기의 한 단면이었다. 거의 모든 작품이 동시간대 1위, 그리고 웬만한 작품은 시청률 30%를 넘는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는 것은 엄청난 성과요, 대단한 능력이다.


그런 김수현의 원고료가 밝혀졌다. 역시 놀라서 입이 딱 벌어질 정도다. 그의 원고료는 회당 약 5000만원 선인 것으로 보인다. 김수현이 전작 [인생은 아름다워] 집필시 받았던 금액과 달라지지 않은 액수라고는 하지만 엄청난 금액임에는 틀림이 없다. 작가의 원고료가 작가의 자존심인지는 몰라도 너무 지나치게 많지 않나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물론 그정도의 값어치를 한다는 전제하에 책정된 금액이겠지만 제작비를 상승 시키는 요인이 되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황당한 일이 있다. 그것은바로 배우 김래원의 출연료. 김래원의 출연료 역시 김수현과 동일한 5000만원선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병헌이나 배용준등이 이보다 훨씬 더 높은 출연료를 받기는 했으나 김래원의 5000만원은 이들에게 비할 수 없는, 엄청난 특혜고 너무한 금액이다. 


김수현이 현재 집필하여 방영되고 있는 [천일의 약속]을 하기로 계약하기 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내가 저번에 얼마 받았는지 알지? 그 이하로는 안 돼!" 실로 고고하고 꼿꼿한 자부심이 아닐 수 없다. 혹은 자만심이라고 해야 할까. 솔직히 말해 김수현을 최고의 작가로 인정하는 바이지만  원고료를 한 푼도 깎을 수 없다는 식의 태도는 작가로서 지양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다. 물론 김수현이라는 작가는 한 번도 대본을 늦게 보내지 않는, 작가로서 찬사받아 마땅한 일을 해 내는 작가라지만 이는 어쩌면 김수현이라서 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김수현은 자기 대본을 고치거나 바꾸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보통 PD등과 상의를 거쳐 대본 수정 작업이 이루어지는데 김수현은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PD를 직접 선택하고 자신이 쓴 대본을 절대 고치지 않기로 유명하다.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대사를 외우게 하는 그 옹고집은 방송가에서 정평이날 대로  나 있다.


그렇기 때문에 PD의 요구에 끊임없이 수정하고 다시 쓰는 작가들과는 차원이 다른 여유를 가지고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런 그의 작품이 아직까지 통한다는 사실은 그가 계속 그런 위치에 서 있을 수 있게 했다. 그를 욕하는 사람들도 그의 작품 하나 안 본 사람은 없을 정도이니 대중작가로서 최고의 자리에 있을만 하고 최고의 대우를 받을만 하다. 

 
허나 작품을 위해서라면 타협할 줄도 알아야 한다. 물론 자신의 대본에 대한 자부심이 뛰어난 것은 충분히 이해할만 하지만 "원고료도 절대 못 깎는다"는 식의 태도로 일관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솔직히 말해서 김수현 같은 대 작가가 원고료 때문에 극을 집필하는 것은 아닐 터다. 그 정도의 위치에 있고 그 정도의 성과를 냈으면 자신의 글에 대한 자부심이 비단 원고료로만 평가되는 것이 아님을 알고도 남을 것이다. 


비싼 원고료를 받지 않고는 작품도 쓰지 않겠다는 태도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물론 무료 봉사를 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작품을 위해서, 전체적인 균형을 위해서 자신의 몸값을 조금쯤은 낮출 수 있는 겸손함을 갖췄더라면 그가 더 대가답고 멋있어 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원고료나 출연료로 인해 제작비가 지나치게 증가되면 그 방송을 하기 위해 엄청난 PPL이 등장하거나 단가를 다른 곳에서 낮출 수 밖에 없다. 결국 누군가의 이익으로 인해 작품이 훼손되거나 다른 사람이 손해보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도 김수현이 5000만원을 요구한 것은 있음직한 일이다. 그 전의 작품에서도 그 정도를 받았고 이제껏 그가 방송가에 가져다 준 수익을 생각해 봐도 5000만원을 요구하는 일이 완전히 허황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방영되는 [천일의 약속] 역시 순항중이니 김수현이라는 브랜드에 그 정도 투자 못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김래원의 경우는 다르다. 김래원이 5000만원을 받는 것은 정말 양심없는 행위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상대역이자 실질적인 주인공인 수애가 3000만원선으로 계약한 것만 보더라도 김래원의 5000만원은 너무한 처사다. 


김래원은 그동안 무엇을 보여 주었나.  김래원이라는 이름 석자를 똑똑히 대중들의 뇌리속에 새길만한 그 어떤 것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사실 아닐까. 김수현 처럼 집필하는 작품마다 화제가 되고 흥행을 했다면 또 모르지만 영화에서도 드라마에서도 중박 정도의 성적 이상을 낸 적 없는 그가 5000만원을 가져간다는 것은 양심없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드라마에서조차 김래원은 그다지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니다. 약혼녀를 무참히 버리는 설정도 그렇지만 극중에서 그려지는 대화법이나 성격도 김래원을 빛나게 해 주지 않는다. 이는 물론 김래원의 잘못만은 아니다. 하지만 5000만원 만큼의 연기를 하고 캐릭터를 살려 냈는가 하는 질문에서 김래원은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단지 캐릭터의 매력을 떠나서 사실상 극의 흐름은 수애 쪽에 맞춰져 있고 김래원은 그 주변에서 수애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역할 이상이 될 수가 없는데 그에게 더 많은 금액을 책정했다는 것은 여러모로 생각해 봐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이제껏 배우들의 비싼 출연료가 문제가 되었는데 김래원이라는 배우에게 그런 엄청난 금액을 책정했다는 사실은 그 제작비를 결국 시청자들의 주머니에서 찾아 내고야 말겠다는 심산 같아 불쾌하기만 하다. 더군다나 김래원이 그만큼의 값어치를 못하고 있는 와중에 엄청난 출연료를 챙기는 것은 일종의 낭비요, 사치다.  화제성으로 보나 그동안의 필모그라피로 보나 김래원이 그런 대우를 받는 것은 인정하기 힘든 부분이다. 


물론 사람 자체에 등급을 매겨서는 안되겠지만 프로의 세계에서는 엄연히 그 능력에 따른 대우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 그 정도의 능력이 안 되는데도 불구, 엄청난 금액을 챙겨 간다는 것은 지양해야 할 부분이다. 김래원이 지금까지 만들어 놓은 것이 5000만원이라는 금액 앞에서는 너무도 초라해 지는 것이 현실이다. 


[천일의 약속]의 회당 제작비는 4~5억원 선. 이중 1/4 혹은 1/5을 김수현과 김래원이 가져가고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 지나쳐 보인다. 20부작, 그것도 멜로 드라마가 100억 가까운 제작비를 들인다는 것. 물론 드라마의 완성도를 위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그중 수십억은 출연료로 나가 버리는 현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것일까. 


물론 이는 방송국이나 제작사에서 조율할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엄청난 금액을 받는 이들을 항상 문제 삼으면서도 결국은 이런 엄청난 금액을 지불하고야 마는 방송국과 제작사들이 그들 때문에 방송의 질이 떨어진다며 징징거리는 소리를 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그런 금액을 내고라도 제작을 하고야 말겠다는 방송국이나 그런 금액을 받아내고야 말겠다는 사람들이나 사실상 별다를 것 없는, 그저 스타성에 목메는 사람들 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스타성의 가치가 너무나도 들쭉날쭉인 것은, 그래서 제작비가 올라가는 것은 시청자들의 책임만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Posted by 한밤의연예가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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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수현이 또 다시 '이경영 옹호론'을 펼쳐 화제다.


김수현은 트위터에서 이경영을 일컬어 "아까운 사람"이라고 지칭하며 TV 복귀를 가능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고대 성추행 사건과 이경영 사건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라며 "이경영은 혼자 사는 남자가 저지를 수 있었던 실수"라며 이경영을 두둔했다.


이런 김수현 작가의 이경영 옹호 발언을 보노라니 불쾌감이 먼저 찾아온다. 이경영의 TV 복귀는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김수현은 여러차례 '물의' 를 빚은 연예인들을 TV 에 복귀시키며 그들에게 제 2의 전성기를 안겨다 준 인물이다. 위안부 사건으로 매장당했던 이승연을 [사랑과 야망] 에서 건져올렸고, 매니저 사건으로 곤혹을 치뤘던 이태란을 [내사랑 누굴까?] 에서 부활하게 했으며, 커밍아웃으로 TV에서 퇴출됐던 홍석천을 [완전한 사랑] 을 통해 공중파 출연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거슬러 올라가자면 조영남과의 이혼으로 좌절해 있던 윤여정을 여러차례 자신의 드라마에 기용한 과거도 있다.


[엄마가 뿔났다]에서는 이혼으로 침체기에 접어들었던 신은경과 학력 위조 파문으로 이민까지 결심했던 장미희를 파격 기용해 소위 '대박' 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껏 김수현이 기용한 '문제 연예인' 과 이경영은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이경영은 미성년자에게 돈을 주고 성관계를 한 성범죄자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이 버젓이 TV에 나오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죄목 중에 성범죄 만큼 더럽고 추악한 범죄가 또 있을까. 2001년, 미성년자와의 원조교제 혐의로 구속되어 사회에 파장을 일으켰던 그는 배우라는 타이틀이 아까울 정도로 그 죄목이 아주 악질인 측면이 있다. 외국 같았으면 전자팔찌를 차고 돌아다녀도 시원치 않을만큼 그 죄목이 무겁다. 거기에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라는 죄목이 더해지면 아무리 포장하려 해도 '난잡하다' 는 네 글자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물론 이경영은 성관계를 가질 때, 그 여자가 미성년자인지 몰랐고 미성년자임을 알고 난 뒤에는 관계를 끊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그가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진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한 발자국 더 물러난다 해도 그가 돈으로 여성을 사는 성매매를 했다는 사실 역시 변함이 없다. 성매매도 불법인데 그 대상이 미성년자라면 알고했든, 모르고 했든 도덕적으로 큰 지탄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


김수현이 이경영의 범죄사실을 두고 "혼자 사는 남자가 저지를 수 있는 실수" 운운한 것 또한 정면에서 반박하고 싶다. 원조교제가 실수인가? 미성년자에게 댓가를 치루고 성관계를 한 것이 실수라면 이 세상에 실수 아닌 범죄가 과연 어디에 있단 말인가? 어느 세상에 혼자 사는 남자가 그런 '흔한 실수'를 저지른단 말인가? 성(性)을 사고 팔는 성숙하지 않은 인격이 어떻게 TV에 버젓이 나와 연기를 할 수 있단 말인가? 2005년 영화 [종려나무 숲] 으로 은근슬쩍 복귀한 것 또한 마음에 들지 않는데, TV에서까지 그의 얼굴을 보라고 한다면 차라리 TV를 꺼버리는게 낫겠다.


아무리 뛰어난 연기자라고 해도 인격적인 측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면 그 연기는 '연기' 가 아니라 '거짓' 으로 꾸며낸 흉내일 뿐이다. 더구나 인간으로서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을 했던 이경영 같은 경우에는 연기자라는 타이틀을 붙여주기도 아까울 만큼 실망스럽고 또 실망스럽다. 한 때는 [푸른안개] 와 [불꽃] 의 이경영을 보며 가슴 두근했었고, [아들아 너는 아느냐] 를 보며 펑펑 울어보기도 했지만 지금의 '이경영'은 그 아름다웠던 추억조차도 모두 지워버리게 하고 싶을 만큼 최악의 연기자일 뿐이다. 


우리나라는 '성범죄' 자체에 대해서 너무 가볍게 인식하는 측면이 있다. "원조교제는 이경영 잘못도 있지만 그 여자애 잘못도 있는 것 아니냐!" 고 따진다면 오히려 되묻고 싶다. 성숙한 어른이 성숙하지 않은 미성년자를 돈으로 유혹해 관계를 맺고자 한 것이, 돈의 유혹에 넘어가 성을 판 미성년자 보다 훨씬 악랄하고 추악한 것 아니냐고. 원조교제라는 네 글자의 범죄는 그 어떤 변명으로도 절대 옹호되어선 안 되는 지저분한 범죄일 뿐이다.


혹자는 뺑소니에, 음주운전에, 마약까지 한 연예인들도 몇 년 자숙기간을 가지고 다시 복귀하는데 왜 이경영에게만 혹독한 잣대를 들이미느냐고 항변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건 기본 전제부터 잘못되었다. 가장 올바른 것은 이경영 복귀도 막고, 문제 연예인들도 퇴출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연예인들은 영구퇴출 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는 것이지, 이놈도 나왔으니 저놈도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것만큼 바보 같은 생각이 또 어디있는가.


캐나다의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는 사회인지 학습이론에서 관찰학습의 중요성과 심각성을 지적하며 무시행 학습모형, 동일시 모형 등의 이론을 발표했다. 이는 관찰자가 모델의 일반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모방할 뿐 아니라 TV를 통해 접한 행동과 사회적 심리 상태를 그대로 현실생활에 적용한다는 이론으로서 대부분의 청소년들의 '모방대상' 인 연예인들의 행동이 상식적이고 도덕적이어야 한다는 주장에 이론적 근거가 된다.


이런 측면에서 이경영의 복귀는 있어서도, 있을수도 없는 일이다. TV 아니더라도 영화판에서 잘 먹고 잘사는 사람을 굳이 브라운관까지 컴백시켜야 하겠는가. 이는 김수현 작가의 오판이며, 오만이다. 스스로는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제 식구 감싸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이경영 없이도 잘 돌아가는 TV 드라마인데 성범죄자인 그를 너그러이 용서하면서까지 받아들이고 싶진 않다.


이번 김 작가의 이경영 옹호 발언을 보면수 우리 사회 대중문화인들의 모럴 헤저드가 얼마나 심각 일변도를 달리고 있는지 잘 알게 됐다. 김 작가도 이제 그만 이경영 옹호 발언일랑 그만 두고 자신의 위치로 돌아가 좋은 드라마를 만드는데 열중하길 바란다. 우리 시대 최고의 작가라 일컬어지는 김수현이 일개 성범죄자를 두둔하며 아깝다고 하는 건 품위에 걸맞지 못한 행동이다.


제발, 이경영을 대중에게 마녀사냥 당한 '피해자'로 몰고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는 피해자가 아니다. 엄연히 법적인 판결을 받은 가해자다. 우린 조금 더 엄격해져야 한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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